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일 문제

김종대 "'북=악마'라는 박근혜, 통일하겠다고?"

일취월장7 2015. 11. 9. 16:44

김종대 "'북=악마'라는 박근혜, 통일하겠다고?"

[언론 네트워크] "개성에서 '찢어진 청바지'를…차이 좁혀가는게 통일"
평화뉴스=김영화 기자 2015.11.09 11:20:11
 

"진정한 통일대박은 찢어진 청바지와 초코파이로부터 온다."

김종대(49.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디펜스21+> 편집장은 5일 대구 강연에서 이 같이 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그는 "북을 악마로 묘사하면서 통일을 하자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통일을 가져올 수 없다"며 "진정한 통일대박은 상대방을 비인간화하는 대북정책을 중단하고, 남북이 만나 서로의 문화를 포용할 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 노동자들이 개성공단에서 남한 사람들이 입는 찢어진 청바지와 망사팬티를 만들면서 '이 해괴망측한 물건을 입는 남쪽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냐'라고 생각하는 게 진정한 통일"이라며 "반대쪽으로 보면 북한 노동자들이 초코파이를 냄비에 끓여 먹는 것을 보고 남한 사람들이 '아니 무슨 초코파이를 솥에 끓여 먹느냐'라고 생각하는 것도 통일을 앞당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의 대구 강연(2015.11.5.대구노무현시민학교). ⓒ평화뉴스(김영화)


이어 "평화통일의 길은 목표점을 두고 거리를 알 수 없는 가운데 남북이 한 발자국씩 차근차근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이라며 "신뢰를 쌓는 소중한 과정을 무시하고서는 절대 통일은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개성공단에서 나온 찢어진 청바지, 북한 사람들이 처음 먹는 초코파이가 바로 통일의 청바지, 통일의 초코파이"라며 "이질적 문화가 융합되면 길이 뚫리고 바다와 공중도 열린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대구경북위원회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는 5일 저녁 7시 대구시 북구 대구노무현시민학교에서 광복 70주년·10.4선언 8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2015 대구시민 통일교실 역동하는 동북아속의 변화하는 북한, 대구시민 평화와 통일의 길을 묻다' 두 번째 강연을 열었다. 이날은 '동북아 분쟁구조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김종대 편집장이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는 시민 40여명이 참석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문제점으로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상대방을 적대화하는 구체적 행동 단계는 3단계"라며 "추방, 두 번째는 폭력 습관화, 세 번째는 비인간화"라며 "죽여도 되고 혐오해도 되는 대상이 비인간화 작업이다. 이 때문에 수 많은 유대인들이 가스실에서 숨졌다. 3년이 안걸렸다"고 설명했다.

▲ 이날 강연에는 시민 40여명이 참석했다(2015.11.5). ⓒ평화뉴스(김영화)


이와 관련해 "남북이 그렇게 돼가고 있다"며 "국가자체가 공격적 집단으로 돌변해 통제가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언제든 걸리기만 하면 한 대 줘팬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남한 군대는 여차하면 폭력도 승인할 태세다. 북한의 이미지를 잘 대해줘서는 안되고, 대우 해줘서는 안되는 집단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유대인 아우슈비츠 이송단계, 유대인 전체를 죽이자는 단계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북한을 그런 존재로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편집장은 또 심각한 문제로 "젊은세대가 기성세대와 달리 통일을 더 부정적으로 본다"며 "기성세대는 적어도 우리나라 비극을 분단으로 보는데 젊은세대는 통일을 재앙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비인간화"라며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원회, 통일대박을 말로만 외치면서 반대쪽으로는 북한 비인간화 정책을 계속 펼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김 편집장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한 비인간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자꾸 올바른 역사를 얘기한다. 그러나 역사는 '올바른'이란 수사를 사용할 수 없다"며 "올바르다는 것은 누군가 절대적으로 옳은 기준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 기준에 벗어난 누군가는 적대화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국정교과서가 바로 그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국정교과서는 북은 악마, 무조건 나쁜 사람들이라고 비판하는 학문이 될 것"이라며 "통일을 과정을 없애고 흡수통일을 주장하거나 아예 통일을 논외로 치는 사관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와 팔공문화원은 오는 11월 14일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팔공산 왕건길 1코스에서 '광복70주년 평화통일염원' 팔공산 사랑 왕건길 대구시민 걷기대회를 연다. 참가비는 성인 1만원, 초.중.고.대학생은 5천원으로 북한 어린이 내복 보내기 운동사업에 기부된다.

