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소수도 당당한 나라로 심블리가 간다 - 대한민국 군대의 주적은 국방부

일취월장7 2017. 6. 24. 10:48

소수도 당당한 나라로 심블리가 간다

대선이 끝났지만 심상정 의원은 여전히 바쁘다. 대선 때 지지했던 이들이나 정의당에 호감을 보이는 이들을 찾아가는 ‘약속 투어’를 진행하며 전국을 누비고 있다.

이숙이 기자 sook@sisain.co.kr 2017년 06월 22일 목요일 제509호

당분간 여성이 목소리를 높이기 힘들 거라는 기류가 확산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자 대통령을 뽑았다는 자부심도 잠시, 대통령과 비선 실세 두 여성이 대한민국을 ‘말아먹은’ 정황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다.

다행히 새로운 여성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거대 정당의 남성 후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제1야당의 여성 대표는 정당 중심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자기 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그렇게 대통령 자리에 오른 새 대통령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외교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여성을 지명하며 양적·질적으로 여성 리더십 키우기에 나섰다.

여성 리더십을 재조명하기에 딱 좋은 때다. 2주에 한 번꼴로 대한민국의 ‘센 언니’들을 <시사IN>이 만난다. 정치 영역에서 먼저 시작한다.


ⓒ시사IN 신선영
심상정 의원은 정의당이 유력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정의당의 비전을 구체적인 법과 정책의 형태로 내놓는 것, 당의 인적·물적 토대를 넓히는 것, 이것이 가능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혹시 채식하시는 분 있으세요?” 인터뷰가 잡힌 날 아침 심상정 의원실에서 문자가 왔다. 바쁜 일정 사이 도시락 점심을 함께 먹으며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동석하는 기자 중에 혹시 채식주의자가 있는지 물어온 것이다. 정치인과 밥 자리 메뉴를 정하면서, 그것도 도시락을 주문하면서 채식주의자 여부를 ‘질문당한’ 건 처음이다. “섬세하군요”라고 답 문자를 보내며 생각했다. “역시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이 남다르군!”

소수와 약자를 대변한다는 건 심상정과 정의당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다. 그러나 ‘다수결’과 ‘승자 독식’이 위력을 발휘하는 정치의 문법에서는 종종 약한 고리로 작동한다. 대권은 고사하고 국회의원 당선에도 걸림돌이 된 게 여러 번이다. 18대 총선 때 성 소수자를 진보신당 후보로 서울 종로에 공천했다가 곤욕을 치른 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목사 80여 명이 진보신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그를 찾아와 “종로 공천만 철회하면 (당신은) 당선시켜주겠다”라고 회유했다. 지역 표심에 개신교계가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아는 처지에서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당 대표라도 다른 지역 공천을 좌우할 권한이 없다”라며 거부했고, 결국 일산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떨어졌다. 전후 사정을 아는 지인들은 “왜 이리 어려운 진보 정당을 하느냐” “다수를 대변해야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 따위 걱정도 하고 핀잔도 주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도 그는 초반에 언론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당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촛불 민심과 소통하고 박근혜 탄핵에 기여했지만 그 결과 치러지는 대선에서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왕따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어렵사리 참여한 텔레비전 토론에서 ‘대박’을 터뜨렸고 단박에 호감 가는 정치인 리더 반열에 올랐다. 비록 기대했던 두 자릿수 득표율을 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역대 진보 정당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6.2%)을 기록했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높이 평가할 만한 대목은 “박근혜 탄핵을 계기로 당분간 여성이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 쉽지 않겠다”라는 세간의 인식을 뒤집었다는 점이다. <시사IN>이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여성 리더십을 다룰 ‘센 언니가 간다’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심상정을 호명한 이유다. 7개 열쇳말로 그를 분석했다.

ⓒ유튜브 갈무리
지난 대선 당시 심상정 후보 캠프는 노동절에 ‘떼인 돈 받아주겠다’고 약속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왕따’ 지금이야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지만,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심상정의 인물 됨됨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마터면 그 상태로 대선을 치를 뻔했다. 지난 대선에서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텔레비전 토론의 초청 대상은 국회의원 5인 이상이 소속된 정당의 후보 또는 직전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 득표율 3% 이상을 받은 정당의 후보였다. 그런데 자체 텔레비전 토론을 기획한 KBS에서는 국회의원 10인 이상 또는 직전 비례대표 국회의원 득표율 10% 이상을 받은 정당으로 기준을 확 높였다. 유승민 후보는 원내교섭단체 소속이라 가능했지만, 심상정 후보는 자격 미달이었다. 한번 기준이 정해지면 다른 방송사에서도 배제될 판이었다. 정의당은 물론이고 시민사회계가 들끓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심상정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청원운동이 벌어졌고 결국 KBS가 손을 들었다. 심 의원은 “공정이 핵심 화두인 요즘 불공정의 원형이 정치다. 내가 이렇게 왕따를 당하는데 이 땅의 수많은 흙수저들은 얼마나 더 큰 고통을 당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버텼다. 내가 포기하면, 우리 사회의 수많은 왕따가 희망을 잃는다는 우려가 컸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민의 힘으로 텔레비전 토론에 참여하게 된 심상정은 잘 다듬어진 정책과 송곳 같은 질문, 당당한 태도로 ‘토론을 가장 잘한 후보’에 연거푸 꼽혔다. 대선 이후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엄청 늘었다. 특히 초등학생들까지 ‘야 심상정이다’라며 사인을 요청하는 건 순전히 텔레비전 토론 덕이다. 마트에서, 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보며 씩 웃어주는 아이들을 보며 심 의원은 간절하게 소망한다. “투표 연령을 얼른 낮춰야 할 텐데….”

