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로 갈라진 2019년 10월 대한민국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4 10:00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3갈래 시선…서초동·광화문 그리고 그 중간
민의를 뜻하는 촛불이 2년 만에 다시 불타올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하나는 서초동, 하나는 광화문을 중심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번에 불붙은 촛불은 진보와 보수라는 대한민국의 오랜 이념 갈등, 진영 대결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조국 사태다. 어둠을 몰아내야 하는 촛불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논쟁만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한편에서 국론 분열을 걱정하는데, 다른 한편에선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전혀 상반된 평가를 내놓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급기야 ‘광장민주주의’라는 거창한 미사여구까지 등장했다.
지난 두 달 대한민국 사회는 ‘조국’이라는 한 단어에 사로잡혀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미국, 일본, 중국 등 우리를 둘러싼 세계 정세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구한말 누란의 위기에 직면한 대한제국이 연상된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올 정도다. 조국 사태가 불붙인 서초동·광화문의 외침을 이외수 작가와 허영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아울러 이념과 정파를 떠나 중도적 위치에서 2019년 10월 대한민국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에게 그 해법을 물었다.
민의를 뜻하는 촛불이 2년 만에 다시 불타올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하나는 서초동, 하나는 광화문을 중심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번에 불붙은 촛불은 진보와 보수라는 대한민국의 오랜 이념 갈등, 진영 대결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조국 사태다. 어둠을 몰아내야 하는 촛불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논쟁만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한편에서 국론 분열을 걱정하는데, 다른 한편에선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전혀 상반된 평가를 내놓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급기야 ‘광장민주주의’라는 거창한 미사여구까지 등장했다.
지난 두 달 대한민국 사회는 ‘조국’이라는 한 단어에 사로잡혀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미국, 일본, 중국 등 우리를 둘러싼 세계 정세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구한말 누란의 위기에 직면한 대한제국이 연상된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올 정도다. 조국 사태가 불붙인 서초동·광화문의 외침을 이외수 작가와 허영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아울러 이념과 정파를 떠나 중도적 위치에서 2019년 10월 대한민국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에게 그 해법을 물었다.
[내가 본 서초동 집회] “그곳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었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4 10:00
이외수 작가 “‘견문발검’ 하는 검찰의 불공정성 끝까지 따져야”
“집회도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오랜만에 느낀 하루였다. ‘조국 수호 검찰개혁’ ‘우리가 조국이다’ 피켓을 들고 앉은 사람들과 그들이 든 촛불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격이었다. 이들이 정치에 관심 갖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나라에 대한 걱정을 안고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는 것, 정치가들과 검찰은 반성 좀 하라.”
10월5일 강원도 화천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과 함께 서초동 촛불집회에 참석한 이외수 작가는 당시 서초동 집회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았다”고 말한다. 10월9일 화천 이외수 문학관에서 만난 그는 “3년 전 탄핵집회부터 이어진 성숙한 촛불문화가 완전히 정착한 모습”이었다며 서초동 집회를 평가했다. “우리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총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부정부패로 썩은 권력을 무너뜨린 경험이 있다. 어둠에 갇힌 많은 것들을 빛으로 끌어내는 촛불, 그 의미로 가득 찬 집회였다. 촛불로 대통령도 내렸는데 검찰이라고 못 바꾸겠나.”
검찰의 불공정한 수사, 개혁 피하려는 듯
이 작가가 집회현장에서 가장 강하게 발견한 감정은 ‘분노’였다. 조국 장관 일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보인 ‘불공정성’에 대해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는 시민들과 그는 분노를 나눴고 함께 검찰 개혁을 외쳤다. “검찰은 이미 도를 넘었다. 권력이 남용되고 있고 공정성을 잃어버렸다. 왜 마약을 밀반입하거나 음주운전을 하는 자녀보다 표창장을 받은 자녀를 더 걱정하느냐. 검찰의 이런 불공정이 하루 이틀 일이었나. 김학의(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경우, 문제의 동영상에서 김학의의 얼굴을 구분할 수 없다며 무혐의를 내지 않았나. 그의 가족에게 보여주지 그랬나. 바로 구분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 조국 가족을 털 듯, 그때 탈탈 털었다면 분명 성과가 있었을 거란 얘기다.”
서초동 집회는 국회 인사청문회 직후 이뤄진 조국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기소를 계기로 계획되기 시작해, 조 장관 자택 등에 대한 검찰의 대규모 압수수색 과정을 거치며 본격화됐다. 이 작가 역시 특히 이 부분을 강조했다. “지금 검찰 수사를 볼 때, 모기 잡으려 칼을 빼드는 ‘견문발검’이 따로 없다. 메뚜기 잡는 데 미사일을 왜 쏘고 있나. 그렇게 엄격하게 온 가족을 수사했는데도 아직 의혹뿐이다. 검찰 개혁을 피하려는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조국을 막고 개혁을 막아 부정부패가 계속되길 저들은 바라는 것이다.”
