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발품 팔면 스마트폰 4만5000원 더 싸게 산다 - 손안의 슈퍼 컴퓨터가 잠자고 있다

일취월장7 2014. 10. 1. 08:59

발품 팔면 스마트폰 4만5000원 더 싸게 산다

입력 2014-09-30 21:15:24 | 수정 2014-10-01 04:31:06 | 지면정보 2014-10-01 A2면
인사이드 스토리 - 막 오른 '단통법' 시대…꼭 알아야 할 5 가지

1. 구매 전에 통신사 홈피서 할인액 확인을
2. 대리점·판매점 할인율 15% 차이…가격 비교는 필수
3. 요금제 선택 신중…중간에 바꾸면 지원금 환불해야
4. 새 휴대폰 살 땐 요금 할인보다 보조금이 유리
5. 약정 기간 중 휴대폰 바꿀 땐 통신사는 그대로
서울 서대문구의 한 휴대폰 판매점이 30일 ‘단통법 시행 전 찬스 기간’이란 문구를 내걸고 영업하고 있다. 연합뉴스기사 이미지 보기

서울 서대문구의 한 휴대폰 판매점이 30일 ‘단통법 시행 전 찬스 기간’이란 문구를 내걸고 영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부터 휴대폰 시장이 확 바뀐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서 통신사들은 휴대폰별로 얼마의 보조금을 줄지(얼마를 깎아줄지) 홈페이지와 대리점에 공시해야 한다.
고폰을 쓰거나 2년 이상 휴대폰을 사용한 사람은 새 휴대폰을 산 사람이 받는 보조금 액수만큼 요금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단통법 시행으로 바뀌는 내용과 논란을 문답으로 알아봤다.

▷휴대폰을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나.

“1일부터 통신업체들은 홈페이지에 휴대폰별 보조금 액수를 공시해야 하고 대리점과 판매점은 매장에 게시해야 한다. 구입 시간, 지역에 따라 휴대폰값이 천차만별이던 문제는 사라질 전망이다. 소비자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보조금(할인액)은 34만5000원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확정한 보조금 상한액인 30만원에 대리점, 판매점 등이 15% 범위에서 추가로 할인할 수 있어서다. 과거보다 휴대폰 가격 편차는 줄겠지만 더 싸게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특히 시판한 지 15개월 이상 지난 구형 휴대폰은 보조금 상한액이 적용되지 않아 더 싸게 살 수 있다.”

▷요금제에 따라 혜택에 차이가 있다는데.

“34만5000원의 최대 보조금을 받으려면 월 9만원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3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면 비례원칙에 따라 보조금 지원액도 3분의 1로 준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법이 정한 최대치일 뿐이다. 통신사들이 1일부터 적용할 실제 최대 지원금은 20만원대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

▷보조금 대신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데 어느 쪽이 유리한가.

“휴대폰을 선물받거나 해외에서 구매한 사람들은 보조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2년 이상 지난 중고폰을 쓰거나 약정 기간이 만료된 사람도 할인 대상이다. 요금 할인 폭은 12%다. 휴대폰 보조금은 제공처에 따라 통신업체, 제조사 몫으로 구분된다. 반면 12%의 요금할인율은 통신업체의 평균 보조금에만 상응하는 혜택이다. 휴대폰을 선물받았거나 2년 이상 장기 사용한 사람은 요금 할인을 받는 게 낫고, 새 휴대폰을 사야 할 때는 제조사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보조금 쪽이 유리한 셈이다.”

▷2년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위약금을 얼마나 내야 하나.

“보조금, 요금 할인 모두 24개월간 서비스를 유지하겠다고 약정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요금 할인의 경우 할인 조건이 생기기까지 2년, 여기에 추가 약정 2년까지 총 4년을 써야 위약금 없이 제대로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 국내 평균 휴대폰 교체주기가 26.9개월인 것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긴 기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무약정기간 중 고장, 분실 등의 이유로 새 휴대폰을 사야 할 때는 통신사를 바꾸지 않고 기기만 바꾸는 게 좋다. 할인 반환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사를 바꾸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 약정기간 중 높은 요금제에서 낮은 요금상품으로 바꿔도 그동안 할인받은 보조금을 물어내야 한다. 과거보다 위약금 규정은 더 까다로워졌다.”

▷보조금이 적다는 비판도 나온다.

 

방통위가 정한 상한액(30만원)은 2009년 결정한 상한액(27만원)에 비해 3만원 인상되는 데 그쳤다. 올초 통신업체들이 지급한 1인당 평균 보조금(42만7000원)보다 낮다.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는 평균 보조금이 과거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모든 사람이 과거보다 비싸게 단말기를 구입하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이유다. 그동안 스마트폰을 60만~70만원씩 싸게 샀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휴대폰을 더 비싸게 사야 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세계 이동통신 시장, 보조금에서 서비스로 경쟁축 이동 중
장재현 김종대 정재훈 | 2014.09.29

지금까지 이통사들은 가입자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보조금 중심의 영업 정책을 펴 왔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일반화된 패턴이었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방법은 가입자의 확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통신 보급률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유치 효과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보조금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가입자를 서로 뺏고 빼앗기는 현상이 강화될 뿐, 신규 가입자 증가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이통사들은 보조금 중심의 영업 경쟁에서 요금과 서비스 차별화를 추구하는 마케팅 경쟁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보조금 경쟁은 단말기를 교체하려는 일부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는 반면, 요금이나 서비스 경쟁은 이용자 모두에게 더 공평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LTE 기술 경쟁과 보조금을 통한 영업 경쟁이 중심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도입을 계기로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보조금 경쟁에 익숙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주기 위해서 통신 업계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1. 이동통신 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2.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이 발발한 해외 통신 시장
3. 단통법, 글로벌 요금 경쟁 트렌드를 국내로
4. 요금 경쟁만으로는 부족

 


1. 이동통신 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올해 상반기 이동통신 시장은 보조금 대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통사들은 증가한 마케팅비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으며, 여기에 과징금과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까지 받았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불법 보조금 살포 문제가 다소 완화되기는 하였으나, 구조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보조금 문제는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을 내세워 지나친 보조금  중심의 경쟁 구조를 개선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다른나라의 경우 규제가 아닌 사업자들의 자율로 보조금을 대체하는 새로운 경쟁 수단을 찾기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성장기에 효과적이었던 보조금 경쟁 방식


지금까지 이동통신 사업자의 가치를 평가하는 결정적인 기준은 가입자였다. 가입자를 확대하는 것이 이동통신 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는 사실상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가입자 1인당 매출(Average Revenue Per User, ARPU)을 높임으로써 성장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효성이 낮은 편이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수도, 전기와 같이 개인의 삶에 필수적인 유틸리티 산업으로, 가격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G에서 3G와 4G로 네트워크가 전환되고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지만, 전세계 통신 사업자의 가입자 1인당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통신서비스는 타산업에 비해 망 투자 등 고정비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도 가입자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입자 증가에 따른 추가적 비용이 낮기 때문에 가입자 확대로 인한 매출 증가의 상당 부분이 수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통사들은 가입자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왔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활용한 수단이 보조금이었다.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요소에는 네트워크 품질, 요금제, 부가 서비스, 단말기, 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네트워크나 각종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가입자 확대로 이어질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반면, 보조금은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매 비용 부담을 직접 완화시켜 주기 때문에, 가입자 유치 효과가 즉각적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되면서 단말기 가격의 부담은 급격히 높아졌으며, 보조금의 규모도 더욱 커지고 영향력 또한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시장 포화,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방식을 바꾼다


