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지금, '살아있는 권력'이란 누구인가? - 치킨게임 치닫는 ‘조국 사태’…‘출구전략’도 안 보인다

일취월장7 2019. 9. 30. 12:01


지금, '살아있는 권력'이란 누구인가?

  
[기고] '살아있는 권력'의 의미
2019.09.26 08:20:32


헌정 사상 유례없는 현직 장관의 가택압색을 보면서 이른바 '조국' 논쟁의 극단적인 권력투쟁의 정점이 형성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감출 수가 없다. 이 상황을 보도하는 언론과 그러한 언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입장은 세 가지 정도로 좁혀진다. 

첫째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법집행의 의지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입장이다. 검찰 법집행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사들과 이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여론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둘째는 '살아있는 권력'의 상징인 조국 장관을 지지하면서, 가택압색을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인식하고 조속하고 변함없는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수사방향과 과정을 비판하는 일부 기사들과 SNS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검찰 비난의 다양한 의견과 여론이 이러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셋째는 조국 장관이 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고 결국 사퇴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가택압색이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유한국당이 조국 장관의 직무정지가처분 소송을 헌재에 제출한 것은 이러한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가택압색을 두고 수많은 지식인들과 언론 및 시민들이 제각기 다양한 입장과 주장을 담은 글과 기사들을 쏟아내었다. 그런데 이러한 복잡한 정국을 보면서 드는 의문 한 가지는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가이다. 거의 모든 기사들과 대부분의 글에서 지칭하는 ‘살아있는 권력’은 현재의 집권 세력인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을 지칭하는 공통점이 있다. 필자가 드는 의문은 바로 이 점이다. 과연 ‘살아있는 권력’이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일까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굳이 정치권력의 속성을 이야기했던 수많은 학자들과 이론가들의 주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권력은 획득하고 실행하는 순간 권력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와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는 절대적인 힘이다. 더군다나 그 권력이 '살아 있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그 권력은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닥칠 수 있는 재앙이자 공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을 ‘살아있는 권력’으로 지칭할 수 있을까? 아마 이렇게 부르는 이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던 지난날 독재자와 같은 대통령들이 통치했던 시대의 정치권력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구시대 사고를 가진 이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 윤석열 검찰총장. ⓒ프레시안(최형락)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촛불 시위'를 통해 탄생한 국민의 정부이다. 집권 2년차를 지나고 있지만 3년 후에는 국민들이 선택할 다른 대통령에 의해 정부가 바뀌는 기한이 정해진 위임 권력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력은 유권자인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모든 공직과 직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속성이다. 따라서 '살아있는 권력'은 현재 위임된 권력으로 정부를 구성하여 통치하고 운영하는 현 정부가 아닌 언제나 그러한 정부 구성의 기회를 부여할 국민인 것이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살아있는 권력인 국민은 현재의 조국 장관 사태를 그저 바라보고 판단하며 예상하는 수준의 사고와 행동밖에는 하지 못하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인 국민을 대신하여 행정부 조직의 일부인 검찰이라는 사정기관이 이 모든 상황을 좌우하는 권력집단으로 행동하고 있다. 혹자들이 이야기하는 '살아있는 권력'이 검찰이라면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무엇이 검찰을 '살아있는 권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이렇게 비정상적인 '살아있는 권력'이 검찰이라는 조직으로 집중된 것일까? (이 글은 필자가 조국 장관과 가족을 옹호하거나 변명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필자가 보기에 가장 큰 원인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제대로, 아니 전혀 쓸 생각이 없는 국회의원들(입법부)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검찰은 행정부의 일원으로 사정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기관일 뿐이다. 행정부 조직의 역할이나 권한은 입법사항으로 제도적인 측면에서 규정하고 명시할 수 있다. 그런데 작금의 사태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정치적 판단과 해석이 필요한 사건들의 최종 판단을 검찰에게 맡기는 이들은 거의 대부분 국회의원들이다. 검찰이 본연의 정치적 중립과 범죄 혐의를 소명하고 수사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지나친 권력 남용이 되지 않도록 금지하는 법률과 제도를 만들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입법과정과 활동으로 권력 기관의 역할과 권한을 정해주어야 할 국회의원들(특히 야당 의원들)이 현재의 집권 세력의 도덕성과 위법성을 빨리 판단해달라고 검찰에게 애걸복걸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집권 여당 의원들 역시 이번 사건을 다가올 총선의 유불리나 이해득실 수준에서 판단하고 대처하고 있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권력’으로서 검찰의 위상은 견고해지고 있다.  

