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 예술

우리는 어떤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가?

일취월장7 2019. 7. 8. 11:41

우리는 어떤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가?

[복지국가SOCIETY] 협동사회경제 구축을 위한 조건들
2019.07.08 09:50:42

1760년대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 자본주의는 국민국가와 결합해 식민주의, 군국주의, 지배주의 등의 성격을 심화·확대하면서 여러 형태로 변형됐다. 자본주의는 1970년대 이후 초국적 금융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로 이윤율 저하에 따른 자본의 위기를 모면하려다가 자본의 총체적 구조조정 위기와 시장주의의 전면적 파탄에 직면했다.

우리는 어떤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가?

이렇게 되자 자본주의는 경쟁 사회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협조와 협동의 사회 원리를 적정하게 활용해서 체제를 보완토록 복지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자신의 모순을 극복하면서 경쟁과 협동이 배합된 새로운 단계로 자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다른 한편, 자본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 각 나라마다 국민국가의 자주적 요구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세계적으로는 전쟁과 대결에서 친선과 평화로 나아간다. 지역적으로는 경쟁에서 협력으로, 민족국가 단위에서는 예속과 침략에서 자주로, 그리고 국가 내에서는 중앙집권적 독재에서 지방분권적 공동체 회복과 참여 민주로 나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소외로부터 창조적 자유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지속 가능한 공존으로 나아가려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에 자본주의 세계 체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협동 사회적 세계 체제를 만들기 위해 자주(자치), 평등, 생태, 평화, 복지, 공동체, 연대 등의 가치와 호혜, 친선, 평화의 원칙으로 협동적 세계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세계 체제의 양극화와 각 나라 안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자연 생태와 공존 공생의 관계망 속에서 극에 이른 경쟁적 사회관계를 극복하고 공동체적이고 협동적인 사회관계를 창출해야 한다. 우리는 억압과 차별의 승자독식 경쟁 사회를 넘어 자유와 창조, 정의와 공평, 사랑과 공생의 사회로 대전환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협동사회경제의 산업 영역, 소유와 운영은?  
 
협동사회경제에서 경제 활동의 목적은 자본의 최대 이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적절하게 공급함으로써 그들의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산의 목적은 자본의 이윤 극대화가 아닌 생활자들의 필요 수요 충족에 있다. 필요 수요의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생산 체제로서 협동사회경제는 원추형 산업구조를 제시한다. 원추형 산업구조는 하층 부분은 '사회공공 영역'이고 중간 부분은 '협동 영역'이며, 상층 부분은 '자영 영역'의 순으로 구성된다.

먼저, 사회공공 영역은 다른 영역의 근간이 되는 가장 중요한 분야로 에너지 동력산업, 대규모 식량농림수산산업, 중화학공업, 교통·통신산업, 방송미디어산업, 국방, 교육, 보건 등의 사회기간 부분이다. 이 영역은 사회 전체의 운용과 국민의 일상에서 필요한 물자의 공급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기본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소유 아래에 두어야 한다. 다만, 국가와 사회의 운영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 분야와 범위 내에서 회사법인의 소유를 인정할 수 있다. 

국가와 사회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관료적 경직성을 극복하고 창의적·헌신적 운영을 위해 정부로부터 독립된 공적 조직에서 운영을 맡아야 한다. 사업의 운영에 있어서 수익성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되며, 지속적 운영과 적정한 확대 재생산 비용을 보상하는 수준에서 판매 가격이 책정돼야 한다. 이런 사회공공 영역은 다른 산업의 비용 구조와 운영에 직접적이고 결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원의 소비와 함께 그에 따른 자연환경의 오염 및 파괴, 그리고 기후 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큰 영역이므로 사적 소유와 운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전 산업에서 추진되고 있는 개방화, 유연화, 민영화 등은 신자유주의 체제로 가는 최종 지점이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안정성과 지속성,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흐름은 중단돼야 한다. 