한편 이 작가는 검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윤 총장의 움직임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과연 국민의 이런 소리까지 끝까지 못 들은 척할 만큼 강심장인지, 정말 그 정도로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인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검찰과 조 장관 관련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 간 ‘유착’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 가족이 검찰에 의해 무자비하게 습격당하는 상황인데 여기에 언론이 적극 공조하고 있다”며 “내가 40여 년 소설로 밥 먹고 살았는데 기자들이 더 소설을 열심히 쓰는 것 같다. ‘정론직필’은 커녕 요즘엔 육하원칙까지 무시해 버리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라고도 강하게 지적했다.
“광화문 집회와는 수준·내용 비교 안 돼”
조 장관 수호와 검찰 개혁, 그의 사퇴와 처벌을 내걸고 장기화되는 싸움에 국론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같은 진보진영 내에서도 조 장관을 둘러싸고 결이 다른 입장들이 나와 그들 간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이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당연하다’ 말한다. 그는 “어느 때나 분열과 갈등은 없을 수 없다. 그게 없다면 공산주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같은 진보라고 다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나. 그걸 두고 ‘넌 왜 그러냐’ 싸울 것도 없다”면서 “다만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조작을 생활화하면서 널리 인간을 ‘해롭게’하고 있는 무리는 척결해야 하기에, 그 목소리를 더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한 당일에도 광화문광장에선 ‘조국 사퇴’를 외치는 보수진영의 두 번째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의 세(勢)를 두고 정치권의 ‘숫자 경쟁’도 계속되고 있다. 이 작가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무의미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양 집회 모두 참가자들의 애국심만큼은 인정한다. 다 나라 걱정을 바탕으로 광장에 나온 것 아니겠나. 진실을 얼마나 정확히 보고 있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집회 참가자 수? 야당 의원들은 동원한 적 없다고 열을 올렸지만, 전광훈 목사는 교인 동원을 운운했다. 일부는 집회 참가 인원을 키워 보이려 사진을 조작해 올리기도 했다. 조작이 생활화돼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양심의 거울에 한 번도 비춰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이 작가는 “그곳(광화문 집회)에선 성추행이 일어났고 폭력이 발생했으며 헌금이 앵벌이하듯 이뤄졌다”며 수준이나 내용 면에서도 두 집회는 나란히 견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싸움의 끝은 언제일까. 이 작가는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한다. “부정한 사람들은 결국 자기들끼리 싸워 자멸할 것이다. 나는 그걸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도 남달리 수가 깊은 인물이다. 수년 전 영상에서 조 장관과 검찰 개혁에 대해 얘기 나누는 걸 봤다. 둘 다 지금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강하게 개혁을 밀어붙일 거라고 본다. 검찰 개혁 문제가 정리되더라도 국민의 정의와 행복에 대한 염원은 계속될 것이며 촛불도 계속 꺼지지 않고 들릴 것이다.”
“집회도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오랜만에 느낀 하루였다. ‘조국 수호 검찰개혁’ ‘우리가 조국이다’ 피켓을 들고 앉은 사람들과 그들이 든 촛불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격이었다. 이들이 정치에 관심 갖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나라에 대한 걱정을 안고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는 것, 정치가들과 검찰은 반성 좀 하라.”
10월5일 강원도 화천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과 함께 서초동 촛불집회에 참석한 이외수 작가는 당시 서초동 집회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았다”고 말한다. 10월9일 화천 이외수 문학관에서 만난 그는 “3년 전 탄핵집회부터 이어진 성숙한 촛불문화가 완전히 정착한 모습”이었다며 서초동 집회를 평가했다. “우리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총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부정부패로 썩은 권력을 무너뜨린 경험이 있다. 어둠에 갇힌 많은 것들을 빛으로 끌어내는 촛불, 그 의미로 가득 찬 집회였다. 촛불로 대통령도 내렸는데 검찰이라고 못 바꾸겠나.”
