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文정부, 남은 임기 이것만은 ④]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

일취월장7 2019. 12. 23. 11:34

"전 세계가 한국인처럼 산다면, 지구 3개 이상 필요하다"

[文정부, 남은 임기 이것만은 ④]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
2019.12.23 09:08:51
특히 올해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세계적 목소리가 전면화했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정상회의는 기후위기 대처 방안을 논하는 자리였다. 이달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제25차 유엔기후총회(COP25)가 열렸다.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수준이 이 같은 세계의 비장함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올해 내내 이어졌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매우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파국이 코앞에 닥쳐오고 있는데도 정부가 미세먼지 타령이나 하는 안이한 대처에 머무르고 있다고 쓴소리했다. 특히 조 전 원장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큰 타격을 입을 국가라고 경고했다.  

이제 대중 강연을 활발히 하는 과학자로 알려진 조 전 원장은 지난 4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미세먼지가 불량배라면 기후변화는 핵폭탄급"의 위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 사이 변화한 기후위기 상황을 지난 6일 서울 서교동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조 전 원장과 만나 묻고 정리했다. (☞ 관련기사 : "미세먼지가 불량배라면, 기후변화는 핵폭탄")

▲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정부 기후위기 대응 의지는 있나? 

프레시안 : 올해 들어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세계적으로 크게 확산했다. 유엔 정상회의에 맞춰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열린 기후위기비상행동이 대표적 사례다. 점차 위기 상황이 문명의 피부에 닿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올해 5월 '기후변화(climate change)' 용어를 '기후위기(climate crisis, emergency, breakdown)'로 바꾸기로 했다. 충청남도는 한국 지자체에서 처음으로 기후비상상황을 선포했다. 지난 6일 세계 153개국 과학자 1만1000여명은 공동 성명을 내 파멸적 재앙이 닥칠 상황을 우려했다. 

한국 정부의 대응 상황을 확인해보고자 한다. 지난 10월 22일 확정된 정부의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전기차 300만 대, 수소차 85만 대 수송부문 도입 △화물 운송체계를 도로에서 철도, 해운 중심으로 전환 및 LNG선 보급 확대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현재의 3%에서 2021~2025년 사이 10% 이상으로 늘리기 △온실가스 감축 효율이 좋은 기업이 더 많은 배출권을 받는 벤치마크 방식 적용 대상을 총 배출량 대비 70% 이상으로 확대 및 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 위한 장내 파생상품 제도 도입 등이다. 

이 같은 조치로는 위기 대응에 태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정상회의 연설을 두고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9월 24일 논평을 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섭씨 1.5도 목표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45%를 감축해야 하지만, 한국 정부의 계획 감축량은 18.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기후변화대응 계획 어떻게 평가하나? 

조천호 : 정부의 대응 계획 수준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 2도 제한 틀 안에 아직 머무른 상태다. 작년 인천에서 열린 IPCC 총회에서 과학자들이 1.5도로 목표를 올리기로 합의했다. 지난 100년간 이미 1도 올랐으니, 우리가 파국을 막기 위해 허용할 수 있는 온도 상승분은 0.5도 남았다.  

지난 9월 뉴욕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목표를 1.5도로 올리기 위한 예비적 회담도 열렸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에는 한국도 1.5도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장 한국 정부가 1.5도를 목표로 상향한 장기저탄소발전계획을 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국은 파리기후협약 2도 목표도 지키지 못하는 나라다. 1.5도 목표도 다른 나라를 겨우 뒤따라가는 수준이다.  

(지난달 27일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은 '배출량 격차 보고서(EGR) 2019'에서 한국을 미국, 브라질, 캐나다, 호주,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종전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국가로 기재했다. 한국은 파리기후협약 시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8억5080만톤CO2e(이산화탄소 환산톤)으로 설정하고 이를 37% 감축한 5억3600만톤CO2e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은 보고서에서 "이대로는 한국의 2030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자체 감축 목표치보다 15%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당초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자체도 미약하다는 비판이 컸는데, 그마저도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경고를 받은 셈이다.) 

프레시안 :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의지가 과연 있는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조천호 : 그렇다. 한국 정부의 정책 순위에서 기후위기는 거의 밑바닥에 있는 것 같다. 환경부 장관이 기후위기 문제를 최고 정책 목표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미세먼지만 붙잡고 있다. 미세먼지는 눈앞에 보이는 위험이지만, 기후위기는 깨달음을 통해서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 미세먼지 문제는 당장 시민이 눈으로 볼 수 있지만, 기후위기는 정부가 제시해야만 하는 의제다.  

