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달러화 강세가 최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경기회복세로 금리인상 기대가 다시 확대된 데다 유로존 및 일본의 추가 통화완화 가능성이 높아진 결과이다. 지금까지는 출구전략 기대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달러화가 일시적인 강세를 보이는 데에 그쳤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본격적인 달러 강세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미국 금리인상 당시 달러화는 중기적인 강세 압력을 받았다. 달러화는 실제 금리인상 시점보다 2~3분기 먼저 반등하기 시작했고 금리인상이 끝난 뒤에도 상당 기간 강세를 보였다. 향후 미국 금리인상 시점이 내년 중반으로 전망되고 있는 데다 미국 단기금리가 이미 반등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할 때 넓은 의미에서의 미국 금리인상 국면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근의 달러화 강세는 이른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 대부분의 통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겠지만 원화는 소폭 절상될 전망이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여건도 양호해 급격한 자본이탈의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달러 대비 절상폭은 완만하더라도, 다른 주요 통화와 비교하면 원화 강세는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 원/엔 환율은 내년 중 100엔당 80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유로화에 비해서도 올해에 비해 10% 이상 절상될 수 있다.
기조적인 원화 강세 추세가 이어지더라도 최근처럼 주요 불안국면마다 자본유출이 확대되며 일시적으로 원화가 약세 압력을 받을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 절상 추세 하에서 환율 변동성도 확대될 경우 수출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본과의 경합관계가 높은 업종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 향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여 자금조달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수출 중소기업 지원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기업 스스로도 적극적인 환위험 관리에 나서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환위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 목 차 >
1. 최근 달러 강세의 배경 2. 본격적 달러 강세 여부 점검 3. 향후 원화 전망 4. 시사점
1. 최근 달러 강세의 배경
글로벌 외환시장이 심상치 않다. 올해 상반기까지 유례없는 안정세를 보였던 국제금융시장은 하반기 이후 달러화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로 복귀함에 따라 미국 금리인상 기대가 다시 높아지면서 최근 달러화는 강세로 전환되었다. 유로존 및 일본의 추가 통화완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달러 강세 폭을 확대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 지난 6월말에 비해 유로화와 엔화는 달러 대비 7%, 브라질은 10%, 러시아는 14% 가량 큰 폭으로 절하되었다. 원화 역시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며 같은 기간 중 달러 대비 약 4% 절하되었다(<그림 1> 참조).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면 금융시장은 그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여 미리 움직이게 된다. 달러 강세도 실제 금리인상에 비해 먼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달러 강세가 일시적인 것인지 혹은 본격적 강세 국면에 진입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미국 금리인상 당시와의 비교를 통해 달러화를 둘러싼 향후 외환시장 양상을 전망해본다.
미국 금리인상 기대, 유로존 및 일본 추가 완화 가능성이 강달러 견인
올해 초 미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때부터 달러는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실상 달러화는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한파로 미국 경기가 위축된 것의 영향이 컸다. 게다가 주택 및 노동시장의 지표들도 혼조세를 보이자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는 더 약화되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1분기 미국의 경기위축이 단기적인 현상이었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개선된 경기지표가 하나 둘씩 발표되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도 다시 고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미연준의 매파적(hawkish)인 시그널이 달러 강세를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7월 15일 의회 청문회에서 옐런 미연준 의장은 “노동시장이 당초 전망보다 빠르게 개선될 경우 정책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달러화는 급격한 강세를 보였다. 지난 9월 초에는 샌프란시스코 연준은행이 최근 금융시장의 금리인상 기대치가 연준의 판단에 비해 낮은 상태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역 연준은행 의장이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종종 있어 왔지만, 해당 은행의 총재가 FOMC 위원인 곳에서 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이후 9월 FOMC에서 향후 적정 정책금리 수준을 상향 조정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달러화는 다시 한번 큰 폭으로 절상됐다.
대외적으로는 유로존 및 일본의 추가 통화완화 기대가 높아진 것이 달러 강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유로존 디플레 우려가 확대됨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9월 4일 정책금리를 0.15%에서 0.05%로 0.1%p 낮추고 ABS 매입 및 은행 대출 등 추가적인 자산 확대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일본중앙은행 총재 역시 지난 8월 잭슨홀 미팅에서 찬조연설을 통해 필요할 경우 내년 중 추가 통화완화에 나설 수 있음을 밝혔다. 유로존 및 일본의 통화정책이 미국과 상반된 노선을 걷게 되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더욱 가중된 것이다.
2. 본격적 달러 강세 여부 점검
과거 금리인상 2~3분기 전부터 달러 강세 시작
글로벌 위기 이후 지금까지 출구전략에 대한 기대가 고조될 때마다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미연준이 통화완화를 지속할 것으로 확인되면 달러도 약세로 돌아서곤 했다. 최근 다시 금리인상 기대가 높아지고 또 다시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면서 현재의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전에 비해서는 금리 인상에 더 가까워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미국 경기회복세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점과 정책기조 전환이 신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다소 이르다고 볼 수도 있다.