이통사들은 현재의 수익을 다소 포기하고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서라도 최대한 가입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당연하게 여겨 왔다. 그러나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이러한 관점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동통신 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가입자 순증이 급격히 줄어들고, 그에 따라 보조금을 투입하더라도 가입자를 늘리는 게 점차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보급률이 낮은 성장기에는 보조금을 통해 유치한 가입자 대부분은 이동통신 서비스를 처음 이용하는 신규 가입자였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소비자가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해 있는 포화 시장의 경우, 가입자를 유치하더라도 이미 다른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던 가입자가 대부분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각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해도, 신규 가입자의 유치보다는 기존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현상이 계속되기 때문에 가입자 순증은 미미하게 된다. 즉 성장기에는 보조금의 효과가 크지만, 포화기에는 그 효과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보조금 중심의 영업 경쟁에서 요금제와 서비스 차별화를 추구하는 마케팅 경쟁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보조금은 단말기를 교체하려는 일부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입자 모집에 특화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요금제와 서비스 등은 기존 가입자 모두에게 동일한 혜택이 제공되는 것이므로 신규 가입자 모집보다는 기존 가입자 유지에 효과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요금제나 서비스 등으로 경쟁 방식을 전환하는 것은 가입자 순증이 미미한 시장 환경 하에서는 기존 가입자를 놓치지 않기 위한 경쟁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전세계 이동통신 보급률은 올해 말 1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의 이동통신 시장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 방식이 앞으로는 개발도상국 시장에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2.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이 발발한 해외 통신 시장

 


4위 사업자의 반란으로 시작된 미국의 마케팅 경쟁


현재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마케팅 경쟁이 가장 활발한 국가는 미국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일찍 시작된 국가답게 늘어나는 보조금으로 인해 이통사들이 큰 압박을 받아 왔다. 버라이즌의 최고재무책임자는 “고가폰에 대한 보조금으로 분기 마진에 압박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으며, AT&T의 랜달 스티븐슨 대표는 “시장 성장기에는 공격적인 단말기 보조금이 필요했지만, 성숙기에는 사업 모델이 바뀌어야 하고 과거만큼 보조금을 제시할 수 없다”라며 보조금의 폐기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고가의 보조금은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었다. 보조금을 포기할 경우 예상되는 가입자 이탈로 인해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 것이다. 그러던 중 실적 압박을 가장 크게 느끼던 4위 사업자 T모바일(T-Mobile USA)이 먼저 경쟁 방식에 변화를 꾀하였다. 2012년 말 새롭게 부임한 존 레저 대표는 네트워크 투자를 통해 품질을 경쟁사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동시에, 소비자의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불만요소(Pain Point)들을 적극 공략하며 마케팅 차별화를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존 레저 대표는 최고마케팅책임자를 새롭게 영입하며, 기존 이통사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담은 ‘언캐리어(Un-carrier)’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2013년 3월 ‘언캐리어 1.0’을 시작으로 현재 ‘언캐리어 7.0’까지 선보였다. 각각은 약정 폐지와 요금제 단순화, 단말기 교체 프로그램, 100개국 무료 데이터 및 문자 로밍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T모바일은 일련의 언캐리어 전략을 통해 고착화된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미국 사업자 가운데 2013년 2분기 이후로 지속적으로 매출과 가입자가 성장한 것은 T모바일 뿐이었다. 2013년 3월 13.1%이던 점유율은 3분기 만에 13.9%로 뛰어 올랐고, 올해 말이면 14.8%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T모바일 역시 여세를 몰아 연말까지 3위 사업자로 뛰어오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러한 T모바일의 약진에 경쟁사들도 대응에 나서면서 미국 이통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AT&T, 버라이즌, 스프린트 3사 모두 무약정 요금제와 단말 교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T모바일 따라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올해 8월 이후, 경쟁사들의 움직임은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버라이즌은 무제한 음성통화, 문자, 데이터 2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AT&T의 유사 요금제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하였다. 뒤이어 스프린트는 경쟁사 대비 30% 이상 저렴한 가족 간 데이터 공유 요금제를 출시하였으며, 음성통화, 문자, 데이터가 모두 무제한인 요금제를 80달러에서 60달러로 인하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T모바일은 타사 고객의 번호 이동을 추천한 고객에게 1년간 무제한 LTE 데이터 또는 월 10달러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는 등 하루가 다르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발사인 소프트뱅크의 파격 요금제로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된 일본


미국보다 훨씬 앞서 요금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은 일본이다. LTE와 스마트폰이 도입되기 이전인 2007년부터 마케팅 경쟁이 시작되었다. 3위 사업자인 소프트뱅크가 파격적인 전략들을 통해 고착화되는 점유율을 깨기 시작했다.


2006년 소프트뱅크의 보다폰KK 인수 전후로, 일본 통신시장의 점유율은 고착화 된 상황이었다. 점유율 50%를 넘어서는 1위 사업자, 20%대의 2위 사업자, 10%대의 3위 사업자의 틀이 굳어져 있었다. 그 가운데 3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하락세는 심화되어 1, 2위 사업자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에 통신 3사의 ARPU도 하락세였다. 2004년부터 2007년 사이 3년 간 3사의 평균 ARPU는 16.5%나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말기 보조금은 이통사들에게 큰 부담이었다. 소프트뱅크가 보다폰KK를 인수했을 당시, 휴대폰 1대 당 약 4만엔의 보조금이 지급되었는데, 이 금액은 피처폰 단말기를 무료로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반면 위약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따라서 단말기 구매시 보조금을 받아 싸게 구매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해지하는 고객들이 크게 증가했다. 당시 카메라폰의 화소수 경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일부 고객들은 단말기 구입 후 금세 서비스를 해지하여 이를 디지털 카메라처럼 이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입자들로 인해 이통사들은 재무적 부담을 크게 느꼈다.


2006년 10월, 소프트뱅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말 할부와 통신 요금을 분리시키는 분리 요금제를 도입했다. 단말기의 구매 비용은 24개월 할부로 나누고, 여기에 통신 요금을 받도록 했다. 다만 소비자의 월별 부담을 덜기 위해 통신비 할인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기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유지하면서 고객의 이탈을 막고 현금 흐름도 개선하는 데에 성공했다. 소프트뱅크의 분리 요금제는 일본 정부의 분리요금제 정책을 유도하여 이후 다른 경쟁사들도 분리 요금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이어 소프트뱅크는 경쟁사 대비 취약했던 네트워크와 단말 경쟁력을 경쟁사와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본격적으로 경쟁의 축을 마케팅으로 옮겨갔다. 이러한 마케팅 경쟁의 백미는 2007년 1월에 발표된 화이트 플랜 요금제였다. 새벽 1시부터 저녁 9시까지 20시간 동안 망내 무료 통화를 제공하는 이 요금제는 6개월만에 600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며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기에 경쟁사가 어떠한 요금제를 선보이든 24시간 안에 동일한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공표하면서 소프트뱅크에 대한 고객의 선호는 더욱 분명해졌다.


소프트뱅크는 가입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례로 사용자가 해외 로밍 요금제에 대한 불만을 손정의 회장의 트위터에 올리자 3개월만에 이를 반영하여 1,980엔(일정액)의 해외 로밍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일본 최초로 출시하였다. 해외 여행 고객의 요금 부담감을 크게 덜게 돼 시장의 큰 호응을 얻었다.


