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에게 '김대중의 동교동'이 있는가?
문재인, 프레임 전환이 시급하다
'중도' 향하는 문재인…사드·경제 'U턴'?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에 크게 배팅할 찬스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2일 외국 기업인들을 만나 '대한민국에 투자하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후보는 투자를 유치할 당근으로 '규제 완화'를 제시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규제 완화'는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는 아니다.
문재인 후보의 선거 운동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다. '촛불 국면'에서 벗어나고 본격적인 본선에 돌입하면서 '중원 싸움'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첫 번째 메시지의 변화가 감지되는 쪽은 경제 분야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재벌 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등 '개혁 이미지'를 강조했었다. 지난 1월 10일 문 후보는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재벌 개혁" 의지를 다지며 "우선적으로 10대 재벌에 집중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전체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4대 재벌 개혁"…삼성·현대차·SK·LG 정조준)
3개월 뒤인 이날 문재인 후보는 외국 기업인들을 만나 "규제 방향은 자율 규제와 최소 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기업 경영에 불필요한 규제는 획기적으로 축소하겠다. 꼭 필요한 규제도 투명하게 운영하여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겠다"고 했다. '규제 완화' 기조로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어필한 것이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부정적이었던 문재인 후보는 최근 들어 북핵 상황에 따라 사드를 배치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지난 11일 문 후보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계속 핵을 고도화한다면 그때는 사드 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일 <문화일보>와 한 인터뷰에서는 "사드 (배치)는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까지 했다.
문재인 후보는 2016년 2월까지만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군사 전략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그 효용성이 제대로 검증이 안 된 사드 배치 논의로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국제 공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것이 외교 전략이고 대북 정책인지 도대체 한심한 일"이라고 맹비판했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한반도, 6.25 이후 최악의 안보 위기")
문재인 후보는 급기야 2016년 7월에는 '사드 배치 재검토'를 주장하며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선 경쟁이 본격화한 지난 3월에는 '전략적 모호성', '국회 비준 사항'이라는 입장을 견지했고, 최근 들어서는 사드 배치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연달아 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초강수…"사드 재검토, SOFA 개정 검토")
촛불 집회 국면이나 당내 경선 과정에서 강조했던 '적폐 청산'이라는 단어를 쓰는 빈도도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이날 오전 경제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대기업 갑질을 '경제 적폐'라고 한 번 언급한 것 외에는 '공정', '정의' 등의 용어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후보의 선거 전략 변화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적폐 청산을 위한 과제는 과제대로 정리하고, 촛불 민심을 수용하면서도, 중도로 외연 확장을 위한 통합 행보, 정책 행보를 이번 주 큰 흐름의 중점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우상호 선대위원장은 "기존 우리 당에 몸 담지 않은 분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해서 통합 행보를 가져가는 것이 새로운 시도이고, 둘째로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겠다. 계급, 계층별 맞춤형 공약으로 가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새로운 중도적 인물 영입'과 '중도적 정책 경쟁'을 내세운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렸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을 문재인 캠프 싱크탱크인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영입에까지 공을 들이고 있다. '중원'을 향한 인재 영입은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김광두 원장이 초안 작성에 관여한 경제 정책을 통해 네거티브 규제 완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우상호 선대위원장은 "재벌, 검찰, 언론 개혁 등 적폐 청산 과제들은 주요한 대선 공약"이라며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문재인 후보의 '개혁 의지'를 꺾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安 지지율 수직 상승하며 대선 안갯속으로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1(화) 15:00:00 | 1434호
대세론이 사라졌다. 대통령선거 다자 구도를 가정한 각종 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를 상정한 여론조사에서 각축을 벌이는 결과는 있었지만, 다자 구도에서 접전 구도를 형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4월7일 발표한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는 38%, 안 후보는 35%로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문 후보가 일주일 전에 비해 7%포인트 상승했지만 안 후보는 더욱 큰 상승세(16%포인트)를 보이면서 오차범위(±3.1%포인트) 내로 격차를 좁혔다. 다만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앞으로도 계속 지지할지 여부와 관련해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응답이 44%에 달해 대선 정국은 안갯속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다자 구도에서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사진은 두 후보 지지자들의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5개 정당 후보 확정 뒤 양강 구도로 재편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는 지난 3월말부터 급격히 요동쳤다. 안 후보가 국민의당 경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더불어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부진이 확인된 시점이다. 이전까지 10% 수준에 머물던 안 후보의 지지도는 2주 동안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 갔다. 매주 발표하는 한국갤럽의 ‘데일리 오피니언’ 결과를 보면 안 후보의 지지도는 3월 4주 차 10%에서 3월 5주 차 19%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이어 4월 첫 주에는 35%까지 급등하며 문재인 후보(38%)와의 격차를 오차범위 내로 좁혔다.
