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세 나라(그리스, 미국, 중국)의 파도에 한국 경제 출렁출렁

일취월장7 2015. 6. 19. 11:08

 

세 나라(그리스, 미국, 중국)의 파도에 한국 경제 출렁출렁

올해 하반기 세계경제에는 그리스 문제,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경기 침체 등 암초가 많다. 한국은 수출 비중이 커서 ‘외부 충격’에 민감하다. 한국 경제와 무관하지 않은 세계경제 3대 리스크를 짚어보았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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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호] 승인 2015.06.19  08:32:18

올해 하반기 세계경제의 항로에는 암초가 많다. 첫 번째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다. 두 번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다. 세 번째는, 중국의 경기 침체다.

한국은 경제에서 수출의 비중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이다. 그만큼 ‘외부 충격’에 민감하다. 올 하반기 한국 경제를 엄습할 외부 충격들을 하나씩 짚어본다.

그리스의 디폴트 혹은 유로존 이탈?

올해 1월 출범한 그리스의 시리자 정부는 ‘구제금융 조건’을 둘러싸고 채권자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서 채권자란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이다. 트로이카(Troika:삼두마차)라 불린다.

그리스 정부는 2010년 파산 위기를 맞았다. 정부는 주요한 경제주체다. 공공사업에 투자하고, 공무원 임금과 연금 등 각종 복지수당을 지급한다. 정부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40%로 매우 크다. 정부가 파산하면, 나라 경제 전체가 마비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도 파멸적인 영향을 미친다. 트로이카가 그리스 정부에 2400억 유로를 빌려주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입안한 이유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AP Photo</font></div>그리스 아테네에서 국가 채무 탕감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 현수막에는 ‘유로화와 EU 탈퇴’라고 적혀 있었다.  
ⓒAP Photo
그리스 아테네에서 국가 채무 탕감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 현수막에는 ‘유로화와 EU 탈퇴’라고 적혀 있었다.
다만 구제금융에는 ‘조건’이 붙는다. ‘돈을 빌려주는 대신 너희 나라 경제구조를 부채 상환에 적절한 형태로 바꾸라’고 한다. 정부지출(연금·공무원 임금·복지수당 등)은 줄이고 세금은 더 많이 받으라는 의미다(긴축재정). 이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생산비용(대표적으로는 임금)이 줄면 수출이 늘어나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 트로이카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가 파산했다. 그리스 정부는 2010년 이후 혹독한 긴축재정을 시행했다. 소비가 수직 하강하면서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폐업했다. 빈곤선 이하의 가계가 급격히 증가했다. 그리스의 GDP는 불과 5년 만에 25%나 축소됐다. 실업률이 5월 현재 무려 26%다. 당연히 세수가 줄었다. 트로이카가 ‘빚 갚으라’며 제시한 조건이 그리스의 경제적 역량을 오히려 파괴해버렸다. 악랄한 사채업자가 빚을 받아내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채무자 가게의 집기를 송두리째 부숴버린 것이다. 지난 1월 총선에서 ‘긴축정책과의 단호한 결별’을 슬로건으로 내건 중도 좌파 시리자가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다.

