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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하반기 경제전망, 모멘텀 약한 경기회복 - 로봇·인공지능의 발전이 중산층을 위협한다

일취월장7 2014. 7. 9. 13:12

2014년 하반기 경제전망, 모멘텀 약한 경기회복
경제연구부문 | 2014.07.08

연초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세계경제는 하반기 완만한 회복기조를 보일 전망이다. 출구전략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 충격이 줄어들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가계 및 기업저축 증가로 수요확대 여력이 커져 있어 심리회복이 수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낮을 것이다. 세계교역이 위축되는 글로벌 리밸런스 현상이 지속되어 선진국의 자본과 개도국의 노동이 결합하면서 나타나는 생산성 상승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개도국은 내수부문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단기에 성과를 보이기 어렵다. 세계경제의 잠재성장력은 2000년대에 비해 한 단계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당분간 세계경제 성장률은 3%대 초중반에 머물 전망이다.


국내경제는 세월호 사태의 충격으로 2분기중 성장세가 크게 꺾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반기에는 심리위축 현상이 완화되면서 경기회복세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계교역 회복이 완만하게 이루어지고 원화도 절상흐름을 보이면서 수출이 경기를 이끌어가는 힘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경제의 장기적 성장에 대한 우려가 젊은 층으로 확산되고 있어 소비 회복의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크게 늘었던 주택투자도 수급상황이 안정되면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도 4%대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대 상승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에 비해 고용창출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고용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 금융시장은 당분간 안정추세를 유지하다가 하반기 말경 미국 금리인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국내금리가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 평균 달러당 1,000원이 예상되며 내년에는 달러당 평균 990원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 목 차 >


1. 세계경제 전망
2. 국내경제 전망
3. 맺음말

 


1. 세계경제 전망

 


세계경제 회복되나 기대에 못미치는 성장


세계경제는 지난해 초부터 상승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예상했던 것만큼 성장의 활력이 뻗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1분기 세계경제 성장 속도는 지난해 4분기보다 뚜렷하게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1> 참조). 북미지역의 한파 등 외적 충격요인이 작용했지만 그만큼 세계경제 상승의 모멘텀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자국의 내수생산을 중심으로 회복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수입수요가 줄어들면서 세계경제에 대한 파급력이 크게 약해졌다. 당초 예상보다 세계교역 회복이 계속 지연되면서 국가간 경기흐름의 연관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개별 국가들의 성장의 힘이 모이지 못하고 분산되면서 세계경기는 본격적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비해서는 세계경기 상승속도가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을 주도하는 지역은 역시 선진국일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나 미국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의 충격이 많이 줄어들어 선진국 경제주체들의 소비 및 투자심리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가계 및 기업저축 증가로 수요확대 여력이 커져 있는 상황이어서 심리회복이 수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수요 부문이 성장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크게 줄어들고 유로존도 적자축소 기조가 이어지면서 재정건전화를 위한 추가 긴축의 필요성이 줄어든 상황이다. 민간부문과 정부부문에서 디레버리지 속도가 조정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세계교역이 위축되는 글로벌 리밸런스 현상이 쉽게 해소되지 못하면서 향후에도 세계경제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이어지면서 세계교역이 다소 늘어날 여지가 있지만 과거와 같이 교역증가 속도가 성장세를 크게 상회하는 현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선진국의 기술과 자본이 개도국의 노동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세계경제의 빠른 생산성 상승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개도국은 수출부문의 성장기여도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내수부문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는 단기에 성장을 높이기 어려운 부문이다. 세계경제의 잠재성장력은 2000년대에 비해 한 단계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3%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유로존의 회복세가 좀더 가시화되고 미국도 성장세가 높아지겠지만 개도국 성장은 정체되면서 세계경제 성장세가 3%대 중반으로 소폭 높아지는 데 그칠 전망이다.


미국, 경제회복 예상보다 완만할 전망


미국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이는 한파에 따른 생산차질에 기인한 바 크며 2분기부터는 생산과 고용이 완만하게 회복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현재 생산확대로 고용과 소득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확대되는 경제 선순환의 흐름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출구전략이나 국가부채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심리적 충격이 완화되고 있다. 개선된 가계재무구조와 기업수익성이 낙관적 전망과 결합하면서 소비와 투자활동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재정적자가 줄어들면서 재정부문 긴축 강도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성장의 속도는 기대했던 것만큼 높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그동안 경제성장에 기여도가 높았던 주택부문의 활력이 둔화되고 있다(<그림 2> 참조). 주택가격의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상승세가 상당기간 지속되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회복 여지가 많이 줄어들었다. 올해 말 양적 완화 종료와 함께 금리인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그 동안의 저금리에 따른 확장효과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높아지는 것도 통화정책의 여유를 줄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현재 제조업 부문의 생산확대가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비교우위가 확인된 부문이 아니어서 성장주도 역할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제조업 부문의 고용이 늘고 있지만 생산성이 낮아지면서 성장에 대한 기여를 떨어뜨리고 있다. 중기적으로 미국이 3% 성장세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은 2.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당초 전망이었던 2% 후반에 비해 낮아진 수준이다. 올해 생산차질에 따른 기저효과로 내년에는 성장세가 2%대 중반 수준으로 완만히 높아질 전망이다.


유로존, 경기회복 속도 소폭 상승


유로존은 지난해 2분기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선 이후 전분기비 0.1~0.3%의 회복(연율 0.8%)을 이어오고 있다. 재정위기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소비 및 투자활동이 재개되고 대미수출이 늘면서 느리지만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향후 유로존의 성장 속도는 조금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성장세로 인해 성장을 중시하는 정책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로 유럽중앙은행은 6월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필요시 양적완화에 나서는 등 적극적 부양책을 시사한 바 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긴축반대 여론이 높아졌음이 확인되면서 재정건전화를 위한 긴축의 속도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가 성장을 재개할 것이라는 점도 유로존의 수출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유로존 경제가 심한 위축에서는 벗어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높은 경제활력을 보일만한 성장의 모멘텀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중개 기능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신규투자 활동이 제약되고 고성장을 주도할만한 부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유럽중앙은행의 단일감독권 이행을 위한 단일파산정리제도나 단일예금보장제도는 내후년까지도 시행이 불확실하다. 저성장과 저물가가 결합되어 나타나면서 일본의 90년대와 유사한 장기 저성장 및 디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그림 3> 참조). 유로존은 올해와 내년 1%대 초반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디플레 탈출 기대감 높아


일본은 소비세 인상에 따른 충격이 우려되었으나 예상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소비세 인상 직후인 4월 소비지출 증가율이 -4%대로 낮아졌으나 증세 직전 7%대로 높았던 데 비해서는 완만한 수치이다. 하반기에는 증세에 따른 심리적 충격이 상당 부분 완화되면서 경기의 회복기조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세 인상 효과를 제외하고도 1%대 중반의 소비자 물가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탈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그림 4> 참조). 일본의 디플레이션 갭이 상당부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최근 취업자수가 빠르게 늘면서 임금상승 움직임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소매업, 서비스업 등에서는 고용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향후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임금 상향 조정이 이루어질 경우 평균 임금을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 민간소비의 회복과 함께 기업의 실적 개선에 따른 투자 확대가 하반기 내수 중심의 경기 회복을 이끌 것이다. 내수확대와 엔저로 올 1분기중 수출 및 내수기업 모두 리먼쇼크 이전의 수익성을 회복한 상황이다.


다만, 인구감소 등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아베노믹스가 내세운 성장전략이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향후 일본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목표치인 2%에 못 미치는 1%대 초중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성장세 완만하게 둔화


중국경제는 지난 1분기까지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된 바 있으나 2분기부터는 경제지표들이 다소 호전되면서 경착륙 우려가 줄어든 상황이다. 경기의 지속적 하락을 우려한 중국정부가 인프라 확대, 세제지원 등 경기조정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그림 5> 참조).


그동안 중국정부는 1,000만 일자리 창출만 가능하다면 부양책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리커창 총리가 성장률 하한선이 7.5%라 공언하는 등 성장에 좀더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장기적인 시장중시 경제로의 이행을 위해 적극적인 개입은 삼가겠지만 미니 부양책들을 상시적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3월 이후 인프라 예산을 중심으로 중앙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기업부문의 대출도 늘리고 있다.


