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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연산군…대통령 하기 싫다"

일취월장7 2015. 5. 1. 11:40

"박근혜는 연산군…대통령 하기 싫다"

[단박 인터뷰]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①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기간 동안 이상하게도 '풍문'과 '음모론'이 난무한다. 사상 첫 여성 대통령(그것도 미혼인)에 대한 저급한 관심 수준이 아니다. 기존의 정치적(더 좁히자면 정치공학적) 분석 만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대통령의 '행태'가 원인이다. 


세월호 참사, 청와대 문건 파동,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 정치적으로 큰 일이 터질 때마다 박 대통령은 늘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 '회피'했다. 몰리고 몰려서야 한 마디 툭, 그것도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게 다였다. 그리고 책임을 물어야할 참모들을 내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꼭꼭 감싸안았다. "이해가 안되니, 각종 음모론이 난무"할 수 밖에 없었다.


<트라우마 한국사회>, <싸우는 심리학> 등의 저자인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을 찾은 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행태에 대한 '이해'를 좀더 깊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인터뷰 첫 질문에서부터 기자는 '멘탈 붕괴'에 빠졌다. 하지만 그의 충격적인 심리 분석은 들으면 들을수록 설득력이 있었다. 김 소장과 지난 24일 2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 '심리연구소 함께' 김태형 소장.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대통령 하기 싫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 들어, 정치학적이 아닌 심리학적·정신분석학적으로 대통령을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 일이 늘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2015년 집권 3년 차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는데, 통치자 박근혜의 심리와 정치 행위를 설명한다면? 

김태형 :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보면, '대통령 하기 싫은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경우'다. '박근혜'라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고 싶거나 대통령 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표를 얻을 힘이 있기 때문에 극우 보수 세력이 일종의 '정치 상품'으로 키웠고 그렇게 대통령까지 됐다고 보여진다. 어쨌든 '박근혜' 개인은 하기 싫은 배역을 맡아서 억지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프닝에 그쳤지만, 대통령 후보 출마 선언 당시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은 하기 싫었던 거다. 프로이트가 봤다면 "쟤, 대통령 하기 싫어해!"라고 했을 것이다. (웃음) 그런 말이 그냥 실수로 쉽게 나올 수 없다. 프로이트는 "실수에도 다 뜻이 있다(Freudian slip)"고 했다. 대선에 출마하기도, 대통령 하기도 싫었던 것이다.  

프레시안 : '박근혜에게 대통령에 대한 의지가 없다'라는 분석이 흥미롭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박 대통령은 독선적이고 권력욕이 강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특히 18년 가까이 은둔 생활을 하다 정치권으로 돌아온 데는 어떤 욕망이 있기 때문 아닐까? 

김태형 : 심리학자가 보기에, 박 대통령은 권력욕이 없으며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 물론, 권력에 대한 욕망이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자신의 기준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우 보수 세력의 설득이 없었다면, 박 대통령은 정치권에 다시 발을 디딜 사람이 아니었다.  

정치하는 사람은 사람을 만나고 세를 확장하려고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정치권에 들어와 지금까지 '내 역할 다 했지? 그럼, 집에 가 쉴래'라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데, 어떻게 정치에 대한 욕망이 있다고 볼 수 있겠는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싫은 사람이다. 

또 박 대통령은 주도성이 없다. 자신이 나서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거나, 어떤 일이 닥쳤을 때 이를 감당할 뚝심이 없다. 맡은 일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어려움이 닥치면 회피하고, '이 말 했다 저 말 했다' 하며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박근혜는 연산군이다? 

프레시안 : 역대 왕이나 대통령 중 박 대통령과 유사한 심리를 가진 사람은?

김태형 :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역사의아침 펴냄)에서 성종의 장남이자 폐비 윤 씨의 아들인 연산군(조선의 10대 왕)의 심리를 분석했는데, 박 대통령의 심리 상태는 연산군과 비슷하다.

