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 꼰대, ‘밀레니얼 세대’ 이해해야 산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8 08:00
아침 8시58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다. 그런데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기분이다. 저만치 부장님의 도끼눈이 들어온다. 상관없다. 정시 출근보다 무려 2분이나 먼저 왔으니. 막내의 기본을 다할 때다. 월요일 오전 회의 자료를 출력하고 회의실을 세팅했다. 팀장님 발표에 대한 피드백을 스마트폰으로 바로 사내 클라우드에 정리해 올렸다. 부장님이 왠지 나를 계속 거슬려 하는 눈치인데 이유를 모르겠다. 부장님은 분명 아침엔 ‘해장용’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맞는데. 행복한 점심시간이다. 샐러드 도시락을 꺼내고 유튜브를 켰다. 부장님이 뭐라 하시며 지나간 것 같은데 이어폰을 껴서 잘 안 들렸다. 오후엔 곧 있을 회계감사 자료 정리를 명받았다. 엑셀 만든 사람은 노벨상 줘야 한다. 다행히 퇴근시간 전까지 마감했다. 단체 카톡방에 정리한 파일을 올리고 18시에 정시 퇴근을 했다.
7시 정각. 청소 어머니께서 오늘도 반갑게 맞아주신다. 컴퓨터를 켜고 오전 회의 자료를 다시 한번 점검한다. 부실한 막내 아이템을 부장인 내가 직접 보강한다. 오늘은 꼭 한소리를 해야겠다. 그런데 막내가 꼴등으로 출근한다. 우리 땐 월요일 회의엔 1시간은 먼저 왔는데. 회의를 하는데 막내는 계속 휴대폰을 한다. 회의를 하는 건지 애인과 연락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요즘 애들은 집중력도 예의도 낙제점이다. 점심시간이다. 그래, 밥이라도 사주면서 좋게 말해야지 했는데 식사는 혼자 하신단다. 대체 조직생활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오후도 긴장의 연속이다. 곧 회계감사가 있다. 업무배분을 했다. 감사 때까진 검토의 연속이다. 당연히 야근이다. 그런데 막내가 18시가 되자 옷을 주섬주섬 입는다. 자기 일을 다 했으니 퇴근이란다. 기가 막힌다. 우리 아이도 밖에서 저럴까 겁이 났다.
2019년 대한민국 일터에선 매일 ‘빅뱅(대폭발)’이 일어난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라고 발칙하게 외치는 신인류가 직장으로 ‘침투’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사고체계와 그간의 경험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누구인지,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의미가 무엇인지 미처 알기도 전에 이들이 조직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의 등장이다.
전문가마다 정의가 조금씩 다르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대략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의 기간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다. 밀레니얼 세대에 이어 Z세대가 등장했다는 분석도 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까지의 출생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와 상당 부분 비슷한 정서와 행태를 공유하면서도 분명히 다른 성향과 행동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언제나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느꼈지만, 유독 밀레니얼 세대가 도드라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앞선 세대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이유가 크다.

기성세대를 ‘꼰대’로 만들다
우선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다. 태어나 보니 세상은 연결돼 있었다. 스마트폰은 신체의 일부와도 같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과 ‘빠른 속도’에 익숙하고 ‘소유’만큼 ‘공유’에 익숙하다. 세계적인 경영전략가 돈 댑스콧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밀레니얼 세대가 ‘자유’ ‘개성에 맞는 맞춤제작’ ‘철저한 조사능력’ ‘사회적 가치’ ‘협업’ ‘재미’ ‘속도’ ‘혁신’ 등의 가치를 중시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반면 이들은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며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세상 속에서 자란 것이다. 실용적이면서도 희소성에 열광하고 남들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가 경제적 측면에서 갖는 복합적 사고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는 직장에서도 남다른 모습으로 기성세대들을 혼란케 한다. 이들은 뛰어난 컴퓨터 활용능력, 어학 실력과 협업 능력을 갖췄으면서 동시에 기존 질서에 저항한다. 조직보다 개인을 중시하며 조직과 대등한 관계임을 내세운다. 더 효율적인 업무방식이 위계 등에 가로막히면 ‘퇴사의 이유’가 된다. 그간의 업무·소통 방식에 안주하는 기성세대를 꼰대로 만들며 기존의 조직문화를 뒤흔드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이들이 너무 낯설다. 성공이나 출세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도무지 열정이 없는 모습인가 싶다가도 자신의 취향이나 주관은 고집스럽게 내세우며 쉽게 양보하지 않는다. 회사 업무에 대한 기본적 에티켓이나 개념이 없어 보이는데, 디지털 기술 등 새로운 변화에는 기가 막히게 적응하며 앞서간다. 연애와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N포 세대’라고 스스로를 일컬으면서 왜 그토록 사표를 쉽게 던지는지, 어째서 해외여행은 그토록 자주 가는지 기성세대는 이해하기 어렵다.