향후 달러화의 향방을 예상하기 위해 과거 미국 금리인상기의 경험을 살펴보았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정책금리와 달러 가치의 변화율 간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크게 1994~1995년, 1999~2000년, 2004~2006년의 세 차례를 꼽을 수 있다. 이 기간 전후의 달러가치 변화율을 보면 금리인상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다소 앞서서 달러가치 변화율이 반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3> 참조). 달러화에 대한 절상 압력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절상 압력이 반드시 달러 강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환율에는 통화정책 이외에 경기, 경상수지, 대외 불확실성 등 다른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04년 금리인상 당시가 그 예다. 거대 신흥국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는 확대되는 한편, 금리인상에도 불구 미국 장기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 과정에서 달러 강세압력을 받았지만, 달러화는 반등하지 못하고 절하 속도가 줄어드는 데 그쳤다.
1994년과 1999년의 사례를 통해 금리인상 전후의 달러 강세 양상을 살펴본 결과 달러화는 금리인상 6~9개월 전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동안 정책금리를 3%p 인상했던 1994년의 경우, 달러화는 금리인상 9개월 전부터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금리인상이 끝나는 시점까지의 절상 폭은 약 8.5%에 달했다. 1999년에는 1년 간 1.75%p로 상대적으로 인상 속도가 완만했으며, 달러화는 금리인상 6개월 전부터 강세를 보이기 시작해 금리인상이 끝나는 시점까지 약 3% 가량 절상되었다(<그림 4> 참조).
금리인상 이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달러 강세는 이어졌다. 1994년과 1999년의 경우 금리인상이 끝나고 적어도 약 1년 반 동안은 달러 강세가 지속되었다. 금리인상 전후 약 3년간 달러화가 10% 이상 절상된 셈이다. 물론 다른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자본흐름 측면에서 보더라도 금리인상이 끝난 뒤에도 달러 강세를 지속시키는 요인들이 있다. 우선 금리상승은 채권가격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보다는 금리인상이 일단락된 이후에 미국 채권 투자자금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위험기피 측면에서도 달러 강세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 금리 인상 초기에는 긴축의 강도가 세지 않아 위험기피 경향이 여전히 낮은 수준일 수 있지만, 금리 인상이 진행될수록 위험기피 경향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 취약 국가에서의 자금회수도 금리인상 초기에 비해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달러 강세 압력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화 중기적 강세 국면 진입
과거 금리인상 국면에서 달러화가 상당기간 강세 압력을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최근 달러 강세가 금리인상의 큰 틀 안에서 진행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 최근의 달러 강세 압력은 일시적이기보다는 구조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
먼저 최근의 달러 강세가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이르게 시작된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았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전망이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대체로는 내년 2분기에서 3분기 초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9월 말 기준 미국 연방기금금리 선물가격을 참조하면, 최근에는 첫 금리인상 시점을 내년 7월경으로 예상하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과거 달러화가 금리인상 6~9개월 전부터 강세를 보인 것을 단순히 적용하더라도 올해 4분기부터는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조기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최근의 달러 강세는 과거의 경험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중금리의 움직임을 통해 금리인상 기대를 살펴볼 수도 있다. 금리인상을 앞둔 상황에서는 실제 인상 시점에 비해 시중금리 및 달러가치가 먼저 오르게 된다. 이는 투자자의 기대가 반영된 자연스러운 결과로서, 넓은 의미에서 금리인상 과정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 수익률을 통해 채권시장에서도 금리인상의 기대가 본격화되는 양상이 나타난다면 달러화도 같은 맥락에서 중기적인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금리인상 기대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 단기금리의 추이를 살펴보았다. 장기금리가 경기 및 물가 흐름에 따른 자금수급을 주로 반영한다면, 단기금리에는 통화정책 및 그에 대한 예상이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2년 만기라면, 2년 이내에 금리인상이 기대될 경우 미래의 단기금리 상승 기대를 반영하여 현재의 채권금리가 오르기 시작할 수 있다. 미국의 단기금리를 보면,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해 말 이후, 1년 만기의 경우 올해 6월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5> 참조). 내년 중반을 전후로 금리인상이 예상된다는 것에 부합하는 현상이다. 금융시장의 금리인상 기대와 시중금리의 상승, 달러 강세가 함께 진행되는 것을 감안할 때 넓은 의미에서의 금리인상 국면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도 중기적인 강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각국 경제여건 차별화되며 달러 강세 확대
앞으로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달러강세 압력은 과거에 비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과거와는 달리 당분간 국가간 경제여건의 차별화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추세를 살펴보면 달러화 가치는 미국 경제성장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얼마나 더 빠른지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그림 6> 참조). 90년대 미국 성장률이 주변 선진국에 비해 높던 시절에는 달러가 장기적으로 강세를 보이다가, 2000년대 이후 미국의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둔화되자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다. 그리고 지난 2011년 이후 미국 경기회복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아지는 국면에서 달러화 역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성장률 격차는 앞으로도 단기간에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기관의 전망치를 종합해보면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2016년까지 미국과 주요 선진국의 성장률 격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과거에 비해 신중하게 이루질 것으로 보여 미국 경기회복세가 약화될 우려가 적은 데다, 유로존 및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는 당분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 측면에서도 달러 강세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000년대 중반과 같이 신흥국이 급부상하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된다면 달러 강세 압력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흥국도 여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성장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 세계 교역이 둔화되면서 선진국의 수요 증가가 신흥국 생산 증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화된 상태다. 국제 원자재 가격도 하향 안정세를 보여 자원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도 빠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 과거와 같이 과도한 소비를 할 가능성도 낮아, 2000년대 중반과 같이 무역불균형에 따른 달러 약세도 재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이후 신흥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감소하는 반면 미국의 경상수지는 크게 개선되었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그림 7> 참조).