소프트뱅크의 이러한 마케팅 경쟁에 경쟁사들도 동참하기 시작했으나, 소프트뱅크를 뒤따르기에 벅찬 모습을 보이면서 소프트뱅크의 경쟁력은 날로 향상됐다. 소프트뱅크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6년 연속 가입자 순증 1위를 지키고 있으며, 2006년 15.5%였던 시장 점유율은 올해 말이면 24.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뱅크는 요금제뿐만 아니라 서비스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A를 통해 게임 등 컨텐츠/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요금제보다 모방이 어려운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경쟁사에도 영향을 미쳐 일본 통신시장에서의 서비스 경쟁을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특수한 상황이 이통사를 요금 경쟁으로 몰아


유럽의 많은 이통사들은 2000년대 초 3G 주파수 경매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지만, 막상 3G 서비스 도입이 지체되면서 재무적 부담을 크게 겪었던 경험이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3G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3G 서비스 활성화를 통한 높은 요금 책정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쉽지 않았다.


예상보다 높은 비용이 소요되었지만, 기대보다 낮은 매출이 발생하는 상황으로 인해 유럽의 이통사들은 비용 절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유로존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사업자들은 투자에 더욱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몇몇 국가들이 경쟁 촉진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통사들은 비용절감을 위한 보조금 폐지와 함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요금 인하에 한층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시장조사기관인 인포마 텔레콤앤미디어(Informa Telecoms and Media)의 자료에 따르면 이미 유럽의 약 30개 이통사가 보조금을 완전 혹은 일부 폐지할 정도로 보조금 탈피 전략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 사업자로는 스페인의 1위 사업자 텔레포니카(Telefonica)를 들 수 있다. 스페인은 남유럽 경제 위기의 중심에 있는 국가였던 만큼, 스마트폰이나 통신서비스에 대한 수요 감소가 예상되었다. 2012년 2월, 텔레포니카는 비용 부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보조금 제도를 폐지했다. 보조금 폐지 후 약 2개월 동안 총 257만 명의 가입자가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탈된 가입자가 경쟁사로 대거 이동하지는 않았다. 단말기 2개를 보유했던 사람들이 세컨드 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이동통신 보급률이 2011년 126%에서 2013년 110%로 감소한 것이다. 텔레포니카의 점유율은 2011년 말 41.3%에서 2013년 말 기준 37.3% 정도로 하락했지만 오히려 재무성과는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감가상각전 영업이익률(OIBDA 마진)이 2011년 29.5%에서 2013년에 48.9%까지 향상되었다.


유럽 이동통신 시장의 특징은 정부가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점이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 가상이통망사업자(MVNO)가 활발히 활동 중이며, 프랑스의 경우 2012년에 제4이통사의 진입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러한 사업자 수의 증가로 인해 요금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데, 특히 프랑스의 신규 사업자인 프리모바일(Free Mobile)은 공격적인 요금 경쟁으로 사업 개시 2년만에 점유율 12%를 돌파했다. 경쟁사들 역시 프리모바일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부터 요금 인하 및 결합 상품 강화 등을 통해 요금 경쟁을 준비했는데, 이러한 효과로 2011년 대비 현재 통신요금이 약 30% 가량 인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 단통법, 글로벌 요금 경쟁 트렌드를 국내로

 


우리나라의 경우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마케팅 경쟁이 한창 진행 중인 외국의 사례들과는 약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LTE가 경쟁의 메인 이슈가 되면서 마케팅 경쟁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또한 가입자 확보에 있어서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보조금 과열로 인해 일시적으로 공짜폰 등이 시장에 풀리는 소위 ‘대란’ 사태가 발생하고, 이후 불법 보조금 살포에 대한 책임으로 이통사는 과징금과 영업 정지 등의 처분을 받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정부는 지나친 보조금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단통법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단통법은 이용자들이 받을 수 있는 단말기 보조금을 사전에 공개하여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과도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여 기존가입자와 신규가입자간 혜택의 차별을 방지하겠다는 목표로 제정되었다. 물론 고시 내용이 당초 예상되었던 수준보다 다소 완화된 수준이지만 향후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해 보인다.


단통법을 통해 정부가 달성하려는 목표는 분명하다. 보조금 중심의 경쟁을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으로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들에서는 보조금의 효과가 반감되면서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단통법을 통해 이러한 트렌드가 국내에도 정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업자들도 지나친 보조금 경쟁으로 이익이 감소하고 있어 이를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당장의 점유율 경쟁으로 인해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은 통신 시장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시장의 경우 다른 나라와는 달리 사업자의 네트워크가 상당히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 3사 모두 150Mbps 이상의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약간의 속도나 커버리지 격차가 고객의 선택에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이폰6가 이통 3사에 모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자간 단말기 소싱 역량의 차이도 고객이 체감할 정도로 크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조금 경쟁이 약화된다면 결국 경쟁은 요금과 서비스 중심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내 이통사들도 이를 체감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요금제, 단말기 교체 프로그램, 멤버십 강화 등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한 광고 활동을 강화하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적인 모습으로 선회하고 있다.

 


4. 요금 경쟁만으로는 부족

 


보조금 경쟁 이후의 마케팅 경쟁은 주로 요금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요금 중심의 경쟁도 한계는 있다. 요금제는 모방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결국에는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기 힘들다. 여기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즉 요금 인하에 대응하기 위해 꾸준히 인력을 감축하게 되면 실업률 증가 등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이통사들은 설비투자비(CAPEX)를 줄이기도 했다. GSMA의 발표에 따르면 2007년 CAPEX를 100으로 봤을 때 미국 통신사의 CAPEX는 174로 크게 성장했지만 유럽은 97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절감을 위해 망 투자와 같은 부분에 소홀했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요금 인하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이 이뤄져야 한다. T모바일과 소프트뱅크는 이러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T모바일의 단말기 교체 프로그램, 아이폰 1주 체험 프로그램, 특정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 무료화 등은 단순히 요금 인하라는 금전적 가치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의 성격을 갖고 있다. 소프트뱅크 역시 마찬가지이다. M&A를 통해 컨텐츠 및 서비스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CEO가 직접 고객의 목소리에 대응하는 점 등은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통신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은 변하고 있다. 통신 사업은 지역성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글로벌 트렌드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단통법 시행을 계기로 한국의 통신 산업도 구조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과 갈등은 예상된다. 사업자간 갈등,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업체 간의 입장 차이, 유통업체의 문제 등이 해소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지금까지 적지 않은 보조금에 익숙해져 있던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대체하는 새로운 가치를 주기 위해서 통신업계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끝>


절제된 소비의 작은 탈출구, ‘작은 사치’가 늘고 있다
황혜정 | 2014.09.29

지갑이 얇아졌다 하더라도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인 경제적 제약으로 소비 욕구를 계속 억누르다 보면 절약 생활에 대한 피로가 쌓이게 마련이다. 소비 욕구를 발산하고자 하는 욕망과 현실적인 경제적 제약이 맞물리면서 ‘작은 사치’ 현상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잠시나마 삶에 활력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은 사치’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소비 시장이 혹한기를 지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연도별 소매 총액 자료에 따르면 최근 3~4년 전만해도 매년 8%대의 성장률을 보이던 소매 총액이 지난해에는 1%로 떨어지면서 크게 둔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작년 1분기를 저점으로 국내 경제는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기 상승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소비자도 경기 상승을 그다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가계 부채는 서민들의 소비 여력을 더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지난 해 처음으로 1천조원이 넘은 가계 부채는 5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이면서 올해 6월 말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했으나 주택 가격 하락으로 빚을 지고 있는 ‘하우스 푸어’, 소득의 대부분을 주택 임대 비용에 쓰고 있는 ‘렌트 푸어’에 이어 최근에는 등록금 대출에 취업 준비 비용으로 허덕이고 있는 ‘스튜던트 푸어’까지 사회적으로도 불안감이 있다. 서민들은 소비 여력도, 소비 심리도 위축되어 있다.