채권단인 트로이카는 약속한 구제금융 2400억 유로의 마지막 지원분인 72억 유로를 무기로 시리자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예산을 줄이고 부가가치세를 높여야 72억 유로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돈을 받지 못하면, 그리스 정부는 6월 안으로 디폴트(default:채무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6월에만 IMF(20억 유로), ECB(35억 유로) 등에 모두 67억 유로를 상환하거나 지급해야 한다. 그렇다고 트로이카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정권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트로이카의 긴축재정 노선이 엉터리라는 것은, 트로이카를 빼고는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현재 진행 중인 시리자 정부와 트로이카 간의 협상이 틀어지면 그리스는 디폴트에 처하게 된다. 물론 디폴트가 된다고 유로존에서 축출당하지는 않는다. 다만 저절로 유로존에서 나가게 될(그리스 시민과 기업들이 유로화 대신 다른 통화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AP Photo</font></div>그리스 아테네에서 국가 채무 탕감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 현수막에는 ‘유로화와 EU 탈퇴’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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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테네에서 국가 채무 탕감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 현수막에는 ‘유로화와 EU 탈퇴’라고 적혀 있었다.
먼저 그리스 은행들의 기능이 중단된다. 그동안 그리스 은행들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ECB가 구제금융과 별도로 제공해온 800억 유로 규모의 지원금(ELA:긴급 유동성 지원) 덕분이다. 그리스 은행들은 이 지원금을 기반으로 창출한 ‘유로화 신용(통화)’을 시중에 공급해왔다. 디폴트 상황에서는 ECB의 지원이 끊긴다. 은행들의 신용(통화) 창출 기능이 무력화되면서 그리스 경제 내에서 유로화가 순환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그리스 정부가 시민과 기업들의 경제활동에 필요한 ‘새로운 통화’를 찍어내 유통시킬 수밖에 없다. 이 통화가 점차 국내외의 신뢰를 얻어 그리스의 법정 화폐로 각인되면, 그리스는 자연스럽게 유로존에서 탈퇴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이 경우가 오히려 그리스 경제에 이롭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스는 한국이나 일본·중국처럼 수출을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조절할 수 없다. 유로화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제조업은 유로존 출범 이후 오히려 훨씬 더 황폐해졌다. 그리스가 독자적 통화를 가지게 된다면, 그 통화의 가치는 유로화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형성될 것이다. 더욱이 그리스는 필요에 따라 자국 통화의 가치를 조절해서 유럽 다른 국가들에 대한 수출을 늘릴 수 있다. 해외 투자자와 관광객들에게도 훨씬 매력적인 국가로 부각될 수 있을 터이다.

그렇다면 그리스의 디폴트 혹은 유로존 이탈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극단적으로는, 해외의 다른 금융기관이 그리스 정부에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게 되어 파산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이 은행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나 예금자들 역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유럽을 넘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더욱이 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 등 다른 재정 위기 국가가 그리스를 따를지도 모른다. 해당국 시민들은 은행으로 몰려가 예금을 인출하고, 이런 나라 정부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이 상환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잇따르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로 진입할 우려가 있다.

다만 낙관론자들은 2010년과 달리 그리스 정부의 빚이 다른 나라 정부나 IMF·ECB 등 국제기구에 집중되어 민간 금융시장의 패닉은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2010년에는  해외의 민간 은행들이 3000억 달러 상당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460억 달러에 불과하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미국 컬럼비아 대학) 같은 비관론자들은 “그리스 디폴트의 위험성이 심각하게 저평가되고 있다”라고 단언한다(<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6월5일). “미국인들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장과 각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금융기관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충분히 알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스티글리츠는 트로이카의 ‘그리스 시나리오’가 “엄청나게 그릇되었으며, 그리스 유권자들이 이런 엉터리 긴축 프로그램의 변화를 요구하고 이에 따라 선출된 시리자 정부가 트로이카의 요구를 거절한 것은 옳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지난해 11월 양적 완화의 종료를 선언한 이후 줄곧 금리 인상 시점을 가늠해왔다. 단기금리가 사실상 0%인 가운데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 자칫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물가가 오를 수 있다(하이퍼 인플레이션). 연준이 민간 금융기관에 공급한 ‘유동성’ 규모는 양적 완화 이전의 4배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이머징마켓(신흥발전국)에 엄청난 충격을 가하게 된다. 그동안 미국 금융기관들은 연준에서 받은 달러 유동성을 미국 내에서 운용하기보다 수익성 높은 신흥발전국들에 투자해왔다. 이런 신흥발전국의 경우 금리는 내리고(자금 공급의 증가로), 자산·주식 가격은 올랐다. 이에 따라 소비도 늘어났다. 이런 자금들이 연준의 금리 인상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면, 금리 인상과 자산가치 폭락으로 신흥발전국 경제가 초토화될 수 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AP Photo</font></div>미국 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은 금리 인상 시점을 가늠하고 있다.  
ⓒAP Photo
미국 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은 금리 인상 시점을 가늠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연준은 언제쯤 금리 인상에 돌입할 것인가? 올해 초까지만 해도 6월쯤으로 예측되었다. 연준은 실업률이 6.5% 이하로 내려가고 물가인상률이 2% 이상으로 오를 때 금리 인상을 개시한다고 공언해왔다. 실업률은 ‘고용의 질’이 좋지 않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난해 중반 이후 6.5% 이하로 내려갔다. 물가인상률은 지난 3년 동안 1% 내외였지만, 경기회복이 계속되면 6월쯤에는 2%에 근접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이 지난달 말 나온 ‘1분기 미국 경제실적’ 발표로 뒤집히고 만다. 1분기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0.7%(연율)였다. 경제 규모가 0.7% 축소된 것이다.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도 기존의 3%에서 각각 2.3%, 2.7%로 내렸다. 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은 이를 일시적 요인(혹한과 노동 분규) 때문이라며 “미국 경제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5월31일)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부진은 달러화 가치의 상승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3월 말까지 달러화 가치는 다른 통화들에 비해 13% 정도 올랐다. 이로 인해 지난 3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2008년 이후 최대 수준인 510억 달러에 달했다.” 달러화 가치가 오른 이유는 연준의 금리 인상을 예측한 투자기관들이 이머징마켓 등에 투입한 돈을 미국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달러화 가치의 상승으로 미국 수출품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결국 6월에는 금리를 올릴 수 없었다.