실물 측면 뿐만 아니라 금융 측면에서도 달러 강세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금리인상이 신중하다면 미국 채권금리가 높아지는 데에서 오는 투자유인은 크지 않아야겠지만, 다른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이 미국과 상반된 노선을 걷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실제로 유로존과 일본은 내년 중 추가 통화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미국의 금리인상이 느리게 진행되더라도 유로존과 일본의 금리가 하락하면서 미국금리와의 격차는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미국 금리인상기에는 주요 선진국도 시차를 두고 동반 금리인상에 나섰으나 앞으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달러 강세 압력도 과거에 비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3. 향후 원화 전망
원화도 단기 약세 압력 커지며 변동성 확대
달러 강세, 여타 선진국 및 신흥국 통화 약세 등 향후 주요 통화가치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일치하고 있지만, 유독 원화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달러 강세 국면에서 외국인 투자가 유출되며 원화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 실물 측면에서의 강세 요인에 높은 비중을 두는 의견도 있다. 금융시장의 시그널도 제각각이다. 특히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투자는 올해 이후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서로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동안 채권시장을 통해서는 오히려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그림 8> 참조).
최근 상황에서도 나타나듯이 원화 역시 다른 통화와 마찬가지로 단기적인 약세 압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금융 부문의 대외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나홀로 안정적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지난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도 더욱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주요 불안국면마다 자본유출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원화 압력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 이후 중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원화는 높은 변동성 속에서도 평균적으로는 다시 강세 흐름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주요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근거에는 미국경기의 상대적 호조, 달러 강세 기대, 위험기피 확대, 글로벌 유동성 및 내외금리차(자국금리-미국금리) 축소 등이 있었다. 그러나 해당 요인들을 살펴보면 국내 경제 여건에는 해당이 되지 않거나, 해당되더라도 그 영향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 많아 보인다.
우선 국내경기는 내년 이후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미국과의 차별화보다는 오히려 동조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달러에 비해 자국통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존재할 경우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메커니즘에 따라 실제로 자본이 유출될 수 있으나, 원화의 경우 해외IB 및 주요 기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기대의 쏠림현상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글로벌 유동성 및 내외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는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유동성이 줄면서 위험기피 경향이 확대될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유출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채권투자가 금융위기 이후 크게 늘어난 데다, 외국인 채권투자가 증가한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을 경험한 적이 없어 불확실성이 큰 상태다. 내년 중 한국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자본유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천천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한편 유로존과 일본의 추가 완화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유동성은 내년 중에도 풍부한 상황을 유지할 전망이다. 내외금리차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이 채권투자 유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원화채권이 신흥국 채권으로 분류되고 있어 미국채권과의 대체관계가 낮은데다, 외국인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만기 2~3년 전후의 채권의 경우 여전히 미국 채권과의 절대 금리차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금리동결도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그리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 지금까지 미국 금리인상이 시작되고 나서 약 9~14개월 후에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섰다. 오히려 통화완화 유지를 통한 경기부양이 국내 투자 메리트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미국 금리인상을 전후로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자금 유출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의 양호한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자금유출 규모가 크게 확대되며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자본유출입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금융 측면에서의 평균적인 원화 절하 압력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실물 측면의 원화 강세 압력을 상쇄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원화는 달러 대비 소폭이나마 절상되는 몇 안되는 통화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그림 9> 참조).