이러한 경제적, 사회적 상황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유통 산업이다. 대표적인 소비의 상징인 백화점도 성장세 둔화에 고심하고 있다. 매년 두 자리수의 성장률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고공 성장세를 보이던 백화점도 2012년을 기점으로 한 자리수의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세일 기간을 예년보다 일찍 앞당기고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본 딴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며 최대 80%까지 할인하는 명품 대전을 진행하는 등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소비자의 지갑은 기대만큼은 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은 매출 향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시에 눈을 돌려 최근 아울렛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매년 백화점을 늘리며 세를 확장하던 전략 대신 지난해부터는 백화점 신규 출점을 자제하고 아울렛 확장으로 소비 불황에 대응하고 있다.


백화점과 더불어 소비 시장의 양대 유통 축인 대형마트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인해 성장세가 주춤한 대형마트와는 달리 대형마트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특징으로 한 창고형 할인 매장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갑이 얇아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경우 일반적으로 가격이 싼 제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싼 제품만 팔리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소비가 늘어나는 분야가 있다.


돈이 없다고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마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에 처한 사건 중 국민들이 체감하는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IMF일 것이다.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많은 회사들의 부도 및 경영 위기가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구조 조정과 이에 따른 기업 연쇄 부도 등으로 실직이 크게 늘었고, 대량 해고로 인한 근로자의 고용 불안 정도는 극심했다. 이에 따라 미래 소득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었고 사회적으로 소비 절약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소비 심리도 크게 위축되었다.


이 당시에 한국방송공사가 매년 실시하던 전국소비자인식조사 자료를 보면 의외의 결과를 볼 수 있다. IMF로 인한 경제 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과 그 여파가 계속된 1998년의 소비 욕구에 관한 항목들의 점수가 IMF 이전인 1996년과 비교해서 비슷하거나 오히려 일부 항목은 높아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나는 갖고 싶어하는 물건이 많다’ 라는 항목의 평균 점수는 3년 동안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표> 참조).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더라도 소비 욕구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기 침체기에도 소비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데 현실적인 경제적 제약으로 소비 욕구를 계속 억누르면 스트레스가 생긴다. 누구나 질이 떨어지는 소비를 계속하면 스트레스가 쌓이게 마련이다. 절약 생활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다. 그 피로가 일정 수준 이상 쌓이게 되면 어느 부분에서는 소비 욕구를 발산하여 해소하고자 하는 욕망이 커진다. 맘껏 질러보고 싶은 소비 욕구와 현실적인 경제적 제약이라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으로 나타나는 소비 현상이 ‘작은 사치’ 이다.


소비 불황기에도 늘고 있는 ‘작은 사치’


히말라야 핑크 소금으로 간을 맞춰 까다로운 파리지앵과 뉴요커들이 즐겨먹는다는 포테이토 칩, 한 봉지의 가격이 만원을 훌쩍 넘는다. 최고의 디저트라고 불려진다는 프랑스산 마카롱의 한 개 가격은 4천원, 일반 마카롱의 2~3배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매장 개장 첫 날 매출이 4천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강남에 있는 한 백화점에서는 일본의 3대 롤케이크 중 하나로 일본의 청정지역에서 공수해온 우유로 만들었다는 생크림 롤케이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보여지는 ‘작은 사치’ 현상의 일부분이다.


고급 디저트 시장에서 부는 작은 사치 현상은 지난해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해에도 망치로 부숴먹는 야구공만한 크기의 독일 전통 과자가 오후 3~4시쯤이면 모두 판매되어 버려 발길을 돌리는 일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었다. 이 독일 과자는 6개월만에 월 매출이 판매 초기대비 약 15배가 넘는 2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백화점과는 대조적으로 백화점 내 고급 디저트 매출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은 사치’는 해당 제품 카테고리에서 사치스러운 느낌을 주면서, 과하게 비싸지 않아 소비자가 감당할 만한 가격 수준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작은 사치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회자된 데에는 스타벅스 커피가 크게 일조하였다. 스타벅스는 1999년에 한국에 진출하였는데 당시 직장인들의 점심 밥값이 평균 오천 원이었던 시절에 밥값에 버금가는 커피값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성 직장인 중심으로 식사 후 한 손에 커피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작은 사치의 대표 아이템이 되었다. 예전에는 몇 몇 아이템에서 나타나던 작은 사치의 현상이 최근 여러 카테고리로 확산되면서 요즘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 일상 생활에서 나타나는 작은 사치


최근의 작은 사치 트렌드는 특정 제품 카테고리가 아니라 일상적인 소비 제품 카테고리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앞서 예를 든 고급 디저트 시장 이외에도 저렴한 한 끼 식사의 대명사인 김밥 시장에서도 재료의 차별화를 앞세운 프리미엄 김밥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커피 전문점도 매장에서 소비자가 원두를 직접 골라 바리스타가 전용 추출기로 커피를 만들어주는 고급 커피를 판매하거나, 일반 매장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메뉴를 내세운 프리미엄 매장을 출점하고 커피 한 잔의 가격을 최대 만 오천 원까지 올리며 작은 사치 성격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일상적인 카테고리는 제품 가격이 절대적으로 낮아 그 안에서 고가 소비를 하더라도 부담이 적은 반면 사치를 누렸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다.


● 전형적인 사치품에서의 작은 사치 현상


전형적인 사치품 카테고리인 명품이나 수입 자동차 등에서도 작은 사치의 현상은 보여지고 있다. 일례로 명품 브랜드에서 출시되는 럭셔리 향수의 판매가 늘고 있다. 맞춤 의상 한 벌에 수천만원 하는 명품 브랜드 옷은 쉽게 살 수 없지만 그 브랜드의 코스메틱에서 나오는 고급 향수는 살 수 있다.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의 오뜨 꾸튀르 철학을 담은 향수의 향기만으로도 잠시나마 명품 브랜드의 최고급 양복을 입은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 맞춤복을 의미하는 오트 쿠튀르를 입지는 못하지만 이를 몸에 걸친 듯한 기분이 들도록 한다는 소위 ‘드미 쿠튀르’ 제품을 소비하면서 찰나의 호사를 누리는 것이다. ‘드미(Demi)’는 프랑스어로 ‘반’을 뜻한다.


최근 들어 늘어나는 수입차 시장에서도 작은 사치의 현상을 읽을 수 있다. 한국수입자동차 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입차는 2000년대 말까지 5% 미만의 낮은 점유율을 근근이 유지하며 크게 확산되지 않았으나, 2012년에 처음으로 10%를 넘어섰으며 올해는 6월 기준으로 15%까지 치솟는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차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2,000cc 미만인 소형 차량의 판매량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4%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반면 4,000cc이상의 대형차는 10여년 전 약 17%의 높은 비중을 보이다 점점 줄어들어 지난 해에는 2%대의 미미한 비중을 보이고 있다. 전형적으로 사치품으로 여겨지는 수입차 시장에서도 소형차 위주의 판매가 늘고 있는 작은 사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전에는 수입차를 거의 구입하지 않았던 30대 이하 젊은 층의 수입차 구입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작은 사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30대 이하의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약 2만4천대였으나 지난해에는 약 3만6천대로 50% 가까이 늘었다. 국산 차보다 약간 높은 가격만 지불하면 럭셔리의 상징인 수입차를 몰면서 과시할 수 있다는 가치가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한 것이다.