지난 9월 열린 기후위기비상행동 당시에도 정부는 눈만 껌벅였다. 시민단체가 주도했다. 환경부 관련 공무원, 정부 기관, 산하기관을 다 합하면 인력이 수천 명이다. 환경부가 한해 사용하는 예산이 8조 원이다(확정된 내년 예산 규모는 9조5000억 원이 넘는다.). 이처럼 큰 힘을 가진 정부가 일개 시민단체의 영향력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기후위기 사태에 한국은 미세먼지 타령만 

프레시안 : 한국은 특히 '기후위기 악당국'으로 꼽히는 나라다(지난 10일 발표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한국은 총 61위까지 매기는 순위 중 58위를 차지했다. 사실상 꼴찌 수준이다.).  

조천호 : 세계 과학자들이 생태발자국이라는 걸 매해 계산한다. 작년 기준으로 전 세계 78억 인구가 먹고 쓰고 버리기 위해 필요한 면적은 지구 1.7개다. 이를 나라별로 다시 계산한 결과도 있다. 전 세계인이 한국인처럼 산다면 3.5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 호주 다음으로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는 나라다. 물론 개인이 많이 썼다기보다 중화학공업 등에 집중된 한국 산업구조가 큰 요인이다.  

한국인이 지금처럼 에너지를 쓰면서 내부 순환이 가능하려면 어느 정도의 영토가 필요할까? 남한면적 8.5배의 땅이 필요하다. 한국이 세계 1위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눈앞의 문제에나 신경 쓰지, 훗날은 걱정하지 않는 듯하다. 인류가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이 왔을 때, 후손들이 ‘뭐 했느냐’고 물어보면 뭐라 대답할 것인가. 인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금 정부의 태도가 과연 올바른가.  

프레시안 : 지적한 대로 한국 정부는 현재 미세먼지 문제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유엔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기후위기를 논하는 자리에서 '세계 푸른 하늘의 날'을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11월 1일에는 정부가 '제3차 미세먼지종합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조천호 : 미세먼지가 우리 건강을 위협하니 해결해야 할 문제임은 맞다. 다만 지금 나온 조치를 보면, 그저 계절적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정책이지,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일 대책은 없다.  

미세먼지가 논란이 될 때는 고농도 상황이다. 눈에 보이니 그렇다. 하지만,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필요한 건 근본적 대책이다. 즉, 평시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 맑은 날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현 정부 대응 수준은 비과학적이다. 정부가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 차량 운행 중단 등의 번잡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는데, 그렇다면 그 과학적 배경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까지 나온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고농도화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기상조건이다. 뒤집어 말하면, 바람만 변해도 고농도 상황이 개선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차량 배기가스 조금 줄인다고 무슨 큰 효과가 있겠나.  

서구 선진 사회를 보면, 1970년대 이후 미세먼지, 대기오염 수준은 쭉 줄어들었다. 반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늘어났다. 흔히 직관적으로 화석연료를 줄이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다 줄어들 것으로 보지만, 아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온실가스 대응을 논하는 뉴욕 기후 정상 회의에서 미세먼지 이야기나 했다. 얼마나 생뚱맞나. 결국, 한국의 환경정책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고 말았다. 

▲ 지난 9월 21일 서울 대학로서 열린 기후위기비상행동의 길거리 시위 모습. 이날 비상행동은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한국, 기후위기 가장 취약한 나라 

프레시안 :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더 논하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인다. 기후위기 상황을 세밀히 짚고자 한다. 전 세계의 문제며, 당장은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조천호 : 한국은 작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의 국가다. 기후위기를 책임져야 할 나라다. 더 나아가, 한국은 기후위기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을 나라이기도 하다. 

기후위기는 지구적 문제이지만, 그 피해가 모든 나라에 동일한 수준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식량이 부족한 나라는 기후위기에 훨씬 취약하다. 지난 9월 <네이처>에 지금껏 기후위기의 영향을 정리한 글이 하나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앞으로 지구 기온이 0.5도 더 올라 IPCC가 대응 한계치로 정한 1.5도에 이를 경우 식량위기에 처하는 인구는 3500만 명이다. 여기서 0.5도가 더 올라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기 대비 2도 오르면 식량위기를 겪는 사람은 3억6000만 명으로 10배 늘어난다. 지구 기온이 3도 오르면 18억 명 이상이 기아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즉, 피해 규모는 비선형적으로, 급격히 커진다.  