연산군은 예닐곱 살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었다(1482년 성종 13년 폐비 윤씨 사사(賜死)사건). 이후 그는 생존 위협에 시달리며, 세상에 대한 불신감·정서 불안·애정 결핍·자신감 결여·방어적 태도·의존심·심한 분노 감정 등을 갖게 됐다. 당시 수구 보수 세력인 훈구파는 그런 연산군을 기어이 왕으로 옹립해 이용했다. 연산군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한편,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에게 지독히 의존했다.

박 대통령은 22살에 어머니를 잃고, 5년 뒤 아버지마저 잃었다. 무서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경우다. 기본적으로 겁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권좌에 앉았어도 정권에 비판적인 세력을 두려워한다. 연산군이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를 일으킨 이유이기도 하다. 왕에게 불만을 품은 무리들이 늘 자신을 죽일 것으로 생각했다. 선제공격한 것이다. 잔인한 성품이라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약하고 겁이 많아서다.

또 연산군이 할머니인 인수대비와 친인척에게 의존하다 자신의 인생을 망쳤는데, 박 대통령 역시 측근 중에서도 최측근에게만 의존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지난해 '비선 실세' 의혹에 휘말린 정윤회 씨를 비롯해 청와대 김기춘 전 비서실장,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행정관 등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심리적으로 아예 믿지도 않고, 또 믿을 수도 없다.  

프레시안 :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포함한 일명 '십상시'가 국정을 농락하고 있다는 풍문이 어느 정도 일리 있다는 말인가. 

김태형 : 박 대통령은 심리적으로 의존 상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그마저도 극소수다. 그리고 이들 소수는 '박근혜'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다. 박 대통령 본인도, 심리적으로 굉장히 의존하고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말을 더듬거리는 모습이 TV에 자주 노출된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정도면 심각하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뿐 아니라, 사안을 대하는 태도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신호다. 정서적으로 이미 패닉 상태(공황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현 정권의 주인, 실질적 권력자가 정말 누구인지 의문이 든다.

김태형 : 박근혜 정권은 수구 보수 세력의 공동 정권일 수 있다. 물론, '실세가 누구냐?'에 따라 정권의 주인이 달라질 테지만…. (웃음)  

참, 비극이다. '박근혜'는 지도자로 유래가 없는, 정말 특수한 유형이다. 아마 극우 보수 세력은 '박근혜'라는 정치 상품이 없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재집권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2007년 대선은 돈을 향한 사람들의 욕망이 하늘을 찌를 때였다. 여기에 노무현 정권의 실정(失政)이 겹치면서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역대 최악의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나. 이때 극우 보수 세력은 정권 재창출용으로 '박근혜'라는 카드를 요긴하게 썼고, 또 성공했다.  

선거에서는 '심리적 결합'이라는 게 중요하다. 60세 이상 노년층은 '영애(令愛) 박근혜'에게 측은지심이 있다. 감정적 유대가 한 번 형성되면, 끊기 어렵다. 반면 젊은층은 이런 유대가 전혀 없다. 박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이 시대착오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벌여도 표를 주지 않는다. 극우 보수 세력은 '박근혜'가 집권을 위한 마지막 카드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후를 위해 내각제 개편 등을 고려하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7시간 동안 멘붕에 빠지다?

프레시안 : 현재 박 대통령의 심리 상태는 말이 아닐 것 같다. 하고 싶지도 않은데, 책임질 일이 많은 위치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 파동 등 자아 분열을 겪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심리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김태형 :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7시간 동안 사라진 것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다른 일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일단 상황을 피하고 본 것이다. 사건 자체가 워낙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일 처리를 측근에게 맡긴 후 7시간 동안 제정신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멘탈 붕괴). 그러니, 그날의 행적을 밝힐 수가 없었던 것이다.

프레시안 : 대중 앞에 도저히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말인가.

김태형 : '대통령 실종 7시간'은 정신적 붕괴를 진정시킨 시간이었을 것이다. 추측이지만…. 박 대통령 임기 중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 재난 상황이 또 발생한다면, 아마 비슷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9일 세월호 대국민 담화 때 눈물을 흘렸다.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반등시킨 효과가 있었다.  

