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30년 만의 개헌, 헌법 전문에 담겨야 할 네 글자

일취월장7 2018. 3. 14. 16:38

30년 만의 개헌, 헌법 전문에 담겨야 할 네 글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2018 복지국가 헌법을 기대한다


요즘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이후 정권마다 개헌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이전의 개헌 논의가 어느 일방의 정치적 상황에서 간을 보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개헌 논의는 2017년 대선 당시 모든 후보들의 주장이었고 시대적 여망에 따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재까지의 상황에서 아쉬운 점이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개헌안 발의가 대통령에 의할 가능성이다. 대통령의 발의가 법적으로 하자는 없으나, 입법부의 정체성과 국민 참여에 좀 더 가치를 둔다면 국회는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부분 개헌이나 순차적 개헌에 대한 걱정이다. 논의 초기이기에 큰 이슈만 드러나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권력 관계 중심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이다. 제왕적 대통령 경험의 반작용으로 이해되지만, 30년 만의 개헌이라면 포괄적 개헌을 적극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1952년부터 1980년까지 여덟 차례 개헌은 권력자의 정권욕과 혼란기 임시적 암흑의 역사였다. 개헌 역사에서 그나마 국민의 의지가 담긴 것은 1987년 9차 개헌이다. 작금의 개헌 논의가 대통령의 권력 과점에서 비롯되었다 하여 그 점에만 집중하는 것은 큰 일(시대 과업)을 외면한 채 작은 일에 집착하는 어리석음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검토할 개헌안을 준비 중인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10차 개헌 과제는 온전한 민주주의 완성 

1987년 개헌을 민주헌법이라 하지만, 이는 3선 개헌과 유신헌법과 8차 개헌의 반민주 요소를 거두어냈을 뿐이다. 이번 10차 개헌은 반민주를 넘어 민주주의 완성이 과제이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 3대 요소로 구성되는데 1987년 헌법은 정치적 민주주의에 한정되었고 그나마 절차적 (정치적) 민주주의 형태 구성에 자족하였다. 때문에 미완성의 정치적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법(비례 선거제)을 장치하고 경제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민주주의까지 이참에 담아내야 한다. 그것이 지난 30년을 기다려온 결실이고, 작금 우리 사회 병폐(경제 양극화, 헬조선)를 치유하는 길이고, 미래 우리나라의 비전(대동사회, 웰조선)이 될 것이다.  

개헌이 되어도 변치 않을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하지만 이에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직접 민주주의 가치인 헌법 제1조 정신을 구현하는 비례선거제도는 실질적인 정치적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지름길이다. 

경제 민주화라 통칭되는 경제 민주주의는 "1주식 1표"를 "1인 1표"로 경제보통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경제적 부를 개인의 부로 남기지 않고 사회적 부로 공유하는 분배 체제 수립이다. 경제 단위들이 거대 단위에 흡수되거나 소멸되지 않고 각각의 경제 단위가 경제 주체로 공존하는 공생의 경제 도덕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이름으로 이 숙제를 미루어 왔거나 아예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국가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란 책까지 나오게 되었고, "같이 좀 먹고 살자"란 말이 강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지구에서 두 번째로 불평등한 나라에서 경제민주화의 끈을 헌법 제119조 제2항 하나에만 목을 매는 것은 너무 위험하지 않나?

30년 만의 개헌은 국가 규범을 바꾸는 포괄 개헌이어야

사회적 민주주의는 사회구성원인 국민 각자가 사회적 관계 안에서 하나의 주체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호받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우리 국민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교육권-노동권-주거권-건강권-노후소득보장권"의 사회권 보장보다는 개인과 가족의 "교육 투자력, 취업 경쟁력, 부동산 투기 능력, 실손보험 등의 건강 관리 능력, 노후자금력" 등의 각자도생 능력이 현실의 문제이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주체적 존엄함을 유지할 수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사회권 보장 수준으로 가늠하는 사회적 민주주의 수준은 높은 세금과 높은 복지의 선순환 구조이지만, 우리는 저부담 저복지에서 중부담 중복지로 이행하는 단계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저출산은 출산지원금이 미흡해서가 아니라 생애 전반의 삶의 질에 대한 불확실성이 원임임을 알아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헬조선에서 벗어나 웰조선으로 가는 사회연대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개헌 논의가 시작되었기에 대통령이든 국회든 개헌 사유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개헌의 범위도 공론화해야한다.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거나 분산하는 정도인지, 권력 관계 전반에 걸친 개헌인지, 국민의 기본권까지 전반을 포괄하는 범위인지를.

