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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 비핵화는 마지막 과제다

일취월장7 2017. 4. 19. 09:35

'전략적 인내' 끝났다...이제 '전략적 견인'으로

[현안진단] 북핵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 비핵화는 마지막 과제다
2017.04.07 11:25:08

수명을 다한 '전략적 인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월 17일 서울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끝났다"고 선언하며, 외교·안보·경제적인 모든 형태의 전방위 압박정책을 구사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것은 지난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역점을 두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사실상 '방치'한 데 따른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했던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수석대표회담 이래 8년 4개월 동안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북한이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초 핵실험을 실시한 게 발단이 됐지만, 6자회담의 재개를 둘러싼 조건을 놓고 '전제 없는 재개'를 주장하는 북·중·러와 '재개에 앞선 사전조치'를 요구하는 한·미·일 사이의 입장 차이가 큰 데다 이 간격을 좁히려는 진지한 노력 자체가 없었던데 기인한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자, 한·미 양국은 한편으로는 한국형 3축 체제, 사드(THAAD) 도입 결정을 비롯한 미국의 확장억제자산 증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등 억제력을 강화하였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유엔안보리 및 한·미·일·EU가 대북제재를 부과하는 등 고강도 압박을 취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군사적·경제적 대북 압박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재촉하는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의 전략자산이 동원된 한·미 대규모 군사연습에 반발하며 핵·미사일의 개발과 배치를 한층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기존 방식으로는 평화공존과 통일에의 전진은커녕 북핵 문제의 해결에서도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해서 한국이나 미국의 새 정부는 '전략적 인내'에 기반한 대북정책 기조를 새롭게 '전략적 견인'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략적 견인'이란 남북관계의 진전을 통해 북한을 점진적으로 정상국가화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끌어내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대북 억제력을 확보한 토대 위에서 각종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관리하는 한편,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국제사회의 관여를 점차 높여 나감으로써 북한 스스로 핵무기 없이도 체제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고 평화적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여건을 적극적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는 압박과 포용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선 선제적 관여의 접근법이다.

▲ 지난 3월 18일 렉스 틸러슨(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을 가진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 출구론과 3단계 연계론

그렇다면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서 북한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견인할 것인가? 지금까지 이명박, 박근혜 두 정부는 북핵 문제를 협상의 입구에 놓는 입구론(Future Forward Method)의 입장을 취해 왔다. 다시 말해, 당면한 북핵 문제를 출발점으로 삼아 이것이 풀리지 않으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지 않거나 제한하면서 북한을 압박한다는 전략을 채택했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현안에 북핵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입구론은 한계를 안고 있다. 이산가족상봉을 비롯해 민족유산의 보존·관리, 유무상통의 남북경협 등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과제를 남북대화의 입구에 놓을 것이 아니라 출구에 놓고 풀어나가는 출구론(Future Backward Method)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타당하다.  

한반도 비핵화를 출구에 놓는다는 것이 남북관계를 우선시하고 북핵 문제를 후순위로 미뤄놓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기서 관건은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를 어떻게 연관 지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통적으로 연계론과 병행론의 두 가지 접근법이 알려져 있다. 연계론이 군사문제가 진전되어야만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병행론은 작은 교류·협력에서 시작해 점차 군사문제의 해결로 나아가려는 접근법이다.

이러한 두 가지 접근법은 역대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과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기본적으로 병행론의 입장에 서 있었다. 이에 비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은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어야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다고 하는 긴밀한 연계론의 입장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은 '느슨한 연계'에서 시작해 '긴밀한 연계'로 나아간다는 2단계 연계론이었다.

느슨한 연계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은 '비핵·개방·3000' 구상보다는 유연한 접근법이었다. 하지만 이 구상 역시 자신이 먼저 신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일방적 신뢰를 요구하는 바람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북한이 완고한 핵보유 입장을 꺾지 않아 신뢰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느슨한 연계'조차 시작되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비핵·개방·3000' 구상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되었다.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을 때, 새 정부는 어떠한 접근법을 취해야 할 것인가? 새 정부는 우선적으로 비연계 병행의 방법으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일단 북핵 문제와 연계하지 않은 채 남북관계 개선에 착수해 신뢰를 마련한 뒤, 어느 정도 신뢰가 조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를 단계적으로 연계해 나가는 '비연계 병행→느슨한 연계→긴밀한 연계'의 3단계 접근법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법이 될 것이다.

경제-안보 교환을 넘어 안보-안보 교환으로 

이처럼 일단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를 연계하지 않고 병행 추진해서 남북관계가 회복된 뒤 일정 수준으로 신뢰가 쌓이게 되면, 느슨하게나마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시켜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핵·미사일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는다면 소규모 교류·협력 이상으로 남북관계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에 대해 태도 변화를 보인다면, 남북 교류·협력을 포함해 본격적인 북핵협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향후 북핵협상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에게 경제·에너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북한 비핵화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의 대규모 병력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데다가 강대국들 사이에 둘러싸인 북한의 지도부가 스스로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핵무기 없어도 체제 안전이 가능하다'는 이른바 '합리적 안보 우려'가 제거되어야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제거해줄 수 있을 것인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는 남북 교류·협력이 확대 강화되어 남한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아지게 되면 북한이 북한 핵을 포함한 안보문제에서 어느 정도 양보할 것이라는 이른바 평화경제론이 퍼져 있었다. 하지만 정치 상황이 변하자 낚싯대는 걷어치워 버렸고 북한은 정작 낚싯밥만 따먹은 셈이 되었다. 시간이라는 변수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북 퍼주기론' 비판이 있었다. 

정반대로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는 북한이 핵포기 약속을 하면 이전 정부보다도 더 큰 경제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비핵·개방·3000' 구상을 내걸었다. 하지만 남북한의 신뢰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북한이 이 구상을 거부한 데다가 서해 NLL 부근에서 몇 차례 군사충돌이 발생하는 바람에 남북관계는 오히려 크게 후퇴하였다. 박근혜 정부도 북한이 '작은 신뢰'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처럼 김대중‧노무현 정부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모두 경제인센티브를 통해 북핵을 비롯한 안보문제를 풀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새롭게,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반도 문제는 기본적으로 분단과 한국전쟁에서 비롯된 정치·안보문제이다. 따라서 우리 쪽에서 아무리 대규모 경제원조를 제공한다고 해도 '합리적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북한지도부는 핵·미사일을 쉽사리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안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측에서 제시하는 안보인센티브와 교환해야만 가능하다. 

