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문재인 대통령’ 자신 있다” - 도대체 '친문패권주의'가 무엇인가?

일취월장7 2017. 2. 12. 14:34

“‘문재인 대통령’ 자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인터뷰이로 나선 <시사IN> 인터뷰 쇼의 현장 반응이 뜨거웠다. ‘재벌·검찰 개혁’ ‘경선 룰’에 대한 문 전 대표의 답변을 여러 언론에서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차형석·주진우 기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1월 12일 목요일 제486호


대선 후보 지지도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인터뷰이로 나선 만큼 언론의 관심이 많았다. 연합뉴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여러 언론에서 ‘재벌·검찰 개혁’ ‘경선 룰’에 대한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객석 반응도 뜨거웠다. 인터뷰 쇼는 독자들의 질문을 주진우·차형석 기자가 대신 묻는 ‘공개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문 전 대표의 답변에 여러 차례 박수가 이어졌다. 12월27일 서울시 마포구 하나투어 브이홀에서 열린 <시사IN> 인터뷰 쇼에서 문 전 대표는 ‘준비된 후보’임을 강조했다.


ⓒ시사IN 윤무영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운데)는 “당내 경선에서 결선투표제뿐 아니라 경선 룰에 대해서는 다 하자는 대로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게이트를 어떻게 보는지?



박근혜 게이트는 박정희 체제의 적폐가 터져나온 것이다. 유신 체제가 끝난 게 1979년인데 지금까지 박정희 체제는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도 이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지금 새누리당도 그 시절의 공화당과 전두환의 민정당으로부터 이어진 정당이다. 박정희 체제의 뿌리는 친일과 독재다. 우리가 친일과 독재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적폐가 쌓이고 쌓여서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박근혜 게이트다.

박근혜 게이트에서 정경유착이 드러나고 있다. 재벌 개혁에 대한 생각은?

정경유착을 확실히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재벌의 소유구조, 지배구조를 확실히 바꿔야 한다. 특히 10대 재벌에 대해서는 특별히 지켜보고, 그 가운데 삼성에 대해서는 더더욱 특별하게 제대로 개혁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삼성을 제대로 개혁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공정한 사회로, 우리 경제를 공정한 경제로 만드는 출발이다.



참여정부 때 민정수석을 했다. 검찰권을 놓았지만 말도 안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참여정부 때 민정수석이 4명이었다. 4명 가운데 3명이 비검찰 출신이다. 민정수석실을 통해 검찰을 장악하거나 통제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검찰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사람을 민정수석에 앉혔다. 검찰의 사정 기능을 무력화한 것이다. 그게 잠시는 좋아 보인다. 갖가지 비리가 있어도 다 덮어주니까. 그런데 그게 진짜 프로포폴 맞는 거나 같은 것이다(방청객 웃음). 차곡차곡 쌓였다가 한꺼번에 뻥 터지는 거 아닌가. 그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다. 사실 참여정부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확실히 보장해줬다. 그런데 빠진 게 있었다. 그때까지의 정치 검찰을 청산하고 그 토대 위에서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줬어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했다. 촛불 민심이 정치 검찰의 적폐를 청산할 것을 요구한다. 정권 교체가 된다면 확실한 청산 작업을 해야 한다. 정치 검찰뿐만 아니라 많은 적폐에 대한 확실한 청산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나는 대청소라고 표현한다. 대청소 위에서만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 가능하다. 청산 없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사상누각이다.

문 전 대표를 지지하거나 좋아하면 다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책임지셔야죠?(웃음)

제가 책임져야죠. 그런데 가장 최선의 복수는 적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 말이 있다. 그들과 다르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가장 최선의 복수다. 문화계 1만여 명 블랙리스트 실체가 드러났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편 가르고 서로 적대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박정희 체제의 가장 큰 적폐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종북이라고 몰아붙이고, 그 색깔론을 통해서 국가권력을 사유물로 생각하는 가짜 보수들이 마치 진짜 보수인 양 국민을 속여왔다. 해방 이후 했어야 했던 친일 청산, 민주화 이후 해야 했던 독재 청산을 제대로 못한 채 이렇게 내려왔다. 그에 대한 분명한 대청산을 이번 기회에 해야 한다. 청산에는 블랙리스트 등으로 장난쳐온 사람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 진상 규명 등이 다 포함되어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조기 대선, 준비는 되었나?

‘준비’ 하면 문재인 아닙니까?(방청객 박수) 저는 참여정부 때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서 4년 동안 국정을 함께해본 경험이 있다. 국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메커니즘을 알고 있다. 우리가 뭘 잘했고, 뭘 못했고, 뭘 성취했고, 뭘 실패했는지 성찰을 통해 다 알게 됐다. 지난 대선에도 출마했고 그 이후 지금까지 준비해왔다. 탄핵이 결정되면 60일 안에 대선이 열린다. 짧은 기간뿐만 아니라 인수위원회 활동 기간 없이 당선되자마자 곧바로 대통령 직무를 시작해야 한다. 제대로 준비해두지 않으면 대통령 직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정책은 로드맵까지도 준비해야 당선 이후에 바로 실시할 수 있다. 총리를 비롯한 인적 부분도 사전에 준비해둬야 공백 없이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다. 그런 준비 면에서 제가 가장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방청객 박수).

개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헌은 필요하다. 이미 지난 대선 때 개헌을 공약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도 임기 말에 개헌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선 전에 개헌을 하자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이 시기에 개헌을 먼저 하자는 것은 새누리당의 정권 연장 등 뭔가 다른 정치적 계산이 있어서다. 개헌은 필요하지만 다음 대선 이후에, 다음 정부에 가서 하는 게 순리다.

개헌론을 주장하는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에 대해서는? 총선 때 영입했는데.

저는 그 시기에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아주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에, 당을 지켜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고, 경제에서 더 유능한 정당이라는 점을 인정받는 데에 도움이 됐다. 총선 성적도 좋았다. 그래서 그분 영입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끝까지 함께 가면서 또 다음 대선 때도 힘을 모으길 바란다. 그런데 근래에 말씀하시는 걸 보면 우리 당 입장과는 또 조금 다른 생각을 말씀하셔서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2004년 1월12일 청와대에서 대화를 나누는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과 반기문 외교보좌관(오른쪽).


대선 때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문제는?


결선투표제도 지난 대선 때 공약했던 것이다. 필요하고 장점이 훨씬 많다. 국민 심판에 맡겨서 과반수가 안 나오면 1, 2위 후보 간에 결선투표하면 되는 것이다. 당이 다르고 정강·정책이 달라도 정권 교체를 위해 인위적으로 단일화하는 것을 안 해도 된다. 또 진보 정당에 대선은 자신의 정강·정책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결선투표제가 없으면, 몇% 득표를 하게 되면 정권 교체에 방해가 될지 모른다는 부담이 있고 그래서 진보 정당 후보로서는 완주하기가 어렵다. 진보 정당이 부담 없이 후보를 내고 대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결선투표제가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저는 결선투표제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선투표가 현행 헌법으로 가능한 것인지, 개헌까지 해야 가능한 것인지 헌법학자들 간에 다툼이 있다. 이건 대선 후보 몇 사람이 모여 합의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국회에서 법적 판단을 해가며 논의하는 것이 옳은 절차이다.

당내 경선에서의 결선투표제는?

지난번 대선 경선 때 원래는 결선투표가 없었는데 다른 후보들이 하자고 요청해서 흔쾌히 받았다. 결선투표제뿐 아니라 경선 룰에 대해서는 다 하자는 대로 할 것이다(방청객 박수). 저는 유불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하더라도, 경선의 끝에는 선택된 후보를 중심으로 힘을 모으는 협력적 경선을 해야 한다. 그래서 경선 룰에 대해서 다른 후보들이 이런저런 이의가 있다면, 저는 그 부분을 다 수용하겠다. 제가 앞서가고 있는 만큼, 룰 때문에 시비가 생기지 않도록 선도해 나가겠다.

사람 좋은 문재인 말고 강한 문재인을 보고 싶다는 이들이 있다.

‘강하다’는 것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 무엇이 강한 것인가? 아주 강경한 주장을 하는 것? 또는 정치에 능수능란해서 ‘정치 9단’ 이런 이야기 들으면 그것이 강한 것인가? 원칙 지키는 것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모진 성품이 아니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는 일엔 아주 강하다. 살면서 원칙을 저버린 적이 없다. 정치는 타협이다. 우리 인생사가 타협이다. 어떻게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만 살 수 있나. 그러나 원칙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그 원칙을 지킬 자신이 없다면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당 대표 할 때에도 편하게 타협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당이 달라지지 않았나? 당원들이 자부심 가질 수 있는 정당. ‘정권 교체의 중심은 역시 더불어민주당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정당이 되었다. 총선을 이겼고 제1당, 전국 정당이 되었다. 탄탄해졌다. 이런 것이 정말 강한 것이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과 지금의 문재인은 무엇이 다른가?

그만큼 더 준비되었다. 사실 대선 패배로 국민들이 요즘 이런 일을 겪으며 고생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송구스럽다. 한편으로는 하늘이 내게 좀 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 같다. 이제는 정말 제대로 잘할 것 같다. 그런 자신을 갖는다. 그래서 저는 이번 대선에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브랜드를 ‘준비되었다’는 것으로 지지를 받아볼까 한다. 또 저는 몇 년 동안 검증받아왔다. 저보다 훨씬 오래 정치하신 분들보다 몇 배로 심한 검증을 받아왔다. 검증이 끝난 후보다. 아마도 정권 교체에 대한 절박함이 저처럼 강한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지난 대선 때보다 절박함이 더 커졌고, 훨씬 준비되었다.

