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한국인의 여가, 양적·질적으로 미흡하다 - 사람에 대한 데이터 분석

일취월장7 2014. 6. 25. 10:23

한국인의 여가, 양적·질적으로 미흡하다
고가영 | 2014.06.24

장기성장활력 확보를 위해 내수 확대가 중요한 과제이지만 양적·질적 측면에서 미흡한 한국의 여가상황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가시간은 하루 평균 4.5시간으로 OECD평균보다 10% 이상 적다. 여가시간이 낮은 주된 이유는 근로, 학습, 통근·통학 등 생산활동에 투입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무시간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멕시코 다음으로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야근과 휴일근무가 많고 휴가 사용도 자유롭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높은 교육열로 학생의 학습시간이 긴 것도 평균적인 여가시간을 줄이는 요인이다. 우리나라의 학습시간은 비교국가 중 가장 높았는데 이 중 학교 자율학습과 사교육 시간이 특히 길었다. 출·퇴근과 통학 등 길에서 낭비되는 시간도 하루 평균 58분으로 OECD평균 두 배에 달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주로 하는 여가는 TV시청, 인터넷 사용 등으로 질적인 측면에서 비활동적이고 저비용의 여가가 많았다. 국민들이 희망하는 여가는 해외여행, 영화보기, 스포츠 경기·문화예술공연 관람 등으로 활동적이고 비용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실제 여가활동과 괴리가 있었다. 장시간 노동으로 심신이 지쳐 여가시간에도 활동적인 여가를 어렵게 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비, 주거비 등에 대한 부담이 커서 여가에 소비할 경제적 여유도 적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가시간이 짧고 비활동적·저비용 여가비중이 높은 것은 내수부문에서의 시장창출과 성장 견인력 제고를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로 보면 고령층의 여가시간이 가장 길었으나 주로 TV시청 등 정적이고 수동적인 활동에 치우쳐 있다. 소득이 높을수록 활동적이고 다양한 여가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가구의 여가시간은 상대적으로 길었지만 혼자서 정적인 여가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에 비해, 여성은 남성에 비해 휴일 여가시간이 적었다.


여가의 양적·질적 확대를 위해 근무시간과 학습시간을 줄이고 낭비되는 통근·통학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가활동의 시간적·금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여가 및 문화시설과 관련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 목 차 >


1. 여가시간 부족의 원인
2. 우리나라 여가의 특징
3. 주요 계층별 여가의 특징
4. 전망 및 정책제언

 


여가활동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개인적 측면에서 여가는 근로활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충전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즐거움과 활력을 줌으로써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여준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여가를 통해 더 많은 효용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게 된다. 특히 국가경제적 측면에서도 여가활동에 대해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출주도형 성장이 한계에 이른 우리나라는 장기적 성장활력 제고를 위해 내수활성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활발한 여가활동을 통한 소비창출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여가는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아직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 절대적인 여가시간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부족할 뿐 아니라 비활동적인 여가, 수요창출 효과가 낮은 저비용의 여가가 많다. 국민들이 원하는 여가생활과 실제와의 차이가 커서 여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과 국가경제에의 파급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여가시간 OECD평균보다 크게 낮아


여가시간은 하루 24시간 중 필수·의무 생활시간을 제외한 시간을 의미하며 휴식, TV시청 등 정적인 활동에서부터 스포츠, 여행 등 동적인 활동을 포함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4.5시간의 여가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1> 참조). 이는 OECD 평균 5시간에 비해 10% 가량 적은 수준이다.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는 여가시간이 6시간 이상으로 가장 높았고 영국, 독일 등 유럽 선진국도 대부분 5시간을 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일본은 3.9시간으로 우리나라보다 더 낮게 나타나 아시아 국가의 근면한 성향이 여가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1. 여가시간 부족의 원인

 


우리나라의 여가시간이 적은 가장 주된 이유는 생산활동에 투입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직접적 생산활동인 근로시간뿐 아니라 미래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인 학습시간과 생산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통근·통학시간까지 생산과 관련된 활동에 투입하는 시간이 모두 긴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2> 참조).


생산활동을 제외하고 남은 가용시간은 가사노동, 개인유지, 여가활동을 하는 데 쓰여진다. 개인유지는 수면, 식사 등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줄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우리나라는 여가시간과 가사노동시간이 상당히 낮게 나타났으며 특히 가사노동은 비교대상국 중 최하위였다. 우리나라 가사노동 시간이 낮은 이유는 장시간 노동이 가장 큰 원인이나 주거 건물의 약 53%가 아파트로서 다른 나라에 비해 정원 관리, 청소 등 주택을 관리하는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주5일제 시행에도 여전히 긴 근로시간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근로자의 연간 근무시간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그림 3> 참조). 그러나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여전히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며 OECD평균과도 300시간 넘게 차이가 난다. 2004년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사업장 비율이 30%를 넘는다. 잦은 야근과 휴일근무도 근로시간을 늘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연간 발생하는 휴가 일수와 실제 사용률도 낮게 나타난다. 익스피디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연간 유급휴가 발생일수는 평균 10일로 독일(30일), 이탈리아(28일), 미국(12일) 등에 비해 크게 낮을 뿐 아니라 비교대상 22개국 중에서 가장 적었다(<그림 4> 참조). 더욱이 우리나라 직장인은 부족한 휴가를 다 쓰지도 못했다. 발생한 10일 중 실제 사용 일수는 7일에 불과해 13일 중 5일을 사용한 일본 다음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는 휴가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경직적인 직장문화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업무 때문에 휴가를 미루거나 취소해야 되는 상황이 많고 떠나더라도 업무에 책임감이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익스피디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상사가 휴가 사용에 협조적이지 않은 비율이 59%에 달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휴가를 통해 재충전을 하려 해도 휴가 사용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교육열로 학습시간 과다


학생들의 학습시간이 긴 것도 평균적인 여가시간을 줄이는 요인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하루 평균 학습시간은 1.1시간으로 OECD평균보다 2배 가량 높았다. 이는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학생 신분으로 남아있는 비중이 높고 학생들의 학습시간도 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15-24세의 하루 평균 학습시간은 5.4시간(평일 6.1시간)으로 일본의 4.2시간, 미국의 2.1시간 등 주요국에 비해 단연 높게 나타난다(<그림 5> 참조).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중·고등학생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자율학습을 하거나 사교육을 받는 비중이 높다. 또한 대학진학률이 높아 20대 초반의 학습시간도 상대적으로 길다.