필자는 앞서 말했듯이, 지난 30년의 경험을 교훈삼아 앞으로의 30년을 설계하는 시점이라면 포괄적 개헌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그것은 "완전한 민주주의의 실현"과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국가가 보장"하는 개헌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을 자국민이 '헬조선'이라고 자조하는 현실에서 권력관계에 집중된 개헌에 그친다면 매우 부끄럽고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일이다.

민주헌법 다음의 복지국가헌법

때문에 대한민국 21세기 비전을 담을 10차 개헌에서 전문의 철학과 내용이 특히 중요하다.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 정부의 역사와 현재의 원칙과 미래의 지향을 천명한다. 현재의 원칙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의, 인권, 평등, 연대, 민주주의"의 규범의 밝힘이다. 미래의 지향은 국민 대부분이 자본과 경쟁의 노예가 되는 각자도생 시대를 마감하고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행복한 사회연대 시대의 방향이다.  

이러한 연대기적 정리는 우리나라가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를 거쳐 민주국가 초기 단계에서 "그 다음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 지점이다. 때문에 개헌은 특정 정치 세력이 독점하여 추진할 일이 아니다. 다행히 '국민개헌네트워크' 등의 시민들이 나서고 있고 정부 또한 '국민헌법'이란 이름으로 국민의 소리를 듣고자 하지만,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 개헌 절차를 적극적 거버넌스(協治, 治理, 共治)로 풀어야 한다.  

국민들의 목소리가 "대동사회, 인권국가, 복지국가"로 모인다면, 그것을 헌법 전문에 기록해야 한다. 때가 되어 정권이 바뀌어도 권력자들은 헌법 전문 정신을 받들어 "대동사회, 인권국가, 복지국가" 목표를 자신의 소명으로 여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헌법은 법전의 유물이 아니고 국민 삶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이번 개헌이 국민의 삶을 바꾸는 헌법으로의 거듭남이라면 헌법 전문에 '복지국가' 네 글자가 명시되는 것은 당위이다. 이제 우리는 1987년 민주헌법 다음의 2018년 복지국가 헌법을 기다린다.  



개헌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언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개헌,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가
2018.03.13 15:13:00

이 시기 개헌은 민주주의의 보루인 헌법질서를 보다 공고히 할 필요뿐 아니라 촛불의 완성과 제도화라는 의미에서도 시대적 핵심과제이다. 정치권 역시 지난 대선에서 이미 이번 지방선거시 까지 개헌을 하기로 국민과 약속한 바 있으나, 정치적 무능과 무책임으로 규정되는 우리 정치 현실은 실제 개헌의 성사를 가로막고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이 경주되고 있으나 현실적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돌파구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녹록치 않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순차개헌, 최소개헌 등 가능한 다양한 방안을 가지고 합의의 가능성을 높여야 할 것이고, 주권자들은 개헌을 정치권에 맡겨 놓기보다는 직접 압력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여야 한다. 나아가 지방선거 동시 개헌의 성패와 무관하게 (실패할 경우에는 더더욱)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미래를 위한 새로운 헌정질서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   

2017년 한 해 동안 국회 내부에서 머물던 개헌논의가 금년 초 대통령 담화를 기점으로 정부 주도로 바뀌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그와 함께 시민사회와 지식인 사회도 일정부분 탄력을 받아 각 단위의 개헌안이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에 제출되는 등 개헌 성사를 위한 논의와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개헌논의는 촛불 이전에 산발적으로 그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현재의 헌법질서가 민주주의의 수호기능을 하는데 있어 미흡하다는 것을 지난 10년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현행 헌법은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훌륭한 복원력을 보여줌으로써 그 가치를 보여주었지만,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는 점이나 고착되어버린 정치 지형을 바꿔내지 못하고 그에 따라 일상시기 민주주의 퇴영을 방지하지 못한 지점은 국민들로 하여금 헌법을 바꿔보자는 생각을 갖게 하였고 이는 촛불 정국을 통과하면서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결국 헌법을 보다 민주적이고 주권자친화적으로 개혁하는 것은 촛불 민심의 제도화이고 그 완성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국제기준에 미흡하였던 기본권조항을 인권감수성과 진전된 국제적 기준에 터 잡아 튼실하게 만드는 작업이나, 분단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실제적 기반을 만드는 작업 등도 헌법 개정을 미룰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헌의 내용과 시기에 대한 여야 합의 가능성 