▲ 지난 2015년 12월 11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제1차 남북당국회담이 열렸다. 이후 남북 간에는 어떠한 회담 채널도 가동되고 있지 않다. 사진은 당시 황부기(왼쪽 첫 번째) 남측 수석대표와 전종수(오른쪽 첫 번째) 북측 수석대표를 비롯한 대표단이 회담 시작 전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기자협회제공


북한의 연성균형론 수용이 관건 

여기서 문제는 우리 측에서 어떠한 안보인센티브를 제시해야 북측이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에 호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측이 제시한 안보인센티브의 내용은 2005년 제4차 6자회담에서 채택한 '9.19공동성명'에 나와 있다. 성명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는 대가로, 한·미 양국은 대북 불가침,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 수교, 북·일 수교 및 에너지제공을 약속하는 등 연성균형(soft balancing)에 기초한 '포괄적 안보-안보 교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6자회담의 재개가 이루어지지 못한 가운데,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키면서 기존에 핵 포기와 평화협정, 북·미수교 등을 맞바꾸는 연성균형 방식을 거부하고 핵 포기와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을 맞바꾸는 경성균형(hard balancing) 방식의 안보-안보 교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렇게 북한이 경성균형을 고집하게 되면 남북대화나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한반도 비핵화의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미 2009년부터 비공식적으로 핵 포기의 대가로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핵우산의 철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드러내놓고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미국과의 핵 감축 협상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북한은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북·미 평화협정을 요구함으로써,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연성교환의 대가였던 한반도 평화협정을 경성균형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새 정부의 우선 과제는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9.19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대로 연성균형을 통한 포괄적 안보-안보교환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북한의 핵 포기 대가로 한반도 평화협정의 체결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여전히 국내에는 한반도 평화협정의 체결에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 포기하는 것은 하는 것이고, 한·미 양국도 주한미군의 성격을 북한에 비적대적인 것으로 바꾸고 해상경계선과 관련된 NLL 갈등도 해결해야 하는 등 안보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측이 북한 측에 대한 안보인센티브 제공에 인색한 태도를 취하면 취할수록, 나중에 한·미 양국이 북한에게 지불해야 할 대가는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작 우리가 걱정할 일은 평화협정 체결의 후유증이 아니라,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폐지와 같이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값비싼 안보인센티브를 요구하는 경우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올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있으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첫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양국 간의 통상문제 외에 동아시아의 여러 외교·안보 현안들이 논의될 것이다. 이 가운데 우리 민족의 장래와 직접 연관이 있는 북한 핵 문제나 사드 문제도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초강대국들의 담합에 의해 우리 민족의 운명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민족문제의 민족 내부화'를 위해 새 정부는 과감하게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역대 정부와 다른 트럼프의 ‘대북 선제 타격론’

“북한 거점 폭격해도 전면전 안 일어난다는 추측 확산”

김회권 기자 ㅣ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7(금) 10:04:00


‘Collision Course’. 

 

군사 용어로 ‘충돌 침로’를 뜻하는 단어다. 이동하는 잠수함이나 항공기와 충돌할 수 있는 침로를 뜻하는데 보통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을 말할 때 쓰인다. 최근 미국 언론을 보면 이 단어가 종종 등장한다. 현재 북한과 미국의 상황을 비유할 때 쓰고 있다.

 

탄핵에 장미대선에 세월호까지. 우리는 다이나믹한 국내 소식에 주목하고 있지만 오히려 외신은 북한과 미국의 대립에 곤두선 느낌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는 최근 북한 관련 특집 기사를 내놓는 곳이 늘고 있다. NBC는 4월3일 주요 뉴스 프로그램인 ‘Nightly News’의 일부를 주한 미군기지에서 방송했다. 간판 앵커인 레스터 홀트가 한미 합동 훈련 현장을 취재해 전했다. 홀트의 한국 진행은 서울로 자리를 옮겨 4일째 계속되고 있다. 4월4일에는 미국 공영방송인 PBS도 간판 프로그램인 ‘프론트 라인’에서 북한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일본의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영상과 그들의 취재 내용을 통해 북한의 실태를 그리는 방송이었다.

 

NBC 뉴스의 북한 관련보도. 미국 주요 방송은 최근 북한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 중이다. © NBC 유튜브 채널 캡처

NBC 뉴스의 북한 관련보도. 미국 주요 방송은 최근 북한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 중이다. © NBC 유튜브 채널 캡처


 

미국 주요 언론이 북한 관련 특집 방송을 내보내는 배경에는 미국 안에서 북한 위협론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북한에 대한 ‘군사적 타격’이라는 선택지를 들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자세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반대로 주요 미디어들이 북한 관련 보도들을 기획해 내놓을수록 거꾸로 북한의 위협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2020년이면 미국 본토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 깔려

 

원인이야 뭐가 됐든 분명한 흐름은 있다. 북한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태도가 과거 미국 정부와는 분명 다르다는 점이다. “만약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한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독자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번 북한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의 얘기는 흩어지지 않고 한 점으로 수렴된다. 물론 이런 발언은 외교적 압박을 하기 위해 나온 수사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 이전 정부와 다를 수 있다는 걸 전제한다면 단지 수사로 받아들이는 건 느슨한 생각이다.

 

미 정부는 북한이 이대로라면 2020년쯤 알래스카와 하와이는 물론, 최대 미국 서부에 도달할 수 있는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의 과제는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그것을 ‘저지’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서울과 도쿄를 파괴할 수는 있어도 미국 본토의 대도시는 공격할 수 없다는 게 그동안의 대전제였는데 그들의 전망대로라면 그런 전제가 무너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역대 정부도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북한의 비핵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4월6일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서는 북한이 그 어느 때보다 핵심적인 의제로 올라오게 된다. 트럼프 정부의 상황 판단도 이전 정부와 다르진 않다. 중국이야말로 북한의 생사여탈을 쥐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런 중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이 핵개발 중단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그것이다.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4월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4월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트럼프 정부가 다른 점은 군사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에 있다. 트럼프 정부가 최후의 수단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미국의 역대 정부 모두 같은 군사 시나리오를 어디선가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지 못했거나 실현하지 못했을 뿐이다. 

 

왜 그랬을까. 이전 미국 정부들이 한반도에 대해 가진 전제는 이랬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 공격은 전면적인 반격을 불러 한국에 재앙을 가져온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북한도 제한적인 반격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제가 트럼프 정부에서는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래리 닉시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거점 공격만으로 한정할 수 있고 전면전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견해가 확산된 느낌이 있다. 전면전이 되면 북한도 완전히 붕괴되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도 제한적인 공격에 대해 제한적인 반격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면전에 대한 우려가 북한 공격을 막아서는 브레이크였다면 이제는 그 수명이 다했다는 해석이다. 닉시 교수는 미 국무부와 의회조사국을 거쳐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을 거친 한반도 전문가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북한의 핵개발 거점과 저장 기지를 파괴하는 방법은 가장 효율적이지만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효과를 거두긴 어려운 선택지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우선 시도하려는 것은 이미 파악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기지에 대한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 닉시 교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그런 미사일 시설에 있는 미사일 또는 항공기에 대한 제한적인 폭격이 검토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군사적 선택지에 관한 뉘앙스는 트럼프 정부의 핵심들의 말에서 풍겨져 나왔다. 렉스 틸러슨 국무 장관은 과거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식을 보이며 “군사력의 행사를 포함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제임스 마티스 미 국방장관도 북한의 핵과 탄도 미사일 개발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 역시 군사력 행사를 암시하는 말을 내뱉는 중이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이 그 어느 때보다 우리에게 중요하게 와 닿는 이유다. ​



시리아에 미사일 퍼부은 트럼프, 다음은 북한?

러시아·호주, IS 격퇴에 차질 생길까 우려
2017.04.07 16:51:5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정부군의 공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중국과 정상회담 도중에 갑작스럽게 이뤄진 이번 포격을 두고, 북한을 압박해 핵 문제를 해결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찬을 끝낸 뒤 발표한 성명에서 미군이 시리아 공군기지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조치가 시리아 정부군이 벌인 화학무기 공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가 무고한 민간인에게 끔찍한 화학무기 공격을 개시했다"면서 "화학무기 사용과 확산을 사전에 저지하는 것은 미국의 필수 안보 이익"이라며 공격 배경을 밝혔다.  

