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최형락)
누구나 알아야 할 교양, 헌법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제헌헌법(제1호)이 제정된 이래 아홉 번에 걸쳐 개정되면서 현행 헌법(제10호·1987년)에 이르렀다. 각 헌법의 전문을 비교해보면 그 헌법을 만든 정권, 시대의 정체와 지향을 음미할 수 있다.
광장에서 탄핵 촛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때에, 정치권의 토굴 한구석에서는 개헌 군불을 때느라 분주하다. 주로 제3지대에 모여 있는 정객들은 박근혜의 국정 농단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기 쉬운 대통령중심제 탓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내각책임제로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헌법학 교수 김욱과 작가 고종석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헌을 옹호하는 책을 출간했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헌법의 상상력>(사계절, 2017)을 펴낸 역사 평론가 심용환은 개헌 논의에 신중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헌헌법(헌법 제1호)이 제정된 이래로 다섯 번의 일부 개정과 네 번의 전면 개정을 했다. 이 상황은 1948년에 태어난 한국인이라면 헌법이 아홉 번 바뀐 나라에서 살아온 셈이라고 말해준다. 또 이 상황은, 사람은 두 번 태어날 수 없지만 바뀐 헌법 아래서는 아홉 번이나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헌법은 우리 일상과 밀접하며, 그 헌법의 규정을 받는 국민 삶을 결정한다.
1948년 7월17일 공표된 제헌헌법 제1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제2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이 두 조항은 아홉 차례의 헌법 개정 중에 글자 토씨 하나 바뀜 없이 이어져 내려왔는데, 박정희가 1972년 12월에 불법 개정한 유신헌법(헌법 제8호)에 단 한 번 예외가 있었다. 그는 감히 제1조를 건드리지 못한 대신, 제2조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라고 변개했다.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라는 말은 얼핏 지당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어마어마한 꼼수가 있다. 첫 번째는 ‘국민=주권자’가 아니라 ‘통일주체국민회의=주권자’라는 헌법상의 정당성을 확보해두기 위해서고, 두 번째는 국회나 정당을 제쳐두고 국민과 직접 거래(국민투표)하는 것을 독재자가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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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그림 |
이영록의 <우리 헌법의 탄생-헌법으로 본 대한민국 건국사>(서해문집, 2006)가 자세히 밝히고 있듯, 제헌헌법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지 않았다. 제헌헌법은 다섯 차례 수정 끝에 공포(公布)된 1944년의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헌장(헌법)의 구조와 내용을 거의 그대로 따랐다. 제헌헌법 이래로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제1장 제1조부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이라는 임시헌장의 간명하기 그지없는 조항을 군말 없이 계승한 것이고, 제헌헌법은 내용적으로도 임시정부 헌장기초위원이었던 조소앙의 삼균주의가 반영된 임시헌장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대한민국 헌법만의 특징은 구체적인 총강과 조항 앞에 헌법 전체의 의미를 압축하여 설명하는 전문(前文)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 전문의 효력 유무를 두고 학문적 논란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정체성 혹은 정통성을 서술한다는 뜻에서 전문은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런데 이 전문 역시 임시정부가 제정한 임시헌장을 충실히 따른다. 제정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민국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로 시작하는데, 이것은 ‘강도 일본에 패망한 나라가 3·1 대혁명에 이르러 대한민국으로 건립되었다’는 임시헌장의 정신을 승계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파들은 대한민국이 1945년이나 1948년에 건국되었다고 부르대지만, 제헌헌법 초안에는 없었던 저 구절을 전문에 넣어야 한다고 했던 이가 이승만이다.
역사는 이승만이 헌정사에 남긴 가장 큰 흔적을 내각책임제였던 초안을 대통령중심제로 바꿔놓은 것을 꼽으면서, 내각책임제라면 방지할 수 있었던 독재를 대통령중심제이기 때문에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정치체제 아래서든 헌정 질서를 폭력과 예외(비상조치)를 통해 파괴하고자 드는 독재자 앞에서 배겨날 제도는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군인과 계엄령 선포를 통해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헌법을 사유화했다. 여기에 박정희의 쿠데타 수법을 따라잡았던 전두환까지 더하면, 현재 시청 앞에서 성조기 집회를 하고 있는 탄핵 반대 집단이 ‘계엄령이 답이다’ ‘군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외치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다.