기성세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연구는 최근 세계적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소비 주체, 즉 고객으로서의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하려는 작업은 진척이 있는 반면 기업과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하는 작업은 그리 많지 않다. 사실 기업의 첫 번째 고객이 바로 신입사원인데도 말이다.

최악의 취업난 속 신입사원 80% “이직 고려”
한국의 ‘밀레니얼 직장인’들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이들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통계가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 6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입사원 중 79.6%가 이직을 고려하거나 이직을 위한 구직 활동 중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취업난 속 신입사원 5명 중 4명은 현재 직장이 불만족스러워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신입사원들이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 직장의 연봉에 대한 불만족(복수응답·55.6%)이다. 미흡한 복리후생 제도(38.6%), 성장할 수 없다는 불안감(30.1%), 업무에 대한 회의감(26.5%), 배울 점이 없는 직장 상사(24.3%) 등도 주된 이유를 차지했다. 반면 현 직장에 만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보장(47.2%)이었다. 직무에 대한 만족감(30.3%), 팀워크(22.1%)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같은 통계가 의미하는 바는 뭘까. 왜 밀레니얼 세대는 임금, 복리후생과 같은 ‘가시적 보상’에 이토록 민감할까. 이은형 국민대 교수는 “그들의 성장배경을 살펴보면 몇 가지 이해할 근거가 있다”고 설명한다. 자존감이 강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뚜렷한 밀레니얼 세대는 회사와의 관계를 동등한 계약으로 파악하는 동시에 자신의 지식과 기술, 경험 등에 대한 걸맞은 보상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것이다. 또 이들은 콩 한 쪽도 나눠 먹고, 장남이 출세해 남은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베이비부머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풍족한 시대에 컸기 때문에, 원하는 걸 바로 얻기 원하는 특성이 크다.
아울러 이들은 성장을 중시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조사에서 ‘자신이 성장할 수 있다고 느낄 때’와 ‘회사가 직원들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할 때’ 상당한 만족감을 느꼈다. 일을 통해 성장 가능한 근무환경이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것이다. ‘워라밸’은 필수다. 이들은 워라밸을 포기하고 임원, 최고경영자가 되는 것보다 행복한 만년과장을 꿈꾼다. 보장만 된다면 카페 주인 자리를 더 선호하는 게 밀레니얼 세대다. 수평적 의사소통, 취향 존중 등도 이들에겐 중요한 가치다.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하는 직장생활 꿀팁
그렇다면 대체 직장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춤추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선택의 자유’를 줘라
밀레니얼 세대는 스스로 한 선택에 더욱 큰 만족감을 느낀다. 물론 직장은 직장이다. 업종과 기업의 특성에 맞게 밀레니얼 세대에게 ‘선택의 자유’를 줘야 한다. 예를 들어 근무시간을 선택할 자유, 휴가를 선택할 자유, 복지혜택을 선택할 자유 등이다. 보상도 마찬가지다. 상사가 좋아하는 것으로 보상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그들은 회식과 등산보다 공연 티켓이나 휴가 같은 즉각적인 보상에 더 반응할 것이다. 생각처럼 비용이 더 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개방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통해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생산성을 더 높이는 등의 훨씬 나은 결과를 받아들 수 있다.
2. ‘왜’를 설명해 동기부여를 키워라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반열에 올려놓은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조직 구성원들을 춤추게 하려면 ‘동기부여’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이 일이 왜 중요한지 충분히 공감시키고 그래서 동기부여가 충분히 될 때 일은 저절로 된다”는 설명이다. 노하우가 있다. 정보공유다. 이 대표는 정보공유를 통해 조직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회사에 현금은 얼마나 있는지, 매출액 추이는 어떻게 되는지 등부터 회사의 상황, 목표 달성 현황까지 실시간으로 공개하자 구성원들이 무엇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고 행동하게 됐다는 것이다.