그는 "시리아 정권이 화학 무기를 사용하고 화학무기금지협약(CWC)상 의무를 위반하고 유엔의 촉구를 무시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면서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 시리아 북부의 이들리브 주 칸셰이쿤에서는 화학무기 살포로 어린이들을 포함해 최소 72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을 포함해 주요 서방 국가들은 이 공격을 시리아 정부군이 벌인 것으로 간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방송 NBC는 미군의 미사일이 시리아 중부지역 홈스 인근의 알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을 향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기지가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싣고 출발했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 에이피> 통신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미군이 해당 기지에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는 이날 미국의 공격으로 6명이 숨지고 수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성 발언이 아닌, 실제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나서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서도 말이 아닌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중동과 동북아의 국제정치 구도가 다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의 사례처럼 북한에도 폭격을 가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에 '핵이나 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경우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정상회담 첫날 만찬을 끝내는 시점과 유사한 시각에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에 '북한을 압박해서 핵 문제를 해결하라. 그렇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지중해에서 작전 중인 미국 이지스구축함인 포터함(DDG-78)이 시리아 홈스 인근의 정부군 공군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호주 "IS 격퇴 국제 공동전선 무너진다" 우려 표명 

한편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번 공격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밝혔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통신은 7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가 기자들에게 미군의 포격과 관련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이미 위험한 상황에 처한 러시아와 미국 관계에 심각한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그가 "(미국의 시리아 기지 공격은) 국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궁극적인 (우리의) 목표와 가깝지 않으며, 반대로 전 세계 악의 무리에 대한 효과적인 처단과 이들의 격퇴를 위한 국제 연합체를 만드는 데 있어 심각한 장애물이 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악의 무리'는 이슬람 국가(IS)를 의미하는 것으로, 미군의 시리아 정부 폭격이 IS를 격퇴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적인 공동 전선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 국가인 호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입장이 나왔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이날 "호주 정부는 미국의 신속하고 정당한 반응에 강력한 지지를 보낸다. 화학무기 공격이 시작된 비행장에 미사일 타격이 가해진 것은 아사드 정권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해서 이번 공격이 아사드 정권과 전쟁을 하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미국 역시 아사드 정권을 전복시키겠다는 뜻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이슬람국가(IS) 축출을 위해 아사드 정권과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졸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 역시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썼다는 것이 혐오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아사드 정권을 도려내기보다는 IS를 축출하는 일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주 라디오 ABC 방송에서 이같은 입장을 피력하며,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는 대신 아사드 정권과 가까운 러시아나 이란 정부가 아사드에 대한 압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비판하다가 자칫 IS 축출을 위한 국제적인 공동 전선에 균열이 생길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칼빈슨은 왜 한반도 쪽으로 변침했나

중국 <환구시보>, "북한에 대한 공습은 서울에 재앙 불러올 것"
2017.04.10 11:54:39

미국의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이 계획된 경로를 변경, 한반도로 기수를 돌렸다. 최근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실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제는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조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9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의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안정을 해치는 미사일 시험과 핵무기 개발이 이 지역의 최고 위협"이라며 칼빈슨호 항모 전단이 서태평양으로 항로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당초 칼빈슨 호 항모 전단은 지난달 치러진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참가 후 싱가포르로 이동, 이후 호주로 향할 예정이었다. 갑작스럽게 항로를 변경한 배경에 대해 데이비드 벤험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서태평양에서 존재감과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모든 선택지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히며 군사적 조치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미국 방송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적인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칼빈슨 호 항모 전단이 서태평양으로 향한 것은 "신중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 ⓒ미 해군


다만 미국의 이러한 행태가 실제 군사력의 사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 방송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6~7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공유했다면서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과 함께 북한 지도부의 생각을 바꾸는 데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라면서 "그렇게 된다면 (북핵과 관련한) 대화는 아마도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도 북한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북한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양국(미중) 정상이 공통의 관점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 방송 ABC의 <디스 위크>에 출연한 자리에서 "더 이상의 (미사일) 시험이 없고, 미사일 프로그램의 진전이 없는 것, 이것이 우리가 그들과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요구해왔던 것"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이 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틸러슨 장관은 미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원하지만 "북한 정권을 교체할 목표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6일 시리아에 대한 폭격이 북한에 주는 일종의 메시지냐는 질문에 틸러슨 장관은 "(시리아 공습은) 국제적인 규범을 위반하고 약속에 부응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들에 위협이 되고 특정 시점이 되면 대응 조치가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선제 공격, 크게 우려할 필요 없어 

한편 칼빈슨 항모 전단 이동과 관련 10일(한국 시각)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한반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항모 전단 이동이 북한에 주는 메시지라고 해석하냐는 질문에 문 대변인은 "북한의 전략적 도발, 특히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차원"이라고 답했다.  

'북한'이라는 단어가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4월 위기설', '4월 북한 폭격설' 등이 SNS 상에 오르내리는 것과 관련해 문 대변인은 "4월에 김일성 생일(15일), 또 북한 인민군 창건일(25일) 등 여러 정치 일정이 있다는 점과 북한이 추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에 대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중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간 전화통화를 통해 여러 가지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미국에서는 대한민국의 통일 정책과 대북 정책을 지지한다고 했고, 정부는 모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정책을 추진해왔다"면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미국의 '선제타격론'은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정부가 추진해 온 대북 제재와 압박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그 과정에서 북한에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태도를 바꾸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4월은 북한의 동계 군사 훈련이 끝나고 한미 양국도 합동 군사 훈련을 하는 지점이기 때문에 역대 어느 해를 보더라도 굉장히 긴장된 시간"이었다며 북핵 문제를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이후, 다음은 북한?  

하지만 미국의 북한 공습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9일 '시라아 공습 이후, 다음은 북한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만약 미국이 시리아에 했던 공습을 북한에도 사용한다면 효과는 제한적이고, 후과는 크다"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북한에는 서울을 겨냥할 수 있는 수천 발의 대포와 다량의 단거리 미사일이 있다"며 "북한에 대한 공습은 서울에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 지중해에서 작전 중인 미국 이지스구축함인 포터함(DDG-78)이 시리아 홈스 인근의 정부군 공군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신문은 "일단 미국이 군사적인 수단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북한의 핵 시설이나 군사 시설과 관련된 곳에만 (공격이)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 지도부에 대한) '참수 공격'을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북한에 대한 공습은 한반도에 엄청난 살육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시리아에서의 성공 때문에 북한의 도발에 참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의 핵 시설을 공습하는 것은 더 이상 트럼프 정부에서 제기되는 '우스꽝스러운 계획'이 아니다. 심각한 선택지 중에 하나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북한이 현재 상황을 잘못 판단하면 안된다. 새로운 핵 실험은 국제사회의 전례없는 반응을 불러올 수 있으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면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9일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통신은 미국의 항모 전개가 북한 지도부에 경솔한 행동을 하게 하는 발화점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러시아 상원 국방위원회의 빅토르 오제로프 위원장이 "북한 정부가 미 선박 항해에서 위협을 느낀다면 이것은 북한 지도부에 경솔한 행동을 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오제로프 위원장이 "한국 해안에 이들의(미 항모의) 존재는 북한과 협상을 구축할 필요가 있는 시점에서 이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칼빈슨이 몰고온 전운... 문재인·안철수, 왜 침묵하나?

[정욱식 칼럼] 트럼프의 위험천만한 치킨 게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친 자의 이론(madman's theory)'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와중에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유엔 등 국제사회의 합의 없이도 '독자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에는 항공모함 전단의 기수를 한반도로 틀었다. 미국 항공모함인 칼빈슨호의 행적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 훈련에 참가했던 칼빈슨호는 싱가포르에 입항한 이후에 호주로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고 없이 항로를 한반도 쪽으로 돌렸다. 

