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캥거루 자녀, 부모의 은퇴 준비기간 단축시킨다

일취월장7 2011. 6. 15. 13:47


캥거루 자녀, 부모의 은퇴 준비기간 단축시킨다
이지선 | 2011.06.14

한국에서 부모들이 자녀를 독립시킨 후 본격적으로 은퇴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2010년 기준 8.7년으로, 일본에 비해 3년, 미국에 비해 5년 이상 짧다. 더욱이 청년들의 취업 시기가 늦어지면서 이 기간은 줄어들고 있는데 현재의 추세가 지속되면 은퇴 준비기간은 2030년에 3년까지 감소할 수 있다.

 

한국이 빠르게 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은퇴준비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당수의 잠정적 은퇴자들이 노후에 필요한 은퇴 자금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현재 60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204만원으로 은퇴 이후 생활을 위해 월 200만원 이상의 금액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은퇴 이후 생활을 위해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은 월평균 50~100만원 정도를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1988년부터 2008년까지 20년 동안 가입하고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월평균 수령액은 72만원이 된다. 따라서 월 100만원 이상의 노후 자금은 개인이 마련해 두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노후를 대비해 저축하는 금액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2010년 서울대 노화고령사회 연구소와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가 전국의 1955년에서 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466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노후 대비 저축 금액은 월평균 17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은퇴 후 20~30년간의 소비를 충족시키기에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또한 2007년 하나금융그룹과 한국 갤럽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30~40대의 60%가 은퇴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노후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채 은퇴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많아 고령화의 충격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자녀 교육비는 은퇴 준비의 큰 걸림돌


현재 은퇴 준비가 미흡한 원인으로 생활비 부담, 주택마련자금 등을 들 수 있지만 특히 본격적인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장년 세대에게는 자녀 교육비와 관련한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밝힌 2007년 조사에서 은퇴 준비를 하지 못하는 이유로 자녀의 양육비와 교육비를 꼽은 사람이 61.2%에 달했다. 실제 우리나라 가계소비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상반기 7.4%에 달해 미국의 2.6%, 일본의 2.2%, 독일 0.8%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그림 1> 참조).


교육비에 대한 부담은 높은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금에서 기인한다. 사교육비는 2007년 기준 20조400억 원으로 가계 총소비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부담이 되고 있다. 또한 높은 등록금 수준은 대학에 진학하는 자녀를 둔 가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2010년 통계청 사회 조사에 따르면 70%의 한국 학생들이 등록금 마련을 가족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 대학 등록금이 30% 증가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은 가중되어왔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비 지출은 30~40대 가구주 가구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자녀가 중 고등학교 과정에 있거나 대학에 진학하기 시작한 40대 가구주에게 교육비 지출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2008년 기준 30~39세 가구주의 가계지출 대비 교육비 비중은 10.8%, 40~49세 가구에서는 19.6%를 차지하고 있다(<그림 2> 참조).


이에 따라 가구주 연령별 저축률을 보면 40대에 크게 떨어졌다가 다시 50대에 증가하는 패턴을 보인다(<그림 3> 참조). 이는 자녀 교육비 지출을 일단락하고 그 이후에 노후를 대비하는 저축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대~30대에는 결혼 준비나 자녀 대학 학자금을 위한 저축이 크고 40대와 50대 초반에는 자녀 교육비 지출이 크기 때문에 은퇴 준비가 쉽지 않다. 자녀가 대학 교육을 마치고 취업을 시작하는 50대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은퇴 준비를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급속히 늦어지는 청년 사회 데뷔


그런데 최근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 자녀들이 늘어나 자녀 교육이 끝나고 난 후에도 은퇴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감소하고 있다.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시기를 최초 취업 연령과 같다고 보면 매년 신규 취업자 연령을 통해 자녀들의 독립 시기를 계산해 볼 수 있다(박스기사 ‘자녀가 독립 하는 연령 도출’ 참조). 연령별 신규 고용률을 이용하여 매년 신규 취업자 평균 연령을 계산해 보면 1980년 신규 취업자의 평균 연령은 23세였으나, 2010년에는 25.2세로 높아졌다. 동일한 분석을 일본, 미국에 대해 했을 때, 한국의 신규 취업자 평균 연령이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한국의 신규 취업자 평균 연령은 일본 22.7세, 미국 20.9세에 비해 2~4세 가량 높다(<그림 4> 참조).