기후위기는 궁극적으로 식량위기다. 식량이 곧 안보가 되고 무기가 된다. 그 후폭풍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다. 시리아 난민 사태도 결국 러시아 폭염으로 인한 밀가루 가격 폭등이 원인이었다. 난민이 유럽으로 밀려들어가면서 난민 문제가 커졌고, 이는 유럽 극우를 자극해 궁극적으로 브렉시트로까지 이어졌다. 시리아 문제 하나가 이렇게까지 됐는데, 18억 명이 기아를 겪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겠나.  

한국은 반도체를 팔아 식량을 사는 나라다. 곡물 자급률은 22%고 에너지, 자원을 모두 수입해서 먹고 산다. 본격적 위기가 시작될 경우, 한국은 최전선에서 얻어맞을 가능성이 크다. 어느 나라보다 앞서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할 나라다. 기후위기는 바로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다.  

프레시안 : 기후위기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여전히 있다. 인천 IPCC에서 과학자들은 파국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지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2030년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이어지는 급변의 시기)로 제시한 셈이다.  

조천호 : IPCC 합의서는 참가한 '모든 과학자'가 합의한 내용만 담는다. 당연히 보수적 예측치다. 과장된 게 아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과학자들은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혁명기 대비 4~5도 올라야 카오스(기후체계의 대규모 중단 사태)가 일어난다고 봤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혀 줄이지 않을 경우 파국의 시기는 금세기 말로 예측됐다. 그랬던 관측 수준이 이제 1.5도까지 내려왔고 이미 지구 기온은 1도 올랐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 기후학자들이 미래 시나리오를 예측할 때, 아직 모델링에 넣지 못한 변수가 많다. 기술 수준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모델링에 넣지 않은 변수를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넣게 되면서, 목표 온도가 점차 내려왔다. 

사탕을 예로 들면, 입에 넣고 그대로 두면 천천히 녹지만, 깨뜨리면 훨씬 빨리 녹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빙하도 깨지면 더 빨리 녹는다. 그런데 현 기술 수준에서는 빙하가 천천히 녹는 건 예측 가능해도, 깨지고 순식간에 녹는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현재 인류는 그린란드의 빙하가 불안정 수준에 들어가서 오늘 당장 깨져도 이상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는 정도만 안다. 언제 깨질지는 모른다.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모델링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시베리아 동토 지대와 북극해에 잠재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미칠 변수 등이 새롭게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과학자들의 예상 수준은 지구가 천천히 녹는 선형적 모델링에 기초하고 있다. 아주 보수적인 전망이다. 이처럼 보수적으로 봐도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10년도 남지 않았다는 게 결론이다. 실제 미래는 IPCC 예측보다 훨씬 급히 다가올 수도 있다. 

1.5도 목표치도 낙관적이었나? 

프레시안 : 2030년까지 온실가스 비축분을 다 써버린다면 바로 파국이 일어나나?

조천호 : 지구에서 5번의 대멸종이 일어났다. 모두 기후 변화가 원인이었다. 지구 내부에는 멸종으로 이어질 장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온실가스 자체가 파국을 낳는 게 아니다. 온실가스는 방아쇠다. 급격한 생태 변화를 일으켜 멸종 장치를 작동시키는 하나의 열쇠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건, 현재 나타나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지금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 사태의 원인은 '20년 전 온실가스'다. 

1.5도 목표를 기준으로 인류가 배출 가능한 이산화탄소량은 2018년 기준 4200억 톤이다. 작년 전 세계가 420억 톤을 배출했으니 9년분이 남았다. 그래서 세계 과학자들은 2030년을 마지노선으로 예측했다. 올해가 다 갔으니 8년 남은 셈이다. 

만일 420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다 배출하고 나면 어떻게 되나? 곧바로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햇볕이 낮 12시에 가장 세게 내리쬐지만, 지구가 가열되는 데 시간이 걸려 실제 기온은 오후 2시경에 가장 높은 것과 같다. 지난해 IPCC 인천에서 예측한 바로는 (온실가스 비축분을 모두 소진하면) 2040년경을 전후해 온난화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한다. 

프레시안 : 지난 달 27일 외신에 따르면 일부 영국 과학자들은 <네이처>에 논평을 내 이미 지구가 티핑 포인트를 지났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1.5도 목표치도 너무 낙관적이었나?

