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다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의 이념과 자질, 도덕성에 관한 논란이 거세다. 역사학계와 야당은 그에게 국편을 맡긴 것이 박근혜 정부의 ‘역사 장악 시도’라며 반발한다. 3대 역사 기관의 수장을 뉴라이트 인사가 싹쓸이
| [321호] 승인 2013.11.13 10:3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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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사태와 국정 교과서 회귀 움직임, 박근혜 정부 역사관의 상징적 표현"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대통령이 교학사 교과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역사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보인 태도가 이 사안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안병욱 전 교수는 "중요한 부분에 대해선 발언하지 않는 것이 박 대통령의 특성인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역사를 파괴하고 망치는 정책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 전 교수는 인혁당 사건에 대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한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과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하며,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역사에 대한 일련의 간섭과 수준 이하의 교학사 교과서 검인정 통과" 등의 일이 벌어진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지적했다. "검인정에 제출될 수도 없는 책을 편법을 동원해 끝내 검정을 통과시키고, 더 나아가 그런 내용의 책을 국정 교과서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현 정부 역사관의 상징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안 전 교수는 "6월항쟁 전 교수들이 성명을 발표할 때 가장 많이 참여한 게 사학과 교수들"이라며 "장기 집권을 획책하는 쪽은 학계에서 가장 껄끄러운 집단이 한국사 쪽이라고 보고,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집요하고 치밀하게 역사 전쟁을 벌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이화 전 석좌교수도 2008년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포럼에서 <대안 교과서>를 내자 박 대통령이 높이 평가한 일 등을 상기시키며 "이런 분위기를 김무성 의원이나 교육부가 잘 파악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역사 문제 등을 이유로 일본과 정상 회담을 하지 않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친일 미화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를 통과시키는 건 박근혜 정부의 모순 아니냐고 지적했다. 원로 학자들은 "이번 파동이 검정 제도 때문에 발생한 문제인 것처럼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유신 독재 시절 "전체주의적 획일화 교육의 폐해"를 상기시키고, "다시 국정 교과서를 통해 정권의 입맛에 맞는 한 가지 역사 해석만을 획일적으로 주입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망발"이라고 규탄했다. 검인정 체제에서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는 건 명백한 퇴행이며, 검인정 체제에서 자유 발행제로 나아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조광 전 교수는 "본래 국정 교과서가 지향하는 건 국가 이념의 보편화"라며 "그게 통용되는 건 전체주의 때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자는 것은 사회의 지향점을 전체주의에 두어야 한다는 것과 통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조 전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국정보다 검인정이 우월하고, 많은 국가에서 검인정보다 자유 발행제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만열 전 교수는 일본과 역사 교류를 하던 때의 경험을 소개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을 지적하면 '당신들은 아직도 국정 단계 아니냐. 그러면서 어떻게 검정 체제인 일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수 있느냐'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는 것이다. 이 전 교수는 "당장 자유 발행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자유 발행제로 가는 것이 추세이며,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박근혜 정부, 국편 등을 선전 홍보 기구로 만들고 있다" 원로 학자들은 교학사 교과서 사태를 정부가 수습해야 하며, 국정 교과서 부활 등을 통해 한국사 연구와 교육을 이념 대립 도구로 악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사편찬위원회(국편) 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등 역사 관련 주요 학술 기관의 책임자로 "역사관에 문제가 많은 어용 인사들을 임용"했다고 질타했다. 국가의 근간이 돼야 할 학술 기관임에도 "시류에 영합한 인사들을 들러리로 세워 선전 홍보 기구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유영익 국편 위원장은 국민에게 쫓겨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예찬하는 인사로 꼽히며,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친일 미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원로 학자들은 "잘못된 인사를 시급히 바로잡아 학술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편은 문제투성이인 교학사 교과서를 거르지 않아 이번 파동을 불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강만길 전 교수는 국편에서 일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국편이 교과서에까지 간여하는 건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강 전 교수는 "지금은 왕조 시대가 아니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가 역사를 편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국가는 자료만 편찬해 학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편 위원장을 역임한 이만열 전 교수는 "국편이 해방 이후 한국사 연구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한다"면서도 "MB(이명박) 정권 들어 국가가 아니라 정권에 예속되는 일이 여러 번 있었고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편이 대단히 곤혹스러운 처지가 된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경로 전 교수는 기자 회견의 핵심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교학사 교과서는 자격 미달이다. 이걸 빌미로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다. 이걸 전하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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