 

 

 새누리, <친일인명사전>은 '反 대한민국'?

'올바른 역사' 강조하더니 '친일'은 눈 감자?
박세열 기자 2015.11.09 15:30:37
 
아픈 곳을 찔렸다. 서울시교육청이 다음달 중으로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서울 시내 모든 중고등학교에 비치하기로 한 데 대해 보수 진영이 반발하고 있다. 

<친일인명사전>은 철저한 문헌 고증 등을 바탕으로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책이다. 과거 한국 지식인, 정치인 등의 친일 행적을 객관적으로 서술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이 책을 '반(反)대한민국 성향'으로 규정,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보수 인사들의 친일 행적을 언급하면 '반(反)대한민국'이라는 논리인 셈이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간사 하태경 의원은 이날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는 박정희 대통령 뿐 아니라 현 야당의 뿌리인 장면 정부까지도 친일파 정부로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민족문제연구소는 창립선언문을 보면 해산된 통진당과 아주 흡사한 패러다임을 가진 단체"라며 "대한민국을 반민족, 반민중적 체제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인숙 의원은 "백선엽 장군, 고려대를 만든 김성수, 백낙준,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이런 분들을 전부 반국가적 인물이라 하면 역사를 어떻게 가르치고, 6·25전쟁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친일 행적 연구 결과에도 노이로제 반응아픈 곳을 찔렸다?

그러나 박정희, 백선엽 등이 과거 벌였던 친일 행적은 역사학자들이 수십년에 걸쳐 고증을 한 결과를 토대로 밝혀낸 것이다. 

하 의원이 "야당의 뿌리"로 평가하는 인물인 장면 전 총리의 친일 행적까지 소개된 책이 배포되는 데 대해 정작 야당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하 의원의 주장은 오히려 야당이 과거 원로의 친일 행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꼴이다. 

장 전 총리가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것은 일제 강점기 시절 매달 무운장구기원미사제를 지내고 미사 후에 단체로 신사참배를 갖는 국민총력천주교경성교구연맹 이사직을 맡았던 경력 때문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 전 대통령이나 백선엽 씨 같은 인사의 과거 이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조차 반대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본군에 가담할 당시 혈서를 쓰고 일본 천황에 충성 맹세를 한 것이 당시 신문 기사에 의해 밝혀졌다. 박 전 대통령이 일제 강점기에 독립군이 아닌 일본군 소위로 임관한 것은 부동의 사실이다.

박인숙 의원이 언급한 백선엽 씨는 극우 세력에 의해 추앙받고 있는데 그 역시 만주군 간도특설대 출신이다. 백 씨 스스로 자서전을 통해 "우리(간도특설대)가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씨는 <친일인명사전>에만 등재된 게 아니다. 정부 공식 기관인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정부가 낸 보고서의 백선엽 씨 관련 기술은 다음과 같다. 

"백선엽(1920~생존)은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군인의 길을 택하여 1940년 만주국군 봉천군관학교 제9기로 입학하여 이듬해 12월 봉천군관학교를 졸업하고 만주 동부 파오칭에 있던 보병 제28단에서 견습사관을 거쳐 민주국군 소위로 임관하였다.

그후 약 1년간 자무스에서 신병훈련대 소대장으로 근무한 다음 1943년 2월에 만주 간도성 명월구에 있던 항일무장 독립세력을 탄압하던 간도특설대로 전임되어 해방될 때까지 항일무장세력에 대한 탄압활동과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하였다."