< 연합뉴스>에 따르면, 칼빈슨호의 항로 변경에 대해 미국의 태평양 사령부는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우리의 역내 동맹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full range)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칼빈슨호의 투입이 대북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미국은 시리아 공습을 통해 '독자 행동'도 불사할 수 있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국제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선제타격의 최전선에 있는 항모 전단을 한반도 근해로 보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 미 항공모함 칼빈슨 호 ⓒ미 해군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대북 선제공격이 임박한 것일까? 나를 포함해 대다수 사람들은 '설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혹시'라는 불안감을 증폭시켜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중국을 상대로는 '북핵 해결에 나서라.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나설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다. 또 하나는 대북 메시지로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면 미국의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경고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중국 및 북한을 상대로 벌이려는 '치킨 게임'이 성공할지는 회의적이다. 중국은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할수록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북한은 리스크를 '회피' 하기보다는 '불사'하려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칼빈슨호를 동원한 무력시위는 트럼프의 의도와 관계없이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넣을 위험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가 진정으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방하고 싶다면, 항모 전단이 아니라 대북 특사를 한반도에 보내야 한다. 한미군사훈련 중단 내지 축소와 북핵 실험 중단과 같은 상호 위협 감소를 동시에 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스스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면서 유독 힘의 과시에만 매달리는 것은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할 뿐이다. 

한국의 대선 후보들의 태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고를 내놓으면서도 미국의 강경책에는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핵은 분명 우려할 만한 대상이지만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 사안이다. 반면 미국의 대북 예방적 선제공격이나 북미간의 치킨 게임은 언제든 한반도를 전화(戰火)에 휩싸이게 할 수 있다. 

기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우리에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대다수 한국 국민과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대북 무력 사용에 대해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 트럼프가 "전투용 망치"를 휘두르는 일은 없게 될 것이다. 이는 거꾸로 트럼프 행정부로 하여금 대북 협상을 진지하게 검토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보고 싶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에는 단호히 반대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협상다운 협상'에 나서 한반도의 비핵평화를 달성하겠다는 대선 후보를 말이다.



미국은 정말 북한에 선제타격을 할까?

"문모닝·안모닝만 하지말고 北모닝·美모닝 하라"
2017.04.11 12:03:40

미국 칼빈슨호 항공모함 전단이 한반도에 전개되면서 군사적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할 경우 이것이 자칫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제타격을 비롯한 전쟁 상황이 쉽게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1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현실적으로는 미국이 북한을 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한 대 맞고 가만히 있을 사람들이 아니다. (선제타격이) 전쟁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미국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 북중 접경 지역에 15만 명의 병력을 집결해놓고 있다고 하는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이 당하면 중국으로 바로 불똥이 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그런 행동(선제타격)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또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 특별대표(6자회담 수석대표)가 평양으로 갈 예정이라면서 "북한에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번에 6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하면 미국이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도록 중국이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날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역시 선제타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선제타격이 되려면 요건이 있어야 하고 준비 태세가 갖춰져야 한다"면서 현재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준비가 돼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예상했다.

송 전 장관은 "시리아처럼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이 확실하게 나오는, 이런 것이 선제타격의 요건인데 이게 구비됐다고 해도 바로 선제타격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선제타격은 제2의 한국전쟁이나 그 이상으로 확전될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도저히 저항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미국 군사력이 이 지역에 배치되고, 이후 민간인을 빼내는 작업 등의 조치가 된 상태가 준비태세"라고 설명했다. 선제타격의 요건이나 준비태세를 고려했을 때 모두 현 상황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송 전 장관의 판단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칼빈슨호의 한반도 전개가 위기 상황을 고조시켰다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미국의 항공모함이 한반도에 출동할 정도의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현재 상황을 굳이 위기로 표현한다면 저강도 위기인데,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오면서 오히려 인위적으로 위기가 고강도로 끌어올려 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 실험을 하는 것은 북한 나름의 '일정표'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면서 "만약 북한이 핵 실험을 했다고 치면 (칼빈슨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칼빈슨호가 북한 핵 실험에 대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게 되면 (북한의 핵 실험에) 미국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며 "그런 점에서 스스로 (미국이) 외통수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은 (일정이 이미 확정됐다면) 미국의 군사적 시위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만약 핵실험을 했다고 치면 미국이 아무런 조치 없이 물러서기 어려운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현재 한국은 권력 공백 상태다. 이에 대선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전 장관은 "대선후보들이라도 나서야 한다. 자기들끼리 안모닝, 문모닝 이런짓 하지 말고 북(北)모닝, 미(美)모닝 좀 했으면 좋겠다"며 "미국 이러지 마라, 또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우리를 인질로 삼은 건데 이런 짓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Again 1994? 1차 핵위기로 보는 ‘4월 위기설’

조유빈 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2(수) 16:29:52


“미국이 북한 폭격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4월 위기설’의 핵심이다. 미국이 시리아를 폭격한 데 이어 한반도 주변에 핵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재배치하자 4월 북폭설, 한반도 위기설이라고도 불리는 ‘4월 위기설’이 일파만파 퍼지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과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 국내 리더십 공백 등이 합쳐져 촉발된 4월 위기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4월 위기설은 김일성 생일을 기념하는 태양절(4월15일)을 앞두고 더 급속하게 퍼졌다. 기념일을 앞두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행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트럼프 정부가 북한을 폭격할 것이고, 중국도 이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핵심전략무기인 칼빈슨호가 한반도 인근에 배치되면서 실제 북한에 대한 공격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선제타격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옵션을 준비하라”는 강한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3월15일 오전 해군 장병의 환영을 받으며 부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3월15일 오전 해군 장병의 환영을 받으며 부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 연합뉴스

  

 1994년 1차 북핵 위기 재조명

 

사실 북한을 예방적 차원에서 타격해 핵시설을 제거하자는 미국의 선제타격론 주장은 과거에도 있었다. 1994년에는 실제 미국이 북폭을 고려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특사 교환 실무회담에서 북한 대표가 던진 말이다. 

 

이 발언으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는 등 전쟁에 대한 공포가 극단으로 치솟았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는 이렇게 한반도를 뒤흔들어 놓았다. 북한은 1993년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탄도미사일인 노동 1호를 발사하고 핵실험을 강행했다. 핵에 대한 공포는 당시 클린턴 정부를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미국의 생각은 간단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북한의 핵개발은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영변 핵 연료봉을 교체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핵 개발 규제를 간단히 넘어서버렸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자서전 ‘My Life'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서라면 전쟁의 위험도 감수해야만 했다”고 회고했다. 한반도에서의 또 다른 전쟁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실제로 1994년 5월18일, 미 국방부 펜타곤에서는 제2의 한국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열렸다. 

 

클린턴 정부의 대북 선제타격 계획은 북한의 핵시설 파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른바 ‘외과 수술식 정밀 폭격’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당시 4성 이상의 장군들의 회고록을 보면 미국은 같은 해 6월14일 영변에 대한 폭격 방법을 실제로 논의했다. 재래식 순항 미사일을 통해, 영변 재처리 시설‧원자로는 물론 주요 군사시설까지 폭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북한에 대한 폭격은 곧 한반도의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디데이(D-day)는 6월16일.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꺼내 재처리를 시작하는 날을 선제 폭격 실행일로 잡은 것이다. 한반도에서의 또 다른 전쟁은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다. 

