LG경제연구원

‘세대별 일자리’ 관점에서 본 한국 고용의 현주소

일취월장7 2015. 11. 13. 10:28

‘세대별 일자리’ 관점에서 본 한국 고용의 현주소
김형주 | 2015.11.11
청년들을 위한 신규 고용이 줄어들고 기존 노동자들 역시 더 오래 일할 일터가 필요해지면서 일자리 창출이 한국경제의 주요 과제로 자리잡았다. 특히 경제활동을 처음 시작하는 청년들의 취업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낮은 취업률도 문제지만 경제활동 초기의 취업 형태가 이후의 고용 안정성과 보상 수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서다.

 
정부 역시 이 문제를 위해 우리 경제의 성장 활력 회복을 위한 노력부터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 완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 해소, 미 취업 청년들과 불완전 취업자들의 경제적 고통 경감 등 다양한 정책들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청년 일자리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서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청년세대와 장년세대가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산업 분야에서 청년세대와 장년세대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그리고 각 업종마다 연령대별로 어떤 특성을 나타내는지 등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청년세대의 취업은 주로 ‘좋은 일자리’ 비중이 높은 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렇지 못한 산업 중에서는 도·소매업을 주로 선택하였다.

 
연령대별 임금 수준 분석에서는 30대의 평균 임금이 가장 높고, 40대와 20대가 그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산업별로는 그 순위가 다소 달라져 농업 분야는 20대가, 공공 행정, 교육 등 분야에서는 50대의 평균 임금이 가장 높았다. 제조업 역시 30대, 40대, 20대 순으로 임금이 높았지만 의약은 40대, 자동차는 50대의 임금이 높았다.

 
연구 방법과 분석 자료의 특성 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한계를 전제로 몇 가지 시사점을 꼽는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각 산업과 업종마다 세대별 일자리 분포의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를 고민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둘째, 과거에 비해 각 산업별, 업종별 일자리 분포도가 뾰족해지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셋째, 일자리 정책은 목표를 분명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일자리의 질과 노동자의 만족도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 발굴이 요구된다. 산업이나 직종별 연령 분리 현상에 대한 경험과 연구가 거의 없는 만큼 유사한 경로를 거쳐간 다른 나라 등의 사례를 면밀히 살펴 정책에 반영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 목 차 >

 
1. 연령별 일자리 분포의 산업별 현황 
2. 일자리의 질과 세대별 분화 
3. 맺음말

 

 
지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가장 무거운 과제는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세 저하에 따른 경제 활력 둔화로 청년들을 위한 신규 고용이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노동자들 역시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일터가 필요해진 탓이다.

 
일자리 부족 현상은 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의 ‘일자리’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고도성장기에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던 ‘고용 창출 효과’가 정부 정책은 물론이고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 필수 항목으로 자리잡았다. 학교나 학과를 홍보할 때도 취업률과 같은 일자리 관련 지표들이 빠지지 않는다.

 
특히 경제활동을 처음 시작하는 청년들의 취업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낮은 취업률 자체도 문제지만 경제활동 초기의 취업 형태가 이후의 고용 안정성과 보상 수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서다. 결혼과 출산을 결심할 때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84%(2008년)에 달했던 고등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률이 71% 이하로 낮아진 것 역시 청년 실업과 무관하지 않다.

 
이와 같은 추세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 역시 여러 방향에서 이뤄져 왔다. 기본적인 출발점은 우리 경제의 성장 활력 회복이다. 고령층 인력의 일자리 부족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결과라면 청년 실업은 성장세 위축으로 말미암은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그 외에 청년들의 구직 수요와 산업계의 인력 수요가 어긋나서 발생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산업 및 교육 정책,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 해소,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춘 정책들도 꾸준히 검토되어 왔다. 미 취업 청년들과 불완전 취업자들의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복지 정책들도 다수 시행 중이다.

 
일자리 정책의 목표도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이 문제가 불거진 초기에는 일자리의 질에 대한 고려 없이 그저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급급했지만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좋은 일자리,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확대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현 세대 청년들이 구직할 때 고려하는 변수와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급급하던 시대의 고용 조건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이 2년 전에 발표한 ‘좋은 일자리 관점에서 본 한국 고용의 현주소’ 역시 그런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들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청년 일자리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베이비부머 세대(1955~63년 생)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정년 퇴직 연령이 60세로 연장되기는 했지만 그 대상이 300인 이상 기업으로 한정적인 데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50세만 넘어도 압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현재 82세 수준인 기대 수명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해당 세대가 느끼는 실직의 두려움은 오히려 더 커지는 듯하다.