선거에서는 상대방 표를 가져와야 하는데 어떤 방안이 있는지?(방청객 질문)

지금 지지도가 높지만 확장성이 문제 아니냐, 이런 질문인 것 같다. 지지도가 높은 사람이 확장력도 좋다. 20% 지지를 받는 이가 5% 지지를 받는 사람보다 확장력이 크다. 말씀대로 선거는 득표력이 확장되어야 이긴다.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뿌리가 깊을수록 가지가 넓게 퍼진다. 더 많이 포용할 수 있다. 확장은 사람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당 대표 할 때 많은 사람을 영입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크게 확장되었다. 제가 그때는 맛만 보여드렸다(방청객 박수). 더 많은 인재 영입이 있을 것이고, 그 힘이 결국 정권을 교체하고 세상을 바꿀 것이다.

주변에 ‘안보가 불안해서 못 찍겠다’는 사람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방청객 질문)

우선 ‘경제는 새누리당 쪽이 더 유능할 것 같다’는 말이 거짓말로 드러났다. 김대중·노무현 시절의 안보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안보를 비교해보자.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안보가 어땠나? 평화로웠다. 안보 걱정했나? 아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통일은 몰라도 적어도 남북 간에 전쟁은 없겠구나 했다. 안보를 잘한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어떤가? 남북관계 불안하다. 전쟁을 걱정하게 된다. 참여정부 때 북한의 핵 실험이 처음 시작됐는데 지금은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됐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한 일이 뭔가? 북핵을 억제했나? 지연시키기라도 했나? 그저 북한에 대해서 비난만 했다. ‘애국심은 더 있는 것 같다?’ 군대 안 간 사람들이 무슨 애국심 타령인가? 방산 비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특기 아닌가? 새누리당은 가짜 안보 세력이다. 걱정하시는 분들에게 ‘안보는 특전사 나온 문재인에게 맡겨야 돼’라고 자신 있게 말해달라. ‘안보만은 새누리당이지’라는 프레임, 종북 프레임, 그런 식의 시비와 논쟁이 두렵지 않다. 저는 끝까지 정면대응해서 정말로 누가 안보에 유능한지 국민이 제대로 판단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


ⓒ시사IN 윤무영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한 <시사IN> 인터뷰 쇼가 끝난 후 ‘셀카’ 요청이 이어졌다.


모든 문제를 문재인 탓이라는 ‘기-승-전-문재인’ 프레임이 심해질 텐데, 준비된 대응 있나?(방청객 질문)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다. 결국 제가 가장 앞서가기 때문에 겪는 일이다. 언론이든 새누리당이든 다른 정치 세력이든 저를 공격할수록 국민들은 ‘문재인이 대표 선수구나’ 생각해줄 것으로 믿는다. 기-승-전-문재인? 국민을 믿기에 전혀 두렵지 않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쨌든 저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 그분은 세상이 바뀌지 않기를 바라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철수 전 대표와의 관계는?

야권 전체가 힘을 모으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게 안 되더라도 민주당의 힘으로도 정권 교체가 될 수 있게끔 우리가 강해지는 것, 그게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에 입문한 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역시 당 대표 할 때다. 지난번 당 대표 하면서 한 분 한 분 탈당하기도 하고, 정말 국민들이 총선 결과에 대해 걱정했다. 그런 순간들이 참으로 힘들고 어려웠다.

총선을 닷새 앞두고 호남 민심에 대해 이런 글을 썼다.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서도 물러나겠다.’

호남은 한국 민주주의의 본산이다. 우리 당으로선 뿌리 같은 곳이다. 특히 저는 호남에 존경과 애정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런 마음에서 호남으로부터 지지받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그런 말씀을 드렸다. 지금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민주주의 본산인 호남의 지지 없이 어떻게 제가 야권을 대표하는 대표 선수가 될 수 있겠나? 대표 선수가 못 될 뿐만 아니라 정권 교체도 어렵다. 그럼 저도 당연히 대선 출마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정치도 그만둬야 하는 것이다. 여전히 살아 있는 약속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또 호남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더 노력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나?

(잠시 침묵) 세상이 바뀌길 원한 사람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오길 바란 사람들은 모두 친노, 친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세상을 꿈꾸었다. 우리는 노 대통령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 우리가 그분을 지키지 못하고 그분을 잃었다는 것이다. 단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꿨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가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노 대통령이 늘 탄식했다. 새 시대의 첫차가 되고 싶었는데 구시대의 막차가 되고 말았다고. 그런데 막차는 아니었다. 그 뒤에 막차들이 이어졌다. 이제 새 시대의 첫차는 저의 몫으로, 저의 꿈으로 남았다. 그것이 그분이 남긴 숙제다.

대통령 서거 당시 부산대 양산병원에서 담담히 발표를 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하~(깊게 한숨 쉬며) 절대로 담담하지 않았다. 담담할 수 없었다. 양산병원에 갔을 때 노 대통령은 사실상 돌아가신 상태였다.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 ‘적어도 나는 침착해야 한다’ 스스로 여러 번 다잡으면서 발표하는 자리에 섰다. 봤던 분들은 참 담담해 보였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마음이, 머리가 텅 빈 것 같았다.

문재인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지난 대선 때 썼던 슬로건이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이다.

‘문재인 대통령’ 가능한가?

자신 있다.



문재인, '노무현 넘어서는 비전' 제시하길

[기고] 더불어민주당의 아름다운 경선을 위한 제안
강민정 교사    
2017.01.13 11:49:02


나는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하지 못해서 당신 스스로 본인이 임명한 검찰총장의 손에 돌아가시는 비운을 맞이했으며 국정원 개혁을 하지 못해서 친구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을 막은 셈이 됐다고 생각했다.


삼성의 편법 상속을 일벌백계하며 재벌 개혁을 하지 못해서 재벌의 사회경제적 지배력과 정치적 지분을 키웠으며 비정규직 규모 축소와 차별 해소를 하지 못해서 젊은이들의 '헬조선'을 만들어낸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교육 개혁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서 가계 교육 비용 축소와 권위주의 토대 해소에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위의 5대 개혁에 실패함으로써, 이후 이명박근혜 정부는 아예 대놓고 국정원과 검찰을 정권의 수족으로 부리고 재벌과 유착하며 노동을 탄압하는 1970~80년대의 구태로 돌아갔다. 아직도 박정희시대의 권위주의적 국가체제와 1997년의 IMF 외환 위기 때 본격 도입된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로 특징지을 수 있는 구시대가 계속된다는 뜻이다.

마침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인터뷰가 공개되었다. 솔직하게 자신의 재임기간을 평가하는 그의 담담한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노대통령은 대통령 재임시절 본인이 구시대의 막내로 자리매김 되기보다는 새 시대의 장자로 자리매김 되기를 강력하게 소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구시대의 구성 요소를 청산하지 못했다. 구시대는 정치검찰과 정치국정원, 정치재벌과 정치언론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 생각이 더 발전했다. <유러피안 드림>을 탐독하고 <진보의 미래>를 집필하면서 성찰과 전망에 깊이를 더했다. 아마도 그가 살아있다면 한국 사회의 지배구조와 개혁 전략에 대해 많은 조언을 했을 것 같다. 그가 있었다면 더불어민주당 대선 과정에는 어떤 방향을 제시했을까? 

더불어민주당 내 대선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당내에서 기득권과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찬성과 반대 의견이 분분하며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다.  


솔직히 혹시 향후 더불어민주당 내부 경선 과정이 정책 경쟁보다는 세력 싸움으로 왜곡되어 1000만 촛불이 힘겹게 만들어 놓은 정권 교체의 기회가 유실될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유권자들은 대선 레이스를 통해 새로운 정부,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비전이 확고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특별히 이번 대선이 촛불혁명의 와중에 치러지는 것이라 더욱 그렇다.

문재인의 기득권에 대한 비판은 모든 후보와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한 경선룰을 만듦으로써 해결해 나갈 문제다. 그러나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지나치게 게임의 룰에 매몰되지 않고 정책 경쟁이라는 진검승부의 과정이 되게 하려면 1등 위치에 있는 문재인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노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잘한 일이 아주 많다. 정치 개혁과 탈권위주의적 문화를 뿌리내리는 데 앞장섰고 국정원과 검찰, 국세청 등 이른바 권력기관의 정상화를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다. 민주주의와 삶의 질, 인권 관련 국제 비교 평가 지표에서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해인 2007년은 일제히 최고점을 찍은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한 일도 없지 않다.

자신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나름의 분석을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인터뷰를 보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아름답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의 성찰적 모습에서 시작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으로서 참여정부의 실세였던 문재인 역시 참여정부가 국정원과 검찰, 재벌과 비정규직 개혁을 하지 못한 점에 일단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걸 내려놓은 퇴임한 전 대통령과 목전에 대선 경선을 앞둔 예비후보의 처지가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쩌면 당면 시기의 대선 주자는 새로운 정부와 새로운 사회 건설의 주자로 나설 당사자이기 때문에 더 깊은 성찰과 더 큰 비전 제시가 함께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문재인은 참여정부의 실세 2인자에 걸맞은 사과와 다짐을 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청와대, 검찰, 국정원 개혁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문재인은 일언반구의 자성이나 사과가 없었다. 몹시 아쉽고 안타까웠다. 곧 이은 재벌 개혁 방안에서도 삼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못했던 데 대해 진정성 있게 고해하고 사과하는 언급이 없었다. 진솔한 자기 성찰로 몸을 낮추는 이에게 기득권이나 패권주의라고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은 기득권 주장과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런 태도야말로 그 한계를 극복할 의지가 확실하다는 것을 천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뜻을 세웠으나 실현하지 못한 것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노 전 대통령의 유업 삼아 정책적으로 유실되었던 것들을 찾아 공약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노무현을 넘어서는' 사회를 위한 개혁 계획을 적극 제안하면 어떨까 싶다.