‘심블리’ 진보 정당 후보에게는 으레 ‘과격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따라다닌다. 2012년 대선 때 “당신 떨어뜨리려 나왔다”라며 박근혜 후보를 몰아붙이던 이정희 당시 통진당 후보는 한편으로 시원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보수적인 유권자들에게는 ‘과격하다’는 선입견을 더욱 강화시킨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대선 초반 정의당 내부는 지레 위축된 기색이 역력했다. 이를테면 당의 정책자문단에서 제시한 슬로건은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정의로운 대한민국 건설’이었다. 심 의원이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제안했지만 급진적으로 들리지 않겠느냐며 당 내부에서 말렸다. 하지만 심 의원은 “‘노동이 당당한 나라’는 곧 ‘삶이 당당한 나라’라는 얘기다. 국민 삶을 당당하게 만들겠다는 국가 비전이 뭐가 과격하냐”라며 고집했고 텔레비전 토론에서는 이를 국민 감수성에 맞닿게 설명하느라 애썼다. “육체노동 하는 사람은 도지사보다 월급을 더 받으면 안 된다는 얘기냐”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 간 설전을 보다 못해 1분 찬스까지 쓰며 한 동성애 발언도 마찬가지다.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개인의 정체성입니다. 저는 이성애자이지만 성 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입니다”라는 심상정의 호소는 동성애 찬반 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이냐를 제시해 많은 이의 공감을 샀다.

텔레비전 토론 사이사이 예능 프로그램이나 방송 광고에 나가서는 원 없이 ‘망가졌다’. 20대 당원이 대다수인 홍보팀의 요구대로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엽기적인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해서 25년간의 노동운동과 9년간의 수배 생활 등을 거치며 ‘철의 여인’으로 각인됐던 심상정은 ‘심블리’와 ‘심크러시’, ‘2초 김고은’으로 거듭났다. 요즘 국회의원들을 소개하는 공식 앱에 들어가 보면 심 의원의 취미와 특기란에 ‘매력 발산’이라고 적혀 있다.

‘지못미’ 5월9일 대선 당일 저녁 8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심 의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기대보다 예측치가 낮았다. 선거 막판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그는 사표(死票)론에 시달렸다. 그 표정을 지켜본 시민들이 정의당에 하룻밤 사이 3억원 가까운 후원금을 보내왔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후원금이었다. “처음부터 사무총장에게 빚지는 선거는 안 된다며 나도 당도 갚을 능력이 없으니 없으면 쓰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래서 유급 운동원도 안 쓰고 브로슈어도 8쪽짜리로 만들었다. 빚보다는 당원들의 실망이 컸는데 국민들이 그 아쉬움을 보듬어줘서 다 상쇄가 됐다.”

심 의원은 이번 대선이 정의당의 가능성을 확인한 선거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진보 정치가 실패를 거듭하면서 당원들이 절로 위축되고 과연 대선 같은 큰 게임을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까 겁먹곤 했는데, 이번 대선을 거치며 ‘노동이 당당한 나라’ 같은 진보의 가치가 일반 국민에게도 먹히는구나, 진보 정당 후보가 완주해도 ‘죽일 놈’이 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실제로 본선 시작과 함께 연차 쓰고 월차 쓰고 특별당비 내며 선거운동에 나선 정의당 당원들은 이번처럼 신나는 선거는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시사IN 조남진
5월26일 심상정 의원이 숙명여대에서 ‘약속 투어’를 진행하며 여성, 청년, 성 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대학생들과 토론하고 있다.

‘어음’ 거리에서, 상점에서 만나는 시민들은 대선이 한참 지났는데도 “텔레비전 토론 잘 봤다” “재미있었다”라며 호감을 표한다. 심 의원은 이를 국민이 준 ‘어음’이라고 여긴다. 언젠가는 ‘현찰(지지)’로 바꿀 수 있는, 그 어음이 얼마나 가치 있을지는 정의당 하기에 달렸다. 현찰로 바꾸기에 가장 적절한 타이밍은 2020년 총선이다. 2020년 총선은 촛불 민심이 대통령을 바꾸는 정권교체로 역할을 다할 것이냐, 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국회를 바꾸는 쪽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선거다. 다음 총선에서 국회가 개혁된다면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초 선거(founding election)’가 될 것이다. 심 의원은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정의당이 군소 정당의 시대는 벗어나게 됐다. 2020년 총선에서 제1야당을 목표로 뛰어 유력 정당으로 도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력 정당은 최소한 원내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지난 대선 때 제시된 정의당의 비전을 좀 더 구체적인 법과 정책의 형태로 내놓는 것이다. 둘째, 지금 당세가 너무 약하니 당의 인적·물적 토대를 획기적으로 넓히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불출마’ 심상정 의원은 오는 7월 치르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의당에도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고 더 많은 간판급 스타들을 키워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에서다. 사실 그에게 확고한 권력의지가 생긴 건 통진당 사태 이후다. 그 전에는 골수 노동운동가였고, 2004년 국회에 입성하고는 유능한 국회의원으로 인정받는 정도가 목표였다. 하지만 통진당 사태 이후 정치를 계속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심하다 정치는 결국 책임을 지는 것이고 자신이 추구한 진보 정치의 꿈을 실현하려면 확고한 권력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정의당을 만들고 당 대표를 맡아 몸을 갈았다.