현실 정파 모두 (적어도 구두상으로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하여 동감을 표하고 있고 지난 대선 당시 그 시기까지도 합의한 바 있으니 현실적인 개헌 가능성도 지난 30년 이래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개헌의 성사가능성에 대하여는 대통령과 각 정파의 공약인 6월 지방선거 시기 뿐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기 힘들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일 듯하다. 현 대통령 뿐 아니라 각 당의 후보 모두가 동의하기도 한 개헌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공약시한이 불과 3개월 밖에 안 남은 이 시기까지도 불투명한 것은 한국 정치의 비효율성과 부정직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또한 지금의 논의지체현상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이며 하나로 단순화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먼저 현행제도상 합의에 의한 개헌이 성사되기 힘든 구조를 들 수 있다. 알다시피 우리 헌법은 성문헌법이자 최고법규를 너무 쉽게 바꾸는 것을 곤란하게 만든 경성헌법체계이다.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의 발의와 2/3의 찬성을 요구하는 헌법개정 정족수는 현재 의석비율에 따르면 주요 정파 모두의 동의를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구조이다. 그런데 87년 현행헌법으로 개정된 후 원내 제1당이 2/3는 고사하고 60%를 넘게 차지한 적이 없고, 현재 제 1당의 의석비율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개헌의 필요성 뿐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하여도 각 정파간에 의견 일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공약자체는 힘을 잃기 십상이다.

나아가 합의제 정신이 구현되기 보다는 모든 사안이 정치적 이해로 얽혀 상대정파의 실패가 곧 우리정파의 성공이 되고, 역으로 상대의 성공은 나의 실패가 되는 제로섬게임이 횡행하는 우리 정치문화의 문제가 엄격한 정족수 규정과 맞물려 개헌의 가능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더구나 현 정부 출범 이래 제1야당의 정치행태는 이러한 질곡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대선, 총선, 지선이 각각 그 임기와 선거시기가 달라, 전국단위 선거가 교차하여 거의 매해 치러지는 상황에서 선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정파 간 유불리에 따라 개헌을 단기적 관점에서 사고할 경우 합의의 가능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이러한 요소가 얽히고설키면서 겉으로는 상당부분 합의에 이른 것처럼 보이는 개헌이 현실화되기 힘든 상황을 낳고 있다. 

총론에 묻혀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문제도 있다. 권력구조 등 첨예하게 갈라선 문제 뿐 아니라, 합의가 된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기본권 부분도 실제 그 합의가 상당부분 겉으로만 된 것이지, 내적으로는 동의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이다. 국회 개헌 특위에서 여야간, 그리고 자문위원 그룹 사이에서 장기간 토론한 결과로 만들어진 내용 역시 개헌내용이 확정될 시기에 이르면 다시금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논의 내용에 대하여 일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된 내용과 이에 대해 취했던 각 정당의 태도를 보건대 합의되었다고 보도된 부분도 과연 실제 그러한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와 그 성사 가능성  

이처럼 국회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대통령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국회 논의를 재촉하는 한편 연초부터 또 다른 발의 경로인 대통령 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실제 2월부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통령 발의안에 대한 구체적 준비에 착수하였다.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을 역산해 보면 늦어도 3월 하순 경에는 헌법안 마련이 이루어지고 발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 과반수에 의한 발의가 이루어지면 20일 이상 기간을 정하여 공고를 한 다음에 국회에서 표결로 개헌안을 통과시킬 경우에 한하여 국민투표 절차로 가게 된다. 현재의 여야 구성과 국회 논의 상황을 보면 국회의원 과반수의 발의보다 대통령의 발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의결정족수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에 제 3당들의 협조가 있다하더라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투표나 불참의 경우 국회통과 가능성도 거의 없다할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개헌안의 발의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지금까지 일부 그룹에서의 논의에 머물렀던 개헌 담론을 현실적, 제도적 논의 단계로 구체화하는 것이고, 당장 개헌이 현실화되지 않아도 주요한 정치적, 사회적 쟁점으로 공식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이번에 제출될 개헌안의 내용은 향후 헌법이라는 공동체의 근본 규범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이끌어갈 논의 기준점이 될 것이며, 이는 제1야당에게도 무작정 반대하거나 마냥 미루기만 할 수 없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개헌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언  
     