 

“(한국 전쟁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 보고서를 받았는데, 그 내용은 전쟁이 일어날 경우 양측이 입을 막대한 피해 규모에 관해 정신이 번쩍 드는 내용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피해 규모가 ‘정신이 번쩍 들’ 정도였다고 자서전에서 밝혔다. 당시 예상 피해 규모는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3개월 안에 미군 5만2000명, 한국군 49만 명이 전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북방에 배치된 북한군의 장사정포로 인해 수도권 등지에서만 민간인 100만여 명이 사망하고,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미군과 한국군 100만여 명 이상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한국에 있는 미국 민간인 소개 작전을 실행했다. 주한미군 가족과 외교관 및 그 가족을 1순위, 일반 민간인과 시민권자를 2순위, 소수의 한국인이 3순위로 분류해 비상시 집결지 등을 통보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애완동물 철수계획까지 수립됐다. 6월6일에는 민간인 소개 작전에 대한 대대적인 훈련을 가지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레이니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강력 항의하면서 “한국군의 통수권자로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군인 60만 중에 절대 한 사람도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엄포를 놓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북한을 개인 자격으로 방문해 전쟁을 막으려 나섰다. 이 시기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 디데이가 포함돼 있다. 

  

“미국이 우리 땅을 빌려서 전쟁을 할 수 없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6월16일 정오에 북한 핵 시설에 대한 폭격이 가해질 예정이었다. 페리 전 장관은 “작전 개시를 불과 한두 시간을 앞두고 카터 전 대통령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면서 “북한이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모든 핵 재처리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 역시 제재 및 미군 증강을 유보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후 KEDO(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가 만들어지면서 북한의 핵시설 폐기와 이를 대체할 경수로 건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게 된다.

 

20년이 지난 이제 다시 북폭설이 제기되고 있다. 긴장 고조 상태도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 정부의 동의 없는, 독자적 전쟁을 치르기 어렵다는 사실은 1994년과 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상황에 비추어볼 때 선제타격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고 보는 것이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4월 북폭설이라는 것은 아무리 충동적 성향이 강한 트럼프 정부라고 하더라도 실현 불가능하다”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은 인정되지만 선제공격은 다르다. 우리 국민들이 사재기하고 대피해야 할 전쟁 위기가 아닌, 이런 흐름을 악용하는 세력들이 만들어낸 가짜 뉴스”라고 지적했다.​ 



"북한, 지금 핵실험 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다"

[정세현의 정세토크] "칼빈슨이 한반도로 방향 바꾼 제2의 이유는"
2017.04.13 11:05:50


"1994년 북핵 위기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어느 정도 위기 상황인가?"라는 질문이 국방부와 외교부, 통일부 등 안보 관련 부처들의 정례 브리핑에 등장했다. 북핵 위기로부터 23년이 지난 2017년,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4월 위기설'이 남한을 휘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위기설은 미국의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예정된 항로가 아닌, 한반도로 진입하면서 증폭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예측할 수 없는 돌발 행동을 벌일 수 있다'는 의구심까지 결합되면서 전쟁에 대한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을 뻔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미국은 왜 칼빈슨호를 한반도로 보낸 것일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기본적으로 칼빈슨호의 전개는 북한 압박 및 대북 억지력 강화라는 일차적 목표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장 오는 15일은 김일성 생일 105주년이고, 25일은 인민군 창건일 85주년이다. 이 계기에 북한이 핵 실험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발사 시험 등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다"며 "미국은 칼빈슨호를 통해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북한은 정말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하지 않을까? 정 전 장관은 " 북한이 이런 상황에서 핵 실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이 15만 명의 병력을 북한과 접경 지역에 배치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호는 서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칼빈슨호의 전개가 중국에게도 적잖은 압박이 된다는 방증"이라며 "그런데 북한에게 아무런 압박 효과가 없을까? 북한이 핵 실험을 하면 정말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미국의 칼빈슨호 전개에는 또 다른 목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남한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반미, 반일, 친북 후보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문재인 후보보다는 상대적으로 중도에 가깝다고 간주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이 향후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남한 내의 보수 결집을 통해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 미국이 염두에 두고 있는 2차적 목표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미국 항공모함인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기수를 돌리면서 '4월 위기설'이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몇 달 전에만 해도 이번 대선에서 남북문제나 안보문제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이제 안보가 핵심 이슈로 자리잡아 가는 것 같습니다.  

정세현 : 4월 위기설은 상당히 복잡한 국제적인 문제인데, 어느새 국내 정치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우선 얼마 전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6~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공동 보도문이나 성명 하나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아무런 성과 이 헤어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로 '100일 계획'을 꼽았습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불균형 시정을 위해 양국이 이 계획에 합의했다고 밝혔는데요. 결국 경제, 특히 무역 분야에서 양국이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발견됐기 때문에 합의 도출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사드 문제도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로 간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세게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경제적인 영역에서 중국의 양보를 받아내려는 틀을 짜고 있기 때문에 100일 계획 같은 합의도 나오지 않았나 하는 추정입니다.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경험이 없다고 해도 중국과 만났는데 빈손으로 끝내지는 않았을 겁니다. 시 주석 역시 국내 정치적으로 뭔가 내놓을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주고 받는데 어느 정도의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경제를 위해 무역 수지 적자를 해결해야 하고 중국은 사드 배치를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일정한 타협을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봅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정상회담이 끝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전화 통화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중국 관영 매체인 CCTV가 이를 보도했는데요. 양국 정상이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또다시 통화를 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정세현 : 칼빈슨호가 한반도 해역으로 기수를 돌린 것이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아닙니까? 중국은 미국의 이같은 행동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최악의 상황에서는 선제타격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군사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통화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통화에서 시 주석은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미국과 협력해나가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건 중국이 늘상 하는 말이지만 시점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시 주석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한반도 부근에 미군이 너무 많다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공포 분위기 조성하지 말라는 것이죠. 대화로 해결하자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중국이 미국이랑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미국이 무력을 쓰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북한도 자제하라는 신호를 준 것으로 보입니다.

▲ 지난 7일(현지 시각)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플로리다 주 마라리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레시안 :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시기에 시리아에 미사일 폭격을 가했습니다. 또 직후에 칼빈슨호를 한반도로 보냈는데요. 미국의 저의는 무엇일까요?

정세현 : 시리아 폭격은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합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른바 '중국 역할론'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한술 더 떠서 '중국 대행론'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또 다른 측면으로 남한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미국과 일본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반미, 반일, 친북 후보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문재인 후보보다는 상대적으로 중도에 가깝다고 간주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이 향후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칼빈슨호를 한반도 해역으로 진출시키고, 안보 위기가 높아지면 보수층의 결집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가 차악으로라도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자고 할 정도이지 않습니까? 그만큼 보수 세력의 위기감이 크다는 건데, 문재인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위기설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봅니다.  

게다가 국민의당은 지금 원내 40석의 의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중도 또는 합리적 보수들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 보수 세력과 손을 잡고 국정을 운영한다면 미국이 남한을 다루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기본적으로 칼빈슨호의 전개는 북한 압박 및 대북 억지력 강화라는 일차적 목표가 있습니다. 당장 오는 15일은 김일성 생일 105주년이고, 25일은 인민군 창건일 85주년입니다. 이 계기에 북한이 핵 실험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발사 시험 등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칼빈슨호를 통해 이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정치적 파장 및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남한 내 보수 결집을 통해 대선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의 이러한 행태가 남한 내 대선 정국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지금이 1945년 해방이나 1953년 한국 전쟁 직후는 아니니까요.

