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홍준표 만난 문재인 "잘못된 길 가는 것"

일취월장7 2015. 3. 23. 11:37

홍준표 만난 문재인 "잘못된 길 가는 것"

[현장] 문재인·홍준표의 불꽃 튀는 설전

최하얀 기자(=창원) 2015.03.18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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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8일 경남도청을 방문,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만났다. 무상급식 중단 사태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였으나 "이미 도의회 예산 결정이 끝난 사안"이라는 홍 지사의 동어반복 끝에 30분만에 회동은 성과없이 끝이 났다. 

문 대표는 아쉬운 표정으로 도청을 나서면서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고 홍 지사는 "마찬가지"라고 맞받아쳤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께 경남도청을 찾아 홍 지사와 함께 도지사 집무실로 웃으며 들어갔다. 두 사람은 '봄비' 얘기를 나누며 잠시 웃음 꽃을 피우다 거제, 진주 등에 구성된 국가산업단지와 조선·선박 산업 불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홍 지사는 "50년을 버틸 신성장동력을 확보했다"고 자랑했고 문 대표는 "선박 산업이 어려워 중소기업도 어렵다던데"라고 안부를 물었다.  


홍준표 "도의회가 작년에 다 결정한 사안" 반복 

무상급식에 대한 이야기는 문 대표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그는 "아직 해법이 남아있는 것인지 알아보려고 왔다"면서 "문제의 발단이 교육청 감사 문제란 건 서로 다 아는 바다. 그런데 지금은 교육청과 도청 간 머리를 맞대는 일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이에 "무상급식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교육 격차가 계층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면서 "밥보다 공부가 우선 아니냐. 서민 자녀들로부터도 '밥 안 먹어도 좋으니 우리가 학원 다닐 수 있게 해달라'는 등의 편지도 많이 왔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의 이유로 '도의회의 예산 결정'을 반복해서 내세우기도 했다. 자신은 의회의 결정을 따르는 집행부의 수장이므로, 예산이 결정된 현재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을 거듭해서 강조했다. 

그는 "작년 12월 이미 경상남도와 시군에서 (무상급식에) 지급하는 642억 원을 서민교육지원예산으로 돌리는 것이 도의회에서 확정됐다"면서 "저는 그래서 다 정리가 된 줄 알았다. 이것이 갑자기 무상급식 중단으로 둔갑돼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 오히려 그게 의아하다"고도 말했다. 

홍 지사의 이 같은 주장에 문 대표는 "서민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급식하는 걸 우리가 무상급식이라고 한다. 그게 '의무교육'에 따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지사가 "그런데"라고 말을 끊자 문 대표는 홍 지사의 목소리보다 더 큰 목소리로 "그런데"라고 힘 주어 말하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문 대표는 "다른 데에선 (무상급식을) 다 하고 경남도에서만 중단된 것은 맞지 않느냐"면서 "아이들은 어디에 살든 급식에서 크게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어른들 정치 때문에 경남도 아이들만 급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가 다시 "이미 작년 12월 5일 예산이 확정된 것이다. 그게 바뀌지 않는 한 무슨 방법이 있느냐"며 도의회 탓을 하자 문 대표는 "천하의 홍준표 지사님이 의회 뒤에 숨으시겠나"라는 뼈 있는 농담도 던졌다. 

문 대표는 "도의회 뒤에 자꾸 서지 마시라. 도의회가 다 지사님이 드라이브 걸어서 그러는 걸 천하가 다 알고 그 과정도 보도가 되고 있다"면서 "이제 와서 도의회가 예산을 결정해서 안 된다 이런 말씀 하시는데 누가 그걸 (믿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이 발언도 매듭지을 수 없었다. 홍 지사는 문 대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중앙에서 대안을 가지고 오십시오"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또 "교육감이 이런 저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사님을 한 번 만나자고 요청을 해도 통 만나주질 않는다고 하더라"라며 "이런저런 말씀을 언론에 대고만 할 것이 아니라 좀 둘이 만나서 논의를 해보세요. 도민들이 걱정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이에 대해 "만나서 얘기할 거면 작년 예산 전에 했어야죠. 지금은 확정돼 있고 집행부에서 그거(의회에서 결정된 예산)와 다르게 합의한다는 게 맞지 않죠"라고 답했다. 

문재인 "천하의 홍준표가 도의회 뒤에 숨나" 

홍 지사는 이어 "헌법재판소에서 의무교육에 급식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면서 "의무급식이란 말은 선동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표가 "의무교육의 범위는 나라 형편에 따라 점점 넓어져오는 것"이라고 반박하자, 홍 지사는 재차 그의 말을 끊고 "오실 때 대안을 가지고 오셨어야죠"라고 거듭 말했다. 