이는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다소 완화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상환액은 올 상반기를 정점으로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채무 증가속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 성과 시의 지방정부가 지방채를 직접 발행하는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방식이 확대되면서 지방 정부의 도산 우려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부진은 당분간 지속되면서 관련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도시주택 공급이 실수요를 지속적으로 상회하면서 재고가 누적되었기 때문에 주택가격의 조정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소형 부동산 기업의 부실도 확대되면서 향후 1~2년간은 재고조정에 따른 부동산 경기 부진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소비확대 노력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 수익성 저하에 따른 소득창출 부진과 반부패 드라이브 정책 등의 영향으로 내구재 등을 중심으로 소비성장세가 정체되면서 중국정부는 연초 발표한 소비증가 목표치를 하향조정한 바 있다. 중국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7.7% 성장에서 올해에는 7.4%, 내년에는 7.2%로 완만한 하향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 어려움 지속될 전망


기타 BRICs 국가들은 정치적 환경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그림 6> 참조). 인도의 경우 신임 모디 총리의 개혁성향에 대한 기대가 대내외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성장하락세가 멈출 전망이다. 조세제도 및 각종 인허가 제도의 간소화 등 외국인들의 투자를 저해했던 요인들이 완화되면서 해외기업 투자가 회복되고 그동안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지연되었던 투자 프로젝트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고금리 기조 유지 및 금 수입규제 완화에 따른 경상적자 확대 가능성이 주요 제약요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 경제는 올해 제자리 걸음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간에 휴전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잠재적 불안요인은 지속될 것이다. 급격한 자금 이탈과 서방세계와의 갈등으로 외국인 직접투자와 기업 투자가 지연될 전망이다. 자금 이탈로 인한 루블화 약세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되고 있어 통화정책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내년까지 1% 미만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은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동반 악화로 하반기에도 부진한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준비에 당초 예상보다 세 배나 많은 금액이 투입되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된 바 있어 재정지출을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 성장세 약화로 원자재 비중이 높은 브라질의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경상수지 적자 역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경계수준까지 높아지면서 고금리정책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경제는 당분간 1%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둔화로 하반기 유가 소폭 상승


국제유가는 이라크 내정불안에 따른 영향으로 두바이유 기준으로 6월말 현재 108달러까지 상승했다. 외국기업들의 철수 준비와 무장단체에 점령당한 북부 일부 유전들의 가동 중단으로 인해 세계 9대 산유국인 이라크에 대한 석유공급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의 독립선언과 시리아와 이란의 개입, 북부 쿠르드족의 독립 추진 등의 이라크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라크 사태가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수도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시아파 민병대와 정부군의 대응이 강화되고 미국이 병력과 무인항공기 등을 투입하면서 이라크에서 석유수출 차질이 크게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이라크 원유 생산의 90%가 교전과 거리가 먼 남부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리비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1백만 b/d 규모의 석유수출 차질 역시 중앙정부와 지방반군의 합의로 일부 유전들이 생산 재개에 돌입하면서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이라크발 석유공급 불안감이 진정되고 리비아의 석유수출이 회복되면 유가 강세가 점차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요인 외에 세계석유 수급사정의 악화가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그림 7> 참조). 선진국 석유수요가 증가세로 전환되는 반면 노후유전이 많은 북해유전과 멕시코 등에서의 생산 감소로 인해 비OPEC의 석유공급은 다소 둔화될 여지가 있다. 현 수준의 유가에 만족하는 OPEC은 6월 11일 비엔나 회의에서 원유공급 쿼터를 동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반기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07.5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카자흐스탄의 대형유전인 카샤간 유전의 생산 재개 등으로 공급이 늘면서 유가가 다시 소폭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도국의 수요부진이 이어지면서 국제 금속 가격은 전반적으로 보합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수급사정 개선 기조가 이어지면서 곡물가격도 안정될 전망이다. 세계식량기구와 미국 농무부는 2014/15 시즌에도 곡물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세계각국의 기상청이 하반기 엘리뇨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 기상악화로 인한 곡물가격 강세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 가운데 불안 요인 잠복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초 신흥국을 중심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이후 전에 없이 지극히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주가를 비롯하여 통화, 채권의 변동성지수는 글로벌 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그림 8> 참조). 선진국 금리 하락세로 인해 투자자금이 신흥국으로 재유입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도 안정세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평온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선진국들의 금융완화 기조가 한동안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연준(Fed)은 단계적인 양적완화 축소 조치를 지속하고 있으나, 본격적인 금융긴축이랄 수 있는 금리인상은 내년 중반 이후에나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초 통화완화에 나섰던 유럽중앙은행(ECB)은 저성장, 저물가로 인한 디플레 우려가 가시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성장세가 미약할 경우 하반기나 내년 중 양적완화 규모를 더욱 늘릴 가능성이 있다. 선진국의 계속되는 금융완화는 경기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장기금리 역시 당분간 하향안정세가 예상된다. 국제투자자금의 재유입으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안정세를 찾으면서 신흥국들도 그 동안의 금리인상을 멈추거나 금리인하에 나설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말경부터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가 마무리 되면서 금리인상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를 넘는 수준으로 상승한 상태여서 양적완화 축소 이후 금리인상 시점을 둘러싼 논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방기금금리 인상이 내년 중반 이후에나 단행될 지라도, 금리인상을 둘러싼 매파의 목소리가 점차 커질 경우 시장금리는 먼저 반응하여 상승할 수 있다.


금리의 흐름이 바뀌는 과정에서 급격한 투자포트폴리오 조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동안 선진국의 양적완화 및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주가상승 및 채권수익률 하락,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 등 금융시장 내에서 위험 추구 현상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미국금리 상승은 신흥국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이후 경상수지가 개선된 국가들도 존재하지만 많은 신흥국들이 아직 급작스런 투자심리의 변화 및 자본유출에 취약한 상태이다. 일부 국가의 외화 유동성 부족과 부도 위험이 전염효과를 야기하여 신흥국 전반의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존재한다. 우크라이나, 중동 등에 잠재되어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불안 요인이다. 이들 지역에서 정치, 군사적 긴장이 현재화되고 고조될 경우 유가상승이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


미달러화 점진적인 강세 유지 예상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금리인상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미달러화의 강세도 제한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가 이어지고 그 다음 단계로서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논의가 점차 고개를 들 것으로 보여 연말로 갈수록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최근 통화완화를 배경으로 약세로 돌아선 유로화는 약세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지역의 성장세가 느린 데다 물가상승률도 낮아 추가적인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될 전망이다.


일본 엔화는 올 들어 보합 내지 강세 국면을 보이기도 했으나 향후 점차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더뎌진 경기회복세로 인해 추가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중에 추가 통화완화가 단행되지 않더라도 내년 중 추가 통화완화에 대한 계획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엔화가 달러당 105엔를 넘는 추가 약세를 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 통화는 최근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후퇴하면서 약세국면에서 벗어나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금년 하반기 말이나 내년 중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논의가 시작되면서 미달러화의 강세, 신흥국 통화의 약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취약 신흥국의 경우에는 대규모 자금이탈과 이에 따른 통화가치 급락 위험이 잠재되어 있다.


중국 위안화의 경우 올들어 그 동안의 꾸준한 강세 추세에서 벗어나 2%를 넘는 약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최근 다시 강세로 돌아설 조짐이다. 경상수지 흑자, 상대적 고성장으로 인한 자본유입 등이 위안화 강세의 배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위안화가 과거와 같이 일방적으로 꾸준히 절상되기보다는 내외 경제상황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등락하는 등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크지 않은 데다 부동산 부실 등으로 인한 중국경제의 급락 리스크가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그림 9> 참조).

 


2. 국내경제 전망

 


국내경제, 하반기 회복세 재개할 전망


수출이 예상만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세월호 사태에 따른 심리적 충격까지 겹치면서 국내경기는 2분기 뚜렷한 둔화 추세를 보였다. 여가문화,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 부문 뿐 아니라 내구재 등의 소매판매도 위축되었다. 5월 이후 부정적 영향이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상반기중에는 소비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수출도 상반기 평균 2%대 증가율에 머물러 경제성장을 이끌어가는 힘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동안 국내경제는 전기비 1% 내외의 성장을 이어왔으나 2분기에는 성장이 거의 정체수준에 머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월호 사태에 따른 경제충격이 하반기에도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경제주체들의 심리적인 충격이 상당부분 완화된 것으로 보이고 단체여행이나 지자체 행사 등에 대한 제약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호전되면서 소비나 투자활동이 정상화되어 갈 것이다. 심리적 충격에 따른 수요위축이 악순환되면서 경기의 흐름을 바꾸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5월 경제지표가 4월에 비해 반등한 점으로 볼 때 경기는 원래의 완만한 회복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그림 10> 참조).