학습시간은 부모의 소득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15-19세의 하루 평균 학습시간은 6.5시간인 반면 부모소득이 400~500만원인 15-19세의 학습시간은 9.2시간으로 차이가 많이 났다. 이는 부모의 소득이 많을수록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통근·통학에 많은 시간 소요


근로와 학습처럼 실제 노동에 참여하는 시간도 많지만 출·퇴근과 통학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다. 우리나라의 통근·통학시간은 평균 58분으로 26개 국가 중 가장 높아 불필요한 시간 소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6> 참조). 통근·통학시간은 한국과 일본(40분)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한 곳일수록 높았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교통 인프라도 이동시간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서울은 출·퇴근 시 인구가 일시에 몰리지만 이에 비해 도로와 대중교통 인프라 투자는 크게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1인당 도로 연장은 세계 주요 14개 도시 중 최하위였으며 인구 100만명 당 지하철 연장도 12개 도시 중 8위로 낮았다.


반면 미국과 호주는 국가면적이 넓었지만 통근·통학시간이 각각 21분, 25분으로 우리나라의 절반 이하였다. 그만큼 도로 등 교통인프라가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출퇴근 시간이 각각 14분, 21분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북유럽 국가들은 근로시간과 출퇴근 시간이 가장 짧은 점이 긴 여가시간의 원인이 되었다.


필수 유지시간을 줄이기는 힘들어


생산활동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나면 개인유지와 여가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시간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이중 개인유지 부문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고 또 문화적 측면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식사시간은 OECD 평균보다 다소 긴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여러 반찬, 국 등과 함께 식사를 하는 식습관에서 비롯된다. 한편 대화를 나누며 장시간 코스요리를 먹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식사시간이 가장 긴 반면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는 가장 짧았다. 우리나라는 씻기 등 위생관련 시간도 길었는데 간단한 샤워가 아닌 장시간 목욕을 하는 민족 습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유지 부문중에서는 우리나라가 수면시간이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면시간은 7.7시간으로 나타나 25개국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2. 우리나라 여가의 특징

 


장시간 노동으로 비활동적 여가가 대부분


장시간 노동은 여가시간을 줄일 뿐 아니라 심신을 지치게 만들어 주어진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휴식에 할애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여가활동 중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하는 것은 TV시청으로 하루 평균 약 2시간 가까이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길게 나타난 것은 낮잠이었으며 전체 여가 중 비활동적인 여가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65.2%에 달했다.


노동시간이 긴 근로자일수록 체력을 많이 소모해 활동적인 여가가 어렵고 정적인 여가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40시간 미만 근로자(무직 제외)의 비활동적 여가 선택 비중은 55.1%인 반면, 60시간 이상은 72.2%로 나타나 근로시간이 길수록 여가시간을 휴식에 할애하는 비중이 높았다.


물론 단순히 휴식을 위하는 것도 중요한 여가생활이기는 하지만 이는 우리 국민들이 실제 희망하는 여가활동과는 괴리가 있다.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희망하는 여가는 해외여행, 영화보기, 등산 등 활동적인 여가가 대부분이었다(<표 2> 참조). 긴 근로시간이 양적인 측면에서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여가생활을 훼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저비용의 여가생활 추구


상대적으로 비활동적인 여가의 비중이 높다 보니 여가활동을 하는데 드는 비용도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여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TV시청의 경우 1회당 평균 비용이 197원에 불과했다. 역시 빈도수가 높은 인터넷 사용은 600원, 게임은 3,136원에 불과하였다(<표 3> 참조). 주요 10대 여가활동 중 활동적인 여가에 속하는 산책(1,533원)도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활동이다. 주요 여가활동(1순위 기준)의 74.2%가 1회당 지출액이 만원 이내의 저비용 여가였으며 여가활동 1회당 평균지출액은 10,152원에 그쳤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국과 비교하여 비용이 높은 문화예술·스포츠경기 관람활동 시간이 적게 나타난다. 생활시간조사에서 나타난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관람활동 참여시간은 3분(월 1.5시간)으로 OECD평균인 10분(월 5시간)에 비해 크게 낮다. 영화보기, 스포츠경기 직접관람, 연예공연관람 등이 희망하는 주요 10대 여가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 국민은 참여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여건 상 관람 활동을 즐기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저비용의 여가습관이 두드러진 이유로 교육비, 주거비 등에 대한 부담이 커서 여가에 소비할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OECD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교육비와 주거비 등의 지출 비중이 상당히 높은 반면 문화·오락 지출 비중은 크게 낮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이 여가의 시간을 줄일 뿐 아니라 여가에 사용할 수 있는 금전적 여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인구에 비해 좁은 국토면적은 통근·통학에 소요되는 시간을 늘리고 동시에 주거부문에 지출되는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가시간의 집중 현상 심해


여가가 특정 시간에 집중되는 현상도 심한 것으로 보인다. 여가가 하루 중에서는 저녁에, 한 주에서는 주말에, 그리고 일년 중에는 여름휴가철에 집중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여가의 시간적인 편중 현상이 더 심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과 여가시간을 비교해보면 미국에서는 아침 기상시간 이후 여가활동 참여율이 꾸준히 높아지는 반면 우리나라는 오후 8시반 이전까지 참여율이 저조하다가 이후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직장인과 학생의 긴 노동시간 때문에 저녁시간에 여가가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늦은 저녁에 여가가 집중되다 보니 주로 집 안에서 손쉽게 할 수 있거나 비활동적인 여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학생(15-24세)은 다른 나라 학생에 비해 운동은 적게 하는 반면 인터넷 검색 및 게임시간은 상당히 긴 것으로 나타난다.