4월 첫째 주 여론조사는 5개 원내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 4월4일 이후 나온 결과다. 각 정당별로 경선이 진행 중이던 일주일 전과 비교했을 때 후보 지지율이 전체적으로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문 후보 지지도는 63%에서 81%로 높아졌다. 국민의당 지지층의 안 후보 지지도 역시 75%에서 90%로 높아졌다. 눈에 띄는 점은 보수 정당의 지지층이 안 후보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안 후보는 바른정당 지지층의 29%,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28%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반면 문 후보는 정의당 지지층으로부터 47%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안 후보 지지율의 수직상승은 안희정 지사를 향했던 표심이 안 후보로 집중된 데서 비롯됐다. 대전·세종·충청 지역 지지도를 보면 안철수 42%, 문재인 39%였다. 일주일 전 결과(문재인 24%, 안철수 12%)가 급변한 것이다. 이는 전주(前週)까지 포함됐던 안 지사의 대전·세종·충청 지지도(27%)가 대거 안 후보에게 흘러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호남 민심의 변화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분석은 이번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호남 지지도는 문재인 52%, 안철수 38%로, 두 후보의 격차는 일주일 전(문재인 38%, 안철수 30%)보다 더 커졌다.
보수층이 두터운 TK(대구·경북)지역의 민심 역시 크게 변화했다. TK지역에서 문 후보의 지지도는 일주일 만에 25%에서 15%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TK지역의 안 후보 지지도는 19%에서 38%로 수직상승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도(14%)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그동안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다거나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분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양자 구도를 가정한 대결에 국한된 분석이었다. 사실상 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가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자 구도를 무리하게 형성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문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단일화하고, 안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단일화를 상정한 여론조사 결과(리얼미터·매일경제, 4월5일)에선 문 후보 46.3%, 안 후보 42.8%로 다른 결과를 보였다.
대선 한 달 앞으로…구도 급변 가능성
다만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강 구도가 한 달가량 남은 대선 투표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안 후보 지지층의 충성도가 낮아 한순간에 붕괴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1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2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3월 안희정 지사로 향했던 ‘비문(非文) 민심’이 안 후보로 이동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만큼 안 후보 개인에 대한 호감도가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지만 정책적 일치성이나 정당 소속감 등이 낮다는 의미다. 후보 검증 문제가 불거지면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쉽게 이탈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책 검증이 시작된 후 안 후보의 상승세도 꺾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희정 지사가 겪었던 딜레마다. 보수층 표심을 겨냥하는 발언이 이어질 경우 ‘집토끼’였던 진보·중도층 표심이 이탈할 수 있다. 호남지역 지지도 또한 떨어질 수 있다. 반대의 경우, 문 후보가 싫어서 전략적 선택을 했던 보수층의 민심을 잃을 수도 있다.
한국갤럽 측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안 후보 지지도는 소속 정당의 지지도를 크게 넘어선다”며 “다시 말해 현시점에서 안 후보의 지지세는 상당 부분 국민의당 지지층외곽에 기반하는 것으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불확실성 또는 변동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수는 후보 단일화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당연히 당선을 원한다. 대중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승리를 기대한다. 이 두 욕망으로 인해 지지세가 약한 후보나 세력 간 연대가 이뤄지는 것을 선거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복잡한 다자 구도로 전개될 것 같던 선거가 막판 후보 단일화나 후보 사퇴 등으로 구도가 급변하는 경우가 흔하다. 현재 상태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보수 세력이 결집하는 경우 1강 2중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 반면 양강 구도가 이어질 경우 문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각 후보의 지지도는 크게 요동칠 수 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종반의 가장 큰 변곡점은 안철수 후보의 사퇴였다. 2012년 11월 넷째 주 대선후보 지지도는 박근혜 39%, 문재인 24%, 안철수 20%였으나, 안철수 사퇴(11월23일) 후인 11월 다섯째 주에는 박근혜 45%, 문재인 43%의 양강 체제로 급변했다. 당시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36%, 민주통합당 31%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심상정의 사퇴는 촛불의 사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다음 정부가 개혁 정부가 될지 여부는 자신이 얼마나 지지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주는 표가 다음 정부의 개혁성을 규정하는 가늠자가 되리라는 것이다.