고용기반이 확대되고 물가가 안정을 유지하는 점도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연초 부진했던 선진국 경제의 회복세가 재개되면서 우리 수출도 상반기보다는 다소 활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경제성장률 3.6% 수준에 머물 것


그러나 국내경제의 성장세는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부진했던 선진국 경제의 회복세가 재개되면서 상반기보다 수출의 활력이 소폭 높아질 전망이지만 경제를 이끌어가는 힘은 크지 않을 것이다(<그림 11> 참조). 선진국의 내수 및 제조업 중심 성장 기조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세계교역 회복은 상당히 완만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원화절상 흐름도 지속되면서 기업수익성과 수출경쟁력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수출이 확대되면서 생산과 소득이 늘어나고 내수에까지 확산되는 우리경제의 전형적인 회복기의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적인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시기와 겹치면서 미래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는 경향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다. 자산시장도 뚜렷이 뻗어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주택경기도 미온적인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경기상승세를 강하게 이끌어갈 부문이 없다는 점이 성장의 힘과 경제에 대한 체감도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경제위기 이후 한 단계 낮아진 성장 트렌드를 따라 지표들이 지지부진하게 움직이는 현상이 하반기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13페이지 참조).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3.6%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이는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3%p 낮아진 수치이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세계교역과 세월호 사태에 따른 심리적 충격의 영향이 반영된 것이다. 내년에는 성장세가 소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4%대 성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와 부채조정으로 인한 소비 부진 지속


경기의 회복흐름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상당히 미진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과 가계소비 증가율의 격차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올 1분기에도 가계소비 증가율은 2.1%에 그쳐 경제성장률 3.9%를 크게 하회했다.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소득이 줄어서라기보다는 미래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비성향이 떨어진 데 따른 측면이 크다. 2011년 이후 지속된 평균소비성향의 하락추세는 금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30~40대 청장년층 가계의 소비성향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그림 14> 참조). 이는 장기적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미래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계소득 대비 사회보험과 연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융위기 이후 상승속도가 높아진 바 있다(<그림 15> 참조).


체감하기 어려운 지지부진한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성향이 단기에 빠르게 반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취업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점이 긍정적 측면이지만 은퇴연령층이 저임금 노동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아 소득증가는 그만큼 높지 못할 것이다. 세월호 사태에 다른 심리적 충격이 줄어들면서 상반기 급격하게 위축되었던 부분은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세에 비해 낮은 소비활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수익성과 원화절상 기조가 설비투자 제약


설비투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등추세를 보여 올 상반기에도 7% 대의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올 하반기 중에는 경기상승세 재개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 증가세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12년 이후 유럽 재정위기와 출구전략 등의 리스크 요인으로 인해 미루어두었던 투자를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중 상당부분 집행한 데 따른 측면이 크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국내외 실물경기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성장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등 경제성장 기대는 낮아지고 있다. 설비투자와 상관성이 높은 수출도 과거 회복기에 크게 못 미치는 미진한 상승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낮아져 있는 기업수익성도 크게 호전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그림 16> 참조). 올해 초 기업수익성이 다소 호전되는 모습이었지만 원화절상이 지속되면서 수익증대를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더욱이 원화절상으로 국내보다 해외에 투자하려는 유인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투자, 플러스 성장 이어가나 증가세는 둔화


2013년 이후 완만하게 상승기조를 보이던 주택경기는 임대주택 과세방안 발표 이후 상승세가 멈춘 상황이다. 정부는 실물경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임대소득 과세 적용대상 유예, LTV, DTI 규제 완화 등 하반기 예상되는 부동산 대책들로 인해 정책적 측면에서의 수요위축 효과는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택경기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다. 지난해 이후의 높은 주택투자로 올해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주택공급 부족 현상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격 상승세가 둔화된 것도 수급여건 개선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그림 17> 참조). 소득 대비 주택가격 수준이 높고 가격상승 기대가 낮아 투자목적의 수요가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도 주택투자 증가세가 이어지겠지만 상승속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투자 규모는 감소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정부는 주택가격 하락을 우려해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을 축소시키면서 신규 건설보다는 기존 적체된 미분양물량을 임대형태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공공기관들의 행복도시 및 혁신도시 이전이 마무리되어 감에 따라 청사 건설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 토목투자의 경우 SOC 예산이 줄어드는 점이 제약요인이다. 올해 SOC 예산이 5% 줄어들었으며 중기적으로도 점진적인 축소가 계획되어 있다.


건설투자는 올해 3% 내외 성장세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활력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까지 둔화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성장 주도 역할 미진할 전망


세계교역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면서 국내 수출도 미약한 성장에 머물고 있다. 1분기 세계수입 증가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예상치 못한 한파로 미국 경기 회복세가 둔화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개도국 정정 불안이 세계 교역 회복에 장애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중 미국과 유로존 등 선진국 경제가 꾸준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진국의 제조업 기반 강화 추세를 고려할 때 수입유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그림 18> 참조). 세계교역 증가가 완만하게 이루어지면서 우리 수출활력도 크게 높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제조업 생산확대가 주로 내구재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우리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대중수출도 크게 회복되기 어렵다. 생산비 상승으로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지위가 약화되고 있다. 중국의 수출경쟁력 저하는 우리가 세계시장에 직접 수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국과의 연계무역 구조로 인해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부동산 관련 투자 둔화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용 소재 수출 부진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원화 강세는 장기적으로 우리 수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기업 수익성 저하로 원화절상시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화절상에 따른 수출 충격은 상당히 큰 것으로 분석된다(박스 참조). 올해 수출증가율은 3%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도 5% 대의 완만한 상승에 그칠 전망이다.


업종별로 보면 선진국 수요와 관련이 큰 자동차와 반도체, 휴대폰 등 전기전자 품목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해외생산 확대와 전자산업 경기 부진 등을 고려하면 회복세는 제한될 것이다. 개도국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 석유 제품 등 소재산업은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800억 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경상수지는 올해에도 700억 달러 이상의 높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건설 서비스 수지 역시 지난해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수지 개편으로 해외생산 투자수익이 경상수지로 집계되면서 흑자 규모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장에 비해 높은 고용유발 지속


경제성장에 비해 고용이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은 금년중 이어질 전망이다(<그림 21> 참조). 최근 취업자 증가수가 둔화되고 있지만 세월호 사태에 따른 심리위축이 완화되면서 하반기에도 예년에 비해 높은 고용증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수출제조업의 경기주도력이 약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고용유발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 중심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가능 인구의 증가세는 둔화되겠지만 고령층의 고용률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노동인력 공급 확대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노후 대비가 부족한 고령층들이 불완전 취업 등의 형태로 노동시장에 다시 참여하고 있다. 은퇴연령의 상당수가 단기계약 등의 형태로 재취업하면서 올들어 임시근로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비임금 근로자 확대 추세도 금년중 이어질 전망이다. 내수부진과 자영업 경쟁확대로 자영업 증가세는 멈추었지만 가계의 어려움 증가로 여성인력 및 은퇴인력 등이 도소매업 및 음식숙박업 부문 등에서 무급가족 종사자로 일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유년층 및 고령층에 대한 돌봄서비스 확대정책이 지속되면서 교육 및 보건복지 부문 취업자가 증가하고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도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고용확대는 예년에 비해 빠를 것이지만 근로자의 소득 등 고용의 질은 이에 비례해서 늘어나기 어렵다.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서비스 중심의 고용확대로 평균 실질임금 상승이 경제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자 증가수는 지난해 39만명에서 올해에는 53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자수와 함께 실업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취업자 증가가 노동에 대한 수요보다는 공급증가에 의해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실질임금 둔화, 자영업 수익 부진 등으로 가계소득에 기여하기 위한 여성 및 고령인력의 구직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올해 실업률은 3.5%로 예년에 비해 높아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취업자 증가수가 40만명 정도로 올해보다는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15~64세 인구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가운데 노동인력 유입이 계속되면서 내수부문의 고용흡수력도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2% 미만


소비자물가의 안정세는 금년중 지속될 전망이다. 경기회복이 완만하게 이루어지면서 디플레이션갭이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민간소비의 회복이 느려 기업들이 가격 조정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동지역 정치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하반기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화절상에 따른 수입가격 안정효과가 이를 상쇄해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까지 이례적으로 좋았던 농산물 공급여건은 하반기에는 예년 수준으로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축산물을 중심으로 가격상승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점차 농산물 가격도 하락세를 멈출 것으로 판단된다(<그림 22> 참조). 전세 등 주거비 상승이 지속적으로 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공부문 건전화 일환으로 공공요금 인상 속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상반기 1.4%에 그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하반기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연간으로 2%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2%대 중반 수준의 안정된 물가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금리, 연말경부터 완만한 상승세로 전환 예상


국내금리는 올 들어 하향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회복이 기대에 못 미치고 내수 부진과 저물가 추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약화되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금리가 하락세를 보인 것도 국내금리의 안정세에 기여했다(<그림 23> 참조). 지난해 하반기 이탈했던 외국인 채권투자자들은 금년 들어 다시 국내채권 매입 규모를 늘리고 있다.


