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재무설계

투자에서 '사랑의 반대말'은?

일취월장7 2013. 4. 4. 13:07

투자에서 '사랑의 반대말'은?

아니다 싶으면 기꺼이 버리고 잊어버려야

'사랑'과 경쟁이 되는 말은 '돈'이라 할 수 있다.

'사랑'과 '돈' 사이에서 선택이 이뤄지는 상황은 <장한몽>이란 제목으로 일제 강점기에 처음 공연돼 최고의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연극과 영화 등에서 수십번 이상 공연된 이수일과 심순애의 스토리에도 등장한다.

이수일이 심순애에게 "김중배의 다이아반지가 그렇게 좋더냐"고 외치는 대사는 오늘날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중년임에도 준수한 외모를 유지하는 모 여자 연예인을 젊은 시절 엄청난 부자와 결혼했다가 불행해진 뒤 이혼해 커다란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던 과거사를 TV에서 고백한 바 있다. 그는 현재 외형상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남자와 재혼해 진정한 사랑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처럼 사랑과 돈 사이에서 좀 더 우월한 쪽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은 일반인에게도 예나 지금이나 심심찮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사랑'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이수일은 약혼녀 심순애로부터 배반당한 뒤 고리대금업자가 된다. 그리고 심순애가 죄책감과 이수일에 대한 애정으로 결혼생활이 불행해졌을 때 그가 냉담했던 이유는 증오의 감정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랑의 반대말로 '증오'와 '미움'을 우선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로 볼 때도 마찬가지다. 서로 반대되는 의미의 단어조합 역시 '애증'(愛憎), 즉 '사랑과 증오'·'사랑과 미움'이다.

 

권은경씨가 노래한 '사랑도 미움도'의 가사에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말자. 미워하는 마음도 갖지 말자. 사랑하는 마음은 너무 외로워. 미워하는 마음은 더욱 괴로워. 아~ 사랑에 빠지지 말자. 아~ 미움의 뿌리가 되기 쉬우니"라며 사랑과 미움을 대비시키고 있다.

 

영어로는 'love and hate'라는 표현을 흔히 사용하며, 'Hate is only the recoil of love'(미움은 사랑의 반동일 뿐이다)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랑의 반대말이 증오나 미움이 아닌, 무시나 무관심이 훨씬 더 적절할 때가 많다. 상대방을 사랑할 수 없어서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상대방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것이 더 나은 길이다. 미움과 증오는 자신의 마음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임정희가 부른 '사랑의 반대말'이라는 노래의 가사에는 "사랑의 반대말은 뭔지. 어떻게든 너를 잊을 수 있게… 널 지우고 버리고 눈감아 외면할수록…."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조용필의 걸작 히트곡 '큐'에서는 "너를 용서 않으니 내가 괴로워 안되겠다. 나의 용서는 너를 잊는 것"이라고 했다.

 

이수일은 사랑하던 심순애가 돈에 이끌려 김중배에게 갔을 때 원한 맺힌 마음이 되기보다는 무관심했더다면 그 뒤 두 사람의 인생에서 우여곡절이 더 적게 나타났을 것이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

 

투자의 세계, 주식시장에서도 사랑의 반대말로 무관심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주식과 결혼하지 말라', '주식을 사랑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아니다 싶으면 기꺼이 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 매도하고 잊어버려야 한다. 가격이 내려가는 주식에 오기로 대응하면 더욱 크게 물려 작은 실패를 큰 실패로 확대시키기 쉽다.

 