김태형 : 당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렸어야 했다. '박근혜'의 위치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물리적·정서적 접근이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국정 운영을 주도적으로 하는 대통령도 아니고, 직(職)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시련을 이겨낼 힘도 없다. 그래서 1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세월호 참사를 은폐하려고만 하는 것 아닌가. 해결 능력이 없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정말 통치 능력이 있었다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논란을 1년 전에 어떻게든 끝냈어야 했다. 주변 측근에게 책임을 물어서라도 사건을 정리했어야 했다. 1년이 넘도록 진전도 없이 세월호 논란을 끌고 가는 것 자체가 미련한 짓이다. 쉽게 사그라질 성질이 아닌데, 세월호 참사를 유야무야(有耶無耶) 1년 이상을 끌고 왔다는 것은 통치자로서 굉장히 미련한 짓이다. 사건 수습을 주도적으로 할 의사가 없다고 봐야 한다.

'친박' 올드보이의 한계 

프레시안 : 집권 여당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종북 공세를 한 것 자체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계를 회복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 아닐까?  

김태형 : 박근혜 측근의 정치력이 박근혜의 정치력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을 위시한 극우 보수 세력도 그렇게 정치력이 있는 집단은 아닌 것 같다. 사실 극우 보수 세력은 무능하고 부패해 한국을 통치할 능력이 없다고 본다. '박근혜'라는 카드가 아니었다면, 이미 교체됐어야 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박정희 유신 정권 시대,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전두환 군사 정권 시대 인물이다. 모두 옛날 방식이다. 현안에 대한 사고도 보수 언론인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보다 느리다. 이슈를 주도하기보다는 따라가는 스타일 아닌가. 이들이 기껏 할 수 있는 정국 주도법은 종북 공세 아니면,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처럼 의외의 일을 터트려 충격을 주는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인물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프레시안 :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끊임없이 음모 혹은 공작설이 나온다. 이유가 뭘까?

김태형 : 정권을 잡은 극우 보수 세력 자체가 국가 철학이 없다.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집단이 자신의 철학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그저 순간의 위기를 넘기는 식으로만 처신하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가 '경제 민주화'를 들고 나오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나도 할래요'라고 했다. 줏대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보수니까 안 한다'라며 선을 분명히 그었어야 했다. 그런데 현 집권 세력은 그런 철학이나 정체성이 없다. 그래서 '순간의 위기를 어떻게 넘길까?'에만 골몰한다.

통치 철학의 부재가 결국 음모와 공작설 등 온갖 이야기의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정희·전두환보다 능력이 부족하다. 이들은 나쁜 사람이었지만, 자기 철학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있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철학이 없다 보니, 일 역시 투명하게 집행되는 게 없다. 측근이나 내부에서도 쑥덕쑥덕해서 순간의 위기를 넘길 카드 하나를 꺼내는 식이다. 이 카드가 실패하면, 또 쑥덕쑥덕하고. 그러니 예측이 안 되고, 예측이 안 되니, 사람들은 추측하고 상상하게 된다.  

 

 

ⓒ프레시안(손문상)


"MB는 교활한 양아치…문재인은 또 진다"

[단박 인터뷰]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②
 
박근혜 대통령을 놓고서 "연산군과 비슷한 심리" 상태라며 사실은 "대통령을 하기 싫다"는 충격적인 심리 분석을 내놓았던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트라우마 한국 사회>, <싸우는 심리학> 등의 저자인 김태형 소장이 다른 정치인을 놓고서 한 정치 심리 분석도 충격적이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관련 기사 : ① "박근혜는 연산군…대통령 하기 싫다")

김태형 소장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놓고서 "겁이 많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달리 정치적 사명감과 철학은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더라도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과연 2017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를 놓고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대통령이 되고 싶은 진짜 욕망에 충실했던 인사는? 김태형 소장은 그 욕망의 주인공으로 이승만, 전두환, 이명박 세 명을 꼽았다. 이 세 사람에 대한 박한 평가,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최고의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 정권 분석에 이은 인터뷰 내용을 추가로 공개한다. 김 소장과 지난 24일 2시간 넘게 진행된 이 인터뷰는 총 3회에 걸쳐 게재될 예정이다. 