“헌법을 만드는 주체는 국민이어야”
헌법은 크게 두 가지 조항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정치체제에 대한 조항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 기본권에 대한 조항이다. 전자는 권력을 확보하거나 분점하는 것이 목표인 정치인들의 관심사이고, 후자는 헌법을 통해 자유·평등·노동·복지를 보장받고 확대해야 하는 국민의 관심사다. 그런데 70년간의 한국 정치사를 보면 국민 기본권이 중요 의제가 되어 개헌이 논의된 적이 전무했다.
여태까지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등의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정권을 창출할 수 없거나, 정치적 궁지에 몰린 쪽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에 무릎을 꿇은 민정당이 제안한 의원내각제 개헌이다. 김영삼과 김대중이 이 제의를 물리친 이유는 두 사람의 승리가 목전에 보였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권부터 오늘까지, 개헌과 호헌 논의는 권력을 둘러싼 정치인들의 전략적 지렛대로 동원되었다. 국민의당이 지난 2월17일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자체 헌법개정안을 발표했다지만, 촛불의 힘으로 개헌의 군불을 때는 이들이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은 너무도 뻔하다. 지은이의 말마따나 “우리는 계속 헌법을 만들어가야” 하지만, “헌법을 만드는 주체는 바로 국민”이어야 한다. 아쉽게도 1987년에 우리는 그 기회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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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의 상상력> 심용환 지음 사계절 펴냄 |
<헌법의 상상력>은 한국인 누구나가 알아야 할 유일무이한 교양은 오로지 헌법뿐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다. 이 책을 사면 딸려오는 173쪽짜리 별권 부록은 제헌헌법(제1호)부터 1987년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제10호)까지 모두 수록해놓았는데, 각 헌법의 맨 앞자리에 놓인 전문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그 헌법을 만든 정권과 시대의 정체(政體)와 지향을 음미할 수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헌법과 ‘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이 없는 것이 아쉬운데, 한국에서 북한 헌법을 열람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김정은 개새끼’라고 욕하는 것보다 남한과 북한의 헌법을 나란히 비교하게 해주는 일이 대한민국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고단수일 텐데도, 우리 정부는 왜 이렇게 체제 선전을 못하는 것일까?
탄핵 다음은 개헌? 김종인 출마설 솔솔
곽재훈 기자 김종인, '개헌 연대' 구심점으로 직접 대선 출마?
이른바 '개헌 연대' 혹은 '반문 연대'의 '키맨(key-man)'은 현재 김종인 전 대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1일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을 갖고 분권형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을 만나기 전에는 국민의당 손학규 전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김 전 대표가 직접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김 전 대표와 인 위원장의 회동 자리에 동석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3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흔히 '박정희 모델'이라고 부르는 권위주의 발전체제가 막을 내렸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지금 제3지대에서 김 전 대표보다 더 나은 경쟁력을 가진 후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정치권의 '책사'로 불렸으며, 2012년 문재인 대선캠프의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TV 찬조 연설을 했고, 2016년 초에는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아 안철수 전 대표의 멘토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금 우리가 앞으로 걱정하는 게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가 겹쳐서 온다는 것"이라며 "그럴 때는 상당히 경험이 많고 노련하고 과단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데, 그렇게 본다면 그동안 보여준 김 전 대표의 모습이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다만 "20~30대 같은 젊은 층에서는 또 김 전 대표에 대한 거부 정서가 강하게 남아 있다. '셀프 공천' 등에 부정적인 젊은 사람들의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게 큰 과제"라고 지적했으나 "그것도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13일 저녁 청년 정당을 표방한 원외정당 '우리미래' 주최 토론회에 참석, 방송인 김제동 씨와 경제 정책을 주제로 좌담을 한다.