검찰의 불공정한 수사, 개혁 피하려는 듯
이 작가가 집회현장에서 가장 강하게 발견한 감정은 ‘분노’였다. 조국 장관 일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보인 ‘불공정성’에 대해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는 시민들과 그는 분노를 나눴고 함께 검찰 개혁을 외쳤다. “검찰은 이미 도를 넘었다. 권력이 남용되고 있고 공정성을 잃어버렸다. 왜 마약을 밀반입하거나 음주운전을 하는 자녀보다 표창장을 받은 자녀를 더 걱정하느냐. 검찰의 이런 불공정이 하루 이틀 일이었나. 김학의(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경우, 문제의 동영상에서 김학의의 얼굴을 구분할 수 없다며 무혐의를 내지 않았나. 그의 가족에게 보여주지 그랬나. 바로 구분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 조국 가족을 털 듯, 그때 탈탈 털었다면 분명 성과가 있었을 거란 얘기다.”
서초동 집회는 국회 인사청문회 직후 이뤄진 조국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기소를 계기로 계획되기 시작해, 조 장관 자택 등에 대한 검찰의 대규모 압수수색 과정을 거치며 본격화됐다. 이 작가 역시 특히 이 부분을 강조했다. “지금 검찰 수사를 볼 때, 모기 잡으려 칼을 빼드는 ‘견문발검’이 따로 없다. 메뚜기 잡는 데 미사일을 왜 쏘고 있나. 그렇게 엄격하게 온 가족을 수사했는데도 아직 의혹뿐이다. 검찰 개혁을 피하려는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조국을 막고 개혁을 막아 부정부패가 계속되길 저들은 바라는 것이다.”
한편 이 작가는 검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윤 총장의 움직임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과연 국민의 이런 소리까지 끝까지 못 들은 척할 만큼 강심장인지, 정말 그 정도로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인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검찰과 조 장관 관련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 간 ‘유착’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 가족이 검찰에 의해 무자비하게 습격당하는 상황인데 여기에 언론이 적극 공조하고 있다”며 “내가 40여 년 소설로 밥 먹고 살았는데 기자들이 더 소설을 열심히 쓰는 것 같다. ‘정론직필’은 커녕 요즘엔 육하원칙까지 무시해 버리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라고도 강하게 지적했다.
“광화문 집회와는 수준·내용 비교 안 돼”
조 장관 수호와 검찰 개혁, 그의 사퇴와 처벌을 내걸고 장기화되는 싸움에 국론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같은 진보진영 내에서도 조 장관을 둘러싸고 결이 다른 입장들이 나와 그들 간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이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당연하다’ 말한다. 그는 “어느 때나 분열과 갈등은 없을 수 없다. 그게 없다면 공산주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같은 진보라고 다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나. 그걸 두고 ‘넌 왜 그러냐’ 싸울 것도 없다”면서 “다만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조작을 생활화하면서 널리 인간을 ‘해롭게’하고 있는 무리는 척결해야 하기에, 그 목소리를 더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한 당일에도 광화문광장에선 ‘조국 사퇴’를 외치는 보수진영의 두 번째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의 세(勢)를 두고 정치권의 ‘숫자 경쟁’도 계속되고 있다. 이 작가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무의미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양 집회 모두 참가자들의 애국심만큼은 인정한다. 다 나라 걱정을 바탕으로 광장에 나온 것 아니겠나. 진실을 얼마나 정확히 보고 있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집회 참가자 수? 야당 의원들은 동원한 적 없다고 열을 올렸지만, 전광훈 목사는 교인 동원을 운운했다. 일부는 집회 참가 인원을 키워 보이려 사진을 조작해 올리기도 했다. 조작이 생활화돼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양심의 거울에 한 번도 비춰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이 작가는 “그곳(광화문 집회)에선 성추행이 일어났고 폭력이 발생했으며 헌금이 앵벌이하듯 이뤄졌다”며 수준이나 내용 면에서도 두 집회는 나란히 견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싸움의 끝은 언제일까. 이 작가는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한다. “부정한 사람들은 결국 자기들끼리 싸워 자멸할 것이다. 나는 그걸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도 남달리 수가 깊은 인물이다. 수년 전 영상에서 조 장관과 검찰 개혁에 대해 얘기 나누는 걸 봤다. 둘 다 지금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강하게 개혁을 밀어붙일 거라고 본다. 검찰 개혁 문제가 정리되더라도 국민의 정의와 행복에 대한 염원은 계속될 것이며 촛불도 계속 꺼지지 않고 들릴 것이다.”