사랑의 반대말이 무시와 무관심이라는 사실은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에서도 드러난다. 강지원 변호사는 24세에 행정고시(12회) 합격, 사법시험(18회)에 수석 합격한 수재였지만 청소년 보호활동,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사업 등 공익성격이 강한 활동에 주력해왔다. 그는 청소년 지킴이가 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제가 검사가 된 후 처음으로 전주지방검찰청에서 근무를 했는데 그때 주어진 업무가 비행청소년담당이었습니다. 제가 지금도 잊어버리지 않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당시 오토바이인가 뭔가를 하나 훔쳐서 붙잡혀 왔어요. 저는 '훔쳤어, 안 훔쳤어? 왜 훔쳤어?' 이런 것들을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한참 더 나아가서 '너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뭐냐', '너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 뭐 이런 것들을 계속 물어봤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이 친구가 한참 있다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엉엉 울기 시작하는 거예요. 너무너무 서럽게요. 전 분명히 야단치지 않았거든요? 근데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 우는 거예요. '너 야단친 거 아니야. 왜 울어? 울지마'라고 했더니 이 친구가 '검사님,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 날까지 살아온 15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끝까지 진지하게 정성껏 들어주신 분이 처음이에요"라고 하는 겁니다. 검찰이 이런저런 부드러운 말을 해주니까 아이 마음이 움직인 거예요. 감동을 한 거죠. 그러면서 '제가요. 그거 말고 딴 것도 훔친 게 있는데요'라며 술술 자백을 하는 겁니다. 내가 언제 물어봤나요? 저는 추궁한 적 없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에 그런 얘기까지 고백하고 싶은 심정이 된 겁니다.

 

이처럼 비행청소년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는 이유가 대개는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관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참담한 심정을 주변인에게 얼핏 내비치는 경우가 많다. 은연중 도움의 손길을 갈구할 때 귀 기울이며 잡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자살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게 되는데 무심한 반응을 받으면 자살을 행동으로 옮긴다고 한다.

 

노후복지가 매우 잘돼 있고 경제적으로 최상위인 선진국에서도 노인 자살은 주변인들로부터 사랑이 아닌 무관심의 대상이 됐을 때 흔히 발생한다. 가정에서도 배우자가 자신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단지 무관심하기 때문에 부부관계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자식은 부모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느끼면 부모가 야단치더라도 마음 깊이 상처 받지 않는다.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부모가 자기에게 무관심할 때다.

 

어떤 스님은 출가하게 된 계기가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를 증오하는 것이 괴로우니까 차라리 아버지에 대해 무관심해지자는 마음으로 스님의 길을 택한 것이다. 반면 어떤 대학생은 부모에 대한 증오심이 깊어 급기야 부모를 토막 살인하는 전대미문의 사건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부모를 멀리하며 지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끔찍한 상황까지 갔던 것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부당한 피해를 준 사람, 인격적으로 큰 수치심을 안겨준 사람, 사랑하고 아껴줬는데 배반한 사람에게 증오가 심해져서 복수하는 마음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무관심을 실천하려면?

 

사랑의 반대쪽에 미움과 증오가 아니라 무시와 무관심이 놓여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더라도 무관심을 실천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면 다음 두가지 방법을 취하기를 권한다.

 

첫째, 바쁘게 살면서 일에 집중하거나 사람들과의 교제, 취미생활, 봉사활동, 종교 등에 전념하는 것이다. 미움이 마음 속에 들어왔다가도 다른 것에 정신을 쏟다보면 잠시라도 미움이 뒤로 밀려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육체의 경우 긴장 뒤에는 이완이 필요하듯이 정신도 그러하다.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미움을 긴장이라고 본다면, 이완에 해당하는 감정을 스스로 만들어내려 노력하는 것이다.

 

둘째, 가능하다면 미움과 증오심을 야기한 상황에서 일시적이 아니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다만 용기가 없거나 벗어날 때 감수해야 하는 희생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편이나 아내에 대한 증오심을 도저히 어쩔 수 없을 때 가장 확실하게 감정을 털 수 있는 방법은 이혼이지만, 주변의 시선과 경제적인 어려움·자녀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되곤 한다.

 

이혼 후 생겨나는 문제들과 혼인생활 지속으로 황폐해지는 자신의 감정 사이에서 어느 쪽이 더 심각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괴로움을 겪으며 스트레스로 시신경이 약해져 눈이 한때 잘 안보이게 된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직장을 떠난 뒤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

 

어떤 문제든지 증오가 심해져 복수하겠다는 마음까지 갖게 되면 복수의 후유증은 자신도 겪게 된다.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깊게 인식한다면 미움의 감정에서 벗어나 무관심해질 수 있는 상황으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때로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