이 과정에서 심 의원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당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과거 진보 정당은 경기동부연합이니, 인천연합이니, 참여계니 하는 식으로 특정 계파의 영향력에 좌우되거나 소규모 모임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어느 한 계파의 사건이 터지면 당 전체가 ‘한 방에 훅 가는’ 모순을 되풀이했다. 그래서 당과 국회의원이 따로 놀던 방식을 바꾸어 의원들이 당 회의에 참석하도록 하고, 국회의원들을 당이 만든 미래정책 내각의 책임자로 앉혀 분야별로 정부를 상대하는 전문성을 키우도록 하고, 시도당만 크고 지역위원회는 취약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지역위원회에도 당비가 내려가는 회계 구조를 만들고, 연수원을 만들어 신입 당원과 간부 교육이 365일 돌아가게 하는 등 말 그대로 꼴을 갖춘 정당을 만들고자 애썼다.

‘약속 투어’
대선 이후 심 의원은 지방 출장이 부쩍 잦아졌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 어느 곳이든 부르면 달려간다. 대선 때 지지했던 이들, 중앙선거에 매여 직접 만나지 못했던 이들, 정의당에 호감을 보이는 이들을 찾아가 지난 대선을 복기해보고 정의당의 가능성 등을 얘기하는, 이름하여 약속 투어다. 대선 직후 바로 시작했는데 요즘은 하도 요청이 많아 대학이나 당의 지역협의회를 통해 들어오는 요청에 먼저 응하고 있다.

기자가 지켜본 숙명여대 약속 투어(5월26일)의 주제는 여성, 청년, 성 소수자였다. 주최 측이 마련한 50여 석은 심 의원이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찼고, 토크쇼가 진행되는 중에 서서 경청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었다. 심 의원은 25년 노동운동을 “(투사가 아니라) 여러분이 촛불집회에 나가는 심정으로 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일해도 돈을 모을 수 없는 10대 소녀들의 노동 현장을 지켜보다 이건 아니지,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목소리를 높이다 보니 25년이 흘렀다.” 대선 공약 1호였던 ‘슈퍼우먼 방지법’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결혼 전 권영길·단병호 같은 노동운동계의 대선배들이 나를 ‘슈퍼우먼’이라고 소개하곤 할 때는 내심 우쭐했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이 말이 출산, 육아, 가사 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여성에게 독박 씌우는 용어라는 걸 깨달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늘 엄마로서의 책무를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미안했는데 따져보니 이게 여성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더라. 저출산이 왜 여성의 문제인가, 노동의 문제지. 그래서 육아휴직을 늘리고, 급여를 높이는 것 외에 아빠도 3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도록 하는 게 슈퍼우먼 방지법의 핵심이다. 맞벌이 시대는 왔는데 맞돌봄 시대는 오지 않았으니 엄마 아빠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서 가족 있는 노동을 보장해야 출산 문제가 해결된다는 취지다.” 청중 사이에서 박수가 절로 나왔다.

그는 국회의원을 하면서 ‘빅사이즈법(여성 옷을 작은 사이즈만 만들지 말고 큰 사이즈도 만들도록 한 법)’을 왜 만들었는지, ‘성(性)인지 예산제도(공중화장실을 만들 때 여성의 사용 시간이 긴 것에 비례해 여성용을 남성용보다 더 많이 만들게 하는 식의 예산편성. 외국에서는 아동기금이 주로 축구장·야구장 등 남자아이를 위한 운동시설에 쓰인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 여성단체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후 여자아이들을 위한 시설에도 예산이 투입된 사례가 있다)’를 어떻게 관철시키고 있는지 등을 설명했고, 청중은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과 성 소수자 정책에 대한 질의 답변이 이어지면서 약속 투어는 2시간을 훌쩍 넘겼고, 토크쇼 후에는 셀카를 찍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 역시 대선을 거치며 달라진 풍경이다. 심 의원은 “대표 등 지도부는 당면한 정치 현안을 처리하느라 시민들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표는 새로운 인물이 맡아 리더십을 경험하고 나 같은 사람이 전국을 다니며 당의 저변을 넓히는 쪽으로 역할 분담을 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신선영
대선 마지막 유세장에서 심상정 후보와 포옹을 하던 한 학생이 눈물을 쏟고 있다.

‘시선’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다른 야당들은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네 마네 시끄러운데, 정의당 쪽 불만은 색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심 의원이 낸 공약이나 발언을 똑같이 따라 하고 있다는 불평 아닌 불평이다. “우리만 밀착해서 연구하는 사람이 있나 봐(웃음). 병사 월급 올리는 건 작년에 우리가 법안 냈던 거고, 특수활동비 없애겠다는 것은 내가 대통령 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이라고 텔레비전 토론에서 얘기했고, 현충일에 무명용사탑 헌화 간 것도 그래. 역대 대선 후보들이 현충원에 가면 대부분 전직 대통령 묘소까지만 가고 무명용사탑에는 안 가거든. 내가 대선 후보 되고 처음 갔는데 문 대통령이 바로 가셨더라고(웃음). 내가 대통령은 떨어졌지만 해놓은 건 많아.”

