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경제 블로그

[스크랩] 폭등, Fed, 재고효과, 그리고 파블로프의 개(세일러)_매우 출중한 분석이군요

일취월장7 2011. 12. 3. 14:39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전 세계에서 경제학자들을 가장 많이 거느린 최대의 ‘고용주’입니다. (그 때문에 경제학자들이 Fed에 아부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Fed는 대략 1000명의 경제 연구원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절반인 500명이 경제학자들입니다.

 

경제 관련
모든 지표들이
Fed로 모이고(경제지표가 공식 발표되기 훨씬 전에),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경제학자들이, 가장 많은 수가 집단적으로 모여서 그 경제지표들을 분석합니다.

 

그러니 Fed의 경제분석과 경기에 대한 판단이 가장 정확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가장 빠를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 이 점을 새겨두고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제 주식시장은
글자 그대로 ‘폭등’했습니다
.

 

그 폭등의
이유는
Fed를 비롯한 전 세계 6개 중앙은행들이 달러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사실과, 거기에 더하여 ‘경제지표까지도 아주 좋다’는 것입니다.

 

개선된 경제지표는
바로 고용지표입니다
.


미국의 11월중 민간고용이 206000명 증가해서 작년 12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앞으로 고용상황이 계속해서 이처럼 좋아진다면 경제위기도 끝날 것이 틀림없습니다.

 

다음으로
달러 유동성 공급 조치의 내용을 살펴보면
,

 

Fed가 기존에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 스위스 중앙은행(SNB), 캐나다 중앙은행(BOC)과 맺고 있던 달러 통화스왑 계약의 적용 금리를 지금의 절반수준으로 낮추어주며, 이를 통해 나머지 5개국 중앙은행들은 3개월 만기 달러 유동성 대출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지난
08 4분기에 리먼 파산사태로 인해 전세계 금융시장이 붕괴 위기에 처했을 때 취해졌던
조치와 똑 같은 것입니다
.

 

그러므로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


Fed가 보기에 현재 전 세계의 경제상황이 지난 08 4분기와 똑 같은 정도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똑 같은 조치가 취해지는 것입니다.

 

또 하나
내릴 수 있는 결론은
,


미국의 민간고용
호조세가 전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Fed가 이미 결론을 내렸다는 점입니다.


민간고용이
계속 늘어날 정도로 경기가 좋다면 모든 문제가 풀립니다
. 유럽의 위기도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입니다.


민간고용이
계속 좋아질 것이라면
, 저토록 무리한 조치를 지금 취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나중에 쓸 수 있는 카드를 지금 던져버리는 것 밖에 안됩니다.

 

그러므로
‘중앙은행들이 달러 유동성 공급 조치라는 비상조치를 취했다’ 거기에다 ‘경제지표까지도 아주 좋다’고 하면서 주식시장이 급등한다는 것은 매우 비이성적인
것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폭등하는 것일까
?

 

그 이유는
지난
08년 말에 주식시장이 폭락했다가 이와 같은 유동성 공급 조치가
취해진 다음에 크게 상승했다는 ‘학습효과’ 때문일 것입니다
.

 

하지만 지난
번과 이번은 처한 상황이

180
도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당시에 붕괴하던
세계 경기를 돌려세운 것은 세계 각국 정부가 재정을 동원하여 실시한 경기부양책 때문입니다
.


유동성 공급
조치라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 당장 3개월의 짧은 만기로 돈을 일시 빌려주는 것 뿐입니다. 돈을 그냥 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와 같은 조치와 경기 호전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당시에 세계
각국 정부는 재정을 동원하여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했고
, 그 결과 붕괴해가던 세계 경제를 가까스로 떠받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지금의 유럽 재정위기입니다
. 그리고 미국 역시 재정적자 문제로 ‘슈퍼위원회’라는 것이 결성되었지만 결국 합의는 불발되었고, 내년부터는 ‘자동적인’ 재정지출 삭감에 들어갑니다.

 

결국 이번에는
경기를 떠받쳐줄 재정지출
(경기부양책)이 없습니다.

 

이처럼 당시와
지금은 처한 여건이
180도 다른데도,

 

그런데도
주식시장이 폭등하는 ‘학습효과’가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은
, 어찌보면 ‘파블로프의 개’가 되는 꼴 밖에 안되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
경제상황과 관련하여 가장 주목해야 할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


지난 3분기의 경제성장률이 기업들의 ‘재고감축’ 때문에 ‘속보치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사실입니다
. 속보치는 2.5% 성장이었는데, 정작 확정지어보니 0.5%포인트 낮아진 2.0% 성장이었습니다.

 

이는 그동안
미국 경제가 ‘예상 밖으로’ 선전할 수 있도록 작용하는 큰 동력이 되었던 ‘재고효과’가 정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앞으로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이 매우 좋게 나올 것이라는 말들이 경제분석기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 3%
성장 또는 그 이상을 전망하는 곳도
있을 정도입니다
.


하지만 나중에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 지난 3분기와 똑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즉 기업들의
‘재고감축’ 때문에 ‘속보치보다 크게 낮아졌다’가 될 듯 합니다
.

 

어제 매우
좋아진 것으로 발표된 미국의 민간고용 내용을 뜯어보면
,


서비스업이
이같은 고용 증가를 주도했습니다
. 전체 206000명 증가분 중에서 서비스업에서만 178000명이 증가한 것입니다. 서비스업을 제외한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는 사실 매우 부진한 것입니다.


그런데 서비스업 고용은 경기에 후행하는
것입니다
.


3분기 성장률은 신통치 않았고, 4분기 성장률도 신통치 않은 결과가 나오면 서비스업 고용은 그대로 꺾이게
될 것입니다
.


그 때문에 Fed가 저토록 과격한 조치를 들고 나오는 것입니다. 민간고용 증가가 액면 그대로 경기호전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나올 수 없는
조치입니다
.

 

사실 저는
전에 경기를 분석하면서 ‘재고효과’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 이 점에 대해 사과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제도권 경제분석기관들이 이 재고효과를 고려에 넣지 않은 채 경기전망을 발표하고 있는 중입니다
.

 

그동안 순방향으로
작용하던 재고효과가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면서 모두의 기대를 꺾어놓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

 

앞으로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의 속보치가 나올 때까지는 모두의 ‘기대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성장률 확정치가 발표되는 순간이 결정적인 전기가 되겠지요. 모두가 기대할 때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면 충격도 더 크겠지요.

 

물론 그
전에라도 유럽발 붕괴는 언제든 가능한 것입니다
.


어제 내려진
조치를 핑계로 개미투자자들을 현혹하기 위해 시간을 더 끌어보려 노력할 수는 있겠으나 결과는 정해진 것입니다
.

 

어제 취해진
조치는 급박한 코너에 내몰린 금융기관들에게
3개월 만기로 급전을 빌려준다는 것 뿐입니다. 그냥 주는 게 절대 아니고 짧게 빌려주는 급전입니다.


그러므로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기존의 대출금들을 급하게 회수해야 합니다
. 새로이 강화된 BIS
비율 9%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니 더더욱 보유중인 불량국 국채를 내다팔고,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 여파는
이미 동유럽에 확연히 나타나서 헝가리가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습니다
. 동아시아에도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럽계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추세는
어제 취해졌다는 조치와 아무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파블로프의
개’ 꼴이 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


출처 :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글쓴이 : 한국은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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