문재인은 지난 대선 전에 <운명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낸 바 있다. 노무현을 만난 것도 대선에 차출된 것도 운명이라는 뜻인데 너무 소극적이다. 이제 운명의 내용도 바꿔야 한다. 촛불 혁명의 명령을 이행해서 구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여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고, 이걸 위해 참여정부 때 못 했던 국정원과 검찰개혁, 재벌과 노동개혁에 과감하게 나서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고, 그리하여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로 특징지을 수 있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하면 좋을 것 같다. 문재인이 참여정부의 공과를 이런 식으로 떠안고 참여정부를 넘어설 확실한 결의와 전망을 단호하게 보이면 좋겠다. 이럴 때 비로소 문재인은 뿌리 깊은 적폐를 청산하는 주체로 신뢰를 얻고, 더불어민주당 내 후보 경선도 미래지향적 정책 경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촛불 시민들은 체제의 교체, 시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근혜는 물론 '노무현도 넘어서는 시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박근혜 4년 적폐 청산만으로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더 깊고 근본적인 개혁만이 그걸 가능하게 한다. 새로운 정부의 수반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모두 그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면 좋겠다. 그 출발은 더불어민주당의 아름다운 내부 경선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문재인, 신간 발표 <대한민국이 묻는다...>

"친일·독재 사이비 보수세력, 위선적 허위…정치 대청산 필요"
곽재훈 기자      
2017.01.16 11:35:52


야권의 1위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새 책을 펴낸다. 문 전 대표는 대담집 형태의 이 책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시대정신과 국가 비전 등을 밝혔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다른 대선주자들에 대한 약평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오는 17일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21세기북스 펴냄)를 출간하고, 같은날 오전 책 관련 기자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라고 문 전 대표 측 관계자가 밝혔다. 대담은 기자 출신 시인·소설가인 문형렬 작가가 맡았다.

출판사가 일부 미리 공개한 책 내용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책에서 '시대정신'으로 "상식과 정의"를 꼽았다. 그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국가 반역자라면 언제든 심판받는 국가의 정직성이 회복되어야 한다"며 "우리는 그럴 수 있는 기회를 두 번 정도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번이 해방 때"라며 "해방 때 친일 역사가 제대로 청산되고, 독립 운동을 한 사람과 유족들에게 제대로 포상하고 그 정신을 기렸어야 사회정의가 바로 서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친 것은 1987년 6월 항쟁"이라며 "이후에 곧바로 민주정부가 들어섰다면 그때까지의 독재나 그에 부역했던 집단들을 제대로 심판하고, 군부 정권에 저항해 민주화를 위해서 노력했던 사람들에게 명예회복이나 보상을 해줬을 것이고, 상식적이고 건강한 나라가 됐을 것이지만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회를 또 놓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지난번에 '국민성장'을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부패 대청소'라는 표현을 썼다"며 "부패 대청소를 하고 그 다음에 경제 교체, 시대 교체, 과거의 낡은 질서나 체제·세력에 대한 역사 교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일 세력이 해방되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떵떵거리고, 독재 군부 세력과 안보를 빙자한 사이비 보수 세력은 민주화 이후에도 우리 사회를 계속 지배해나가고, 그때그때 화장만 바꿨다"며 "친일에서 반공으로 또는 산업화 세력으로, 지역주의를 이용한 보수라는 이름으로. 이것이 정말로 위선적인 허위의 세력들"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21세기북스

그는 구체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점이 없다"며 "국가 권력을 사사롭게 여기고 권력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는 공공성 결여가 우리나라 주류 정치 세력과 새누리당의 공통점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원래 보수란 국가, 민족, 공동체를 중시하고 이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품격과 고귀함을 존중하는데, 지금의 집권세력은 그야말로 가짜 보수, 사이비 보수였고 극우적 수구세력이었을 뿐"이라고 맹비판했다.

그는 "가장 강렬하게 하고 싶은 말"로 "우리 정치의 주류 세력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역사적인 당위성"을 들었다. 그는 "그래서 대청산, 대개조, 시대교체, 역사교체, 이런 식의 표현들을 하는 것"이라며 "기존의 우리 주류 정치 세력이 만들어왔던 구체제, 낡은 체제, 낡은 질서, 낡은 정치문화, 이런 것들에 대한 대청산, 그리고 그 이후 새로운 민주체제로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시대정신'을 구현할 방도 중 하나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면 '불공정 신고 센터'를 두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임용고시 경쟁률이 30 대 1 정도 된다고 하는데, 사립학교 교원은 '빽' 있는 사람들이 경쟁도 하지 않고 척척 된다는 것이다"라며 "사립학교 교원도 국립과 대우가 똑같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지금 눈에 보이는 부분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다 불공정하게 굴러가고 있다"면서 "공공부문뿐 아니라 적어도 국가의 세금이 적용되는 데는 민간 부문이라도 불공정 요소가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기득권 특권 누려왔던 분"…野 주자들엔 우호적 약평


문 전 대표는 또 책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잠재적 대권 경쟁자들에 대한 간단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에 대해 그는 "그 동안 기득권층의 특권을 누려왔던 분"이라며 "국민이 요구하는 건 구시대 청산,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 등 새로운 변화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그리 절박한 마음은 없으리라고 판단한다"고 혹평했다. "어쨌든 그동안 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쪽에 서본 적은 없다, 그런 노력을 해본 적은 없다"는 것.

그는 반 전 총장의 역량에 대해서는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으니 외교관으로 유능하겠죠. 다른 면은 제가 본 적이 없어서 알 수는 없다"면서도 "마른자리만 딛고 다닌 사람은 국민의 슬픔과 고통이 무엇인지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고 간접 비판했다.

같은 당 소속 주자들에 대해서는 장점만을 말했다.  

"우선 안희정 지사는 젊고 스케일이 아주 큽니다. 포용력이 있죠. 앞으로 훨씬 더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박원순 시장은 따뜻하고 헌신적이죠. 이재명 시장은 선명하고 돌파력이 있습니다. 김부겸 의원은 뚝심이 있어요. 말이 굉장히 구수하고 입담이 좋아서 소통 능력도 좋지요." 

고인이 된 김영삼(YS), 김대중(DJ)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인물 평가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굉장히 진보적이었고 지금의 노사정위원회, 노사정 대타협에 대한 개념도 이미 1960년대부터 갖고 계셨다"며 "제가 이 시대에 만난 정치인 중 가장 진보적인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DJ는) 우리 시대의 정치지형이 그분을 따라가지 못해 자신의 이상을 다 실천하거나 구현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말씀을 듣다 보면, 그분은 정치가이기 전에 사상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DJ의 말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우리 역사의 어떤 시기에 서양은, 중국은, 일본은 어떤 상황이었고 어땠는지 연대기적으로 쭉 관통하더라. 그 이야기의 도도함에 늘 감탄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문 전 대표의 근거지인 부산·경남(PK) 지역의 맹주였던 YS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동향(경남 거제) 선배이기도 하고, 경남중·고등학교 22년 선배이기도 하다"며 "여러 번 뵐 기회가 있었다. 3당 합당 전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특히 영남 지역에서는 상징적인 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YS에 대해 "그분은 늘 경청하는 분이었다"며 "처음 만났을 때가 야당 총재였을 땐데, 그때 우리 연배는 사회 초년병으로 시민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을 막 시작하는 단계였는데도 우리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 주셨다"고 평가했다. 그는 "DJ는 한 시간 만나면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2~3분이라면, YS는 만날 때마다 대체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스스로는 말을 적게 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정권 바뀌면, 더 좋은 정부 될까?

[서리풀 논평] '공약 구경'만으론 안 된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     
2017.01.16 08:52:37


탄핵 심판이 가까워지는 것과 함께 대통령 선거가 현실로 다가왔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씨가 귀국했으니 분위기는 더 달아오를 것이다. 기간이 길고 짧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2017년 우리의 삶은 대통령 선거를 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탄핵과 대통령 선거를 예상하면서 희망과 함께 걱정도 늘어난다. 가장 큰 걱정은 단연, 다음 대통령, 정권, 정부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단지 대통령과 정권이 바뀌는 것만으로, 우리는 더 '좋은' 정부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구경꾼이나 평론가의 한가로운 관심이 아니다. 정부와 정권은 집단적, 사회적으로 우리의 삶과 일상, 특히 그 전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박근혜 정권은 역설적이지만 부정적으로 우리의 삶에 직접 개입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학 입시의 난맥상, 그리고 비선 의료와 태반주사로 대표되는 '의료 게이트'.  

촛불과 광장의 민주주의는 지금까지 박정희·박근혜 정부를 거부하는 역할을 해 왔다. 2017년 1월 현재, 탄핵 직전까지 와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이루었다. 난장판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정치·경제 엘리트의 실상을 드러낸 것도 더할 수 없이 큰 성과다.