말 나온 김에 문재인 정부 내각에 들어가는 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텔레비전 토론에서 어려운 문제를 따져 묻는 심 의원에게 “제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 함께 해결해봅시다” 하는 말을 여러 번 했기 때문이다. 심 의원도 가능성을 닫아놓지는 않은 듯했다. “그 질문들이 하도 많아서 얼마 전 국회를 방문한 신입 당원 200여 명에게 물어봤더니 80%가 찬성하더라. 그만큼 우리 당도 기대가 크다는 얘긴데, 하지만 득실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명분이 맞아야 하고, 급이나 직 이런 거보다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하고. 당에서는 우리도 국정 운영 경험이 필요하다 하는데 장관 한 명 달랑 들어간다고 될 일도 아니고 내가 장관이 꿈인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제안이 오면 당에서 투명한 논의 과정을 거칠 거다. 지금은 그런 제안이 온 바도 없고 검토한 바도 없으니 일단 우리 역량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그의 얘기를 듣다 보면 시선은 이미 1년 너머를 응시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 전에 논의키로 한 선거법 개정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3년 후 총선, 그리고 정의당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쯤 갔을 때 집권당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또한 비례대표가 확대되는 등 선거법이 바뀌어 굳이 큰 당 후보가 아니어도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이념과 노선에 따라 정치인들이 새판을 짜는 정계 개편이 가능하다. 거대 정당에 몸담고 있는 진보 정치인들이 과감하게 진보 정당으로 올 수도 있다. 그때에 대비해 조직을 정비하고 비전을 가다듬는 게 지금 정의당이 할 일이다.”

심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민주주의 정상 국가를 다시금 세우는 것이고, 정의당은 그 토대에서 국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정리했다. 문재인 정부가 오늘이라면 정의당이 만들 다음 정부가 미래라는 것이다. 그 미래를 당기기 위해 심 의원은 인터뷰 직후에도 지방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대한민국 군대의 주적은 국방부

장정일 (소설가) unjusa@sisain.co.kr 2017년 06월 22일 목요일 제509호

폭행범이었던 나는 교도소에서 두 달 넘게 미결수로 있다가, 소년원에 송치되어 1년6개월을 보냈다. 그곳의 대빵(힘센 놈)은 운동화가 많았다. 작업화는 기본이고 축구할 때 쓰는 운동화, 면회 갈 때 신는 운동화가 따로 있었고, 쪼다(힘없는 놈)를 복도 바닥에 눕혀놓고 얼굴을 짓밟는 새 운동화가 따로 있었다. 거기 밟히면 도로에 난 스키드 자국처럼 뺨에 신발 밑창 무늬가 선명하게 찍혔다. 독고다이(특공대)는 소년원 담장에 뚫어놓은 개구멍으로 술과 담배를 구해왔고, 술 취한 대빵은 불콰해진 낯으로 쪼다들에게 빠따를 쳤다. 나는 만년 쪼다였다.


ⓒ이지영 그림

<고상만의 수사반장>(삼인, 2017)을 보면 ‘이게 군대냐?’라는 비웃음을 빼물게 된다. 2014년 4월 사망한 윤 일병 사건을 보자. 그해 3월, 의무대에 배치된 윤 일병은 대답이 느리고 인상이 나쁘다는 이유로 선임병에게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 네 명은 대걸레 자루가 부러지도록 윤 일병을 구타하고, 잠을 재우지 않거나, 땅바닥에 가래침을 뱉고 그것을 먹게 했다. 윤 일병이 가혹행위로 탈진하자 가해자들은 비타민 수액을 놓아준다면서 링거병의 수액이 떨어지는 속도를 무려 3배나 빠르게 했고, 윤 일병이 회복하자 다시 폭행했다. 사건 당일 고참은 윤 일병의 입안 가득히 냉동만두를 강제로 넣은 후 “체하는 게 뭔지 알려주겠다”라며 주먹으로 때렸다. 소년원에서도 이러지는 않았다.

군대를 갈 것인가, 소년원을 갈 것인가. 내가 있었던 소년원에서 때리고 맞는 일은 부조리하지 않다. 시쳇말로 소년원생은 도둑놈이거나 깡패였다. 도둑놈이 뭘 잘했다고 소년원에서 인권을 찾고, 깡패 노릇 하던 것들이 소년원에 들어와 좀 맞는다고 한들 무슨 대수였겠는가. 그런데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지겠다고 모인 자칭 전우란 것들이 서로에게 하는 짓을 보라. 군대를 가느니 군소집이 면제되는 소년원에 가겠다. 적어도 소년원에서는 윤 일병처럼 폭행으로 사망하지 않는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다. 2011년 3월, 사격장에서 소총 총구를 자신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 손 이병 사건을 보자. 그는 103㎏이나 되는 체구인 데다 200m 앞의 사격 표적지를 보지 못할 만큼 시력이 나빴다. 게다가 그는 현역 입영이 불가능한 수전증이 있었다. 병역 자원 부족으로 병역 면제 처분을 받을 수 없었던 그에게 부대 지휘관은 과체중을 70㎏으로 줄이라는 지시를 내렸고, 혼자서 일반 사병의 세 배가 되는 9㎞ 구보를 했다. 이처럼 가혹한 신체 운동을 묵묵히 따른 끝에, 손 이병은 자대 배치 14일 만에 13㎏을 감량했고, 석 달 뒤에는 20㎏까지 체중을 줄였다. 하지만 나쁜 시력과 수전증은 그를 중대 안의 사격 성적 불량자로 만들었고, 고문관(왕따)을 탈출하는 방법은 자살이었다.

