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주요한 '플레이어'다
[이충렬 칼럼] 역발상: 남북한이 21세기 동아시아를 경영하자
2019.03.19 12:21:30
새로운 시대의 전환은 그 시대를 열고자하는 뛰어난 지도자의 비전이 있었다. 한반도에 70년째 지속되는 냉전구도는 사실 너무도 서글픈 현실이다. 사회주의권이 무너진지 벌써 30년이 되었다. 중국도 베트남도 심지어 쿠바도 미국과 정상관계를 맺었다.
20세기의 박물관 같았던 한반도에도 드디어, 냉전해체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비록 '노딜'로 끝난 하노이회담 때문에 자욱한 안개가 시야를 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 하나는 강조하고 싶다. 지금의 북미협상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최초의 북미대좌라는 점을.
지난 30년 동안의 북미협상은 양쪽 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 (유일한 예외는 2000년 가을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 계획을 검토했을 때였다. 그러나 이것은 조지 W. 부시의 대통령 당선으로 없던 일이 되었다.) 결국 2017년 북한이 핵무력완성을 선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부와 직접 대좌함으로서 이전의 모든 협상과는 달리, 이번에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해묵은 적대관계를 해소하자는 근본적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협상국면이 열렸다.
이번 기회에 남북한의 생존전략 또는 외교방략에 대한 새로운 검토를 해보고자 한다. 한반도는 x축과 y축의 힘이 서로 소용돌이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x축은 남한과 북한의 대립구조이고, y축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야기되는 세력각축이다.
x축과 y축의 힘을 비교한다면 난형난제다. 남한과 북한의 대립도 뿌리깊다. 양쪽에는 상대방을 불신하고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세력이 엄존하고 있다. 이들 강경파는 틈만 나면 남북의 평화공존으로 가는 길에 제동을 걸고 있다.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건설 총력주의'라는 신노선이 나오고, 남한에서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함으로서 남북대결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가 본격화되었다.
비록 두 지도자가 파격적인 신뢰감과 추진력으로 평화이니시어티브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앞에 놓인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국제관계에서 본다면, 6.25 전쟁이후 남한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고, 북한 역시 중국과 사회주의 혈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y축이라할 미국과 중국의 대립양상도 심상치 않다. 무역 등 통상측면에서의 갈등을 필두로, 중국에 대한 미사일 포위망 구축 등 미국과 중국의 대립양상으로 인해 한반도가 직격탄을 맞아왔다. 2016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믿어지는 사드배치는 한반도가 미중의 각축전 한복판에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였다. 남중국해에서 대만을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동아시아 지역은 미중의 패권경쟁이 치열하게 부딪치는 최전선이다.
'우리 민족끼리' 나 '북한의 레짐체인지'를 추구하는 것이 x축과 y축의 힘이 소용돌이치는 한반도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바라건대, 남북의 두 지도자는 국가의 명운을 걸고, x축과 y축의 힘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자면, 현재의 세력균형을 가져온 역사성을 통찰하고, 그 현실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남한과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동시에 미국과 중국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유일패권국으로서 미국의 특별한 지위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중국을 패싱하겠다는 발상도 해서는 안된다.
필자는 일찍이 (대한민국의 관점에서) 한미동맹은 산소와 같고, 한중 경제협력은 쌀과 같다고 비유한 바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는 체제안전과 경제건설의 필요충분조건이고, 중국과의 혈맹유지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인 것이다.
향후 수 십 년 동안 지구적 규모에서 미국과 중국은 일면 경쟁 일면 협력이라는 패권적 경쟁을 지속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가 패권경쟁의 무대가 되느냐 아니면, 패권경쟁을 누그려뜨리는 역할을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다.