예전부터 소수의 카테고리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났던 작은 사치의 현상이 여러 제품 카테고리로 확산되면서 요즘 소비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소비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 앉아 있는 시기에 이러한 트렌드가 확산되는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고도 성장기에는 오늘보다 나은 미래가 있고, 자신의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더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는 그런 믿음을 가지기 어려워 진다. 성장의 공간이 많이 열려있을 때는 노력하면 다 가질 수 있다는 꿈을 가질 수 있었으나 성장의 여력이 적을 때는 언제 올지 모르는 내일로 만족을 미루기 보다는 오늘을 살자는 의식이 강해질 수 있다. 2012년에 제일기획이 실시한 대한민국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보고서에 따르면 ‘먼 훗날의 행복보다는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문항에 응답자 중 48.9%가 긍정적인 응답을 하였다. 이는 2년 전보다 약 4.8%p 오른 수치로 현재의 만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깔려 있는 분위기로 인해 대놓고 소비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작은 사치가 확산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들 수 있다. 경기 침체 등으로 소비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시대에 남들이 알만한 제품에 대한 과도한 소비는 자칫 사치나 허영으로 비춰질 수 있다. 로고만 봐도 알 수 있는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과 이익이 지난해부터 하락하고 있고, 매출 부진을 심하게 겪은 일부 명품 브랜드는 명품 불패 신화가 무색하게 백화점에서 매장을 빼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작은 사치, 절제된 소비의 작은 탈출구


지난 해 한경 비즈니스에서 발표한 2013년 10대 히트상품에 선정된 품목을 보면 10개 중 3개가 소비 불황기에 판매가 잘 되는 상품이었다. 알뜰폰(MVNO), 편의점 PB상품, 레그웨어가 그것인데, 저렴한 가격의 상품들이 많이 팔린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자료에 의하면 2013년 12월말 기준으로 알뜰폰 가입자수는 약 250만명으로 이는 전년 동월 대비 약 2배 정도 증가한 수치이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알뜰폰은 월 평균 약 10만명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편의점의 PB(Private Brand)상품은 지난 해 4개 주요 편의점 중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업체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제조사 브랜드(National Brand) 대비 10~20% 저렴한 가격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에게 어필한 것이다. 스타킹이나 레깅스 등의 레그웨어 역시 저렴한 가격으로 멋을 부릴 수 있는 아이템으로 히트 상품으로 선정되었다.


지난 해 히트 상품에 영향을 미친 것은 소비 시장 불황이었다.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아끼고 절약해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가격이 싼 제품으로 소비가 몰리는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소비 욕구는 언제까지 눌려있을 수 만은 없다. 계속되는 절약형 소비에서 오는 피로감으로 인해 한번은 맘껏 질러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올해 작은 사치 현상이 여러 카테고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이다.


소비로 존재를 증명하는 현대인에게 소비 행위는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다만 상황에 따라서 소비의 흐름이 달라질 뿐이다. 1990년대에 파산 직전의 구찌를 부흥시킨 디자이너 톰 포드(Tom Ford)는 ‘옷 하나로 살 맛이 날 수도 있고, 이 구두 하나면 인생이 달라질 것 같은 느낌이 사람 사는데 중요하다’고 했다. 이는 경기가 어려울 때도 유효한 소비 행위일 것이다.


현실적인 경제적 제약으로 과거처럼 집 구매 등과 같은 큰 소비에서 행복감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 주변에서 작은 사치를 누림으로써 만족을 얻는 소비 행위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은 사치는 절제된 소비의 작은 탈출구이다. 소비자들에게 별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팍팍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삶에 활력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작은 사치’를 발굴하는 것도 오늘을 사는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작지만 의미있는 가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끝>

 

손안의 슈퍼 컴퓨터가 잠자고 있다
김재문 김영혁 | 2014.09.30

스마트폰의 보급은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지만 아직도 스마트폰을 어려워하거나 잘 활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소규모 설문 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스마트폰의 활용 수준과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원인을 살펴보았다.


우선 스마트폰의 활용 수준과 관련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82%가 한달 평균 새롭게 설치하는 앱이 3개 미만이라고 대답하였고, 하루 평균 사용 앱이 5개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 이상에 이르는 등 저조한 활용률이 확인되었다. 그 이유는 40대 이전과 50대 이후로 크게 달랐다. 40대 이전에서는 “크게 더 좋은 앱이 없다고 생각해서(47%),” “새로운 앱을 찾고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귀찮아서(23%)”가, 50대 이후에서는 “앱 사용법이 복잡해서(40%),” “어떻게 찾는지 몰라서(35%)”가 주요한 이유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어려워 하거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원인은 각 연령대별로, 또 기술 수용에 대한 성향별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였지만, 이를 종합하면 크게 ①관습 장벽, ②사용 장벽, ③가치 장벽, ④위험 장벽 4가지로 요약 가능하다. ①새로운 시도가 귀찮아 익숙한 것만을 고수하는 고객들에게는 필요한 정보만을 큐레이션(curation)해주고, ②사용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느끼는 고객들을 위해서는 그들의 눈높이에서 UX를 구현하고 적극적으로 튜터링(tutoring)에 나서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③가치를 아직 모르고, 또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고객들을 위해서는 그들의 일상 생활에 서서히 스며드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또한, ④막연한 두려움과 불쾌감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에게는 여러 상황에 대한 세심한 사전적 배려가 요구된다.


고객들이 디지털 제품을 통해 느끼는 불편함과 피로감은 본격적 디지털 초연결시대의 확산을 저해하는 장벽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혁신의 역사가 늘 증명해왔듯이 고객의 불편함 속에는 언제나 새로운 사업의 기회 또한 존재한다. 고객의 불편함(Pain point)을 찾아내어 해소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은 스마트폰과 같은 ‘Next Big Hit’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레드오션화 되어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

 


< 목 차 >


1. 손안의 슈퍼 컴퓨터와 잠자는 사용자
2. 스마트폰에 닫혀있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
3. 디지털 세상의 4가지 장벽 뛰어넘기
4. 고객 관점이라는 평범한 진리

 


1. 손안의 슈퍼 컴퓨터와 잠자는 사용자


PC와 인터넷이 기하급수적으로 보급된 이후 디지털 세상은 일반인(end-user)에게까지 활짝 열리게 되었고, 특히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이제 디지털은 우리와 24시간을 같이 보내는, 세상의 그 무엇보다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약 3,935만명으로 보급률은 78%에 달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올해 말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스마트폰은 지금까지 인류가 발명한 모든 제품 중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되었다고 한다.