[내가 본 광화문집회] “자유민주주의 희망을 보았다”
-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jongseop1@naver.com)
- 승인 2019.10.14 10:00
허영 교수 “문 대통령, 조국 해임 결단하고 통합정치 펼쳐야”
참으로 놀랍고 감격스러운 현장이었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멜로디가 확성기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지키자 자유민주주의’ ‘조국 out’ ‘조국 구속’ ‘문재인 하야’ 등의 피켓과 태극기를 손에 들고 그곳에 모인 국민의 표정에서는 제법 비장함과 울분이 함께 표출되었다. 그들은 불의한 권력에 결코 침묵할 수 없어 나온 민주시민들이었다. 10·3.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는 우리나라 역사가 만들어진 현장이었지만 평화로웠다. 그곳에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의 붕괴를 걱정하는 한결같은 구국의 절박한 마음이 흐르고 있었다.
그곳 분위기는 비단 엄청난 규모로 모여든 사람 수에서 느껴지는 열기만은 아니었다. 이심전심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국의 열기를 내뿜는 무언의 무게가 가득한 현장이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대통령과 파렴치한 조국 장관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는 현장이었다. 그곳에 모인 군중은 좌우 이념을 따지고 검찰 개혁 같은 지엽적인 문제를 외치려고 나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과 철면피 조국 및 그 호위무사 격인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이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는 독선과 궤변과 불법의 현실에 분노하며 분기탱천 일어선 민주시민들이었다. 동원된 인원보다는 삼삼오오 가족과 함께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이 몇 갑절 더 많은 것으로 보였다. ‘정의가 무너지고 나라가 이렇게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나왔다’는 사람이 필자 주변 사람 대부분이었다. 광화문에서 시청을 거쳐 숭례문 근처까지 인파를 뚫고 소걸음으로 걸으며 살펴본 참여자들의 표정에는 한결같이 분노와 격정이 함께 섞여 있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렇게 많은 민주시민이 나라를 걱정하며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모임은 박근혜 탄핵집회 이후 처음이다. ‘촛불정권’임을 자처하면서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약속하면서 취임한 문재인 정권에 저항하는 이번의 군중집회는 우리에게 커다란 좌절과 상실감을 안겨준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 3년도 안 된 시점에 독선과 폭정의 독재권력으로 낙인찍혀 다수 국민으로부터 배척당하는 이 비극은 바로 국가의 비극이요 우리 국민의 불행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쯤에서 국민의 소리에 귀를 열어 폭정을 멈추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말한 대로 통합의 정치가 통치의 본질임을 다시 한번 각성하고 분열의 진영정치를 과감하게 떨쳐버려야 한다. 그래서 국민과의 약속대로 본연의 통합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진영정치의 타성과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때는 민주시민의 더 큰 저항으로 침몰하게 될 것이다.
범죄 혐의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 놓고 그와 그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언행을 일삼는 대통령은 도대체 검찰 개혁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기는 한 건가. 검찰 개혁의 핵심은 조직의 개편이 아닌 기능의 독립이다. 검찰권 행사가 정치권력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국과 그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간섭하지 말고 조용히 그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진정한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여당은 조국 지키기가 마치 검찰 개혁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그것은 김정은 지지가 곧 북핵 폐기라는 말처럼 황당한 논리다.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고 옥상옥인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는 검찰 개편도 검찰 개혁의 본질이 아니다.
대통령 가족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권력 주변 핵심 인사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놓은 특별감찰관은 왜 임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가. 취임 후 법률이 정한 대로 바로 특별감찰관을 임명했더라면 이번의 조국 사태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 참가 인원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범죄 피의자 ‘조국 구하기’를 외치는 서초동 집회는 진정한 민의이고 광화문 집회는 민란이라는 해괴한 논리는 북한식 표현대로 ‘삶은 소대가리도 웃을 일’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필자와 필자의 친구들은 민란에 참여한 범죄자다. 도대체 그 따위 궤변과 좌우 진영 간의 세 대결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서초동 집회가 주장하는 검찰 개혁이 지금 우리 나라 정치 현실에서 그렇게도 절실한 국정 현안인가. 범죄 피의자 조국을 살리자고 부르짖는 서초동 집회가 어떻게 검찰 개혁으로 둔갑할 수 있는가. 다중의 힘으로 검찰을 겁박해 범죄수사를 방해하는 것이야말로 검찰 개혁에 가장 역행하는 일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범죄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하려는 서초동 집회는 열 번이 열린다 해도, 그리고 더 많은 인원을 동원한다 해도 구국충정의 광화문 집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 두 집회를 비교하는 자체가 난센스다.
그렇기 때문에 집회에 모인 사람 숫자보다는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 마음을 바로 읽어서 그들이 바라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의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정권도 산다.