다른 말로 하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G1과 G2에 북한은 중국에 영향력이 있고, 남한은 미국에 영향력이 있다라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 우리가 영향력을 일방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을 투사한다면 판이 바뀌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19세기말 서세동점의 시기에 조선과 청은 적응에 실패했고, 그 결과는 식민지가 되거나 반식민지가 되었다. 반면 탈아입구(脫亞入歐)를 부르짖었던 일본은 가장 먼저 산업화에 성공했다. 1950년 6.25 전쟁이 나면서 우리는 냉전의 대리전장화한 뼈저린 아픔이 있다.
20세기는 일본이 일으킨 대동아 전쟁의 후유증이 지배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21세기의 동아시아는 남북한이 주도하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남북의 지도자들이 자국의 안전보장에서 출발하여 동아시아의 주역으로 미국과 중국이라는 코끼리를 공존시키는 비전과 능력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남한이 명백히 인지하지 못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수출 11위의 무역대국, 1인당 GDP 3만불을 넘어선 인구 5천만 이상의 국가에 속하는 대한민국이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대단한 나라에서 북한과 비교하면 갑자기 스스로를 영유아로 생각해버리는 사람들이 남한에 많다.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은 그 자체로 국제사회의 주요한 플레이어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을 원조대상국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만큼 미국의 대외정책의 성공을 보여주는 사례가 없다.
우리가 미국의 가치와 함께 가는 한 미국은 한국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우리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 단순한 사실을 놓쳐서는 안된다.
북한의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둘러싼 샅바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70년의 적대관계를 가진 국가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러나 국가차원의 이해관계와 지도자의 비전과 리더십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조만간 만나리라 생각된다. 두 지도자가 서로의 입지를 이해하면서, 최종 목표를 공유해 나간다면 못 풀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시작이고, 나아가 동아시의 평화를 주도하는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왜 이란을 싫어하는가
[기고] 이란은 '테러지원국'? 실상은 '석유'와 '이스라엘'에 있다
2019.03.21 17:38:37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타결된 이란 핵 협정에 대해 "미국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고 이란에게 돈을 쏟아붓는 가장 나쁜 계약"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란 핵 협정 폐기론과 재협상을 제기했다.
그는 마침내 2018년 5월 8일(현지 시각) 핵 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은 8월 7일부터 금융 및 일반 무역에 대한 1단계 이란 제재를 실시했고 11월 5일부터 에너지 무역 및 석유산업 등 본격적인 2단계 제재를 복원시켰다. 이에 대해 이란은 세계 원유의 3분의 1이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론을 주장하면서 이곳에서 지속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도 미국의 대 이란 정책 기조는 기본적으로 비우호적이고 적대적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1979년을 기점으로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이란은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고 그 시기 이란을 '중동의 헌병' 또는 '페르시아 만의 경찰'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1979년 11월 4일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를 통해 미국과 이란은 외교 관계가 단절되었고 이란은 친미 국가에서 반미 국가로 바뀌었다. 미국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추진해 왔고 2002년 이란 핵 위기를 계기로 유엔을 통한 다자 경제제재로 확대시켜 나갔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2년 1월 29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고 '테러와의 전쟁'을 '십자군 전쟁', '이슬람 파시즘과의 전쟁'이라고 언급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인 2015년 7월 14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 체결되었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서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란을 압박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란을 싫어할까? 미국은 이란을 대표적인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9년 2월 14일 펜스 미국 부통령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중동 국제회의에 참석해 "이란은 세계 최대의 테러지원국"이며 "전 세계가 이란에 맞서지 않으면 중동의 평화와 안전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란은 대표적인 테러지원국인가? 중동과 세계의 주요 이슬람 테러리스트 단체는 시아파가 아니라 수니파이다. 시아파 이란은 이슬람국가(IS), 알 카에다, 탈레반과 다른 극단주의자 수니파 단체들에 맞서 가장 강력하게 대립하는 국가이다. 이라크 군과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이란의 지원은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를 격퇴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고 이는 미국의 이라크 군사작전을 성공시키는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테헤란과 워싱턴이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하지만 이슬람국가를 반대하는 공통의 입장을 표명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면 미국이 이란을 증오하는 실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석유에 관한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석유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중동을 "세계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 "세계전략의 엄청난 원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치를 지닌 지역"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사실상 석유와 관련되어 있다.