전투행위 외에 발생한 물적·인적 손실을 군대에서는 ‘비전투 손실’이라고 한다. 1948년 창군 이래 군인 3만9000여 명이 자살로 처리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전쟁터에서만 죽을 수 있는 것이 군인이라고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다면, 한 해 평균 600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군대의 자살자 수는 정상이 아니다. 이토록 불합리한 비전투원 손실을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주체는 국방부이지만, 국방부는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다.

신병훈련소에 입영한 훈련병은 훈련소에서 나눠주는 가정환경 조사서에 가족관계와 성장 과정에서 있었던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를 써내야 한다. 군 수사당국은 이때 적은 글을 악용한다. 군 입대 전 대학에 떨어졌거나 여자친구와 헤어진 경우, 아버지가 실직을 했다든지 부모가 이혼했을 경우, 하다못해 어려서 할머니 손에서 컸다고 쓰면 그것이 자살자의 자살 동기로 각색된다. 1987년 6월 훈련소에서 자살한 이이동 훈병은 친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간 뒤 한참 만에 아버지가 재혼했던 것이 자살 원인으로 둔갑했다. 또 2015년 5월 공군 소속 정 상병이 선임병과 동기들에게 폭행을 당해 정신병을 얻자, 부대의 병영생활 상담관은 정 상병이 세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정서적 학대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제 아빠를 폭력 아빠로 만든 상담관도 구속 수사를 원합니다. 세 살 때를 기억하면 그건 천재입니다.” 대한민국 군대의 주적은 국방부다.

군대 안에서 벌어지는 강요된 동성애


<고상만의 수사반장>
고상만 지음
삼인 펴냄
지은이는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군대가 수사하는 것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세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첫째, 군사기밀을 빼고는 전부 민간 영역에 반드시 개방해야 합니다. 둘째, 군대 내에서 벌어진 가해 사건에 대해서는 군이 아닌 민간 합동으로 공정히 조사할 수 있는 외부 조사 기구를 반드시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평시 체제하에서는 민간 법정에서 군 사고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소년원 이야기다. 소년원의 대빵은 낮밤 가리지 않고 쪼다를 불러 비역을 하거나 구강성교를 시켰다. 그렇다면 대빵 중에서도 가장 그악스러운 대빵이었던 외근(페니스를 연상시키는 이름이다)과 무지(이름 그대로 무식했다)는 동성애자였던가? 낙동강 하류에서 뱃사공을 했다던 두 사촌 말이다. 소년원에서 비역질에 맛들린 대빵들은 입만 열면 그저 ‘여자 따먹은 얘기’였고, 퇴원해서 ‘여자 따먹을 얘기’밖에 하지 않았다. 그들은 동성애자가 아니라, 대빵이 되었으니 마땅히 그 짓을 해야 ‘가오’가 선다고 믿는 마초였다. 소년원 안에서 행사할 수 있는 그 알량한 권력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이들이 남자를 대상으로 욕정을 풀 수 있다는 가능성에 눈뜰 리 없었다.

군대 안에서 벌어지는 강요된 동성애 역시 이성애자 상급자의 전유물이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이성애자였던 청년이 군대에서 잠시 동안 기회주의적 동성애자가 되는 기제를 엿보려면, 권인숙의 <대한민국은 군대다>(청년사, 2005)를 보면 된다.

군인은 입대와 함께 자신의 육체적 자율성을 송두리째 군대에 빼앗긴다. 이 억눌린 심리구조가 병영 안에서 남성을 대상으로 발산될 때, 이성애자 상급자는 기회주의적 동성애자가 된다. 군대 내 동성애 처벌 조항인 군형법 제92조의 6을 폐지하면 “내 아들이 군대 가서 동성애자가 된다”라고 우려하는 부모들이 있다. 억압적인 병영이 문제지 그런 걱정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사회에서든 군대에서든, 이성애자에 의해서든 동성애자에 의해서든, 위계와 강제에 의한 성행위는 처벌되어야 한다.


김종대 "美 눈치보기 급급한 언론, '트럼프빠' 인가"

[인터뷰] 문정인 특보 방미 동행한 김종대 정의당 의원
2017.06.23 16:54:53

최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동아시아재단과 우드로 윌슨 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한 세미나에 참석,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 축소를 미국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보수 세력과 주요 언론들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비판 지점은 각자 다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지점은 한 가지다. 한미 동맹,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군사력이 한국 안보의 핵심인데, 문 특보의 발언이 여기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문 특보의 방미길에 동행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문 특보의 발언에 세 가지의 전제가 있었다면서 한미 동맹 균열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항변했다.