홍 지사는 이어 "저도 340만 경남도민에게 무상급식하고 싶고 5000만 국민한테 무상급식하고 싶다. 이건 좌파 우파 문제도 아니고 정책 우선순위 문제다"라고 하자 문 대표는 허탈한 표정을 잠시 내비치기도 했다. 

대화는 무상급식과 사회체제 논쟁으로 이어졌다.  

홍 지사가 "무차별 급식에 매몰돼 교육기자재 예산 등이 42%가량 줄었다. 공부하러 학교 가는 거지 밥 먹으러 가는 게 아니지 않는가"라고 한 데 문 대표가 스웨덴은 지금 한국보다 더 가난했던 때 무상급식을 시작했다며 "우리 재정 형편이 애들 밥 못 먹일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다. 

홍 지사는 그러자 "지금 북유럽 얘길 하셨다"면서 "거기 사회보장 체제는 사회주의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에트 공화국이 당시 공산주의를 가지고 동유럽을 다 점령하고 북유럽까지 넘어가려 할 때 그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사회보장체제를 사회주의식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한 후 "북유럽은 자기가 번 소득의 절반을 국가에 내놓고 국가가 애도 키워주고 밥도 주고 그런다"고 했다.  

이어 홍 지사는 북유럽은 "우리보다 소득이 3배 높고 빈부 격차가 없다. 그런 나라엔 보편적 복지란 제도가 일반화 되어 있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보편적 복지가 일반화된 북유럽의 경제 형편이 좋은 편이란 건 인정한 셈이다.  

문재인 "벽에 대고 이야기…잘못된 길 가시는 것" 

이처럼 약 30분간의 숨가쁜 대화를 나눈 후 문 대표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홍 지사에게 악수를 건넸다. 그는 인사를 나누면서도 "다른 건 다 그렇고 교육감 좀 만나세요. 한번 얘기를 나눠보세요"라고 했다. 그러나  홍 도지사는 여기서도 "해법을 한 번 제시해 주세요"라고 응수했다.  

회동을 마친 후 문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벽에도 대고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 소득이 전혀 없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그러네요"라면서 "뭔가 길이 있다면 우리끼리라도 더 이야기 해보고 싶었는데 전혀 길이 없으시다니"라고 했다.  

문 대표는 홍 지사와 헤어지기 직전 그에게 "지금 들어가서는 안 되는 길을, 잘못된 길을 가시는 것"이라고 했고 홍 지사는 "나중에 가서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라진 643억…홍준표의 치밀한 '급식 작전'

[인터뷰] 단식 나선 여영국 경남도의원 "급식 갖고 정치 말라"

최하얀 기자(=창원) 2015.03.19 07: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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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일부터는 불가피하게 학부모님으로부터 일일1식 단가 2400원에 100원 운영비를 합한 2500원을 징수하기로 학교 운영위에서 결정되었습니다.' 열흘 후면 무상급식이 전면 중단되는 경상남도 한 가정에 배달된 가정통신문이다. 홍준표 도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이 경남도는 물론 사회 전체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홍준표 지사의 독선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만은 아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경남도와 경남도의회의 합작품에 가깝다. 현재 경남도의회에는 55명 도의원이 있는데 그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만 51명. 나머지 4명은 무소속 1명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2명, 그리고 유일한 진보정당 의원인 노동당 여영국 의원이다. 쉽게 말해 게임이 안 되는 구조다.

이런 구조 속에서 경남도와 도의회는 지난 10월부터 약 5개월에 걸쳐 급식 중단을 위한 스텝을 하나하나 착착 밟아왔다. 경남도의 '급식 예산 50% 분담' 발표→이를 반영해 도 교육청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감사 거부를 빌미로 뒤늦게 경남도 예산 지원 거부 결정→도 의회가 교육청 급식 예산 중 경남도 부분을 통으로 삭감→뒤따른 18개 시·군의 예산 지원 거부.  

도의회와 경남도, 18개 시·군이 이처럼 손발을 맞춘 결과, 도 교육청의 예산만으로는 무상급식이 더는 진행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스텝. 급식 중단의 맞춤표를 찍는, 이름도 그럴싸한 '서민자녀 교육 지원' 사업 만들기가 한창이다. 이번 도의회에서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안'이 통과되면, 경남도에서 무상급식이 설 자리는 사실상 없어진다. 어디선가 치밀한 '작전'의 냄새가 풍긴다.  

벼랑 끝에 몰린 학부모들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담판을 지어보겠다'며 도의회 의장과의 면담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경남도의 무상급식을 지키고자 지난 몇 달 분주히 뛰어온 여 의원은 16일부터 단식에 나섰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18일 오후, 도의회 건물 앞에 담요 몇 장을 깔고 앉아있던 여 의원을 만났다. 홍준표 지사가 내세우는 무상급식 중단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해 나가던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뒷골목 양아치도 이렇게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편집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643억 

프레시안 : 작년 무상급식 예산 편성 논란 때부터 무상급식이 결국 전면 중단된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해 달라.