문재인, 또 진다고?  

프레시안 : 야권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선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다. 그런데 문 대표 역시 권력욕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자기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일까? 혹시 문 대표가 대통령이 된 후,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전철(前轍)을 밟게 되는 것 아닐까? 

김태형 : 문 대표는 박 대통령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시대적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드러났듯 전투력이 없다. 게다가 겁도 많은 편이다. 그런 문 대표가 2017년에 대선 후보로 다시 출마한다면? 또 질 것이다. 상대가 누가 나오든 필패할 확률이 높다.

대권에 두 번 이상 도전해 성공한 사람이 누구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1971년, 1987년, 1992년, 1997년)과 노무현 전 대통령(1997년, 2002년)이다. 두 사람은 겁이 없다. 공격이 들어오면 맞받아치던 사람들이다. 문 대표처럼 회피하고 변명하는 사람이 아니다. '문재인 스타일'은 극우 보수 세력의 온갖 공격을 이겨내고 최종 승자가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요즘처럼 복잡한 국면일수록 전투력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선비 스타일의 얌전한 지도자는 태평성대에나 어울린다. 대중 또한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프레시안 : 그렇게 보면, 현재 여야 정치인 중 가장 전투력 있는 사람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웃음)

▲ '심리연구소 함께' 김형태 소장. ⓒ프레시안(최형락)

김태형
: 그렇긴 한데, 김 대표는 역시 시대착오적인 인물이다. 똑같은 전투력을 가진 사람이 야당에 있다면, 김 대표를 제치기는 쉽다. 대중들에게 새 시대에 맞는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프레시안 : 여야의 차이는 굉장히 명확하다. 여당은 이익 공동체고 야당은 가치 공동체다. 이익 공동체를 상대로, 가치 공동체는 절대 이길 수 없다. 권력을 손에 쥔 여당은 서로가 무엇을 나눠 먹을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집권해도 보수적 가치를 가진 관료·법조·재벌과 나눌 수 있는 파이(pie)가 없다. 그래서 야당의 목표는 각자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고, 여당의 목표는 정권을 차지하는 것이다.

김태형 : 극우 보수 세력이 내각제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만약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변형된 보수로 2017년 세 번째 집권 기회를 노릴 것이다. 이 경우, 유권자들은 2012년 성공 전략인 '보수(박근혜)의 거짓말'에 또 흔들릴 수 있다. 인간 심리상, 사람은 믿으려는 심리가 믿지 않으려는 심리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지배층이 반민중적인 집단일 때 거짓말은 강력한 통치 수단이 된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지배층이 민란이나 항쟁을 일으킨 사람에게 '잘해 줄게'라고 타협한 뒤, 그들이 방심하면 천연덕스럽게 칼을 휘둘렀다. 또 지배층 사람들은 인격적으로 도덕성이 없는 위선적일 가능성이 크다. 잃을 것도 많아서 늘 방어적이다. 일단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한 뒤,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발뺌하는 식이다. 이는 개인적인 문제보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  

민중이나 국민에 기초한 정부라면, 장기적으로 볼 때 거짓말한다고 이득 볼 게 없다. 실수한 게 있으면, 공개하는 게 낫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반대 세력(민중적 세력)이 집권한 경우가 거의 없어, 지금까지 거짓말은 중요한 통치술로 발전돼 왔다. 어떻게 보면, 거짓말을 잘 써먹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의 '새경제', 과연?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을 위시한 극우 보수 세력이 지난 대선에서 거짓말로 이겼지만, 또 거짓말을 해도 유권자는 믿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치인 선택의 기준이 되는 심리는 무엇인가.

김태형 : 일단은 유권자가 가진 동기, 욕망에 정확한 호소를 누가 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극우 보수 세력은 나쁜 욕망에 호소한다. 따라서 민주 진보 세력이 나쁜 욕망에 같이 호소하면, 무조건 지게 되어 있다. 뉴타운 공약이 화두가 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48개 지역구 중 40대 7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통합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에 압승했다(나머지 1개 지역구는 창조한국당이 차지했다).