김 의원은 "세 가지 전제가 있었다. 첫 번째는 북한의 핵 동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미국과 협의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문 특보 개인의 의견이며 정부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었다"며 "연합 훈련을 중단한다는 것이 아니라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문 특보의 발언 이후 '워싱턴의 분위기가 싸늘하다', '트럼프가 한국의 사드 처리 방식에 화가 났다'등 미국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국내 언론들이 "문재인은 뭐하고 있냐, 트럼프의 마음을 사서 한미동맹 강화 메시지 내야지. 무슨 딴 생각을 하고 있냐"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건 뭐 '문빠' 저리가라 할 정도의 '트럼프빠'"라며 "트럼프의 완장을 차고 군기반장을 자임하는 세력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윽박을 지르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실제 워싱턴에 있는 전문가들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갈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트럼프"라며 "이미 트럼프는 독일과 사실상 파국으로 치달았고 호주와도 껄끄러웠다. 만약 워싱턴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한미정상회담이 파국으로 갈 경우 누구 때문일 것 같냐고 물어보면 트럼프라는 대답이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면서 국내 언론과 현지 분위기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서로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이런 걸로 동맹 깨자고 말하는 미국인들은 본적이 없다"며 "오히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한국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라고 주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문정인 특보의 발언이 이미 북한과 미국에서 북핵 해결의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의원은 "2015년 북한이 핵 동결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고 지난해 9월 나온 미국 외교협회(CFR)의 보고서에도 이러한 해법이 들어있다. 문 특보는 이를 보고 협상할만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를 좀 변형시킨 수준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그런데도 문 특보의 발언을 두고 안보를 허물어뜨린 것처럼 난리를 치는데, 미국 CFR에서 이야기할 때는 왜 가만히 있었나"라며 "지금 워싱턴은 대북 접근과 관련해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다. 압박만으로 안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국 대통령이 어떤 제안을 하는지, 워싱턴은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2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김종대 정의당 의원 ⓒ프레시안(이재호)


프레시안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발언이 한동안 언론에 오르내렸는데, 실제 미국에서 문 특보의 발언이 이 정도의 파장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나?

김종대 : 우선 문 특보의 발언이 나오게 된 행사 경위를 설명 드려야 할 것 같다. 발언이 나왔던 행사는 동아시아재단과 우드로 윌슨 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하던 세미나였다. 오전에 첫 번째 세션이 끝나고 점심시간에 기조 강연으로 문 특보가 25분 정도 연설을 했다. 그 다음에 간단한 질의 응답이 있었는데 그 때 문 특보가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전략자산 도입 축소 발언을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세 가지 전제가 있었다. 첫 번째는 북한의 핵 동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미국과 협의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문 특보 개인의 의견이며 정부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또 연합 훈련을 중단한다는 것이 아니라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는 수준이었다.  

이밖에 사드와 관련해서는 국내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4계절에 걸쳐 해야 한다는 설명도 있었고 남북대화를 주도적으로 하지만, 북미대화와 공조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이러한 사항들에 대해 문 특보는, 특보 자격으로 굳이 이야기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설계했던 사람으로서 설명한 것이라고 한정했다. 설계는 문 특보가 했을지 몰라도 실제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그 집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설이 끝난 이후 오후 세션이 마무리된 다음에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여기서 문 특보는 점심 때 했던 연설을 부연 설명했고 질의 응답으로 한 번 더 확인했다. 여기까지가 국내 언론에 보도된 경위 및 발언 내용의 전부다.  

이후 문 특보는 다음날 뉴욕으로 이동해 아시아 소사이어티 재단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서 연설을 했는데, 이 때 연설에서는 전날 발언에 대해 개인의 견해고 학자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본국과 조율한 것도 없고, 특보는 월급 받는 자리도 아니고 의사 결정 과정에 들어가 있지도 않는, 그저 대통령이 필요할 때 자문을 해주는 역할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프레시안 : 그런데 문제가 됐던 세미나에서 마이클 그린 국제전략연구소(CSIS) 부소장이나 일부 전문가들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김종대 : 그건 문 특보 연설이 아니라 저와 홍익표 의원이 참석했던 3세션에서 토론을 하다가 나오게 된 이야기였다. 당시 그린 뷰소장뿐만 아니라 길버트 로즈만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도 함께였는데, 한국이 미중 사이의 평화의 '중재자'가 되겠다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한국이 무슨 중재를 하나? 미국과 중국이 긴밀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중재를 한다는 근거가 무엇이냐"며 따져 물었다.  

사드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가 사드 절차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동맹을 약화시키는 행태고 한미일 3국 공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제가 지난 정부에서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과속' 사고를 냈는데, 실상을 잘 모르면서 동맹을 깼다는 식의 발상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정부 간 약속이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져야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한미 FTA를 건드리려고 하냐, 미국은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한국에만 뭐라고 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그린 부소장도 본인이 정부 입장을 말한 것은 아니라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프레시안 : 현지에서 문 특보의 발언을 들었던 언론들의 반응은 어땠나?