이른바 '개헌 연대'의 그림에 대해 윤 전 장관은 "저도 현실적으로는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고 보는 사람인데, 개헌을 대통령이 되면 추진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을 하고 선거를 치러서 국민의 선택을 받자고 생각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라며 "이게 꼭 어느 특정 후보에 반대한다 그런 차원이 아니고, 그 사람이 주장하는 가치와 다른, 다수 국민이 더 지지하는 그런 가치를 내걸고 그런 가치를 통해서 세력을 묶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고 또 어차피 시간이 짧아서 힘들기는 하겠으나 또 시간이 짧은 만큼 절박한 사정이니까 오히려 시간이 짧다는 게 더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며 "언론을 보면 개헌이 중요한 고리가 된다고 보는 것 아니냐"고 했다.
'어느 특정 후보'는 물론 문재인 전 대표를 뜻한다. 그는 "지금 문재인 후보의 지지도를 보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이 80%가 넘는 나라인데 지금 문 전 대표가 가져가는 지지율은 그 절반이 안 된다. 확장성의 견고한 벽이 있는 것"이라며 "(문 전 대표가) 김 전 대표의 탈당을 막았어야 한다기보다, 경제민주화라는 가치를 자기들이 추구하겠다고 국민한테 약속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진지한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김 전 대표가 왜 (당을) 나왔겠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에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면 결과야 어찌됐든 민주당이 그런 성의나 진지한 생각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고 그는 부연했다.
한국·국민·바른, 국회 개헌특위 박차
김 전 대표가 인명진·유승민·남경필·손학규 등 여야 정치인들을 연달아 만나고, 때로는 대선 행보로도 여겨지는 토크콘서트 형식의 대중 행사를 하는 등 숨가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민주당을 제외한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국회 개헌특위 간사들은 12일 회동을 갖고, 대선 전 개헌을 위해서는 이달 28일까지 단일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개헌특위는 금주 중 소위 회의와 전체회의를 예정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심판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당은 개헌으로 흐름을 돌리려는 모양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정치권이 나라야 어떻게 되든 말든 오로지 권력 장악을 위해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분열을 부추기고 대결을 선동해선 안 된다"며 "이런 관점에서 개헌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패권적 대통령 제도의 폐단을 뜯어고치는 개헌을 통해 민주적이고 분권과 협치의 시대정신에 맞는 국가운영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며 "한국당은 역사적 과제인 개헌을 반드시 이루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정당·정파와 함께 신속하게 단일 개헌안을 만들어 정해진 시한 내에 국회에 정식 발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바른정당도 당 소속 대선 주자들이 지지율 부진을 보이는 가운데 개헌으로 판을 흔들어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지도부 회의에서 "헌재가 대통령을 파면한 것은 대통령 한 사람의 파면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의 낡은 정치 풍토, 승자독식의 정치, 진영 싸움으로 국민을 선동시키는 구태정치를 모두 파면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지 않고서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 대행은 "대선 전 개헌은 시대적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반대하고, 친문 패권 세력은 당내 서른 명이 넘는 개헌파 의원들의 목소리조차 묵살하고 억누르고 있다"고 민주당을 겨냥하며 "국민 화합과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패권주의를 청산하기 위해서 바른정당은 개헌을 주도하는 역사적 소임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정병국 전 바른정당 대표도 이날 평화방송(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대표가 가진 생각은 '이 체제 가지고는 안 된다. 그래서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며 "저는 적극 공감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김 전 대표가) 우리 바른정당하고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손을 내밀었다. 정 전 대표는 "김 전 대표의 이번 결단이 개헌을 전제로 해서 연대를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 바른정당에 들어오시든 안 들어오시든 개헌을 위해서 '반문 연대'를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실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민주 "1당인 우리 당 빼고 개헌?" 발끈…박지원도 "물리적 가능하냐"
그러나 현재의 대선 구도를 흔들려는 시도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국회 개헌특위 논의도 원내 1당(120석)인 민주당을 빼고 진행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개헌특위 소속 3당 간사들이 모여 조속히 개헌안을 발의할 것을 논의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개헌 자체가 너무 정략적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내 1당을 놔두고 나머지 3당끼리 합의한다고 해서 개헌이 이뤄질 수 없다"고 공개 경고했다.