당분간 국내금리의 하향안정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회복세가 더뎌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기대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경기부진이 지표로 확인되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연말경부터는 금리가 상승 추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투자자금 수요가 늘어나고 시장 내의 기대심리도 금리인상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금리의 인상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도 국내금리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금리상승 폭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금리하락과 더불어 저신용채권에 대한 신용스프레드가 줄어드는 모습이었다. 금리의 하향 안정세와 더불어 이 같은 추세가 좀 더 이어질 수는 있겠으나 여러 가지 제약요인도 만만치는 않다. 우량채권의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그 동안 시장의 외면을 받아 왔던 A등급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BBB- 이하 정크본드에 대한 신용프리미엄은 별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경기회복세와 기업 실적 개선이 느린 가운데 부실기업의 워크아웃이나 부도가 점차 현실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저신용등급 채권에 대한 위험프리미엄이 크게 줄어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원화, 추가적인 강세 예상


대규모의 경상수지 흑자와 국내 주식 및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그림 24> 참조).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원화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에서 국내 외환당국의 환율하락 억제 노력이 부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원화절상 기대심리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미국 재무부는 의회에 제출한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막대한 외환보유액 및 경상수지를 근거로 정책당국의 환율하락 억제 노력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IMF에서도 원화의 저평가 의견을 제기한 바 있다.


향후에도 원화강세 압력이 이어지면서 하반기 중에는 달러당 1,000원선이 위협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중에도 여전히 대규모 경상흑자가 유지되면서 원화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당국이 최대한 세 자리수 원화환율 진입을 늦추려 하겠지만, 미국과 IMF 등 외부 시선을 의식하여 적극적으로 환율하락 억제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반기말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되고 시작될 미국 금리인상 논의와 더불어 국제투자자금의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원화절상을 제약할 요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과 안전자산 선호가 일시적으로 확산되면 취약 신흥국으로부터 자본이 이탈하면서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경제건전성과 투자안전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되지만, 이미 상반기 중에 대규모로 투자자금이 유입된 뒤여서 미국의 금리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투자자금의 유입이 주춤하거나 일부 유출될 수 있다. 이 경우 원화 강세에 제동이 걸리고 일시적으로 원화가 절하될 가능성도 있다. 하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000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중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우량, 취약 신흥국 간에 차별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높고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우리나라로 투자자금의 유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여전히 원화절상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내년 중에는 원화가 달러당 900원대 후반으로 추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3. 맺음말

 


경기가 예상만큼 살아나지 못하면서 부양을 통해 활력을 높이려는 유인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완만하더라도 회복의 흐름을 보인다면 단기부양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최근 미진한 경기흐름이 지속되는 데에는 일시적 요인도 있지만 기저에는 추세적인 성장활력 저하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을 통한 확장정책은 경기상황을 보아가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부동산 부양을 통해 성장의 모멘텀을 찾으려는 노력도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불합리한 규제는 줄여야 하겠지만 우리 경제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등으로 미루어볼 때 주택가격의 추가상승은 장기적 부담이 크다.


재정정책의 중심은 단기 대응에서 장기적 성장활력 제고에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한정된 재원을 활용하는 데 있어 단기적 일자리 창출보다는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부문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산업 경쟁력 제고와 내수 확대를 위한 규제완화 노력도 다시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를 중장기 구조개혁 정책의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통화정책은 당분간 완화적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미진한 성장경로를 감안할 때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금리 인하와 인상 등 양방향을 열어 둠으로써 통화정책의 신축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2분기 경기 위축흐름이 예상보다 크고 회복세가 높지 않다면 금리인하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원화의 급격한 절상을 막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정책당국이 환율정책의 스탠스를 분명히 해 시장의 쏠림 현상을 막을 필요가 있다. 차별적 과세제도 정비를 통해 해외증권투자 확대 등을 유인하는 등 원화절상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계속 발굴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내수확대와 소비재 수입시장 개방을 통해 소비자 후생을 높임과 동시에 경상흑자가 장기적으로 누적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끝>

 

로봇·인공지능의 발전이 중산층을 위협한다
나준호 | 2014.07.08

무인 자동차, 인간처럼 걷는 로봇, 퀴즈쇼에서 사람을 이긴 인공지능, 투자 심의회에 이사로 참여하는 인공지능 등 최근 로봇, 인공지능의 발전 추세는 눈부시다. 이에 따라 로봇,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얼마나 위협할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한쪽에서는 로봇, 인공지능의 인간 대체가 이미 시작되었고 향후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의 다양한 난관, 도입 경제성 문제를 감안할 때, 이러한 기계의 인간 대체 가속론은 과장되었다는 현실론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로봇, 인공지능 도입이 장기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낙관론도 주장되고 있다.


이처럼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효과가 클지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효과가 클지 단언하기는 쉽지 않지만, 단기적으로는 대체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육체 노동이든 지적 노동이든 직무 성격이 반복적, 정형적일수록 대체 위험이 크고 향후 로봇과 인공지능의 능력이 향상될수록 대체가능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많은 숙련 노동 뿐만 아니라 상당히 전문적인 노동까지도 대체 가능 범주에 포함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중산층들의 경제적 지위가 불안해질 소지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며, 앞으로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사회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에 상당히 취약해 보인다. 특히 기존 교육제도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에 가장 취약할 수 있는 산업사회형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사회 시스템, 제도, 교육,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대비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 목 차 >
1.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 발전
2. 로봇·인공지능과의 일자리 경쟁
3. 대체가능성이 큰 직업유형
4. 변화에 대한 대비

 


1.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 발전

 


1962년 GM이 자동차 제조에 로봇을 처음 활용한 이래,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용접, 도장, 무거운 자재 운반, 소형 부품 조립 등 인간에게 위험하거나, 어렵거나, 힘든 일들을 대신해 왔다. 작업 속도, 힘, 지속력, 정밀도 측면에서 로봇이 갖는 강점은 제조 현장의 생산성 증대에 크게 기여하였다.


