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경제 블로그

[스크랩] 냄비 속의 개구리는 어떻게 되었을까?-우리나라 경제 현실을 풍자한 글입니다.

일취월장7 2011. 11. 29. 19:26

그리 멀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 몰라도 꽤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마을에 커다란 개구리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이놈은 사람 말을 척척 알아 듣고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신기한 개구리였습니다. 덩치가 황소만한 이 슈퍼 개구리는 장정 수십 명 몫의 일을 해낼 만큼 힘이 셌는데 사람들은 이 개구리를 이용하여 곧 큰 돈을 벌게 되었습니다.

이 개구리는 쉬는 동안에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그고 목욕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는데, 사람들은 이 근면한 개구리를 위해 무슨 보답을 해줄까 궁리한 끝에 거대한 냄비 하나를 장만했습니다. 아궁이에 올려진 이 어마어마한 크기의 냄비 밑에 장작더미를 쌓아 놓고 불을 붙이면 냄비 속의 물이 적당히 데워져서 개구리가 안온한 기분을 느끼며 목욕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었습니다. 물이 너무 뜨거워지면 개구리가 화상을 입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항상 물 온도에 신경을 써야만 했습니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개구리가 냄비 안에서 기분 좋은 목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물이 뜨거워지는 것이었습니다. 마을의 촌장이 사람들 몰래 장작을 가져다 아궁이에 너무 많이 쌓아 놓아서 불 힘이 세어져서 그랬던 것입니다.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이 장작을 가져다 불을 지폈으니 그럴수 밖에요. 말 못하는 개구리는 펄쩍펄쩍 뛰어 오를 뿐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냄비가 너무 깊어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된 개구리가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는데 이 때 촌장의 부하 한 명이 찬물을 양동이로 들이 붓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개구리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큰 충격을 받았는지 힘 쓰는게 예전만 못 한 것 같았습니다. 이 때 사람들은 개구리를 위험에 빠트린 장작을 일컬어 <부실기업>이라고도 했고 <외환위기>라고도 수군 거렸다죠. 촌장의 부하가 끼얹은 찬물 양동이는 IMF라는 곳에서 빌려왔다고들 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몇 해 동안 개구리는 일을 제대로 못하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는데, 개구리가 일을 못하자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자 옛일은 잊혀져 갔고 사람들은 개구리를 꼬드겨 다시 일을 하게끔 만들었다나요. 아마 일을 잘 하면 근사한 목욕을 다시 시켜주겠 노라고 말이죠. 힘을 얻은 개구리가 열심히 일을 하자 마을은 점차 가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약속대로 사람들은 냄비 속에 개구리를 넣고 미지근한 목욕을 시켜주었다죠.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물의 온도가 더 올라가서 따뜻해지면 개구리의 기분이 더욱 좋아질 것 이라고 착각한 마을의 새로운 촌장이 몰래 장작더미를 가져다가 불을 쳐 때기 시작했답니다. 물이 점점 뜨거워지자 참다 못 한 개구리는 그 깊은 냄비에서 뛰어 올라 탈출하고 말았습니다. 개구리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에게 몹시 화가 났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때 촌장이 가져온 장작더미의 이름을 <카드대란>이라고 하면서 제각기 수군거렸습니다.

개구리는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꼈지만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영악한 사람들이 “네가 일을 하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을거야!”

라고 말하면서 개구리를 협박했기 때문입니다. 내키지 않았지만 개구리는 먹고 살기 위해서 다시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구리를 더 부려먹기 위해서 사람들은 다시 꾀를 내었습니다.

“ 좀 더 열심히 일하면 목욕도 다시 시켜줄게! 냄비도 작은 걸로 바꿔 줄 테니 언제든 나오고 싶으면 나오라구! ”

사람들의 감언이설에 홀딱 속아 넘어간 개구리는 힘차게 일터로 달려갔다죠. 아마. 개구리가 열심히 일하면서부터 예전 같지는 않지만 마을은 다시 흥청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약속한 대로 개구리 목욕을 시켜줬는데요.

사람들은 누군가가 몰래 장작더미를 가져다 불을 쳐 때는 걸 막기 위해 서로 감시를 했답니다. 그런 마을 사람들의 태도에 고마움을 느낀 개구리가 편안하게 냄비목욕을 하고 있었다죠.