 
그 결과 일부에서는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청년 세대와 장년 세대가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내놓았다. 물론 두 세대가 갖는 직업에 대한 선호와 역량의 차이가 커서 그런 상황을 우려할 필요 없다는 지적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업종별, 직종별 연령분리(age segregation) 현상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를 조금 더 명확히 판단하려면 실제 우리나라 주요 산업의 세대별 고용 현황이 어떤 형태와 특징을 보여주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산업 정책을 시행할 때 해당 정책의 효과가 어느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날지를 가늠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글에서는 먼저 우리나라 주요 산업과 제조업의 일자리 현황을 연령대별로 살펴보고 각 산업마다 세대 간 분포 차이가 존재하는지, 그 특징은 무엇인지를 확인한다. 다음으로는 세대별, 산업별 일자리 현황을 일자리의 질, 즉 ‘좋은 일자리’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결과가 제시하는 정책적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1. 연령별 일자리 분포의 산업별 현황

 

 
이 연구에 사용한 주요 분석은 통계청이 설문조사 방식으로 수집해 발표하는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2015년 상반기에 실시한 ‘지역별 고용조사’의 집계(aggregate) 결과는 지난 10월 말에 발표됐으나 원시(raw) 데이터(Micro DB)가 아직 공개되지 않아 2014년 상반기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분석하였다. 매월 발표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도 활용 가능하지만 조사 대상 샘플 개수가 적어서 개별 산업이나 직종 단위의 미시적 특성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제외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2010년에 대해서도 동일한 분석을 실시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인 만큼 표본 선택이나 응답의 정확성에 한계가 존재할 수 있으나 조사 샘플 개수가 충분한 만큼 큰 문제를 유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고용조사’ 결과는 정규직/비정규직 여부, 고용 형태 및 유지 기간 등 각 응답자의 고용 특성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항목들이 많지만, 이 연구는 각 산업의 연령별 고용 분포의 특징이라는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인 만큼 세부적인 고용 조건들의 차이는 고려하지 않았다.

 
‘좋은 일자리’ 산업 및 세대 구분

 
<그림 1>은 표준산업분류표(제 9차 개정)에서 제시하는 21개 산업 중 LG경제연구원에서 계산한 ‘산업별 좋은 일자리 비중(Job Quality Score, JQS)’ 이 높은 상위 5개 산업과 하위 5개 산업의 연령별 고용 분포를 보여준다. 이 그림들을 해석할 때는 특히 각 분포가 좌우로 얼마나 치우쳤는지를 보여주는 ‘왜도(skewness)’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좌우로 많이 기울었다는 것은 해당 업종에 젊은 인력, 혹은 고령 인력 비중이 유난히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위아래로 얼마나 뾰족한지를 나타내는 ‘첨도(kurtosis)’ 역시 여러 정보를 보여주지만, 해당 산업의 고용 안정성과 경기변동에 대한 신호들이 뒤섞여 있어 왜도 만큼 연령별 특성을 분명하게 보여주지는 못한다. 즉, 여러 연령대에 걸쳐 두껍고 평평한 분포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이 그림만 봐서는 일자리가 안정적이어서 생긴 결과인지, 해당 산업의 경기가 좋아서 나타난 특징인지 등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표 1>과 <표 2>는 이런 연령별 분포의 차이를 조금 더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각 업종의 종사자들을 특정 연령 기준으로 ‘청년세대’와 ‘장년세대’로 나눈 후 전체 산업(<표 1> 참고) 및 주요 제조업종(<표 2> 참고)의 세대별분리지수(Segregation Index by Generation)를 계산한 결과이다. 이 지수는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장년세대와 청년세대 근로자 수의 차를 두 세대 근로자의 합으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세대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고, 1에 가까우면 장년세대 비중이, -1에 가까우면 청년세대 비중이 높다는 의미이다.

 
청년세대와 장년세대를 정할 때 여러 가지 방식을 적용할 수 있지만, 이 연구에서는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나이를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했다. 즉, 경제활동에 종사했다고 응답한 대상자들을 나이 순으로 정렬한 후 상위와 하위 10%, 혹은 25%에 해당하는 만 58세 및 52세 이상 그룹과 만 28세 및 34세 이하 그룹을 각각 장년1과 장년2, 청년1과 청년2 그룹으로 묶어 분석하였다. 2010년 데이터의 경우, 10% 및 25%에 해당하는 나이가 각각 56세와 49세(장년1, 2), 27세와 33세(청년1, 2)로 2014년에 비해 조금 더 낮았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 추세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2010~2014년 새 장년세대의 경제활동 시기는 2~3년 늘어났고, 청년세대의 취업 연령은 약 1년 높아진 셈이다.