진보 정당 정치인으로 3선을 이루었지만 대선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7년 대선에서는 당내 경선에서 권영길 후보에게 패배했고, 2012년 대선에서는 출마 의지를 밝혔으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한 후에 사퇴했다. 이번에는 완주 의지가 분명하다. 3월30일 심상정 후보를 만나 ‘정의당의 대선’에 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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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
대선 구도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다섯 당에서 다 후보를 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김종인 전 의원이 말하는 제3지대론이나 비문(非문재인) 연대는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이다. 제3지대 이야기하는 그분들은 지금 집도 절도 없는 분들 아닌가. 움직임이 있다 해도 큰 변수는 안 될 거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는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보수 단일화보다 가능성이 낮다. 국민의당의 정체성이 ‘안철수+호남+반문’인데, 반문(反문재인)이라는 이유로 바른정당과 손잡을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얼마 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트윗을 날렸다. 악마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 하겠다고 새누리당 나왔으면 길게 보고 필생의 꿈이라는 개혁 보수의 길을 가면 좋겠다. 그리고 두 당이 보수 단일화를 하더라도 정권은 못 잡는다. 결국 제3지대니 보수 단일화니, 중도 보수 연합이니 쉽지 않고, 일부 된다 하더라도 큰 영향력은 없다. 아무리 이합집산해봐야 국민들 손바닥 안이다. ‘정권교체’ 대세에 큰 영향은 없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는 상수라고 보나?
정권교체는 이미 9부 능선을 넘었다. 어떤 재주를 부려도 정권교체가 위협받을 상황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정권교체인가 아닌가보다 어떤 정권교체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촛불 시민들이 새누리당을 퇴출시키면서 이미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국민은 정권교체만이 아니라 ‘정권교체 플러스’를 요구한다. 이는 과감한 개혁을 할 수 있는 정치 구도를 뜻한다. 단언컨대 더불어민주당만으로는 개혁이 어렵다. 민주당 정권은 한반도 평화, 민주주의 운영에서는 개혁적이었지만 먹고사는 문제에서는 기득권 편이었다. 민주당 정권에서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졌고, 재벌 개혁에 미적거렸다. 민주당이 민주당 오른편에 있는 정당과 경쟁하는 현상 유지 정치로는 한 발짝도 못 나간다. ‘민주당 대 정의당’으로 정치 구도를 과감하게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개혁이 가능하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대 안철수’의 대결이라고 말하는데?
문재인 대 안철수 구도로는 촛불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낼 수 없다. 안철수 후보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민주당보다 더 온건한 개혁을 추진한다. 그런데 촛불 시민은 과감한 개혁, 민주당보다 적극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 정권이 어중간한 현상 유지 정치에 머문다면 그 다음에 트럼프 정권 같은 우파 포퓰리즘이 등장할 수 있다.
촛불의 꿈이 심상정의 꿈이고 정의당의 꿈이다. 그동안 민주당의 한계를 알면서도 정권교체 때문에 비판적 지지를 했던 시민들이 많다. 하지만 촛불 시민이 수구 세력을 퇴출시켰고,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과거의 것이 되었다. 이제는 과감한 개혁 에너지를 형성할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사표(死票)는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소수 정권이기 때문에 연립정부를 시도할 것이다. 현상 유지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과감한 정치혁명에 동참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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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자료 제17대 국회 당시 민주노동당 동료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하는 심상정 의원(오른쪽 다섯 번째). |
다음 정부가 개혁 정부가 될지는 심상정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받을 지지율에 달려 있다고 말했는데?