주말에 여가가 집중되는 경향도 높았다. 우리나라 평일 여가시간은 4.3시간, 주말 여가시간은 6.1시간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 휴가 기간의 계절적 집중 현상도 심하다.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8월에 휴가를 떠나는 비중은 56.9%에 달해 나머지 10개월간의 휴가를 상회했다(<그림 7> 참조). 휴가기간이 주말과 여름 등 특정 시점에 집중되면 이동시간이 길어지고 여가공간 및 시설의 부족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숙박이나 시설이용 요금도 높아진다. 혼잡에 따른 불편은 여가의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하기 위해 떠난 휴가가 즐겁지도 않고 불친절한 서비스로 마음만 상해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러한 현상이 휴가 때 여행을 떠나지 않고 집에서 TV만 보며 쉬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3. 주요 계층별 여가의 특징

 


60세 이상, 20대 순으로 여가시간 가장 길어


연령별로 보면 여가시간이 가장 긴 연령대는 고령층이다.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5.3시간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2시간 가까이 높다(<그림 8> 참조). 이는 고령층 대부분이 은퇴한 사람이어서 상대적으로 여가를 즐길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령층의 여가는 TV시청 등 정적이고 수동적인 활동에 치우쳐 있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활동적인 여가가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지만 은퇴 후 소득이 급감하여 활동적이고 비용이 드는 여가를 할 여력이 없다는 점도 원인이 될 것이다.


고령층 다음으로 여가시간이 높은 연령층은 20대이다. 20대는 10대와 여가시간의 차이가 큰데 이러한 현상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진다. 중·고등학생에 해당하는 15-19세, 대학생에 해당하는 20-24세의 여가시간을 비교해보면 고등학교 졸업 후 여가시간이 크게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그림 9> 참조). 증가한 20대의 여가시간이 미국, 일본과 비교하여 높지 않고 비슷한 수준인 점으로 미루어 볼 때 20대 여가시간의 증가는 10대 때 억눌렸던 여가에 대한 욕구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소득이 높을수록 적극적인 여가 지향


소득수준별로 보면 소득이 높을수록 다양하고 활동적인 여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1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은 일을 적게 해서 소득이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가시간이 많지만 활동은 전적으로 TV시청(47.5%), 인터넷 검색(7.3%) 등 저비용 여가에 치우쳐 있다(<표 4> 참조). 반면 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은 TV시청(39.0%), 골프(10.0%) 등 비용이 높은 활동도 포함하여 다양하게 여가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대체로 여가시간이 감소하지만 소득이 400만원 이상이 되면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림 10> 참조). 이러한 현상은 여가와 일 선택에 있어서 실질임금이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비싸진 여가시간을 줄이는 효과(대체효과)와 여가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여 여가시간을 늘리는 효과(소득효과)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을 때는 대체효과가 소득효과보다 크고 임금수준이 상당한 수준에 오르면 소득효과가 대체효과를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이 추가적으로 발생했을 때 여가활동과 노동 중 여가활동을 늘리겠다고 답변하는 비중도 소득이 400만원 이상이 되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이 희망하는 여가활동은 해외여행, 영화보기, 등산 등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따라 희망하는 여가와 실제 주로 하는 여가의 차이는 저소득층에서 높아 여가에 대한 만족도는 저소득층에서 더 낮게 나타났다. 고소득층에서 여가만족도는 대체로 높았으며 시간 부족이 경제적 부담보다 불만족의 원인으로 제시되었다.


1인가구 여가시간 길지만 정적인 여가에 그쳐


1인가구는 주로 혼자 사는 노인이나 대학생이 많기 때문에 여가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연령효과를 배제해도 1인가구의 여가시간은 여전히 긴 것으로 나타난다. 연령 계층별로 가구원수 변화에 따른 여가시간을 살펴보면 40, 50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연령층에서 1인가구의 여가시간이 제일 높았다.


1인가구의 여가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이유는 돌봐야 할 자녀가 없기 때문이다. 30~50대의 청·장년층은 혼자 살거나 부부만 살 때와 비교해 자녀가 생기면 여가시간이 감소한다. 그 중에서도 미취학자녀가 있는 경우 여가시간이 크게 줄어드는데 이는 자녀를 돌보는 데 시간을 많이 소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녀가 학교에 다닐 정도의 나이가 되면 부모의 여가시간은 다시 상승한다(<그림 11> 참조). 자녀와 함께 여행을 다니거나 여가를 함께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가시간이 충분하다 해도 1인가구는 여가활동의 70% 이상을 혼자서 한다. 따라서 1인가구의 여가활동은 비활동적이고 집 안에서 하는 여가가 대부분이다. 20, 30대 청년층 1인가구는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인터넷 검색, 게임 등을 많이 하고 60대 이상 고령층 1인가구는 2인 이상 가구보다 TV시청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임금근로자보다 휴일 여가시간 상대적으로 적어


자영업자는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금근로자보다 휴일 여가시간이 적다. 평일 여가시간은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 모두 2.7시간으로 동일하지만 휴일 여가시간은 임금근로자 5.2시간, 자영업자 4.6시간으로 차이가 난다. 2004년부터 주5일 근무제가 점진적으로 실시되면서 임금근로자의 주말 근로시간이 크게 감소한 반면 자영업자는 주5일 근무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는 질적인 측면에서도 여가생활에 차이를 보인다.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보다 TV시청 등 정적인 활동의 비중은 높은 반면 문화예술관람 등 활동적인 여가의 참여비중은 낮다. 이는 자영업자의 절대적인 여가시간이 임금근로자보다 작아 여가활동에 제약이 있으며 자영업자의 소득이 임금근로자 보다 낮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의 평균 연령이 임금근로자보다 높은 것도 자영업자의 비활동적인 여가 비중이 높은 원인이다. 근로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동적인 여가활동은 줄어들고 정적인 여가활동의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맞벌이 여성, 여가시간 상대적으로 부족


여성은 취업률이 낮기 때문에 평균 여가시간이 남성보다 길지만 휴일 여가시간은 여성이 남성보다 낮았다. 평일 여성의 여가시간은 3.5시간으로 남성의 3.1시간보다 높았으나 휴일 여성의 여가시간은 5시간으로 남성의 5.2시간보다 다소 낮았다.