김종대 : 워싱턴 특파원들은 문 특보의 발언을 비교적 잘 이해한 것 같았다. 또 처음에는 기사가 강하게 나가지도 않았다. 그랬는데 월요일(19일) 조간에 <중앙일보>가 네 면을 할애해서 문 특보의 발언과 한미 관련한 기사를 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드 이어 문정인…싸늘해지는 워싱턴'이라는 제목의 기사부터 시작해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려다가 퇴짜 맞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문 특보의 발언을 한미 연합 훈련 축소 문제로 동맹에 악영향을 줬다는 식으로 묘사했다. 급기야 또 다른 매체에서는 사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렇게 되다 보니 청와대에서 관련 내용을 수습하려고 한 것 같다. 기사가 나간 그 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문 특보에게 전화해서 더 이상 한미 정상회담에 부담이 되는 발언을 삼가고,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런데 이걸 '엄중 경고'로 까지 받아들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가 16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제5차 한미대화 행사에서 오찬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문정인 특보가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골격을 만들었는데, 청와대가 수습에만 몰두하는 것은 결국 기존 정책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

김종대 : 청와대의 현 관료들과 문 특보의 생각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지금 청와대의 외교‧안보라인이 주로 외교관들 위주로 짜여져 있지 않나? 이들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무난하게, 큰 탈 없이 가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이른바 '좋은 모양'을 만드는데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  

굳이 이 행사뿐만 아니라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청와대 안보실과 비서실은 조심하고 있는 것 같다. 사드 도입의 절차적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것이 꼭 철회는 아니라는 입장을 발표했다든지, 남북대화에 있어서도 서두르지 않으려는 인상을 보이려고 했던 것 등은 당분간은 방어적 관리에 치중하겠다는 경향으로 읽힌다.  

그렇다 보니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대북 접근법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정인 특보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청와대의 지금 입장보다 좀 더 당당한 외교를 선호하는 문정인 특보 입장에서는 지금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좀 더 선명하게 우리의 입장을 가지고 주도해야 한다는, 즉 운전석에 한국이 앉아야 한다는 것이 문 특보의 생각이다.

한국 언론은 '트럼프 빠' 인가  

프레시안 : 사실 북핵 문제를 풀려면 일단 북핵을 동결하고 이후에 폐기 수순으로 가야한다는 것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는 부분 아닌가?

김종대 : 그런데도 지금 보수언론들은 북한의 핵 무장이 너무나 진척돼서 동결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 동결해도 북한은 이미 핵무장 단계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비핵화로 몰아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몰아붙이기만 하면 대화는 성사되지 않는다. 압박은 되는데 관여는 못하는, 이건 과거에 실패했던 방식이다. 그런데도 강한 고정관념에 젖어 있기 때문에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과는 다른 접근법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완강하게 거부하는 관념을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보수 언론들이 트럼프의 심기 경호를 노골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미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하고 그 전에 남북대화는 할 수 없고, 사드는 미국 의지대로 배치해서 트럼프에 협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결국 이렇게 밖에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워싱턴 분위기가 싸늘하다', '트럼프가 화가 났다' 이건 결국 한국 대통령이 트럼프에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미국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워싱턴에 있는 전문가들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갈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트럼프에 있다. 이미 트럼프는 독일과 사실상 파국으로 치달았고 호주와도 껄끄러웠다. 만약 워싱턴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한미정상회담이 파국으로 갈 경우 누구 때문일 것 같냐고 물어보면 트럼프라는 대답이 과반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조언은 어떻게 트럼프의 비위를 잘 맞춰줄 것인지에만 집중돼있다. 악수도 잘 하고 등도 두드려 주고 선물도 좀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등등 어떻게든 트럼프의 마음을 잡아서 정상회담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어이가 없는 건, 그렇게 예측불가능하고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전 세계가 싫어하는데 왜 우리만 이렇게까지 사랑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그런 사랑이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된다손 치더라도, 특정 사안에 대해 이견이 있으면 앞으로 조정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어디까지 맞춰줄 셈인가? 

국내 언론들은 "문재인은 뭐하고 있냐, 트럼프의 마음을 사서 한미동맹 강화 메시지 내야지. 무슨 딴 생각을 하고 있냐"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건 뭐 '문빠' 저리가라 할 정도의 '트럼프빠'다. 트럼프의 완장을 차고 군기반장을 자임하는 세력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윽박을 지르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문 특보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셈이다. 

▲ 김종대 정의당 의원 ⓒ프레시안(이재호)

 
그런데 정작 미국에서는 한국 정부에 불만은 많을지언정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 미국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고 의심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제 북핵 문제를 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문재인 정부가 엉뚱한 제안을 한다면서 까칠하게 나올 상황도 아니다.  

지금 워싱턴은 대북 접근과 관련해서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다. 압박만으로 안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국 대통령이 어떤 제안을 하는지, 워싱턴은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이런 걸로 동맹 깨자고 말하는 미국인들은 본적이 없다. 오히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한국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라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노골적으로 협박을 하는 인사들도 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늦추면 트럼프는 주한 미군을 철수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런데 평택에는 340만 평 규모의 주한미군 기지가 있다. 100억 달러 들여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해외 미군 기지를 지었는데 거기서 미군이 나간다? 사드 하나 때문에? 이는 비상식적이고 근거도 없다. 그런데 이런 협박이 한국에 먹히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문제이기도 하다.  

