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반대 & MB 비리

MB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일취월장7 2018. 3. 22. 11:02

MB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오직 사익만을 추구한 MB에게 ‘사죄’란 없어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1(수) 18:00:00


이명박(MB) 전 대통령만큼 독특한 인물을 찾기도 어렵다. 대한민국 경제가 현대그룹의 성장으로 대표되던 시절, 이른바 월급쟁이에서 시작해 30세 이사, 37세 사장, 45세 회장이라는 유례가 없는 출세 가도를 달리며 대한민국 경제의 신화로 추앙 받던 인물. 반면, 평생 타인을 위한 헌신과 배려보다 오직 사익(私益)만을 추구해 자신과 함께 했던 동료·후배·부하직원으로부터 따가운 질타와 외면, 고발을 당한 처량한 인물. 이명박이라는 이름보다 MB라는 호칭으로 대변되는 그의 등장과 몰락은 대한민국 정치․경제 부문 흑역사의 결정판에 가깝다.

 

1990년대 초반 그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었다. 1970년대부터 현대건설에서 탄탄한 행보를 보이던 그에게 언론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찬사를 보냈다. 1991년 10월에 종영된 KBS 드라마 《야망의 전설》은 이명박이라는 인물에게 신화적인 포장을 덮어씌우는 최적화된 기폭제였다. 드라마에서 시종일관 그는 정의로운 인물이었으며 때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탁월한 리더십을 보유한 경영자였다. 많은 언론사에서 이명박이라는 인물에게 보낸 낯 뜨거운 격찬을 지금도 필자는 잊지 못한다. 이명박 신화의 주역은 사실 8할이 방송과 언론이다. 

 

뇌물수수와 횡령,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1천 844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3월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방지방검찰청에 출석한 가운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뇌물수수와 횡령,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1천 844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3월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방지방검찰청에 출석한 가운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신화의 주역 8할은 방송과 언론

 

2007년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바닥을 치던 무렵, MB는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 개편 등의 성과를 앞세우며 본격적으로 대선에 도전했다. 이 과정에서 나팔수를 자임했던 수많은 교수들과 학자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MB 캠프에 무려 1000명에 육박하는 교수가 집결됐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며 대한민국 경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라고 자임했던 그에게 쓴 소리를 한 학자나 관료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기애로 똘똘 뭉친 인물인 MB를 대통령으로 만든 수많은 학자들 역시 비판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MB는 대선 시절부터 대통령 재임 때까지 줄곧 유권자들에게 ‘경제 대통령’ ‘경제 전문가’임을 자처했지만, 그의 뒤떨어진 시대의식과 부족한 역량은 대한민국 경제를 오히려 후퇴시켰다. 미국 등 선진국이 산업체질을 개선하고 ICT 융합 등 첨단산업에 성장의 포커스를 둔데 비해 대한민국은 오히려 4대강 사업 등 낭비성 토건사업에 국민의 혈세를 투입했고 공급력이 조정되지 않은 수많은 건설업체를 돕기 위해 투기적 부동산 수요를 부추겼다. 부실 건설기업들은 막대한 재정 지원이라는 특혜를 입었고 MB 정부 5년 동안 가계부채는 298조원이 늘어나는 악순환만 거듭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8년 출범과 동시에 이명박 정부는 ‘경제 재도약과 서민 지원을 위한 세제 개편’을 과감히 발표하며 감세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의 재임 기간 5년 동안 중산층과 빈곤층의 조세부담 증가율이 평균 60% 이상 증가한 반면, 최상위 계층은 불과 22%만 증가하며 ‘서민지원’이라는 정책 방향과 모순된 행보를 보였다. 확보된 세금을 사회보장 분야나 건강보건에 투입하는 OECD 선진국과 달리 MB는 철도·도로 등 여전히 토목사업에 국민 세금을 할애하며 첨단기술 개발 등 시대적 방향과 역행하는 수준 미달의 경제 역량을 드러냈다.