다음으로 협동 영역은 중소부품기계공업, 서비스용역사업, 소비재 산업, 경공업, 중대농업, 중대임업, 중대수산업 등을 포함하며, 생산 현장과 지역의 주민이 노동생산자협동조합, 농업생산자협동조합, 임업생산자협동조합, 어업생산자협동조합,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등을 만들어 경영과 노동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영역이다.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으로 구성원들의 공통된 경제적·문화적·정치적 필요성과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뭉친 노동들의 자율적인 협회인 협동조합은 원칙으로 운영되는 참여자치 공동체인 것이다. 

협동 영역의 성공을 위해 단위 협동조합이 고립된 활동을 해서는 안 되고 계통적·지역적 협동조합 간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 또 협동조합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위한 금융, 경영기술 지원 시스템, 재화와 서비스의 공동 구매와 판매, 신상품의 연구개발, 협동조합 교육과 훈련, 홍보와 연계 서비스 등을 구축하고 협동조합 활동의 근거라고 할 수 있는 지역과 부문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원칙과 조건을 바로 세워야 한다. 협동 영역은 사회공공 영역보다 창조적이며 자주적인 분야고, 자영 영역보다 안정적이며 다수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따라서 협동 영역은 협동사회경제에서 중추적인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자영 영역은 소규모의 가족사업, 개인사업, 음식점, 소매상, 수공예품점, 예술, 개인발명, 소규모 동업, 가족농업, 가족임업, 가족어업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이는 개인의 창발성과 생산성을 보장하여 스스로 노동을 통한 자기실현과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 또는 부의 축적을 위한 사업 동기를 부여한다. 자영 영역은 주로 상업과 개인 서비스 사업으로서 자유 경쟁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분야와 가족소농, 가족임업, 가족어업 등 노동 집약적 분야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자유 경쟁이 이루어지므로 자원은 최적의 배분이 되며, 이윤도 정상 이윤에 그쳐 협동사회경제의 원리인 필요 소비 수요를 위한 생산을 하게 된다.

자영 영역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개별 사업의 규모인데, 매출과 고용인원이 늘어나서 협동 영역의 규모로 커질 때는 개별 사업을 분화하거나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법제화함으로써 지나친 부의 개인적 축적을 지양하도록 한다. 

특히, 자영 영역에서 중요한 분야는 가족소농, 가족임업, 가족어업 등이다. 많은 국가들이 비교우위 이론에 따라 특정 산업 분야에 치중함으로써 농림수산업이 위축되어 산업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고용안정, 지역균형발전, 환경보존 등 사회 운용의 전략적 가치를 상실한다. 이는 다시 실업, 도시의 슬럼화, 환경오염, 범죄, 빈부격차, 공동체의 해체 등 사회의 많은 측면을 불건강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회를 쇠퇴시키고 위험사회를 만든다.

농림수산 부문은 각 분야의 기계 산업과 가공 산업 등 관련 산업을 포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광의의 농림수산 부문은 고용 안정 효과가 크고 필요 소비 수요가 안정되어 있어서 경제 불황으로 인한 실업과 경기 침체에 영향을 덜 받으므로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발전시키는 안전대의 역할을 한다. 또한 가족소농, 가족임업, 가족어업은 자연 친화적인 유기농업, 산림체험 치유, 생태어업 등을 통해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인 먹을거리와 도시민의 쉼터, 환경 배움터 등의 역할을 한다. 