시장을 뜨겁게 달구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업계에서는 고사양의 소위 ‘스펙 싸움’에서 벗어나 신흥시장을 겨냥한 보급형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또 스마트폰 다음에 올 것으로 예상되는 웨어러블 컴퓨팅(Wearable Computing),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스마트홈(Smart Home), 사물 인터넷(IOT) 등에 대한 논의도 끊임없이 나온다. 이렇게 보면 스마트폰은 이제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할 수도 있는데, 성숙기에 걸맞지 않게 아직도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스마트폰을 통해 버스나 지하철의 도착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음에도 목이 빠져라 마냥 기다리고 있는 모습, 실시간 교통 정보를 파악하여 최적의 길을 알아낼 수 있는 네비게이션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고 막히는 익숙한 길을 선택하는 모습, 연락처나 사진, 스케쥴러 같은 개인 정보를 백업하지 않아 소중한 정보를 모두 날려버리는 모습, 로밍 서비스를 이해하지 못하고 데이터 차단을 하지 않았다가 요금 폭탄을 받는 모습, 하루 종일 스마트폰에 매달려 살지만 채팅이나 게임 등 일부 기능만 사용하는 모습 같이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은 첨단 디지털 기기로 무장한 디지털 시민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렇게 활용도가 떨어지고, 또 활용하려다 되려 손해를 보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까닭에 소비자들 중에는 통신비를 줄이기 위해 통화만 가능한 2G폰을 다시 찾는 회귀 현상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2. 스마트폰에 닫혀있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

 


지금까지 스마트폰의 사용 현황에 대한 연구는 적지 않게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사용자의 특성을 고려한 활용 또는 비활용의 원인에 대한 조사는 많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활용 정도와 그 원인을 결합 분석하기 위해 소규모 설문 조사(n=88)와 심층 인터뷰를 병행 실시하였다. 표본 크기가 조사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제약 조건은 있지만, 향후 추가적 연구를 위한 발판으로서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닫힌 마음


본 조사에서 전 연령대에 걸쳐 가장 두드러지게, 또 일관되게 나타난 결과는 새로운 서비스나 기능에 대한 닫힌 마음이다. 본인이 스스로 혁신 수용자(innovator), 또는 선각 수용자(early adopter)의 성향을 가졌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14%로 많지 않았다. 이들을 제외한 조사 대상자(majority 및 laggard 성향)의 91%가 처음 스마트폰을 구입해서 초기 설정을 할 때를 제외하고 새롭게 설치한 앱의 개수가 한달 평균 3개 미만이라고 응답하였다. 또, 스스로 앞선 수용자라고 응답한 조사 대상자를 포함한 전체 응답자의 75%가 새로운 앱(서비스)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거나 노력하지 않는 편이라고 대답하였다. 심지어 한달 평균 설치한 앱의 개수가 전혀 없다고 대답한 인원도 전체 응답자의 28%에 달하였다. 2013년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나온 수치도 34%로 이와 유사하였고, 최근 딜로이트(Deloitte) 컨설팅이 영국의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의 결과(31%)도 비슷했다.


이렇게 새로운 앱 설치를 꺼려하는 이유는 대략 40대 이전과 50대 이후로 다르게 나타났는데, 40대 이하에서는 “크게 더 좋은 앱이 없다고 생각해서(47%),” “새로운 앱을 찾고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귀찮아서(23%)”가 가장 주요한 이유로 나타난 반면 50대 이상에게는 “앱 사용법이 복잡해서(40%),” “어떻게 찾는지 몰라서(35%)가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났다.


기존에 설치된 앱에 대한 활용도 저조


앱 설치가 이렇다면 이미 설치되어있는 앱의 활용도는 과연 어떨까? 미국의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조사에 따르면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실행시키는 앱의 개수가 5개 이하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 중 68%이며, 아예 아무런 앱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전체의 17%로 나타났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이미 설치되어있는 앱에 대한 활용도 역시 매우 떨어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90%에 달하는 대다수가 하루 평균 사용하는 앱의 개수가 10개 미만이라고 응답하였고 그 중(10개 미만이라고 대답한 응답자 중) 64%는 하루 평균 사용 앱이 5개 미만이라고 대답하였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1인당 앱 개수가 평균 40개라고 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해보아도 개개인의 스마트폰 앱 활용률이 12~25%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사실 국내의 경우, 카카오톡이나 서울버스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Killer 앱들은 요즘 잘 나오지 않고 있으며, 블로터닷넷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앱의 가짓수는 줄어들고 특정 앱에 대한 집중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도 닐슨(Nielsen)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인당 한달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2012년 4분기에 23시간 2분에서 2013년 4분기에는 30시간 15분으로 31% 증가한 데 비해, 인당 한달 평균 사용 앱의 개수는 동기간 26.5개에서 26.8개로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그림 5> 참조).


중장년층에게 스마트폰은 여전히 커뮤니케이션 도구


본 조사의 결과를 각 연령대별로 구분하여 분석하였을 때 크게 2가지 두드러지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50대 이상 연령층의 단순한 스마트폰 사용이었다. 본 설문조사에 응답한 50대 이상의 응답자 24명 중 19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의 사용 용도는 통화, 문자(메시징 서비스 포함) 등 커뮤니케이션과 뉴스, 날씨 정보 검색 등 단순한 활동에 그쳤다. 클라우드, NFC, 계정 동기화/백업 등 기능을 사용해본 경험은 약 5%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기능 16가지를 선정하여 각 연령대별 활용 정도 및 인지 정도를 측정한 결과 활용/인지 점수 4점만점에 1점대를 기록한 항목이 7개에 달했다(<그림 6> 참조, 10대, 40대는 각 1개, 20대, 30대는 0개). 활용도가 저조한 까닭에 “스마트폰 사용을 통해 얻는 편리함 등 이점을 고려시 요금(단말기와 통신요금을 포함한 월 핸드폰 요금)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적정하다” 또는 “다소 싸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20대 이하는 32%, 30대는 27%, 40대는 13%인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5%에 불과하여 시니어층이 스마트폰에 대하여 느끼는 가치는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7> 참조).


젋은층도 다양한 기능 활용에는 소극적


또 다른 흥미로운 결과는 소위 디지털 세대라 불리는 젊은 층의 낮은 활용도였다. 예를 들어, 30대 이하의 젊은 층의 절반 이상(55%)이 계정 동기화 및 백업과 같은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 시니어층의 활용 저조 이유는 보통 각 기능/서비스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 자체를 몰라서였지만(계정 동기화 및 백업에 관련해서는 50대 이상의 29%가 “아예 들어본 적 없다,” 57%가 “들어본 적은 있으나 무엇인지 정확히 몰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함), 30대 이하의 주된 이유는 “불필요해서,” “익숙하지 않아서” 어떤 기능인지 알고 있으나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그림 8> 참조).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백업(계정 동기화 등), 보안 관리(비밀번호 등 개인 정보 유출 방지, 보안프로그램 설치 등)의 중요성에 대하여 질문을 해보면 대부분이 사실 이러한 관리를 해야 한다며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잘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다’는 안전 불감증에 걸려 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3. 디지털 세상의 4가지 장벽 뛰어넘기

 


설문 조사 및 인터뷰를 통해 연령대별로, 또 기술 수용에 대한 성향별로(innovator~ laggard) 나타난 스마트폰을 어려워 하거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다양한 원인들을 종합하면 크게 관습 장벽, 사용 장벽, 가치 장벽, 위험 장벽의 4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위 용어에 대해서는 일찍이 1987년 Ram & Seth의 연구에서 언급되었으나, 본 글에서의 의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각각의 장벽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보자.