경제활동을 하는 남성과 여성을 비교하면 휴일 여가시간의 차이는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취업상태인 남성과 여성의 평일 여가시간은 비슷하지만 휴일 여가시간은 남성이 5.1시간, 여성이 4.7시간으로 차이가 난다. 이는 맞벌이를 하더라도 가사일을 여성이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OECD국가 중 여성과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이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국가이다. OECD평균적으로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남성보다 2배 높은 반면 한국에서는 5배 차이가 난다(<그림 12> 참조).


남성과 여성은 여가활동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남성과 여성 모두 주요 여가활동으로 TV시청, 인터넷 검색 등을 하였지만 음주 비중은 남성이 훨씬 높았고, 쇼핑·외식, 목욕·사우나 비중은 여성이 크게 높았다.

 


4. 전망 및 정책제언

 


여가시간과 활동적 여가는 향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나 속도는 완만할 것


향후 여가시간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시간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인구구조적인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여가시간이 긴 고령층과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여가시간을 늘리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적으로 크게 높은 근로시간과 학습시간을 감안할 때 여가의 양적 및 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정책적인 노력이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내수확대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이 성장의 중요한 과제가 되는 만큼 여가생활에 더욱 큰 관심이 기울여져야 할 것이다.


우선 여가시간의 확대를 위해서는 근로시간 축소가 꾸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여 초과 근무를 줄이고 자유로운 연차사용이 가능하도록 근로 문화를 개선시켜야 한다. 일자리 나누기, 시간근무제 등 근로시간을 줄이는 정책도 꾸준히 시행해야 나가야 할 것이다.


과열된 입시경쟁을 완화해 학생의 학습 부담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의 평균 학습시간은 세계 최장수준이고 교육비 지출도 경제규모에 비해 과도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보다 학습시간이 현저히 짧은 핀란드에서 국제학업성취도(PISA)가 높다는 것은 높은 학업능력을 위해 반드시 긴 학습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학생들의 여가시간이 늘어나고 여행, 체험활동 등 적극적인 활동이 확대될 경우 향후 우리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이 될 창의력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통근·통학 등 이동하는 데 드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대책도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면 근로자의 피로도가 증가해 근무·여가시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출·퇴근 시간을 분산시키고 급행철도 확장 등 교통인프라를 개선시켜야 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수도권 집중억제와 지역간 균형발전을 지속적으로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여가활동의 시간적·금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가시설 및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해야 할 것이다. 관람 및 참여활동 등 활동적인 여가를 하고 싶어도 주변에 관련 시설이 부족하거나 컨텐츠가 다양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문화예술 및 스포츠경기 관람활동이 적은 만큼 관련 시설과 공연 횟수를 늘리고 할인혜택 등을 제공할 수 있게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문화 및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한 제반 규제의 득실을 검토해 효과가 적은 규제는 점차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여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여가를 단순히 노는 것으로 생각하고 근면 성실하게 일하는 것만이 경제발전을 위한 길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여가 역시 중요한 성장요인이 되었다. 즐겁고 신나는 것을 찾아 경험하고 창조해나가는 것이 우리 경제의 수요를 확대시킬 뿐 아니라 창의력을 높여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 쇼핑하는 시대
황혜정 | 2014.06.24

제품을 구매하는 일은 때로는 매우 고단한 일이다. 최상의 조건으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게 손품과 발품을 팔아야 한다. 유통에 사물인터넷을 접목시키면 소비자의 시간과 노력을 덜어줄 수 있다. 제품 구색과 가격 못지 않게 얼마나 쉽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가 하는 편의성이 유통에서 중요해질 것이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우유가 거의 바닥이 나 있다. 조그만 마이크에 대고 ‘우유’라고 말하면 그 다음날 집 앞에 우유가 배달된다.


백화점 입구에 들어서면 내 스마트폰에 환영 메시지가 뜬다. 벽에 붙어있는 소형 단말에서 발신한 신호가 내 스마트폰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화장품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면 그 자리에서 나에게 맞는 향수 추천 리스트가 스마트폰에 뜨고,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도 전송된다. 그 중에 맘에 드는 향수가 있으면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하는 일은 때로는 매우 고단한 일이다. 방대한 종류의 제품 가운데 내가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에서 끝없이 스크롤 바를 내리면서 무수한 상품들을 하나하나 들여다 봐야 하고 매장에 가서 실제 제품도 눈으로 확인해야 하며 가격도 여러모로 비교해보아야 한다. 이렇게 최상의 조건으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손품과 발품을 꽤 팔아야 한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혹은 무언가 주변에 있는 것들이 내가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주고 나에게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며 구매까지 해줄 수는 없을까? 쇼핑에 드는 수고를 덜어주려는 노력은 사물인터넷으로 한층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들이 시도하고 있는 사물인터넷 융합 커머스


인터넷으로 실현된 연결성(Connectivity)이 사물인터넷으로 증폭되면서 최근 모든 산업에서 사물인터넷을 비즈니스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유통산업은 사물인터넷으로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다. 제품을 사는 과정 중 경험하는 여러 고객 접점에 사물인터넷을 접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유통업체에서는 사물인터넷을 융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시험해보고 있다.