실효환율 기준 절상 더욱 확대… 원/엔 환율 추가 하락 우려
원화가 달러 대비 소폭 절상된다고 하더라도, 달러 강세 하에서 달러보다 더 절상된다는 것은 다른 통화에 비해서는 원화 강세가 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의 과정에서 해외자본이 이탈하며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국내 경제주체들은 주로 자본유출에 따른 원화값 급락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환건전성이 양호할 뿐만 아니라 물가도 낮아 자본유출의 우려는 크지 않은 편이다. 오히려 원화에 비해 다른 통화들이 더 약세를 보이면서 전반적인 원화 강세가 확대되는 것이 더 걱정일 수 있다. 수출 여건이 악화되는 한편 디플레 우려를 심화시켜 경기 심리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원화가 다소 약세를 보였으나 금융시장의 전망은 크게 바뀌지 않는 모습이다. 해외IB들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원화는 내년 평균 달러 대비 약 2% 남짓 절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무역규모로 가중평균한 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면 내년 원화는 올해에 비해 약 4% 이상 절상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지난 2000년대 이후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로 본 원화가치는 실효환율에 비해 더 강세를 보였다. 이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다소 절상되더라도 실제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그보다는 적어진다. 그러나 2011년 하반기 들어 달러화가 강세흐름으로 돌아선 이후에는 달러 대비 원화가치에 비해 실효환율로 본 원화가치의 상승이 더 크다(<그림 10> 참조). 이는 원/달러 환율에 나타나는 것에 비해서 수출 경쟁력이 더 큰 악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향후에도 중기적인 달러 강세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와 같은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에는 엔화와 유로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이들 통화에 비해 원화 가치는 더욱 큰 폭으로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원화에 대한 전망이 안정적인데 비해 엔화 및 유로화에 대한 금융시장의 전망은 더욱 절하되는 방향으로 수정되고 있다.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내년 엔/달러 환율에 대한 해외IB들의 전망 컨센서스는 달러당 107엔 수준이었으나 최근 달러 강세 이후 달러당 111엔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내년 달러/유로 환율 전망도 지난 한달 사이에 유로당 1.3달러 수준에서 1.26달러로 수정되었다.
이에 따라 엔화 및 유로화 대비 원화 가치는 올해에 비해 더욱 가파른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절상 폭이 10%를 넘어설 가능성도 높다. 이 과정에서 원/엔 환율은 내년 중 100엔당 80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통화완화 추가 확대 방침이 결정되거나 신흥국 간 차별화 과정에서 국내 자금유입이 증가할 경우 엔화 대비 원화 절상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경합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엔화 대비 원화의 대폭 절상은 국내 경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그림 11> 참조).
원/유로 환율도 문제다. 유로화 약세 뿐만 아니라, 유로화 약세로 인해 유로존에 속하지 않은 다른 유럽국가의 통화들도 전반적인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우려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유로존과의 교역비중이 크기 때문에, 유로화 약세는 비유로존 유럽국가들의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져 이들 통화에 절하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유로화 약세가 심화될 경우 비유로존 유럽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자국통화 절하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우리나라와 유로존 국가들과의 무역 비중(수출과 수입 합산 기준)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유로존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기타 유럽국가들까지 포함하면 무역 비중은 전체의 약 15%에 육박한다(<그림 12> 참조). 이는 미국(10%), 일본(8%)을 넘는 것으로서, 유로화 및 기타 유럽 통화 대비 원화 절상이 심화될 경우 무역 측면에서의 타격이 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4. 시사점
앞으로 미국 금리인상이 점점 가시화될수록 달러 강세도 본격화될 것이다. 선진국 통화는 미국과의 대체관계 및 금융연계성이 높다는 점에서, 신흥국 통화는 취약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각각 절하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원화는 이 둘 사이에 있다. 대부분 통화의 약세가 전망되는 가운데 원화는 달러 대비 소폭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선진국도 신흥국도 아닌 원화의 현주소를 나타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진국만큼 글로벌 금융연계성이 높지 않고 다른 신흥국만큼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것이 원화 가치의 불안요인이 적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이면에는 원화 자산이 선진국 자산만큼 안전하지 않고 다른 신흥국만큼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이기도 하다. 예컨대 미국 금리가 빠르게 오를 경우 다른 신흥국에 비해 금리가 낮은 원화 채권의 투자매력이 먼저 감소할 수 있다. 금융불안이 확대될 경우에는 결국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며 자본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평균적으로는 원화가 달러 대비 소폭 절상되더라도 주요 국면마다 자본유출에 따른 원화 약세 압력은 빈번히 발생할 것이다. 자본이 덜 빠져나가고 덜 들어오는 잠잠한 상황이 아니라, 자본이 제법 빠져나갔다가 이후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유입되는 양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확대되겠지만, 정책적 운신의 폭이 줄어들면서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다. 수출경쟁력을 고려하면 과도한 원화 절상을 경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겠지만, 금융시장 안정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기는 어렵다. 게다가 달러를 제외한 통화의 경우 원화와 직접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책 대응은 더 어려워진다. 예컨대 엔화 대비 원화 절상이 우려되더라도, 원화와 엔화를 직접 거래하는 시장이 없어 원/엔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주요 불안국면에서 원화 약세가 확대되더라도 다른 통화가 더 큰 약세를 보일 경우 속도 조절에 나서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내년 중 원화가 대부분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일 경우 우리 수출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해외 생산 역량이 충분한 대기업의 경우 해외 생산 비중을 높임으로써 원화 절상의 타격을 줄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수출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한편 해외 매출의 원화 환산 금액이 줄어드는 등 악영향을 고스란히 입을 우려가 있다.