우 원내대표는 "계속해서 이런 형식으로 개헌특위를 가동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저는 3당 개헌특위 간사에게, 이런 식의 분파적이고 정략적인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개헌특위에서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4당 간사가 모여서 의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만약 3당 모임만 해서 별도의 활동을 한다면 지금 운영하고 있는 개헌특위는 의미가 없다는 점을 경고한다. 부디 4당 간사가 모여서 향후 일정과 로드맵을 의논할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주 의원총회를 통해, 개헌 시기를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로 하고, 개헌의 내용은 각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고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도 전날 회견에서 "대선 때 (후보들이) 공약을 해서,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 6월에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며 "개헌에 관한 공약은 적절하고 필요한 시기에 따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도 개헌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동철 의원이 '3당 간사 회동'에 참석하기는 했으나, 대선 전 개헌 추진에 대해서는 당 내부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소속 일부 호남 의원들은 개헌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상임대표는 일관되게 '2018년 지방선거 개헌'을 주장해 왔다. 상대적으로 개헌에 더 적극적이었던 손학규 전 대표 역시 지난 10일 "2018년 지방선거 때까지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권력 구조의 개혁을 완수하는 헌법 개정을 마치겠다"며 "대선 전에 헌법 개정이 완결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개헌의 필요성은 굉장히 대두되고 있지만, 과연 60일 대선 정국에서 개헌이 합의될까 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따라서 각 당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로 확정해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 발언에 대해 기자들이 '대선 전 개헌 추진이라는 당론과 다르지 않느냐'고 묻자 "개헌은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만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얘기였을 뿐"이라며 "대선 정국 60일 내에 개헌이 합의되면 가장 좋고, 안 되면 안철수 후보의 제안대로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하고 그 안으로 (개헌안을)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확정했으면 좋겠다.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지 개헌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개헌이 뭐길래… 김종인-김제동 '설전'
김윤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방송인 김제동 씨가 13일 '개헌'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김제동 씨가 '권력 구조 개편'이 핵심인 개헌이 국민의 삶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하고, 김종인 전 대표가 여기에 반박하면서다.
김종인 전 대표와 김제동 씨는 이날 청년들이 만든 신생 정당인 '우리미래'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연 정책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자신이 추진하는 '분권형 개헌'과 관련해 "오랜 기간 경륜을 갖춘 국회의원을 잘 배양해서 국가를 끌고 갈 지도자로 양성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분권형 개헌을 통해 다선 의원들을 내각 관료로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김제동 씨는 "지금 개헌 논의를 보면 '권한(권력) 구조 개편'만 얘기하고 국민의 삶과는 전혀 동떨어진 느낌을 받는다"면서 "의원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책임 총리제 등으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국회가 과연 그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느냐. 지금 국회의원이 정부보다 신임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종인 전 대표는 "내각제를 하면 국회의 권한이 세지는 게 아니라 취약해진다"면서 "내각에 들어간 사람들의 내각 권한이 강화되지, 국회의 권한이 강화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제동 씨가 "그 내각에 각 정당의 의석 수에 비례해 (국회의원들이 장관으로) 들어가지 않느냐"고 재반박하자, 김종인 전 대표는 "국회를 비호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오랜 기간 경륜을 갖춘 국회의원을 잘 보호하고 배양해서 국가를 끌고 갈 지도자로 양성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한다"고 답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국회에 3, 4선 의원이 많은데, 지금 제도로는 3, 4선을 하면 (정치를 계속 해야 할) 모티베이션(동기 부여)이 없어진다. 국회의원을 직업처럼 한 번 더 하는 것밖에 안 된다"면서 "실제로 정치인을 제대로 길러서 나랏일을 감당할 사람을 국회에서 찾아야 한다. 그 사람(3, 4선 의원)들에게는 인센티브가 없어지니까 제대로 된 정치인을 찾을 길이 없어진다"고 부연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지난 여름에 신문사 기자들이 대선 관련 대화를 하자면서 나에게 '어떻게 정치 경험이 초선밖에 안 된 사람이 대통령 후보를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더라"라며 "사람들의 현실 인식이 '무기력하고 별로 한 일도 없는 국회에다 뭘 맡길 수 있겠느냐'고 돼버렸는데, 그런 인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부연했다.