협동사회경제의 원천적 기반은 토지의 협동 사회적 소유
  
협동사회경제의 운용과 활성화를 위한 선행 요건으로 토지의 공개념화가 필요하다. 즉 토지를 원칙적으로 사회 공공 소유나 지역 풀뿌리 협동조합의 공동 소유로 해야 한다. 국가·사회·공동체와 그 구성원의 부의 원천은 토지 자체와 그 토지에서 산출된다. 토지가 사회 공공 소유나 지역공동체의 협동적 소유가 돼야 하는 이유는 토지의 생성 근원과 토지 생산물의 활용 내지 효용가치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토지가 가지고 있는 생성적 가치는 인간이 창조한 것이 아니어서 개인의 사적 소유 재산으로 인정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토지의 협동 사회적 소유는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 우선 투기를 목적으로 한 토지의 취득이나 개발 이익을 독점할 여지가 없으므로 국가, 사회, 공동체 등에 의한 토지의 확보가 용이하여 사회의 장기적인 확대·발전이 가능하다. 또, 외부인에 의한 토지 관련 착취로부터 사회 구성원이 보호되며 협동 사회 의식이 강화된다. 그리고 토지가 없거나 소득이 적은 귀농, 영농 희망자들에게 장기적으로 토지를 경작할 기회를 줌으로써 이들에게 경제적 안정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토지의 협동 사회적 소유는 경제 위기가 도래할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의 생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그리고 토지 소유의 집중 및 부재지주의 토지 소유를 실질적으로 배제하여 지역 주민의 토지 사용 지분이 좀 더 균등해지도록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생태적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 여지를 키우며 공동체 정신의 함양을 통해 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유기농업을 확산시킬 수 있다. 나아가 농민생산자협동조합의 형성 및 도시지역 소비자협동조합과의 연계를 통해 시장 경제로 인한 가격과 수급의 불안 및 농림수산물 공급의 비효율성 등을 극복할 수 있다. 더불어, 공동체 의식과 활동의 강화로 풀뿌리 자치 협동 사회적 민주주의의 기반을 형성하고 강화할 수 있게 된다. 

협동사회경제를 위한 기본 정책  
 
첫째는 에너지·자원 정책으로 태양열, 풍력, 지열, 소수력 등 지역 분산형 신재생에너지 단지의 기초지자체별 설립, 마을 단위의 빗물 관리와 생활하수 재사용 등 에코시스템의 구축, 지역 순환형 자원 재활용 사회적 기업의 육성, 쓰레기 제로 및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시스템, 지역 자원의 지역 내 활용을 기본으로 하고 외부 유출은 여유분의 범위 내에서 반출, 에너지 절약형 설비 지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식량 정책으로 친환경 가족소농, 가족임업, 가족어업을 육성·지원(농업을 친환경 공공 산업으로 전환)하고, 생산과 유통을 지역 농림수산협동조합과 지자체 책임제로 전환하고, 지역 농림수산물 우선의 무상 학교급식을 시행한다. 또, 공공기관 및 지역 기업의 단체급식과 지역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귀촌 및 자영농림수산의 육성과 지원, 식량 자급률 높이기, 토종종자 보존은행 설립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주택·교통 정책으로 에너지 및 물 자급형 친환경 주택 보급, 주택 소유 정책에서 임대 정책으로의 전환, 다주택 보유 누진세 도입, 자전거 및 대중교통 연계 시스템의 구축, 녹지축 연계 안전 보도 도로망 구축 등이 여기에 속한다. 

넷째는 교육·문화 정책으로 무상 평생 교육(유치·초등·중등·고등·평생) 체계의 확립, 보육의 평생 무상 교육 체계 편입, 다양한 교육기관의 설립 및 자율 교육 제도의 강화, 생활권별 복합행정문화센터 건립, 토착 및 다문화 발굴과 공동체 문화 활성화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섯째는 복지·의료 정책으로 의료보험·산재보험·고용보험·연금보험·상해보험 등의 공공성·보장성 강화. 사회적 일자리 확대, 사회안전망 확충,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 보장, 긴급구호 시설 및 기금의 설립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여섯째는 중소기업과 지역사회 기업을 육성하여 내수 산업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호 연관뿐만 아니라 역할 분담에 따른 중소기업의 내수시장 주도성을 키워야 한다. 또한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역사회 기업을 육성하고 협동적 관계망을 구축하여 지역의 재원이 지역 안에서 확대 재생산되도록 한다.

일곱째는 협동조합과 협동기업 등을 육성하기 위해 협동은행과 협동경영기술지원센터 등을 설립하는 것이다. 사회공공사업체와 협동조합의 상호 연관뿐만 아니라 역할 분담에 따른 협동조합의 내수시장 주도성을 키워야 한다. 협동사회경제기업법을 제정하여 설립 자금을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주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협동조합과 협동기업 상호간 협동적 살림망을 구축하고 지역사회 경제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익 없는 회사 주식이 5조가 넘는다?