1987년 이후 지난 30년 동안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대선을 치렀다. 그 구도가 거꾸로 수구 보수 세력을 온존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묻지 마 정권교체’는 낡은 프레임이다. 이번에도 묻지 마 정권교체로 대선을 치른다면 새로운 대한민국은 불가능하다. 대선 과정에 모든 국민의 이해와 요구가 쏟아져 들어오고 뒤섞이면서 정권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당선자 표 말고는 사표다’ 하는 것은 승자독식 정치 문화의 폐해다. 개혁의 의지가 어떻게 표로 반영되었는지가 중요하다. 선거 이후에 정치 연합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심상정에게 주는 표가 다음 정부의 개혁성을 규정하는 가늠자가 되리라고 본다.
연립정부에 대한 정의당의 견해는?
선거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는 없다. 완주한다. 선거 이후 연립정부 구성에 대해서는 논의를 열어놓는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때 17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해서 연정 합의문을 냈는데, 그게 185쪽이다. 장관 한두 자리로 협상하는 게 아니고 시민들이 원하는 개혁이 가능하도록 정밀하게 합의하는 것이다.
그동안 진보 정당 후보는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는데?
이번에는 그런 압박이 없다. 정치에서 양보는 후보 한 명만 퇴장하는 게 아니다. 보수 정당 후보는 퇴장해도 된다. 한국 정치에 그 대체재가 많으니까. 하지만 진보 정당의 후보가 퇴장하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배제된다. 심상정이 있을 때 다른 후보들이 내는 공약과 없을 때 다른 후보들이 내는 공약의 차이를 상상해보라. 진보 정당 후보의 사퇴는 민주주의를 나쁘게 만든다. 심상정의 사퇴는 촛불 시민의 사퇴와 같다. 지난 대선 때 양보하면서 ‘내 정치인생에서 양보는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대연정 논란이 일었는데, 어떻게 보았나?
국회에서 민주당을 보면 국민들만큼 절박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번 보수 쪽의 눈치를 보면서 끌려다니는 정치를 해왔다.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가치를 담고 있는 정당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을 뒷받침해온 공모자다. 국민들이 헌정 유린과 국정 농단을 자행한 수구 보수 세력을 퇴출시키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대연정 이야기가 과연 나올 수 있나. 대연정을 거론하는 건 시대정신을 쫓아오지 못하는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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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3월26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노유진의 정치카페’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진보 정당이 걸어온 지난 13년을 평가한다면?
통합진보당과 결별할 때까지 진보 정치는 주로 진보 진영 내부의 갈등과 문제의식에 갇혀 있었다. 운동과 정치의 차이를 충분히 체화하지 못했다. 어떤 정당이든 권력을 잡는 집권 플랜이 있어야 하는데, 오랜 세월 집권 플랜을 갖추지 못한 채 실패를 반복했다. 정치 리더는 공적인 권력의지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일찍 자각했다면 진보 정치의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정의당 5년은 진보 정치를 현대화하는 과정이었다.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도를 재정립하는 기간이었다. 정의당은 급진성이나 과격성을 경쟁하는 정당이 아니라, 우리의 비전과 가치를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실천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책임성을 지닌 정당이다.
이번 대선에서 내세우는 핵심 가치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복지국가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국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성장 제일주의를 앞세우면서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 노동의 가치를 훼손해왔다. 월급 받는 노동자 1900만명 중에서 비정규직이 870만명가량 된다. 비정규직은 또 다른 고용 형태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이제 사회경제적 신분이 되어버렸다. 불평등 해소의 핵심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다. 최저임금을 과감하게 올리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이뤄 민생 개혁을 과감하게 해야 한다. 이게 심상정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도 이런 말을 하고 있다. 한국만 거꾸로 간 거다.
대선 후보 가운데 유일한 여성 후보인데?
첫 번째 공약으로 ‘슈퍼우먼 방지법(부부 출산휴가 의무제, 부부 육아휴직 의무할당제 등)’을 냈다. 핵심은 육아휴가를 연장하는 것과 더불어 엄마 아빠가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는 제도를 도입한 거다. 아이 키우는 데 슈퍼우먼, 슈퍼대디가 될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거다. 남녀 모두 출산육아휴직공시제를 시행해 이를 잘 이행한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제대로 못하면 불이익을 줘야 한다. 슈퍼우먼 방지법은 여성정책을 넘어 노동정책이고, 복지정책인 셈이다.
얼마 전 정의당 대선 승리 전진대회에서 ‘대선을 계기로 청년들에게 정의당을 내어주자’며 당의 변화를 강조했는데?