프레시안 : 칼빈슨호의 한반도 해역 진입이 결국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지적이신데요. 실제로 압박 효과가 있을까요?

정세현 : 북한이 이런 상황에서 핵 실험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지금 한반도 부근에는 칼빈슨호뿐만 아니라 레이건호도 있습니다.  

중국이 15만 명의 병력을 북한과 접경 지역에 배치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호는 서해에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칼빈슨호의 전개가 중국에게도 적잖은 압박이 된다는 방증입니다. 그런데 북한에게 아무런 압박 효과가 없을까요? 이런 와중에 북한이 핵 실험을 하면 정말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중국도 이를 강하게 말릴 겁니다. 북한이 사고를 쳐서 미국의 대중 압박이 더 거세지면 무역 문제 협상에서도 불리해지기 때문입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합의한 '100일 계획' 협상에서 미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사고를 치면 안됩니다.

▲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 ⓒ미 해군


프레시안 :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는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중국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6자회담을 띄우려 하는 걸까요?

정세현 : 우다웨이는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을 방문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에 핵 실험이나 ICBM 발사 등 돌발적인 행동 하지 말라고 못을 박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미중 정상회담 기간 중에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됐으니, 북한이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중국은 대북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된다면서 이상한 짓 하지 말라고 설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사고를 치면 그때는 정말 틀어막을 수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전달하려면 우선 남한에 오는 게 순서입니다. 우다웨이는 남한의 현 정부 당국자뿐만 아니라 각 대선 캠프의 관계자 및 대선 후보들을 만났는데, 회담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과 함께 각 캠프가 사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탐색도 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이다보니 어떤 후보가 6자회담에 협조적인지도 먼저 파악해야 했을 것입니다.  

중국은 이후 러시아도 끌고 들어가려고 할 겁니다. 북한이 제멋대로 하면 중국만 곤란해지는 것이 아니고, 러시아도 시리아 문제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으니 북한은 컨트롤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 겁니다. 김정은의 행동을 억제시키는데 협조해달라는 내용으로 말이죠.

안보 주도권 잡은 문재인, 정략적 선택?  

프레시안 :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다 보니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도 쟁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아예 기존 입장을 바꿔서 사드 배치 찬성으로 돌아섰고, 문재인 후보도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다면 사드를 받아들인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드를 들여온다고 해서 북한의 핵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전문가를 포함해 정치권에서도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그런데도 마치 사드가 북한의 핵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 열쇠'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고, 이걸 정치권과 언론이 재생산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정세현 : 일단 문 후보부터 살펴보면 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해버릴 경우 사드 배치에 반대하기가 어렵지 않겠냐는 언급을 했습니다. 일종의 '조건부 우클릭'인데, 사드가 북핵 해결의 만능열쇠라고 인식되는 상황에서 정치인이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서 반응을 보일 필요도 있었을 겁니다.  

또 지금 한국사회에서 사드를 반대하면 북핵을 해결하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북한 편을 드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소위 '종북 몰이'를 하기에 딱 좋은 아이템인 셈이죠. 정치문제가 돼버린 겁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처럼 사드 도입에 대해 기존 반대 입장에서 찬성 입장으로 확 돌아선 것과는 양상이 다릅니다. 안 후보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에 반대했지만, 지금은 '국가 간의 약속은 다음 정부에도 이어져야 한다'는 논리로 사드 배치를 찬성하고 있습니다. 외교적 합의라서 뒤집을 수 없다는 건데요. 그러면 한일 일본군 '위안부'합의도 뒤집을 수 없는 겁니까?

문 후보 역시 우클릭을 하기는 했지만, 이것은 오히려 북한에 핵실험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배치가 필요없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프레시안 : 문재인 후보가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하고 원내 5개 정당의 대선후보와 대표가 모이는 '5+5 안보 비상회의'를 제의한 것도 이러한 행보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정략적인 제안이라는 이유입니다.  

정세현 : 정략적인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안보 자체의 중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이 탄핵으로 부재한 상황에서 한반도의 안보 상황 관리를 위해 5개 당 후보와 대표가 모여서 함께 이야기해봐야 할 필요가 분명 있습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함께 모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 측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면 안된다"는 이유로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국민들이 불안해하니까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면 안되는 겁니까? 오히려 안보가 위기라는 판단이 들면 NSC를 열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안보는 보수'라는 안 후보가 거절한 이유는 따로 있을 겁니다. 안보 문제에 대해 문 후보에게 주도권을 뺏기기 싫은 겁니다. 그동안 문 후보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수세에 몰려있었습니다. 이걸 '5+5' 회의 제의로 일정 부분 만회한 측면이 있습니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본인이 이런 상황에서 문 후보에게 협조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문 후보는 이번에 거절당했다고 해도 계속 불씨를 살려 놓는 것이 좋습니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 정치권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보자고 이야기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계속 거부할 명분이 있을까요?

▲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1일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프레시안 : 어쨌든 당선권에 있는 유력한 후보는 모두 야당입니다. 그래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북 정책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정세현 : 일단 안철수 후보의 경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대북정책의 상속자라는 부담이 없는 인물입니다. 꼭 그에 맞춰서 따르지 않아도 되고요. 좀 더 오른쪽으로 치우친 정책을 쓸 수 있습니다.  

안 후보는 햇볕정책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40석의 정당이기 때문에 대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대외 정책의 이념적 성향은 보수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남북관계 개선 속도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본인이 민주정부 3기라고 명명했기 때문에 대북정책 역시 햇볕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버전은 예전 그대로가 아닌, 업그레이드가 되어야겠죠.  

물론 진보라고 해서 북한의 핵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남북관계나 대외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스스로 상황을 주도하려는 것과 주위의 환경을 봐가면서 조심스럽게 나가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 후보의 경우에는 대북정책이나 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상황을 주도해보려는 노력을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을 설득해서라도 문제 해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노선을 펼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북한은 19년 만에 최고인민회의 내에 외교위원회를 부활시켰습니다. 또 오는 15일 태양절과 25일 인민군 창건일에 맞춰 외신기자를 대거 초청했는데요. 이 기간 동안에는 군사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낮은 것 아닌가요?

정세현 : 우선 외교위원회의 경우 최고인민회의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읽힙니다.  