3.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줘라
기업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기회는 일을 통한 성장이다. 그들은 인생 10모작 시대에 산다. 직장보다 직업이 중요한 세대다. 이들은 회사가 자신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통해 성장하려면 조직이 상당히 높은 체계를 갖춰야만 가능하다. 직무설계는 합리적이고, 보고체계는 간결하고, 피드백은 즉각적이면서도 충실하고, 일하는 방식은 상호의존적이어서 협업이 잘돼야 한다.
4. 공간을 재구성하고 업무를 재구축하라
직장이 즐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밀레니얼 세대에겐 ‘재미’와 ‘의미’가 중요한 가치다. 이은형 국민대 교수는 기업의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고 일의 내용을 재구축할 것을 권한다. 공동작업 공간을 멋지게 만드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매력적이다. 직무기술서도 새로 써보는 게 좋다. 현재의 직무기술서가 과연 최선인지, 여기에 재미와 의미를 더하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이 과정에 밀레니얼 세대의 참여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실질적인 권한 부여는 필수다.
5. 리더가 변해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를 춤추게 하는 모든 과정은 리더의 관심과 실행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누구나 변화는 귀찮거나 두렵다. 조직도, 구성원도 언제나 하던 대로 하고 싶어 한다. 관성을 깨고,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동인이 필요하다. 리더가 직접 그 변화를 이끌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88만원 세대》를 쓴 경제학자 우석훈씨는 “리더가 바뀌지 않으면 직장 민주주의는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8 08:00
‘가성비’ ‘가심(心)비’를 넘어 ‘나(Me)심비’를 추구한다. 1인 가구 소비성향을 뜻하는 단어는 ‘1코노미’에서 ‘ME코노미’로 진화됐다. ‘포미(For Me)족’은 자신의 가치를 위해 소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는 단어들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소비 권력의 핵심이 됐고, 기업들은 이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만들어낸 신(新)소비지도. 과연 어떤 모습일까.

■ 나나랜드에서, For Me
영화 《라라랜드》의 제목을 패러디한 ‘나나랜드’라는 말이 있다. ‘나’가 세상의 중심인 밀레니얼 세대들이 사는 배경을 일컫는 말이다. 나나랜드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자신의 색깔을 소비 스타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인기를 끄는 것이 ‘한정판’이다. 특히 패션업계가 협업해 내놓는 한정판은 브랜드에 새로운 이미지를 입힌 만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에어백스 97’ 상품 출시 20주년을 기념해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한 신발은 45만원의 고가임에도 하루 만에 완판됐고, 나이키 조던 시리즈 한정판은 백화점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이 콜라보한 한정판 제품도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펜디-휠라, JW앤더슨-유니클로 등 유명 브랜드가 SPA 브랜드나 스포츠 브랜드와 손잡고 내놓은 한정판에 밀레니얼 세대는 열광했다. 그렇게 구매한 한정판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해시태그를 달고 게시한다. 새로운 것 이상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레트로(Retro)’에도 주목한다. 일명 ‘복고’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뉴트로(New+tro) 현상을 ‘2019년 트렌드’로 꼽으면서 “단순히 과거 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닌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을 건드리는 트렌드가 반영돼 있어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동안 기업들은 소비자 유형을 나이와 성별에 따라 정형화해 왔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에게 이 같은 구분은 무의미하다. 성 역할과 획일화된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나다움’을 쫓는 밀레니얼 세대의 예시로 ‘그루밍족(남성 중 치장이나 옷차림에 금전적으로 투자하는 사람)’을 들 수 있다. 과거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편견과 달리 남성들도 뷰티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최근 20대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6.4%가 ‘남성이 화장하거나 꾸미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전체 화장품 매출에서 남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4%에서 2017년 22.5%까지 증가했다.