다만 오랫동안 로봇의 작업은 대개 통제된 상황에서 정형적, 반복적인 직무에 한정되었다. 무엇보다 근로자 안전과 작업 정확성 문제 때문에 로봇은 대개 인간과 분리된 작업 공간에 고정 설치되어 운용되었다. 또한 작업 조건과 성과가 명확히 규정, 계량화되어야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기에, 로봇은 정형화된 업무만 수행할 수 있었다. 나아가 로봇 도입에는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하고 프로그램 조정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제성 확보를 위해 로봇은 주로 하루에도 수백, 수천번씩 반복되는 작업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최근 로봇의 기술 발전과 지속적인 가격 하락에 따라 로봇의 적용 범위는 향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로봇, 제조 라인을 넘어 다양한 산업으로


무엇보다 기계 시각인식 기능(Machine Vision)과 다기능 센서, 정밀 액츄에이터의 접목에 힘입어 비정형적 업무에도 로봇이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스페인 식료품 회사인 엘 둘찌(El Dulze) 에서는 기계 시각인식 기능을 이용해 인간이 작업할 때보다 3~4배 빨리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불량 감자, 오렌지, 양배추를 자동으로 골라낸다. 또한 의료 부문에서도 수술 로봇들의 적용 범위가 라식 수술에 이어 인공관절, 전립선암, 복강경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로봇은 사람보다 더욱 정밀하고 오차가 적은 수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영화 현장에도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2013년 영화 그래비티(Gravity)에서 관람객들을 숨막히게 만들었던 무중력 우주 공간 장면들은 인간보다 역동적이며 정교한 카메라워크를 구사하는 봇앤돌리(Bot & Dolly)의 카메라 로봇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한편 위치 측정(self-localizing) 기술, 자세 및 균형 보정, 비정규 상황 대응 알고리즘 개발은 시각 및 감지 기술의 향상과 맞물려 로봇의 이동성 증대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2013년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는 기존의 아시모(ASIMO)나 다른 보행 로봇들이 보였던 어색한 걸음걸이와 달리 거의 완벽한 보행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로봇의 이동성 증가는 잘 통제된 제조 라인을 넘어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현실의 다양한 분야로 로봇이 확대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아마존은 운송 로봇 키바(Kiva)를 창고 물류에 도입했고, GE는 풍력 발전기의 기둥과 날개의 점검에 기어오르는 기능을 가진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는 자동차를 들어 빈 주차장으로 옮기는 주차 대행 로봇도 도입되었다. 심지어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인간 만의 고유 영역이라 믿어져왔던 차량 운전마저 자동화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호주의 탄광 회사인 리오 틴토(Rio Tinto)는 이미 2008년부터 광산에서 채굴한 철광석의 운반에 300톤급 초대형 무인 트럭을 투입해 이용하고 있다.


인간과 로봇의 협업 시대


이와 함께 로봇 조작 인터페이스의 진화는 로봇의 유연성과 적응성을 크게 증대시킬 전망이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들은 복잡한 재프로그래밍이 필요해 생산 제품의 잦은 변경에 쉽게 대응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리씽크 로보틱스(Rethink Robotics)가 선보인 백스터(Baxter) 로봇은 작업자가 로봇의 팔을 잡고 동작을 시연하는 것만으로 구동시킬 수 있다. 이러한 로봇 인터페이스의 진화는 안전 기술의 보강과 맞물려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현실화시킬 전망이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s)의 소형 로봇 팔인 UR5는 2013년부터 폭스바겐의 자동차 엔진 조립 과정에 투입되어 작업자 바로 곁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일본 캐논 사의 셀 생산방식도 로봇이 미세부품을 조립하고 장인이 이를 넘겨받아 복잡한 조립을 수행하는 머신 셀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속적인 가격 하락도 향후 로봇 도입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세계로봇연맹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로봇 단가는 성능 감안시 연평균 10%씩 하락해 왔다. 이러한 가격 하락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각인식 기능과 4~5관절을 갖추고 정밀 작업이 가능한 산업용 로봇의 가격은 현재 10~15만 달러 수준이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10년 후에는 절반 수준인 5~7.5만 달러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로봇 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인건비는 오른다면 당연히 기업들은 로봇 도입의 유혹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는 근로자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로봇 판매량이 연평균 31%씩 증가해 2012년 2.3만대에 달했다. 노동집약적 제조업으로 유명했던 중국이 이제 80년대 일본이나 90년대 한국처럼 자동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세계로봇연맹의 예측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은 <그림 1>처럼 2010년 97.2억 달러에서 2015년 161.2억 달러를 거쳐 2020년 229.8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도약


로봇이 제조 직무나 육체 노동을 보완, 대체한다면, 인공지능은 서비스 업무나 지식 노동을 보완, 대체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초기 형태인 지능형 알고리즘은 이미 일상 생활의 배후에서 다양한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구글의 검색 결과 표시,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매치닷컴의 데이트 후보자 소개, 네비게이션을 이용한 길찾기 등 다양한 서비스들에 이미 고성능 알고리즘들이 활용되고 있다.


향후 인공지능 분야는 관련 기술들의 진보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무엇보다 컴퓨팅 자원의 저렴화와 클라우드의 보편화로 연산 한계가 사실상 무의미해지면서 압도적인 고성능의 알고리즘들이 속속 개발될 것이다. 2011년 IBM의 인공지능 Watson이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인간을 이긴 사실은 이러한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또한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나 심층 학습(Deep Learning)처럼 빅 데이터를 활용해 알고리즘 스스로 패턴을 인식하고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방법론들이 도입되면서 인공지능의 유연성과 적응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구글의 자동 번역기, 피카사(Picasa)의 사진 내 얼굴 인식 기술처럼 향후 인공지능은 기계 학습을 통해 빠르게 성능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머신 비전, 센서, 음성 인식 및 합성 등 유사 감각 기능들이 결합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개선되면서,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인공지능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현재 애플의 시리(Siri), 구글의 나우(Now),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Kortana) 등 스마트폰의 지능형 개인비서 서비스는 이러한 시도의 초기적 형태이다. 이러한 대화형 알고리즘들은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말을 어느정도 듣고 이해하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미래에는 표정이나 음성 상태까지 분석해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유추하고 이에 맞는 대화를 시도하는 인공지능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이미 스마트 액션(Smart Action), 아티젠코(Artigenco) 등의 기업들은 기계 학습, 음성 인식 및 합성 기술을 조합해 콜센터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 전문직 영역에 도전


이러한 기술 발전에 힘입어 향후 알고리즘은 단순 사무직을 넘어 전문직들의 영역까지 넘보게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전조들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인공지능은 인간 지성의 최후 보루로 인식되었던 글쓰기에도 도전하고 있다. 미국의 내러티브 사이언스(Narrative Science)사는 포브스(Forbes)지에 기사 작성 알고리즘으로 작성한 기업 실적 분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로봇 저널리즘의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최근에는 Automated Insight, Yseop, Fantasy Journalist 등 다양한 벤처 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금융 부문에서도 최근 알고리즘의 적용 범위가 시스템 트레이딩을 넘어서 투자분석이나 의사결정, 투자자문 등으로 빠르게 확대될 조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켄쇼(Kensho)사에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 워렌(Warren)은 “미국 FRB가 금리를 올리면 어떤 섹터가 유망할까?”처럼 자연어로 질문을 제공하면 관련 분석 결과나 유망 종목을 제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또한 홍콩의 딥 날리지(Deep Knowledge) 벤처 캐피털은 생명과학 벤처 기업 대상 전문 분석 인공지능인 바이털(Vital)을 아예 투자 이사회의 임원으로 임명하고 인간과 같은 1표를 주기로 했다. 나아가 퓨쳐 어드바이저(Future Advisor)사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개인화된 금융 자문을 대규모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러한 투자자문 인공지능이 보급된다면, 고연봉의 프라이빗 뱅커 대신 다수의 텔러나 하위직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재무상담에 응할 수 있게 된다.


의료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용이 시작되고 있다. 2009년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서는 뇌를 모사한 인공신경망을 심장 내막염의 진단에 활용할 수 있음을 보인 바 있다. 또한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은 작년부터 미국 뉴욕의 MSKCC 병원 등에서 시험 이용되고 있다. 여기서 왓슨은 진료 기록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의심 질환들과 관련 연구결과들을 제시하며, 인공지능이 의사 조수 역할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미국의 블랙스톤 디스커버리(Blackstone Discovery)사는 150만 건의 서류를 기초로 법무 자료 조사를 대행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서비스 중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법무 부분을 적용 영역으로 삼고 있지만, 다양한 영역으로 쉽게 응용될 수 있다. 이러한 조사, 분석 전문 인공지능들이 보편화된다면 로펌 뿐만 아니라 많은 지식업종에서 조사역들의 수요가 감소할 소지도 있다.

 


2. 로봇·인공지능과의 일자리 경쟁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10년대 들어 로봇과 알고리즘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로봇, 인공지능의 일자리 위협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로봇, 인공지능의 인간 대체가 이미 시작되었고 향후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계의 인간 대체 가속론은 과장되었다는 현실론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기술 발전의 다양한 걸림돌, 도입의 경제성 문제, 노조/법규나 사회적 반발을 감안할 때 대대적, 즉각적 대체는 힘들다는 것이다. 나아가 로봇, 인공지능 도입이 장기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낙관론도 주장되고 있다.