민주 진보 세력은 훨씬 더 좋은 욕망, 건전한 욕망을 건드려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도덕성과 정의에 호소해야 한다. 그런데 야권 역시 물질주의를 의식해 자꾸 물질주의적 욕망에 호소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우리가 돈 더 줄게' '우리가 집권하면 더 잘 살게 해줄게'라고 말했다. 이럴 때 유권자는 '누가 나에게 돈을 더 줄 것인가'를 계산해 판단한다.  

하지만, 사회 구조상 극우 보수 세력이 유권자의 욕망을 실현해 주기가 더 쉽다. 즉, 돈을 줄 수 있는 여건이 보다 용이하다는 말이다. 극우 보수 세력의 공약이 형편없어도 유권자가 판단하기에 '쟤네가 더 현실성 있다'라고 생각하면, 보수를 찍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야당이 정권을 잡아서 경제 민주화를 하는 것보다 무게의 초점이 여당에 더 실리게 되어 있다.  

프레시안
: 그럼, 문 대표가 지난달 9일 국회 대표 연설에서 제시한 '새경제'는 물질주의적 욕망에 기댄 필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건가.  

김태형 : 그렇다. '새경제' 역시 물질주의다. '그동안 우리가 잘못된 노선을 걸어왔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이게 아니며, 진짜 행복해지려면 이런 사회가 필요하다'는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지금까지 물질주의가 끊임없이 심화됐다. 돈에 대한 욕망, 즉 돈 중심의 세계관이 팽배해졌다. 이 패러다임의 전환이 중요하다. 우리가 정말 욕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 사람들이 오직 돈만을 욕망하는 것 같지만, 정말일까? 사실은 돈이 아닌 행복을 욕망하지만, 그 행복을 돈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돈을 욕망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돈이 없어 무시당한 경험을 공포처럼 여기고 있다. 돈이 있으면 무시당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돈을 욕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이 없어도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면 된다. 물질주의로부터 인간주의 내지는 행복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면 된다. 해방 이후부터 매몰된 물질주의적 세계관과 성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권을 꿈꾸는 자여, 김대중·노무현처럼… 

프레시안 : 그럼, 야당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짜야 하나.  

김태형 : 히틀러에게 그래도 배울 게 있다면, 그는 자신의 집권 중 작은 정책을 얘기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국가사회주의, 독일의 공동체 회복, 부르주아 만행 등 큰 패러다임만 말했다. 정책 하나하나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대선에서는 사람들에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희망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대통령이 정책 개발자는 아니지 않나. 그런데 야당은 정책만 앞세웠다. 2012년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대선 공약 중 복지 부분을 살펴보면, 문 후보는 △국공립 중심의 인프라 확충 △보편적 아동 수당을, 박 후보는 △민간 중심의 인프라 확충 △서비스 대체 현금 지원 유지를 약속했다. 두 후보의 공약이 비슷하지 않나? 유권자가 어떤 정책이 더 좋은지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 2012년 18대 대선 후보 토론회 화면 갈무리. ⓒSBS


특히 대선은 시대를 대변하는 두 진영의 대표 주자가 이데올로기나 희망을 갖고 대결을 펼치는 장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같은 패러다임을 잘 제시했다. 그의 일관된 메시지는 '정의 실현'이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앞으로는 정의가 승리하고 불의가 패가망신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스타일의 지도자가 대통령 후보로 나와야 한다.  