외신 기자들을 초청한 것도 핵 실험을 하거나 ICBM 시험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열병식을 계획해서 거기서 새로운 무기를 보여줄 수는 있습니다. 자신들이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발사할 능력이 있으니 이를 발사하지 않게 하려면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여줄 겁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평창에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단을 보냈습니다. 또 평양에서는 남북 여자 축구 경기가 열리기도 했구요. 국제대회니까 관례대로 했다고는 하지만, 이것도 그냥 스포츠 경기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북한이 남북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세현 : 그렇습니다. 정권 바뀌면 남북관계를 잘 풀어보고 싶다는 의사가 담겨있는 겁니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지 1년 2개월이 넘었는데 여전히 시설은 그대로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북한은 남북관계를 풀려는 기대를 가지고 미리 운을 띄우는 차원에서 이러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괴담’이라지만 김정은엔 ‘죽음의 그림자’

[평양 Insight] 정부·전문가들 “대북 선제타격, 즉각적이고 전격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8(화) 14:00:00 | 1435호


지난 4월13일 오전 평양 시내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리 도열한 군중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등장했다. 오른손에 가위를 집어든 그는 붉은색 긴 천의 한가운데를 싹둑 잘랐다. 자신의 특별지시로 건설된 초고층 뉴타운인 여명거리 준공식 이벤트였다. 건설공사를 책임진 김정은의 최측근 마원춘 국무위 설계국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이 광경을 지켜봤다. 하지만 김정은의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무뚝뚝한 표정으로 테이프 커팅을 하는 그의 모습은 외신기자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이런 장면은 예상 밖이었다. 여명거리는 김정은의 야심작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절대권력을 넘겨받은 김정은은 건설·건축에 유난히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리더십을 과시하고 북한의 경제난을 바라보는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돌려보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최고 75층 주상복합 건물까지 들어선 여명거리를 두고 북한은 “대북 제재 속에서도 일떠선(세워진) 건축물”이라고 주장하며 ‘제재 무용론’을 제기했다. 김정은은 할아버지이자 선대(先代) 수령인 김일성(1994년 7월 사망) 출생 105주년을 맞는 4월15일까지 여명거리를 완공하라고 지시했고, 기한 이틀 전 준공식을 가졌다. 특유의 웃는 표정으로 ‘여유로움’을 연출해야 할 자리였지만 그렇지 못했다.

 

북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 데이브 벤험 미국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4월9일(현지 시각) “서태평양에서 존재감과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칼빈슨 항공모함(사진)을 북쪽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 EPA 연합

북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 데이브 벤험 미국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4월9일(현지 시각) “서태평양에서 존재감과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칼빈슨 항공모함(사진)을 북쪽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 EPA 연합


 

김정은, 여명거리 준공식서 무뚝뚝한 표정

 

이를 두고 최근 북한을 둘러싼 긴장된 국면이 그대로 김정은의 얼굴에 투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그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그리고 북한 이슈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등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북한 최고지도자의 심경을 복잡하게 얽히도록 했다는 얘기다. 대북 정보분석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는 “조선중앙TV나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는 영상을 편집하거나 수백 장의 사진 중 몇 장을 골라 김정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며 “하지만 외신기자의 망원렌즈에는 있는 그대로의 표정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른바 ‘태양절’로 떠받드는 김일성 생일을 맞아 유력 외신기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그래놓고는 “놀라운 취재거리가 있다”며 기자들의 관심을 쏠리게 한 뒤 여명거리 준공식이란 깜짝쇼를 벌였다.

 

김정은의 마음을 이토록 심란하게 만든 건 ‘선제타격’이나 ‘참수작전’ 같은 단어일 것이란 분석이다. 김정은 정권의 잇단 핵 위협과 미사일 도발에 국제사회는 인내의 한계를 드러내왔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1월20일 출범 이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압박 수위를 한껏 높여왔다. 그렇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이 도발적 행보를 지속하면서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4월 위기설’과 함께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관측이 잇따르자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이 직접 나섰다. 일각에선 ‘김정은 망명설’까지 나돌았다. 국민들이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모습마저 보이자 이례적으로 당국이 진화(鎭火)작업을 펼친 것이다. 외교부와 국방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대북 선제타격설(說)을 “찌라시(사설정보지의 속칭)나 괴담 수준”이라고 공식 해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부, 선제타격설에 “찌라시나 괴담 수준”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북 선제타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는 꼬리를 물고 있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을 보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4월6~7일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 문제 해법 논의에 실패한 뒤로 트럼프의 북한 다루기가 급격히 거칠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직접적이고 수위도 높은 게 특징이다. 4월12일 미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전임자인) 오바마와는 다르다. (오바마 정부는) 4개월 동안이나 모술(이라크 니나와주의 주도)을 치겠다고 언급해 그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줬다”며 “모술은 일주일이면 될 일인데 수개월 동안이나 싸웠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에 대해 “그는 잘못하고 있다.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대북 압박에 협력하지 않으면 독자적인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임을 피력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12일 기자회견에서 북·중 무역과 관련해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줄 것을 시진핑에게 요청한 사실을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회담한 후 “중국이 좋은 무역거래를 하는 게 북한 문제에 있어 미국을 돕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냥 혼자 갈 것”이라면서 “하지만 홀로 가는 것은 다른 많은 국가들과 함께 가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을 통해 대북 압박이나 북핵 문제 해결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전인 3월17일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은 매우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 그들은 여러 해 동안 미국을 갖고 놀았다. 중국은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언급했던 것과 차이가 난다. 훨씬 구체적이면서 부정적인 쪽으로 옮겨갔다는 평가다.

 

4월7일(현지 시각)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포터’가 지중해 동부해상에서 시리아 공군기지를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 AP 연합

4월7일(현지 시각)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포터’가 지중해 동부해상에서 시리아 공군기지를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 AP 연합

 

군사력 앞세워 전방위 압박

 

미국의 군사적 대응 행보도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3월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참여했다가 돌아간 미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는 항로를 바꿔 다시 한반도 주변 해역에 투입됐다. 여기에는 F/A-18 슈퍼호넷 전투기와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MH-60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 70여 대의 항공 전력이 편제돼 있다. 어지간한 국가의 공군력과 맞먹는 수준이다. 칼빈슨호의 투입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가 벌어지자 중동 지역에서 ‘항구적 자유’라는 작전명을 가진 대(對)테러전을 펼쳤고, 당시 칼빈슨호는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CVN 65)와 함께 첫 타격 임무를 맡았다. 칼빈슨호 전단을 구성하는 구축함과 순양함은 개전 초 최대 사거리 2500km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이용해 적의 지상 핵심 지휘시설이나 전략적 요충지를 파괴한다. 이 때문에 토마호크 미사일은 미국의 ‘개전 신호탄’이라 불리기도 한다.

 

칼빈슨호의 한반도 투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4월12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추가 행동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같은 날 미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매우 강력한 함대(칼빈슨호 전단)를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유사시 북한에 대해 잠수함을 이용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항공모함보다 강력한, 매우 강한 잠수함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과의 4월12일 통화에서 “김정은에게 ‘미국이 항공모함뿐 아니라 핵잠수함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해 주라”고 말한 사실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6일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측을 응징하기 위해 공군기지를 폭격한 것도 북한으로서는 무척 신경이 곤두서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 중 시리아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바사르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숨지는 참상이 벌어지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퍼붓는 전격적인 타격을 펼쳤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끔찍한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예쁜 아이들이 아버지의 품에서 죽는 것을 보고 나는 즉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불렀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는 단순히 시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과 이를 방관하는 중국 당국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4월6일(현지 시각)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미군의 미사일 공격이 이루어진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AP 연합

4월6일(현지 시각)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미군의 미사일 공격이 이루어진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AP 연합

 

 

中, 北·美 양측에 자제 강조

 

중국은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북한과 미국 양측에 자제를 강조하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4월13일 “무력으로 조선반도의 현 상황을 풀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 도발을 하면 누구든 역사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심 북한 김정은의 막무가내식 도발 행보에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대북 압박에 나서 달라고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수세적인 모습만 보일 수 없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미국의 선제타격 위협론을 부각시키며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노동신문은 4월11일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여러 차례 실행해 보려 했지만, 막대한 희생이란 답이 나오자 행동에 옮길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북 타격 시 북한의 응전에 따른 피해 문제를 부각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선제타격 계획 자체를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촉구했다. 북한 외무성 산하 기구인 군축 및 평화연구소도 4월13일 담화에서 “미국으로 인해 조선반도에는 언제 어느 시각에 핵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움쩍하기만 하면 무자비한 보복 타격으로 복수의 핵 불벼락을 드세게 내리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압도적 군사력을 내세워 전례 없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트럼프의 뚝심에 대응전략이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이 즉각적이고 전격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쪽으로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의 입장이 모인다. 하지만 6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같은 추가도발은 중대변수가 될 수 있다. 취임 초 군사력까지 동원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려던 구상이 도전받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김일성 출생 기념일인 4월15일부터 북한군 창건 85주년인 4월25일은 김정은에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도발의 파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점일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15일 무수단 미사일 한 발을 쐈고, 같은 달 23일에는 북극성으로 불리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을 감행했다. 이어 28일에도 무수단 2발을 쏘아 올렸다.

