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인터뷰] 이상돈 의원

일취월장7 2020. 2. 5. 11:06

이상돈 "文대통령, 보수정권 9년 실패 따라가지 말라"

[인터뷰] 이상돈 의원 ①
   
박세열 기자 . 최용락 기자
2020.02.05 08:42:55


이상돈 의원을 만났다. "다음 총선에 안 나간다"고 수 차례 강조한 그가 봐 온 국회, 그리고 한국 정치가 궁금했다. 

51년생이지만, 초선 국회의원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단지 '초선' 국회의원으로 보지 않는다. 논객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정치권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히며, 스스로 보수주의자로 규정하지만 보수진영은 물론 진보진영에서도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보여왔다.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와 해군 장교로 복무했고, 미국에서 석사, 박사를 마쳤다. 석사 박사 과정을 통해 미국의 헌법과 정치, 사법제도, 그리고 환경법에 관한 연구를 했다. 미국 보수주의의 거두 윌리엄 버클리 등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의 헌법과 정치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 중 하나다. 박사를 마친 해인 1983년에 서른두 살의 나이로 중앙대 교수로 임용된다. 파격이었다.  

1995년~2003년간 조선일보 비상임 논설위원을 지내면서 '보수 논객'으로 활약했다. 보수주의 관점에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던 그에게 이명박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어떤 전문가보다 더 해박한 지식으로 날카로운 비판을 이어갔다. 보수주의의 가치가 훼손되는 걸 목격한 그는 한나라당을 해체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새로운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을 맡아 보수 정권 창출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의 기대와 정반대로 정부를 운영했고, 그는 다시 '가짜 보수'와 결별한다. 이후 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국민의당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다. 그러나 안철수 주도의 '제3정당' 국민의당 실험은 실패로 돌아간다. 국민의당이 옛 새누리당의 '탄핵찬성파' 중심으로 구성된 바른정당과 합당이 결정되자, 이를 비판하고 합류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신분으로 의원직 유지를 위해 제명을 요구했지만 바른미래당은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는 바른미래당과 결별하고 사실상 '무소속' 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해 왔다.  

1990년대, 2000년대에 논객으로, 2010년대에 정치인으로, 그리고 2016년에 국회의원으로 한국 정치를 경험한 이상돈 의원에게 최근 정치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회에 들어온 후 그가 겪은 정치는 어떤 것일까. 그는 최근 미국의 2대 대통령 존 아담스와 그의 아들이자 6대 대통령을 지낸 퀸시 아담스(아담스 부자)에 관한 책 <민주주의의 함정(The Problem of Democray : The Presidents Adams Confront the Cult of Personality)>(낸시 아이젠버스·앤드루 번스타인 지음)을 읽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건국 초기 재무장관을 지냈던 에버트 길라틴에 관한 책 <제퍼슨의 재무장관(Jefferson's Treasure : How Albert Gallatin Saved the New Nation from Debt)>(그레고리 메이·로버트 앤더슨 지음)을 읽고 있다고 했다.  

미국 건국 초기, 그리고 미국의 초기 정치 문화 성립 과정에서 전쟁을 부추겼던 호전광들의 '인기 영합주의' 정치가 힘을 받을 때, 묵묵히 '아니오'를 외쳤던 '지성인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는 1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세열 <프레시안>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극한 대치' 속에서 중간 지대는 넓어지고, 스윙보터는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그들에게 답을 주기는커녕, 복잡한 정치공학 속으로 유권자를 몰아넣는다. 국민의당에서 시작된 '제3당'은, 바른정당과 합당으로 인한 바른미래당의 탄생, 그 과정에서 소분열로 인한 민주평화당의 등장으로 분화되더니, 바른미래당의 분열과 민주평화당의 분열, 대안신당, 새보수당, 안철수신당의 탄생 등으로 어지럽게 흩어졌다. 혼돈의 시기에 향후 '제3정당'의 실험은 어떻게 될 것인지, 보수정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그와 나눌 이야기가 많았다.  

▲이상돈 국회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아담스 부자와 에버트 길라틴을 다시 읽으며  

프레시안 : 최근에 미국 정치에 관한 책인 <민주주의의 함정>과 <제퍼슨의 재무장관>을 읽고 있다고 들었다. 왜 지금, 이 책들인가? 

이상돈 : <민주주의의 함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미국의 초대 부통령이자 2대 대통령인 존 아담스와 6대 대통령인 그의 아들 존 퀸시 아담스, 미국은 그동안 이들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봤다. 물론 이들이 정당정치(Party Politic)에 신경을 안 쓰고, 그런 '패거리 정치'를 해로운 것으로 봤기 때문에 대통령 연임을 못하고 단임으로 끝났던 것도 그런 평가에 한몫을 했다. 아담스 부자는 토마스 제퍼슨의 대중 민주주의, 앤드로 잭슨 때부터 시작된 서민 민주주의에 반하는 '귀족주의자'로 매도됐다.  