10·3. 서울 도심과 대학로 등 우리나라 역사가 만들어지는 현장에서 필자는 우리 자유민주주의의 희망을 보았다. 그곳에 울려 퍼지는 정치인들의 강연 내용보다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거나 행진하면서 보여준 민주시민들의 결연한 표정과 진지한 자세에서 우리 자유민주주의가 아직은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의 비장한 구절을 함께 따라 부르며 눈시울을 붉히는 어느 시민의 모습에서 필자는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그 절실한 감정에 비하면 그저 소음에 불과했다. 점점 암울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우리 정치 현실을 한탄하다가 윤동주의 서시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면서 도심 광장에 모여든 민주시민의 소리 없는 함성 속에 우리 대한민국의 내일은 다시 밝게 빛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젠 문 대통령이 결단하고 정부와 여당이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당장 조국을 해임해서 두 달이 넘는 가치의 아노미 현상과 국정마비 사태를 끝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의 독선적인 인사권 행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입법·행정·사법부를 장악하고 공영방송까지 정부 홍보매체로 만들었으니 내년 총선거만 이기면 원하는 모든 일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불행의 온상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내년 총선거는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에 맞도록 제1야당과 합의하는 선거법으로 치러야 한다. 제1야당을 배제한 채 패스트트랙 선거법으로 총선거를 치르려는 시도는 신임과 책임을 본질로 하는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헌적인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집권여당의 선거 쿠데타다. 쿠데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국민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참으로 놀랍고 감격스러운 현장이었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멜로디가 확성기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지키자 자유민주주의’ ‘조국 out’ ‘조국 구속’ ‘문재인 하야’ 등의 피켓과 태극기를 손에 들고 그곳에 모인 국민의 표정에서는 제법 비장함과 울분이 함께 표출되었다. 그들은 불의한 권력에 결코 침묵할 수 없어 나온 민주시민들이었다. 10·3.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는 우리나라 역사가 만들어진 현장이었지만 평화로웠다. 그곳에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의 붕괴를 걱정하는 한결같은 구국의 절박한 마음이 흐르고 있었다.
그곳 분위기는 비단 엄청난 규모로 모여든 사람 수에서 느껴지는 열기만은 아니었다. 이심전심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국의 열기를 내뿜는 무언의 무게가 가득한 현장이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대통령과 파렴치한 조국 장관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는 현장이었다. 그곳에 모인 군중은 좌우 이념을 따지고 검찰 개혁 같은 지엽적인 문제를 외치려고 나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과 철면피 조국 및 그 호위무사 격인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이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는 독선과 궤변과 불법의 현실에 분노하며 분기탱천 일어선 민주시민들이었다. 동원된 인원보다는 삼삼오오 가족과 함께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이 몇 갑절 더 많은 것으로 보였다. ‘정의가 무너지고 나라가 이렇게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나왔다’는 사람이 필자 주변 사람 대부분이었다. 광화문에서 시청을 거쳐 숭례문 근처까지 인파를 뚫고 소걸음으로 걸으며 살펴본 참여자들의 표정에는 한결같이 분노와 격정이 함께 섞여 있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렇게 많은 민주시민이 나라를 걱정하며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모임은 박근혜 탄핵집회 이후 처음이다. ‘촛불정권’임을 자처하면서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약속하면서 취임한 문재인 정권에 저항하는 이번의 군중집회는 우리에게 커다란 좌절과 상실감을 안겨준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 3년도 안 된 시점에 독선과 폭정의 독재권력으로 낙인찍혀 다수 국민으로부터 배척당하는 이 비극은 바로 국가의 비극이요 우리 국민의 불행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쯤에서 국민의 소리에 귀를 열어 폭정을 멈추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말한 대로 통합의 정치가 통치의 본질임을 다시 한번 각성하고 분열의 진영정치를 과감하게 떨쳐버려야 한다. 그래서 국민과의 약속대로 본연의 통합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진영정치의 타성과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때는 민주시민의 더 큰 저항으로 침몰하게 될 것이다.
범죄 혐의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 놓고 그와 그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언행을 일삼는 대통령은 도대체 검찰 개혁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기는 한 건가. 검찰 개혁의 핵심은 조직의 개편이 아닌 기능의 독립이다. 검찰권 행사가 정치권력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국과 그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간섭하지 말고 조용히 그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진정한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여당은 조국 지키기가 마치 검찰 개혁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그것은 김정은 지지가 곧 북핵 폐기라는 말처럼 황당한 논리다.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고 옥상옥인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는 검찰 개편도 검찰 개혁의 본질이 아니다.