대통령 선거가 가시권에 들어온 지금, 질문은 바뀌고 확장된다. 다음 정부와 정권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탄핵만 인용되면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까? 곧 다가올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위험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선거 그 자체가 가진 위험성을 먼저 지적해야 하겠다.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는 잘 짜인 '퍼포먼스' 또는 기획 '공연'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매스미디어의 역할이 줄지 않으면,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한 연예인 인기투표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대통령 후보들이 재래시장, 국밥, 지하철 같은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기사와 화면으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이것이 지지로 연결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실제로도 효과가 있다.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채, 이번 대선도 정확하게 같은 길을 가는 중이다.  

거대한 공연이 벌어지는 공간에서, 촛불을 들었던 광장의 시민은 어디에 있는가? 집회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변화를 열망하는 무수히 많은 정치적 주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한 마디로 시청자와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주위에 그 코스프레의 허위를 말하거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밴드, 카카오에 평이라도 할 수 있으면, 그나마 좀 낫다. 작은 민주주의 또는 사이버 주체라도 그게 어딘가. 나머지 대부분은 그저 품평하고 불평하는, 한 사람의 수동적 개인으로 머물러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다른 의미에서도 위험하다. 단기간에 축적된 직접 민주주의의 경험이 대의제의 위선을 폭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같이 확인한 대로, 광장의 열기는 탄핵을 넘어 '새로운 사회'에 대한 요구를 넘나든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가 정략적으로 포기했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어느 사람인들 왜 할 말이 없겠는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보육은 또 어떤가. 우리는 퇴진과 하야, 탄핵을 요구하던 목소리 안에 이 모두가 포함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진하는 정치적 현실은 자기 논리를 충족하는 데에 급급하고, 그 시스템은 주권자가 민주주의의 ‘효능’을 감지하기에 역부족이다. 시민이 말해도 들리지 않고 들어도 반응하지 않으면 어떤 말로도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고 설득할 수 없다.

대의제로서의 대통령 선거가 또 다른 위기가 되지 않으려면 직접 민주주의, 즉 시민의 요구와 열망에 더 긴밀하게 결합해야 한다. 새로운 정권도 마찬가지다. 제도정치의 논리로 시종하는 한, 또 다른 좌절과 실패, 결국 정치적 허무주의로 귀결되기 쉽다.

주권자의 열망과 비전은 '권력'이 되어 대의제라는 제도정치와 결합하고 전환되어야 한다.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그 통로이다. 정치와 사회 현실을 고려하면, 우리는 대체로 두 가지 경로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첫째는 정당. 정당은 (이론적으로는) 조직된 당원으로 구성되고 이들의 요구를 선거 공약으로 만들어낸다. 모든 정당이 대중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한, 주권자의 비전과 여망은 정당의 구성과 그 정당의 집권을 통해 실현된다. 

물론, 현실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것조차 정당 밖에 의존할 정도다. 당원은 명목일 뿐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민경선의 비중이 더 큰 것이 대표적이다. 정당원은 아무 역할도 없는, 완전 국민경선 요구까지 나오는 형편이 아닌가.

현재 정당 소속 대통령 후보들이 내는 약속도 정당과 분리되어 있다. 심하게 표현하면, 각자의 개인기나 개인 의견, 개인 약속에 가깝다. 이른바 '캠프'는 정당 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약속을 내는 것이 아니라, 중구난방으로 대통령 선거 공약을 직접 만들고 발표한다.

다음 정권의 비전 만들기에 한정하면, 정당은 없다. 정당이 하는 일은 기껏 과정과 룰에 대한 것이 전부일 뿐, 정당 차원의 전망은 보기 어렵다. 후보를 규율할 공약의 가이드라인이나 공통의 핵심약속 같은 것도 만들지 못할 정도다. 사드 배치 여부도 엇갈릴 정도면, 정당을 통해 주권자의 힘을 표출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 찾기가 아닐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후보 개인과 비교하면 정당이 더 큰 제도성을 나타낸다. 정당은 한 개인(후보)보다 지속적이라는 점에서 '체제'라 부를 만하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후보의 공약에 가깝지만, 법인세 감세는 한나라당-새누리당-바른 정당으로 이어지는, 체제 또는 정당의 것이다.  

또한, 정당 제도는 형식으로라도 주권자에 대한 반응성과 책임을 표방한다. 유권자의 생각을 듣는 척이라도 할 터이니, 선거가 가까워지면 여러 시도를 할 것이다. 선거가 끝나도 정당은 반응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다.  

"요구를 수렴"하는 것이든, "국민이 만드는" 것이든, "시민과 대화하는" 것이든, 표현은 중요하지 않다. 정당이 완전히 허구적 실체가 아닌 한, 이 통로를 활용할 수 있다. 추상적 표현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정당에 묻고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주권자가 권력을 표출할 수 있는 또 다른 통로가 시민/사회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정당이 충분히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3섹터'의 정치적 역할은 막중하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확대되어 온 과정을 봐도 시민/사회운동의 역할을 의심할 수 없다.

시민, 사회운동이 과거와 같은 정치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시민 개인과 제도 정치를 매개하는 '사회운동'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힘이 유례없이 크게 표출된 현재는 더욱 그렇다. 이때 개인은 사회운동을 통해 발언하고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탄핵이 대선으로 전환하는 즈음에 사회운동이 매개하는 과제는 이중적이다. 한쪽으로는 시민의 의견과 요구를 받고 모아 '변용'해야 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제도정치에 대해 시민을 대표하고 집합적 요구를 표출해야 한다.  


이에 대해, 개인 시민과 주권자는 (새롭게) 사회운동을 만들고 바꾸며 움직이게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운동도 권력 균형에 영향을 받는 정치 주체인 한, 그들이 대변하는 시민과 주권자의 힘에 따라 권력이 달라진다. 다양한 경로가 있지만, 결국 시민이 '갑'이고 또 그래야 마땅하다.  

다음 정부에서 재벌, 검찰, 언론이 바뀌려면 공약 구경만으로는 부족하다. 건강보험이 바뀌고 영리 의료를 막기 위해서도 쇼윈도형 품평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시민과 주권자로서 말하고, 요구하며, 참여하는 정치적 실천이 필요하다. 



도대체 '친문패권주의'가 무엇인가?

[정희준의 어퍼컷]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고?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      
2017.01.20 15:17:44


마을 어귀까지 다가온 듯한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의 대결구도는 참으로 이색적이다. 여 대 야, 또는 보수 대 진보가 아니다. 문재인 대 반 문재인연합이다. 이번 대선의 핵심은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가 아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이다. 그런데 이 설명도 2% 부족하다. 사실 이번 대선의 본질은 이들 연합군의 '타도 문재인'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같은 편'인 야권 인사들이 반 문재인연합 세력화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래 전부터 "문재인으론 안 된다"는 요상한 회의론을 쉴 새 없이 노래해온 이들 중엔 심지어 같은 당 소속도 있다. 이 유례 없는 놀라운 일이 지금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2017 대선의 본질, "타도 문재인" 

안철수가 내놓은 회심의 카드는 제3지대론이다. "친박·친노 패권세력 빼고 다 모이자"는 이 발언의 핵심은 '문재인 빼고'다. 박지원도 "극좌적, 수구패권주의" 문재인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문재인과 함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민의당 주승용은 심지어 "정권교체 못 해도 더민주와는 연대 안 한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이들의 목표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오로지 '타도 문재인' 뿐이다. 

그나마 국민의당 인사들의 발언이니 그렇다 치자.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의원은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려는 게 문제"라고 문재인을 비난하며 아예 대권도전에 직접 나설 모양새다. 한때 동지였던 손학규는 문재인을 "제2의 박근혜", 심지어 "수구파"라고까지 공격하며 안철수, 반기문, 김종인, 정운찬 등과의 연대를 저울질 한다. 왜 이들은 그토록 문재인을 비난하며 원수 대하듯 하는 것일까.  

'반문'의 시작 

"답답해요." 

작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에 대한 질문을 받자 튀어나온 말이다. 이 말뜻은 무엇일까. 문재인은 여의도정치의 문법을 쫓지 않는다는, 즉 한국 정치의 관행을 따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치의 관행이란 무엇일까. YS, DJ, JP 시절의 보스정치, 이후 이어져온 계파정치이다. 이 작동방식에서의 핵심은 타협이다. 그렇다면 한국정치에서 타협이란 무엇? 간단히 말해 두 자로 거래, 네 자로 나눠먹기인데 그 빛나는 사례가 바로 3당 합당이다. 바로 '밀실야합'이 한국 정치의 관행이었다. 

문제는 당 대표 시절 문재인은 타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이러한 비타협적 성향 때문에 그는 많은 유력 정치인들과 멀어졌다. 손학규, 김두관에서 안철수, 박지원, 이종걸, 박영선, 그리고 결국 떼로 당을 뛰쳐나간 호남 중진들과 지금의 김종인에 이르기까지. 결국 원혜영마저 "무난하게 후보가 되면 무난하게 진다"는 이상야릇한 말로 문재인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분명 문재인 비토 정서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반문 정서의 원천은 무엇일까. 주목해야 할 것은 여태까지 문재인에 관한 거부감을 표시했거나 비난했던 야권 인사들이 하나 같이 다선 중진 정치인들이라는 점이다. 

▲ 지금 대선 구도는 문재인 vs 반 문재인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친문 대 반문 대결의 본질 

흔히 "친노가 다 해먹는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친노는 누구인가. 실상 이들은 오랜 세월 진보진영에서 '근본도 없는 자들' 취급을 당했다.  