■ 그럼에도, 착한 소비
마트에서 ‘갓뚜기 라면’을 고른다. 오뚜기는 시식 판매 직원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갑질 논란’이 있었던 남양유업의 유제품은 먹지 않는다. 대신 가맹점과의 상생 원칙을 지킨다는 이디야 커피를 마신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사회적 책임을 잘 수행하는 기업의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 의견 표출을 어려워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나’의 뜻을 소비로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컨슈머 오블리주(Consumer Oblige)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사회적 신념을 패션 소품에 투영하기도 한다.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하는 마리몬드 가방을 구매해 사용하고, 한 켤레의 신발을 구매할 때마다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신발을 선물한다는 탐스 슈즈를 신는 것도 그 예다. 어차피 소비를 할 것이라면, 가치에 맞거나 사회에 의미 있는 소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동물복지와 환경을 고려한 ‘착한 소비’도 새로운 세대의 소비성향을 보여준다. ‘에코 퍼(eco pur)’는 기성세대에게는 ‘싸구려 털옷’이었다. 그러나 모피 채취 과정이 유튜브 등을 통해 공유되면서, 에코 퍼가 새로운 소비층 사이에서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패션업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왔음은 당연하다. 2017년에는 명품 브랜드 구찌가 동물과 환경 보호를 위해 리얼 퍼 제품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스텔라 매카트니, 아르마니 등 브랜드도 모피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 연예인보다 ‘유튜버’를 믿는다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익숙하다. 먹고, 여행을 떠나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쇼핑을 구상하고, 물품을 사고, 사용하는 것까지도 학습하고 공유한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서다. 연예인이 등장하는 TV 광고를 통해 제품을 접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들은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인플루언서(유튜버 등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를 믿는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15~34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예인보다 1인 유튜버를 신뢰한다는 반응은 뷰티 부문에서 73.4%, 패션 부문에서 63.3%, IT 전자기기 부문에서 86.9%에 달했다. 인플루언서들을 영입하거나 그들과 협업에 나서는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는 이유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장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원하는 소비를 보여주는 인플루언서의 문화적 영향력은 매우 크다. 기업도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광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신조어와 B급으로 들어간 ‘그들만의 세상’
유통업계가 신조어를 활용한 언어 파괴 마케팅을 펼친 것 역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한 것이다. 자판으로 소통을 많이 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기존 단어를 비슷하게 생긴 글자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 ‘명작’을 ‘띵작’으로, ‘멍멍이’를 ‘댕댕이’로 표현한다. 새로운 콘텐츠와 낯선 경험을 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이러한 마케팅에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2016년 처음 선을 보인 ‘쓱’은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통합 신설법인 SSG닷컴에서 선보인 성공사례다. SSG를 한글로 표현한 ‘ㅅㅅㄱ’을 ‘쓱’으로 명명하고, TV와 온라인 광고 내에서 등장하는 대사의 모든 자음을 ㅅ과 ㄱ으로 바꿔 이슈 몰이를 했다. 팔도비빔면은 35주년 한정판 ‘괄도네넴띤’을 출시했고, 위메프는 ‘메뜨 가격 따괴 상뚬 총 출동’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패션기업 LF는 브랜드 영문명이 ‘냐’로 보인다는 데 착안해 ‘몰 좀 아냐’라는 광고로 색다른 이미지를 구축했다.
광고도 밀레니얼 세대 공략을 위해 바꿨다. 짧은 시간 안에 흥미를 이끌어내는 ‘B급 광고’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LG생활건강의 ‘LG 빡치게 하는 노래’는 토요일 밤을 즐기려던 광고 제작자에게 갑자기 LG생활건강 마케팅 부서에서 연락이 와 영상을 주문했다는 내용으로, 마치 ‘그림판’으로 그린 것 같은 낮은 품질에 욕설도 가감 없이 등장한다. 세제 제품에 대한 설명은 30초도 채 안 된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조회 수 210만 회를 넘기며 호평을 받았다. ‘불토’에 일을 한다면 이렇게 반응할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어른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고수했던 한국인삼공사의 홍삼 브랜드 정관장도 온라인몰 ‘정몰’의 B급 광고를 내놓았다. 퇴직하고 택배기사로 일하는 이종격투기 김동현 선수가 배달을 갈 때마다 ‘정말 건강에 미친 사람들’을 만난다는 내용으로 5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00만 건을 돌파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8 08:00
신조어가 쏟아진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세대 차이’가 존재할 정도로 다양한 단어들이 생겨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은어처럼 사용하는 말 중에는 세대를 불문하고 하나의 ‘키워드’가 된 것들도 있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가 사용하는 신조어와 유행어, 그 뜻을 알아보자.

▶ 갑분싸
[정의]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의 줄임말.
[해설]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말로 인해 갑자기 분위기가 차가워졌을 때 쓰이는 말이다. 노래방에서 분위기에 맞지 않는 노래를 부른다거나 재미없는 농담을 했을 때 쓰인다.
▶ 이생망
[정의]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
[해설] 자조적인 의미를 지닌다. 20대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말로, 기존 사회가 ‘청년이 도전해 세상을 바꾸면 된다’고 말하는 것을 부정한다. 사회 좌절을 보여주는 단어.