그런데 2001년에 <존 아담스(John Adams)>(데이비드 맥컬러 지음)라는 책이 나오면서 존 아담스의 역할이 복원됐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함정>이 이들 대통령 부자(父子)를 다루면서 미국 독립부터 미국 멕시코 전쟁까지 거의 한 세기에 대해 연구해 썼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훌륭한 대통령 부자가 있었다. 이들이 나라를 이끄는 사람의 자질, 즉 지식, 경륜, 철학을 갖추고 무모한 전쟁에 반대했다.' 이렇게 재평가한다. 지금 시대에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를 다룬 것이다. 

<제퍼슨의 재무장관>은 에버트 길라틴에 대해 쓴 책이다. 미국에서 장관을 가장 오래 한 사람이다. 제퍼슨과 매디슨이 실물경제를 잘 모르니까 스위스에서 은행 일을 했던 상원의원 길라틴에게 재무장관을 맡겼다. 이 사람이 미국의 토대를 제대로 만들었다는 내용의 책이다. 길라틴도 마찬가지로 국가 지도자들이 '대중 영합주의'로 흐를 때, 중심을 잡고 갔던 정치가다.  

프레시안 : 아담스 부자는 어떤 사람들이었나. 

이상돈 : 아담스 부자는 미국 역사상 가장 지적인 대통령들이다. 둘 다 하버드를 나왔고, 존 퀸시 아담스는 외교를 했던 사람이라 외국어도 여러 개 했다. 미국 땅에서 처음 난 전쟁이 영국과의 전쟁(1814년 영미전쟁)이다. 토마스 제퍼슨 재임 시절 갈등으로, 후임인 제임스 매디슨 집권 시절 영국과 전쟁을 벌인다. 그때 워싱턴이 점령당하고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앞까지 불타고, 미국의 국가적 자존심이 완전히 무너진 일이 있었다. 당시 존 아담스는 영국과의 전쟁에 반대했다. 당시에는 '전쟁을 하자'는 대중적 분위기가 있었던 시절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워(War) 워!' 구호를 외치던 때다. 그런데도 그는 '겁쟁이'로 낙인이 찍히면서도, '전쟁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 아들도 마찬가지다. 존 퀸시 아담스도 대통령 임기를 끝내고 하원의원을 10년 하는 와중에, 미국인들이 멕시코와 전쟁을 하자고 열광하고 있을 때 굉장히 용기 있게 전쟁에 반대했다. 그는 '이건 미국의 정신에 반한다. 우리 공화국은 침략전쟁을 하는 국가를 세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뉴잉글랜드 출신인 제퍼슨, 메디슨 등이 연방을 탈퇴한다고 했을 때도 아담스는 본인이 뉴잉글랜드 출신임에도 그것은 안 된다고 했다. 걸핏하면 국민을 이야기하는 걸 비판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을 선동하지도 않고 포퓰리즘에 흔들리지도 않았다. 제퍼슨이나, 메디슨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때, 아담스 부자들은 비난을 각오하고 '바른말'을 했던 사람들이다. '트럼프 시대' 미국에서 아담스 부자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해지는 분위기가 있다. 우리도 이런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프레시안 : <민주주의의 함정>이라는 책 제목은 어떤 뜻인가. 

이상돈 : 제일 마지막에 책 제목을 왜 이렇게 붙였나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담스 부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오늘날 정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라를 이끄는 사람이 대중 선동에 영합하지 않고, 중심을 잡은 채 국제 문제를 다루고, 외교를 하고, 국가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거다. 정치 지도자를 뽑을 때 '선동가'보다는 능력 있고 자질 있는 리더를 뽑아야 한다는 교훈이다. 정치가 이미지 정치로 인해 컬트 오브 퍼스널리티(Cult of Personality, 개인 숭배) 위주로 흐르면서 민주주의에 위기가 온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  

박근혜든,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이미지 정치에서 자유롭지 않다. 콘텐츠는 없다. 포퓰리즘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주의에 위기가 온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오바마와 트럼프,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완전히 미국 정치가 이미지 정치에 젖어 심각한 문제가 돼 버렸다. 이 책이 비판하려는 게 이미지 정치다. 대통령이 컬트(Cult, 숭배, 특정 문화나 인물에 기이하게 열광하는 현상)가 돼버렸다는 거다. 세계가 다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코미디언이 대통령이 됐다. 마크롱도 마찬가지로 '대중 정치인'이다. 한국에선 대표적인 게 안철수다. 이미지를 벗겨놓으면 아무것도 없다. 