여태 한국 정치의 주류는 보수이고 비주류는 진보였다. 보수 중에서도 주류는 TK이고 비주류는 PK였다면, 진보의 주류는 단연 호남이고 비주류는 영남이었다. 부산 민주화세력에서 분기한 친노는 한국 정치지형에서 비주류 중 비주류였던 셈이다. 사실 이들은 정치판에서 주류, 비주류를 따지기도 민망한 수준의 미미한 집단이었다. 

80년대 이후 동교동계, 그리고 이들이 키워준 서울의 386 운동권이 주류를 형성하던 진보진영에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인물이 바로 부산 출신의 고졸 인권변호사 노무현이다.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노무현을 흔들어댄 세력이 동교동이었다. 지금 문재인을 전방위로 포위해 주저앉히려는 자들도 호남 정치집단인 국민의당과 더민주의 다선 의원들, 즉 기득권 세력이다. 

이들이 문재인의 집권을 사력을 다해 막으려는 이유는 문의 집권이 자신들의 기반을 허물어뜨리기 때문이다. 다선 의원들은 여태 자신이 소속된 계파라는 배경에 더해, 자신들이 확보한 당원을 발판 삼아 당내에서 상부상조하며 쉽게 정치를 해왔다. 

그런데 문재인은 당 대표를 지내며 당이 계파가 아닌 시스템에 의해 결정하고 운영되게 했다. 그 이전 7년간 무려 여섯 개의 혁신안이 만들어졌지만 소속 의원들의 저항으로 모두 폐기됐는데, 문은 기어이 새 혁신안을 관철해 당헌, 당규에 못 박아버렸다. 그 덕에 시스템공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계파 간 나눠먹기가 불가능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혁신에 따른 온라인 네트워크 정당으로의 전환은 온라인 입당을 가능케 해 무려 10만 명의 당원이 대거 유입됐다. 박지원, 김한길, 정세균 등 계파를 거느린 수장들은 오래 전부터 '온라인'에 한 결 같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문재인이 직접 새로운 인재 영입에 나서 지난 총선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하나 같이 다선 기득권 의원들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었다. 이제 자신들의 지분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특히 이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문재인은 자기 사람이 잘려나갈지라도 타협에 나서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천평가위원회에 외부 전분가를 영입한 결과 친노로 알려진 유인태와 김현이 탈락했지만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김종인 비대위가 친노의 상징 이해찬과 정청래를 잘라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당 대표 당시 문재인은 반문 측의 반발로 자기 사람을 쓸 수도 없었다. 결국 대표 비서실장엔 김한길과 가까운 박광온 의원을 앉혀야 했고 핵심인 조직본부장엔 박지원의 측근인 이윤석 의원을 써야했다. 과거 여의도정치의 문법은 당연히 서로의 지분을 보장하며 나눠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은 차라리 자리를 비워둘지언정 거래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자기 사람은 한 사람도 기용하지 못했고 비서실 부실장마저 공석으로 남겼다.

우상호의 말처럼 당의 주류세력은 답답했을 것이다. 노무현은 타협했다. 후보 시절 정치적으로 이미 결별했던 YS에게 인사하러 갔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은 송민순 회고록 논란 때 종북논란이 극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길을 가겠습니다"라며 정면 돌파했다. 노무현은 아무데서나 울었다. 문재인은 잘 울지도 않는다. 

'패권주의'의 실체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승리해 당대표가 된 문재인은 곧 혁신을 밀어붙였다. 이로 인해 호남 다선 의원들이 탈당 조짐을 보이자 박지원, 이종걸 등은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과거처럼 사이좋게 나눠먹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이 묵묵부답 혁신의 길로 들어섰다. 결국 그들은 탈당했다. 

바로 이것이 문재인에게 붙여진 꼬리표인 '정치력 부재', '리더십 부족'의 실체이다. 원칙에 반하는 타협을 거부한 결과다. 만약 정치력과 리더십의 정치인을 찾는다면 '정치9단'으로 알려진 박지원이나 얼마 전 안희정이 "동지가 어떻게 해마다 그렇게 수시로 바뀝니까"라고 비판한 손학규를 선택하면 된다. 그런 측면에서라면 천정배와 정동영 역시 훌륭한 정치력을 소유한 인물이다.  

친문 패권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들이 주장하는 패권주의란 문재인이 나눠먹기를 거부하자 탈당해 떨어져 나간 호남 의원들, 그리고 자신의 지분을 보장해주지 않자 화가 난 당내 다선 의원들이 문재인을 공격하기 위해 집어든 프레임일 뿐이다. 그들이 문제 삼는 패권주의적 행태라는 것도 고작 지지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벌이는 집단행동뿐이다. 

결국 패권주의란 문재인이 휘두르는 패권이 아니라 야권의 다선 중진 기득권 정치인들의 박탈감으로 인해 생성된 분노의 한풀이일 뿐이다. 이제는 잃어버린 자신들의 지분과 기득권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가사 "문재인으론 안 된다"는 문재인으론 정권교체가 안 된다가 아니라,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여태껏 자신이 누린 기득권이 다 날아간다는 의미다.  

문재인은 살아남을 것인가 

한국정치의 관행을 따르지 않는 문재인은 지금 포위된 채 사방, 안팎으로부터의 십자포화를 견디고 있다. 그가 끝까지 견뎌낸다면 그 자체가 바로 한국의 정치개혁을 의미한다. 한국사회의 변혁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과연 반 문재인연합의 공세를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기득권은 무섭다. 노무현에게서 보지 않았던가. 문재인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장렬하게 산화할 것인가.



문재인으로 결집하는데 흔들 방법이 없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지지율이 치솟고 있다. 반면 이재명 성남시장은 상승세가 꺾였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은 지지율이 답보하거나 하락세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차별화한 행보로 소폭 상승했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2017년 01월 20일 금요일 제488호


해가 바뀌자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대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주자들은 대중과 최대한 접점을 만들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물밑에서는 실무진 확보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이 레이스에 난감한 문제가 있다. 결승점이 명확하지 않다. 대선 일정이 불투명한 초유의 정국에서 주자들은 언제 타이어를 바꿔 끼우고, 연료를 어떻게 보충할지, 어느 타이밍에 스퍼트를 내야 할지 미리 계산할 수가 없다. 지지율이 뒤지는 후보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이제 막 경선 국면에 접어든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사정도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안정적인 1위를 확보한 가운데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이 뒤쫓는 형국이다. 1월1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전국 1007명 대상, 응답률 19%,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지지율 31%로 여야를 통틀어 확실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12%를, 안희정 지사는 6%를 기록했다. 박원순 시장과 김부겸 의원은 여야 전체 상위 8위 내에 들지 못해 조사에서 누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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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은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우산론’을 폈다가 지지율이 하락했다.


문재인 대세론이 공고해지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비율은 62%에 이른다. 한 달 전 같은 여론조사(2016년 12월9일 발표)에서 민주당 지지층 중 문재인 지지율은 44%였다. 당시에도 당내 1위였지만, 쏠림이 더 심해졌다. 고착화 국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월13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41%였다. 2위 새누리당(12%)보다 세 배 이상 높다. 문 전 대표는 1위 정당의 1위 후보라는 안정감을 얻었다. 대선 일정이 불확실해지면서, 후보의 ‘안정감’은 야권 지지층에게 유인 동기가 되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확실한 상대 앞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은 대상에게 지지를 몰아주는 흐름이다.

후발 주자들은 판을 흔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깎아내릴수록, 지지율이 빠진다. 그렇다고 차별성을 부각하지 않는다면, 격차는 고착되고 만다. 최근 이 딜레마를 가장 극적으로 경험한 인물이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해 12월1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우산론’을 꺼내들었다. 문재인-반기문-이재명 3파전 전망까지 나올 만큼 지지율 상승에 탄력을 받던 시기였다. 당시 이 시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같은 우산을 쓰고 그 안에서 경쟁하겠다. 안 지사 우산에도 가보고 김부겸 의원 우산에도 들어가보고, 결국 다 합쳐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반문 연대 선언’으로 간주되면서 파장이 컸다.

문재인 공격하면 지지율 빠져

결과를 보면 환호보다 반발이 컸다. 안희정 지사는 이날 공개적으로 “유감이다.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작은 정치이고 구태 정치다”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시장은 곧바로 자신은 ‘반문 연대’를 주장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지지층에는 균열이 생겼다. 2016년 12월9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시장의 전체 지지율은 18%, 민주당 지지층 내 지지율은 27%였다. 그러나 한 달 새 전체 지지율은 12%로, 민주당 지지층 내 지지율은 16%로 줄어들었다. 캠프 내부에서도 ‘반문 프레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이재명 시장을 돕는 한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반문의 거점이 되면 곤란하다”라며 전략상 내부 이견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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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는 “차차기라는 말을 거두어주십시오”라며 적극적인 권력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이재명 시장의 메시지 강도는 다소 누그러졌다. 1월13일 민주당 광주시당을 찾은 이 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표가) 다른 얘기 다 하면서 법인세 증세 얘길 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내용을 바꿔서 증세 주장에 동의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아직 답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 ‘자체’가 아니라 문 전 대표의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우회한 것이다.

