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 예술

축의금. 조의금 안주고 안받기 운동..

일취월장7 2017. 4. 3. 16:04

[일상톡톡 플러스] 서로 안주고 안받으면 안되나요?

김현주 입력 2017.04.01. 12:59

"대충 얼굴만 아는 처지면 제발 결혼식에 초대하지 마라. 평일에 매일 야근하다가 겨우 주말에 쉬는 사람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30대 직장인 A씨)

"돌잔치는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해라. 특히 둘째아이 돌잔치는 정말 아닌 것 같다. 양심 있으면 제발 남들 좀 부르지 마라."(40대 주부 B씨)

"축의·조의금은 안 주고 안 받는 게 답이다. 내 결혼식과 장례식에 손님이 많아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허례허식은 이젠 버려야 한다."(50대 자영업자 C씨)

깊어진 경기 불황에도 체면치레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조사비를 한달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심으로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는 마음과 별개로, 이런 경조사비는 대부분의 가계에는 짐이 되고 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월급 등 소득은 늘어나지 않고서 경조사비 부담만 커져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게 우리 가계의 현실이다.

축의·조의금은 보통 5만~10만원이지만, 지위와 소득 수준이 높지 않아도 매우 가까운 사이에는 수십만원의 지출을 해야 할 때도 잦다.

◆소득 적은 청년층, 경조사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 '高高'

1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0∼30대 미혼남녀 43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10명 중 6명(63%)이 청첩장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수입이 적은 20∼30대 청년층일수록 경조사비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3월은 연중 사망자가 가장 많은 달이다. 통계청의 월별 사망자 통계를 보면 2014~16년 전체 사망자의 9.2%가 3월에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뒤이어 12월(8.9%), 1월(8.8%) 순이었다.

달리 말하면 3월에는 문상이 다른 달에 비해 잦아지고, 또 그에 따라 부의금 부담도 커진다. 게다가 3월은 또한 봄 결혼 시즌이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다.

이처럼 부담이 커지다 보니 축의·조의금의 본질이 축하와 위로의 마음이 아닌, 준 만큼 되돌려받는 '거래'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내심 경조사비를 내면서 낸 만큼 돌려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계산하게 되는 탓이다.

실제 평생 혼자 살겠다는 독신주의자들은 평생 남의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지만 받을 일이 없다. 이 때문에 독신을 선언하고 그동안 낸 축의금을 돌려받는 '비혼(非婚)식'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축의·조의금, 준 만큼 돌려받는 일종의 거래?

우리나라 혼례·장례문화의 문제는 비단 경조사비에서 그치지 않는다.

행사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일도 말 못할 '마음의 짐'이 된다. 반드시 얼굴을 보이고 눈도장을 찍어야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으로 비치는 구시대적인 경조사 문화가 여전한 탓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혼례와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고, 조의와 축하의 뜻을 다른 방법으로 전달할 수도 있는 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직접 참석하지 않으면 상대는 섭섭하게 생각하기 일쑤다. 이를 알기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할 수 없게 된 이도 부담스럽고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초대하는 쪽도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지금까지 뿌린 경조사비에 본전 생각이 나고, 경조사 참석자 수가 자신의 인맥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는 잘못된 선입견까지 더해져 여기저기 초대장을 남발하는 이들이 많다.

◆친하지 않은 이들에게 청첩장 돌리면 결례?

주요 선진국들은 친하지 않은 이에게 청첩장을 돌리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사회상식이자 그 나라의 문화다.

실제 이웃나라 일본에는 우리와 비슷한 축의·조의금 문화가 있으나, 금액 수준이 높은 대신 정말 초대할 만한 이만 부른다.


일본에서는 보통 지인이나 회사 동료라면 3만엔(한화 약 30만원), 친한 친구라면 5만엔(50만원), 친척이나 가족은 10만엔(100만원) 정도를 축의금으로 낸다.

금액 단위가 높은 만큼 수백명의 지인들에게 한꺼번에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일종의 배려이자 노력이 일본 경조사 문화의 핵심이다.



생활이 아닌 '생존'을 해야 하는 청년 세대

노지현 입력 2017.04.03. 10:19


[서평] 오늘날의 청춘들이 살아가는 현실적 이야기 <청춘의 가격>

[오마이뉴스노지현 기자]


조기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많은 여야당 후보가 서로에 대해 견제를 함과 동시에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청년 일자리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이명박 정부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중동으로 나가라고 말할 정도로 청년 일자리는 힘들었다.

몇 후보는 일자리를 확 늘리겠다고 말하지만, 지금 이렇게 경기가 내려가는 상황 속에서 일자리 늘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분명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일자리가 비정규직에다가 안전하지도 않은 일자리로 채워지고, 거품을 일으켜 눈 가리개를 씌우는 정책이라면? 우리 사회와 청년 세대가 원하는 정책은 그런 게 아니다.

지금 청년 세대가 원하는 것은 눈높이를 낮추라는 어른의 잔소리가 아니라 지금 우리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과 일자리다. 청년의 눈높이가 높아서 취업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마저 어려운 저질의 일자리가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청년 세대는 정치인들에게 호소하고 싶어 한다.

오늘은 그러한 청년 세대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은 <청춘의 가격>이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은 여러 명의 공동 저자가 직접 청춘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 이야기를 토대로 여러 통계를 인용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책을 읽고 있으면 한숨이 저절로 나오고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고민밖에 없다는 게 너무나 답답했다.