이처럼 한국의 신규 취업자 평균 연령이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높은 것은 낮은 청년 고용률과 관련이 있다. 한국의 15~24세 고용률은 23.8%로 OECD 34개 국가 중 최하위권이며(<그림 5> 참조) 25~34세 청년 고용률 역시 마찬가지이다. 낮은 청년 고용률의 이유는 군입대, 높은 대학 진학률, 청년 실업 문제 등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신규 취업자 평균 연령이 빠르게 높아지는 것은 한국의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에서 기인한다. 2010년 청년 실업률은 8%로 전체 실업률 3.7%의 두 배가 넘는다. 취업이 어려워 지면서 청년들이 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진학을 선택하거나 자발적인 실업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0년 비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 준비자는 35만9천명, 진학 준비자는 17만8천명으로, 2003년 14만3천명과 2010년 11만9천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부모 세대의 은퇴 준비 기간 : 10년에서 8년으로 감소


청년들의 독립 시기가 점차 늦어지는 반면 은퇴연령은 크게 높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박스기사 ‘평균 은퇴 연령 도출’ 참조). 연령별 취업률 변화를 이용하여 평균 은퇴 연령을 추정해 보면 1990년 61세에서 2010년 61.3세로 큰 변화가 없었다. 동일한 방식으로 추계한 은퇴 연령은 일본이 2010년 63.4세, 미국이 63세였다. 추세로 보면 일본은 은퇴 연령이 일정한데 비해 미국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림 6> 참조).


우리나라의 은퇴 연령이 낮은 것은 고령층의 재취업이 어렵고 2000년 이후 자영업 구조조정의 진행으로 신규 창업의 기회도 줄면서 노인 일자리가 부족해진 것과 관련이 있다. 한국은 고령 노동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노인 일자리가 수요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자녀의 독립시기, 은퇴연령,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을 이용하여 자녀 독립 이후 본격적으로 은퇴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계산해 보았다(박스기사 ‘부모와 자녀의 연령 격차 도출’ 참조). 그 결과 자녀 독립 후 은퇴 준비기간은 2010년 기준 8.7년으로 추정되었다. 동일한 분석으로 2010년 일본과 미국의 자녀 독립 후 은퇴 준비 기간을 계산해 보면 각각 12.4년 15년으로 한국에 비해 4~6년 정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7> 참조).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 은퇴연령이 낮고 청년들의 취업연령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진국 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육비나 결혼 자금에 대한 부담이 적어 자녀들의 취업 이전에도 미리 은퇴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부모 세대가 은퇴 준비에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본격적인 은퇴 준비 기간은 1995년 10.3년에서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8> 참조). 이는 은퇴 연령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는데 청년들의 독립 시기가 계속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은퇴 연령이 높아 은퇴 준비기간은 95년 11.8년에서 2010년 10년으로 1.8년 감소하였고 여성은 95년의 9년에서 2010년 7.5년으로 1.5년 줄어들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준비기간이 적게 감소한 것은 여성의 은퇴 연령 상승폭이 남성에 비해 컸기 때문이다.

 

미래 시나리오 추계 : 은퇴 준비 기간은 3년까지 감소할 수 있다


은퇴연령에 뚜렷한 변화가 없을 경우 은퇴 준비기간이 줄어드는 추세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자녀 출산 연령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기 때문이다. 2030년에 독립하게 되는 청년의 부모는 2010년에 독립하는 청년들의 부모보다 나이가 4.7세 많게 된다. 2000년대 들어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와 결혼 연령 상승으로 높아진 출산 연령이 미래에 은퇴 준비 기간을 단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10년의 청년 취업 연령인 25.2세가 유지되고 지금의 은퇴 연령 상승률이 유지된다고 가정하여 2030년까지의 자녀 독립 후 은퇴 준비 기간을 추계해 보았다. 그 결과 은퇴 준비 기간이 2030년에는 5.0년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청년 취업 연령과 은퇴 연령이 지금까지의 추세대로 앞으로도 계속 높아진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2030년 은퇴 준비 기간이 3.4년까지 줄어든다(<그림 9> 참조).

 

정년 연장, 청년 자립 지원은 고령화 충격 완화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definition=65세 이상 인구/15~64세 인구)는 2010년 15.0%에서 2027년 24.3%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급격한 고령화와 동시에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부모세대가 자녀들을 독립시킨 후 자신의 은퇴를 준비할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고령자들에 대한 부양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자 개개인이 자신의 은퇴준비를 하지 못하게 되면 고령화의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다.


개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고령화의 충격은 정년연장, 청년 자립 지원과 같은 정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본고에서 추정한 은퇴 준비기간 8.7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퇴 연령이 2030년에 64세까지 연장되어야 한다.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은퇴 후 소요되는 자금이 커지는 것을 고려한다면 은퇴 연령의 연장은 이보다 훨씬 시급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 등의 제도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일률적인 피크제가 적용될 경우에는 기업에 의해 인건비 절약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겠지만 맞춤형 설계를 통해 적용하면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정년연장의 효과도 함께 볼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지금까지 개인의 라이프사이클이 교육, 경제활동, 은퇴의 순서였다면 앞으로는 교육, 경제활동 및 재교육, 제2기 경제활동, 은퇴의 순서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건강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두 차례 이상 직업을 갖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면서 노후의 재정부담 완화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교육 정책이 은퇴 준비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육기간의 확대는 청년층의 노동의 질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고용사정 악화로 불가피하게 교육기간이 연장되는 측면도 크다. 지금과 같이 사회 진출 시기가 계속 늦어지는 추세는 진정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과중한 사교육 부담에서 벗어나 부모들이 자녀들의 독립 이전에도 미리 은퇴 준비를 할 수 있는 정책 또한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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