외환시장에서의 대응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다른 방향에서의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통화완화 정책을 상당기간 지속하는 가운데 취약 부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자금시장의 우호적인 여건을 유지함으로써 기업의 비용부담을 낮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소간의 자본유출이 발생하더라도 대외요인을 고려해 서둘러 금리를 올리기 보다는 오히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국내 금리 상승압력을 낮추는 것이 경기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율변화에 따른 경쟁력 취약 부문에 대한 정책지원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 선박, 기계 등의 업종은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동시에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크다. 일본 기업들이 엔저 지속으로 회복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가격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는 점도 우려를 심화시키는 부분이다. 정책금융을 통한 수출 중소기업 자금지원과 함께, 기업이 환위험 관리 체계를 수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 스스로의 자구책 마련도 중요하다. 우선 앞으로 원/달러 환율 변화에 비해 실제 수출 여건이 더 악화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환율 여건에 대해 더욱 면밀하게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외환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기업의 환헷지가 크게 줄어들었으나, 향후에는 원화 절상 하에서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적극적으로 환위험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환위험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등 내부 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수출시장 및 결제통화의 다변화를 점진적으로 모색하여 환율 변동의 위험을 구조적으로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끝>
스마트 워치, 여전히 ‘존재의 이유’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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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욱 유미연 | 2014.1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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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디바이스 영역 중 가장 시장에 근접해 있는 건 스마트 워치이다. ICT 시장에서 스마트폰 혁신을 주도했던 사업자들뿐 아니라, 스와치, 태그호이어와 같은 전통적인 시계 제조사들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스마트 워치 시장에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H/W 영역에서 소형화, 집적화 등의 기술이 진화하고, IoT(Internet of Things) 환경이 확산됨에 따라 웨어러블 시장, 스마트 워치 시장을 위한 기술적 환경도 무르익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아직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사업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스마트 워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 수준은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스마트 워치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그에 못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구매자의 상당 수도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9월 애플 워치가 공개됐다. 애플 워치는 기대와 우려가 혼재한 스마트 워치 시장 확산의 계기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 받아 왔다. 애플 관점에서도 Hyper-Connectivity 생태계 구축이라는 전략적 지향점을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이유가 있는 제품 카테고리이다. 애플 워치는 분명히 기존의 스마트 워치 제품들에 비해서는 진보한 모습을 보여줬다. 애플이 구축한 다양한 생태계와 연동되면서 제품의 사용 가치를 높였고, H/W, S/W 측면에서도 애플 고유의 창의력이 결집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실제 제품이 출시되기까지 기다려볼 필요가 있지만, 아직 스마트 워치 시장에 명확한 확신이 형성되지 않은 건 분명하다.
스마트 워치가 제2의 스마트폰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느냐는 결국 사업자들의 역할에 달려 있다. 주변 환경은 분명히 긍정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스마트 워치만이 가질 수 있는 ‘존재의 이유’를 찾아낼 경우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시장의 바람과는 다르게 시장 확대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 파편화된 IT 액세서리 형태의 시장에 머물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 목 차 >
Ⅰ.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현 주소 Ⅱ. 스마트 워치, 그리고 애플 Ⅲ. 애플 워치, 그 후 Ⅳ. ‘존재의 이유’
애플(Apple)이 지난 9월 공개한 애플 워치(Apple Watch)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관심의 초점은 애플 워치의 디자인, 기능, 가격 등에 맞춰져 있다. 실제 출시일은 2015년 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사 기관들은 이미 스마트 워치(Smart Watch) 시장 규모에 대한 전망을 애플 워치와 非애플 워치로 구분해서 집계하는 모습이다.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제품이 향후 시장에서 어떠한 반응을 이끌어낼지 전망하는 건 어렵다. 2010년 애플이 아이패드(iPad)를 처음 출시했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아이패드의 전망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었지만, 태블릿PC는 상당한 시장을 만들어 냈었다. 이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그 중에서도 스마트 워치 차례이다. 애플 워치는 애플 관점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니라, 웨어러블 시장, 스마트 워치 시장 전반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Ⅰ.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현 주소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가 ICT 시장의 화두가 되면서 사업자들의 움직임도 질적, 양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IT 시장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스마트 워치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제품과 아이디어들이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매스 시장을 위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엇갈린다.