  

MB 곁 지켜주는 측근들 누구도 보이지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사익 추구와 관해서는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았다. 그가 틈날 때마다 ‘경제 전문가’라고 주장한 이유는 그의 탐욕에서 비롯된 확실한 사익 추구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추궁하는 혐의만도 현재 20여개에 육박하는데 100억대 뇌물 혐의에 따른 350억 횡령, 수십억 조세포탈 등 민망한 사익 추구가 대부분이다. 매년 자신의 재산이 기형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지켜봤을 MB가 “최고의 경제 전문가”라고 자처한 것은 어쩌면 그에겐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검찰에 소환되는 과정에서도 MB는 일관되게 정치보복을 언급했고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모든 책임과 사태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에게 돌리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도 “역사상 유일하게 기업 돈을 받지 않고 당선된 대통령”,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대통령”이라고 스스로를 칭송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탐욕이 여전히 녹슬지 않았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끊임없이 정치보복을 주장하며 보수층의 결집을 통해 국민을 분열시켜서 진보와 보수의 대결 프레임을 조장함에도 국민들이 냉랭한 심정으로 그의 단죄를 기다리는 이유이다. MB의 탐욕은 사죄를 모르기 때문이다.

 

MB는 대한민국 그 누구보다도 많은 돈을 거머쥐었을지 모르지만, 지금 그의 곁을 지켜주는 측근들은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사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측근도 냉정하게 용도 폐기하는 그의 비열함은 친이(親李) 조직을 모래알처럼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과거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리더를 위해 모든 죄를 뒤집어쓰던 측근들의 모습은 MB에게 보이지 않는다. 측근들은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모든 책임을 ‘MB’에게 돌리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MB 역시 일관되게 모든 책임을 ‘측근’에게 돌리고 있다. 역시 MB, 그리고 MB의 측근답다. 

 

조직학자 버나드(Barnard)는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헌할 의욕을 가진 2인 이상의 사람이 상호 협력하는 집단을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버나드는 이어 ‘사람’이 아닌 ‘가치’에 헌신할 의욕과 열정을 갖는 이들이 모여야 제대로 된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가치’로 모이지 않고 ‘이익’이나 ‘사람’에 의해 모이면 언제든지 그 조직은 모래알이 되고 상호 협력이나 조직으로의 영속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친박’ 못지않은 결속력을 보였던 ‘친이’계가 가치가 아닌 사익·탐욕·MB라는 부적절한 인물을 중심으로 모였기에 ‘친이’계는 애초에 조직이 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결과적으로 MB가 재임한 기간 동안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더욱 확대됐고, 각종 갈등과 이념 논란은 커져나갔다.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 부르며 대한민국을 원망하고 떠나던 시절도 이명박 정부 시기부터였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서적이 유독 국내에서만 열풍을 불기 시작한 시점도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다. 앞에서는 공정사회 구현, 공생 발전, 동반 성장 등을 외치고 친서민 정책, 중소기업 육성 등을 주장하면서 뒤로는 황금만능주의와 자본에 대한 일관된 집착만을 보여준 그의 재임 시절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지우고 싶은 부분이다. 

 

다행히 MB는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게 됐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곧 받게 됐다. MB를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고 그 과정 중에 많은 이들의 희생 역시 뒤따랐다. 다만, 그를 ‘신화의 주역’으로 만들었던 방송과 언론은 아직도 부끄러운 과오를 실토하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의 당선을 돕기 위해 부나방처럼 모였던 사이비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현재 MB를 외면하고 또 다른 정치인들을 향해 줄을 대고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MB와 폭주했던 많은 이들이 그의 소환을 통해 조금 늦더라도 정의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영악한 처세술로 MB는 작게는 기업을 크게는 국민을 속이며 어두운 현대사를 그려나갔다. 그의 멈출 줄 모르는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은 끝내 검찰 앞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MB는 재임 시절 유독 ‘도덕적으로 완벽하다’, ‘부패를 청산해야 한다’, ‘청렴문화의 기틀을 확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심지어 2007년 그는 가훈을 ‘정직’이라고 작성하기도 했다. MB가 구속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도덕적으로 완벽해질 것이고 좀 더 청렴 문화의 기틀을 확립하며 부패를 청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가훈대로 ‘정직’이 이제 MB를 준엄하게 심판해줄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가 기다리는 정의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 뇌물 110억?