과거에는 민주노총의 조직적 지지에 기반했다. 정의당은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영국 노동당 모델이 아니라 북유럽 사민당 모델에 가깝다. 조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보편적 노동 대중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과거 독재 정권에 맞선 청년 세대를 386 세대라고 불렀다. 이번 촛불 시민혁명의 선두에 청년들이 있었다. 후세에 탄핵 세대 또는 촛불혁명 세대라고 부르지 않을까.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일 수밖에 없다. 그 청년들에게 정의당을 내주자는 것이다. 현대적 진보 정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다.
다른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가시화하고 있다. 간단하게 평가한다면?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 하려고 나온 분은 아닌 것 같다. 엄마들이 홍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듯하다. 워낙 막말 잔치를 하기 때문에 고운 말 쓰기 운동이 시작되지 않을까. 유승민 후보는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를 새로 일구겠다고 하니, 강한 신념을 가지고 길게 보고 갔으면 좋겠다. 그게 한국 정치에 기여하는 방법이다. 안철수 후보는 이제는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시민들이 안 후보가 말하는 새 정치를 이미 넘어섰다. 안 후보가 말하는 새 정치는 촛불로 인해 과거가 되었다. 시민들은 더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니까.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이재용 사면’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제가 참여정부와 각을 세웠던 핵심 포인트는 삼성과 비정규직 문제였다. 민주당 후보는 비정규직 양산 등 지난 10년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전철 밟는 안철수
문재인 "4년 중임제" 주장...안철수 "다당제로 가자" 강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앞서 지난달 15일 발표했던 내용을 큰 틀에서 재강조하면서 특히 "개헌 이전에 또는 동시에 국회의원 선거 제도 개편이 꼭 이뤄져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노동 관련 기본권 강화를 강조했다.
문재인·안철수·심상정 후보는 모두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투표를 하는 것이 시기상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본권 강화와 관련해 정보 인권의 강화, 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국민투표제 도입,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는 등의 지방분권 강화 등은 세 후보가 모두의 공통 주장이었다.
또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개헌을 위해 각각 정부 내(문재인) 또는 청와대 내(안철수)에 개헌 추진을 전담하는 기구를 두겠다고 공약하는 등 개헌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년 중임, 새 헌법은 2022년부터"
문재인 후보는 이날 각 원내정당 대선후보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개헌특위 회의에 출석해, 자신이 주장하는 "개헌의 5대 주요 내용"가운데 세 번째로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개헌은 5년 단임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일"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4년 중임제의 장점에 대해 "긴 호흡의 국정 운영과 장기적 비전의 실행이 가능해진다"며 "국정 운영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높이자는 것이 국민과 정치권의 일치된 요구"라고 강조했다.
개헌 추진 시기와 방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문 후보는 "헌정 체제의 안정성을 위해 새 헌법에 의한 4년 중임 대통령제의 시행은 차기 대통령선거를 2022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게 해 이때부터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 후보는 총선과 대선 시기를 일치시키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두 선거를 분리시켜 총선이 대선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총선이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가 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또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대통령 선거에서는 결선투표제를 시행하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비례성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등 정치 개혁 방안도 문 후보는 제안했다. 그는 "선거 제도의 개혁이 지역구도를 타파하는 길"이라며 "독점적 정당 구조의 개혁과 함께 국민통합을 이루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가 제안한 '5대 주요 내용' 중 권력구조 개편 방안을 제외한 나머지는 △민주화 운동 역사를 헌법 전문(前文)에 추가, △국민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삼권분립과 협치 등이었다. 문 후보는 먼저 "새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과 5.18 광주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항쟁의 정신을 새겨야 한다"며 "국민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추가하고 이를 후손들에게 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헌법 전문에 자랑스러운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추가함으로써, 민주 공화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을 분명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권 강화와 관련해서는 "천부인권적 성격의 권리는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권리로 그 표현을 바꾸어 외국인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호칭의 편견부터 걷어내야 한다. '신체장애자'는 마땅히 '장애인'이 되어야 한다. '여자'는 '여성'이어야 하며, '근로자'도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생명권, 안전권, 성평등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어린이, 청소년, 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의 권리와 정보 기본권을 신설해야 한다"며 "차별금지의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만들어 인권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과 "국민참여의 문을 활짝 열어 국민발안권, 국민투표권, 국민소환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 "언론의 자유는 최대로 인정하되 언론사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도 강화하고, 정경유착과 재벌비리의 단절을 위해 기업 활동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하되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제고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그는 제안했다.