여영국 : 2015년도에 작년 수준으로 급식을 하려면 총 1286억 원이 필요하다. 여기서 작년 수준이라고 하면 도시 지역은 초등학생만, 농촌 지역은 고등학생까지다. 도시 지역에서라도 법적으로 반드시 지원해야 하는 저소득층은 고등학생까지 지원했다. 이 학생들이 약 28만 명이다. 이를 위해 이전까지는 교육청이 37.5%의 예산을 분담했고 경남도와 18개 시·군이 62.5%를 분담했었다.  

지난해 가을, 2015년도 급식을 위해 교육청과 도청이 '경남도 급식 지원 조례'를 둘러싼 협상을 하던 중이었다. 당시 주요 쟁점 3개 중 2개는 일단 합의가 된 상태였다. 급식 대상자는 기존대로 하기로 했었고, 일부 급식비에 소정의 물가인상분을 반영하기로도 합의가 됐다. 이제 쟁점은 경남도와 교육청의 예산 분담 비율만 남아있었다. 경남도는 당시 교육청 50%, 경남도와 18개 시·군 50%를 주장했다.

그런데 협의가 한참 진행되던 때인 지난해 10월 15일, 경남도가 돌연 '우리는 50%만 지원하겠다'고 도 교육청에 일방 통보를 했다. 협상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예산안을 도의회에 올려야 했던 교육청은 결국 경남도의 통보를 반영한 예산안을 편성해 의회에 올렸다. 도 교육청이 전체 예산의 37.5%를 부담하고 경남도와 18개 시․군이 50%를 부담하는 안이었다. 당시 교육청의 예산안은 이렇게 필요 금액의 12.5%, 금액으로 하면 161억 원 정도가 빈 채로 의회로 넘겨졌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바로 다음 날인 10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썼다. '감사 없이는 예산도 없다'는 내용이었다. 도 교육청이 경남도의 무상급식비 특정 감사를 거부하면 50%의 예산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엄포였다. 이는 이후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무상급식예산 미편성)의 구실로 쓰인다. (☞ 관련 기사 : 홍준표, 교육감과 싸우다 "무상급식 중단")  

감사 논란에서 급식 중단까지…도청과 도의회의 '쿵작쿵작'  

프레시안 : 종합하면 도 교육청은 경남도청의 발표대로 50%의 예산이 들어올 것으로 생각하고 예산안을 짜서 의회에 올렸고, 경남도는 이를 알면서도 교육청의 감사 거부를 빌미로 무상급식 지원금을 쏙 뺀 예산안을 의회에 올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당시 의회는 어떤 결정을 내렸나.  

여영국 : 제가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인데, 교육위에서는 교육청 예산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그런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가서 18개 시‧군 지원금을 제외한 경남도 지원금 257억 원이 전액 삭감된다. 당시 예결특위는 그 근거로 지방재정법 36조(지방재정법 36조 2항 : 지자체는 모든 자료에 의하여 엄정하게 그 재원을 포착하고 경제 현실에 맞도록 그 수입을 산정하여 예산에 계상하여야 한다-편집자)를 들었다. 즉, 경남도 예산안에 무상급식 지원금 257억 원이 편성돼 있지 않으니 교육청 예산안에 들어간 257억 원은 허수라는 것이다.

이러니 홍준표 도지사가 이제 와 '도의회가 예산을 결정했으니 나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도의회에는 예산 편성권이 없다. 도청과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해 올리면 그것을 심사할 뿐이다. 경남도가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 안 해놨으니 의회는 심사 자체를 안 한 것이다. 그래놓고 이제 와 '의회가 결정한 것'이라고 하면 안 된다.  

도의회가 삭감한 것은 무상급식 예산 257억이 다가 아니다. 의회는 '무상급식은 애초 교육감 공약이었으니 너네 돈(교육청 예산)으로 하라'면서 도 교육청 예산 중 무상급식이 아닌 항목에서도 257억 원을 삭감해 버렸다. 어떤 세입을 삭감했으면 원래 그 세입으로 하려던 지출 예산을 삭감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학교 신설비, 명예 퇴직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법정 수당 등 딱 257억 원을 삭감했다.  