● ‘말만 하면 쇼핑 끝’, 아마존 대시


올해 4월 아마존은 대시(Dash)라는 기기를 선보였다. 대시는 음성 인식과 바코드 스캐닝 기능이 있는 막대형 기기다. 대시로 가정에서 바로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땅콩버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았다면 대시를 들고 제품 용기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스캔하거나 입에 대고 “땅콩버터”라고 말만 하면 된다. 그러면 자동으로 아마존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 장바구니 목록에 추가되고, 이후 구매 버튼을 누르면 다음 날 집으로 배송된다. 아마존 대시를 이용한 서비스는 현재 캘리포니아와 시애틀에서 시험 운영되고 있다.


아마존 대시는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마다 메모지에 적었던 소비자 행동을 단지 말로 기록하게 하는 방법으로 이전의 소비자 행동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그 과정을 더 쉽게 함으로써 편의성 측면에서의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집에 설치된 와이파이만 켜면 대시에 자동으로 연결되고, 바코드 스캔이나 음성만으로 쉽게 주문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은 아마존 프레시 서비스의 사용자 저변 확대와 매출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대시는 단순히 아마존 프레시 서비스의 매출 확대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선식품은 특성상 자주 구매해야 하는 품목으로 이를 위해 아마존 프레시 서비스에 자주 접속하면서 아마존 내 다른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게 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렇듯 구매 편의성의 증진은 사용자의 구매력을 끌어올려 해당 제품뿐 아니라 전체 매출 확대를 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 정보 도우미, 메이시스의 샵비콘


비콘(Beacon)을 활용한 새로운 사물인터넷 융합 서비스도 최근 주목 받고 있다. 비콘은 블루투스 4.0 저전력 에너지(Bluetooth Low Energy)를 활용한 근거리 통신 기술로서 실내에서 정확한 위치 추적이 가능한 실내 위치 확인 시스템(Indoor Positioning System)이다.


비콘은 NFC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NFC는 최대 10cm미만의 짧은 거리 내에서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리더기에 터치를 해야만 작동하는 것과 달리, 비콘은 49m 이내 범위 안에서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신호를 캐치하여 자동으로 정보를 송신해준다. 이용자가 별도의 행동을 취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이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비콘은 이전의 기술과는 달리 오차 범위가 적어 실내에서 정확한 위치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장에서 유통업체들이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혁신적으로 변환시킬 강력한 신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비콘을 이용하면 매장에서 사용자에게 제품 정보, 리뷰 정보, 프로모션 정보 제공뿐 아니라, 결제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미국 메이시스(Macy’s) 백화점은 애플의 아이비콘(iBeacon)기술 기반의 ‘샵비콘(Shop Beacon)’ 서비스를 지난 해 11월부터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지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샵비콘은 매장 근처에 오면 해당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송신해주는 ‘샵킥(Shopkick)’이라는 위치 기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제휴한 서비스이다.


샵킥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고객이 백화점에 들어서면 먼저 스마트폰에 소비자를 인식하는 환영 알림 메시지가 뜬다. 매장을 이동할 때마다 적시적소에 맞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자동으로 푸쉬(Push)해 준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구두 코너로 이동하면 구두 사진과 함께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구두 제품에 대한 정보,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 등을 그 자리에서 송신해줌으로써 구매 가능성을 높여 줄 수 있다.
비콘은 이처럼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매장 내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활용할 수도 있다.


영국의 테스코(Tesco)는 쳄스포드(Chelmsford)점에서 비콘을 고객 서비스 영역에서 활용하는 것을 테스트하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 내가 구입해야 할 제품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일일이 찾아 다니는 것은 꽤 힘든 일이다. 테스코는 이 점에 착안하여 사전에 스마트폰에서 구입할 제품 목록을 작성하고 매장에 들어왔을 때 각 제품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지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비콘을 통해 시험 운영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 구매를 유도하는 여러 가지 오퍼를 푸쉬하는 것보다 이미 구매를 결정한 소비자들을 지원하는 접근 방식으로 비콘에 대한 소비자들의 초기 수용도를 높여줄 수 있는 가벼운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직 소비자에게는 생소한 비콘이라는 기기가 내 위치를 파악하여 쏘아주는 수많은 메시지에 소비자는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보다는 매장 내에서 내가 구매해야 할 제품의 위치를 알려줌으로써 시간을 단축해주고 발품을 덜 팔 수 있게 도우미의 역할을 한다면 비콘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비콘은 매장 내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옴니 채널 실현을 고민하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들의 해결안이 될 수 있다.


● 지갑 없어도 결재 끝, 페이팔 비콘


미국 이베이의 자회사인 페이팔(PayPal)은 지갑을 꺼내지 않고도 매장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지불을 완료할 수 있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 비콘(PayPal Beacon)을 지난 해 하반기에 발표했다.


이는 블루투스 기반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으로 소비자는 iOS용 또는 안드로이드용 페이팔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매장 콘센트에 연결되어 있는 페이팔 비콘 기기가 페이팔과 호환성이 있는 POS 시스템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고객이 매장에 들어옴과 동시에 등록되어 있는 이름이 POS 시스템에 표시된다. 따라서 소비자는 매장의 계산대에서 신용 카드를 꺼내 싸인하고 카드를 돌려받는 귀찮은 수고를 할 필요 없이 핸즈 프리(Hands-free)로 결재를 끝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조깅을 하다 목이 말라 음료수를 마시고 싶은데 지갑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근처에 있는 카페에 스마트폰으로 주문하고 매장에 도착해서 음료를 그냥 들고 나오면 된다. 카페에 설치된 페이팔 비콘이 내 스마트폰을 인식하여 지갑이 없어도 결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유통에서 시도하고 있는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여러 서비스들은 지금보다 ‘더 쉽고 더 편리하게’ 제품을 구매하게 도와줌으로써 소비자가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이고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편의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Zero Effort Commerce? Less and Less Effort Commerce!


유통업 혹은 상거래(Commerce)의 본질은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의 지리적, 시간적, 정보적 장벽을 최소화하는데 있다.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손에 넣기까지 드는 여러 차원의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는 유통이 경쟁력 있는 유통이 될 것이다.