비관론 : 로봇·인공지능의 인간 대체 위협 유례없이 심각


● 기술적 실업에 대한 우려는 주기적으로 반복


기술적 실업이란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는 노동 절약적 기술 진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형태이다. 기술적 실업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산업혁명 이래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19세기 산업혁명기에 대량생산 기계의 도입에 대한 반발로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다. 직물기계의 도입으로 실직한 직조공들이 조직적인 기계 파괴 운동을 벌였던 것이다. 20세기에도 1930년대 대공황, 1960년대 공장 자동화, 1990년대 사무 자동화 과정에서 실직자 증가와 맞물려 기계의 인간 대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계속적으로 불거져 왔다.


유럽의 석학인 제레미 러프킨은 1995년 "노동의 종말"에서 첨단 기계와 정보기술의 노동 대체가 강화되며 결국 노동 없는 세계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또한 2000년에 경제학자 로빈 핸슨(Robin Hanson)은 인간과 기계의 동태적 관계에 대한 비관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초기에 기계는 인간을 보완하고 일부 직종만 대체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기술 발전과 가격 하락에 힘입어 대체는 대부분의 직종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임금도 초기에는 생산성 증대에 비례해 증가할 것이지만 대체 효과가 점점 확산되고 실직자나 노동 예비군이 증가하면 결국 인간의 임금은 하락하게 된다고 한다. 다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적어도 30~100년의 장기에 걸쳐 진행된다고 했다.


● 비관론은 다양한 형태로 반복 재생산


그러나 최근의 비관론자들은 기술 발전의 가속 추세에 주목한다. 즉, 구글의 무인자동차, 인간처럼 걷는 아틀라스 로봇, 퀴즈쇼에서 인간을 이긴 인공지능 왓슨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기술이 변곡점을 넘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빅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알게 되고, 인공지능이 로봇에 결합된다면, 기계들은 매우 빠르게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즉 과거에 기술의 인력 대체 효과가 특정 섹터에 한정되었던 것과 달리 최근의 기술 진보는 고용 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MIT의 브린욜프슨과 맥아피 교수는 최근 ‘제2차 기계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과거 대량 생산 기계가 단순 육체 노동을 대체했던 것이 ‘1차 기계 시대’라면,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전에 힘입어 로봇과 인공지능이 복잡한 육체노동, 나아가 지식 노동마저 대체하는 시대로 이미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직업 세계에 야기될 대변화 속에서 결국 실업 증가, 나아가 사회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래 높은 실업률과 경제적 양극화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이러한 비관론은 최근 2~3년간 다양한 형태로 반복 재생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레데리코 피스토노는 로봇 도입의 확대로 향후 산업 일자리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본다. 또한 제임스 배럿은 최근 기업들의 투자 강화로 인공지능은 빠르게 발전해 결국 인간의 지성을 앞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기술 변화는 일자리 수를 크게 감소시켜 앞으로 완전 고용의 시대는 불가능해질 수 있다. 대량의 기술적 실업은 소비 여력의 대규모 감소를 가져와 결국 경제적 파국을 가져올 수 있다. 결국 기술 발전은 장기적으로 대량 실업과 경제 침체를 야기하고, 나아가 정치적, 사회적 혼란까지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비관론적 관점에서 기계의 노동 대체 효과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는 연구들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옥스포드 대학의 프레이와 오스본 교수는 미국의 일자리 중 47%, 즉 절반 가량이 자동화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로봇 및 인공지능이 다룰 수 있는 작업 범위가 비정형적, 비반복적 업무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석에서는 특히 도서관 사서, 단순 경리직, 세무사, 하역일꾼, 보험심사역, 텔레마케터처럼 자동화 확률이 90%를 넘는 직종들도 17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는 2025년경 전 세계 제조 및 서비스 직종에서 로봇이 4,000~7,500만 명 분의 일을 하게 되고, 알고리즘은 1.1~1.4억 명 분의 일을 담당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현실론 : 즉각적, 대대적인 인간 대체는 쉽지 않을 것


앞서 본 것처럼 최근 비관론자들은 특히 기술 발전의 가속화 추세에 주목한다. 로봇 및 인공지능의 기술 발전은 이미 변곡점을 지나 조만간 인간 수준을 따라 잡을 것이며, 지속적인 성능 향상과 가격 하락에 힘입어 로봇 및 인공지능의 인력 대체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인간 대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론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 중에는 의외로 로봇, 인공지능의 전문가들이나 수요처 기업의 기술 도입 관련 업무 종사자들이 많다.


● 기술 발전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 소요


이들이 즉각적, 대대적인 기계의 인간 대체에 회의적인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기술 발전이 그리 쉽지는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최근의 놀랄만한 신기술 사례에도 불구하고, 로봇이나 알고리즘 기술이 인간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여전히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로봇 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인간에게는 어려운 일이 로봇에게는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이 로봇에게는 어렵다”는 말을 통해 로봇 및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이러한 모라벡의 패러독스(Moravec’s Paradox)은 결국 연산량 때문이다. 계산, 논리, 추론 등 고차원적인 지성 작업은 결국 데이터와 로직 문제로 알고리즘을 잘 구성하면 적은 연산량으로도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열 살짜리 아이도 쉽게 하는 인지나 동작 활동은 눈, 귀, 코와 손, 발의 기민하고 원활한 협응을 수반하므로 방대한 연산 능력을 요구한다. 이는 로봇,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성을 어느정도 모방하더라도, 인지, 감성, 동작은 여전히 따라잡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또한 로봇과 인공지능의 부분적인 개발 성과들을 한데 모아 조합, 연동하는 것은 또다른 난제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지성의 모방도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 교수는 로봇 및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열등 → 인간과 동등 → 인간을 보조 → 인간을 대체”하는 4단계 과정을 거치며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박스 기사>처럼 체스 인공지능의 40년 역사를 고찰하여 도출된 것이다. 체스 인공지능의 경우 2단계 통과에 20년, 3단계 통과에 10년 이상이 걸렸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컴퓨터 체스가 그나마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쉬운 분야라는 것이다. 게임 규칙이 간단하고, 경우의 수가 64개(가로 8칸 × 세로 8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가 조금만 많아져도 인공지능 개발은 크게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바둑의 인공지능은 여전히 5~6급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바둑돌을 놓을 수 있는 자리가 361개(가로, 세로 각 19줄)에 달하고 형세나 맥 등 계량화하기 힘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현재 2단계 수준 이하, 즉 인간보다 열등하거나 부분적으로 동등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요즘 주목받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도 이제 2단계를 막 넘어가는 상황이다. 문제는 현실 세계가 체스판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현실 세계는 불명확한 규칙, 많은 예외, 다양한 심리적, 사회적 요인의 작용, 돌발적 변수들의 존재, 계속적인 상황 변화 등이 특징적이다. 이처럼 복잡한 현실 문제를 인간처럼 해결하는 로봇, 인공지능의 개발에는 다양한 우회 방법의 고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채팅 봇 유진(Eugine)도 막상 대화해보면 여전히 엉뚱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이다.


● 기업들은 기술 도입에 보수적


로봇과 인공지능의 확산에 시간이 걸리는 또다른 이유는 투자수익성(ROI) 문제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도입은 기업에게 여전히 어려운 의사결정 문제이다. 무엇보다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한 데다가, 숨은 비용(Hidden Cost)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장에 로봇을 도입하려면, 제조 라인의 재설계, 인력의 재배치, 작업의 프로그래밍까지 필요하다. 또한 로봇을 현장에서 운용해 보며 최적화 작업을 몇 달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실제 도입 비용은 로봇 단가의 2~3배로 훌쩍 뛰어버릴 수 있다. 인공지능도 업종별 최적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비용 증가를 겪을 소지가 크다.


나아가 자동화는 사업 전체의 유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생산 인력들은 취급 제품이 바뀔 때 간단한 지시나 훈련으로도 쉽게 적응한다. 한 두 명이 잠깐 자리를 비워도 다른 인력들이 즉각 일손을 메꾼다. 경기 상황이 안 좋아지면 잔업 감소나 휴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로봇과 기계로 자동화된 공정에서는 생산 제품이 바뀔 때마다 재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 공정 중 로봇 한 대의 고장은 전체 라인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경기 악화시 큰 손실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 인공지능도 기존 데이터와 유사한 상황에서는 문제없이 작동하나, 상황이 과거와 달라지면 잘못된 결과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낙관론 : 로봇, 인공지능 발전이 고용, 경제에 기여


다른 한편에는 로봇 및 인공지능의 발전이 중장기적으로 고용이나 경제에 오히려 도움된다고 보는 낙관론자들도 많이 존재한다. 이들은 대개 주류 경제학자들이나 미래학자들이다. 이들은 비관론자들이 무엇보다 “노동 총량의 오류(lump of labor fallacy)”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 총량의 오류란 세상에 필요한 노동 총량이 정해져 있고 고용 시장이 의자 빼앗기 게임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로봇이 일자리 하나를 차지하면 인간이 즉각 일자리 하나를 잃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는 것이다.