 
주요 산업별 연령 분포의 특징

 
<그림 1>과 <표 1>에 따르면, 좋은 일자리 비중이 높은 5개 산업 중 ‘장년세대’ 쪽으로 유난히 치우친 산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히려 청년세대 비중이 높은 산업이 많았다. ‘공공 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산업의 분포도가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쳤고, 세대별분리지수 0.227(25% 기준)~0.324(10% 기준)도 장년세대 비중이 다소 높지만, 절대값은 그다지 크지 않다. 2010년 수치(0.336~0.538)와 비교해도  세대별 편중 현상은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공공부문 특성 상 정년을 채우는 경우가 많고 최근 청년세대에 우호적인 채용 제도가 여럿 생겨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제조업’, ‘금융 및 보험업’,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교육 서비스업’ 등 나머지 4개 분야는 세대별분리지수 값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해 청년세대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 산업의 경우 분포도에서도 젊은 층으로의 치우침 현상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날 뿐 아니라 세대별분리지수 역시 2010년과 2014년 모두 줄곧 -0.555~-0.518를 기록했다. 다만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 산업의 연령 분포가 다른 산업에 비해 뾰족하고 40대 초반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결과가 고령 종사자들에 대한 퇴출 압력이 강해서 발생했는지, 아니면 이 산업 분야의 인력 수요가 특정 시기에 집중된 데 따른 것인지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금융 및 보험업’은 분포도가 보여주는 결과와 세대별분리지수의 크기가 다소 다른 느낌을 준다. 분포도에 따르면 장년세대 쪽으로 고용이 치우친 듯 보이는 반면 세대별분리지수는 마이너스 값(-0.323~-0.209)이다. 이는 50대 중반 이후 고용 분포가 뚝 떨어지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금융 및 보험업’ 분야의 은퇴 연령이 다른 산업에 비해 낮고 그 시기가 도래할 때까지는 고용이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교육 서비스업’의 경우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은퇴 연령과 고용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2014년(-0.265~-0.178) 청년세대 편중이 2010년(-0.213~-0.155)에 비해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정부의 저출산 지원 정책으로 어린이집, 돌봄센터 등의 젊은 보육교사 채용이 급증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한편, 좋은 일자리 비중이 낮은 5개 산업의 경우 ‘도매 및 소매업’을 제외하고 모두 장년세대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예상하듯이 ‘농업, 임업 및 어업’ 분야가 가장 두드러진다. 다만, 최근 일부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귀농이 늘면서 2010년 0.791~0.880를 기록했던 세대별분리지수가 2014년 0.692~0.813으로 낮아졌다는 점은 특기할만하다.

 
‘도매 및 소매업’의 세대별분리지수가 큰 폭의 마이너스 값(-0.499~-0.441)을 기록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청년들이 이 산업을 선호해서 많이 몰렸다기보다는 높은 수준의 숙련도를 요구하지 않고 구직이 쉬운 편의점 등 도·소매업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이 분야를 정규 직장으로 선택한 청년세대 외에 학비 등을 벌기 위한 임시 취업자, 원치 않는 직장에서 평생을 일하기보다는 원하는 직장을 구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마찰적 실업자 등도 상당할 것으로 짐작된다.