최근 2~3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급성장한 온라인의 핵심 가치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편의성’에 있다.


온라인 쇼핑은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야 한다는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제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 검색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클릭 한 번으로 집까지 배송해줌으로써 구매자의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면서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킨 새로운 구매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이베이는 제로 에포트 커머스(Zero Effort Commerce)라는 개념을 주창하였다. 이는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해 원하는 제품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쇼핑 행동으로 이베이는 이것이 미래 쇼핑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베이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어떤 여성이 출근길에 지나친 매장에서 맘에 드는 구두를 발견했을 때 그냥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기만 하면 폰이 스스로 제품을 검색하여 자동으로 구매 목록에 띄운다. 마음에 들어 구매 버튼을 누르면 바로 집으로 배송된다. 과거 이력으로 이미 신발 사이즈와 집 주소 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원하는 제품을 지정해주고 구매 결정만 하면 나머지 과정은 알아서 처리해주는 가상 쇼핑 도우미(Virtual Shopping Assistant)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베이가 주장하는 제로 에포트 커머스는 어찌 보면 업의 본질이라는 면에서 유통 혹은 커머스의 궁극적인 지향점일 것이다. 시간과 노력이 전혀 들지 않는 ‘제로’까지는 요원하겠지만 소비자의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이고 원하는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방향으로 유통은 점점 진화화고 있다. 소득이 높아지고 시간에 대한 가치가 커질수록 이것은 더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편의성이 향후 유통 경쟁력의 축


바쁜 현대인들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점점 더 적어지면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내가 사야 하는 제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임무 완료(Task Completion)의 성격을 띄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이 얼마나 쉽고 편리한가가 중요해진다.


설립 초기부터 ‘원클릭 서비스’ 등 구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마존은 지난 달에 트위터에서 곧장 아마존의 장바구니 목록에 제품을 추가할 수 있는 ‘해시태그 아마존 카트(#AmazonCart)’라는 새로운 주문 방법을 선보였다. 트위터 계정과 아마존 계정을 연동하고 아마존 제품의 링크가 포함된 트윗에 ‘#AmazonCart’라는 해시태그를 추가하여 리트윗하면 제품이 아마존 장바구니에 추가되는 간단한 방법이다. 유통업체들은 이처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유통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산업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제품 구색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했다면, 앞으로는 마음먹었을 때 이를 얼마나 쉽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하느냐는 편의성(Convenience)도 중요해질 것이다.


단순한 주문 방법 하나가 구매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구매 과정의 여러 단계에서 소비자의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이게 하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유통 산업에서 향후 중요한 경쟁의 축이 될 것이다.  <끝>

사람에 대한 데이터 분석, 인재의 잠재력 살린다
원지현 | 2014.06.24

경영 전반에서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조직 구성원과 관련된 의사결정에도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는 HR 데이터 분석(HR Analytics)이 주목 받고 있다.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인재를 파악하는데 기여하는 HR 데이터 분석의 적용 사례와 유의사항에 대해 살펴본다.


어떤 인재를 활용해야 최상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는 모든 기업이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 또한 인력 운영과 관련하여 앞으로 조직 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기업들이 끊임없이 당면하게 되는 과제이다. 그러나 ‘정말 조직 내 구성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인재 활용에 있어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가’란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경영진, HR 실무자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이나 R&D 투자 관련 의사결정에 비해 유독 구성원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기존에 해오던 관행대로 이루어지는 면이 있다. 사람에 관한 의사결정이 조직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데이터 분석을 조직 구성원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HR 데이터 분석(HR Analytics)이 최근 더욱 주목 받고 있다.


HR 데이터 분석은 구성원과 조직의 성과 향상을 목적으로 사람 관련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통계적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이다. HR 데이터 분석의 목표는 구성원을 판단할 때 개입할 수 있는 편견이나 직관을 데이터를 통해 보완하여 조직 구성원들을 가장 객관적으로 파악하고자 함이다. 이미 과거부터 기업들은 HR 성과 지표를 관리하고, 인재 투자 관련 ROI(Return on Investment)를 산정해보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객관적인 숫자에 기반하여 구성원 관리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존의 방법은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와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에 치중되어온 면이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여 HR 데이터 분석을 통해 좀 더 합리적인 사람 관련 의사결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측하는데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한다.


HR 데이터 분석에 대한 관심 증가


최근 경영 전반에서 빅데이터(Big Data)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후, 조직의 인재 관련 의사결정에도 인적자원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의 HR IT 서비스 컨설팅 회사인 시다 크레스톤(Cedar Crestone)사에서 617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HR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2년 7%에서 2013년에는 12%로 증가하였고, ‘빅데이터 자체가 생소하다’는 응답은 2012년 41%에서 2013년 18%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데이터의 생성 규모, 양, 주기가 방대하다는 관점에서의 구성원 관련 빅데이터는 조직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확실히 과거 대비 인적 자원 관련 데이터의 종류나 양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IT 시스템의 발달로 접근 가능성도 높아졌기에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는 결코 적지 않다(<표 1> 참조).


HR 데이터 분석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그에 비해 전문 역량 보유 측면에서 대다수 기업들의 준비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HR 관련 연구 기관 Bersin 사에서 2013년 480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만이 HR 데이터를 활용하여 예측 기반의 분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하였으며, 10%는 HR 데이터를 활용해 유의미한 통계적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이를 제외한 86%의 기업에서는 현황 파악 및 보고 수준에서 HR 데이터가 이용되고 있다.


아직 HR 데이터 분석의 역량이나 성과 창출 면에 있어서는 미흡한 단계이지만, 이미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들에서는 HR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기 위해 관련 전담 부서를 마련하거나 인력을 확충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2013년 드렉셀 대학의(Drexel University) 살바토레 팔레타(Salvatore Falletta)교수가 Fortune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HR 데이터 분석 현황을 조사하였는데, 응답한 기업 220개 중 약 77%가 HR 데이터 분석 관련 전담 부서 혹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하였다.