▲ 이상돈 의원이 언급한 미국 2대, 6대 대통령을 지낸 아담스 부자를 다룬 책 <민주주의의 문제>.

▲ 미국 건국 초기 에버트 길라틴 재무장관에 관한 책 '제퍼슨의 재무장관'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만 지키겠다'며 국가 운영하면 안 돼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이 나라를 잘 운영하고 있다고 보나.  

이상돈 : 기대를 접었다. 

프레시안 : 왜 그런가.  

이상돈 :  사실 대중 정치인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부각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였다. 대통령에 당선이 된 것도 본인의 정치력도 있었겠지만,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면서 생겼던 공백에 따른 것이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을 할 때 국민 통합을 하겠다고 했다. 물론 공약에는 빈말이 많지만 그래도 '하는 척'은 해야 할 것인데, 요새 보면 그것(하는 척)도 완전히 저버린 것 같다. 초반에는 '국민 통합'의 의지를 보였지만, 지금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만 남은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패라는 것은 일단 정치적으로 자신의 지지층을 잃어버린 것이 크다. 한미 FTA, 평택 미군기지, 이라크 파병과 같은 이슈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자기 지지층을 상당히 잃어버렸고, 나중에는 정권 재창출을 포기하다시피 한 것 아닌가.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된다고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그런데, 올바른 방법을 택해야 한다. 본인에 대한 지지층뿐 아니라, 반대파도 같이 보고 가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계파의 수장'이 아니라 '국가의 리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기 처음에는 통합하려는 것 같더니 그게 잘 안 되니까 이제는 '자기 것 지키기'로 흘러가는 것 같다. 박근혜도 똑같았다. 처음에는 (국민 통합)하려다 안 되니 '자기 것만 지키자'는 길로 갔다. 이명박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지키다가 임기가 다 가 버렸다. 심지어 박근혜는 끝내지도 못했다. 나는 그런 (정권 유지에만 몰두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아쉽다.  

프레시안 : 이번 총선 전망은 어떤가. 여당이 승산이 있다고 보나. 

이상돈 : 지금 의석과 비슷하게 되지 않겠나 예상해 본다. (여야) 양쪽 다 심판하겠다는 것 아닌가. 민주당은 한국당을, 한국당은 민주당을 (심판하겠다는 것). 대통령에 당선이 되고 나서는 진보정권, 보수정권 모두 (진보적 정책이나 보수적 정책) 어느 한쪽으로만 국정을 운영해 나가기 어렵다. 그렇게 할 수 없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지지층만 보고 가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을 심판을 하겠다고? 심판하겠다는 집단이 똑똑해야 하는데... 

지금 양극단으로 정치가 갈려 있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정당 득표율을 그 정도 얻은 데에는 그런 (극단 정치) 데에 대한 염증이 있었고 그게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그런데 무너졌다. 누구 책임인가. 안철수다. 자기가 그걸 못 이끌어나갔다. 그 여망을 반영하지 못 했다. 자기 개인만 앞섰다. 

프레시안 : 제3정당의 실험이 실패로 끝난 데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 다시 총선 이야기로 돌아가서, 집권 여당이 선방한다는 것인가? 왜 그렇다고 보나? 

이상돈 : 과거 미국의 역사를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1976년에 (닉슨 사임 등의 여파로) 공화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지미 카터를 선택했다. 사실 지미 카터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서 4년 후에, (지미 카터로는) 안 된다고 평가해서 압도적으로 (공화당으로 표가) 넘어갔다. 그래서 다시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나 유권자들을 살펴보면, 중간층이 움직이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스윙보터 자체가 줄었다. 그리고 그 (오바마든, 트럼프든) 지지층이 그대로 이탈하지 않고 있다. (이탈하지 않는 지지층들이 각자의 지지 정당에 표를 던질 것이다.) 

아담스 부자의 이야기를 꺼낸 것이, 지금은 국가와 국민의 복리를 위해서 무엇이 좋은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고, 또 그럴만한 지적인 능력이 되는 리더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완전히 '민주주의의 함정'에 빠져버린 상태인 것 같다. 이미지 정치 등을 통해 지지층을 유지하는 게 전부가 돼 버렸다. 지금 정치에서 그 점이 매우 아쉽다.  

프레시안 : 대통령이 본인 지지층만 보고 가는 게, 최근 조국 사태나 청와대 인사 검찰 수사 등에서 보이는가. 