사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없더라도 노동 시장에서는 끊임없이 일자리가 파괴되고, 또 창출된다. 또한 미국의 씽크탱크인 ITIF의 분석처럼 로봇, 인공지능에 의한 인력 대체가 일어나도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나 매출 증가는 경제 전반에 다각적인 고용 창출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즉 일자리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가장 많은 로봇이 도입된 현대자동차의 경우, 고용인력은 2001년 4.9만명에서 2010년 5.6만명으로 소폭 늘어났다. 그러나 동기간 자동차 산업 전체의 직간접고용은 자동차공업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147만명에서 175만명으로 28만명 증가했다.


● 로봇, 인공지능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도


나아가 로봇, 인공지능은 관련 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세계로봇연맹에 따르면 로봇 관련 산업에서 2008년까지 전세계적으로 800~1,000만명의 고용이 창출되었다. 여기에는 로봇 개발 및 제조, 관련 부품 및 소프트웨어 개발, 시스템 운용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이 전망에 따르면 향후 2020년까지 로봇과 관련해 240~430만명의 추가 고용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요즘 북미 지역에서는 로봇 관련 인력들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온라인 구인 광고 분석 기관인 원티드 애널리틱스(WANTED Analytics)에 따르면 로봇 관련 구인 광고는 2014년 4월 1만여건으로 3년 전 4,860여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IT 기업들은 최근 인공지능 관련 직원들을 많이 뽑고 있다. 6월 현재 구글 커리어에 제시된 650개의 소프트웨어 인력 채용공고 중 인공지능, 기계학습과 관련있는 공고는 130여개에 달한다.


흥미롭게도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고용을 파괴하는 곳에서 새로운 고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즉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특정 인력을 대체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로봇, 인공지능을 설계, 관리, 지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인 비행기 드론(Drone)은 베테랑 조종사를 불필요하게 만든다. 드론은 동시에 기존 비행기보다 더많은 운용인력을 요구한다. 과거 F-16 전투기의 운용에는 100명 미만의 요원이 필요했다. 그러나 무인 정찰기 프레데터(Predator) 1대를 운용하려면 168명의 지원 인력들이 필요하다. 이중 직접 관제 요원은 55명이고, 나머지는 정비, 자료 분석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드론이 제공하는 정보량은 엄청나서 미군 전체적으로 자료의 처리, 분석 업무에만 현재 6.5~7만명이 투입되고 있다. 한편 최근 금융 산업에서는 포트폴리오 운용, 트레이딩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활용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액티브 펀드매니저나 트레이더 수요는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일정한 금융공학 지식을 갖추고 알고리즘을 설계, 운용할수 있는 이공계 출신들의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


● 대체 뿐만 아니라 보완,협업도 가능


한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의 예측처럼 로봇,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는 대체 뿐만 아니라 보완, 협업의 형태로도 진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무가 비정형적이고, 이동성, 인지-조작 협응 능력, 판단/창의력, 감성적 대인 스킬 등이 중요할수록 기계의 인간 대체 가능성은 낮아진다. 한편 노동 강도, 저임금 문제로 인력 수급이 어렵거나 업무의 복잡성, 관련 지식이 지나치게 빨리 증가할 경우 인간과 기계의 협업 필요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웨어러블 로봇, 디지털 비서 서비스처럼 로봇, 인공지능은 인간의 신체적, 인지적 능력을 보강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의료용 수술 로봇의 경우도 대개 몸 속으로 들어간 로봇을 인간 집도의가 조종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특히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즉, 기계의 방대한 정보 처리량, 빠른 연산력, 인적 오류 부재 등을 활용해 생산성을 올리며,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 다기능성을 활용해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특히 관리직은 인공지능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즉, 빅 데이터로부터 새로운 사업 통찰력을 얻거나, 이상 신호를 빠르게 포착하거나, 미래 상황에 대해 다양한 시뮬레이션도 해 볼 수 있다. 연구직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복적 직무를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창조적 직무에 집중할 수 있다. 일례로 제약사인 머크(Merck)는 최근 수만 건의 화합물에서 신약 후보물질 후보를 선별하는 과정에 기계 학습형 인공지능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에이손(Aethon)사의 턱(Tug) 로봇은 병원에서 조제약, 검사 샘플, 음식, 침대 시트 등을 운반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할 경우 간호사들은 다양한 잡무에서 벗어나 환자의 케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사람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면서 로봇, 인공지능에 의존해야 하는 곳도 있다. 농업, 임업, 어업, 광업 등은 대표적인 분야이다. 호주의 광업사인 리오 틴토(Rio Tinto)가 무인 트럭이나 무인 채굴기를 도입하는 이유도 사실 오지의 노천 탄광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을 구하기 힘들어서이다. 이들 1차 산업의 일들은 자동화하기 쉽지는 않지만, 최근 번거롭고 힘든 반복 작업들을 중심으로 로봇, 알고리즘이 새롭게 도입되는 추세이다. 축산 부분의 사례는 무척 흥미롭다. 40~50마리의 소젖을 매일 짜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축산 강국 덴마크에서 소젖 짜는 착유 로봇이 개발되어 전세계로 최근 보급되고 있다. 또한 축산 농가에서는 일본에서 개발한 우보(牛步) 시스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송아지 번식을 시키려면 발정기의 암소를 제때 가려내야 하는데, 매일 축사만 들여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발정기에는 암소의 걸음이 빨라진다. 우보 시스템은 이 점을 이용해 암소 발에 채워둔 무선 만보계와 서버의 계측 알고리즘으로 발정기 암소를 거의 100% 정확하게 파악해 축산주에게 통보해준다.

 


3. 대체가능성이 큰 직업유형

 


로봇,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이 일자리의 총량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비관론, 현실론,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로봇, 인공지능이 향후 직업 세계의 판도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논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비록 단순화의 위험이 있지만 이해 편의성을 위해 세상의 직업들을 업무의 정형성과 반복성을 기준으로 살펴 보면, 정형성과 반복성이 클수록 기계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여기에는 대다수 비숙련직과 숙련직들이 해당될 수 있다. 또한 최근 기술 발전 추이를 감안할 때, 기계의 인력 대체 범위는 상당히 전문적인 분야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비숙련직의 대체 속도는 완만


사실 비숙련직은 과거 수십년간의 로봇,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이미 상당부분 대체되었다. 무인 매표기의 도입으로 이미 영화관, 경기장, 지하철에서 매표원들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또한 사무 자동화 소프트웨어나 ATM기의 보급으로 단순 경리직이나 은행 텔러도 크게 줄어 들었다.