대통령 가족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권력 주변 핵심 인사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놓은 특별감찰관은 왜 임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가. 취임 후 법률이 정한 대로 바로 특별감찰관을 임명했더라면 이번의 조국 사태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 참가 인원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범죄 피의자 ‘조국 구하기’를 외치는 서초동 집회는 진정한 민의이고 광화문 집회는 민란이라는 해괴한 논리는 북한식 표현대로 ‘삶은 소대가리도 웃을 일’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필자와 필자의 친구들은 민란에 참여한 범죄자다. 도대체 그 따위 궤변과 좌우 진영 간의 세 대결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서초동 집회가 주장하는 검찰 개혁이 지금 우리 나라 정치 현실에서 그렇게도 절실한 국정 현안인가. 범죄 피의자 조국을 살리자고 부르짖는 서초동 집회가 어떻게 검찰 개혁으로 둔갑할 수 있는가. 다중의 힘으로 검찰을 겁박해 범죄수사를 방해하는 것이야말로 검찰 개혁에 가장 역행하는 일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범죄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하려는 서초동 집회는 열 번이 열린다 해도, 그리고 더 많은 인원을 동원한다 해도 구국충정의 광화문 집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 두 집회를 비교하는 자체가 난센스다.
그렇기 때문에 집회에 모인 사람 숫자보다는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 마음을 바로 읽어서 그들이 바라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의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정권도 산다.
10·3. 서울 도심과 대학로 등 우리나라 역사가 만들어지는 현장에서 필자는 우리 자유민주주의의 희망을 보았다. 그곳에 울려 퍼지는 정치인들의 강연 내용보다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거나 행진하면서 보여준 민주시민들의 결연한 표정과 진지한 자세에서 우리 자유민주주의가 아직은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의 비장한 구절을 함께 따라 부르며 눈시울을 붉히는 어느 시민의 모습에서 필자는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그 절실한 감정에 비하면 그저 소음에 불과했다. 점점 암울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우리 정치 현실을 한탄하다가 윤동주의 서시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면서 도심 광장에 모여든 민주시민의 소리 없는 함성 속에 우리 대한민국의 내일은 다시 밝게 빛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젠 문 대통령이 결단하고 정부와 여당이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당장 조국을 해임해서 두 달이 넘는 가치의 아노미 현상과 국정마비 사태를 끝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의 독선적인 인사권 행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입법·행정·사법부를 장악하고 공영방송까지 정부 홍보매체로 만들었으니 내년 총선거만 이기면 원하는 모든 일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불행의 온상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내년 총선거는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에 맞도록 제1야당과 합의하는 선거법으로 치러야 한다. 제1야당을 배제한 채 패스트트랙 선거법으로 총선거를 치르려는 시도는 신임과 책임을 본질로 하는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헌적인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집권여당의 선거 쿠데타다. 쿠데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국민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검찰 개혁 명분 달성한 조국, 사퇴로 정국 해법 찾아야”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4 10:00
박상인 교수가 본 광장집회 “조국으로 멈춘 한국 경제, ‘골든타임’ 지나간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0월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개혁 입법 과제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라도 조 장관(조국 법무장관)이 지금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날 박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이유는 하루 전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조 장관의 사모펀드 투자는 자본시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장관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연장선상이었다. 박 교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위원장을 맡으며 그동안 진보 성향의 목소리를 내온 소장학자이기에 그의 글은 진보진영 내에 꽤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참여연대 출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박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재벌 개혁론자다. 글에서 박 교수는 여권의 가장 아픈 곳인 ‘조국 사태’를 콕 집으며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강조했다. 그의 글이 올라간 이후 보수언론은 ‘진보의 분열’이라며 여권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10월8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나라가 ‘조국 사태’로 두 달째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는 사이 경제 체질 개선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나름의 조 장관 역할은 끝났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에서 조국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정국이 풀리려면 조 장관이 사퇴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제 조 장관 문제를 일단락 짓고 가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 조 장관이 명예롭게 퇴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주에 글을 올린 것도 지금이 그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서였다. 서초동 집회로 여론의 힘을 좀 받지 않았나. 검찰 개혁에 대한 여론이 확산됐고, 본인의 아이디어도 어느 정도 밝혔기에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특권 없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본인의 명예도 살고, 검찰 개혁의 동력도 불어넣는다.”
임명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건가.
“그런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는 않았다. 조국 장관을 임명했기에 정치는 실종되고, 검찰이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국론은 분열되고 끝없는 공방으로 모든 이슈는 다 없어졌다. 굉장히 비생산적인 상황이다. 다행히 임명 강행으로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구체성이 높아졌다. 그것만으로도 조국 장관이 역할은 했고,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했던 명분은 섰다. 더 이상 끌면 명분마저 없어질 거다. 지금은 출구전략을 생각할 시점이다.”
