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개의 화살로 '中國夢' 무너뜨린다 (上)
경제 회복·美 의회가 우군…中, 겉으론 강경 뒤로는 화해 손짓
송창섭·이민우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4(화) 08:00:00 | 1504호
21세기 들어 국제정치의 중요한 화두는 중국의 부상, 그리고 패권 경쟁이다. 전문가들은 ‘몰락하는 미국(Declining America)’과 ‘부상하는 중국(Rising China)’이란 화두를 던졌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미국의 군사적 우위와 국제적 리더십을 위협하고 있다.
한때 자유무역 신봉자 사이에 ‘무역은 평화의 관건’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자유무역이 확대될수록 국제평화는 지속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러한 가설은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현실 속에서 국제무역은 서로의 파이(Pie)를 뺏는 싸움이다. 경제학자들과 달리 국제정치학자들은 국제무역을 ‘이웃 국가 거지 만들기 정책’(Beggar thy neighbor policy)이라고 부른다.

© AP 연합·EPA 연합
패권국가와 신흥강대국은 결국 무역 충돌?
특히 패권전쟁론은 요사이 미국 정치학계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는 주제다. 학계에서 많이 인용되는 근거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 전쟁을 기록한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Thukydides)에서 따온 이 이론은 ‘기존 패권국가와 신흥강대국은 결국 무력 충돌로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게 요지다.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 그레이엄 앨리슨은 자신의 책 《예정된 전쟁》에서 “역사적으로 신흥권력과 기존권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15건 중에서 10건이 전쟁으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앨리슨의 주장은 현대 미국 외교의 기초를 다진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2016년 펴낸 《헨리 키신저의 세계질서》에 인용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책에서 키신저는 “지금의 미·중 대결은 제1차 세계대전 10년 전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서로를 의심하는 잠재적인 대립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결국 파국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미·중 갈등의 뿌리 역시 미국의 패권주의와 맥이 닿아 있다. 냉전시대 소련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미국은 ‘오랑캐는 오랑캐로 다스려야 한다’는 중국식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폈다. 1960년대 공산주의 진영의 분열은 미국이 노린 승부수였다. 중국을 소련으로부터 떼어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미국은 소련과의 패권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소련이라는 경쟁자를 꺾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은 ‘하룻강아지’에서 ‘호랑이’가 됐다. 2010년 중국은 GDP(국내총생산) 기준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올라선 것도 모자라 패권국의 위상을 넘보고 있다. 2011년 오바마 정부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아시아로 미 외교정책의 중심을 옮기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런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이 판단하기에 중국의 패권국 도전은 노골적이다. 미국 주도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세운 것이나, 과거 미국의 대(對)유럽 원조 정책을 본떠 만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은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또 서방선진 7개국 모임(G7)과 유사한 형태의 신흥경제성장국 모임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를 만든 것도 미국이 보기에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급기야 중국의 야심은 ‘중국몽(中國夢)’이라는 노골적이면서 선동적인 언어로 포장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중국몽은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패권’이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87년 12월8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만나 정상회담 전 악수했다. ⓒAP연합
1. 중국산 제품에 高관세 부과
무역전쟁은 패권 경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1라운드다. 선공은 미국이 날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22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25%, 총 50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이날 서명식에서 트럼프는 천문학적인 관세 부과 조치를 통해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총 10억 달러에 달하는 120개 미국산 품목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총 20억 달러에 이르는 8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보복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자 7월6일 미국은 당초 방침이 정해진 500억 달러 중 340억 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중국이 곧바로 똑같은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자동차·수산물 등에 보복관세를 발동하자 미국은 나흘 뒤인 7월10일 2000억 달러 상당 수입품에도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의 강공 드라이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8월23일부터 16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8월7일(현지 시각) 공식 발표했다. 6일 조치에 이은 2단계다.