 청춘의 가격, ⓒ사계절
ⓒ 노지현

<청춘의 가격>은 단순히 청춘을 위로하는 책도, 비판하는 책도 아니다. 우리 청춘이 겪는 문제는 청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역설하며 오늘 청년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대선 주자와 캠프에서 한번 참고해줬으면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책에서 '청년의 범위'는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20세부터 취업·연애·결혼의 단계를 지나온(또는 지나고 있는) 35세까지를 청년의 범위로 정하고 있다. 다시 그들을 연애 및 결혼, 주거, 여가, 노동 시장과 노동 환경을 주제로 분류해 실제 청년들과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겪는 청춘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청춘의 가격> 첫 장은 '나는 생활하는가 생존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나는 생활하는가 생존하는가'라는 문장은 우리 청년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은 것 같다. 우리는 생활하기 위해서 살아가고자 하지만, 생존하기 위해서 경쟁하고 있다. 너무나 좁은 '인(in) 서울'과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사람들은 청년들에게 꿈을 꾸라고 말하지만, 우리 사회는 인간적인 생활에 대한 청년의 꿈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인턴을 통해서 경험을 쌓으라고 하면서 열정페이로 임금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을 때가 많다. 그저 청년들의 단물만 쏙 빼 먹고, 청년들이 미래를 위해 투자할 자원을 산산조각낸다.


청춘의 생활, 나는 생활하는가 생존하는가

'청년에게 자신의 미래에 투자하라고 윽박지르지 말자. 투자를 하려면 투자할 자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산이 없다는 바로 그 이유로 투자하기 위한 자원의 축적은 상대적으로 더 요원하다. 투자를 위해 많지 않은 임금의 상당 부분을 저축하고 배를 곯으며 말단의 일들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게 된다고 한들 누가 책임을 져주던가? 그렇다고 중동으로 떠나라고 어르지도 말자. 벌에 쏘일 사람이 없어진다고 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벌은 남아 있는 우리 주위를 맴돌다 결국 우리를 쏘고야 만다. 청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생활을 돌려주고 꿈을 꾸게 하는 공동체의 투자이다. 꿈은 생존이 아닌 생활 속에 있다.' (본문 57)

지금 청년은 생존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화장실과 부엌이 함께 있는 원룸에서 생활하면서 대학에 다니고, 월세를 내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점 관리까지 해야 한다. 더욱이 요즘 우리가 사는 시대는 '졸업=취업' 공식은 와장창 깨진 지 오래다. 대학 졸업을 하면 다시 공부하는 청년이 적지 않다.

그 청년들이 공부하는 곳은 공무원 시험이다. 특별한 경력 없이 시험에서 좋은 점수만 얻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공무원은 9급 공무원 시험부터 7급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되어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이 선택한 공무원은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선택지가 되어버렸다.

청년들이 생존의 위기를 겪는 이유는 어려운 취업도 이유가 있지만, 취업하기 전부터 빚을 끌어안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 여전히 반값등록금이 실천되지 못한 대학등록금은 많은 대학생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대학등록금과 함께 월세와 보증금을 비롯하여 생활비까지 해야 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청년 세대의 부채 증가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살펴보면 2010년 빚이 있는 30세 미만 가구의 신용대출 중간값은 870만원이었는데 2012년 1,220만 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뒤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220만 원은 1년치 대학등록금(700-1,000만 원)에 임대보증금(200-500)원을 합친 수준이다.' (본문 150)

 청춘의 가격, ⓒ4계절
ⓒ 노지현

이 책은 위와 같이 여러 도표와 통계 자료를 활용해 지금 청년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보다 확연히 알 수 있게 해준다. 우리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눈높이를 낮춰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 세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이고,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이다.

<청춘의 가격>은 서문 '청년은 푸르러야 한다'에서 시작해 '나는 생활하는가 생존하는가', '즐겁지 않은 나의 집(1인 가구의 애환)', '시골 청년 상경 분투기', '홀가분한 후퇴', '노동 시장 밖의 청년들' 순으로 이야기를 정리한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청년 세대가 마주한 현실이 어떤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 따로 소개하고 싶은 인터뷰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Q. 청년 세대가 노동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A. 가장 어려운 문제예요. 어제인가 그제인가 경향신문 보도를 보니까 현재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전부 다 교육 쪽으로 몰려 있었어요. 하지만 그 교육을 받는다고 취업된다는 보장은 없어요. 두 번째는 일자리인데, 저번에 예비군 훈련 받으러 동사무소에 가보니 거기에도 일자리 소개가 붙어 있었어요. 그런데 좋은 일자리는 없었습니다. 임금이 턱없이 낮은 일자리만 계속 보여주고, 조금 좋아 보이는 자리는 모조리 경력직을 요구했습니다. 국가에서 펼치는 정책조차도 빈틈이 너무 많아요. 청년들이 눈이 높아서 그렇다고 책망하는 한편으로, 국가는 계속 저임금.저질의 일자리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본문205)


Q. 청년 고용 정책이 왜 청년들의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일까요?

A. 나라에서는 청년들의 눈이 높아졌다고 얘기하는데, 사실 눈이 높아진 것은 부모 세대입니다. 제 부모님도 그러셨어요. 제가 대학원을 그만두고 공사장에 가서 일을 하겠다고 하니, 아무 말도 못하셨죠. 저는 이게 제 부모님뿐만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정규직'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이 많아요. (본문 206)

이 두 개의 질문과 답을 일반화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부분인 건 분명하다. 오늘 읽은 <청춘의 가격>이 보여준 것은 아주 사소한 우리 청년이 살아가는 하나의 단면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적어도 이 책을 통해 청년이 게으르지 않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