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스크랩] 노무현과 철없는 지식인

일취월장7 2010. 6. 14. 19:40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렬하다. 좌와 우 모두에서 호불호가 확연하다.

 

최근 한겨레신문이 '놈현 관장사 그만두어야 한다'는 서해성이란 소설가의 대담표현을 제목으로 뽑았다가 혼쭐이 나고 사과까지 했다고 한다. 노 전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 맨처음 찾은 언론사가 한겨레신문이고 보면 또 다른 의미의 격세지감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진보적 지식인들의 자기담론형성능력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노무현에 대한 진보지식인들의 비난에서 엿볼 수 있듯이 진보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비판으로만 알고 있다. 무언가 대안을 만들어내 집권세력에게 디밀 수 있는 정책보다는 자신들이 이념적으로 선호하는 모델만 강요하는 태도, 그 태도가 역설적이고 아니러니하게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권의 기반을 허물어 버리는 데 앞장서는 모순을 낳는다. 이런 그들이 계급배반의 투표행태라며 대중을 비하함으로써 영원히 대중과 유리된 분석이나 글질을 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정책노선을 취사선택하는 최종 판단과 책임은 정권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부활한 친노세력의 집권당시의 정책결과에 대한 책임감은 두말할 나위없이 크다. 나 역시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정책을 비롯한 몇몇 문제들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그래도 집권 3년 반이 지나면서 북유럽 모델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을 보면서, 준비되지 못한 정권의 문제 못지 않게, 준비되지 못한 진보개혁진영 지식인들의 비현실적인 대안정책이야말로 역사전진을 가로막는 장애물임을 각성한다. 전 국민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정권이라면 선택하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정책을 강요받는 것을 응당 거부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진보적 지식인들이, 자신들이 그토록 숭앙해마지 않던 북유럽의 어느 나라 정책모델들을 말하면서도 그들 나라 지식인들이 준비해놓은 정책준비과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없이 모방하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역사와 전통과 문화가 다르며, 경제발전 궤적이 엄연히 다른 나라의 모델을 그대로 떠먹기만 하는 되는 양 , 고민없이 얄팍한 것을 새로운 정책이라고 내놓고 이걸 받지 않으면 정권이 보수화되었다고 길길이 날뛰는 한국의 자칭 진보지식인들. 결국 그 오만이 오늘의 서해성과 한겨레사태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 지식인은 비판과 더불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비판과 선동으로 반대만 조직해도 되는 지식인이 필요한 식민지 조선도 아니고 군사정권의 대한민국도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후진국을 탈피해 선진국을 바라보고 있는 때다. 그래서 오늘의 한국인은 비판만으로 지식인인 척하는 이들의 얄팍한 내공을 훤히 들여다 보는 사람들이다.

 

한국적 상황에 맞는 대안정책을 내놓고 그 정책을 받을 만한 정치세력과 함께 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노무현과 그 세력들이 만든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거든, 그 수준을 뛰어넘는 정책을 만들어 전진하면 된다. 억울하게 타계한 전직 대통령을 놓고 조롱이나 하며 비판적 지식인임을 과시하려는 것. 그것처럼 철없고 무능한 , 그리고 철지난 지식인의 행태도 있을 수 없다. 

 

아울러 비현실적인 대안을 대안이랍시고 진보정권을 두들겨 팬 자칭 진보주의자들의 관념론은 이번 기회에 척결되어야 한다. 이런 노력없이 야권통합이니 연대니 하는 것들은 하등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억울하게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아파했던 것이 진보지식인들과 매체의 비난이었다는 점을 저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지 아직도 궁금하다.

 

김석수의 자유자재(http://blog.daum.net/kss60)

출처 :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글쓴이 : 김석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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