물론 정부와 여당이 자유한국당이 바라는 내용으로 특히 권력구조에 대한 부분을 수용한다면 개헌이 이루어지겠지만,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듯이 이는 가능하지도 않고 민의에 합치하지도 않는다. 자유한국당의 민심에 대한 무관심(?)이 바뀌기 힘들다는 것도 냉정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개헌 논의 자체를 꺼내지도 말자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힘들어도 꾸준히 헌법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바꿔나가고 고쳐 나갈 것인가에 대해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개헌은 향후에도 우리 민주주의의 발전의 계기이자 결과물일 것임은 변함이 없을 것이고, 어느 시기 정부의 정략에 의한 한 번의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헌을 최종 완성물로 보기보다는 긴 과정의 첫걸음으로 이해하고 이를 순차적으로 현실화한다는 긴 호흡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개헌안에 대한 국회, 국민의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소개헌, 순차개헌의 방안을 고민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참여를 높여 나가도록 하여야 한다. 정치권을 탓하고 현재의 정치 지형이 개헌을 어렵게 한다고 비판하기 전에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단순한 동의 수준을 넘어선 개헌의 시급성과 절실함이 국민 의식 전반으로 더 퍼져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압박을 느낀 정치권 전반이 여야를 막론하고 이에 조응하여 나갈 것이다. 정치권 내부의 소통과 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결국 촛불과 같은 국민의 직접 행동과 압력만이 이를 타개해 나갈 수 있다. 시민사회와 지식인 사회 역시 정치권을 향한 공중전 이상으로 주권자들이 주인으로 나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데 힘을 합해야 한다. 

지방 선거 이후의 개헌 

우리 헌법 개정의 역사는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기존 헌정질서 안에서의 개헌이 아닌 비상 개헌으로, 합의에 따른 개헌보다는 집권자의 일방적인 개헌으로, 국민의 참여보다는 정치세력만에 의한 개헌으로 이루어져왔고, 개개 조항의 필요성에 대한 숙의에 기초하기 보다는 일괄적, 포괄적 개헌으로 이어져 왔다. 이번 개헌과정은 이런 비정상의 헌법개정사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번 개헌논의는 지방선거시까지 노력을 하여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시까지 개헌 가능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한편, 결국 성사가 되지 않더라도 향후 보다 더 진전된 개헌이 성사될 수 잇도록 논의기초를 다지고 지속성을 가지게 하는데도 또 하나의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의회 역시 지방선거 이후 개헌을 지나간 의제로 치부하여서는 결코 안될 것이고, 민간영역 역시 규범으로서의 헌법 개정에 매몰되지 말고, 사회적 의제의 확인과 타협과 합의의 결과물 도출을 위한 공론장을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설령 개헌이 이루어진다하여도 지극히 제한적 합의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현실조건에서 보면,  이후의 보완과 개선을 위해서라도 헌법개정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

정초적 상황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중 하나의 징표로 최근 들어 개헌이 불가능해진 정치현실을 들기도 한다, 반면 스위스나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는 자주 헌법조항을 일부씩 바꾸어 나감으로써 새로운 인권개념을 헌법에 들이고 이를 사회 규범화하는 등으로 공동체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고 각 구성원 간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지금은 우리사회의 헌정질서를 어느 방향으로 설계할지를 정하는 정초적 상황이다.