어찌 보면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예고돼 있었다. 그는 2011년 출간한 책 《트럼프, 강한 미국을 꿈꾸다》에서 이미 “중국이 위안화의 인위적인 평가절하를 멈출 수 없다면, 우리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매길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의 무역전쟁 목표는 명확하다. 이참에 중국의 싹을 잘라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가 유럽연합(EU)에 제시한 ‘관세면제 선결조건’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미국은 관세 카드를 활용해 EU와 중국 사이를 벌리고, 대(對)중국 공격에 있어 EU가 공동보조를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적재산권과 첨단기술이전 문제를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당초 판세는 미국이 중국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할리데이비슨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무역전쟁의 결과로 미국 산업이 적잖게 타격을 입은 사례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되레 미국의 잇단 강공에 중국은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8월4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가 이기고 있다.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올렸다. 그는 “중국 증시는 4개월간 27% 떨어졌지만 미국 증시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미국 철강공장 근로자들이 다시 일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실제로 8월2일 중국 증시의 시가 총액은 일본 도쿄 증시에 역전당하며 4년여 만에 세계 2위 자리를 넘겨줬다.
중국 경제의 불안감을 반영하듯 위안화도 급락세를 보였다. 최근 두 달 동안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7% 수준의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인민은행은 8월3일 위안화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 선물 거래에 20%의 증거금을 부과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위안화의 추가적인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선물환 수요를 강력하게 억제하겠다는 조치였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여기서 공세를 늦출 것인가. 비즈니스맨 출신 트럼프는 책 《거래의 기술》에서 ‘협상에서 한번 잡은 주도권은 절대 놓쳐서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의 강공책은 더욱 거세질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 끝은 중국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미국을 향해 화해의 손짓을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트럼프, 5개의 화살로 '中國夢' 무너뜨린다 (下)
경제 회복·美 의회가 우군…中, 겉으론 강경 뒤로는 화해 손짓
송창섭·이민우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4(화) 08:00:00 | 1504호
2.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위안화 절상 요구
보복 관세로 수출에 타격을 입자 중국은 환율 카드를 사용할 태세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공세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것이 환율이다. 실제로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는 8월3일 오후 4시57분 역외 외환시장에서 6.9115위안을 찍으며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의 하락은 미국 관세 부과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문제는 속도다. 급격한 위안화 가치 하락은 투기세력의 가세로 외환시장의 불안과 자본 유출, 수입물가 급등으로 이어진다. 현재 금융권은 중국 당국이 달러당 7.0위안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환율 방어에 나설 거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중국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역전쟁의 2라운드가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을 예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20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중국과 EU가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금리를 낮추고 있다”면서 “미국은 불법적인 환율조작이나 나쁜 무역협정 때문에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다음 노림수는 일본 경제를 수렁으로 몰아넣은 것처럼 중국 환율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10월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재무부 환율보고서는 매년 4월과 10월 발표된다. 올 4월 환율보고서에서 미 재무부는 중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만약 오는 10월 발행되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 투자 시 금융 지원이 금지되고 △중국 기업의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이 차단되며 △IMF를 통한 환율감시가 강화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외환보유고의 급감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의 최소 20%, 최대 60%를 핫머니로 본다.
여기다 미국이 EU 등 다른 세계 경제주체와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를 함께 거론하게 되면 중국 위안화는 평가절상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어쩌면 중국이 플라자 합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현재로선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정부는 대중 무역불균형 문제를 환율 부문으로 확대할 움직임이다. ⓒPIC연합
3. 지적재산권 강화로 중국산 경쟁력 추락
세 번째는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공세다. 현재 미국은 중국이 대부분의 시장을 개방했지만 금융, 첨단산업(지적재산) 시장은 여전히 닫아놓고 있는 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기술굴기(技術?起)를 목표로 삼고 있는 분야는 현재 미국이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첨단산업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글로벌 제조강국 대열에 진입한 뒤 2045년 세계 선두권의 제조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정책’을 수립했다.
3월22일 미 USTR은 무역법 301조 보고서를 펴냈는데, 여기에는 중국이 정부 주도로 미국 첨단기술을 어떻게 탈취했는지가 자세하게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경로는 △합작회사를 통한 기술 이전 강요 △해외 특허 라이선스에 의한 차별 규정 △국가 주도의 해외투자로 기술탈취 △해킹을 통한 정보수집 등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첨단 제품에 대대적인 관세를 부과해 중국 정부 스스로가 지적재산권 문제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미국 정부의 요구에 굴복해 자국 산업의 지적재산권 기준을 높일 경우 중국산 제품들은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다. 사상 첫 시가총액 1조 달러를 기록한 애플의 주가가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서다. 중국산 휴대폰의 지적재산권 반영은 반대로 애플에는 매출상승의 긍정적인 요소다.