김성수 씨는 1943년 8월 5일자 <매일신보>에 '문약의 고질을 버리고 상무기풍을 조장하라'는 내용의 조선인 징병 격려문을 기고한 것 등이 밝혀져 사전에 등재됐다.

친일인명사전은 지난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책으로 총 4389명의 친일 행적 등이 기재돼 있다. 

 

 <조선일보>-국회의원 집단 월북(?) 사건의 진실

[강주원의 '국경 읽기'] 단둥발 북한 뉴스 이해하기
강주원 인류학자 2015.11.09 05:52:16
북한 뉴스 오보의 진원지, 단둥

몇 달 전, 단동에 단체 답사를 갔다가 유람선 체험을 했던 NGO 활동가를 만났다. 나는 '압록강과 유람선의 이면'을 설명했지만, 그는 정색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본 상인은 북한 사람이 맞습니다. 가이드도 말했고, 방송과 인터넷 여행 후기에서 다들 북한 사람이라고 설명하는데, 왜 당신은 가짜라고 하죠?"

북한 뉴스와 관련되어 단둥은 어떤 곳일까? 방송 기자의 다음 멘트는 이를 이해하는 한 사례가 될 것 같다.

최근 두 번째로 단둥에 다녀왔습니다. 이제 10개월째인 중국 특파원 생활 중에 단둥만 두 번 째입니다. 하지만 다른 특파원들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입니다. 더 분발해야겠습니다. 그만큼 중국 특파원들은 단둥에 뻔질나게 갑니다. 북한에 큰 일만 터지면 단둥부터 달려갑니다. 단둥은 북한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문구멍이라서 입니다. (SBS 2013년 12월 19일)

대부분의 방송과 기사에 빠지지 않는 단둥의 배경 화면은 '중조우의교와 압록강단교'이다. 그 이외에 '신압록강대교'와 '황금평'이 있지만, 기자에게 인기 있는 취재 장소가 하나 더 있다. "유람선이나 임대 모터 보트를 타고 신의주를 취재하고 촬영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SBS 2013년 12월 19일)에서 표현된 것처럼, 그들은 유람선을 타고 북한 관련 뉴스를 보도하곤 한다. 이처럼 단둥의 '유람선'은 한국 관광객만 애용하지 않는다. 취재 현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유람선을 탈 때마다 '관광 인류학'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관광객의 행동과 대화 등을 참여관찰 한다. 한국에서는 기사와 여행 후기를 꾸준히 검색한다. 그때마다 연구라는 취지에서는 흥미로운 내용이지만 안타까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언론에서 언급되는 내용과 관광객의 반응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현장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도 동일하다. 지금부터 나의 참여 관찰 내용을 풀어보겠다.

2015년 현재, 단둥 시내와 외곽에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곳이 대표적으로 4곳이 있다. 그 중 수풍댐으로 향하는 압록강대로 옆에 있는 선착장이 4~5년 전부터 인기가 있다. 이곳의 유람선 코스는 한국 관광객과 기자들이 착각의 늪에 빠지기 쉬운 지리적인 조건을 반영하고 있다. 선착장을 떠난 배는 북한의 육지와 섬 사이를 통과했다가 돌아온다.

▲ 압록강의 유람선 뱃머리에서 보면 왼쪽은 북한 본토, 오른쪽은 북한 섬이다(2015년). ⓒ강주원


▲ 유람선에서 좌우로 북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2011년). ⓒ강주원


▲ 여름철 유람선을 타러 가기 위해 중국 사람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이 선착장을 찾는다(2014년). ⓒ강주원


▲ 유람선 코스는 북한 본토와 섬 사이를 가로지른다(2015년). ⓒ강주원


이제 1시간 남짓 유람선에서 체험한 내용과 반응이 잘 드러난 두 편의 기사를 읽어보자.