구글 글래스(Google Glass)가 시장의 주목을 받은 이후,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형태와 기능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인텔리전스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게 되면서, 폼 팩터(Form-factor)의 경량화, 다양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심박수 측정을 위해 가슴에 두르는 밴드부터 운동화에 부착하는 클립, 그리고 몸에 직접 붙이는 패치나 콘택트 렌즈 등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 웨어러블 기기 업체 모타(MOTA)는 손가락에 착용해서 스마트폰의 알람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반지 형태의 제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체적으로 통신 기능을 통합하여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커뮤니케이션 디바이스로 기능을 확장하려는 시도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제품 영역에서 가시적인 혁신이 나타나고 있는 건, 센서, 네트워크 등 주요 기술의 발달에도 기인하지만, 사업자들의 의지가 강하게 투영되고 있는 요인도 크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동력원에 대한 갈증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기관들은 대체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자체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CSS인사이트는 2014년 웨어러블 디바이스 출하량을 2013년 970만대에서 129% 늘어난 2,200만대로 전망하고 있다. Business Insider는 2018년까지 연간 3억 대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출하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과 사업자들의 움직임만을 보면 시장은 이미 개화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막상 소비자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해서 아직 뚜렷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최근 TNS가 미국 성인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가격이 불필요하게 비싸다고 인지하고 있으며, 24%는 이미 너무 많은 IT 디바이스들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Ⅱ. 스마트 워치, 그리고 애플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서 하나의 분명한 히트 상품이 등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정작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들 관점에서도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실질적인 잠재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 과거 애플이 아이폰(iPhone)을 통해서 스마트폰 시장의 실질적인 개화를 이끌었던 것과 같은 계기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웨어러블 시장의 관심은 스마트 워치로
여러 유형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중 실질적으로 시장에 가장 근접해 있는 후보는 스마트 워치이다.사업자들의 제품 출시가 가장 가시적인 영역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혁신을 이끌었던 주역들이 대부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14년 상반기를 지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2013년에는 스마트폰 상위 10개 사업자 중 2개 사업자만이 스마트 워치를 출시했으나, 올해는 7개 사업자로 그 수가 늘었다. 샤오미(Xiaomi)와 같이 신흥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렇듯 ICT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스마트 워치를 출시하다 보니, 전통적인 시계 제조사들도 위기감 속에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타이맥스(Timex)는 반도체 업체 퀄컴과 제휴를 통해서 스마트 워치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태그호이어(TagHeuer)도 자체적인 스마트 워치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제 스마트 워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자체의 성장 잠재력을 가늠하는 시험대 역할을 요구 받고 있다. 미국 가전 협회(CEA)가 소비자 1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하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신체 부위로 ‘손목’을 응답한 소비자 비율이 70%에 이른다. 소비자 관점에서도 시계는 항상 착용하고 다니기에 익숙한 제품 형태이다. 즉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후보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 워치 시장이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곧 ICT 시장 전체의 진화 방향 관점에서 중요한 이유이다.
스마트 워치 시장의 관심은 애플에게로
ICT 시장의 많은 이들이 애플 워치를 기다려 왔다. 스마트 워치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화시킬 수 있는 유력한 후보군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없지만, 애플이 가지는 신비감과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애플 워치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애플 워치는 애플 관점에서도 성공시켜야 하는 이유가 존재하는 제품 카테고리라는 점이다.
애플이 단순히 H/W 판매 수익을 위해서 애플 워치를 출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시계 시장의 규모는 2012년 기준 480억 달러 수준으로 애플이 지금까지 진입했던 시장들에 비해 규모도 작다. 시계 시장에서 점유율 1%를 확보할 때의 EPS 기여도는 $0.14 수준으로, 이는 아이폰의 $0.97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애플 워치는 결국 애플의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개발된 제품으로 봐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애플이 시장에 출시했던 제품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아이팟(iPod)은 아이튠즈(iTunes)라는 음원 생태계를 만들어내면서 시장에 정착했고, 아이폰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근간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아이패드는 대화면용 애플리케이션과 영상 콘텐츠 생태계의 구심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두 애플의 생태계 구축에 기여를 한 제품들이었던 것이다. 어느 기업이든 새로운 제품 개발에는 그 기업만의 철학과 원칙이 반영된다. CEO가 바뀌긴 했지만, 특히 애플처럼 문화와 DNA가 선명한 기업은 이러한 원칙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애플이 지향하는 생태계 전략은 분명하다. 궁극적으로 여러 생태계들의 통합을 기반으로 ‘사용자 중심의 Hyper-Connectivity’를 구축하는 것이다. 스마트홈에 대한 애플의 접근법을 보면 애플이 생태계 간 통합을 통해서 어떠한 고객 가치를 제공하려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애플은 우선 GPS, 신용카드 리더기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인프라를 통해서 사용자의 일과 및 동선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사용자의 상태에 따라 집 안의 기기들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만약 회사에서 지친 상태로 집에 돌아온 날이라면, 음악, 조명, 실내 온도 등을 미리 맞춰 놓아서 피로를 풀어주는 식이다. 집이라는 공간이 아닌,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간의 통합이다. 이는 애플 관점에서는 당연한 접근법일 수 있다. 사용자를 구심점에 두고 여러 생태계를 묶는다는 건 일종의 번들링(Bundling) 효과가 되어, 고객 기반을 고착화시킬 수 있고, 그 속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창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애플 워치는 애플 생태계 전략의 근간으로 작용할 잠재력이 있는 제품 카테고리이다. 생태계를 넘나드는 Hyper-Connectivity 관점에서는 사용자를 상시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여 상황에 맞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사용자가 아이폰보다는 사용자에게 더욱 밀착된 애플 워치를 착용하고 다닐 경우 좀 더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 애플 워치로 수집되는 사용자의 동선, 건강 상태, 인증 정보 등이 애플의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헬스케어 등의 생태계에 이식될 때, 사용자는 애플의 Hyper-Connectivity에 고착화되는 것이다. 애플에게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시장은 애플 워치를 특히 기다려 온 것이다.