반면 박원순 시장은 이재명 시장과 정반대 경향을 보인다. 최근 들어 더 적극적으로 ‘반(反)문재인 기조’를 앞세우고 있다. 1월 2주차부터 본격화했다. 박원순 시장은 1월8일 전북 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당의 분열을 불러온 문 전 대표는 적폐 청산의 대상이지 주체가 될 수 없다”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파상 공세는 계속됐다. 광주를 찾은 1월11일에는 “호남이 2012년 대선에서 90% 이상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대선에서 이기지 못했다”라며 대선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특히 박 시장은 “참여정부의 대북송금 특검이 호남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고 분열로 이어졌다”라며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당시 당 대표 후보가 문재인 당시 후보를 상대로 제기한 논리를 재차 꺼내들었다.

박 시장의 강도 높은 비판에 당내 인사들은 물론 시민사회계 인사들까지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개헌이나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 문제에 이견을 보인 적은 있어도, 호남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말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갑자기 박 시장의 비판이 격해져서 당혹스럽다. 당내에서는 박 시장이 이러다 탈당까지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 캠프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1월10일 전후로 캠프 내부에서 ‘문재인 대선 불출마’ 요구를 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여기저기서 만류해 그 단계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파국까지 흘러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의 이 같은 선택은 판을 흔들지 못하면 차이가 굳어진다는 절박함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1월9일부터 박 시장 측에서 던진 승부수는 크게 세 가지다. 당내 주류-비주류 갈등에 ‘패권주의’라는 비판을 가하고(1월9일), 문 전 대표의 ‘취약 지역’(호남)을 공략하며(1월11일), ‘경선 룰’ 결정 과정에서 주도권을 가져온다(1월12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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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은 최근 가장 높은 수위로 문재인 전 대표를 공격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이 ‘경선 룰 세팅’이다. 당초 경선 주자 대리인이 1월10일 경선 룰 협의를 갖기로 했는데, 박 시장 측에서 대리인을 보내지 않아 회의가 무산됐다. 이틀 후 박 시장은 ‘촛불공동경선’이라는 독자적인 경선 룰을 제안했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과 시민사회 대표가 참여해 광장에서 경선을 시행하자는 것이다. 박 시장 측은 야권 전체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 시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1월13일 이 안에 대해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은 연구해봐야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는 ‘친문-비문’ 구도는 일단 피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재명 시장의 ‘반문 연대’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시점부터 이 기조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 ‘차차기설’이다.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지 않고 페이스메이커 구실을 하며 다음 대선을 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1월3일 안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차차기라는 말을 거두어주십시오”라며 “분명히 말씀드린다. 저는 19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도전한다”라고 강조했다. 1월12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사람 이름 하나(문)를 두고 그 사람 중심으로 패거리 잡듯이 표현하는 것에 대해 현실 정치인으로서 모욕감을 느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희정·김부겸, 정책 차별화 전략

‘그렇다면 문재인과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하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안희정 지사는 중요 정책 공약에서 차이를 보이는 방법을 택했다. 최근 주목받은 ‘한·미 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협상 유지’가 대표적이다. 안 지사는 1월11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한·미 정부 간 협상을 통해 결정한 것(사드 배치)은 그것대로 존중하겠다”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 문제는 다음 정부에서 재검토한다는 당론과 배치되는 발언이자,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문재인 전 대표와도 다른 시각이다.

일종의 승부수로 읽힌다. 안 지사는 사드 배치 문제로 논란이 일던 지난해 9월12일, 충남도청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배치는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라며 반대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지지층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는 문제다.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외교·안보 이슈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차이를 보이고, 중도층을 포섭하려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야권 내 반발이 거세지자 안희정 지사는 1월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사드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임 정부가 국가 간에 이미 협상해놓은 걸 이제 와서 뒤집는다는 건 쉽지 않다”라고 썼다.

김부겸 의원은 일찌감치 개헌을 강조하며 문재인 전 대표와 노선 차이를 보였다. 그렇다고 섣불리 문 전 대표에 대해 날선 비판을 끄집어내는 것은 아니다. ‘반문 연대’ 논란 당시에도 김 의원은 이재명 시장의 주장과 거리를 두려 했다. 그러나 이번 민주연구원의 ‘개헌 저지 보고서’ 논란에는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당 정책연구소인 민주연구원이 특정 후보(문 전 대표)에게 유리한 보고서를 올린 것이 공정성을 해쳤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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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의원(오른쪽)은 ‘야권 개헌연대’에 집중하고 있다.


김 의원은 당 지도부를 비롯한 주류와는 각을 세우되, 야권 연대와 연정이라는 ‘확장성’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그는 개헌을 고리로 야권이 단일화에 나서는 일종의 ‘야권 개헌연대’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김부겸 의원의 의도와 달리 개헌 관련 논의가 당 지지층으로부터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른정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당 외곽에서 ‘제3지대’를 표방하는 이들이 개헌을 고리로 연대를 추진 중이라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김부겸 의원은 ‘제3지대 개헌론과는 다르다’고 강조하지만,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에서는 자연스럽게 ‘개헌파’에 대해 불안감이 퍼져 있는 상황이다. 당내 지지층 확보가 쉽지 않다.

이재명 시장, 안희정 지사, 박원순 시장, 김부겸 의원이 가진 딜레마는 결국 조기 대선과 불확실한 일정에서 비롯됐다. 각 후보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넉넉한 시간과 확실한 일정이다. 전략적인 승부수를 띄우고 싶어도 시점을 선택하기가 어렵다. 결국 고착화된 구도에서 조금이나마 판을 뒤흔들기 위해서는 잡음을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이 잡음이 지지층에게 얼마나 용인되느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현 정당 지지율과 지지층 구성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해 한 조사기관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조사한 적이 있다. 1위가 ‘계파 갈등’이었다. 지지율 40%대까지 확대된 현 지지층은 더더욱 내부 갈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잡음을 만드는 쪽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형국이라는 얘기다. 문재인 전 대표를 추격하려는 민주당의 대선 주자들은 내부 갈등을 고깝게 보는 지지층의 정서까지 극복해야 한다는 추가 부담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과 '삼성 X파일' 문제, 왜 논란인가?

[기자의 눈] 5년 전 문재인처럼…'반격'보다 '반성'이 먼저여야
곽재훈 기자        
2017.01.23 17:02:53


여야를 통틀어 대선 주자들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년 전의 '삼성 X파일' 문제로 때아닌 공격을 받고 있다. 불씨는 한 언론인이 당겼다.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 당시 문화방송(MBC) 기자였던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당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전 대표가 특검 도입을 반대하고 막아섰다고 최근 주장했다.

이상호 기자의 언급은 바로 정치권에서 바로 확대·재생산됐다. 국민의당은 23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참여정부는 초기부터 '삼성 공화국'이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문 전 대표와 '친문'은 혹시 제2의 삼성 공화국을 꿈꾸는 것 아닌가?", "문 전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 기각에 대해 '유감'이라는 하나마나한 반응을 내놓은 것이 전부다"(문병호 최고위원), "삼성 X파일 특검 도입을 왜 막고 나섰는지, 국내 최대 재벌과 유착관계를 의심받는 상황에서 재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지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다"는(조배숙 정책위의장) 등의 공세를 퍼부었다.  

사실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한 일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재벌 개혁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30대 재벌 자산 대비 비중을 살펴보면, 삼성 재벌의 비중이 1/5, 범(汎)삼성 재벌로 넓히면 1/4에 달한다"고 삼성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날선 언급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재벌 가운데 10대 재벌, 그 중에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정 기업집단의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한, 유례 없이 높은 강도의 발언이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4대 재벌 개혁"…삼성·현대차·SK·LG 정조준)

사법부 독립 원칙을 생각할 때,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이어서 유감스럽다"고 한 것 역시 '정치인'인 그가 법원의 결정에 대해 한 비판치고는 결코 낮은 수위가 아니다. 따라서 2017년 '현재' 문 전 대표가 삼성에 대해 미온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은 그가 이제까지 했던 발언의 취지와도 맞지 않고, 다소 무리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 논란에서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과거 정부의 실패를 대하는 '대선주자 문재인'의 태도다. 사실 노무현 정부 당시 정권과 삼성 사이의 밀월이 있었던 것은 맞다. 또 문재인 개인이 책임질 일은 아니지만, '대통령 노무현-민정수석 문재인-검찰총장 김종빈(수사 도중 정상명으로 교체)-서울중앙지검 2차장 황교안(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이어지는 수사 지휘부가 사실상 하나마나한 수사 결과를 내놓으며 삼성에 면죄부를 준 것 역시 사실이다.

X파일 사건, 과거 사실관계는?
 

X파일 사건이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미래전략실) 본부장이었던 이학수 부회장이 홍석현 중앙일보사 회장과 만나 나눈 사적인 대화가 김영삼 정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현재의 국정원)에 의해 도청·녹음됐고, 이 내용이 MBC에 의해 공개된 사건이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이회창 대선후보 측에 100억 원의 정치 자금을 전달하는 문제와, 실명으로 거론된 검사 7명에게 '명절 떡값'을 돌리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두 갈래에서 논란이 됐다. 첫째, 삼성의 비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전달됐다는 의혹과, 둘째, 안기부가 민간인들의 대화 내용을 도·감청했다는 민간인 사찰 의혹이었다.

문재인 민정수석을 포함한 노무현 정부 청와대가 당시 특검 수사에 반대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특검법을 최종적으로 무산시킨 것은 검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이후 갑자기 '변심'한 한나라당의 반대였지만, 노무현 정부 청와대도 반대 입장인 것은 맞았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2005년 7월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현재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라고 규정했다. 홍석현 당시 주미대사의 거취 논란에 대해 노 대통령은 "불법 도청으로 만들어진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고심되는 부분"이라며 "법적으로 불법이므로 (그 내용의) 공개도 불법이라는 것과, 불법 취득 정보도 국민적 공익을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했다.