검찰이 밝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액수는 110억원이 넘는다. 이 전 대통령은 혐의 전반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했다. 하지만 이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2018년 03월 21일 수요일 제549호

3월14일 오전 9시22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뇌물·횡령·배임 등 20여 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당일 서울 논현동 사저 앞에 지지자들은 모이지 않았고, “이명박을 구속하라”고 외치는 시민들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라는 등의 짧은 메시지만 남기고 검찰 조사에 임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이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다”라고 말했다.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검찰 수사를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과 달리 검찰 수사는 언론 보도로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20여 가지 혐의 가운데 가장 먼저 다스 관련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8월 <시사IN> 보도로 이명박 정부가 다스 자금 140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청와대·외교부 등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제519호 ‘다스의 140억 MB가 빼왔다?’ 커버스토리 참조). 이 전 대통령은 지금도 다스는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시사IN>이 입수한 청와대와 다스가 주고받은 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민간 기업의 자금 회수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 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가 불거졌고 나아가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여서 청와대가 관여했다’는 다스 실소유주 논란까지 다시 불붙었다.

이 전 대통령에게 다스는 모든 의혹의 시작과 끝이다. ‘뫼비우스 띠’처럼 의혹은 다스에서 시작했고, 다스로 귀결되었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전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가족까지 모두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그의 혐의가 점점 늘어갔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공천 헌금 등 돈과 관련된 혐의가 계속 더해졌다(아래 인포그래픽 참조).

불리하면 “조작” “거짓말” “허위 사실”

이 전 대통령은 혐의 전반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했다. 차명 재산 논란, 측근의 자백, 청와대 문건 등에 대해서도 모두 “조작” “거짓말” “허위 사실” 등으로 대응했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은 이런 대응이 피의자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까지도 부인하면, 검찰은 대면 조사 때 굳이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는다. 피의자의 주장을 그대로 조서에 적시한다. 검찰은 대신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구속영장 발부가 필요한 사유로 제시한다.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검찰 조사뿐 아니라 과거 이 전 대통령이 내뱉은 말도 스스로를 옭아맸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도곡동 땅, BBK 다스 의혹이 불거질 때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전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고 반박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의 차명 재산 논란을 공격했다. 주가 조작을 저지른 투자자문회사 BBK를 만든 장본인이 이명박 후보이고, 경제사범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BBK 대표였던 김경준씨는 주가를 조작해 300억원 회사 공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만기 출소했다).

서류상으로는 이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이 자기 명의로 된 도곡동 땅을 팔아 그중 일부를 다스 자본금으로 댔다. 다스는 2000년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 다스는 BBK 실소유주 의혹,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과 연결된다. 2007년 대선 당시에도 ‘광운대 강연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BBK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강연 동영상에는 “요즘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금년 1월달에 비비케이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검찰과 특검 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도곡동 땅이 제3자 소유라는 결론을 냈지만, 정호영 특검은 도곡동 땅이 이상은 회장 소유라고 밝혔다. 특검 수사 결과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자는 혐의를 벗어났다. 2007년 검찰과 특검에서 다스 전·현직 관계자들은 ‘이명박 차명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10년 후 이들은 말을 바꿨다. 김종백·채동영씨 등 다스 전직 관계자들의 ‘내부 고발’이 나왔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다스 전무도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 것’이라는 자술서를 검찰에 냈다. 김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과 현대건설에서부터 함께 일한 최측근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섯 문장으로 된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검찰 조사에 임했다.

핵심 측근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자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 사금고처럼 사용되며 35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에게 우회 승계하려 했다는 의혹이 잇달아 불거졌다.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이동형 다스 부사장까지 자신의 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의 지분이 이명박 전 대통령 것이라고 진술했다. 구속된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이영배 금강 대표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을 관리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자백은 이 전 대통령을 코너로 몰았다. 삼성전자가 다스 소송비 60억원을 대납했다는 추가 혐의를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 소유였던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 지하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또한 이 전 대통령 지시로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자술서를 냈다.