이때 어디에선가 바람이 솔솔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그 바람은 약했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점점 세어지자 장작불은 조금씩 세게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옆에서 이를 지켜 보던 마을 노인 한명이 아궁이에 부채질을 살살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냄비 속의 개구리는 물의 온도가 점점 올라 가는 것을 모른 채 목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좀 더 세게 불기 시작하자 장작불은 점점 더 타오르기 시작했고 물은 더 뜨거워 졌습니다. 누군가 장작더미를 더 가져오지 않는 한 불이 세어질리 없을거라고 생각한 개구리는 그저 편안하게 목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바람은 멈출 줄 모르고 사방에서 불기 시작했는데, 장작더미를 감시하던 사람들마저 바람의 행방을 좇아 제각기 흩어져 버렸습니다. 바람이 더욱 거세지자 장작불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목욕물의 온도는 계속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불쌍한 개구리는 서서히 오르는 온도에 적응했는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껌뻑껌뻑 눈만 움직였다죠. 얼마 후에 사람들이 돌아와 보니 개구리는 자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채 물에 둥둥 떠 있더랍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물에서 개구리를 꺼내 놓고 찬 물을 먹인다 다리를 주무른다 몸을 마사지 한다 호들갑을 떨었더니 다시 개구리가 깨어 나 더랍니다. 이 때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개구리를 기절시킨 바람을 <부동산 광풍>이라고 하고 개구리에게 먹인 찬 물을 <종부세>, 개구리가 받은 마사지를 <부동산 규제>라고 했다죠 아마.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저승 문턱에 갔다 온 개구리가 자신이 열심히 일하면 다시 냄비목욕을 시켜줄 수 있냐며 손짓발짓을 동원하여 사람들을 설득하더란 말이죠. 냄비목욕에 맛 들인 개구리는 다시 일터로 나가 일했고 틈만 나면 목욕을 시켜달라고 졸랐답니다. 개구리가 스스로 일을 자청하자 마을 사람들은 이를 흡족히 여겼고 수시로 냄비 목욕을 시켜주었답니다.

개구리가 냄비목욕을 하던 어느 날 이었습니다. 개구리가 바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마을 사람들은 여기저기에서 바람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는데 자연의 바람,선풍기 바람, 부채 바람, 에어컨 바람 등 온 갖 바람이 죄다 동원되었다죠. 바람이 점점 더 거세지자 목욕물이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개구리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목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감시가 소흘한 틈을 타서 누군가가 아궁이 안에 장작개비를 던져 놓기도 했습니다. 개구리는 이제 온도에 완전히 적응한 듯 보였습니다. 바람은 점점 더 거세졌고 심지어 바다 건너 다른 동네에서도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물이 아무리 뜨거워져도 눈만 껌뻑거리던 개구리는 물에서 더운 김이 올라 오기 시작하자 급기야 기절해 버리고 맙니다. 또 바뀐 마을 촌장은 개구리가 기절한 줄도 모르고 부채질을 하면서 불을 쳐 때기 시작했습니다. 개구리가 근사한 냄비목욕을 마치면 자신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이를 지켜 보던 누군가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흘려 보낸 바람은 <부동산 광풍> <주식 열풍>이고 누군가가 던져 놓은 장작개비는 <가계부채>,다른 동네에서 불어온 바람은 <미국금융위기 폭풍> <유럽재정위기 태풍>이라고. 바다 건너 다른 동네에서 마구 불어오는 바람 중에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바람도 섞여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개구리가 기절해도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개구리를 깨어나게 하려면 찬 물도 먹이고 열심히 마사지도 해 줘야 하는데 말이죠. 사람들은 부동산 열풍,주식 열풍이 자신에게 얼마를 벌어다 주었는지 주판알을 튕기느라 정신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는 와중에서 개구리는 이렇게 중얼거렸던 것 같습니다.

“바다 건너 큰 동네에서 힘센 개구리가 건너 온다는데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혹시 여러분은 이 개구리의 이름을 알고 계시나요? 알고 계시다구요.

그렇습니다. 바로 개구리의 이름은 <한국 경제>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냄비 속의 이 개구리는 살았을까요? 죽었을까요? 아니면 서서히 죽어 가고 있을까요?

출처 :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글쓴이 : 환율도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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