▶ 싫존주의
[정의] 싫어하는 것을 존중하자는 주의’의 줄임말.
[해설] 다양성이 추구되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신조어로, 불만이나 선호하지 않는 취향 등을 당당히 밝히는 현상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직설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 JMT
[정의] ‘존맛탱’을 영어 약자로 표현한 것.
[해설] 매우 맛있다는 뜻인 ‘존맛’에 강조하는 의미의 ‘탱’을 붙인 단어다. 이 단어를 영어 스펠링으로 표현한 단어다. 여기에 ‘구리’를 붙여 ‘존맛탱구리’로 쓰기도 한다.
[탐구] ‘존’은 비속어에서 나왔기 때문에 표현을 순화하되 그 의미는 가져가려는 의미로 영어 스펠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 화이트불편러
[정의] 사회 부조리를 참지 못하고 정의롭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 공감 여론을 형성하는 사람.
[해설] 본래 ‘프로불편러’라는 말이 있다. 쓸데없는 트집 잡기에 혈안이 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로 ‘pro+불편+er’의 의미를 지닌다. 반면 화이트불편러는 개인의 이익이 아닌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뜻한다.
인싸 : 소속된 무리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 아웃사이더(Outsider·아싸)의 반대 개념. 크다는 의미의 ‘핵’을 붙여 핵인싸라고 쓰기도 한다.
존버 : 끈질기게 버티는 것을 의미한다. ‘존버만이 답이다’ ‘존버만이 살길’이라는 문장도 인기를 끌었다.
TMI : ‘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로 너무 과한 정보를 말한다.
자만추 :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는 뜻.
뽀시래기 : ‘부스러기’의 방언. 주로 어린 대상에게 쓰이는데, 귀여운 사람이나 동물을 작디작은 부스러기에 비유한 말.
렬루 : ‘real’로, ‘정말로’를 뜻하는 단어.
삼귀다 : ‘사귀는 것보다는 덜한 사이’라는 뜻.
애빼시 : 애교 빼면 시체.
제곧내 : 제목이 곧 내용.
법블레스유 : 법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 사망했다.
고답 : ‘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는 뜻.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8 09:00
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낯설었습니다. 약간 두렵기도 했습니다. 괜찮을까 싶은 걱정도 들었습니다. 편집국 회의실 벽에 붙어 있는 수많은 시사저널 표지 중에 이 같은 사례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지 않은 길은 늘 불안과 함께 야릇한 설렘도 줍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이번 호 표지 이야기입니다.

표지 이미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기자들의 판단을 믿기로 했습니다. 회의를 하기 전 조유빈 기자는 미리 인터넷을 검색해 관련 이미지를 다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며 휴대폰을 내미는데 느낌이 색달랐습니다. 옆에 있던 김종일 기자가 한마디 덧붙이더군요. “국장 세대가 보기에는 낯설 수도 있는데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괜찮을 겁니다. 재밌을 것 같은데요.”
이어 조 기자가 회심의 일격을 가했습니다. “갑분싸가 뭔지 아세요? 이생망은요? 싫존주의는?” 10명쯤 회의를 했는데 2~3명 빼고는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짐작하셨지요? 모르는 이들은 저 포함해 대부분 40대 중반 이상 기자들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밀레니얼 세대는 보통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습니다. 20~30대라고 할 수 있지요. 이들은 ‘보릿고개’를 모르고 자랐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상태에서 태어나 디지털 기술이 일반화된 세상에 사는 세대들입니다. 우리 사회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기도 합니다. 국가나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고 가정과 안정이라는 가치에 주목합니다. 기성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문화에서 성장했으니 생각 자체가 다릅니다.
저는 두 아이의 아버지인데 둘 다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생활하다 보면 어떤 때는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호 기사를 읽다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됐습니다. 물론 다는 아니고 ‘어느 정도’입니다.
우리 사회는 소통이 잘 안되는 불통 사회입니다. 정치권부터 여야가 소통을 하지 않으니 날이면 날마다 상대를 공격하기 바쁩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가정에서나마 부모와 자녀가 소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모가 먼저 자녀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알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됩니다. 그나저나 표지의 단어 문제는 몇 개나 맞히셨는지요? 설마 하나도 못 맞히신 것은 아니겠지요? 고백하건데 저는 하나도 못 맞혔습니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8 08:00
‘노예 활동.’ 회사의 토요일 봉사활동 일정은 어느 날 신입사원에 의해 이렇게 명명(命名)됐다. 선배 사수는 봉사활동을 넘어 ‘단합’으로 생각했는데, 후배 부사수는 ‘동원’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 후 술자리에서 ‘주말 수당’을 얘기한 후배를 꾸짖은 선배는 그 회사의 익명 게시판에서 도마에 올랐다. 얼마 전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다.