뉴스 오보 1 : 월경 혹은 월북으로 오해

여야 국회의원 12명과 대기업 임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 70명이 북한 수역(水域) 15킬로미터 안까지 무단 잠입한 '사건'이 벌어졌다. (…) 힘찬 굉음과 함께 유람선이 움직였다. 50미터쯤 나아가자 큰 섬이 나타났다. 의주군 위화면 '방산 마을'이 있는 북한 섬이다. 섬에 의해 압록강 줄기는 두 갈래로 나뉘었는데 오른쪽은 북한과 중국을 가르는 물길이고, 왼쪽은 북한 본토와 방산 마을 사이를 흐르는 북한 내부 수로(水路)에 해당했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갈 줄 알았던 배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렸다. "전쟁 나면 바로 포로되는 거 아니야." "이거 단체 월북이네." 농담이었지만 긴장감이 배어 있었다. 좌(左)도 북한이었고 우(右)도 북한이었다. (…) 한 가이드는 "그동안 중국 레저 업체들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았던 북한 당국이 최근 이 관광 코스를 허용했다"며 "그 과정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들었다. 북한이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2011년 7월 16일)

뉴스 오보 2 : 북한 사람의 밀수 현장으로 착각

단둥에서 압록강 유람선을 타고 가는데 북한 쪽에서 작은 배 한 척이 다가왔다. 예순에 가까워 보이는 남성이 배에 담배, 술, 오리알 등을 싣고 와 유람선에 탄 남한 사람들에게 팔았다. 대낮에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밀수는 횡행했다. 한 사람이 악수를 건네며 "많이 파세요" 하자 그 주민은 "고마워요"라고 답했다. "형님도 한마디 해"라는 말에 이 씨는 손만 흔들었다. "나 불쌍해서 말 못하겠어. 저거 기업소가 하는 거고 판 돈은 위에 다 바쳐야 해. 개인이 하면 군인들이 가만히 있겠나." (<경향신문> 2015년 5월 28일)

뉴스 오보를 다시 읽기 위해서

위의 두 뉴스 사례와 내용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송과 기사들에서 재현되고 있고, 여행 후기를 담은 인터넷 카페와 블로거 내용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우선 유람선의 코스가 한국 관광객과 기자들이 오해와 오보임을 인지하기에는 너무나 '무대화된 풍경'이다.

가이드는 "여러분이 탄 유람선이 북한 영토로 들어간다"라는 잘못된 해설을 한다. 왜냐면 이런 설명이 한국 관광객들에게 통한다는 것을 가이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보 1' 경우 '북중 국경은 선이 아니고 압록강은 공유한다'는 기본적인 사실만 인지해도 '월경을 했다'는 '오보'를 막을 수 있다. 오히려 '오보'라는 것이 다행이 아닐까? 요즘 같이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월북을 체험했다면 큰일 아닌가!

▲ 국경과 관련된 압록강과 두만강의 핵심은 공유이다(2015년). ⓒ강주원


가이드의 설명이 없어도, 좌우로 북한 영토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한국 관광객은 자신들이 탄 유람선이 북한 수역에 해당하는 압록강에 들어와 있다고 확신을 한다. 여기에다 "조선 물건 사라우" 혹은 "100원" 등 한국어로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이 유람선에 접근하는 상황에 한국 관광객들과 기자들은 직면한다.

이쯤 되면 그들은 몇 마디 한국어를 하는 상인을 '중국 사람'이 아닌 '북한 사람'으로 당연히 여긴다. 이처럼 '오보 2'의 경우는 '상인이 북한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작업이 생략되어 있다. 북한 사람이 밀수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소위 '불법을 가장한 이벤트성 상행위'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

설령, "중국 사람이 아닌지?" 질문을 해도, 가이드와 유람선 선장은 부정을 한다.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중국 사람들에게 물건을 많이 팔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그들이 '중국 사람'이라고 대답하지는 않는다. 파는 물건들을 살펴보면, 북한산으로 가장한 중국 제품임을 알 수 있다. 이를 파악하기에는 물건을 판매하는 시간이 짧다. 몇 년 째 여러 경로를 통해서, 나는 이들이 중국 사람임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다.

"압록강 유람선상에서 마주친 북한 무역 일꾼" 등의 기사를 읽게 되면, 혹시나 그 사이에 변한 상황이 있는지 궁금한 마음이 앞선다. 그때마다 나는 단둥의 지인들에게 전화를 한다. "요즘(2015년)은 북한 사람이 판매를 해요?"라고 물으면, 유람선 관계자를 잘 아는 조선족은 한마디로 답한다.