조천호 : 온실가스 감축분이 4200억 톤이라는 뜻이 '4200억 톤 이내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통제하면 기후 파국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소리가 아니다. '기후 파국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3분의 2'라는 뜻이다. 만일 확률을 90%로 올리고자 한다면 당장 지금부터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  

<네이처> 논평은 현재 일어나는 변화가 과거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결과임을 고려하면, 더구나 아직 인류가 모델링에 넣지 못한 요인을 고려하면 여태까지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량만으로 이미 1.5도 목표치(4200억 톤)를 넘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해당 내용은 기술 수준이 더 발전해야만 확인 가능할 것이다.  

▲ 빙하가 녹고 있다. 기후위기는 시시각각 진행되는 지구적 재앙이다. ⓒpixabay.com


민주적 리더십으로 극복 가능한가 

프레시안 :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대중강연을 적극적으로 하는 과학자다. 대중 강연을 얼마나 자주 하나? 

조천호 : 11월만 보면 일주일에 5번 했다. 기후위기 분야에서 새로운 자료가 계속 나오니, 한두 달만 논문을 읽지 않아도 구닥다리가 된다. 저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려 12월부터는 강연을 일주일에 두 번으로 줄였다. 더 줄이고자 한다. 

프레시안 : 반응들이 어떤가? 

조천호 : 집단에 따라 굉장히 다르다. 하늘과 땅 차이다. 자발적으로 오신 분들이 대체로 반응 좋다. 수녀원이 최고다. 교황이 기후위기 대응 지침을 내려서 그러리라 생각하는데, 위기를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는 게 느껴진다.  

반응이 가장 안 좋은 집단은 공무원이다. 심지어 기후위기 대응이 업무인 공무원 집단도 반응이 없다.  

프레시안 : 미국의 파리 기후 협약 탈퇴 통보로 인해 세계의 기후위기 대응이 더 어려워졌다. 각국의 이해를 고려하면, 통제력 있는 세계정부의 등장 없이는 이 위기를 이기지 못하리란 생각이 든다.  

조천호 : 이미 정치학은 기후위기를 심각한 주제로 보는 것으로 안다. 1.5도 목표를 2030년까지 달성하려면 전 인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2050년에는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사실상 화석연료를 안 쓰는 체제로 가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년부터 매해 최소한 전년대비 18% 이상을 줄여야만 했다.  

이게 어느 수준인지 감이 잘 안 올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국의 배출량 감소 수준이 14%였다. 그 정도로도 산업이 무너졌다. 사실상 전시 체제였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전 세계가 손잡고 전시체제로 들어가야 한다. 

전시체제는 물자를 강제 분할할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집단 이익을 끊임없이 조정하는 민주적 시스템으로 이 위기 대응이 가능할까. 그 사이에도 식량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불안정한 상황이 일어날 텐데. 

기후위기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히틀러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지 않았다. 히틀러는 공황이던 독일을 안정시켜준다는 약속을 하고 압도적 지지를 받아 정권을 가졌고, 전쟁을 일으켰다. 기후위기가 시민으로 하여금 매우 권위적 정부를 원하게끔 할 수 있다. 개별 국가 단위에서 독재 체제가 점차 늘어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그런 변화를 보고 있다. 유럽에서 녹색당 지지가 거세지는 가운데 극우주의도 창궐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이 한편에서는 분권적 시스템으로 가는 길을, 다른 한편에서는 권위적 체제로 가는 길을 동시에 열어뒀다고 본다. 인류가 어느 쪽으로 갈지는 모른다. 한국 사회가 유럽보다 훨씬 보수적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도 권위적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올해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가 기후위기 시나리오를 담은 정책보고서를 썼다. 이 보고서 머리말을 호주 해군 장성이 썼다. 안보보고서다. 이미 기후위기를 안보 위기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호주는 식량생산 수출국이다. 인구 대비 3배의 식량을 생산한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한다. 아시아 35억 명은 여름철 비로 먹고 산다. 기후변화로 3억 명이 기아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들이 난민이 돼 호주로 몰려들면 어떻게 할지 고민한 결과가 저 보고서다. 

보고서 마지막 장에 '민주적 리더십이 매우 필요한 세계가 온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 '리더십'을 살짝 바꾸면 '독재'일 수 있다. 강력한 민주적 리더십보다 독재로 가는 게 훨씬 쉽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절망할 상황인가? 

조천호 : 언론도, 정치가도 이 위기 상황에서 경제성장만 이야기한다. 세계 78억 명이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가 음식 생산물의 25%에 달한다. 공동체가 위기인데도 모두가 자신만 신경 쓰고 있다.  

인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지금과 같은 극단적 시스템은 결국 파멸로 갈 수밖에 없다. 완전히 절망할 상황이라고 얘기하진 않겠다. 하지만, 섣불리 희망을 가질 상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