이곳만의 특수한 사건일까?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가치관과 문화로 무장한 신인류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직장에 상륙’ 해 ‘직장과 충돌’ 중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직장은 무조건 헌신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회사와 자신은 계약을 맺은 동등한 관계다. 퇴근 후 삶은 직장생활과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한때는 ‘젊은이’였던 부장님과 신인류로 등장한 밀레니얼 세대가 함께 어울려 ‘잘’ 일하는 법은 뭘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이라는 책을 쓴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를 찾았다. 기자와 공무원을 거쳐 교수로 정착한, 독특한 인생 이력을 써내려가고 있는 이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로 활동하는 트레바리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신인류의 ‘다름’을 체험했다. 기성세대로서 그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며 신인류를 이해할 몇 가지 키워드를 찾아냈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자유’와 ‘개인’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선택의 자유’와 능력을 발휘할 권한을 부여할 것을 강조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핵심 특징은 뭘까.
“밀레니얼 세대는 최초의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이며, 최초의 글로벌 세대다. 이들은 어린 시절에 인터넷과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며 성장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정보를,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습득한 세대다. 한마디로 ‘통제권’과 ‘자유’를 누리며 성장한 세대다. 그러면서 전 세계와 연결돼 있는 글로벌 환경에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자랐다. 진정한 글로벌 세대다.”
이런 특징들이 어떤 의미가 있나.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왜 나오게 됐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댓글을 달며 상대의 나이와 직급, 사회적 위치와 상관없이 대등하게 ‘맞짱 뜨는 커뮤니케이션’에 이들은 익숙하다. 그러면서 어떤 세대보다 풍요롭게 자랐지만 부모 세대보다 못살게 된 첫 번째 세대다. 이런 배경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나타난다. 가장 큰 특징은 ‘자유’와 ‘개인화’라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다른 특징에도 다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자유와 개인화다. 이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기 어렵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고 외치는 신인류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좋은 전략은 뭘까.
“기성세대가 알아야 할 것은 ‘열심히 산다’의 개념이다. 기성세대가 열심히 산다는 것은 ‘많은 시간의 투입’ ‘개인생활을 희생하며 조직에 충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화시대의 성공 방정식이자 가치다. 그런데 지금 밀레니얼 세대는 그런 성공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는 옷을 잘 고르고, 잘 입는 패셔니스타로서의 장점을 살려 창업했다. ‘3CE’라는 메이크업 브랜드로 사업 다각화도 성공했다. 결국 로레알이 6000억원에 스타일난다를 인수했다. 어른들의 일하는 방법, 노력하는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는 어른들이 ‘노력하라’고 말하는 것에 동조하지 못한다. 어른들 방식의 노력으로는 더 이상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세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자율과 권한을 주면서 의미 있는 작업을 맡기는 것이다. 그들에게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맡기고 마음껏 시도해 보도록 해야 한다. SBS의 스브스뉴스가 그렇게 탄생한 성공작이다.”
조직으로서는 위험부담이 있을 텐데.
“전 세계 인구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가장 강력한 소비집단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를 모른 채 기업이 지속 가능할까. 밀레니얼 세대 고객에 대한 대응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지금 당장 이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겨보기를 권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작은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크게 인정하고 축하해 주고, 조금씩 프로젝트의 크기를 키워간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 강점이 많은 세대다. 과업의 취지, 명확한 요구사항 등을 잘 설명해 주면 그들은 더 좋은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아이디어와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칭찬한다면 조직의 성과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직장이 즐거우려면 ‘공간을 재구성하고 업무를 재구축하라’고 했다.