 
제조업의 주요 업종별 연령 분포

 
제조업의 경우, 조금 더 자세한 검토가 필요하다. 세대별분리지수가 마이너스 값(-0.168)을 기록해 근소하게나마 청년세대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범주 안에 포함된 세부 업종이 24개에 달할 만큼 방대한 데다 ‘좋은 일자리’ 비중 역시 개별 제조업종마다 온도 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림 2>와 <표 2>는 세부 제조업종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이다. 제조업종 중에는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의료, 정밀, 광학기기 및 시계’, ‘전기장비’, ‘기타 기계 및 장비’, ‘기타 기계 및 장비’, ‘자동차 및 트레일러’, ‘기타 운송장비’ 등이 좋은 일자리 비중이 높은 업종에 속하고 ‘식료품’, ‘섬유 제품(의류 제외)’, ‘가죽, 가방 및 신발’ 등은 반대 편에 포함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제조업에서도 전체 산업과 비슷한 세대별 패턴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즉, 좋은 일자리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분포도가 젊은 세대 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령 세대로 기울어진 업종은 대부분 좋은 일자리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업종들 사이의 차이도 눈여겨볼만하다. 제조업 중 좋은 일자리 비중이 가장 높은 두 업종,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과 ‘자동차 및 트레일러’ 업종이 이런 차이를 잘 보여준다. 전자 업종의 경우 세대별분리지수가 -0.777을 기록할 정도로 청년세대 편향이 심하지만 분포도가 상당히 뾰족한 형태를 그리면서 50대 이후의 감소 폭이 매우 크다. 반면, 자동차 업종의 세대별분리지수는 -0.294로 그다지 높지 않으며, 분포도 역시 상당히 두껍고 평평한 특징을 보여준다. 경기 변동에 따른 두 업종의 부침 주기나 노동조합 참가율이 비슷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숙련도 차이가 제품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시장의 독과점 수준 등이 노사 간 협상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2. 일자리 질과 세대별 특징

 

 
다음으로는 개별 산업 및 업종에 종사하는 젊은 세대와 고령 세대의 임금 수준 비교를 통해 산업별, 세대별 특징을 확인하고자 한다. 앞에서 각 산업과 제조업종을 좋은 일자리 비중이 높은 부문과 그렇지 못한 부문으로 나누어 소개했지만, 좋은 일자리 비중이 높은 업종에 종사한다고 해서 모든 세대가 동일한 조건의 좋은 일자리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좋은 일자리 비중이 높지만 유독 젊은 세대에 가혹한 산업이나 업종이 있고, 반대로 고령 세대의 그늘이 짙은 산업도 존재한다.

 
전체 연령대별 임금 분포

 
이를 위해 전체 ‘지역별고용조사(2014년 6월)’의 경제활동 종사자를 만 나이 기준으로 10년씩 묶어 각 연령대의 월평균 임금 현황을 분석했다. 먼저 임금 수준별 분포도를 확인한 결과 연령대에 따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그림 3> 참고). 40대에서는 저임금 종사자부터 고임금 종사자까지 뾰족하지 않고 골고루 분포하는 반면 연령대가 낮아지거나 높아질수록 분포 곡선이 점차 뾰족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가지 특징은 30대와 40대에서 임금 분포의 양극화(bi-polarization) 가능성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이 그래프의 개별 막대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30대는 200만원과 300만원 근방에, 40대는 180만원과 320만원 근방에 임금 분포가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좋은 일자리 비중이 높은 산업과 그렇지 못한 산업을 비롯해 다양한 측면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가 심화되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주요 산업의 연령대별 임금 분포

 
다음으로는 산업별, 제조업종별 비교에 앞서 그 기준을 정하기 위해 전체 종사자의 연령대별 평균 임금을 계산했다. 그 결과, 30대가 176만2천원으로 가장 높고, 40대(157만9천원)와 20대(130만3천원)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개별 산업의 연령대별 평균 임금을 이 전체 그룹의 분포와 비교함으로써 각 산업이나 업종의 임금 수준이 젊은 종사자와 고령 종사자 중 어느 쪽에 우호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산업의 연령대별 임금 분포 현황을 살펴 보면, 농업, 임업 및 어업의 경우, 전반적으로 임금 수준이 매우 낮았지만 특이하게도 20대의 임금(37만3천원)이 가장 높고, 30대(23만8천원), 40대(14만7천원)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점차 낮아졌다. 젊은 귀농 인구의 증가가 농업 생산성 제고에 기여한 결과로 판단되며, 앞 절의 분석에서 관찰됐던 청년세대 비중 증가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도·소매업은 30대(120만5천원) 뒤를 20대(108만4천원)와 40대(99만4천원)가 따랐다. 진입 장벽이 낮고 숙련도의 영향력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되며, 60대부터 90대까지의 임금 수준이 큰 차이 없이 분포한다는 점도 소규모 자영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평균 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금융 및 보험업은 종사자 전체 임금과 동일한 패턴, 즉 30대(319만8천원), 40대(304만7천원), 20대(262만1천원) 순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 아울러, 50대(199만8천원), 60대(95만6천원)로 가면서 평균 임금이 급격히 낮아지는 점은 해당 산업의 은퇴 및 보상 구조가 연령에 대해 상당히 경직적임을 보여준다.