[서리풀 논평] 자본의 탐욕이 생명을 위협할 때
2019.07.08 09:02:08


극단까지 온 조짐인지, 이제는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난무하기에 이르렀다. 통칭 '제약바이오' 산업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꺼번에 이러기도 쉽지 않은데 비슷한 일이 쏟아진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보사 품목허가취소로 환자, 투자자, 의료계에 심려와 혼란을 끼친 데 대해 회사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과 협력해 현재 중단한 미국 임상 3상을 이른 시일 내 다시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 <머니투데이> 7월 5일 자 '[특징주]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임상재개 기대감 '상한가'')  

처음 허가받은 것과 성분이 달라서 품목허가까지 취소되었는데, 임상 3상을 다시 진행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효과 유무 또는 발암성 여부는 기본이 되고 난 다음 따질, 지금으로서는 '고급'의 과제다. 이제까지 진행한 임상시험이 다른 물질(약이 아니다!)로 한 것이라는데, 무슨 임상시험을 어떻게 재개한다는 것인가.  

"현재까지 확정된 탑라인 중 가장 핵심지표인 두 가지는 양호했다. 이로써 리보세라닙의 효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만 이번 임상이 당초 기획한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이로써 FDA 허가신청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내부판단이다. (중략) 백이 아니면 흑인 것이고, 선이 아니면 모두가 악이라는 이분법, 0이 아니면 1이라는 디지털개념으로 이번 임상결과를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임상은 0.5를 발견하고 이를 1로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0.8을 1로 만들려던 게 이번 임상의 목표였으나 결과적으로 0.9에만 도달한 것, 이것이 이번 임상결과에 대한 저의 해석입니다. 이번처럼 리보세라닙의 효능이 입증되는 한 '임상지연'인 것이죠. 지각이 결근은 아니지 않습니까?"(☞ 관련 기사 : <한국경제> 6월 29일 자 '[전문]에이치엘비 주주 호소문') 

이건 또 무슨 말(장난)인가? '임상지연'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말로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다는 강변. 안전성 기준을 통과해도 약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 많은 물질이 바로 이런 이유로 폐기된다. 이제부터 약을 개선하겠다는 것인가, 다른 나라에서 새로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것인가. 

임상시험 결과를 해석하는 대목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임상시험이 0.8을 1로 '만들려던' 과정이면, 이제 기다리면 0.9를 넘어 1이 되는가? 임상시험이 무슨 적금도 아니고, 차라리 임상시험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믿고 싶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큰 회사, 그 사이 신약을 개발했다고 해서 재미(?)를 본 곳이라고 해서 그리 다를 것도 없다.  

"최근 얀센이 진행한 비만환자 대상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지표인 체중 감소 목표치는 도달했지만,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의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됐다. (중략) 한미약품 측은 "역설적으로 비만환자의 체중감량에 대한 효과는 입증을 한 셈"이라며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에게 혈당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영해 개발 방향을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머니투데이> 7월 4일 자 ''1조 계약해지' 한미약품 "체중감량 효과 입증 한 셈"') 

이 또한 희한한 논리다. '역설적으로' 체중감량 효과는 입증되었다니. 무슨 기계 정비하듯이 부품 몇 개를 바꾸면 허가받을 만한 신약이 나온다는 의미인가? 실패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말 꾸미기에 지나지 않는다.  

여러 곳에서 사달이 난 것은 우연히 겹친 듯 보이지만, 이후 이들 회사의 행동과 대응에는 공통점이 많다. '대책'의 중심이 주식시장이라는 것이 핵심. 대놓고 주식시장과 투자자용 발표를 하고, 주가를 지탱하려고 온 힘을 다한다.  

황당한(!) 발표는 전문가와 학자, 정책 담당자가 아니라 주식시장과 투자자가 들으라는 것이다. 이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경제신문, 산업 위축을 걱정한다는 무슨 무슨 협회, 무식한 시민단체가 '침소봉대'한다며 규제 강화 주장을 비난하는 전문가도 이 '체제'를 함께 떠받친다.