① 귀차니즘 - 관습 장벽(Traditional Barrier)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방식을 계속 고수하기를 원하고 새로운 변화를 귀찮아한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사용해보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젊은층에서 이런 효과는 강하게 나타난다. 그런데도 이번 조사에서 귀차니즘이 강하게 나타난 데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귀차니즘의 이면에는 정보 과잉이 있었다. 앱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제공되는 앱 수는 합쳐서 250만개 정도라고 하는데, 이렇게 많은 앱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들 중에서 나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내는 것은 상당한 노력을 요구하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2010년 구글의 에릭 슈미트가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2003년까지 만들어진 데이터양은 통틀어 5엑사 바이트에 불과하였는데 지금은 이틀마다 그만큼의 데이터가 새로 추가되고 있고, 이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고 언급했듯이 우리는 이미 활용하고 있는 서비스에서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양의 정보를 받고 있고 그 이상의 정보는 큰 가치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정보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근 업계의 큰 화두 중 하나인 정보 필터링, 큐레이션 기술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큐레이션의 핵심은 산발적이고 규칙성이 없는 날것의(raw) 데이터 중 양질의 데이터만을 걸러내 목적에 따라 데이터를 가치 있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큐레이션은 핀터레스트(Pinterest), 쿼라(Quora)와 같이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선택을 바탕으로 정보를 필터링(filtering)하는 방식과 서미파이(Summify), 플립보드(Flipboard), 컨택추얼리(Contactually)와 같이 미리 만들어진 논리에 따라 필터링하는 방식이 있다. 어떠한 방식이던지 정보의 홍수에서 정제되고 개인에게 꼭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큐레이션 해줄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은 정보 과잉에 따른 귀차니즘을 허물고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큐레이션 서비스 자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심층 인터뷰 대상자들에 따르면, 좋은 큐레이션 서비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위해 찾아 나서는 것 또한 귀찮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자들의 일상 생활 접점에서 ‘서서히 스며들기’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베타버전이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는 주목할 만하다. 코타나는 기존의 단순 음성 비서 역할을 넘어서 초기 설정을 통해 건강, 스포츠, 기술, 헤드라인 뉴스 등 다양한 카테고리 중 사용자의 취향과 흥미 분야를 파악한 뒤, 사용자의 스마트폰 센서를 이용한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위치한 물리적 장소, 상황에 맞게 유용한 정보를 주는 서비스다. 코타나는 이를 위해 제3자(3rd party)가 맞춤화(customize)할 수 있도록 개발 도구(SDK)를 개방하고 있으며 현재 플릭스터(Flixster), 훌루(Hulu),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Facebook), 스카이프(Skype) 등이 코타나를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식으로 코타나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기존의 서비스에게 접근하여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② 어려움 - 사용 장벽(Usage Barrier)


40대 이하에서도 약 23%의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의 응답자가 스마트폰은 여전히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시니어층처럼 아예 사용할 줄 모른다고 응답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복잡하여 활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013년 시장 조사 기관인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실시한 스마트폰 이용 현황 비교 조사에서도(20대와 50대 500명씩 총 1,000명 대상) 20대는 20%가, 50대는 절반(50%)이 스마트폰이 이용하기 어렵고 복잡하다고 응답했다. 아무리 스마트폰이 PC와 노트북 같은 예전 제품들에 비해 직관적이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개선되었다고 하여도, 아직도 많은 이용자들에게는(특히 Late majority, laggard 성향의 이용자들에게는) 스마트폰이 여전히 어려운 수학 문제 같은, 쓸데없이 피로도를 높이는 존재인 것이다. 또한, 동일한 조사에서 디지털 변화 속도 질문에 대해서도 20대는 30%가, 50대는 62%가 쫓아가기 힘들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전 연령층의 기술 초보자들(tech novice)을 위해서 기업들은 먼저 다양한 고객층을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심층 인터뷰 중에도 자신을 기계치라고 표현한 이들의 대부분이 기술, 기능을 가리키는 용어 자체에서부터 이미 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그래도 영어 울렁증이 있는 고객들에게 와이파이, NFC, 블루투스, 푸쉬 서비스 등의 이름은 실제 어디에 쓰는 기술, 기능인지 전혀 연관도 되지 않을뿐더러, 사용법 설명 중에도 쉴 새 없이 나오는 스와이프, 스크롤, 앱, 아이콘, 위젯과 같은 말들은 외계어로 설명을 듣는 기분이 들게 할 뿐이다.


최근에는 ‘스마트 UI’라는 개념까지 등장하면서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 UI 개발을 위한 경쟁이 다양한 양상으로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미 음성, 손짓 등 제스쳐, 시선, 심지어 뇌파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낼 수 있는 모든 입력 수단을 총동원해 가장 편리하고 정확한 UI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마치 사람인양 스마트폰을 향해 원하는 기능을 말하고, 스마트폰을 앞에 두고 손짓을 하는 것은 아직 사용 장벽에 막혀 있는 고객들에게 편리함을 주기보다는 쑥스러움과 또 다른 번거로움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한편, 일본의 교세라는 거창하게 큰 기술은 아닐지라도, 현재 스마트폰의 UI에 낯설어하는 시니어층을 위한 스마트폰 URBANO를 작년 6월 출시하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스마트폰의 숙련도에 따라 3종류의 메뉴를 선택할 수 있게 하여, 피처폰에 익숙한 초보자들은 피처폰과 비슷한 방식의 메뉴를 통해 단계적으로 스마트폰 적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터치로 인한 오작동을 막아주는 기능도 탑재하였다. 후지츠의 라쿠라쿠2의 경우에도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전용 콜센터에 무료로 연결하는 원터치 메뉴를 추가하는 등 사용법이 간단한 스마트폰을 출시하여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스마트폰은 특히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했음에도 다른 고기능 스마트폰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구성하였는데, 이는 시니어층이 고기능 사용을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다만 사용이 불편하여 사용하지 않았던 사실을 간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GS샵의 인터넷쇼핑몰 오아후(‘오십대부터 시작하는 아름답고 후회 없는 삶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쇼핑몰’의 줄임말)는 14폰트 이상의 큰 글씨와 GS샵 대비 1.8배 더 큰 상품 이미지를 배치하고, 전용 무료 전화를 통해 전문 상담원의 원격 제어 도움을 받으며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UX(User Experience)로 이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더 나아가 디지털 튜터링은 사용의 어려움을 더 극심하게 느끼는 디지털 생초보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술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포그(David Pogue)는 TED 강연에서 “인간이 하는 활동 대부분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있지만 유독 디지털 관련 기술은 ‘사람들한테 컴퓨터를 건네주고 둥지 밖으로 차버리는’ 네가 알아서 배우라는 식”이라며 디지털 기기의 기본 사용법 교육이 부재한 현재의 상황을 꼬집었다. 실제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부분의 국민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지만 어떻게 이것을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본 NTT도코모의 경우 전국의 모든 매장에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의 작동과 기능을 소개하는 전화 교실을 꾸준히 열고 있는데 2012년에만 약 75만명이 참가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③ 모름 - 가치 장벽(Value Barrier)


앞서 살펴본 관습 장벽은 그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것인데 반해, 가치 장벽은 제대로 된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고 대답한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의 경우, 심층 인터뷰 대상자에게 큐레이션이 어떤 서비스이며 어떤 가치를 전달해줄 수 있는지 설명해주자 30대 이하 대상자는 전원이 이 서비스를 찾아 시도해 보겠다고 대답하였으며, 40대 이상의 인터뷰 대상자의 경우에도 대다수가 사용법이 용이하다면 서비스를 원한다고 대답하였다.