미국의 CIA는 1953년 8월 19일 이란의 합법적인 민주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아작스 작전(Operation Ajax)을 통해 군부 쿠데타를 지원하면서 팔레비 왕정을 복귀시켰다. 쿠데타로 축출된 모사데크 총리는 1951년 5월 1일 석유 국유화 법안을 통과시킨 인물이다. 그는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석유 수입을 통해 전체 예산을 충족시키고 국민의 빈곤, 질병 및 후진에 대처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내정에 대한 서방 기업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1953년 8월 15일 모함마드 레자 샤는 모사데크 총리를 해임시켰으나 거리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이에 놀란 모함마드 레자 샤는 이란을 떠나 로마로 망명했다가 군부 쿠데타가 성공하자 이란으로 귀국했다. 1953년 친미 쿠데타는 미국과 팔레비 왕정의 특별한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고 본질적으로는 이란의 석유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이란에서 반미 감정의 뿌리가 되었고 이후 미국과 이란의 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또한 이란은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국가로 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페르시아 만(세계 원유 매장량 3분의 2)과 카스피 해(세계 원유 매장량 5분의 1)를 연결하는 지구촌의 유일한 나라이다. 이란은 미국의 중동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위협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란이 지속적으로 억압받는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이란은 팔레스타인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대표적인 중동 국가이다.
현재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시리아, 리비아 및 이라크는 전쟁과 내전으로 황폐해져 더 이상 주변 문제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반이란, 반시아파 연대를 내세우면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지난 2월 13일-14일 개최된 미국 주도의 바르샤바 중동 국제회의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예멘, 요르단, 모로코, 오만, 이집트, 튀니지 등 아랍 국가 11개국이 참석했다. 이번 중동 국제회의에는 베냐민 네타나후 이스라엘 총리도 참석해 아랍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2월 15일 칼리드 빈 아흐메드 알 칼리파 바레인 외무장관은 이스라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할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한 아랍 국가는 이집트와 요르단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동 국제회의는 커다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불참했고 유럽 국가들도 참석자의 급을 낮추었다. 또한 미국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및 아랍에미리트와 함께 추진하는 반이란 연대도 확장시키지 못했다.
트럼프의 중동 정책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친이스라엘 일방주의 정책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2월 7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식 선언했다. 12월 21일 유엔 총회는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201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맞이하여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시켰다. 둘째는 이란 적대 정책으로 이란 핵 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를 통해 이란을 고립화시키고 더 나아가 반이란 연대를 확대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미국 동맹국도 반대하고 있다. 또한 지난 1월 10일 미국의 안보 전문가 52인이 이란 핵 협정 탈퇴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는 이란 문제는 단지 이란 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란 문제는 이란과 이란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제재와 압박에 기초한 적대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그는 마침내 2018년 5월 8일(현지 시각) 핵 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은 8월 7일부터 금융 및 일반 무역에 대한 1단계 이란 제재를 실시했고 11월 5일부터 에너지 무역 및 석유산업 등 본격적인 2단계 제재를 복원시켰다. 이에 대해 이란은 세계 원유의 3분의 1이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론을 주장하면서 이곳에서 지속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도 미국의 대 이란 정책 기조는 기본적으로 비우호적이고 적대적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1979년을 기점으로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이란은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고 그 시기 이란을 '중동의 헌병' 또는 '페르시아 만의 경찰'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1979년 11월 4일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를 통해 미국과 이란은 외교 관계가 단절되었고 이란은 친미 국가에서 반미 국가로 바뀌었다. 미국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추진해 왔고 2002년 이란 핵 위기를 계기로 유엔을 통한 다자 경제제재로 확대시켜 나갔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2년 1월 29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고 '테러와의 전쟁'을 '십자군 전쟁', '이슬람 파시즘과의 전쟁'이라고 언급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인 2015년 7월 14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 체결되었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서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란을 압박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란을 싫어할까? 미국은 이란을 대표적인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9년 2월 14일 펜스 미국 부통령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중동 국제회의에 참석해 "이란은 세계 최대의 테러지원국"이며 "전 세계가 이란에 맞서지 않으면 중동의 평화와 안전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란은 대표적인 테러지원국인가? 중동과 세계의 주요 이슬람 테러리스트 단체는 시아파가 아니라 수니파이다. 시아파 이란은 이슬람국가(IS), 알 카에다, 탈레반과 다른 극단주의자 수니파 단체들에 맞서 가장 강력하게 대립하는 국가이다. 이라크 군과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이란의 지원은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를 격퇴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고 이는 미국의 이라크 군사작전을 성공시키는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테헤란과 워싱턴이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하지만 이슬람국가를 반대하는 공통의 입장을 표명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면 미국이 이란을 증오하는 실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석유에 관한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석유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중동을 "세계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 "세계전략의 엄청난 원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치를 지닌 지역"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사실상 석유와 관련되어 있다.