 
공공 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분야는 평균 임금이 상당히 높을 뿐 아니라 20대(156만8천원)에서 50대(293만1천원)에 이를 때까지 연령대에 따라 임금이 계속 올라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교육 서비스 산업 역시 20대(116만원)에서 50대(267만7천원)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패턴을 보여준다. 다만, 은퇴 시기가 다소 빠른 공공 행정 분야의 60대 평균 임금은 71만원에 불과한 반면, 교육 서비스 종사자들은 60대에도 평균 192만8천원의 임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연령대별 임금 분포

 
제조업의 경우, 30대(228만8천원)가 가장 높고 40대(217만2천원)가 그 뒤를 잇는다는 점에서는 전체 임금 패턴과 비슷했으나 50대(180만1천원) 임금 수준이 20대(167만9천원)보다 높다는 점이 특이했다. 근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숙련도와 생산성이 높아지는 제조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같은 제조업 내에서도 업종별 격차는 매우 컸다(<그림 4> 참고). 식료품, 섬유(의류 제외), 가죽 및 신발 등은 제조업은 물론이고 전체 산업 평균보다도 임금 수준이 낮았다. 반면, 전자부품 및 컴퓨터, 자동차 및 트레일러 등의 업종은 공공 행정이나 교육 서비스 산업 못지 않은 수준을 기록했고, 기타 운송 장비 업종의 임금은 금융 및 보험업 종사자들과 비슷했다.

 
제조업종들 역시 30대의 평균 임금이 가장 높고 40대, 20대가 그 뒤를 잇는 패턴이 일반적이지만,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자동차 및 트레일러, 기타 운송장비 등의 업종처럼 지식이나 숙련도 축적이 생산성으로 연결되는 분야에서는 40대나 50대 임금이 가장 높았다.

 

 
3. 맺음말

 

 
이상에서는 우리나라 고용 현황을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지역별 고용조사’ 마이크로 데이터를 이용해 검토했다. 주요 산업과 업종별 일자리의 특징들을 세대별, 연령별, 임금수준별 분포 형태를 기준 삼아 다각적으로 살펴본 셈이다. 그러나 이 결과를 해석하거나 정책적 시사점을 찾기 위해서는 한층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해당 마이크로 데이터나 이 연구의 기본 목적은 현재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며,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까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각 산업이나 업종마다 세대별 분포가 다르다는 점은 드러나지만 어떤 요인들이 그런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이 연구를 통해 관찰된 특징이나 차이가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의 씨앗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실제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위해서는 또 다른 차원의 검토가 필수적이다.

 
먼저, 각 산업과 업종마다 세대별 일자리 분포가 다르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왜 그와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 차이가 선호(preference)의 문제, 즉 자발적인 선택(choice)의 결과인지, 다른 선택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내몰린 상황인지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자에 해당한다면 그런 상황이 더욱 확대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후자일 경우 반대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 그 원인은 각 산업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똑같이 장년세대 편중도가 높게 나타났다 하더라도, 좋은 일자리 비중이 높은 산업이라면 선호와 경쟁의 결과거나 혹은 노동조합과 같은 진입장벽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도·소매업처럼 일자리의 질이 높지 않은 산업의 경우, 청년세대에 비해 장년세대의 일자리 수용도가 더 낮아서 생긴 결과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 이유로는 세대 부양 부담으로 일자리 필요성이 더 절박하다거나 기대 여명이 더 짧아 직장 선택에 따른 평생 소득 손실의 기회비용이 더 적기 때문이라는 등을 꼽을 수 있다.

 
다음으로, 과거에 비해 각 산업별, 업종별 일자리 분포도가 더 뾰족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일자리의 세대별 편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자 부품, 컴퓨터, 의료기기, 의약품 등의 첨단 제조업과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 산업처럼 좋은 일자리 비중은 높지만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기술과 산업환경의 변화가 빠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일자리 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일자리의 질과 노동자의 만족도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 발굴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일본처럼 우리나라와 유사한 경제발전이나 사회 변화 경로를 거쳐간 국가들을 대상으로 주요 산업이나 직종에서 나타났던 연령분리(age segregation) 현상과 그 영향 등을 연구해 일자리 정책에 반영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 아울러, 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해서도 한계산업 지원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재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경우 상품이나 서비스 분야의 영향만 고민하면 충분했던 양자간 FTA와 달리 생산요소 시장의 통합, 즉 노동자들의 이동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만큼 좀 더 전향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