“딱딱하고 전통적인 사무실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업무만 해야 한다면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은 ‘숨 막힌다’고 느낄 거다. 공간을 재구성하고 업무를 재구축하는 이유는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자유, 재미, 협업, 공유 등의 가치를 채워주기 위함이다. 공간을 재구성하면 밀레니얼 세대에게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에서 일한다는 느낌을 주고 재미도 추구할 수 있다. 업무상의 자율, 운영상의 자율을 주는 대신 성과에 대한 정의, 성과 달성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통해 성과와 연계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책에서 ‘밀레니얼 세대에게 잘못된 일에 대한 피드백을 줄 때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로부터 ‘잘한다’는 칭찬과 ‘너는 뭐든 할 수 있다’는 격려를 많이 받고 자랐다. 늘 인정받고 칭찬받으며 성장했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와서 ‘너 왜 일을 이따위로 해’라는 식의 막말을 들으면 정말 큰 좌절에 빠진다. 그러므로 피드백을 줄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본인이 먼저 자신에 대해 평가하도록 유도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게 좋다. 일을 할 때도 과정을 세분화하고, 작은 성취라도 이루면 칭찬하고 인정하는 게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말씀드리면, 많은 기성세대 분들께서 ‘우리만 그들을 이해해야 하나’라고 하소연한다. 저는 이들이 무조건 옳다거나 장점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이들은 세대를 건너뛰는 잠재력과 강점을 갖고 있다. 물론 약점도 있다. 인문학적 소양, 공동체 의식, 참을성, 거시적 관점 등이 부족하다.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의 강점을 발휘하도록 도우면서 약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면 세대 차이가 오히려 성장 에너지가 될 수 있다. 기업과 조직들이 이를 이해한다면 훨씬 더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8
지난해 잡코리아가 구직자와 직장인 4683명을 대상으로 ‘직장에 다니면서 받고 싶은 최고의 복지 제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 중 약 4명에 달하는 37.8%가 유연근무제를 꼽았다. 특히 20대 응답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만큼 자유와 유연성은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인센티브다.
하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단번에 세계적 기업처럼 유연근무제, 파트타임제 등을 도입하기 쉽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이 절대 다수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우리 특성을 고려해 보면 더더욱 그렇다. 이 간극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유연성’을 다르게 바라보며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 바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는 어렵지만, ‘반반차’와 같은 새로운 규칙으로 조직에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반차가 뭘까. 밀레니얼 세대가 휴가와 관련해 가장 선호하는 제도는 반반차라 한다. 4시간 휴가가 반차라면, 2시간 휴가가 반반차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잠깐 짬이 필요한 일들이 있다. 2시간은 육아나 가사, 듣고 싶은 강의, 하루 정도 느긋한 아침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이 제도가 없을 때는 동료와 상사의 눈치를 보며 “조금 일찍 퇴근하겠습니다” “늦게 출근하겠습니다”라며 양해를 구해야 한다. 상사의 심기가 좋을 리 없다. 반면 반반차는 양해해 줄 수 있는 범위면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누릴 수 있는 규칙이다. 적법성은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중요한 가치다.
박현영 다음소프트 연구원은 저서 《2019 트렌드 노트》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무임승차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공식적 발표를 중시하고 적법하지 않은 사안에 분노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밀레니얼 세대의 여러 면모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한 가지만은 새겨두자”면서 “명시화된 규칙이 필요하다. 가령 주 40시간 테두리에서 근무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유롭게 정하는 유연근무제보다는 확실하게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손에 잡히는 규칙이 밀레니얼 직장인들의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8 11:24
“밀레니얼 세대가 즐거움 느끼는 서비스 연구·개발 필요”
밀레니얼 세대는 가성비와 과시적 소비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실속형 소비와 가심비도 추구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시사저널은 3월25일 한국유통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를 만나 기업들의 ‘밀레니얼 세대 공략법’을 들어봤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성향이 이전 세대와 뚜렷하게 다른 점은.
“밀레니얼 세대는 자존감이 높다. 자기가 좋아하고 만족한다면 아낌없이 돈을 쓴다. ‘자기만족’에 투자하는 것이다. 또 모바일 환경 속에서 소비와 관련된 의견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특성을 가진다.”
5000원짜리 밥을 먹고 1만원이 넘는 케이크를 먹고, 6개월 일해서 해외여행을 간다. 기성세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소비성향을 보이는데.
“밀레니얼 세대는 현실 지향적이다. 경제사회와 소득 양극화가 그 배경이다. 예컨대 지금 이 세대가 결혼을 해서 집을 사려고 하면 억대의 돈이 필요하다. 그런 돈을 벌 수 없다면 현실을 더 즐기고, 비슷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튜브 등을 통해 자기 대신 체험해 주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를 위한 소비’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 공략을 위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세대들이 중시하는 것은 물건이 아닌 가치, 새로운 형태의 체험이다. 텍스트보다 이미지와 영상을 보고,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원하는 콘텐츠를 담아 소통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모바일 영상을 보더라도 짧은 시간 동안만 집중한다. 전문가들은 8초 만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빨리 느낌이 전달되는 언어도 중요하다.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커뮤니티 리더, 창조자라고도 불리는 이들과 협업해 제품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튜브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아주 중요한 플랫폼이다. 소비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는데 전망은 어떤가.