미국의 CIA는 1953년 8월 19일 이란의 합법적인 민주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아작스 작전(Operation Ajax)을 통해 군부 쿠데타를 지원하면서 팔레비 왕정을 복귀시켰다. 쿠데타로 축출된 모사데크 총리는 1951년 5월 1일 석유 국유화 법안을 통과시킨 인물이다. 그는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석유 수입을 통해 전체 예산을 충족시키고 국민의 빈곤, 질병 및 후진에 대처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내정에 대한 서방 기업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1953년 8월 15일 모함마드 레자 샤는 모사데크 총리를 해임시켰으나 거리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이에 놀란 모함마드 레자 샤는 이란을 떠나 로마로 망명했다가 군부 쿠데타가 성공하자 이란으로 귀국했다. 1953년 친미 쿠데타는 미국과 팔레비 왕정의 특별한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고 본질적으로는 이란의 석유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이란에서 반미 감정의 뿌리가 되었고 이후 미국과 이란의 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또한 이란은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국가로 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페르시아 만(세계 원유 매장량 3분의 2)과 카스피 해(세계 원유 매장량 5분의 1)를 연결하는 지구촌의 유일한 나라이다. 이란은 미국의 중동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위협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란이 지속적으로 억압받는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이란은 팔레스타인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대표적인 중동 국가이다.
현재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시리아, 리비아 및 이라크는 전쟁과 내전으로 황폐해져 더 이상 주변 문제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반이란, 반시아파 연대를 내세우면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지난 2월 13일-14일 개최된 미국 주도의 바르샤바 중동 국제회의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예멘, 요르단, 모로코, 오만, 이집트, 튀니지 등 아랍 국가 11개국이 참석했다. 이번 중동 국제회의에는 베냐민 네타나후 이스라엘 총리도 참석해 아랍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2월 15일 칼리드 빈 아흐메드 알 칼리파 바레인 외무장관은 이스라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할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한 아랍 국가는 이집트와 요르단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동 국제회의는 커다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불참했고 유럽 국가들도 참석자의 급을 낮추었다. 또한 미국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및 아랍에미리트와 함께 추진하는 반이란 연대도 확장시키지 못했다.
트럼프의 중동 정책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친이스라엘 일방주의 정책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2월 7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식 선언했다. 12월 21일 유엔 총회는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201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맞이하여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시켰다. 둘째는 이란 적대 정책으로 이란 핵 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를 통해 이란을 고립화시키고 더 나아가 반이란 연대를 확대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미국 동맹국도 반대하고 있다. 또한 지난 1월 10일 미국의 안보 전문가 52인이 이란 핵 협정 탈퇴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는 이란 문제는 단지 이란 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란 문제는 이란과 이란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제재와 압박에 기초한 적대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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