반면에 김제동 씨는 "경제 민주화를 하려면 시민이 의회를 상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개헌안이 나와야 한다"면서 "국회의원들도 4년 내내 (로비하는 재벌이 아니라) 국민을 상시적으로 겁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 소환권이 먼저 이뤄져야 국회의원도 국민의 눈치를 볼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김제동 씨는 "3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법안을 발의하면 국회의장이 심의하도록 국민 발안권을 주고, 지역 주민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수가 투표하면 국회의원직을 파면할 권리를 줘야 국회의원들도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겠나"라며 "국회의원 배양은 충분히 하는데, 지금까지 어떤 분이 배양됐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종인 "탄핵으로 민주주의 성숙"…김제동 "이렇게 통합된 시대 찾기 힘들어"
두 사람은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탄핵 정국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해졌다.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김제동 씨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문장만 반말이고, 판결문이 존댓말이어서 굉장히 가슴에 와닿았다. 주권자인 국민에겐 존댓말을 하고,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나 헌법기관에는 국민이 반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제동 씨는 또 "정치인들이 자꾸 (탄핵 이후) 국민 통합을 얘기하는데, 제가 보기엔 대한민국 역사상 이렇게 국민이 통합된 시대를 찾기 힘드리라 본다"고 평가했다.
김제동 씨는 "경제 민주화의 개념을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면 지금 경제 민주화가 안 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해서도 "왜 탄핵됐는지 설명해야 하면 이미 그 사람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설명 안 해도 알아야 하는데. '진실이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본인 스스로 말하는 것에 감명받았다.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것 같아서. (진실을 밝히는 데) 시간은 안 걸리죠. 이미 밝혀졌거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종인 전 대표도 "우리나라 재계 분들은 누가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냐를 잘 파악한다. 그게 작동하는 게 비선 조직"이라며 "비선이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재계가 그 사람을 장악하면 대통령이 자기들 마음대로 움직인다"면서 "선거 때는 경제 민주화를 하겠다고 얘기했지만, 대통령직 당선과 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경제 민주화라는 단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지난 4년 전에 목격했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종인의 '큰 그림'에 빠진 퍼즐 두조각
곽재훈 기자
최하얀 기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연일 언론 지면을 타고 있다. 김 전 대표의 행보가 관심을 받는 것은, 김 전 대표 개인의 정치적 영향력보다는 그가 이른바 '반문(反문재인) 연대'의 구심점 내지 설계자 역할을 할 인물로 꼽히는 상황 때문이다.
15일, 차기 대선 일자가 5월 9일로 정해지면서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대세론'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선두 주자는 물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다. 문 전 대표가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지지자들의 기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세 고비를 넘어야 한다.
첫 고비는 물론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다. 추격 의지를 활활 태우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와의 일전이기도 하다. 둘째 고비는, 그가 민주당 경선을 통과한다면 맞닥뜨리게 될 정치권의 '반문' 정서다. 이 추상적 '정서'를 현실적인 세력 연합으로 바꾸려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김종인 전 대표다.
셋째, 만약 세력으로서의 '반문 연대'가 불발된다면 대선 막바지 국면에서 형식적 또는 내용적인 일종의 '반문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올해 초부터 "이번 대선은 저 안철수와 문재인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자강론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이런 사실상의 1:1 구도가 되면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토'가 자신으로 결집할 것이라는 기대에 다름아니다.
김종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 그룹은 현재 '반문'의 1단계와 2단계에 나눠 포진하고 있다. 변재일·박영선·박용진 의원 등 김 전 대표가 당을 이끌 때 가까웠던 이들은 현재 안희정 지사를 돕고 있다. 김 전 대표 본인은 당을 나가 '2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진영·이언주·최명길 의원 등이 추가 탈당해 김 전 대표를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가 된다는 전제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며 "만약 안 지사가 후보가 된다면 굳이 뭘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안 지사도 대연정을 한다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종인의 '빅 픽처'는?