다만, 노 전 대통령도 대통령직에 상당한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욕망이 있어 대통령이 됐다기보다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시대적 사명감이었을 것이다. 2003년 대검찰청이 정치권 전반을 겨냥한 대선자금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이 한나라당 10분의 1 이상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라고 했다. 사법부와 야당의 파상공세에 결연하게 맞선 것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직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심리가 엿보였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한국형 지도자로, 손꼽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김태형 :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IMF 직후에 대통령을 맡아 경제 문제와 관련해 통제권을 가질 수 없었던 비운의 대통령이었지만, 원칙과 노련미뿐 아니라 끈기와 철학이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이야말로, 가장 대통령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임기 내 6.15 남북 공동 선언을 이뤄낸 것만 해도 통치 철학이 얼마나 뚜렷했는지 알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의 6.15 선언 덕에 노 전 대통령도 10.4 공동 선언을 할 수 있었다. 두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북한 사람들은 머리에 뿔이 났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웃음)

프레시안 : 다른 지도자의 캐릭터도 궁금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나.

김태형 : 양아치다. 그것도 아주 교활하고 색깔이 분명한…. 그런데 철학이 있다. 다름 아닌, 돈! 돈을 벌기 위해 대통령이 됐고, 돈을 벌었기 때문에 퇴임 후에도 만족하며 살고 있다. 아주 일관성이 있다.

2008년 촛불 집회 당시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노래 '아침이슬'을 불렀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는 박 대통령보다 조금 유연하다고 할까? 교활하다고 할까? 아무튼 처세술이 뛰어난 사람이다. MB가 늘 "나도 해봐서 아는데!"를 외치지 않았나. 수준 높은 처세가 아닌, 저급한 처세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김태형 :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야심가이면서 기회주의자였다. 콤플렉스가 많아 내면이 복잡한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정체가 불투명한 사람이었는데, 당시 미국과 북한 모두 그가 좌파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다. 한 마디로, 현대사가 만든 괴물 또는 기형이라고 볼 수 있다.  

박정희-박근혜 부녀(父女) 모두 인간을 깊이 있게 신뢰할 수 없는 캐릭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상대방을 배신했던 경험이 많았던 만큼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못했다. 특히 여자에 대한 불신이 상당해 여성 편력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배신당해서 죽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런' 지도자를 기대한다
 

프레시안 : 시대를 대변할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점은?  

김태형 : 민주 정부 10년, 보수 정부 10년을 거친 한국 사회는 현재 과도기다. 21세기형 새로운 리더가 나와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철학을 가진 사람이 나와야 한다. 물질주의를 인간 중심주의로, 대중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극우 보수 세력의 마지막 발악을 제압할 수 있는 전투력이 필요하다.  

재벌이 강고(强固)하다고 하지만, 극우 보수 세력처럼 통치에 목매며 종북을 무기로 삼는 이들이 아니다. 재벌은 실용주의가 우선이라, 돈이 된다면 통일도 마다치 않을 사람들이다. 남북 간이 협력해 살 수 있다면 기득권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큰 쪽은 오히려 재벌, 즉 한국의 자본가들이다. 민주 진보 세력의 힘이 세지면, 이들의 동맹은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새 지도자에 의해 인간 중심주의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 자본가 중 상당수는 이탈할 것이다. 극우 보수 세력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탁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은 극우 보수 세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대안 세력을 찾을 것이다.  

그나마 한국 재벌은 미국의 경우와 반대다. 재벌이 극우 보수 세력을 만들고 조정하는 게 아니라, 정치권이 권력을 앞세워 재벌에게 횡포를 부려가며 돈을 뜯었다. 그래서 한국 자본가들은 극우 보수 세력을 싫어한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싫어한 것은 유명하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돈을 하도 많이 뜯겨 노골적으로 싫어했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은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했을 정도로, 정치에 부정적이다.

또한 미국이 쇠퇴하면서 한국에서의 영향력도 퇴조하고 있다. 민주 정부의 성과인 개성공단을 둘러싼 재벌과 극우 보수 세력 간 알력(軋轢)도 지켜볼 일이다. 재벌 상당수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극우 보수 세력이 시대에 뒤처진 집단으로 인식되는 순간, 인간 중심주의를 바탕으로 한 극적 변화의 가능성도 내다볼 수 있다. 

'단박 인터뷰'는 2015년 <프레시안>이 새롭게 연재하는 조합원과 독자 참여형 인터뷰입니다. 조합원 최소희 씨(페터회0님)와 프레시안 페이스북 독자 김진욱 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