지방분권과 관련해서는 "수도권과 중앙정부로 초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로 담대하게 이양하기 위한 헌법적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며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 자치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민생치안 역시 지방정부에 역할을 주어야 한다"는 수준으로 언급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해야 한다"며 "지방정부의 종류와 계층을 헌법적으로 규정하고, 보충성의 원칙이 선언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제주도와 세종시를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 시범 지역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경선 상대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제2국무회의' 공약을 받아안아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시도지사 자치국무회의'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 부분도 눈에 띈다. 그는 또 "정치·행정수도의 세종시 이전도 개헌안 준비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를 물어, 찬성이 높을 경우 개헌 내용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가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을 개헌 관련 공약으로 내세운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삼권분립과 협치'에 대해 문 후보는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시행하고 책임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도록 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국회 권한 강화 방안으로는 "정부 입법을 최소화해 국회가 입법권을 충분히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과 "모든 장관 임명에 있어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 "정부 제출 예산안 총액 내에서 국회가 항목과 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도 검토해 봐야 한다"는 것 등이 제안됐다. 또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행정부 내에서는 "검찰을 비롯 국정원,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민주적 통제를 분명히 하고 권력기관 인사에서부터 그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안이 권력 분산 방안으로 제안됐고, 사법부 개혁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민주성을 높이기 위해 헌법기관 인사에 대한 대법원장의 권한을 조정하고, 대법원장에게 집중되어 있는 법관 인사권을 개혁함으로써 법관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선발에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편 문 후보는 개헌 추진 방안에 대해 "대선 후 정부에도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산하에 국민들의 의견을 대대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국민 참여 개헌 논의기구'를 설치할 것"이라며 "국민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된 국회의 논의도 존중하고,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서 반드시 개헌을 성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국론이 모아지면 제가 공약한 개헌 내용을 고집하지 않고 국민의 의견에 따를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개헌 관련 의견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전 "안타깝게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개헌 논의를 정략적 수단으로 이용했다"며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를 이야기하고,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하면서 충실한 개헌을 염원하던 국민들의 뜻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러한 모습들이 개헌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순수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오히려 훼손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안철수 "선거제도 개편 꼭 해야"…심상정 "이익균점권, 양심적 병역거부권 명시"
안철수 후보는 이날 개헌 내용과 관련, 이전에 밝힌 적 없는 새로운 내용을 말하지는 않았다. 안 후보는 "간단하게 요점 위주로 말씀드리겠다"며 즉석 발언을 해, 발언 중간에 잠시 말이 끊기기도 했다. 안 후보가 이날 새로이 밝힌 내용은 "당선되면 청와대 내에 대통령의 개헌 의견을 작성할 개헌 TF(태스크포스)팀을 설치 운영하겠다. 정기국회 이전까지 개헌 의견을 작성해 국회로 보내겠다"는 것과 "(정부 내) 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그곳을 통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헌법에 대한 국민들의 자부심과 존중이 가능할 것"이라는 정도다.
안 후보는 "개헌 이전 또는 동시에 반드시 국회의원 선거 제도 개편이 꼭 이뤄져야 한다"며 "이것이 되지 않은 채 개헌이 이뤄진다면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당제는 시대적 정신과 흐름이며 분권이라는 흐름에도 맞다"며 "그를 위해 지금 양당에 최적화된 국회의원 선거 제도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했다.
개헌 내용에 대해서는 △국민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순서대로 짤막하게 제안이 이뤄졌다. 안 후보는 기본권 강화와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를 하고 계시겠지만 정말 고칠 부분이 많다"며 "국민 안전권에 대한 국가의 책무나 복지에 대한 국가의 의무, 또 IT 정보사회에 즈음해 정보 인권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세부적으로 국민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보장국가 실현을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2차례 반복해 강조했다.