같은해 8월 25일에는 "이상한 테이프가 하나 나와서 또 이회창 후보 대선자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회창 씨는 1997년 '세풍' 사건 때도 조사를 받았고, 지난 2002년 대선자금 수사 때도 조사를 받았다. 이번에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세 번째 조사를 받으면 대통령인 내가 너무 야박해 보이지 않겠느냐"며 X파일의 '내용' 부분의 의혹에 대해 사실상 '덮고 가자'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을 '개혁의 기수'로 믿고 따랐던 지지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이에 대해 정면 비판을 했다. 참여연대 등 10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X파일 공대위'는 다음날인 8월 26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 대통령은 '97년 대선자금 수사를 덮자'는 노골적인 수사 중단 지시를 즉각 철회하라"고 성토했다.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이에 앞서 8월 5일 기자 간담회에서 "도청 사실에 대한 수사는 이미 국정원이 자체 조사를 하고 있고 검찰 수사도 병행되고 있다. 수사를 검찰에 맡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특검에 대한 부분은 조금 어렵다. 오히려 특검에 맡긴다면 서너 달 후에나 (특검이) 활동하게 되는데, 그때까지 검찰 수사를 덮자는 얘기"라며 반대한 것도 맞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는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두 갈래' 의혹의 첫째 부분, 즉 파일의 '내용'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당시 수사를 일선에서 지휘한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2005년 12월 14일 수사결과 중간 발표에서 "이건희 회장을 서면 조사하고 이학수·홍석현·김인주 등을 소환 조사했지만 참여연대 등의 고발 내용(특가법상 뇌물 등)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며 "관련자들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둘째 부분, 즉 누가 이 파일을 만들었고 유포시켰는지와 관련해서는, 검찰은 '작성자'에 해당하는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 등을 구속 기소했다. '유포자'인 이상호 기자와 노회찬 의원도 불구속 기소됐다.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하고 전달한 것은 처벌할 수 없고, 이를 폭로한 국회의원과 기자를 처벌하겠다는 검찰의 입장은 사회의 공분을 낳았다. 이 수사는 2013년 2월 '황교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관련 기사 : "황교안, 'X파일' 수사 노무현 명령 어긴 셈") 

또 노무현 정부는, 이후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의 비자금 조성 및 전방위 로비 의혹에 대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내놓은 '삼성 특검' 법안도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며 막아서다가 결국 11월 27일 대통령 기자회견을 통해서야 수용했다. (☞관련 기사 : '삼성특검' 급물살에 당황한 靑, '거부권 장고' 돌입 / 노 대통령 "삼성 특검, '대통령 흔들기'지만 수용"

과거는 과거, 현재는 현재? 그러나… 

단지 'X파일 특검'이나 '삼성 비자금 특검'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2월,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논란 와중에 내놓은 8000억 원의 '사회 환원' 기금에 대해 "삼성이 사회에 내놓은 출연금이 관리 주체와 용도에 대해 절차와 추진 방법이 뚜렷이 없어 표류되고 있다"며 "소모적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과정과 절차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왜 정부가 일개 기업의 출연금 처리에 나서느냐'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또 '국민소득 2만 달러'와 한미 FTA 추진 등 노무현 정부 핵심 국정 과제들이 정책 입안 및 추진 과정에서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2013년 이광근 성공회대 교수와 이경환 연세대 연구원은 '스마트 통치의 등장: 삼성경제연구소의 등장과 영향력 강화' 제하 논문에서 "재벌 주도 성장 지상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진 관료·국내 재벌과 관계가 원만하진 못했던 집권 세력(노무현 정권)의 이해 합치"로 인해 SERI의 영향력이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진보정권 들어서도 삼성연구소 힘 커진다"… 왜?)  

민주노동당 부설 정책연구원이었던 진보정치연구소는 2007년 11월 '삼성공화국과 기로에 선 한국 민주주의'라는 보고서를 내어 "노무현 정부는 삼성의 국정 보고서에 대한 수용과 의존을 강화했지만, 정치적으로 안정적 기반을 얻은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헤게모니의 자원을 갖게 된 것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상처만 남긴 노무현 정부와 삼성과의 동맹")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에도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사회적 시민권 없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논문에서 "노무현 정부는 '2만불 성장'이라는 정책 목표의 선택과 아울러 집권 엘리트-경제 관료-삼성 그룹 간의 결합이 만들어지면서 개혁적 정책의 공간이 크게 축소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盧정권, '집권엘리트-경제관료-삼성' 3각동맹") 

물론 '당시에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주장은 그리 설득력이 높지 않다. 문재인 전 대표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지난 10일 "4대 재벌 개혁 집중" 구상을 밝히기도 했고,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노무현 정부의 과오에 대해 공개 반성한 바 있다.

2012년 10월 11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재벌 개혁 정책이 흔들렸고, 그 결과 '재벌 공화국'의 폐해가 더 심화되었음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할 철학과 비전, 구체적인 정책과 주체의 역량이 부족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한다"며 "시장만능주의가 세계적으로 시대적 조류였던 당시의 외부적 환경만 탓할 수는 없다"는 반성까지 했다. "그러나 두 번 실패하지는 않겠다"고 그는 덧붙여 강조했다. 

2012년 11월 21일에는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TV 토론'에서 "크게 보자면 그때는 시대적 과제 자체가 정치적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었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인식이 좀 부족했었다. 그 시기는 경제민주화 주장하면 '좌파' 소리 들을 때였다"고 노무현 정부를 변호하면서도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양극화가 심해졌다거나 비정규직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참여정부의 한계였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참여정부 당시의 일에 대한 반성적 인식이 바탕이 돼야 2017년 현재 발표한, 또 앞으로 발표할 재벌 개혁 공약들에 대해 유권자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게 당연하다. 문 전 대표 측은 23일 오전 현재까지 국민의당이나 이상호 기자 등의 주장에 대해 아무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혹시라도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식으로 덮고 넘어간다면, 앞으로 그가 할 약속들도 '불가피'하게 변경되지 않을까 하는 유권자들의 불안을 사게 될 것이다. 과거의 한계와 과오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자신이 5년 전 했던 말처럼 "두 번 실패하지는 않겠다"는 각오를 밝히는 것이 '1위 대선주자'다운 면모일 것이다.  



문재인과 '삼성 X파일' 문제, 왜 논란인가?

[기자의 눈] 5년 전 문재인처럼…'반격'보다 '반성'이 먼저여야
곽재훈 기자      
2017.01.23 17:02:53

여야를 통틀어 대선 주자들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년 전의 '삼성 X파일' 문제로 때아닌 공격을 받고 있다. 불씨는 한 언론인이 당겼다.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 당시 문화방송(MBC) 기자였던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당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전 대표가 특검 도입을 반대하고 막아섰다고 최근 주장했다.

이상호 기자의 언급은 바로 정치권에서 바로 확대·재생산됐다. 국민의당은 23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참여정부는 초기부터 '삼성 공화국'이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문 전 대표와 '친문'은 혹시 제2의 삼성 공화국을 꿈꾸는 것 아닌가?", "문 전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 기각에 대해 '유감'이라는 하나마나한 반응을 내놓은 것이 전부다"(문병호 최고위원), "삼성 X파일 특검 도입을 왜 막고 나섰는지, 국내 최대 재벌과 유착관계를 의심받는 상황에서 재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지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다"는(조배숙 정책위의장) 등의 공세를 퍼부었다.  

사실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한 일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재벌 개혁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30대 재벌 자산 대비 비중을 살펴보면, 삼성 재벌의 비중이 1/5, 범(汎)삼성 재벌로 넓히면 1/4에 달한다"고 삼성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날선 언급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재벌 가운데 10대 재벌, 그 중에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정 기업집단의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한, 유례 없이 높은 강도의 발언이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4대 재벌 개혁"…삼성·현대차·SK·LG 정조준)

사법부 독립 원칙을 생각할 때,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이어서 유감스럽다"고 한 것 역시 '정치인'인 그가 법원의 결정에 대해 한 비판치고는 결코 낮은 수위가 아니다. 따라서 2017년 '현재' 문 전 대표가 삼성에 대해 미온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은 그가 이제까지 했던 발언의 취지와도 맞지 않고, 다소 무리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 논란에서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과거 정부의 실패를 대하는 '대선주자 문재인'의 태도다. 사실 노무현 정부 당시 정권과 삼성 사이의 밀월이 있었던 것은 맞다. 또 문재인 개인이 책임질 일은 아니지만, '대통령 노무현-민정수석 문재인-검찰총장 김종빈(수사 도중 정상명으로 교체)-서울중앙지검 2차장 황교안(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이어지는 수사 지휘부가 사실상 하나마나한 수사 결과를 내놓으며 삼성에 면죄부를 준 것 역시 사실이다.

X파일 사건, 과거 사실관계는?
 

X파일 사건이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미래전략실) 본부장이었던 이학수 부회장이 홍석현 중앙일보사 회장과 만나 나눈 사적인 대화가 김영삼 정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현재의 국정원)에 의해 도청·녹음됐고, 이 내용이 MBC에 의해 공개된 사건이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이회창 대선후보 측에 100억 원의 정치 자금을 전달하는 문제와, 실명으로 거론된 검사 7명에게 '명절 떡값'을 돌리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두 갈래에서 논란이 됐다. 첫째, 삼성의 비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전달됐다는 의혹과, 둘째, 안기부가 민간인들의 대화 내용을 도·감청했다는 민간인 사찰 의혹이었다.