부인·아들·사위·큰형·작은형·조카 전부 공범?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11년 9월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므로 조그마한 흑점을 찍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그는 임기 중에도 검은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받았다고 검찰이 밝힌 뇌물 액수만 110억원이 넘는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관료들은 국가 금고를 사적으로 손댔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대북 공작이나 정보활동비가 아닌 국내 정치 개입이나 대통령 일가의 사적 용도에 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백준·김진모·김희중·장다사로·박재완 등 청와대 핵심 참모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 지시였다고 진술했다. 특수활동비를 김윤옥 여사에게 가져다주었거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썼거나, 불법 여론조사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영포빌딩 지하에 둔 청와대 문건에서 검찰이 새로 확인한 뇌물 혐의도 추가됐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낸 22억5000만원,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이 낸 공천 헌금 4억원, 대보그룹 청탁금 5억원, ABC상사 청탁금 2억원 등이다. 돈을 건넨 이들은 혐의를 인정하고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은 본인과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거짓말 입증을 자신한다. 돈을 걷고 배달하는 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 그룹이 관여했다는 문건까지 확보했다. 이 전 대통령의 둘째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그들이다. 천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지시로 불법 자금 수수에 관여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팔성 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쪽에 건넸다는 22억5000만원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가족 범죄’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맏사위와 부인까지 연루됐다고 검찰은 판단한다. 이팔성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맏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에게 14억5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 중 일부가 김윤옥 여사에게 흘러갔다고 검찰은 본다. 지금까지 검찰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아들·사위·큰형·작은형·조카까지 이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인 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과정에서 공개한 가훈은 ‘정직’이었다.



MB가 겨우 잡범이라니!

[초록發光] 4대강 사업과 환경권

결국 MB가 구속되었다. 사법 정의는 실현된다는 것. 법은 만인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증명한 일이니 다행이고 축하할 일이다. 만인 앞에서 평등한 법 적용만 해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나 내가 보기에 MB는 여전히 잡범이다. 뇌물수수, 조세포탈, 국고손실, 횡령,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십수 가지 죄목이 달렸고 뇌물액도 1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라고는 하지만, 죄의 내용은 여전히 잡스럽다. 한국의 정치인들한테 그리 드물지 않은 경우라 놀랍지 않기도 하거니와, MB의 대역죄 중 10분의 1도 포함되지 않은 죄목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저 너무 크게 자기 이익을 챙긴 사기꾼으로 구속된 것이다.


MB는 많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중 최고는 당연히 4대강 파괴 사업이다. 앞으로 4대강 사업으로 수사 대상이 확대될 수도 있고 MB에게 더 많은 혐의가 부과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에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고발이 안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수사가 안 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건설사 담합, 뇌물, 부실공사 아니면 졸속적인 환경영향평가 같은 절차적 문제들에 대한 것들이었고, MB가 감옥에 갈 정도의 사법적 문제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이상하고도 황당한 일이 아닌가. 100억 원 정도가 아니라 2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국고를 날렸고, 수많은 동식물이 복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희생되었으며, 또 수많은 농민과 어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벙벙하게 차오른 녹조 호수를 보고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는데 말이다.