지방분권과 관련해서는 지난달 발표한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에 대해 "개헌에 명시해 국민투표를 거쳐 국민 의사를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지방정부의 입법권 재정권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의원내각제는 시기상조"라며 "권한축소형 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것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국민 공론화를 거쳐 정해지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이날 발언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이나 차기 대선 시기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6일 관훈클럽 토론 당시 "임기 단축은 권력구조 부분이 결정된 이후의 일"이라며 "권력구조를 정해야 논의가 가능하다. 만약 권력축소형 대통령제라면 임기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 이원집정부제라면 국회의원 선거와 시기를 맞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거기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었다.
안 후보는 또 "둘(분권형 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 중 어느 쪽이 되더라도 대통령 권한 축소는 명시돼야 한다"며 "대통령 인사권 축소, 장관 이상 인사 임명은 꼭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 예산법률주의로 국회의 예산 통제 강화, 감사원 회계감사 부분의 국회 이관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법부 개혁에 대해서는 "대법원장 호선제, 대법원장 임기 연장도 검토해 달라"고 했다. "국민투표 범위 확대와 국민발안제 도입, 국민소환제 도입, 대통령 결선투표제 모두 이번 개헌에 반영되기를 희망한다"는 제안도 재언급됐다.
심상정 후보는 노동권과 기본권 부분에 대해 가장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언급했다. 심 후보는 "이번 개헌은 무엇보다도 촛불 시민혁명에서 나타난 주권자들의 뜻을 담는 개헌이 돼야 한다. 87년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고 촛불시민혁명을 완수하는 개헌이 돼야 한다"며 "지금의 헌법 개정 논의가 지나치게 권력구조 논의로 치우쳐져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사회경제적 권리를 강화하는 개헌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심 후보는 "제헌헌법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는 이익균점권이 명시됐었다. 이는 5.16 군사 쿠데타로 사라질 때까지 있었던 조항"이라며 "차별이 심한 나라인 시대적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익균점권이 다시 헌법에 명시될 때"라고 주장했다.
심 후보는 "헌법에 노동 존중의 정신을 담아야 한다. 전문에 노동과 평등의 가치를 담고 헌법 조문의 '근로', '근로자'를 '노동', '노동자'로 바꿔야 한다"며 "헌법상 용어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국가의 고용 안정 의무, 고용형태별 차별 금지, 여성 노동의 보호, 노동 3권의 실질적 보장과 확대 등 국제 노동 기준에 부합하는 노동 관련 조항이 이번 개헌을 통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또 "기본권 확대가 필요하다"며 "기본권을 보장받는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거주 외국인까지 포함하는 '인간'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생명권과 안전의 권리, 차별금지 사유의 확대, 성평등의 실질적 보장, 양심적 병역거부권,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정보기본권이 명시돼야 하고, 환경권·건강권의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심 후보 역시 문재인·안철수 후보와 마찬가지로 "선거 제도를 개혁하는 개헌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비례성 높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낮은 권력을 지향하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 온건 다당제에 기반을 둔 의회 중심제로 장기적으로 가야 하지만, 사전에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국회로 개혁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선거제도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며 "그런 조건이라면 이원집정부제를 포함한 다양한 권력구조에 대해 저와 정의당은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비례성을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전제된다면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선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 임기에 대해서는 "내각책임제나 내각에 권한을 대폭 부여하는 이원집정부제로 결정될 경우 국회의원 임기와 대통령의 임기를 같이 가져가야 한다. 그런 경우에는 2020년 대통령 임기 단축을 통해 헌법을 발효하는 방안이 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12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개헌특위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왼쪽부터. 통로 쪽에서부터 소속 정당 의석수 순으로 좌석 배정)가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유승민은 불참…洪 "4년 중임제, 양원제"
이날 개헌특위 회의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일정 등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주영 개헌특위 위원장은 "유승민 후보는 '국민의 뜻과 개헌특위의 뜻을 최대한 존중해, 대통령 임기 내에 반드시 개헌이 이뤄지도록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홍 후보의 입장은 (서면) 2페이지로 전해 왔다"며 위원들과 자문위원들에게 해당 서면을 배포했다. 홍 후보의 개헌 관련 입장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행정권역 개편, △수도는 서울, 행정수도는 세종시로 헌법에 명시하고 국회를 국무총리 산하 기관과 함께 세종시로 이전(대통령 직속 기관은 서울에), △국회는 양원제로, △의원 정수를 상원 50명, 하원 100명으로 축소하고 불체포특권 폐지, △영장청구권을 경찰에게도 부여, △흉악범 사형 집행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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