앞으로도 비숙련직에서는 로봇의 성능 개선과 가격 하락에 따라 기계의 인간 보완을 통한 인력 감소가 서서히 진행될 것이다. 건물 경비 10명을 CCTV 및 센서 시스템, 경비 로봇 3~4대와 경비 2~3명 형태로 전환하는 식이다. 최근 식당가에서도 무인 주문기나 무선 태블릿 주문을 통해 종업원 수를 줄이려는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다만, 기계의 인간 대체 속도는 완만하고, 완벽한 대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자동화와 인력 감축이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로, 남아있는 비숙련직들은 모라벡의 패러독스가 시사하는 것처럼 대개 인간에게는 쉽지만 로봇에게는 어렵기 때문이다. 즉 상당한 이동력과 다양한 업무 수행 능력, 일정 수준의 의사소통 능력들이 필요해 인간 수준의 로봇 개발은 힘들 수 있다. 이 부문은 임금 수준이 낮아 기계 도입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숙련직의 대체 압박 커질 듯


로봇과 인공지능의 대체 압력은 오히려 숙련직에 크게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1장에서 본 것처럼 이미지 인식 능력, 이동성과 유연성 증대에 힘입어 로봇의 작업 가능 범위는 향후 정형적 업무를 넘어 비정형적 업무까지 확대될 것이다. 인공지능도 기계학습, 소통 기술의 발전에 따라 향후 간단한 분석이나 판단, 조언까지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숙련직 부문은 고용 비중도 크고 임금 수준도 높아져 있어, 도입 경제성 측면에서 기업들의 로봇, 인공지능 도입 의사가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RFID나 센서 등을 활용한 사물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판매, 재고량의 자동 분석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사업 실적을 취합, 분석하는 사무직들의 수는 크게 감소할 수 있다. 또한 무인자동차 기술의 발전은 향후 운전기사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미 일부 경전철은 무인 방식으로 운행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롤스로이스(Rolls Royce)사는 컨테이너 선박까지 무인화하겠다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장기간의 경험이 중시되는 대형 선박 선원마저 입지가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웹 개발자들도 코드 리뷰 및 테스트, 성능 최적화의 자동화 알고리즘 등장으로 당장은 업무량이 줄지만, 장기적으로 일자리 자체의 감소를 경험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콜센터 자동화 솔루션이 확산되면 상담직 인력도 상당수 불필요해질 수 있다.


다만, 일부 숙련직에는 대체 압박이 약할 수 있다. 요리사, 이발사, 승무원, 코디네이터처럼 고객 대면 노동에 종사하고 고도의 감성 스킬이나 손재주가 필요한 서비스직의 경우 로봇을 개발하기 쉽지 않다. 고객의 취향이 제각각이고 결과가 감성 품질로 평가되며, 고객들도 로봇보다 사람이 대접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또한 목수, 미장이, 기계 정비사, A/S기사, 제빵사 등 개인 기능직의 경우도 로봇 개발이 쉽지 않고 도입 경제성이 떨어진다. 비정형적 기술의 체화가 중요하고 한 사람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로봇 천국인 일본에서는 이미 요리 부분에도 로봇이 진출했다. 최근 일본의 구라 스시(くらすし)는 시간당 3,500개의 초밥을 쥐는 스시 로봇을 도입해 요금을 접시당 100엔으로 낮추어 불경기에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은 관리직이나 전문직이라 해도 안심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사실 이 분야에서는 지식, 정보의 폭주와 직무 복잡성의 증대, 정량적 분석의 중시, 업무 속도 증가로 인공지능의 활용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모라벡의 패러독스가 시사하는 것처럼 방대한 지식 처리, 빠른 수치 계산, 오류없는 판단은 인간보다 인공지능 쪽이 훨씬 유리하다. 또한 고임금 구조의 특성상 기업들의 로봇, 인공지능 도입 선호도도 높다.


그러나 이 분야의 업무들은 대개 비정형적이고, 세련된 소통, 설득 기술과 포괄적 시각, 유연성, 판단력, 창의성을 요구한다. 이런 능력은 대개 인간에게 고유한 것으로, 그만큼 완벽한 인공지능의 개발은 쉽지 않다. 또한 이러한 지식 노동은 업무 분할이 쉬워, 자동화 가능한 업무는 기계에 맡기고 자동화 곤란한 업무를 인간이 맡아 수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관리직, 전문직 분야는 일부 기계로의 대체와 함께 보완, 협업의 구도가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또한 로봇,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감성인식기술공학자, 알고리즘 설계자, 빅 데이터 분석가, 기업 프로파일러처럼 새로운 직종들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 오히려 고용이 증대될 수도 있다.


다만, 이처럼 대체와 보완/협업이 동시 진행되며 직무 내용이 크게 변할 수 있다. 예로써 병원에서 조제 자동화 로봇이 보편화되면, 병원 약사들의 업무는 반복적인 조제 기능에서 연구와 분석이 중시되는 환자 임상 기능으로 전환될 수 있다. 기업에서도 반복적인 실적 분석과 보고를 인공지능이 담당한다면, 관리직들의 업무는 비정형적인 사업 이슈를 탐색, 해결하는 사내 컨설턴트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기계와의 협업에 성공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나뉘면서, 직종 내 양극화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변호사와 그렇지 못한 변호사의 생산성 차이는 매우 커질 것이다. 관리직들 중에서도 새로운 업무 형태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는 사람들도 나타날 수 있다. 의료계에서도 환자의 발길은 동네 개업의보다 최신 수술 로봇과 의료진단 지원 인공지능, 병력 관리 시스템으로 중무장한 대형 병원 쪽으로 쏠리게 될 것이다.


로봇·인공지능의 발전, 중산층 위협


이러한 변화를 종합해 보면 <그림 2>와 같다. 정형적, 반복적 업무일수록 대체 가능성이 높고, 창의성이나 판단력 등 인간 고유의 역량이 중요할수록 대체보다는 보완, 협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이미 정형적, 반복적 업무의 상당 부분은 자동화되어 있다. 따라서 미래에는 정형성, 반복성이 약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창의성이나 판단력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상태의 직무들이 향후 로봇, 인공지능의 대체 위협을 가장 많이 받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창의성과 판단력이 많이 요구되는 직무도 일정 수준 대체 위협을 받겠지만, 보완, 협업이나 신규 직업의 창출로 오히려 고용 증대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고용 시장의 양극화를 유발해 중산층의 경제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중산층들은 대부분 숙련직과 전문직, 관리직에 종사하고 있다. 숙련직의 기계 대체 강화와 전문직, 관리직 내 대체와 보완/협업의 동시 진행은 직종 내 상대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마치 문화예술, 스포츠계처럼 소수의 재능있는 엘리트들이 큰 보상을 받고, 다수는 평균 또는 그 이하의 소득을 얻는 수퍼스타 시스템이 다양한 직종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결국 90년대 이래 강화되어온 소득 불평등이 향후 로봇, 인공지능의 시대에 더욱 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의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Tyler Cowen)은 “평균의 시대는 끝났다(Average is over)”고 논평한 바 있다.

 


4. 변화에 대한 대비

 


이처럼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야기하는 직업 세계의 지형도 변화는 결국 개인, 기업, 나아가 사회에 다양한 과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개인들의 경우 미래 직업 역량의 변화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향후 다양한 직종에서 로봇, 인공지능 등 기계와의 협업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프리스타일 체스 경기에서처럼 강력한 인간 고수를 ‘하수들+기계+좋은 협업 프로세스’의 팀이 이기는 일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처럼 기계, 그리고 타인들과 팀을 이루어 최고의 성과를 얻어내려면 지금과는 다른 역량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즉, 자신의 업무 전문성 뿐만 아니라 로봇 및 인공지능의 운용 능력, 나아가 동료와의 협업 능력까지 배양해야 한다. 한편, 기계의 인간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종에서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존재 가치를 찾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열정, 통찰력, 공감력, 창의성, 사회성, 다기능성, 적응력 등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인간만의 고유 역량으로 존재할 전망이다.


아울러 로봇,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는 기업에게 직무 재설계와 업의 본질 변화를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미래에는 우수 인력의 고용, 육성 뿐만 아니라 인간-기계의 최적 협업 프로세스를 잘 설계하는 것이 기업의 성과 극대화에 중요할 수 있다. 또한 회사 내 직무 중 기계로 전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직원들이 부가가치가 낮은 일들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만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업무를 새로 찾아내고 이를 중심으로 직무를 고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로봇, 인공지능의 도입은 산업 전체적으로 업의 본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기사를 쓰는 세상에서 기존의 언론 가치인 News, 즉 신속성과 정확성은 빛을 잃게 된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차별적인 통찰과 관점, 즉 Views가 중요해질 수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업의 본질 변화를 잘 파악하고 지속적인 변신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한편 로봇과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는 사회적으로도 교육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을 증대시킨다. 기존의 교육 시스템은 상식 암기와 규율 체득 등 산업 사회에 필요한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이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현재의 교육은 미래 기술 변화에 가장 취약해질 인력들을 대량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교육 체계는 인간에게 고유하고 자동화되기 힘든 역량들, 즉 감성, 사회성, 창의성, 열정, 협업력 등을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로봇과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변수는 중장기적으로 직업 세계의 불안정화와 양극화를 야기하는 잠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계와의 협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과거보다 큰 성과를 얻게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될 수도 있다. 기술 변화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직업 전선에서 이탈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 기회 창출과 평생 교육 체계의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