여권은 전혀 출구전략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초기 인기가 많았던 이유가 뭔가. 경청하고 포용해서 그런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은 불통과 고집을 향해 가고 있다. 왜 이미지가 바뀌었는지 스스로 고민해 봐야 한다.”
조국 사태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지식인의 삐뚤어진 단면을 이야기한다.
“그런 면이 있다고 해도 일반화해선 안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의혹을 추측하고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하면서 확신을 사실로 만든다. 그런 다음 반대편 주장은 가짜뉴스라고 폄하한다. 정상적인 대화가 안 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단순화시키고 일반화시키는 것이 민주주의의 큰 적인 것은 맞다. 한국 사회 내 가장 문제가 많은 집단은 지식인집단과 언론이다.”
페이스북이라는 사적인 공간에 의견을 냈는데, 고민되지 않았나.
“솔직히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 경제가 한가롭지 않다. 지금 빨리 경제구조 개혁이 없으면 앞으로 2~3년 있다가는 늦어져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 같다. 골든타임이다. 또 이게(조국 사태) 이렇게까지 국론을 나눌 만한 이슈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10월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조국 장관을 둘러싼 집회가 국론 분열이 아니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갈등에 있어 일차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유체이탈 화법이 논란이 되는 이유도 곰곰이 따지고 보면,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다.”
여당은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레임덕이 온다고 본다.
“나랑 생각이 다르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오히려 인정을 안 해서 레임덕이 왔다. 대통령이 ‘일차적인 책임은 내가 지겠다. 바꿔보자’라고 말하면 국민들이 ‘그래, 당신이 책임져’라고 말해 바로 레임덕이 올까. 아니다. 되레 책임지지 않으려 하니까 유체이탈 화법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과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충분히 비판받을 만했다. 검찰이 과거에 한 행적들 때문에 그렇다. 상대(여권)가 그렇게 불신하고 있다면 의식하고 행동했어야 하는 건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
조국 장관을 대체할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동의하기 어렵다. 단적으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들도 있지 않나. 지금 상황에서 검찰이 기득권 보호를 위해 후임 법무부 장관을 의도적으로 흠집 낼 수 있을까. 그러기 때문에 개혁적이면서 강단 있는 인물을 지금부터라도 찾아봐야 한다. 솔직히 전임 박상기 장관만 해도 청와대에서 더 힘을 실어줬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조국 장관만큼 밀어줬다면 못 했을까.”
김상조 정책실장이 청와대에 있는데도 재벌 개혁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내가 생각하는 재벌의 문제는 경제력 집중이다. 김상조 실장과 경제개혁연대는 코퍼레이트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기업지배구조)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러다 보니 사외이사제와 주주대표소송제 도입이 재벌 개혁의 핵심 과제가 됐다. 미국과 우리는 소유·지배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도입해도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 정책은 잘하고 있나.
“뭐 한 게 있나. 오히려 최근에는 친재벌 정책으로 가고 있다. 재벌 총수들이나 만나고…. 한국 경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 굉장히 안일하다. 경제가 구조적으로 어려워진 게 10년 이상이 됐다. 물이 넘치지 않으면 과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우리 경제가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해 물이 넘치기 시작한 게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다.”
재벌 개혁론자인 장하성·김상조 실장이 전·현직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두 분은 재벌 개혁을 경제력 집중 문제로 보지 않는다. 소액주주 운동가에 불과하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김상조 실장을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하면서 첫 단추부터가 잘못 꿰었다. 그동안 공부하신 것을 보면 금융위원장 자리가 더 어울린다. 해법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건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강조한 게 정치·사법 개혁과 재벌 개혁, 노동 개혁이었다. 정치·사법 개혁은 어느 정도 하고 있는 반면, 재벌 개혁은 거의 시작도 안 했고, 노동 개혁은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0월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개혁 입법 과제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라도 조 장관(조국 법무장관)이 지금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날 박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이유는 하루 전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조 장관의 사모펀드 투자는 자본시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장관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연장선상이었다. 박 교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위원장을 맡으며 그동안 진보 성향의 목소리를 내온 소장학자이기에 그의 글은 진보진영 내에 꽤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참여연대 출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박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재벌 개혁론자다. 글에서 박 교수는 여권의 가장 아픈 곳인 ‘조국 사태’를 콕 집으며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강조했다. 그의 글이 올라간 이후 보수언론은 ‘진보의 분열’이라며 여권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10월8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나라가 ‘조국 사태’로 두 달째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는 사이 경제 체질 개선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나름의 조 장관 역할은 끝났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에서 조국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정국이 풀리려면 조 장관이 사퇴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제 조 장관 문제를 일단락 짓고 가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 조 장관이 명예롭게 퇴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주에 글을 올린 것도 지금이 그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서였다. 서초동 집회로 여론의 힘을 좀 받지 않았나. 검찰 개혁에 대한 여론이 확산됐고, 본인의 아이디어도 어느 정도 밝혔기에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특권 없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본인의 명예도 살고, 검찰 개혁의 동력도 불어넣는다.”