“최근에는 ‘라이브 커머스’라고 해서 인플루언서들이 현장에서 바로 상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현지 촬영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커머스다. 전문가 의견이 삽입되면서 사람들은 열광하고, 구매 의욕은 올라가며,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진다. 개인방송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플랫폼 제작은 앞으로 더 다양하게 창조되고 심화될 것이다. 또 개인방송 플랫폼 사업과 방송 전문인력과의 협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법들이 연구되면서 새로운 유통 분야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 본다.”
팔도의 ‘괄도네넴띤’, ssg닷컴의 ‘쓱’, 배달의민족의 ‘치믈리에’ 등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마케팅 방식이다.
“새로운 광고 형태다. 조금은 저열하고, 약간은 유치찬란한 B급 문화다. 그럼에도 A급 홍보 이상의 반응이 나온다. SNS를 통한 확산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중한다면 판매 효과는 긍정적으로 나타난다. 논리정연하지 않지만 청량감 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다만 언어적 파괴, 체계의 파괴가 긍정적인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 비속어, 비논리가 기성세대와의 건전한 소통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조건 부정적이기보다는 새로운 세대가 사회에 저항하는 요소로도 판단할 수 있다. 젊은 친구들이 사고하고 발음하는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들만의 소통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심비와 가성비를 모두 따지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서비스 연구․개발의 영역이 필요하다. 그들이 언제 즐거움을 느끼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LG생활건강의 ‘엘지 빡치게 하는 노래’도 젊은 세대의 호응을 받았다.
“광고를 처음 보면 미친 사람들 같다. 사회에서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소통, 그것을 보여준 예다. 나는 할 수 없는 걸 이들은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보기에 재밌다면, 그것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 비논리적이지만 사이다 같은 느낌을 주면서, 나를 즐겁게 해 준다면 몇 초만 광고를 한다고 해도 그게 통하는 것이다. 진화 형태도 다양하다. ‘애견산업’ ‘이빨청춘’ ‘넌 내게 목욕감을 줬어’ ‘다 때가 있어, 때수건’ ‘이게 다 거품이야’라는 비누 광고. 언어유희는 웃음을 준다. 웃음이 구매로 이어지는, 7~8년 전에 유행했던 펀 마케팅이 다시 연결되는 중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의 ‘공정성’에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갑질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거나,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에 열광한다.
“사회적 가치를 띤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가 세상을 궁극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가성비 따지는 밀레니얼 세대가 탐스 같은 취약계층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자활을 돕는 기업들을 옹호하고, 그곳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그런 조건들을 기업이 반영하게 되면서 사회가 혁신적으로 변한다. 젊은 세대들이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사람들을 진찰하고 드론으로 약을 배포하는 과정을 통해 드론 규제가 풀렸고, 결국 소비의 편의성이 글로벌하게 됐다. 기업은 밀레니얼 사회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트렌드를 개발해 놀이터를 만들어줘야 한다. 공유경제를 통해 사회적 가치가 확산된 것도 젊은 세대의 니즈에 따른 것이다.”
국내외 기업 중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잘 얻고 있는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대표적이다. 색다른 마케팅도 그렇고, 업계 최초로 35시간 근무를 도입했다. 유통업에서 이 같은 결정은 대단하다. 이용자 수가 900만 명, 이용 건수가 2800만 건에 이르고, 20억원 넘게 기부를 한다. 1인 가구와 밀레니얼 세대, 트렌드에 편승한 점도 있지만, 그걸 미리 내다봤다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혁신 기업이 나오려면 규제가 풀려야 하고, 새로운 공생과 협업 문화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새로운 세대에 주효하게 작용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스스로 체험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국내 기업들은 체험과 공유를 기반으로 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밴드를 통한 판매, 미분화된 맞춤형 시장 생성도 그 예다. 기업이 소비자가 원하는 적재적소를 파악하고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를 없애줘야 하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공생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 방송과 언론, 콘텐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도 중요하다. 새로운 엔터테이너들이 나와 세상을 이끌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8 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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