오로지 개인의 고집으로 4대강을 황폐화 한 MB가 여전히 잡범에 머무르고 있는 법률적 이유로 일단 두 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정책적 판단과 결정 자체에 죄를 묻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핵발전소 건설, 새만금 간척, 국립공원 케이블카 등 이른바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실시되는 사업에 아무런 이의 제기가 어려운 한국의 환경 관련 법제도와 관련이 있다. 형식적인 공청회와 설명회를 거치고 나면, 엄청난 시위나 극한적인 투쟁으로도 되돌리기 어렵고 사후에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불합리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또 하나, 재산상의 피해와 결부되는 구체적인 피해자가 없으면 법률적 침해나 위반으로 인정되지 않는 현재까지의 관련 법과 법철학 또는 법상식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으로 직접 재산권을 침해받은 지주나 농어민에게는 일정한 보상이 주어지기는 해도 사업을 위한 수용 개념이 적용되며, 천성산의 도롱뇽이 법률적 원고가 될 수 없었던 것처럼 쫓겨난 단양 쑥부쟁이나 모래무지는 피해자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4대강 사업으로 수사가 확대된다 하더라도 MB는 여전히 잡범일 것이 거의 확실하다. 관련된 뇌물 액수나 횡령 건수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이 땅과 하천, 동식물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상흔을 남긴 사업 자체는 그대로 합법적인 것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 개헌이 있다. 조금만 비약을 해서, 만인 앞에서만 평등한 게 아니라 만물 앞에서도 평등한 헌법과 법률이라면 어떠할까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미 그런 논의와 사례들이 있다. 2009년에 작고한 생태신학자 토마스 베리는 모든 권리는 실은 인류에게 부여된 것이고 다른 형태의 비인간적 존재들은 인간에게 도움이 될 때만 고려된다는 문제를 숙고하며 '지구법(Earth jurisprudence)'을 주창했다. 지구법의 문제의식은 21세기에 와서 여러 지역에서 실제로 입법에 반영되고 있다.  


미국 뉴햄프셔 주의 반스테드 마을은 "자연 공동체와 생태계는 반스테드 마을 안에서 존재하고 번영할 수 있는, 빼앗을 수 없는 근본적인 권리를 갖는다. 생태계는 습지, 개천, 강, 대수층, 기타 물 시스템을 포함하지만, 이에 제한되지도 않을 것이다"라는 구절을 담는 조례를 제정했고, 다른 지역들에서도 유사한 결의들이 채택되었다. 이런 조례들은 자연 자체에 권리를 부여하고, 인간의 재산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2008년의 에쿠아도르 헌법은 지구법의 아이디어를 더 큰 범위에서 보다 일반적인 형태로 담아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 헌법의 7장은 자연의 권리에 할애되어 있는데, 자연 또는 파챠마마(어머니 지구)는 그 존재에 대해 포괄적으로 존중받을 권리를 가지며 모든 사람, 공동체, 인민과 국가는 자연의 권리를 위해 공권력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자연은 복원될 권리를 가지며 이러한 복원은 영향 받은 자연 생태계에 의존하는 개인과 공동체에 대하여 국가와 자연인 또는 법인이 보상할 의무와 별개의 것이라는 점, 그리고 국가는 종의 절멸, 생태계의 파괴 및 자연적 순환의 불가역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활동들에 대하여 예방하고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도 포함되었다.  

이런 내용이 우리 헌법에 있었다면 4대강 사업의 계획 단계에서 위헌임을 지적할 수 있었을 것이고 지금까지 복원(재자연화)을 미루고 있는 것 역시 위헌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국책사업으로 이루어지는 토건 사업의 입안 자체가 더욱 신중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며칠 전 청와대에서 발표한 개헌안에 과거보다 진일보한 생명권과 환경권이 명시되었다고 보도되고 있다. 단지 공해 문제에 대처하는 환경 개념에서 국민의 기본권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개헌안이 '녹색 개헌'이라 평가될 정도로 전향적인 것인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대통령 개헌안은 "자연과의 공존 속에서 우리들과 미래 세대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37조와 38조에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지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 그리고 국가와 국민은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보호해야 하고 국가는 동물 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동물 보호가 헌법에 명시된 것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역시나 중심에는 사람이 있는 논리와 맥락이다.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가 지난 연말에 국회에 제출한 자문안에 인간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함께 누릴 권리를 제기한 것에 비하면 기조를 다소 완화하고 대신에 동물 보호를 덧붙인 것으로 읽힌다.

어쨌든 개헌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이제 시작이고, 헌법에서의 변화 또는 개헌 과정에서의 논의들 모두가 이후 환경관련 법률과 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 만큼 지금이라도 더욱 과감한 구상과 제안이 의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좋은 개헌과 법률 개정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MB에게 다시 응분의 죄를 묻는 것은 불소급의 원칙 때문에 통탄스럽게도 불가능하겠지만, 4대강 사업을 헌법과 법률로 막을 수 없었던 일은 역사에 마지막이 되어야 할 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