두 번째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모든 언론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만, 신문이나 인터넷, 혹은 방송에서 표출되는 기사나 보도 등은 이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된다. ‘조국 대 윤석열’ 혹은 ‘개혁 대 저항’이라는 프레임은 언론에서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구도이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를 이런 방식으로 해석하고 구조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의 모든 구조적 결함과 모순이 작동되어 진행되고 있는 이번 사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판단이 든다.  

실제 이번 사태의 출발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명으로부터 촉발되었다. 이후 전(前) 민정수석이었던 조국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임명을 둘러싼 과정에서 한국사회 기득권과 지배계급의 구조적 모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사건이었다. 입시제도의 문제, 수저론의 확인, 기득권의 재산유지 방식, 불평등과 불공정의 문제, 비정상적이고 부패한 사회의 모순, 상위 1%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 등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저급하고 모순에 가득 찬 일면이었다. 따라서 언론 본연의 역할이 발휘되었다면 이번 기회는 우리 사회 모순과 불공정의 문제를 짚어보고 진지하게 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와 해법을 담아야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모습 대신에 한 가족의 모든 삶의 모습이 전국민에게 드러나도록 일조했고, 범죄 혐의의 확정 여부나 사법 처리와는 별개로 한 가정이 파괴될 수 있는 가능성(그 가능성은 주변의 혹은 조국 사태를 즐기던 이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마찬가지의 가능성)을 부여했다.  

이외에도 국민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던 수많은 여론 조사 결과들이나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시민들 역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이 사태에 대한 의견을 표명했다. 결국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조국 장관과 그 가족들의 최종적인 위법성과 잘잘못의 유무는 검찰과 사법부의 몫이 되고 말았다. '살아있는 권력'인 국민이 위임해준 권력을 일정 기간 동안 제대로 활용하여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달라는 여망을 저버리고 단순한 행정부의 사정기관인 검찰에 무소불위의 '살아있는 권력'을 부여하고 휘두르게 한 이들은 이번 사태의 최종 결과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살아있는 권력'이 되어 현 집권 세력의 상징이 되어버린 조국 장관을 향하는 검찰로부터 진정한 의미의 ‘살아있는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비이성적인 편가름과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의 추론이나 추측으로 검찰의 정당성을 인정해버리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영화 <더 킹> 속의 검찰을 꿈꾸고 있는 이들이 다수가 아니기를 바라면서, 매번 반복되는 '검찰개혁'이라는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되는 현실의 정상적인 검찰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살아있는 권력'의 국민을 기대해 본다.   



치킨게임 치닫는 ‘조국 사태’…‘출구전략’도 안 보인다
  • 송창섭·구민주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9.30 10:00
'정경심 구속' 여부가 1차 분수령
지난 9월9일 오전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에 도착했다. 9월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지만 임명을 둘러싼 찬반 대결 구도는 더욱 강경해졌다. 주말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결정을 못 한 채 임명 강행과 임명 철회 두 가지 발표문을 모두 준비하고 월요일을 맞았다. 이날 국회를 찾은 강 수석은 곧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리를 마주했다. 당시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은 강 수석이 당에 대통령의 결정을 통보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20분 만에 강 수석이 방에서 나왔다. 몰려드는 취재진의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강 수석이 국회를 떠난 직후 청와대에선 고민정 대변인의 발표가 이어졌다. 임명 강행이었다. 결국 그 직전 방에서 세 사람이 나눈 대화가 ‘조국 정국’의 방향을 결정한 셈이다.