도의회는 도 교육청 예산뿐 아니라 경남도 예산도 건드렸다. 경남도에서 교육청에 지원 불가를 통보한 무상급식 지원 예산 257억 원. 이게 애초엔 예산에 잡혀 있었다가 경남도가 빼면서 '예비비'로 편성해 놨었다. 의회는 이걸 끄집어내 '서민자녀 교육지원비'로 돌려버린다. 홍 지사가 예전부터 '무상급식비로 서민 자녀를 지원하겠다'고 얘기를 하고 다녔는데, 도의회가 바로 그런 홍 지사의 뜻을 100% 따르는 행동을 한 것이다. 도의회는 완전히 홍준표의 홍위병 노릇을 하고 있다.  

도 교육청 예산과 경남도 예산에 이어 그다음엔 18개 시·군이 지원하기로 돼 있었던 무상급식 예산에도 문제가 생겼다. 경남도는 시·군들에 급식비 지원을 하지 말고 그 돈을 서민자녀교육 지원 사업에 매칭(결합)하라고 종용했다. 만약 급식을 지원하는 시·군이 있으면 그 시·군은 '돈이 남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균형재정을 펼치겠다고도 엄포를 놨다. 균형재정이란 건 교부금을 통해 내려가니, 그만큼 예산 지원을 안 하겠단 얘기였다. 사실상 경남도가 시·군에 급식비를 지원하지 말라고 겁박한 것이다.  

도의회는 이제야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위한 조례를 만들려고 한다. 지방재정법에 따라 법령이나 조례에 근거하지 않은 예산은 편성할 수 없으니, 뒤늦게 예산 편성의 근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조례가 제정되면 경남도와 18개 시·군이 앞으로 무상급식을 지원할 여지 자체가 상당히 줄어든다. 이 같은 작업은 현재 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인 이갑재 의원(지역구 하동) 등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앞장서서 진행하고 있다.

▲ 경상남도의 급식 지원 중단 철회를 요구하며 경남도의회 앞에서 지난 16일부터 단식에 돌입한 여영국 경남도의원(노동당 소속, 지역구 창원). ⓒ프레시안(최하얀)

▲ 경상남도의 급식 지원 중단 철회를 요구하며 경남도의회 앞에서 지난 16일부터 단식에 돌입한 여영국 경남도의원(노동당 소속, 지역구 창원). ⓒ프레시안(최하얀)  

 
 

이름은 그럴싸한 '서민자녀 교육지원', 알고 보니… 

프레시안 : 서민교육 지원사업.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250% 이하인 가구 자녀들에게 연간 50만 원의 교육 바우처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홍준표 도지사는 이를 두고 "밥보다 공부에 돈을 쓰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가 뭔가 

여영국 : 사실 이 사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법의 소지가 있다. 지방자치법과 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교육에 관한 행정은 교육청에 분리돼서 맡겨진다. 교육경비지원조례 등에 따라 도가 교육비를 학교에 지원할 수는 있지만, 학생을 상대로는 할 수 없다. 그런데 경남도의 이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은 학생들에게 직접 5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지자체법과 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게다가 이 사업의 절반 이상은 교육청에서 이미 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전형적인 중복 낭비 사업인 것이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30년을 일한 교육 전문가로서 제가 정책을 잘 모를 리 없다"면서 "경남도가 643억으로 하겠다는 맞춤형 교육사업은 교육청이 4800억 원 정도로 하고 있는 교육복지와 중복되지 않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편집자) 

무엇보다 핵심적인 문제는 이 예산을 뒷받침하는 조례가 없다는 점이다. 조례도 만들기 전에 예산부터 편성했다. 이는 위법 부당하다.  

가난한 학생들을 줄 세우기 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교육이란 건 평등해야 하는데. 이 지원을 하나 받기 위해선 이런저런 재산, 소득 자료를 내며 가난을 증명해야 한다. 가난한 아이들을 줄 세우는 너무나 반(反)교육적인 사업이다. 무상급식을 선별적으로 하자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반교육적이라고 본다.

사실 조례가 발의되기 전, 많은 도의회 의원들이 서명 자체를 안 하고 싶어 했다. 지금도 많은 의원이 꽤나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다. 새누리당 소속의 하선영 의원은 (지난 12일) 본회의에서 이 조례안을 '졸속'이라고 비판하는 5분 발언을 하려다 회의 당일 오전 급히 취소하기도 했다.  

(언론에 공개된 하 의원이 애초 하려던 발언 내용을 일부 인용한다. "조례안을 보며 홍준표 도지사와 관련 의원께 지독한 실망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조례안을 보면 잘못 그린 것을 감추고자 검은색을 마구 칠해버린 실패한 그림이 떠오른다. 어떤 책임감도 당위성도 비전도 느낄 수 없다. 땜질 조례가 아니냐. 이 문제가 아킬레스건이 돼 다음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경남에서 힘든 선거를 하리라는 걱정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편집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 홍준표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돈 없다고? 경남도 올해 예산은 1561억 흑자"  

 


프레시안 : 홍준표 도지사가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하며 내놓은 논리는 크게 세 가지로 종합된다. 도 교육청이 경남도의 감사를 거부했다는 행정적인 문제를 걸고넘어졌다. 두 번째로는 '급식은 좌파들의 무상파티'라는 식의 색깔론이다. 마지막으로 보편적 무상급식을 할 만큼의 돈이 없다고 한다. 