Ⅲ. 애플 워치, 그 후
애플 워치가 공개되었다는 것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의 중요한 불확실성 요소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분명히 애플 워치는 지금까지 여러 스마트 워치 사업자들이 지향해 온 거의 모든 요소에서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워치 시장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애플은 분명히 많은 걸 보여줬다
애플의 CEO 팀 쿡이 애플 워치를 소개하면서 여러 차례 강조한 표현이 있다. ‘지금까지 애플의 제품 중 가장 개인적인 디바이스(Most personal device ever)’.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 역시 애플 워치를 사용자와의 감성적인 연결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인의 삶과 가장 밀접한 기기’로 정의했다. 그리고 이는 다른 스마트 워치 사업자들이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애플만의 역량 요소를 통해 구현되었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했던 애플의 생태계가 제품의 가치에 반영되어 있다. 사실 스마트 워치로 집 안의 조명이나 가전 기기 등을 제어하는 시나리오 자체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애플 워치가 이러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향후 애플의 스마트홈 생태계 홈킷(Homekit)과의 결합 가능성 때문이다. 이미 애플의 H/W 인증 프로그램인 MFi(Made for iOS)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의 종류와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 경쟁력을 여타의 스마트 워치 사업자들이 모방하기는 어렵다. 애플 워치에서 주목 받았던 광학 센서 기반의 정밀한 생체 신호 측정 시나리오도 마찬가지이다. ICT 시장 내에서 주요 센서들의 가격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대부분의 IT 기기에서 정밀도 높은 센서 채택이 범용화되고 있다. 즉, 광학 센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생체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한 이후부터 제공되는, 애플의 전문적인 헬스케어 서비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애플은 이러한 서비스를 위해 스탠포드, 듀크 대학 등과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애플 페이(Apple pay)를 위해서도 여러 금융 기관들과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S/W 기반의 UX(User experience)도 기존의 스마트 워치들보다 완성도 높게 구현해낸 건 분명하다. 탭틱(Taptic) 엔진은 물리적인 두드리기를 통해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길 안내를 할 때 좌회전과 우회전을 알려주는 두드리기의 종류가 다르다. 마치 사용자 스스로의 인지 기능이 반응하는 것과 같은 연출이다. 심장 박동과 같은 내밀한 정보를 시각화해서 상대방과 공유하는 것도 사용자의 정체성을 UX에 담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시도였다. 모두 기존의 스마트 워치 사업자들보다 앞선 애플의 S/W 역량을 기반으로 구현된 것들이다.
또한 제품의 크기를 두 가지로 출시하는 것과, 용도에 따라 ‘스포츠’, ‘프리미엄 에디션’ 등 라인업을 차별화한 것 등도 스마트 워치가 접근할 수 있는 진보된 H/W 전략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시장은 아직 혼란스럽다
애플은 분명히 스마트 워치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보여줬다. 애플의 생태계, S/W 역량, 그리고 상상력이 응축된 결과였다. 하지만 애플 워치가 발표된 이후에도 스마트 워치 시장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가디언은 애플 워치가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기능들을 담으려 했고, 그렇다 보니 소비자 관점에서 ‘해야만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야심차게 제시된 H/W 인터페이스 ‘디지털 크라운’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존재한다. 애플이 아이팟에서 보여줬던 휠(Wheel), 아이폰에서의 멀티 터치, 스와이프 등의 인터페이스에 비해 참신함과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코노믹리뷰는 디지털 크라운이 표방하는 ‘용두(龍頭)’란 것이 본래 아날로그 시계에서 시간과 날짜를 조정하기 위해 최적화된 장치이기 때문에 아무리 디지털을 접목한다고 해도 소비자 관점에서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스마트 워치만의 ‘존재의 이유’가 절실했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애플 워치 역시 모두가 공감할 만한 그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시장이 애플 워치를 냉정한 기준으로 다시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 워치 자체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 매체가 진행한 소비자 조사를 보면, 원래 스마트폰이란 것이 시계를 대체하는 제품인데, 다시 시계를 통해서 스마트폰을 대체하려는 IT 사업자들의 난센스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크게 번거롭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의 스마트 워치를 통해 수많은 알람을 제공 받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또한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결국 스마트 워치의 잠재적인 구매자층은 기존에 시계를 착용하는 이들로 나타난다. 하지만 시계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매일 충전해서 착용해야 하는 스마트 워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애플 워치도 결국 배터리 용량에 대해서는 아무런 힌트를 제공하지 못했다.