취재진이 국회와 청와대 등 다양한 여권 인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강기정 정무수석은 이 대표 등을 찾아 대통령의 고민을 전하며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부터 여당에선 “이제 와서 물러설 순 없다”며 조 장관 임명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당의 이러한 입장이 장고를 이어가던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의지가 처음부터 워낙 강했기에 당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심이 서기 전까지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이낙연 국무총리,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 당·정·청 수뇌부 간의 회동이 이어졌다. 이들 사이에도 조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막판까지 상당한 온도 차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내각을 총괄하는 이 총리 등은 조 장관 임명 강행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민주당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靑, 매일 FGI조사 병행하며 여론추이 살펴
그러나 검찰이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의 기세로 수사하며 정부·여당과의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민주당에선 기존과 다른 미묘한 기류들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검찰 수사에 애써 표정관리 중인 청와대를 대신해 ‘조국 수호’에 줄곧 앞장서며 검찰에 맞서왔던 민주당은 최근 들어 거세지는 검찰 수사 강도와 당 지지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번져가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될 경우 당도 이전과 다른 변곡점을 맞이할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지도부 차원에서 단단히 내부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복수의 당내 의원과 관계자들은 길어지는 조국 정국에 대해 복잡한 속내를 조심스레 내비쳤다. 당의 생존을 위한 출구전략을 진작 고심해야 했는데 이마저도 이젠 마땅치 않은 상황이란 것이다. 당이 조 장관 임명 전후로 몇 번의 타이밍을 놓치며 스스로 선택지를 좁히고 사태를 키워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장관 임명을 위한 전 과정을 애초에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지나치게 안이하게 예상하고 뛰어들었단 얘기다.

실제 조 장관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기 시작한 6월말부터 청와대가 그의 장관 내정을 공식화한 8월9일 개각까지는 한 달 하고도 보름여의 기간이 있었다. 보통의 장관 임명 때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긴 기간이었다. 그사이 야당은 이미 고강도의 인사청문회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실제 7월초부터 자유한국당 소속 법제사법위원들의 방에는 조 장관 관련 각종 자료가 수북하게 쌓여갔다. 조 장관의 과거 SNS 활동, 폴리페서 논란, 논문 표절 의혹 등이 개각도 발표되기 전 연일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야당에서 조 장관에 대한 각종 고발장을 접수했을 때도 여권은 검찰 수사가 이렇듯 철저히 이뤄지리라고 예상치 않았다. 조 장관과 함께 검찰 개혁을 완수할 인물이라 기대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였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부인 등 가족들의 혐의가 늘어날 때도 정부·여당은 ‘조 장관 본인이 직접 개입한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 한 철회는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검찰에 조 장관과 관련해 전방위로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격이 됐다.

“조국 카드 너무 일찍 뺐다” 여권 내부에서도 자성 목소리
조 장관의 임명은 사태의 끝이 아닌, 더욱 극한 치킨게임의 막을 열었다. 임명 후에도 검찰은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민주당은 임명이 이뤄진 상황에서 전보다 더욱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어려워졌다. 그사이 당 지지율마저 내부에서 마지노선으로 일컫던 40% 아래로 떨어졌다. 자연히 수도권과 PK(부산·경남)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선에 대한 초조한 분위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현재 여권 내부에선 조 장관 임명과 관련해 찬반이 팽팽하다. 물론 이는 초기 조 장관이 내정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은 여권의 표면적인 기류가 더욱 강경해졌듯 수면 아래 반대기류 또한 커졌다는 점이다. 최근 여권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출구전략’ 용어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해야 한다. 9월24~25일, 언론들이 민주당 내 소장파 의원 멘트를 인용해 “당이 조국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 것은 조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당내 비토가 만만치 않다는 걸 의미한다.

문제는 현재 당내 사정상 이를 드러내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당직자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굉장히 언짢아한다. 총선 공천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누가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해서 당내 의견 정리가 완벽하게 끝났다고 보긴 힘들다. 최근 민주당은 회의를 비공개로 여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통상 비공개회의를 먼저 열어 의견을 조율한 뒤 공개회의에서 당의 공식적인 의견을 밝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공개회의 이후 비공개회의로 전환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는 그만큼 의견 조율이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도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현재 복수의 여론조사기관 조사와는 별개로 표적집단면접(FGI)을 벌이면서 매일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여권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결과, 현재 청와대는 조 장관 진퇴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정 교수가 구속된다면’이라는 시나리오를 놓고 현재 청와대 분위기는 50 대 50인 걸로 안다”고 밝혔다.

조국 정국의 분수령은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 여부에 달려 있다. 9월24일 의총에서 나온 이해찬 대표의 발언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당시 이 대표는 ‘만약 (조국 장관) 부인이 구속되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오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종합적’이라는 단어다.