여영국 : 전부 다 말이 안 된다. 우선 감사 문제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경남도가 예산을 전출한다고 해서 교육청을 감사할 권한이 있는가. 엄연히 다른 기관인데 경남도가 교육청 예산을 일방적으로 '감사해야겠다'고 나서는 건 부당하다. 설사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감사가 안 되니 돈을 안 준다? 이것도 다른 문제다. 

두 번째 색깔론. 무상파티라고 하는데 경남도 무상급식은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인 거창군에서 시작됐다. 교육청에서 시작된 게 아니고 지자체에서 시작된 것이다. 거창군에서 남해, 하동으로 쭉쭉 확장돼 왔다. 그러다 2008년엔 경남도 학교급식지원조례가 만들어졌다. 홍 지사 말처럼 좌파들의 '파티'가 아니라 우파인 새누리당이 시작한 복지 사업이다.  

예산 문제도 말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경남도 예산이 7조2000억~7조3000억 원 정도 된다. 작년에도 7조가 넘었다. 그 가운데 경남도 지원분 257억 원은 경남도 전체 예산의 0.35%에 불과하다. 게다가 2015년 경남도 실제 예산 상황도 매우 좋다. 작년보다 예산 규모가 6% 늘었고, 재정 자립도도 2% 높아졌다. 

경남도는 자신들의 튼튼한 예산을 자랑스럽게 발표도 하고 있다. 지난 1일 도는 1년 예산의 수지타산을 따지는 지표인 통합재정지수가 1561억 원 흑자라고 공시했다. 전국 광역단체 평균 재정지수가 89억 원이다. 경남이 전국 평균에서 빠졌으면 나머지는 사실 거의 마이너스일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애들 밥 먹일 돈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렇다면 교육청 사정은 어떠냐. 교육청은 작년보다 예산 규모가 약 3% 줄었다. 그간 도에서 부담하던 누리과정 예산도 올해부터는 교육청으로 넘어왔다. 이렇게 예산은 줄고 부담은 늘고 무상급식 지원도 중단됐다. 이 사정을 홍 지사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도의원들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청을 향해 '무상급식은 네가 해라'라고 한다. 뒷골목의 양아치도 이런 짓거리는 안 할 것이다.  

▲ '돈이 없다'며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 경남도의 2015년 예산은 1561억 원 흑자가 날 것이라고 도는 공시하고 있다. ⓒ경상남도 홈페이지 갈무리

▲ '돈이 없다'며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 경남도의 2015년 예산은 1561억 원 흑자가 날 것이라고 도는 공시하고 있다. ⓒ경상남도 홈페이지 갈무리  

 
 

 


"평등과 보편 가르쳐야 할 학교…급식으로 정치하지 말라" 

프레시안 :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선별 복지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말한다. 거칠게 요약하면 '한정된 재원으로 왜 이건희 손자도 공짜 밥을 먹어야 하느냐'란 논리다. 이런 논리에 따라 무상급식을 '부자급식'에 빗대는 사람들도 있다.  

여영국 : 질문을 거꾸로 던져 보자. 왜 부자 아이들은 자기들이 낸 세금으로 밥 한 끼 지원받으면 안 되는 건가. 게다가 부자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낸다. 세금을 냈으니 무상급식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지 않나. 선별 복지 주장은 국민을 편 가르기 해 서로 싸우게 하려는 목적이 다분하다. 

게다가 어느 곳보다도 평등하고 보편적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 교육 현장이다. 학교는 평등을 가르치는 곳이니까. 그런데 선별적 급식 지원은 교육현장에서부터 부자와 빈자를 구분하고 차별하는 것을 배우게 한다. 이래서 우리 헌법은 '의무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수업비에서 시작돼 이제는 급식도 의무 급식으로 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실 무상급식만큼 가장 공평한 분배 정책이 없다고 생각한다. 경남도 도민이 1년에 대는 도세가 2조1000억 원 정도다. 7조가 넘는 예산에서 33~34%나 차지한다. 꽤 높은 비중이다. 가난한 도민이건 부자 도민이건 일정 정도 도의 예산을 부담하고 있다. 여기서 300억 좀 넘는 돈을 가지고 30만 명에 가까운 학생들에게 밥을 먹이는 것이다. 이 만큼 공평한 분배 정책이 어디 있겠나. 이런 게 잘 되어야 사람들도 세금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세금을 내는 이유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보편적 복지가 가진 큰 장점이다.