"며칠 전에도 갔다 왔는데, 가짜야! 근처에 사는 중국 어부이고 나도 그 사람 알아!"

이런 단둥의 현실과는 달리, KBS가 '광복 70년 특별 기획'으로 제작한 "슈퍼코리아의 꿈 2부작"의 내레이션에서 보듯이 한국 언론은 유람선과 관련된 단둥발 북한 뉴스 오보를 반복 재생산하고 있다.

간혹 북한 어민이 나룻배를 타고와 중국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곤 합니다. (KBS 2015년 8월 11일)

▲ 유람선에 보트가 접근을 한다. 한국 사람은 이를 두고 북한 사람이 물건을 판매한다고 믿는다. ⓒ강주원


▲ 중국 사람이 밀수를 가장한 채 유람선 관광객에게 가짜 북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2014년). ⓒ강주원


단둥발 북한 뉴스를 이해하는 잣대

위의 사례를 단순 '오보'로만 치부해야 될까? 기사들의 대부분은 유람선의 취재 내용만 언급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서 '북한 사회의 경제' 혹은 '김정은 체제의 상황'을 진단하고 해석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유람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국경 너머 한국 기자들이 검증할 수 없는 북한의 상황이 아니다. 즉 충분히 검증을 할 수 있는 사례임에도 '오보'를 바탕으로 북한 사회를 설명하고 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하나 더 있다. 즉 '다른 단둥발 북한 뉴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할까?'라는 질문에 단초를 제공해준다. 물론 나는 10년 넘게 라포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단둥의 정보 제공자들이 있다. 이와 더불어 나는 두 가지 평범한 잣대가 있다. 하나는 '현재(2015년) 상황에서 한국 기자들이 직접 취재를 할 수 없는 지역이 압록강 너머 북한 사회이다. 당연히 단둥발 뉴스를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라는 기준을 떠올리면서 단둥발 북한 뉴스를 읽는다. 그리고 다소 엉뚱한 방법일 수 있지만 하나 더 있다.

채널A의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시청할 때,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그럴 일은 없지만, 내가 만약에 북한의 방송에 출연을 해서 청와대 혹은 상류층 그리고 북한 사회 전반에 대해서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 할 수 있을까?"

유달리 단둥발 북한 뉴스는 "중국 단둥 현지 가이드에 의하면∼" 혹은 "중국인 택시 기사는∼"라는 문구로 내용이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도 설명하기 힘든 북한 사회 내부의 내용과 단둥의 상황을 가이드와 택시 기사가 말하고 이를 기사에서 인용한다. 예를 들면, "우리 가이드도 북-중 중앙 정부 간 관계는 약간 저조하지만 지방 정부와 민간 차원의 대북 투자와 교역은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는 "중국인 택시 기사는 앞으로 수년 내에 북한 근로자가 1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등이 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는 채널A의 프로그램을 시청할 할 때 하는 자문을 또 한다. "가이드와 택시 기사가 저런 거시적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적절한 인터뷰 대상인가?" 인류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는 당연히 '현지인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긴다. 그렇다고 검증하지 않고 모든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인용하지는 않는다.

한편, 나의 연구 주제 가운데 하나이지만, 한국 사회에 보도되는 '압록강 유람선'과 관련된 내용과 여행 후기를 모두 검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마무리할 때쯤, 처음으로 나의 연구 내용과 일치하는 기사를 읽었다.

북한 당국이 주민을 보내 외화벌이를 시키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래도 물건을 하나 사는 게 어떨까 고민하는 것도 잠시. 동승했던 단둥 거주 한국인 사업가는 "저분은 북한 주민이 아닙니다. 물건을 사지 마세요"라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자신도 예전에 동정심을 느껴 물건을 산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중국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인이 간단한 한국말 몇 마디만 익힌 뒤 배에 올라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경향신문> 2015년 10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