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시한폭탄 가계부채]1100조 돌파…정말 관리가능한가?

일취월장7 2015. 6. 20. 11:52

 

 

[시한폭탄 가계부채①]1100조 돌파…정말 관리가능한가?
등록 일시 [2015-06-15 06:00:00]

 

 

소득 상위 계층의 가계부채가 많아 위험하지 않다는 건 지나친 낙관론
소득 증가율보다 빚의 증가율이 3배나 높아 위험
저소득층 담보대출의 빠른 증가세, 부채상환 능력도 문제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최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기준 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1.50%까지 낮춰졌지만, 이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이자 부담 급증→소비 감소→내수 부진'의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가운데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뒷감당이 안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의 장담처럼 정말 관리 가능한 수준인지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중 가계부채 총액은 109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4월말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폭인 10조1000억원 증가한 데다, 5월중 은행권 가계대출이 7조3000억원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현재 가계부채 총액은 이미 11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부채 1100조원 돌파에도 정부는 여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70% 정도는 소득 상위인 4~5분위에 몰려 있어 빚을 갚는 데 문제가 없고, 연체율도 0.5%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이런 낙관론을 거두지 않는 사이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더욱 급증하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3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떨어뜨린 이후 상황은 매우 심각해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가계 소득 증가율을 추월한 가계부채 증가율은 4~5월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고, 이 추세는 지금도 꺾이지 않고 있다.

국내 소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미국 중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1%로 미국(77%)보다도 높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지난해 기준 164.2%로 치솟아 OECD 평균치(135%)를 뛰어 넘었다.

특히 지난 1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7.3%로 이미 가계소득 증가율(2.6%)의 약 3배에 달하고 있다. 돈을 버는 속도 보다 빚이 쌓이는 속도가 그 만큼 빠르다는 뜻이다.

더욱이 저소득·저신용층에서 대출이 늘고 있는 현상도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는데도 오히려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말 은행권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 기타대출이 한달 새 5000억원 늘어나는 동안 제2 금융권의 기타대출은 1조6000억원 증가했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이 늘어났다는 건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소득 계층 가운데 생계 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가계 부채의 질적수준은 급속도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담보대출의 빠른 증가세와 부채 상환 능력을 고려하면 가계부채에서 소득 상위 계층이 많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론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한폭탄 가계부채②]정부· 한은 엇박자 "질적 구조 개선" vs "총량 규제"

    기사등록 일시 [2015-06-15 06:00:00]

 

【서울=뉴시스】조현아 안호균 이인준 기자 = 가계부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시한폭탄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정작 재정과 금융,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은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이후 금리를 내릴 때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 규모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 왔지만, 기재부와 금융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말을 되풀이 하며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가계부채 해법에 대해서도 양쪽의 시각차가 크다. 기재부는 대출 총량 억제보다는 질적 구조 개선에 중심을 두고 있는 반면 한은은 이제 총량 관리 검토가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및 금융당국과, 한은이 손발을 맞춰 나가도 시원찮은 판에 이처럼 엇갈린 인식을 보이는 건 제대로 된 가계부채 대응책 마련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은 "가계부채 경계심 높여야"…'총량 규제' 불지펴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이번달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1.50%까지 끌어내린 이래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과 맞물려 가계부채 규모가 심상치 않게 불어나자, 최근 정책 당국에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금통위원들과 공유한 내용을 직접 공개하며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부채 총량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이 총재가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지만 금통위원들의 인식까지 공개하며 적극적인 대응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가계부채의 총량 관리를 주문한 점에 있어서도 기존의 입장과 결이 다르다.

이 총재는 그 동안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소득 증가율과 함께 바라보면서 '부채 증가율 억제는 소득 증가율 이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가계부채의 절대 수준을 줄이는게 능사는 아니라는 견해였다.

하지만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이 총재가 총량 규제로 강경하게 선회한 것은 이미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소득증가율을 웃돌자 임계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판단, 정부와 금융당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제65주년 행사 기념사에서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소비를 제약하고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며 "정부와 감독당국 등과 긴밀히 협력해 가계부채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재부·금융당국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 낮아"

반면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아직 관리 가능한 단계라는 판단이다. 때문에 가계부채 총량 규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이다. 대출구조 개선 등 미시적 관리를 통해 건전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는 질적구조 개선에 방점이 찍혀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로 제2금융권 대출을 은행권 저금리 대출로 전환토록 한 것과 변동금리 대출을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시켜주는 안심전환대출 상품을 출시한 것 역시 대표적인 질적 구조 개선 정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연체율은 0.78% 정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45% 정도 되는데 미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4~5%나 된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여러가지 여건들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일각에서 총량 관리를 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총량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정부와 입장이 같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가계의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2배 많고 연체율도 0.5%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가계부채가 부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며 "총량 규제는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적 규제 대신 질적 개선을 위한 종합 서민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문제는 관계부처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미시적인 대응이 필요할 경우 신속히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한폭탄 가계부채③]전문가들 "증가 속도 너무 빨라 부실 위험"

    기사등록 일시 [-- ::]    최종수정 일시 [2015-06-15 10:47:12]

 

【서울=뉴시스】조현아 이보람 기자 = 가계부채 위험 수위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했지만 증가 속도에 대해선 한목소리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올해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고 대출금리가 뒤따라 오르면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져 국내 경제의 뇌관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최근 국내외 금융기관 전문가와 한국 투자 담당자 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 한국 금융시스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가계부채(66%)가 꼽혔다. 전문가들은 1년 내 금융시스템의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적어도 1~3년 내에는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현재 가계부채는 구조개선이 쉽지 않은 수준"이라며 "가계 가처분 소득보다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한계에 도달하는 계층부터 점차 부실 위험이 확산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선태 KB금융경영연구소 거시분석실장도 "일단 상반기까지는 정책 당국에서 가계부채를 어느정도 관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GDP(국내총생산)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볼 때 위험 언저리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총량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는 것은 당연하게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증가 속도"라며 "명목 GDP와 가계소득의 증가 속도는 3~4%에 불과한데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7~8%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최근에 늘어난 가계부채 비중에서 저소득층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분명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가계부채의 해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각각 엇갈렸다. 정책 당국이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방식과 총량을 규제하는 방식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임진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가계부채는 뚜렷한 해법이 있을 수는 없지만 일단 소득을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또 다른 것은 보유 자산을 처분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총량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이 과도한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버블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모기지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상한을 31%까지 낮춤으로써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축소시킨 바 있다"며 "DTI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호 금융권의 비주택 담보대출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통해 비은행권의 부실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ach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