무상급식은 단순한 정치적 흥정거리가 아니다. 홍준표 도지사는 물론 야당도 이를 유념했으면 한다. 오늘(18일)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경남도를 방문해 홍준표 도지사를 만나고 갔다. 그런데 이것이 일회성이 되어선 안 된다. 지역에선 무상급식을 지키려고 수년째 싸워오던 사람들이 있다. 경남도의 경우 지금 부글부글 끓는 학부모들이 앞장 서 있다. 이런 당사자들과 긴밀하고 꾸준한 협의를 하면서 국회에 계류된 '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에 적극 힘써야 한다. 


* 인터뷰가 진행되던 때에도 40여 명의 학부모가 경남도의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재개를 촉구하고 있었다. 몇몇 학부모는 회견이 끝나고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건물 밖 처마 아래 앉아 담요를 덮고 앉았다. 전날 김윤근 도의회 의장을 면담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간 6명의 '엄마들'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일정을 이유로 면담 장소를 빠져나온 김 의장을 건물 안팎에서 엄마들이 이틀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밤 9시께, 경찰은 건물 2층 상황실에 있던 학부모 5명을 건조물 침입과 퇴거불응 혐의로 강제 연행했다. 여 의원 등이 만류했지만 경찰에 제지당했다고 한다. 난리 통 속, 경남도는 19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문제의 '서민자녀 교육 지원 조례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급식 중단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이날 오후 1시께 경남도의회 건물 앞에서 '학부모 대회'를 연다. 편집자
 

 

우물쭈물 박근혜, 김대중에게 배워라

[정욱식 칼럼] 사드' 3NO'? 새로운 '3NO'가 필요하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2015.03.18 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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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 배치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한 때 수그러들었던 논란이 김기종 씨의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당 부분은 '자가발전'이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새누리당 지도부가 사드 배치 공론화를 다시 시도한 탓이 크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알쏭달쏭한 표현으로 논란을 피해고자 했던 박근혜 정부는 새누리당에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국에게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고, 박근혜 정부는 '중국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라며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아직 배치 결정이 나지도 않았는데, 중국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은 '3노(NO)'로 압축된다. "미국의 요청이 없었기(No Request) 때문에 한미간의 협의도 없었고(No Consultation) 이에 따라 결정된 것도 없다(No Decision)"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 일부 관계자들은 "비공식 협의가 있었다"고 말해 박근혜 정부가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보다 중요하게는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를 배치하면 안보에 도움이 된다"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발언을 줄곧 해왔다. 또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를 구매할 계획이 없다"고 말해, 미국의 배치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새로운 3NO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미 지난 2주 동안 네 차례의 글을 통해 사드 문제를 상세히 분석한 바 있다. 핵심적인 요지는 '사드가 없는 게, 대한민국 안보에 이롭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근혜 정부에게 새로운 '3NO'를 주문하고 싶다. '북핵이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No Use), 북핵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며(NO More), 궁극적으로는 북핵 해결을 도모하겠다(NO Nuke)'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No Use'와 관련해 정부가 이렇게 밝혔으면 한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북핵 위협과 관련해 한미연합전력은 최강의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또한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개선해 북핵이 사용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제거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방어체제(MD)가 대북 억제력 차원에서 필요한 게 아니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건 과유불급이다. 대북 억제는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경우 북한이 가공할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켜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MD는 군비경쟁 억제와 전쟁위기 관리 모두를 어렵게 한다. 특히 우리의 당면 목표인 'No More'와 궁극적 목표인 'No nuke'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북핵이 늘어나지 않고(No More) 북핵을 해결하기(No nuke)를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밖에 길이 없다. 때마침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탐색할 수 있는 대회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드 논란이 이마저도 집어삼키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될 것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사드 논란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사드가 배치되면 한중관계가 결코 무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복하고 나올지는 '예측의 영역'에 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만류하고 나선 점을 고려할 때,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국을 추종하든, 미국을 두려워하든, 한국이 사드 배치를 수용하지 않으면 한미관계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이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우선 미국 정부는 사드 배치가 결정된 바 없다고 일관되게 얘기하고 있다. 더구나 펜타곤은 자신의 수준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미국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식 결정해 요청해오기 전에 말이다. 이와 관련해 김대중 정부의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1999년 미국 국방부는 한국에게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 오늘날 지역 MD를 의미함) 참여를 요청했다. 98년에 북한의 금창리 핵의혹 시설 논란이 불거지고 북한이 3단계 로켓 '광명성 1호'를 쏘아 올린 것에 편승해서 말이다. 