 

미 항모 칼빈슨호는 적국 최고지도자에 대한 참수작전도 맡아왔다. 미 해군부대 네이비실(Navy SEAL)이 2011년 사살한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라덴의 시신을 처리한 것도 칼빈슨호다. 추종세력들의 결집 등을 우려해 매장 등의 방법을 쓰지 않고 아라비아해에 떠 있던 칼빈슨호 갑판에서 수장(水葬)한 것이다. 토마호크 미사일로 포문을 열고 마무리까지 담당하는 저승사자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평양을 한눈에 들여다보고 있는 칼빈슨호가 김정은에게 눈엣가시이자 악몽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트럼프 대북정책, 출발이 나쁘지 않다

[한반도 브리핑] 이제는 북한이 '략적으로 인내 할 때
2017.04.19 08:16:16

고비를 넘겼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언제든지 또 고비가 올 수 있다. 봄이 와도 봄같이 않았던 지난날과 다르지만, 여전히 한반도의 봄은 살얼음판이다. 미중 정상회담이 끝나고,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윤곽을 드러냈다. '최대의 압박과 포용'(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주장하지만, 과거의 실패한 흔적도 겹쳐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대의 압박과 포용

트럼프 정부는 두 달 이상의 대북정책 검토를 끝냈다. 구체적이지 않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대북정책의 목표는 북한의 핵 위협을 종식하는 것이다.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대북정책의 목표가 '북한문제'가 아니라, '북핵 문제'라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인권문제를 비롯한 도덕적 접근의 중요성은 약화될 것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김정은 정권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할 것인가?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힘을 통한 평화'다. 과거 레이건 행정부 시대의 구호다. '경제와 군사적' 힘을 통한 평화는 국제협력이 아니라 미국의 일방적 주도를 강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처럼 'UN을 통한 접근'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시리아 폭격이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북핵 문제는 좀 다르다. 트럼프 정부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해결이 잃을 것이 많다'는 점을 이해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났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문제'라고 조금씩 깨달아 가는 것은 긍정적이다. 문제가 복잡하면, 해법 또한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고심해서 내놓은 대책은 '최대의 압박과 포용'이다. 목적은 물론 북한을 회담장으로 데려오는 것이다. 여기서 'Engagement'라는 단어의 뜻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개념은 원래 클린턴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사용했다. 개입해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장(Engagement and Enlargement)한다는 뜻이다.  

김대중 정부는 이 개념을 햇볕정책의 기본원리로 삼았다. 서독의 동방정책에서 사용했던 '접촉을 통한 변화'라는 개념과도 일맥상통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Engagement'를 번역할 때, 개입은 너무 공격적이고, 관여는 뜻이 잘 전달되지 않아, 포용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포용정책을 영어로 'Engagement policy'로 표현했다.

그러면 트럼프 정부가 포용정책을 선택한 것일까? 우리가 아는 그 포용정책 말이다. 포용정책에 대한 편견만큼이나 성급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포용정책은 알고 보면 외교의 기본이다. 접촉을 해야 상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고, 나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고 그래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당연히 그 결과는 나의 이익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Engagement라는 개념은 새로운 접근이 아니다. 소극적이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고, 유화적이지도 않다. 오바마 정부도 Engagement의 필요성을 부정한 적이 없다.

▲ 지난 7일(현지 시각)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플로리다 주 마라리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정부의 중국 역할론 : 오해와 기회 

물론 트럼프 정부에서 '포용'은 나중이고, 우선은 '최대 압박'이다. 겁을 줘서 흥정을 유리하게 하겠다는 생각이다. 압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우선적으로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압박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현안을 양보해서라도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트럼프 정부는 독자적으로 압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같은 것 말이다.

'중국역할론'과 '미국 독자제재론'은 정반대의 정책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겁을 주려면 미중 양국의 무역 분쟁을 감수해야 한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소극적으로 집행하면 효과가 없다. 북중 양국의 무역거래는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소비재를 거래하는 중국기업은 '글로벌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중국은 우선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중국 역할론'을 반길 것이다. 북한 문제를 미중 양국이 협력해서 풀어가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중국이 그럴 능력이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1866년 미국의 상선 제너럴셔먼호가 대동강에서 불탔을 때 미국이 청나라에 항의하듯이, 혹은 1968년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원산 앞바다에서 나포되었을 때 미국이 소련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듯이, '중국 역할론'은 오해와 편견의 결과다. 중국은 주선하고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지만, 북핵 폐기의 상응조치를 제공할 수 없다. 어떻게 중국이 북한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는가?

중국 입장에서 '중국 역할론'은 장기적으로 부담이지만, 단기적으로 기회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화를 계속하면서, 미국이 북중 관계 역시 간단치 않다는 점을 이해하기를 바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양국 지도자가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현재의 상황은 기회다. 지도자 차원의 신뢰가 쌓이고 외교관계가 깊어지는 것이 중국은 나쁠 것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인내의 약점과 강점  

'최대 압박과 포용' 정책을 보고 미국 민주당 쪽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들은 오바마 정부의 정책과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 오바마 정부 역시 '제재를 강화해서 북한을 회담장으로 데려오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트럼프 정부가 '최대압박'의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비롯한 금융제재 역시 오바마 정부에서도 검토했던 수단이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차이는 확실하고 분명하다. 결정적 차이는 인내심이다. 트럼프 정부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고 끝났다는 점을 강조한다.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라는 개념에서 중시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인내다. 북핵 위협을 임박했다고 보기 때문에, 인내할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정부가 북핵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인내심이 부족한 점은 불안하다. 북한이 트럼프 정부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해서 과거처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일단 억지력을 강화하자고 생각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언제든지 악화될 수 있다. 지금 북한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전략적 인내'다. 중국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일단 잠시 동안이라도 가만히 있어봐라'는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북핵 협상은 쉽지 않다. 'Engagement'의 수많은 사례와 비교해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지 알게 될 것이다. 과거의 북핵 협상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타협(Grand Bargain)으로 부르는 '한방의 협상'은 일방적이거나 비현실적이다. 북핵문제는 관계가 달라져야 하고, 관계는 금방 좋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트럼프 정부의 북핵 문제에 대한 인식은 계속 변화하고 달라질 것이다. 이념적 편견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다. 장사꾼의 지혜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실용이다. 이익이 되면 하고, 이익이 없으면 안하는 것이다. 북핵 문제는 실용적 접근을 유지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출구를 찾을 수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트럼프 정부에게 이익의 구조를 제시하는 것은 한국 차기 정부의 과제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이 빠르게 변한다.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아주 길고 어두웠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 너무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북핵 문제의 성격을 이해한다면,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다면, 분명 출구를 찾을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출발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