급격히 증가하는 HR 데이터 분석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컨설팅 혹은 IT 기업들에서 데이터 분석 기법 Tool을 지닌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Fortune 500대 기업을 중심으로 경영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Corporate Executive Board Company (CEB)의 경우 최근 인도의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Startup)인 탤런트 뉴론(Talent Neuron)을 약 1,500억 달러에 사들였다. 탤런트 뉴론은 세계 주요 시장의 인재 관련 트렌드를 전망하는 자체 예측 모델을 개발한 업체로, 이 모델을 활용하여 전세계 600개 도시 7,500개의 기업, 90개의 직무에 대한 인력 수급 현황에 대한 분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앞서 2012년 IBM은 HR IT 솔루션 기업인 Kenexa(케넥사)를, 오라클(Oracle)과 SAP는 각각 탈레오(Taleo)와 석세스 팩터(Success Factor)를 인수한 바 있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의 경우에는 최근 들어 HR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갖고 실행해보려는 단계에 있다. HR 통합 포탈 시스템 도입이나 각종 데이터 통합 관리로 예전보다는 구성원 관련 데이터에 접근하기가 쉬워진 것은 사실이나, 주로 보고 및 현상 이해에서 더 나아가지는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듯하다. HR 데이터 분석 역량 제고를 위해 단계적으로 준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HR 데이터 분석 적용 사례


기업에서 조직 구성원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막상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활용할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HR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어떻게 구성원 관련 의사결정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 인력 고령화 및 환경 변화에 대비


기술 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필요한 인재들을 적시에 수급하고 향후 예상되는 인력 유실에 대비하는 것은 사업 성과 창출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R&D를 기반으로 한 회사의 경우 기술 인력들의 고령화로 인한 기술 공백 및 각종 환경 변화에 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130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의 에너지 회사 블랙힐스(Black Hills Corp.)의 경우는 업의 특성 상 필요한 기술을 갖춘 인력을 채용하는데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곳이다. 블랙힐스는 인수합병으로 인해 갑자기 인원이 늘어나면서 구성원을 세세하게 파악하기 어려워졌으며 무엇보다 인력 고령화로 인해 대규모 은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블랙힐스는 HR 데이터를 활용하여 연간 예상 퇴직 인력을 산정해본 결과, 향후 5년 내 축적 근속연수로 따졌을 때 무려 8,063년의 연차가 축적된 기술 인력들의 퇴직이 예상되었다. 당장 인력을 충원하기에 앞서 블랙힐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앞으로 필요한 기술을 조사, 파악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이런 기술을 보유한 인력들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예상해 보았다. 이를 토대로 89개의 인력구조 개선 관련 액션플랜(Action Plan)이 준비가 되었고, 기술 인력 공백에 성공적으로 대비할 수 있었다.


다우케미칼(Dow Chemical)은 대략 7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화학 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인력 구조를 지금처럼 유지해도 되는 것인지가 조직 이슈로 떠올랐다. 그래서 미래 인력 운영 방안을 준비하기 위해 방대한 4만명 임직원의 데이터 3년 치를 분석하였다. 여기에는 승진율, 퇴직 시점 예측 등이 포함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재직 인원을 총 5개의 연령 그룹, 10개의 직급으로 구분 후 미래 각 사업부 별 인력 분포를 추계했다. 이를 통해서 다우케미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래 외부 환경 변화(산업 트렌드, 정치 상황, 법률, 인원 감축)에 따라 어떻게 인력 운영에 대비해야 할지에 대한 시나리오 마련이 가능했다.


● 구성원 성과 창출 요인 발견


어떤 특징을 지닌 사람이 가장 높은 성과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는지는 조직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각 조직 고유의 성과 요인을 발견하고 이를 채용 혹은 교육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HR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조직의 특성에 맞는 구성원의 특징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280여개의 체인을 소유한 미국의 백화점 봉통(The Bon-Ton Company)은 매출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1층 화장품 매장에 어떤 직원을 채용해야 성과가 높을 수 있을지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검증해보았다. 데이터 분석 전 봉통이 생각하고 있던 채용 기준 중 하나는 화장품 매장 직원의 '외형'이었다. 단순히 미적으로 아름다운 외모를 뜻하기 보다는 자신을 잘 꾸미고 화장을 잘 하는 세련된 사람이 제품을 판매해야 고객들이 호감을 느끼고 더 화장품을 살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 기존 판매 직원들을 중심으로 인성, 적성 검사를 실시하고 이들의 성과 데이터를 비교하여 분석한 결과, 성과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인지 능력'이었다. 인지 능력이 좋아야 재빠른 판단 하에 고객에게 적절한 제품을 추천하여 매출을 일으킨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인지 능력 상위 50%의 집단이 하위 집단보다 매출 10%가 더 높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았다. 이에 따라 이후 채용 시에는 '인지 능력', '상황 판단력', '주도성'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이 점수가 높은 후보자 위주로 채용했고, 그 후 과거 대비 매장 당 평균 이직율은 25% 정도 감소하고 매출이 1,400 달러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현재 시행되는 HR 제도의 문제점 파악


현재 조직에서 실행되고 있는 인사 제도에 문제점이 보일 경우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성과가 좋은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본 후 그 방법을 적용해본다거나, 막연하게 지금과는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는 경우들이 있다. 이는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하지 않은 채, 많은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문제가 되는 부분부터 해결해나간다면, 좀 더 효과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


글로벌 식품회사 네슬레(Nestlé)는 해외주재원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상태였다. 본사에서 해외법인으로 유능한 인재를 파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에서 주재원 제도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았고, 복귀한 이들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네슬레에서는 태스크포스팀(Task Force Team)을 구성하여 현재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들과 복귀한 이들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설문을 실시하였다. 질문의 내용에는 주재원 파견 이후 이직을 생각한 비율, 본사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 등이 포함되었다. 분석 결과 약 56%의 복귀자들이 이직을 생각할 정도로 현재 문제점이 심각했으며, 파견 당시 명확한 기대수준이 설정되지 않았던 점,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핵심인지에 대해 설명이 부족했던 점, 파견 전 준비 기간이 짧았던 점 등이 가장 문제로 떠올랐다. 이를 기반으로 네슬레에서는 파견 전 필수 점검 사항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파견자들의 이해가 부족할 수 있는 점을 찾아 보완해주었고, 주재원들을 위한 별도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만들어 파견 기간 내 밀착 관리를 시행하였다. 또한 해외주재원의 본국 복귀 이후 적응을 돕기 위해 온보딩 프로그램(On-boarding Program)이 만들어졌다.