그러나 DJ 정부는 비용 대비 효과, 남북관계 및 주변국에 미칠 영향, 경제적 부담, 방어적 실효성 부족 등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그렇다고 한미관계에 문제가 발생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DJ 정부는 MD의 대안은 한미연합전력을 유지하면서도 북한과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것이라고 미국을 설득했다. 그 결과 미국에선 페리 프로세스가 탄생했고, 2000년엔 북·미 간의 특사 교환까지 이뤄질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바로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및 6자회담 재개에는 주저하면서 사드 배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미국 내 '사드파'와 ‘대북 협상파’의 불균형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거꾸로 한국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면서 미국에게도 대북 협상에 나설 것을 설득하면 미국 내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정책에서 한국의 입장을 가장 중시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결코 어려운 길이 아니다. 

 

 급식 대신 서울에 10억 쓴 홍준표, 방산 비리와 닮았다

[서리풀 논평] 부정한 돈, 부패한 가치

시민건강증진연구소 2015.03.23 06: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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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한 돈, 부패한 가치

진작부터 큰 기대는 없었지만 해도 너무한다. 도대체 성한 구석이 없고 구린내가 나지 않는 데가 없다. 5공 시절 텔레비전 연속극 대사로 유행했던 일본말, "민나 도로보 데스(모두가 도둑놈이다)"가 다시 생각난다.

방위 산업 비리가 압권이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말하고 아무 데나 안보 위협을 내세우는 별 달은(또는 달았던) 사람들이 범죄의 한복판에 있다. 그들은 부끄러움도 없다.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소리가 무성하니 앞으로도 얼마나 더 놀라고 한심해 해야 할까.

더불어 무기중개상과 대기업이 등장하고 횡령과 배임의 죄목이 붙었다. 민관 협력(?)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500억 원이 없어졌다고 하나, 그게 전부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원 개발을 둘러싼 비리는 또 어떤가. 공기업과 굴지의 대기업이 등장하고, 몇 백억이나 몇 천억이니 하는 돈은 그냥 푼돈 정도다. 이제 정치인과 공무원이 곧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무슨 결과가 나와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성공불융자금'이라는 기억하기 어려운 이름의 돈줄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정부가 해외 자원 개발을 하도록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실패하면 갚지 않아도 되는 제도다. 첫 인상부터 엉성하게 생겼다. 아니나 다를까, 2011년부터 작년까지 갚지 않도록 되게 감면한 돈이 2245억 원이라고 한다. (☞관련 기사 : 절반 겨우 회수하는 '눈먼 돈' 성공불융자금) 자원 개발이 본래 실패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으로, '한국적'으로 운영되었을 것이 뻔하다. 

스스로 국민의 기업이라고 말하는 포스코 일도 한심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리품 노릇을 하더니 이제는 돈을 둘러싼 온갖 잡음에 비리의 의심이 가득하다.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여러 사람이 단죄를 받겠지만, 그 또한 전모를 알기는 어렵다. 

이런 일을 두고 다들 정치적 해석을 하느라 바쁘다. 가장 유력한 것은 정권마다 새로 시작할 때마다 있는 '사정 바람'이고 '군기 잡기'라는 것이다. 진작부터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미루어졌다는 것.

맞아도 그만 틀려도 그만인 정치, 시사 평론을 할 능력은 없으나,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자원 개발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정작 높은 차원의 결정은 그냥 두고 과정에서 불거진 사소한(!) 부정만 뒤진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정말 무엇이 문제인지는 관심이 없고 개인의 잘못을 뒤져, 다른 일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힘 있는 사정 당국을 모두 동원하고, 지침과 범위, 대상까지 정해 주었다니, 수긍할 수밖에 없다.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데에 누가 반대할까. 더구나 이렇게 빠져나간 돈 대부분은 그야말로 혈세로 마련된 것이 아닌가. 그 말 많은 소득세는 물론이요, 과자 한 봉지, 담배 한 갑, 술 한 병에도 붙은 세금이다.

기업은 세금을 쓰는 것이 아니라고? 천만에, 포스코만 하더라도 시작이 '대일 청구금 자금' 즉 일제에 희생당한 값에서 출발했다. 더구나 민영화를 핑계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주를 팔지 않았던가. '성공불융자금'도 135억 원이나 지원받았고, 대부분 날렸다고 한다. 공공의 자산과 시민의 땀을 사익을 위해 나눠가진 것이다.

공공의 자산을 빼내 사익을 채웠으니 반드시 처벌을 받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이번 역시 비슷하게 시작하고 끝내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토록 "나라와 경제를 걱정하는" 사정 당국이 가는 길을 배워서 짐작한다. 무슨 결판이라도 볼 듯 몰아치다가, 금방 사회 분위기 위축과 경제 활력 저하를 걱정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그리고 마무리. 