연준은 지금도 미국의 경제지표들을 유심히 살피면서 인상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다만 6월 들어 발표된 통계지표에서는 낙관과 비관이 엇갈린다. 연준이 중시하는 고용지표는 크게 개선되었다. 지난 5월의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는 시장 예측치(22만5000명)를 훌쩍 뛰어넘은, 28만명을 기록했다. 이대로 가면 ‘9월 인상론’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99.5에 그쳤다(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 100 이하면 경기 악화를 예측). OECD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도 3.1%에서 2.0%로 크게 내렸다. 옐런 의장의 주장처럼 미국 경제가 1분기의 부진을 딛고 도약한다면, 오는 9월 즈음해서 미국의 정책금리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사실상 0%’를 벗어날 것이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실망스럽다면, 9월 이후나 심지어 내년 초까지 금리 인상이 시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의 경기 침체 본격화

중국은 지난 30여 년 동안 연평균 10%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왔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명실공히 세계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이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내려앉고 있다. 2010년에 10.4%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7.4%까지 떨어졌다. 올해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7%다(IMF는 6.8% 예측).

< 이코노미스트>(3월11일)에 따르면, 경제성장의 3대 요소인 노동·자본·생산성 부문에서 중국은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 “생산가능인구가 2012년을 절정으로 줄어들고 있다. 투자율도 GDP의 49%까지 이른 뒤에 하락하고 있다. 중국과 선진국 간의 기술적 차이도 과거보다 현격히 좁아졌다. 그만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이야기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Reuters</font></div>2013년 중국 항저우의 톈더우청 주택단지. 프랑스 파리를 베낀 이 도시는 입주자가 거의 없다. 중국 전역에는 6000만 채 이상 아파트가 비어 있다.  
ⓒReuters
2013년 중국 항저우의 톈더우청 주택단지. 프랑스 파리를 베낀 이 도시는 입주자가 거의 없다. 중국 전역에는 6000만 채 이상 아파트가 비어 있다.
더욱이 과도한 부채가 중국 경제의 목을 죄고 있다. 2014년 말 현재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규모는 250%에 이른다. 2008년에는 150%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의 불황기를 ‘부채 주도 성장’으로 버텨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부채들은 생산적 영역에 투자되기보다 부동산 부문으로 빨려 들어가 거품을 형성했다. <이코노미스트>(1월21일)에 따르면, 중국의 부동산 버블은 터지기 직전이다. 지난해에는 주택 가격이 4.5%나 떨어졌다. 그러나 인민들은 집을 사지 않는다. 중국 전역에서 6000만 채 이상의 아파트가 비어 있다. 부동산 부문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30%(관련 산업 포함)에 이른다. 집값이 떨어졌다간 중국 경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부실채권은 올해 초 1400억 위안에서 지난 3월 말에는 9830억 위안으로 7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밖에도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구조조정과 내수 확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궤도로 다시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구조조정이란, 중국 경제가 적어도 수년에 걸친 불황기로 접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그동안 공산품 중간재와 원자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완제품으로 가공한 뒤 선진국 시장에 싸게 공급해왔다. 이 같은 중국의 역할이 부진해지는 경우, 가장 큰 피해국 중 하나는 한국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