김 전 대표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일종의 보-혁 간 세력 연합이다. 이들을 하나로 엮을 고리가 개헌이다. 민주당 내의 개헌 그룹은 인적 구성으로 보면 '비문' 그룹과 거의 대부분 겹친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 그룹을 제외한 호남 출신 의원들은 개헌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개헌이 아예 당론이다. 한국·국민·바른 3당 원내대표는 15일 오전 '차기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일정에 합의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의 구상은 이들을 하나로 엮는 것이다. 김 전 대표의 최근 행보는 숨가쁠 지경이다.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대위원장, 국민의당 손학규 전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를 잇달아 만났다. 오는 16일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난다. 남 지사도 이 자리에 동석한다.
다만 안철수·손학규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도 초청을 받았으나, 이들은 불참하기로 했다. 또 김 전 대표는 민주당 경선 중인 안희정 지사에게도 회동을 제안했지만, 안 지사 측은 "후보가 직접 김 전 대표 전화를 받은 적은 없다고 한다. 누구를 통해 그런 제안을 했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초청된 사실 자체가 주목받기를 원치 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김 전 대표가 구상하는 '연대'의 동력은 단지 문 전 대표에 대한 사감(私感)만은 아니다. 20대 국회에서 여소야대가 만들어졌는데도 변변한 개혁 입법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구 여권 세력 일부를 포함한 대연정이 필요한 증거라는 게 김 전 대표를 포함한 야권 '비문' 그룹의 공통 인식이다.
이 '연대'를 만드는 데 있어, 누가 그 구심점이 될 '후보'가 되느냐는 크게 중요치 않다고 이들은 본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김 전 대표가 '킹'을 하려고 한다고들 하는데, 그 '킹'은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비패권 연대에 동의한다면 안철수가 후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연대의 명분이 될 '고리'가 개헌이라면,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연대에 참여하는 이들이 얻게 될 이득은 새 정부의 권력 분점이다. 대선 이전부터 총리, 장관 등 요직을 사전에 배분해 "권력을 다 나눠준 '킹'"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정치권이나 언론으로부터 때로는 '반문 연대', 때로는 '비패권 연대' 또는 '개헌 연대' 등으로 불리는 정치 세력 연대의 밑그림인 셈이다.
'큰 그림'에 빠진 퍼즐 두 조각 ①
이름이야 뭐라고 부르든, 이 연대가 현실적인 정치 세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안철수 전 대표 등 일정 수준 이상의 대중적 표 동원력을 가진 대선 주자들의 동참 여부다. 아무리 정치 세력 간의 합의가 잘 이뤄진다고 해도, 어차피 대선은 직선제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마지막 변수는 안철수"라며 "안철수는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결국 자신과 문재인의 1:1 대결이 돼서 자기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연대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했다.
실제로도 안 전 대표는 제3지대 연대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전 대표의 16일 회동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아는데, 제3지대 연대에 대해 어떤 생각이냐'는 질문을 받고 다른 언급 없이 "이미 제가 일정들이 굉장히 많다"고만 답했다.
안 전 대표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연대' 자체에는 우호적인 다른 주자들도 제3지대 후보들의 통합 경선, 이른바 '원샷 경선'에는 반대 뜻을 밝히고 있다. 다른 일정을 이유로 16일 회동에 불참한다고 밝힌 유승민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각자의 당 내에서 경선을 지금 치러야 될 상황"이라며 "각 당에서 후보를 뽑지 않고 각 당에 있는 모든 후보들이 원샷을 한다,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유 의원은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이나 경선이 끝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연대나 후보 단일화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여지를 뒀다. 그는 지난달 28일에는 "김 전 대표가 결단을 내려 '제3지대 연대' 등을 제안하면 저나 바른정당이나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하기도 했다.
손학규 전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일은 제가 일정이 있다"며 김 전 대표와의 회동에 불참하겠다고 했다. 손 전 대표 측도 김 전 대표 등 제3지대 인사들과의 회동보다는 국민의당 경선에 집중하는 게 먼저라는 분위기다. 손 전 대표 역시 다만 "대선이 끝나면 어차피 여소야대가 돼서 연립정부 내지 공동 개혁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것을 위해 대선 전에 각 당이 준비하고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고, 앞으로 적극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연대 가능성은 열어뒀다.