권력을 가진 쪽에서 의제를 만들었으니 당분간은 따라갈 수밖에 없겠다. 그러나 이번에도 비분강개와 한숨으로 지내다 허무하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까. 왜 비슷한 일은 끈질기게 되풀이되고 좀처럼 나아지지지 않는가.

먼저 그 뿌리 깊은 '일부 몰지각한 개인' 탓으로부터 벗어나자. 크든 작든 잘못을 저지르는 개인은 어디에나 있다. '선진국'이라고 사람들이 특별하게 더 윤리적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제도와 환경이 다른 행동을 만드는 것뿐이다.

 


ⓒ감자

ⓒ감자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구조가 다르기에 차이가 많이 날까. 물론, 한두 가지로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국가 자원을 배분하는 데에 작용하는 기본 원리가 한 가지 중요한 이유라고 주장하려 한다.


기본 원리가 부정과 비리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가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고 사용하는 용처와 쓰는 방법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체 과정도 확연하게 달라진다.

첫째는 내용의 원리. 공공의 재정이 '인민'의 복리와 안녕에 기여하는가, 아니면 보브 제솝의 말대로 '경제적 상상물(economic imaginary)'을 붙들고 있을 뿐인가. 자원 배분의 왜곡과 누수가 어느 쪽이 많을까.

방산 비리가 한 가지 실마리를 보여준다. 방위사업청이 자랑하는 것 한 가지가 '방산 수출 경쟁력'이다. (☞관련 자료 : 방위사업청) 이는 국방도 산업과 경제라는 시각을 포함한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브로커와 중개료가 끼어드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비리의 상당 부분은 '국내 방위 산업'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을 것이다.

자원 개발도 마찬가지다. 그 모호한 가치에 나랏돈을 쓴 것이다(구체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원'과 '개발'은 얼마나 매력적인 추상인가). 그리고 정부와 공공이 아닌,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방법을 썼다. 사정이 이렇다면 부정과 비리는 예정된 것이 아니었을까. 여느 사람들의 말대로 누가 먼저 차지하는가의 게임.

경제뿐 아니라 사회적 상상물도 있다. 때마침 한 시사 주간지가 경상남도가 2015년 서울사무소의 예산을 10억 원 넘게 쓴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 무상 급식 중단한 홍준표 서울본부 운영 실태 공개) 규모는 작년에 비해 3억 원 넘게 증액된 것이라고 한다. 무상 급식 예산을 중단하겠다는 방침과 기묘한 대조를 이룬다.

도 차원이지만 경상남도 역시 예산을 배분한 것이고, 거기에는 도정 운영의 기본 원리가 들어있다. 우리는 서울사무소의 예산을 크게 늘린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들은 추상적인 상상물(예를 들어 중앙 정부나 국회와의 '협력')을 선택했다. 

둘째는 과정의 원리. 지금 벌어지는 일과 '주민 참여 예산'을 비교해보자. 한국에서도 지방 정부가 초보적인 참여 예산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것을 모범으로 두고 비교할 일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참고 자료가 많으니 따로 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의 아래 자료를 보라.) (☞관련 자료 : Participatory Budgeting) 

과정 역시 방법과 기술보다 원리와 정신이 더 중요하다. 민주적으로 배분을 결정하고 국민(주민,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한다는 것. 참여 예산제가 자랑하는 강력한 가치가 투명성이라는 것이 함축하는 바가 크다.

처벌과 사정만으로는 부정과 비리를 없애지 못한다. '몸통'은 없애기는커녕 줄이기도 어렵다. 우선 잘 드러나지 않는데다, 국가 자원을 배분하는 원리 속에 그리고 그것이 제도로 만들어진 틀이 쓰임새를 예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큰 몫의 쓰임을 성찰 없이 절대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방위력 증강, 자원 개발, 해외 시장, 국가 경쟁력, 창조 경제, 문화 융성과 같은 추상적 상상물이 위험하다. 특히 경제와 성장의 이름 뒤에 숨은 그 어마어마한 혈세 지출. 그 안에 예외 없이 비효율과 누수와 부정이 꿈틀거린다.

그렇게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경계(칸막이)가 시민의 안녕과 복리를 위협한다는 것도 분명하다. 무상 급식과 보육에 쓸 돈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상상의 경계가 흐름을 가로막는다. 복지 재정의 총량은 그냥 받아들인 채, 미시적 배분을 두고 싸워야 한다. 

결국 사회 전체가 피땀 흘려 모은 국가 자원을 무엇을 위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한 사람을 벌해서 얻어야 할 교훈이라면(일벌백계), 다시 국가 자원을 둘러싼 성찰과 가치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