Ⅳ. ‘존재의 이유’
애플 워치에 대한 지금의 반응과, 내년에 실제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의 반응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실제 출시되는 시점에서도 모두가 수긍할 만한 그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 한다면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자체는 회의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과는 분명히 다르다
ICT 시장 내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전망을 밝게 보는 논리의 배경은 비교적 간단하다. 스마트폰 역시 초기에는 이렇게까지 확산되어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라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출발 조건이 다르다. 스마트폰은 결국 기존의 피처폰(Feature phone)이 진화한 제품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이미 365일 24시간을 소지하고 다니던 제품에 새로운 기능이 적용되어, 그 사용성이 혁신된 것이다. 반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소비자들이 지금까지 소지하지 않았던 제품을, 새롭게 소지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것도 대부분의 시간을 신체 부위에 밀착하고 다녀야 한다. 실제 미국 소비자들 중 3분의 1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구매 후 6개월 이내에 사용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할수록 본인 일상의 모든 순간이 추적된다는 사실을 부담스러워하는 사용자들도 있다. 결국 자동차가 말을 대체했듯이, 단순히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할 때 추가되었던 가치 요소보다는 훨씬 새롭고 강력한 그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지금 시장의 고민이 유효한지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스마트 워치 중 과연 누가 더 전통적인 시계의 외형을 닮았느냐에 대한 논란. 모토360을 시작으로 한 둥근 원형의 시계 디자인, 그리고 직사각형의 시계 형태 중 어느 쪽이 유행을 선도할 것이라는 의견들이 분분하다. 하지만 소비자 인식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기존 아날로그 시계의 매력에 소구되어 상시적으로 시계를 착용하고 다니는 소비자 관점에서는, 스마트 워치가 아무리 기존의 시계 외형을 닮는다 하더라도, 전통적인 시계가 제공하는 이상의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반대로 시계를 착용하고 다니지 않던 소비자들은 시계 자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이들이다. 이들에게는 아무리 시계와 닮은 제품으로 소구를 하더라도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패션 아이템 관점에서 고도화되고 있는 경쟁 양상도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패션 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템의 속성 상, 제품의 유행 주기를 보통 2~3주로 인식한다. 반면 IT 제품 중 가장 유행에 민감한 편인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는 27개월 수준이다. 스마트 워치를 패션 아이템으로 포지셔닝시키기 위해서 이보다 더 짧은 교체 주기로 소구하기는 어렵다.
결국은 사업자들의 몫
과연 스마트 워치는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ICT 시장의 Next Big Bang이 될 수 있을까.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자체는 향후 어떠한 형태로든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사물과 사람 간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IoT(Internet of Things) 관련 기술이 진화하고 있고, H/W 소형화가 가속화되는 등 주변 여건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그리고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핵심적인 가치 요소로 기대되는 운동, 건강 관리 등에 대해 소비자들의 근본적인 니즈가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다. 기술이 발달하고, 제공 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와 인지 수준이 높아진다는 점은 새로운 시장 형성에 있어서 분명히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흐름 속에서 스마트 워치가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혁신적인 성장 모멘텀으로 발전할지, 아니면 파편화된 IT 액세서리 시장의 니치(Niche)로 남게 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시장에는 이미 가격 경쟁이 심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순토(Suunto), 가민(Garmin) 등 전통적인 아웃도어 스포츠 업체들이 출시하는 제품과, 핏빗(Fitbit) 등 스마트 밴드 제품의 주요 기능들은 동질화되고 있다. 샤오미와 같은 신생 업체는 13달러에 미 밴드(Mi band)를 판매한다. 한때 시장에서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 받던 나이키(Nike)가 퓨얼 밴드(Fuel band) 사업에서 철수하고, 관련 인력들을 해고한 것은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 소비자들도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가장 핵심적인 속성으로 가격을 들고 있다. 시장이 본격화되기 전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낮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제품이 먼저 출시된 이후, ‘존재의 이유’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트위터도 2006년 처음 등장했을 때는 매년 생겨나는 수많은 웹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UI가 단순화되면서 단문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적합한 외형을 갖췄고,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수단, 허드슨강 항공기 추락 사고 등에서 그 영향력이 입증되면서 트위터가 가진 ‘존재의 이유’는 분명해졌다. 그런 관점에서 애플 워치가 내년까지 어떠한 가치 요소들을 기반으로 시장에 실제적으로 등장하느냐가 중요할 수도 있다.
스마트 워치만의 ‘존재의 이유’를 찾아내는 건 결국 사업자들의 몫이다. ‘웨어러블’은 아직 형용사이다. 존재의 이유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단순히 ‘~을 착용할 수 있는’이라는 활용성만 강조되어 왔다.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울 그 무언가, ‘~을 착용해야 할 이유’가 발견될 수 있을지, 그리고 누가 그것을 먼저 발견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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