현재까지 파악된 여권의 입장은 확고하다. 단일대오가 흐트러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광주 서구에 지역구를 둔 송갑석 의원은 “다소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지층을 보고 가야 한다. 지금 여나 야, 친문, 반문 모두가 갖고 있는 게 ‘검찰의 공포’다. 검찰의 칼날이 무서워 조 장관을 해임하면 검찰의 공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가 조국 카드를 강하게 고집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는 어떤 문제에 부딪혀 고민할 때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심사숙고를 하지만 한번 결정한 사안에 대해선 밀고 나가는 타입”이라면서 “이미 최고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안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임명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민주당 최고위는 비공개회의를 열고 관련 사안을 투표에 부쳤는데 임명 찬성이 7표, 반대가 2표, 유보가 1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도 “조 장관이 직접적으로 법 위반에 개입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부인이 구속되더라도 사퇴시키기 힘들다는 게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 장관이 장관직을 수행할 명분은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조 장관이 물러나면 관심은 당연히 후임 법무부 장관에게로 쏠린다. 조 장관과 가까우면서 검찰 개혁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던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은 조 장관 논란에 연루돼 도덕성에 흠집이 나면서 기용이 힘들게 됐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쉽다는 이유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정치인 출신 장관 기용이다. 당내에서 조 장관 대타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전해철, 박범계 의원 등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내년 총선 출마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검찰 개혁이 중요 과제니만큼 검찰 출신 인사가 기용될 거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조 장관 후임으로 민정수석에 거론됐던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연수원 16기)이 대표적인 인사다.

조 장관이 사퇴할 경우 여권 전체에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최근 여권 내 청와대 개편설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재선의원은 “조국 장관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 노영민 비서실장의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발언이 바로바로 나오고 있다는 건 참모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노 실장은 재임 초기만 해도 전임 임종석 실장 때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역할을 했다. ‘보스형’으로 친문계 내에서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난 데다 이론가적 기질이 있어 노영민 실장으로 대표되는 ‘2기 청와대’에 대한 여권의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평가는 기대 이하다.

김조원 민정수석의 역할도 의문투성이다.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인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맡아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으로 일했다. 하지만 여권과 검찰이 대립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하는 김 수석의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활동한 법무법인 부산 출신의 김외숙 인사수석도 조국 정국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투톱’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에게까지 정치적 책임을 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전쟁을 목전에 두고 장수를 교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 탓이다. 그렇다고 마냥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기록할 경우 인재 영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영장 기각 땐 ‘검찰 개혁’ 요구 거세게 일 수도
일각에서는 조국 정국으로 여권의 총선 전략에 빨간불이 들어올 경우 민주당 내 강력한 세대교체 바람이 불거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영남권에 기반을 둔 한 의원은 “최근 우리 사회에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 기득권화가 이슈인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86세대 용퇴론이 현실화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조국 정국의 해법으로 특정 세력 용퇴가 불거지는 건 당내 계파 갈등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이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할 경우 상황은 역전된다. 검찰과 야권이 주도하던 정국의 주도권은 여권으로 넘어가며 조 장관은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퇴진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친문 인사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9월25일 공개된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시즌2에 나와 “만약 영장이 기각되면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비롯한 특수부 수사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윤석열 총장은 여기까지 올 때까지 자기가 한 지시와 판단을 돌아보고 냉정하게 지금이라도 검사로서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일정을 마친 뒤인 9월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은 검찰을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글에서 문 대통령은 “평화도 경제활력도 개혁도 변화의 몸살을 겪어내야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서 “나라다운 나라에 우리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기득권을 고집한다고 공격받고 있는 검찰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와중에 검찰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 목소리가 커질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법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만큼 구속영장은 기각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여론도 뒤집힐 것”이라면서 “오히려 검찰의 연일 계속되는 피의사실공표 등으로 국민이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할 것이라고 본다”고 희망 섞인 입장을 밝혔다.