새로운 앱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40대 이하 응답자의 47%가 “크게 더 좋은 앱이 없다고 생각해서”라고 대답했다. 획기적인 앱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용자들도 이제는 예전만큼의 호기심이 많이 줄어든 듯 하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홍보 수단은 SNS나 블로그 등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다. 온라인 구전(Word of Mouth)을 통한 마케팅은 실제 많은 성공담을 낳았고, 그 효과가 인정되자 IT업체들은 온라인상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는 오피니언 리더를 공략하는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이들에게 알리는 효과로서는 유용할지 몰라도 애초부터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Digital non-user를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Digital non-user까지 고객의 pool을 넓히기 위해서는 이들의 일상 생활 안에서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야 한다. 대표적인 SNS 중 하나인 트위터(twitter)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도 이러한 방식이 작용했다. 입소문을 통해 트위터 서비스가 확산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전세계인을 상대로 가입자 수를 늘리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아이티 지진 사건부터다. 전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던 아이티 참사와 관련한 트위터 포스트는 약 150,000개로 트위터는 당시 현장에 있던 유저들을 통하여 그 어떤 매체보다 빠르고 정확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였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특파원의 역할을 감당하는 많은 유저들로 인하여 기존 매체들이 특종거리를 계속 빼앗기자 나중에는 기존의 주요 언론 매체들도 트위터를 통해 밝혀진 여러 소식들을 인용하여 보도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소셜서비스에 이전에는 관심이 없던 고객층에게 그 존재와 가치를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고객의 일상 속으로 다가가기’라는 측면에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연계 활동도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이 방식은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가 써보기 전에는 가치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란 공공 장소에서 문자와 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광고판을 의미하는 것으로 모션인식이나 NFC를 이용해 사용자와 쌍방향으로 교감하는 형태까지 이미 발전되어 있다. 대표적으로는 포털 업체 다음이 지하철에 설치한 디지털뷰, 강남역의 미디어폴이 여기에 속한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고객들이 신제품(서비스나 앱, 기술 포함)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 일반 소비자들에게 접근성이 높아 그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사이니지는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해 기존의 오프라인 마케팅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고객에 다가갈 수도 있어 스타트업 IT기업들에게 적합성이 높다. 예컨데, NTT도코모 매장에서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대형 스마트폰의 형태로 제작하여 추천 앱 응용 프로그램을 고객이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관심이 없던 고객들의 흥미를 유발시켰음은 물론, 스타트업을 포함한 앱 개발사는 통신사의 공동 마케팅으로 큰 부담 없이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할 수 있었다.


④ 두려움 - 위험 장벽(Risk Barrier)


50대 이상에게 사용 장벽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장벽은 위험 장벽이었다. 아무래도 시니어층은 인터넷과 디지털 환경의 혜택을 받으며 자란 젊은 세대와는 다르게 단시간에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급속한 변화와 시행 착오를 겪어 디지털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이다.


가령 PC의 임시 저장소에 자동 저장된 문서를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지 않아서 장시간 노력한 문서 파일을 날려버린 경험이나,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다운받았는데 악성 바이러스가 같이 다운되어 컴퓨터가 불능 상태가 되어 버린 경험, 디지털 TV로 교체한 뒤 TV와 셋톱박스의 개별 컨트롤이 헛갈려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해 아이들에게 면박 당했던 경험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과거의 좋지 않았던 기억 때문에 새로운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는 사용해보기도 전에 위험하다고 본능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더군다나 악성 코드를 포함한 안드로이드용 앱이 작년 9월에 이미 백만개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앱을 시도해보기 원하는 것은 무리한 기대일 수도 있다.


이렇게 위험 장벽에 막혀있는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을 위해서는 좀더 세심한 서비스가 요구된다. 단순히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일대일 관리를 해줌으로써 이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거두어 주고 디지털에 대한 믿음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가령 서비스 센터에서 혹은 원격으로 정기적인 스마트폰 앱 정리와 백업을 해주고 개인의 취향에 맞게 화면 구성을 해준다거나, 악성 코드와 사용도가 떨어지는 불필요한 기능들을 삭제해주고, 또 로밍이나 과다 데이터 사용 등으로 요금 폭탄을 맞기 전에 어려운 말로 문자를 보내기 보다는 직접 전화로 연락하여 상황을 설명해주고, 필요하다면 원격으로 제어해주는 식의 토탈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편, 40대 이하 응답자들에게도 위험 장벽이 많이 언급되었는데 심층 인터뷰를 통해 파악한 이들의 ‘위험’은 50대 이상의 위험과는 사뭇 다른 위험이었다. 50대 이상에게 있어 위험이 기기 고장이나 요금 폭탄, 금전적 사기 등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면, 40대 이하 응답자들에게 위험은 광고성 스팸 팝업이나 악성 프로그램 처리에 대한 귀찮음, 기대와 다름에서 오는 실망감 같은 것들이었다. 특히, 응답자들은 무료를 표방한 유료 앱, 일명 프리미엄(Freemium) 앱에 대한 실망이 컸다.


지난 10년간 신생 인터넷 기업들과 스마트폰 앱 개발자들 사이에서 지배적 사업 모델로 자리매김한 프리미엄(Freemium) 사업 모델은 킹소프트(Kingsoft Office), 드롭박스(Dropbox), 링크드인(Linked-in), 스포티파이(Spotify) 등을 지금과 같은 위치로 성장하게 만들었으며, 여전히 앱 시장에서 가장 큰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는 형태이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앱들이 무료로 먼저 배포하고 앱 내부 결제(IAP: In-App Purchase)로 기능을 풀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 많은 서비스들이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먼저 깨우쳐주기 전에 실망감과 피로감을 더해주자 새로운 서비스에 아예 마음의 문을 닫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앱 내부 결제 이슈는 특히 판단력이 떨어지고 충동 결제를 참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먼저 크게 이슈가 된 바 있었다. 아이들이 부모의 신용 카드 정보가 들어있는 스마트폰으로 무단 결제를 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사회적으로 부각되자 미국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COPPA)’을 통해 어린이용으로 분류된 앱에 앱 내부 결제를 넣는 것을 금지하였고 앱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는 이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리미엄이 단순히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앱의 진짜 가격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키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업체들은 프리미엄 및 인앱(In-App)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 장점만큼이나 커다란 단점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여 고객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 한 모바일 게임 업체는 같은 광고도 광고가 내려왔다 사라지는 형식으로 넣었더니 해외 유저들은 리뷰에 ‘광고’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유저들이 훨씬 적었다고 한다. 결국 ‘프리미엄 및 인앱 광고를 활용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라는 이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불쾌감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것이다.

 


4. 고객 관점이라는 평범한 진리

 


이제 주변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스마트폰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스마트폰 대세론의 확산과 함께 스마트폰을 활용한 부가서비스 및 앱 시장은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다. 닷컴버블이 연상될 정도로 많은 스타트업 앱개발자들이 새로운 앱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기기 제조사들도 세계 최고 기술을 접목시킨 스마트폰, 스마트와치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과연 이런 것이 필요한가’ 생각이 드는 많은 기능과 서비스들까지 지속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공급자들의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미셜 세르(Michel Serres)가 말하는 ‘엄지세대’ 들 조차 여전히 스마트폰 이용에 있어 다양한 장애 요인에 부딪혀있다. 더욱 큰 편리함과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많은 최신 기술, 제품, 서비스로 인해 일부 고객은 오히려 더 큰 불편함과 피로함을 호소하며 새로운 디지털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의 활용률은 보급률이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정체되고 있고, 앱 시장도 게임 등 일부 섹터를 제외하고서는 침체되는 추세다.

 

고객들이 느끼는 이러한 불편함은 본격적 디지털 초연결시대의 확산을 저해하는 장벽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혁신의 역사가 늘 증명해왔듯이 고객의 불편함 속에는 언제나 사업의 기회 또한 존재한다.


둔화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보급률이나 특정 앱과 서비스로의 집중화, 고착화를 보면서 더 이상 할 만한 것이 없다고 단정짓기보다는, 스마트폰 사용을 통해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 거부감은 없는지 세세하게 살펴봐야 한다. 기기의 보급률이 캐즘을 넘어 대중화에 성공한 것만큼 동반되는 기술에 대한 적응, 체화(體化) 정도 또한 캐즘을 넘어섰는지도 분석해 봐야 한다. 고객의 불편함(Pain point)을 찾아내어 해소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은 스마트폰과 같은 ‘Next Big Hit’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레드오션화 되어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