문 특보의 제안, 이미 북한과 미국이 말했다 

프레시안 : 그런데 문 특보의 연설에 화답이라도 하듯, 계춘영 주 인도 북한대사가 인도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잠정적이든 영구적이든 대규모 군사 훈련을 완전히 중단한다면 우리 또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대 : 시기적으로 볼 때 문 특보 발언 때문에 나왔나 싶은 생각이 들긴 하더라. 그런데 2015년 북한은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문 특보는 이걸 보고 협상할 만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미국 연설에서는 이걸 좀 변형시킨, 합리적인 수준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이 제안은 지난해 9월 CFR에서 발표한 보고서에도 들어있는 해법이다. 북한도, 미국도 이미 했던 이야기를 문 특보가 변형해서 한 것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했다고 마치 안보를 허물어뜨린 것처럼 난리를 친다. 미국이 이야기할 때는 왜 가만히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결국 문 특보가 북한 당국과 미국 외교협회가 제시했던 것에서 조금 변형된 입장을 내놓았다면, 이 정도 선에서 대화를 끌고 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안될 수도 있지만, 2005년 9.19 성명 나올 때만 해도 참가국들은 합의가 불가능한 지점에서 다시 협의‧조정하고 중간 합의서를 만드는 과정을 지루하게 거쳤다. 그러다가 전혀 공감대가 없는 입장들이 절충됐고 결국 합의서가 나왔다. 이렇게 만들 수도 있는데, 이런 이야기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하니, 이런 몰상식이 어딨나.  

프레시안 : 계 대사 발언이 북핵 문제 해결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김종대 : 일단 계 대사 발언은 북한이 대화에 관심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 문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22일 <중앙일보>에서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만들어서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북한 내부의 극비문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은 인정할만한 부분이다.  

그런데 북한 핵 개발의 특징은 공개주의다. 원래 냉전 시기에만 해도 핵을 개발하는 나라들은 몰래 개발하다가 실전 배치할 때 공개하면서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래야 국제 감시망을 피해서 핵 개발을 하고 순탄하게 핵 무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인도 현지 방송 '위온'과 인터뷰하고 있는 계춘영 주인도 북한대사 ⓒ위온 유튜브 계정 갈무리


이와 비교해보면 북한은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열심히 외부에 공개하고 안 믿으면 영상을 보여주고 전문가들을 직접 불러서 보여주기도 한다. 북한이 실제 핵 무장에도 유리하지 않고 국제 재재를 당하면서 핵 위기를 자초하는 이런 행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 개발 자체도 목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대화의 판을 벌리겠다는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없다면 해석될 수 없는 행동이다. 따라서 만일 북한이 핵을 정말 완성했다면 이를 대대적으로 공개했을 것이다.  

북한 행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것이 주는 메시지를 읽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가 함께 작동돼야 한다.  

움직이는 미북, 발목 잡힌 한국  

프레시안 : 문 특보의 북핵 문제 해결 방식 제안에 대해 미국 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있나? 

김종대 : 관심을 표명하는 수준이었고 적극적인 평가는 없었다. 그게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사망하면서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북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는데 웜비어의 사망이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특히 미국 국민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충격이 크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웜비어 사망 이후 미국 전략폭격기 B-1B가 한반도 상공에 진입했다. 주한미군은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미국 국내와 북한에 메시지를 준 셈이다.

그런데 웜비어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에 갔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북한 인권 문제를 강력하게 성토하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특사 외교가 주요했고 필요했다는 측면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웜비어의 사망이 앞으로 북미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나?  

김종대 : 우선 북한에 대한 인권 문제가 주요 의제에서 누락될 수 없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본다. 주로 유엔을 통해 북한에 대한 인권 차원의 압박이 유지될 것이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미국은 북한과 물밑 대화를 계속할 것이다.  

미국이 웜비어를 구출하려고 조셉 윤을 북한에 보낼 때 우리 정부에 알리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북한과 대화하면 미국에 불경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미국도 자기들의 필요와 이익에 따라 얼마든지 대화한다. 이런 대목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 특사로 러시아에 다녀온 송영길 의원에 따르면, 러시아가 조만간 북한에 특사를 보내겠다는 것을 우리한테 알려줬다고 한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특사다.  

이처럼 주변국들은 다 각자의 필요에 맞춰 해야할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우리만 미국에 불경스러운 짓을 저지를 수 없다며 발목이 잡혀있다. 미국은 해도 되고 우리는 엎드려야 한다는 이러한 관성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자유와 상상력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어차피 이미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겠지만,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이 너무 빨랐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김종대 : 문정인 특보가 조기 정상회담을 반대했다. 잘되면 축복이 될 수 있지만 위험 요소가 너무 크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안보실장이 임명되고 안보실이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정상회담 일자가 빨라졌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상회담은 해야 한다. 그런데 좀 정리가 된 상태에서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특히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것이 우선이냐, 한미 정상회담이 먼저 이뤄져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북한에서 봤을 때 받을 수밖에 없는 특사를 보냈다면 대북 접촉이 이뤄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사를 먼저 보내서 북한 쪽이랑 대화도 나누고 그걸 밑천을 삼아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레버리지로 삼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트럼프가 워낙 골칫거리이다 보니 미국을 먼저 만나고 그 다음에 북한과 접촉하는 것도 나름 합리적이다.  

미국과 중국, 북한 중에 어디와 먼저 접촉할 것이냐를 결정할 때 아직 정책 결정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곳을 먼저 가는게 좋다. 예측이 안되는 곳을 먼저 가는게 수월한데 지금 미국은 어떤 상태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차피 정책이 결정돼있는 곳은 만나도 나올 이야기는 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