임명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건가.
“그런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는 않았다. 조국 장관을 임명했기에 정치는 실종되고, 검찰이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국론은 분열되고 끝없는 공방으로 모든 이슈는 다 없어졌다. 굉장히 비생산적인 상황이다. 다행히 임명 강행으로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구체성이 높아졌다. 그것만으로도 조국 장관이 역할은 했고,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했던 명분은 섰다. 더 이상 끌면 명분마저 없어질 거다. 지금은 출구전략을 생각할 시점이다.”
여권은 전혀 출구전략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초기 인기가 많았던 이유가 뭔가. 경청하고 포용해서 그런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은 불통과 고집을 향해 가고 있다. 왜 이미지가 바뀌었는지 스스로 고민해 봐야 한다.”
조국 사태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지식인의 삐뚤어진 단면을 이야기한다.
“그런 면이 있다고 해도 일반화해선 안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의혹을 추측하고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하면서 확신을 사실로 만든다. 그런 다음 반대편 주장은 가짜뉴스라고 폄하한다. 정상적인 대화가 안 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단순화시키고 일반화시키는 것이 민주주의의 큰 적인 것은 맞다. 한국 사회 내 가장 문제가 많은 집단은 지식인집단과 언론이다.”
페이스북이라는 사적인 공간에 의견을 냈는데, 고민되지 않았나.
“솔직히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 경제가 한가롭지 않다. 지금 빨리 경제구조 개혁이 없으면 앞으로 2~3년 있다가는 늦어져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 같다. 골든타임이다. 또 이게(조국 사태) 이렇게까지 국론을 나눌 만한 이슈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10월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조국 장관을 둘러싼 집회가 국론 분열이 아니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갈등에 있어 일차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유체이탈 화법이 논란이 되는 이유도 곰곰이 따지고 보면,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다.”
여당은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레임덕이 온다고 본다.
“나랑 생각이 다르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오히려 인정을 안 해서 레임덕이 왔다. 대통령이 ‘일차적인 책임은 내가 지겠다. 바꿔보자’라고 말하면 국민들이 ‘그래, 당신이 책임져’라고 말해 바로 레임덕이 올까. 아니다. 되레 책임지지 않으려 하니까 유체이탈 화법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과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충분히 비판받을 만했다. 검찰이 과거에 한 행적들 때문에 그렇다. 상대(여권)가 그렇게 불신하고 있다면 의식하고 행동했어야 하는 건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
조국 장관을 대체할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동의하기 어렵다. 단적으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들도 있지 않나. 지금 상황에서 검찰이 기득권 보호를 위해 후임 법무부 장관을 의도적으로 흠집 낼 수 있을까. 그러기 때문에 개혁적이면서 강단 있는 인물을 지금부터라도 찾아봐야 한다. 솔직히 전임 박상기 장관만 해도 청와대에서 더 힘을 실어줬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조국 장관만큼 밀어줬다면 못 했을까.”
김상조 정책실장이 청와대에 있는데도 재벌 개혁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내가 생각하는 재벌의 문제는 경제력 집중이다. 김상조 실장과 경제개혁연대는 코퍼레이트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기업지배구조)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러다 보니 사외이사제와 주주대표소송제 도입이 재벌 개혁의 핵심 과제가 됐다. 미국과 우리는 소유·지배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도입해도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 정책은 잘하고 있나.
“뭐 한 게 있나. 오히려 최근에는 친재벌 정책으로 가고 있다. 재벌 총수들이나 만나고…. 한국 경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 굉장히 안일하다. 경제가 구조적으로 어려워진 게 10년 이상이 됐다. 물이 넘치지 않으면 과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우리 경제가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해 물이 넘치기 시작한 게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다.”
재벌 개혁론자인 장하성·김상조 실장이 전·현직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두 분은 재벌 개혁을 경제력 집중 문제로 보지 않는다. 소액주주 운동가에 불과하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김상조 실장을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하면서 첫 단추부터가 잘못 꿰었다. 그동안 공부하신 것을 보면 금융위원장 자리가 더 어울린다. 해법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건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강조한 게 정치·사법 개혁과 재벌 개혁, 노동 개혁이었다. 정치·사법 개혁은 어느 정도 하고 있는 반면, 재벌 개혁은 거의 시작도 안 했고, 노동 개혁은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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