결국 김 전 대표가 제안한 16일 회동에 참석하는 이들 가운데, 대선 주자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정운찬 전 총리 등이다. 그러나 남 지사는 오히려 제3지대 연대 자체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남 지사 측 관계자는 "저희는 기본적으로 각 정당이 후보를 배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연정이란 것도 대화가 가능한 쪽과 힘을 합치겠다는 것이지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 앞서 남 지사가 안희정·심상정 등을 언급한 것은 이 분들이 각각 본선에 올라와 치열하게 싸우고 이긴 쪽에서 진 쪽과 함께 힘을 합쳐 정부를 꾸리는 연정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3지대, 반문연대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학규·유승민·남경필 등의 주자들이 모두 '원샷 경선'에 부정적인 것은, 김 전 대표가 자신들을 제치고 스스로 제3지대를 대표하는 대선 후보가 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국민의당·바른정당 후보로 선출이 된 이후 시점에서의 단일화는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내 경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가 타 정당 후보와 단일화하고 사퇴한다면, 경쟁했던 후보 측 등 소속 당 내에서 큰 분란이 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큰 그림'에 빠진 퍼즐 두 조각 ②
대선에서 후보로 내세울 '인물' 외에 남은 문제는, 자유한국당을 이 '연대'에 포함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다. 김 전 대표가 구상하는 '연대'에는 국회의원 180~200명, 최소한 150명 이상의 동참이 필수 조건이다. 김 전 대표 본인도 지난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선진화법 등을 고려할 때, 180석 이상의 의원들을 규합할 수 있는 협치 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다음 정권은 성공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김종인 "180석 연합" 구상, 대선 이후 포석?)
때문에 이런 의석 규모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당 내 일부 의원들의 동참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지만, 직선제인 대선에서 이들과 손을 잡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득표 전략 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인명진 비대위원장과의 2차례 회동에서 '한국당이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이 독자 후보를 내지 말고 제3지대 연대에 동참하라는 취지로 해석돼 주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처음에는 '어차피 후보로 내세울 이가 없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으나, 지난 11일 회동에서는 '나오겠다는 사람을 내가 막을 수는 없다'고 후보를 내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은 인 위원장 등 한국당 지도부가 경선 룰을 확정한 날이기도 하다. 당시 이들이 정한 룰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예비경선을 거치지 않고 본경선으로 직행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내용이었다.
김 전 대표는 언론에 알려진 이 11일 회동 이후, 한국당에는 문을 닫는 태도를 취했다. 그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구(舊) 여권과 손잡아서 될 일이 있느냐.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한국당 출신 중에 올 사람은 하나도 없고, 내가 그 사람들 초청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15일 황 대행이 대선 불출마 입장을 밝힘에 따라, 한국당 정치인 일부가 친박 세력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제3지대 행을 택할 가능성이 다시 열리게 됐다. 김 전 대표 본인이 직접 나서든 안철수·손학규·유승민·남경필·정운찬 등의 주자들 가운데 한 명을 내세우든 '대선 주자' 부분은 그가 구상하는 '연대'가 대선 국면에서 현실적으로 기능을 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 반면, 한국당 일부 세력과 손을 잡는 문제는 의석 수 측면에서는 필요하지만 대선 전략 측면에서 걸음을 엉키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기껏 '연대'를 성립시켜 비문 단일 후보를 내봐야, 문 전 대표 쪽의 '정권교체' 주장의 정당성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 전 대표의 구상은 꼭 대선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대선 이후까지를 노린 다목적 포석이 될 수도 있다. 김 전 대표가 방향타를 잡고 180명 이상의 의원이 동참하는 '연대'가 만들어진다면, 설사 문 전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한들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국 주도력을 발휘하기는 힘들게 된다. 하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정치권에서, 대선 승리의 기세를 등에 업은 차기 여권의 공세를 이들의 느슨한 연대가 버텨낼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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