‘피의자’ 조국 겨누는 검찰의 네 자루 칼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9.30 13:00
검찰 “조국 법무장관에 대한 검찰의 직접 조사 곧 이뤄질 것”
검찰의 칼끝이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과 주변 친인척에서 마침내 조 장관을 직접 향하고 있다. 검찰은 조 장관을 사실상 ‘피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 장관이 직접 관여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혐의점은 △증거인멸 교사(PC하드디스크 교체, 동양대 표창장 거짓 증언 종용) △공문서 위조(서울대 인턴확인서 위조) △공직자윤리법 위반(사모펀드를 통한 직접투자) 및 자본시장법 위반(가족펀드 운영) △배임(웅동학원 위장 소송) 등이다. 검찰은 조 장관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가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 증거인멸 교사
검찰은 지난 9월23일, 사상 초유로 현직 법무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압수수색영장 청구서에는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뿐만 아니라 조 장관에 대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적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장관 일가의 자산관리인이던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아무개씨를 시켜 경북 영주 동양대 연구실에서 PC를 외부로 반출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정 교수는 김씨에게 서울 방배동 자택 PC의 하드디스크를 새것으로 교체하도록 했는데, 이때 조 장관이 김씨에게 “아내를 도와줘서 고맙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검찰은 조 장관을 증거인멸 교사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조 장관이 최성해 동양대 총장과 나눈 통화도 문제가 되고 있다. 최 총장은 “조 장관(당시 법무장관 후보자)이 ‘표창장 발급을 정 교수가 위임받은 것으로 해 달라. 그러면 총장님도 안 다치고 정 교수도 안 다치고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 총장과) 처와의 통화 끝에 내가 넘겨받아 짧게 통화한 것”이라며 “전화를 넘겨받아 ‘총장님, 제가 거짓말하라고 말씀 못 드리겠고 조사를 해서 사실관계를 밝혀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2. 공문서 위조
검찰은 조 장관 딸에 이어 아들까지 소환조사했다. 조 장관이 서울대 법대 교수였을 때 두 자녀에게 공익인권법센터 명의로 된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했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다. 조 장관의 딸과 아들은 각각 2009년과 2017년 인턴증명서를 받았다. 아들의 인턴증명서가 허위일 경우 공소시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특히 아들은 2013년 7·8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했다는 증명서를 4년 뒤인 2017년 10월 발급받았는데, 인턴을 하기 직전에 이례적으로 인턴예정 증명서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더 큰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조 장관 자택 PC에서 딸과 딸의 고등학교 동기, 조 장관 대학 동기의 아들 이름이 적힌 미완성 인턴증명서 3장을 발견했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관련 서류를 내가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악의적인 보도”라면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3. 공직자윤리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검찰이 가장 공을 들였던 것은 조 장관 일가를 둘러싼 사모펀드 의혹이다. 검찰은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실소유주가 정 교수라고 보고 있다. 즉, 정 교수가 사모펀드의 투자처를 알고 있었으며 운영에도 직접 관여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인물은 정 교수다. 그러나 검찰은 조 장관과 정 교수가 부부이며, 펀드에 자녀 몫의 투자가 이뤄진 점 등을 들어 펀드를 조 장관-정 교수 부부의 공유재산으로 보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는 직접 보유한 주식총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다만 사모펀드는 간접투자라 공직자윤리법상 관련 규정이 없다. 그러나 정 교수가 사모펀드의 운영에 직접 개입했다면 직접투자가 되며, 정 교수와 조 장관이 경제적 공동체라고 한다면 조 장관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자본시장법 위반 역시 같은 논리에서 가능하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자가 펀드 운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후보 시절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코링크PE의 운용보고서를 공개하며 “나와 가족들은 투자처를 모른다. 펀드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운용보고서가 “정 교수의 요청에 의해 급조됐다”는 코링크PE 관계자의 진술이 나온 상황이다.

4. 배임
조 장관은 1999~2009년까지 일가가 운영한 웅동학원의 이사였다. 2006년 조 장관 동생은 웅동학원을 상대로 52억원 상당의 채권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조 장관의 아버지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었다. 아들이 아버지를 상대로, 동생이 형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심지어 조 장관의 동생이 웅동학원의 사무국장에 오르면서, 조 장관 동생이 52억원 소송의 원고이자 피고가 된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웅동학원은 변론에 나서지 않았고 동생은 무변론 승소하며 50억원이 넘는 돈을 받게 됐다. 검찰은 조 장관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배임이라기보다는 성실 의무 위반”이라면서 “IMF가 터진 1997년 시기에 저는 해외 유학생이었다. 해외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IMF가 터지고 난 뒤에 저는 귀국을 했는데 그 과정에 학교 관련 이런 일들이 다 벌어졌다. 웅동학원 이사회에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였다. 선친이 ‘너 너무 고향을 안 찾는 거 아니냐. 한 번씩 와서 인사는 해라’ 그러면 가서 인사드리는 정도였다”고 해명했다. 동생이 소송의 원고와 피고가 된 것과 관련해서는 “선친이 아프면서 재산 문제, 즉 이런 자산을 살 사람, 구매할 사람을 찾아보라고 누구한테 시키겠나? 나한테 시키겠나? 나는 서울에서 학문활동, 사회활동한다고 바빴다”고 주장했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