"'촛불정신'엔 국민주권의 보편성이 내재한다"
[기고] <중앙>의 '최장집 인터뷰'에 대한 반론
2018.03.14 14:51:51
최근 〈중앙일보〉에 실린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의 인터뷰를 읽었다. 최 교수는 이 인터뷰에서 촛불집회로 인해 치러진 조기대선의 결과로 진보일색인 걸 근심하고, 대통령제의 폐단을 지적하며, 의회중심제를 예찬하고, 대통령의 개헌드라이브를 비판하며, 촛불정신을 헌법전문에 싣는 걸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관련 인터뷰 : 진보 거두 최장집 “문 대통령 제왕적 아니지만, 구조적으로 제왕 될 위험”)


진보진영의 지지자로서 나는 최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의 발언들에 대해 반박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우선 인터뷰 내용 중 조기대선의 결과 진보 일색의 환경이 조성됐고 이는 잠재적 위험이자 걱정의 대상이라는 대목을 직접 인용한다.  


"그렇다.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촛불집회는 여기까지가 좋은 포인트였다. 문제는 그 이후다. 보수 정당과 보수 세력이 붕괴하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 출범했을 때 힘의 구조가 지나치게 불균형해졌다. 좋은 보수 세력과 협치해야 사려 깊게 정부를 운영할 수 있다. 진보 일색, 진보가 압도하는 환경은 잠재적 위험이자 걱정의 대상, 우려의 대상이다." 


나는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최 교수는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만든 이명박근혜 정부 9년을 낳은 지금의 자유한국당 등 일부 보수세력의 몰락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것인가? 좋은 세력과의 협치는 옳은 지적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협치할 좋은 보수세력이 정치적으로 유의미하게 존재하는지 되묻고 싶다. 


나는 최 교수의 대통령제에 대한 반감과 의회중심제에 대한 선호도 이론적으로는 적합할지 모르나, 현재 한국 정치 상황에서는 현실적합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제어하는 분권형 개헌을 해야 한다. 대통령제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한다고 해도 여전히 대통령이 강하다. 가령 미국은 의회가 강하고, 정당도 제대로 정립돼 정치적 역할을 하며, 사법부도 강하다. 그런데도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트럼프 현상이 그 결과의 하나다. 한국은 입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사법부가 너무 취약하다. 정치학적 용어로 전제정(專制政·독재)화할 수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야만 겨우 대통령의 권력을 제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구조를 그냥 두고 4년 중임으로 바꾼다? 임기가 8년으로 연장되는 효과밖에 없다. 차라리 현행 5년 단임제가 더 낫다. ‘대통령이 아무리 강할지라도 그 임기는 끝나게 돼 있다’는 믿음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온 1등 공신이다. 저는 여러 면에서 의회 중심제를 선호한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가 발전한 곳은 모두가 의회 중심주의를 택하고 있다. 더 민주주의에 가까운 제도다." 


이명박근혜가 저지른 온갖 만행과 패악질이 대통령제 때문일까? 아니다. 최장집 교수는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수렴될 수 밖에 없다는 전제를 너무 강하게 의식하는 것 같다. 지금의 입법부가 대통령을 견제할 수 없을 만큼 약하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자유한국당 등의 야당이 단결해 몽니를 부리면 변변한 입법조차 어려운 게 현실 아닌가?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 사법부는 '사법의 정치화'를 우려할만큼 힘이 세지 않나? 이명박근혜 시대에 보였던 대통령의 입법 및 사법에 대한 우위는 헌법과 법률을 무시해 권한을 남용했던 대통령과 그런 대통령에게 기꺼이 유착한 입법부 및 사법부 구성원들의 잘못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이 보이는 행태를 보면 유권자 입장에서 의회중심제가 과연 민의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제도인지 의문이 든다. 선거법 등 다른 제도적 보완이 우선되고 국회의원들의 능력과 자질이 향상되어야 의회중심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자칫 의회중심제가 오히려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드라이브를 건 건 개헌을 약속했던 야당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비판은 선후가 혼동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촛불정신'을 헌법전문에 넣으면 안 된다는 최 교수의 주장은 정말 동의하기 어렵다. 최 교수는 촛불시위에 보편성이 없다고 말하며 "보수고 진보고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원리가 들어가야지 쟁점이 되는 사건을 나열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촛불시위가 보편성이 없다고 말하지만 촛불시위는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구한 평화적 혁명으로 세계가 상찬하고 있다. 나는 촛불시위에는 국민주권, 평화적 권력교체 등의 보편성이 내재한다고 생각하지, 최 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쟁점이 되는 사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최 교수의 인터뷰 중 동의하는 내용은 비례대표제 위주의 선거제도 개편 정도 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