4. 고유가로 최대 원유수입국 중국 압박
유가 상승을 통한 공세도 전혀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중국의 원유 소비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지만, 수입량은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미국의 입김이 센 중동산 원유 수입량을 줄이고 러시아산을 늘리는 방법으로 중국이 수급 전략을 선회한 것도 미국의 에너지 공세를 막기 위한 포석이다. 하지만 이 역시 유가 상승이라는 파고 앞에는 속수무책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한때 중동국가들과 유가를 놓고 치킨게임을 벌였을 정도로 고유가 파고를 넘는 노하우가 있다. 《앞으로 5년 미중전쟁 시니리오》를 쓴 미래학자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은 중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5. 남중국해 군사충돌·‘하나의 중국’ 원칙 깰 수도
마지막으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다. 무역전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발생할 최악의 수다. 가장 우려스러운 곳은 중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남중국해다. 미국은 남중국해를 통한 중국의 확장정책을 막기 위해 인도를 끌어들였다. 올해 미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확대 개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인도를 태평양과 함께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11월 트럼프의 첫 아시아 순방부터다. 그리고 지난해 말 백악관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는 ‘아시아·태평양’ 대신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동중국해에 위치한 일본령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도 충분히 미·중 간 갈등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 랜드연구소는 최근 미·중 전쟁 예상 시나리오를 분석했는데, 이때 예로 든 곳이 센카쿠열도였다. 중국과 일본의 무력충돌은 미·일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자연스럽게 미국의 참전으로 이어진다는 게 랜드연구소의 주장이다.
중국과의 대결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이라는 카드를 적절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올 3월 미 의회를 통과한 대만여행법에 서명한 것은 미국의 오랜 외교정책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깰 수도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대만여행법은 미국과 대만 정부의 모든 공무원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사실상 대만을 국가로 여기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은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臺北) 내 대만미국협회에 해병대를 주둔시켰다. 군대를 주둔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준 국교수립이나 다름없다. 만약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까지 워싱턴으로 초청하면 ‘하나의 중국’ 원칙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미 의회가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도 쉽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7월27일 미 하원은 내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681억 달러(약 72조원) 늘어난 6581억 달러(약 734조7686억원)로 책정했다. 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보다 184억 달러(약 20조원) 늘려 편성했다. 하원의 증액 편성은 과거 소련과의 군비경쟁을 연상케 한다.
뿐만 아니라 대만과의 군사교류 강화를 골자로 하는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도 통과시켰다. 이로써 미국 군함은 대만 가오슝(高雄)항에 갈 수 있고, 대만 군함 역시 미 하와이항 입항이 가능하다. 이춘근 한국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은 “미국은 현재 공식적으로 해외 동맹국이 45개 국가다. 중국이 부랴부랴 동맹국을 만드는 전략을 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을 따라잡기란 힘들다”고 평가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미국이 우위에 있는 모습이다. 올해 초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했을 때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중국이 미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어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는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늘어난 미국의 재정적자를 중국이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승부는 힘들다는 것이었다. 경우에 따라 중국은 미국 국채 매수를 중단하거나 공격적으로 시장에 매각하는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미 국채 금리가 높아지고, 이 과정에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나 미국에는 이중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가뜩이나 적자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재정적 부담을 안겨줄 것이란 심산이다. 실제로 올해 초 러시아는 자국 알루미늄 수출을 겨냥한 미국의 무역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미 국채를 매각했다. 이 때문에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돌파했다.
그러나 지금, 사정은 달라졌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금융위기 이전 14%가량 미국 국채를 갖고 있었던 중국의 보유량은 8%대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대규모 국채 매도에 나설 경우 금리 급등과 달러화 가치 급락으로 이어질 것을 걱정했었지만 현 상황으로 볼 때 그 정도의 충격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기사에서 “미국 경제가 양호하기 때문에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더 벌일 수 있는 자유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는 올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미국 설문조사에서 공화당지지자들은 대체로 보호무역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트럼프로선 강한 미국 부활을 통한 지지층 결집을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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