● 조직 내 산재된 데이터 통합·연계


HR 데이터 분석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이 데이터를 측정해서 모으고 거창한 프로젝트를 시작해야지만 의미 있는 분석을 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나 이미 조직 내에는 과거부터 실시되어온 설문, 구성원 관련 데이터, 성과 데이터가 축적되어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만약 이를 함께 통합하여 분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공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가장 효율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스타우드 호텔 앤 리조트(Starwood Hotels & Resorts Worldwide)는 W, 쉐라톤, 웨스틴 등의 호텔 브랜드를 소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스타우드는 오랜 기간 조직 내 구성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각종 지표들을 측정해왔다. 그러나 이렇게 측정된 결과들은 따로 따로 관리되면서 조직에 큰 시사점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HR 부서에서는 서비스와 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액션 플랜을 마련하고자 리더십, 조직문화, 고객 평가, 재무 성과 데이터를 재구성하고 연계하여 분석해보았다. 우선 리더십 점수를 기반으로 상위 25%의 리더와 하위 25% 리더가 속한 호텔의 고객 충성도를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리더십 상위 25% 리더들이 속한 호텔에 대한 고객 충성도 점수가 하위 25% 대비 확연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리더십 점수가 낮은 리더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고객 데이터 관련해서는 고객의 범위를 단순히 투숙객만이 아닌 거래 업체들까지 포함하여 측정 지표를 재구성하였고, 직원 설문의 경우 해당 호텔 혹은 리조트의 직원들과 투숙객들의 반응을 바로 상호 비교하여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투숙객 불만 사항과 가장 연관이 높은 것은 직원들의 협력이 낮은 경우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특히 객실 청소(Housekeeping), 엔지니어링과 객실 서비스 담당의 원활한 협력 제고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된 데이터 활용이 문제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경우이다.


HR 데이터 분석 시 유의사항


구성원과 관련된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파악하여 인재 관련 의사결정에 활용한다고 했을 때, 자칫 기존에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분석 결과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고 조직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시사점을 찾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사항이 있다.


● 아웃라이어(Outlier)에 대한 그릇된 편견에 빠지는 것에 유의해야


아웃라이어는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를 의미한다. 조직에서 아웃라이어라고 한다면 일반적인 특징을 지닌 구성원과는 구별되는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다. HR 데이터 분석을 마친 후 조직에 적합한 특성이나 행동들이 추려지는 경우에는 아웃라이어들이 부적응자로 비춰질 수도 있는데, 이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처럼 남들과는 다르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 중 혁신을 이끌어 성과를 창출하고 조직,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수년 간 방대한 데이터로 긍정 심리학에 대해 연구 후 현재는 컨설턴트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션 에이커(Shawn Achor)는 우리가 단순히 '평균적인 것'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면 우리는 계속 평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며, 분석에 있어서 아웃라이어들을 무시하거나 때로는 배제시키는 것을 늘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특성을 조직에서 통용되는 스타일로 바꿔야만 한다는 생각 보다는 성과에 기여하고 특별한 문제점을 일으키지 않는 한, 이들의 ‘다름’을 개성으로 존중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조직 내 의구심을 극복하고 단계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HR 데이터 분석에 대해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분석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거나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 경영진에서도 과연 굳이 HR에서 데이터 분석에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것인지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는 ‘우리는 새로운 것보다는 사실에 가까운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였다. HR 데이터 분석은 새로운 경영 기법이나 트렌드이기 때문에 시도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관련 의사결정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의심해보는 것보다는 조직에 따라서는 과감히 실행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러 의구심과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HR 데이터 분석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 분석의 목적을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필요가 있다. HR 데이터 분석이 구성원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닌, 좀 더 객관적으로 구성원들을 파악하고 성과 창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수준의 의미 있는 분석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HR 부서의 경우에는 HR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성과를 내려고 조바심을 갖기보다는 증거에 기반하여 구성원 관련 의사결정을 준비해나간다는 자세로 인내심을 갖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 데이터의 한계를 인식하고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이 전제되어야


‘숫자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Number don’t lie)라는 인식도 있지만 통계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분석의 한계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조직에서 경험 많은 베테랑들의 직관이 중시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나 사람의 행동이나 내면을 숫자로 한정 지어 해석하는 것은 자칫 구성원 개개인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파악하기보다 쉽게 잘못된 낙인을 찍거나 사람을 단순히 유형화해서 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데이터 분석만을 기준으로 하여 일정 기준에 떨어지는 사람은 조직에서 잠재력이 없는 사람 혹은 불성실한 사람으로 분류해버려서는 안된다. 평상 시 리더 및 HR 부서에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 전제된 상태에서 데이터 분석이 이루어져야 의미 있는 결과들을 활용하고 구성원 관련 의사결정에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위기를 겪는 원인 중에는 환경의 급격한 변화나 강력한 경쟁업체의 선전(善戰), 예상치 못한 혁신적 기술의 출현 등 외부적인 요인이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위기의 원인이 필요한 때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거나 후계자 파이프라인을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는 등의 내부적인 요인에서 오기도 한다. 인재 관련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조직 내 구성원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들을 위한 의사결정에 합리적인 증거를 제시해주는 HR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기울이고 준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