이상돈 : 이 정부가 처음 들어와서 검찰을 이용했던 게 부메랑이 된 것이라고 본다. 블랙리스트 수사 같은 건 문제가 없었다고 보지만, 이를테면 국정원 특활비를 대통령이 가져갔는데, 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구속했다. 청와대가 국정원 특활비를 선거 여론조사 용도로 쓴 것은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국정원에서 그렇게 쓰라고 준 것도 아닌데 왜 국정원장을 구속하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은 고매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해서 국내 정치에 관여 못 하게 돼 있다. 세상에 그런 엉터리가 어디 있나. 미국의 백악관에서 선거 전략을 짜는 건 정치 참모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최근에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등) 검찰의 수사를 보면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프레시안 : 윤석열 검찰에 대한 비판도 나오는데.  

이상돈 : 난 솔직히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권 남용 등) 잘못됐다고 보지만, 문제는 자기들이 그 칼을 박근혜에게 썼다는 점이다. 그게 부메랑이 된 거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검찰을 그렇게 이용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특히 전 정권 인사 처벌을 위해 직권 남용 법리를 그렇게 확장한 건 아니라고 본다.  

이런 생각도 든다. 요새는 모든 길이 검찰로 통한다. 이를테면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을 감금죄로 고소, 고발하는 게 말이 되나.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의사 과정을 다루는 건데 걸핏하면 국회의원이 상대 당 의원 고소장을 써서 검찰에 간다. 그걸 검찰은 다 친절하게 수사한다. 한국 국회의원들 명예가 제일 높은 것 같다. 걸핏하면 명예훼손이라고 한다. 명예훼손이라는 게 형사범죄로 다루는 나라가 몇 나라가 없다. 정치가 자초한 것이다. 이것도 참 문제다.

지지세 없는 황교안, 극단적 세력에 포로가 돼 버렸다 

프레시안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여러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

이상돈 : 박근혜 대통령이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을 법무부 장관 앉혔다. 그리고 대통령이 원하는 일을 충실히 했는데, 이를테면 통진당을 해산하면서 대통령 마음에 쏙 들어서 총리가 된 것 아닌가. 대한민국 총리가 하는 가장 큰 일이 국회에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답변하는 거다. 대통령을 철벽 방어하는 거다. 그걸 잘했다. 그런데 그게 리더감이 되나. 황 대표가 '뜬' 과정을 보면 문제가 있다. 

프레시안 :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 태극기 부대 등 과격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당에 와서 흔들면 황 대표가 흔들린다는 평이 있다.  

이상돈 : '황교안 리더십'이라는 게 바로 거기(행동하는 보수파)에 편승해서 대표가 된 것이다. 그러니 할 말이 없다. 

프레시안 : 황 대표는 대선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이상돈 : 나는 안 된다고 본다. 좌파를 척결하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운다는 건데, 그것 말고 (정치적 비전을) 들어본 적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부친 덕분에 과거에 총선, 대선 때 조용하게 기본 표는 받았다. 기본 지지층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황교안은 그게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뒤에 (당을 위해서) 한 일도 있었다. 그렇게 대통령 당선 전까지 부친의 영향, 본인의 (업적) 일들로 인해 자기 지지 기반이 있었다. 지지기반을 따로 다질 필요가 없었다. 솔직한 이야기로 대통령 선거라는 게 마지막 (중간층) 5%를 얻는 것 아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런 것은 알았던 사람이다. 황교안은 지지기반이 없다. 그러니까 거기(지지기반)에 포로가 돼 있는 거 아니겠나. 

프레시안 : 보수 통합은 어떻게 보나. 안철수 전 의원 참여 여부도 관심이다. 

이상돈 : 지금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중도 보수 정당과) 한국당과 합치자는 것 아닌가. 황교안 대표가 오늘(1월 31일) 이언주까지 하고, 유승민은 안된다는 뉘앙스로 선을 긋더라. 난 보수 통합은 안 된다고 본다. 사람은 자기가 걸어온 걸 생각해야 한다. 

안철수 전 의원의 경우를 보자. 내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은 안 된다고 했을 때, 두 가지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첫째, 사드 배치를 가장 처음 찬성한 사람이 누군가. 유승민이다. 가장 먼저 반대한 사람이 누군가. 안철수다. 안철수는 사드 배치 결사 반대 집회도 나가고 그랬다. 그런데 둘이 합친다? 깜짝 놀랐다. 그러면 누구랑 의논이 있어야 할 거 아닌가. 무엇보다 사드 문제가 외교안보 문제 아닌가. 그런데 합당 이야기가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내가 그거 보고 (안철수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 그런 안철수가 어떻게 황교안과 함께 하나. 말이 안 된다.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도 문재인과 안철수 중에 누가 더 열심히 했나. 그 추운 겨울날 온갖 거리에서 서명받아서 헌재에 넣은 게 안철수다. 혁신통합추진위를 주도하는 박형준 같은 분은 무슨 생각인가. 나는 그렇게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