주식시장과 투자자, 주가에 목을 매는 이유는 어려울 것이 없다. 다음은 신약과 비이오를 둘러싼 자본 시장의 실상을 보이는 한 가지 예에 지나지 않는다. 임상시험으로 0.8을 1로 만들려고 했다던 바로 그 회사 이야기다.  

"2017년 말 1만2500원대 수준이던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지난해 리보세라닙 3상 돌입 소식이 전해지자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9월 말에는 10배인 12만6000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시가총액은 5조 1000억 원대를 넘나들기도 했다. 에이치엘비는 최근 3년간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으로만 975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원래 에이치엘비는 구명정ㆍ파이브 제작이 본업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360억 원이지만 적자다. (중략) 에이치엘비 김성철ㆍ김하용 공동대표는 지난해 스톡옵션 행사로 각각 265억 원과 172억 원의 행사 이익을 챙겼다.(☞ 관련 기사 : <헤럴드경제> 6월 28일 자 '연구성과보다 주가 먹고 자란 '바이오' 괴물들') 

생소한 내용이 많지만 줄기는 간단하다. 이익이 하나도 없는 회사(적자)의 주식값 총액이 5조 원이 넘는다는 신화 또는 동화? 이들 자본과 주주의 이익은 약의 매출과 수익이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나온다. 이 정도면 회사가 모든 조치에 앞서 '주주 호소문'을 낸 이유를 알만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이 예상한 대로 주식시장의 반응이 임상실패의 의미를 가장 빨리 해석한다. 해당 회사의 주가는 몇십 퍼센트씩 곤두박질치고, 어떤 회사의 주가 총액은 하루아침에 1조 원(!) 넘게 줄었다. 인보사의 주인인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가 거론될 정도다.


이쯤 되면, 정신 차리고 보면, 이토록 극단적인 가치의 전도와 소외가 따로 없다. 모든 것을 떠나서, 발암 성분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물질의 임상시험을 계속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가? 0.9와 1, 역설적인 효과 증명, 임상시험 등등에 사람과 환자, 그들의 생명과 건강은 어디에 숨어 있는가? 

따지고 보면 건강과 생명 연장을 제외하고 약과 바이오 혁신의 다른 명분이 있었던가 싶다. 그들은 환자의 고통을 말하고 그것으로 건강보험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명은 하루가 바쁜데 무슨 규제가 이렇게 많으냐고 규제완화를 부르짖는 것도 그들이다.

전도와 소외는 당연히 자본의 힘에서 나온다. 몇 조에 이르는 시가총액과 몇 백억 원의 스톡옵션 앞에 생명이나 건강이 무슨 명분이 될까? 심지어 경제성장이나 일자리도 꾸미는 말에 지나지 않으리라. 서슴없이 임상재개와 임상지연, 역설적 효과 증명을 주장하는 자본의 이 뻔뻔함이 모든 가치를 압도한다.  

개인이나 어떤 회사를 문제 삼는 것은 소용없다. 건강과 생명을 앞세운 이익과 자본의 운동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이며 국가를 넘어 지구적이다. 미국의 인류학자인 라잔(Kaushik Sunder Rajan, 한국에 번역된 <생명자본(Biocapital)>(안수진 옮김, 그린비 펴냄)의 저자이기도 하다)이 설명한 대로 투기자본이 판치는 '약의 체제(Pharmocracy)'는 이미 완성되었는지도 모른다.(☞ 바로 가기) 

다만, 자본의 탐욕 앞에 힘없는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이 노출된 것이 두렵다. 인보사 사태를 보고 '미국이니 그나마 드러났지, 한국에서는 어림도 없다'라고 하는 서글픈 한국적 현실까지 겹치면, '위험사회'보다 더 좋은 표현을 찾기 어렵다.  

생명과 건강의 위험을 벗어나는 데, 제약바이오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 혁신 신약의 성장동력을 주창하는 권력과 자본에 생명윤리와 도덕을 촉구하는 일은 무용하다. 모든 것을 돈벌이와 이익으로 몰고 가는 힘에 맞서 대항의 진영을 구축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