문재인 민정수석을 포함한 노무현 정부 청와대가 당시 특검 수사에 반대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특검법을 최종적으로 무산시킨 것은 검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이후 갑자기 '변심'한 한나라당의 반대였지만, 노무현 정부 청와대도 반대 입장인 것은 맞았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2005년 7월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현재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라고 규정했다. 홍석현 당시 주미대사의 거취 논란에 대해 노 대통령은 "불법 도청으로 만들어진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고심되는 부분"이라며 "법적으로 불법이므로 (그 내용의) 공개도 불법이라는 것과, 불법 취득 정보도 국민적 공익을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했다.

같은해 8월 25일에는 "이상한 테이프가 하나 나와서 또 이회창 후보 대선자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회창 씨는 1997년 '세풍' 사건 때도 조사를 받았고, 지난 2002년 대선자금 수사 때도 조사를 받았다. 이번에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세 번째 조사를 받으면 대통령인 내가 너무 야박해 보이지 않겠느냐"며 X파일의 '내용' 부분의 의혹에 대해 사실상 '덮고 가자'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을 '개혁의 기수'로 믿고 따랐던 지지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이에 대해 정면 비판을 했다. 참여연대 등 10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X파일 공대위'는 다음날인 8월 26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 대통령은 '97년 대선자금 수사를 덮자'는 노골적인 수사 중단 지시를 즉각 철회하라"고 성토했다.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이에 앞서 8월 5일 기자 간담회에서 "도청 사실에 대한 수사는 이미 국정원이 자체 조사를 하고 있고 검찰 수사도 병행되고 있다. 수사를 검찰에 맡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특검에 대한 부분은 조금 어렵다. 오히려 특검에 맡긴다면 서너 달 후에나 (특검이) 활동하게 되는데, 그때까지 검찰 수사를 덮자는 얘기"라며 반대한 것도 맞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는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두 갈래' 의혹의 첫째 부분, 즉 파일의 '내용'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당시 수사를 일선에서 지휘한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2005년 12월 14일 수사결과 중간 발표에서 "이건희 회장을 서면 조사하고 이학수·홍석현·김인주 등을 소환 조사했지만 참여연대 등의 고발 내용(특가법상 뇌물 등)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며 "관련자들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둘째 부분, 즉 누가 이 파일을 만들었고 유포시켰는지와 관련해서는, 검찰은 '작성자'에 해당하는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 등을 구속 기소했다. '유포자'인 이상호 기자와 노회찬 의원도 불구속 기소됐다.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하고 전달한 것은 처벌할 수 없고, 이를 폭로한 국회의원과 기자를 처벌하겠다는 검찰의 입장은 사회의 공분을 낳았다. 이 수사는 2013년 2월 '황교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관련 기사 : "황교안, 'X파일' 수사 노무현 명령 어긴 셈") 

또 노무현 정부는, 이후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의 비자금 조성 및 전방위 로비 의혹에 대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내놓은 '삼성 특검' 법안도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며 막아서다가 결국 11월 27일 대통령 기자회견을 통해서야 수용했다. (☞관련 기사 : '삼성특검' 급물살에 당황한 靑, '거부권 장고' 돌입 / 노 대통령 "삼성 특검, '대통령 흔들기'지만 수용"

과거는 과거, 현재는 현재? 그러나… 

단지 'X파일 특검'이나 '삼성 비자금 특검'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2월,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논란 와중에 내놓은 8000억 원의 '사회 환원' 기금에 대해 "삼성이 사회에 내놓은 출연금이 관리 주체와 용도에 대해 절차와 추진 방법이 뚜렷이 없어 표류되고 있다"며 "소모적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과정과 절차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왜 정부가 일개 기업의 출연금 처리에 나서느냐'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또 '국민소득 2만 달러'와 한미 FTA 추진 등 노무현 정부 핵심 국정 과제들이 정책 입안 및 추진 과정에서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2013년 이광근 성공회대 교수와 이경환 연세대 연구원은 '스마트 통치의 등장: 삼성경제연구소의 등장과 영향력 강화' 제하 논문에서 "재벌 주도 성장 지상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진 관료·국내 재벌과 관계가 원만하진 못했던 집권 세력(노무현 정권)의 이해 합치"로 인해 SERI의 영향력이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진보정권 들어서도 삼성연구소 힘 커진다"… 왜?)  

민주노동당 부설 정책연구원이었던 진보정치연구소는 2007년 11월 '삼성공화국과 기로에 선 한국 민주주의'라는 보고서를 내어 "노무현 정부는 삼성의 국정 보고서에 대한 수용과 의존을 강화했지만, 정치적으로 안정적 기반을 얻은 것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헤게모니의 자원을 갖게 된 것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상처만 남긴 노무현 정부와 삼성과의 동맹")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에도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사회적 시민권 없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논문에서 "노무현 정부는 '2만불 성장'이라는 정책 목표의 선택과 아울러 집권 엘리트-경제 관료-삼성 그룹 간의 결합이 만들어지면서 개혁적 정책의 공간이 크게 축소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盧정권, '집권엘리트-경제관료-삼성' 3각동맹") 

물론 '당시에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주장은 그리 설득력이 높지 않다. 문재인 전 대표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지난 10일 "4대 재벌 개혁 집중" 구상을 밝히기도 했고,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노무현 정부의 과오에 대해 공개 반성한 바 있다.

2012년 10월 11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재벌 개혁 정책이 흔들렸고, 그 결과 '재벌 공화국'의 폐해가 더 심화되었음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할 철학과 비전, 구체적인 정책과 주체의 역량이 부족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한다"며 "시장만능주의가 세계적으로 시대적 조류였던 당시의 외부적 환경만 탓할 수는 없다"는 반성까지 했다. "그러나 두 번 실패하지는 않겠다"고 그는 덧붙여 강조했다. 

2012년 11월 21일에는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TV 토론'에서 "크게 보자면 그때는 시대적 과제 자체가 정치적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었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인식이 좀 부족했었다. 그 시기는 경제민주화 주장하면 '좌파' 소리 들을 때였다"고 노무현 정부를 변호하면서도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양극화가 심해졌다거나 비정규직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참여정부의 한계였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참여정부 당시의 일에 대한 반성적 인식이 바탕이 돼야 2017년 현재 발표한, 또 앞으로 발표할 재벌 개혁 공약들에 대해 유권자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게 당연하다. 문 전 대표 측은 23일 오전 현재까지 국민의당이나 이상호 기자 등의 주장에 대해 아무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혹시라도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식으로 덮고 넘어간다면, 앞으로 그가 할 약속들도 '불가피'하게 변경되지 않을까 하는 유권자들의 불안을 사게 될 것이다. 과거의 한계와 과오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자신이 5년 전 했던 말처럼 "두 번 실패하지는 않겠다"는 각오를 밝히는 것이 '1위 대선주자'다운 면모일 것이다.



문재인 前 더불어민주당 대표, “나만큼 준비되고 검증받은 후보 있나",

소종섭 편집위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25(수) 17:30:48 | 1423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문재인)의 기세가 거침없다. 지지도가 30%를 넘겼다. 이 때문인지 ‘확장성’ 논란도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이참에 ‘대세론’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노림수도 엿보인다.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소장 조윤제 서강대 교수) 포럼을 무대로 굵직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벌써 재벌개혁, 일자리 만들기 등과 관련해 네 번째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준비된 후보’ ‘검증이 끝난 후보’라고 주장하는 문재인은 확실히 다른 대선 주자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그는 1차 검증을 거쳤고 높은 인지도와 강력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 이미지도 서민적이다. 그러나 지도자로서의 리더십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1월18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성장 정책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1월18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성장 정책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문재인은 누구인가

한 개인의 성장사는 단순히 그 사람이 어떻게 커왔는가가 아니다. 그 과정은 곧 그 사람의 의식을 규정한다. 의사 결정 스타일, 결단력, 소통, 정무적 판단 능력 등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진 총화가 성장사이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에 우리는 그것을 또렷이 목도했다.

 

 

어린 시절 상징하는 단어 ‘가난’ 

 

문재인의 부친은 일제강점기에 함흥농고를 나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함흥시청 농업과장을 지냈다. 1950년 12월 함흥철수 때 미군 LST선박을 타고 경남 거제 피난민 수용소로 내려와 문재인을 낳았다. 문재인이 초등학교 입학하기 조금 전에 부산 영도로 이사했다. 부산에서 문재인의 부친은 양말 공장에서 양말을 사 전남 지역 판매상들에게 팔았으나 빚만 잔뜩 졌다. 문재인은 자서전 《운명》에서 “그것으로 아버지는 무너졌고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했고 이후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고 썼다. 가슴 깊은 곳에서 가난은 그를 주눅 들게 했다.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이 시키면 마지못해 대답했지만, 단 한 번도 스스로 손을 들고 발표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 상징하는 단어 ‘책’

 

중·고등학교 6년간 그에게 있어 최고의 친구는 책이었다. 문재인은 “지금도 나는 책읽기를 좋아한다. 아니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어떨 땐 활자중독처럼 느껴진다. 여행을 가도 가져가는 책 때문에 짐이 더 무거워진다. 쉴 때도 손 닿는 곳에 책이 없으면 허전하다”고 말한다. 당시 대표적인 야당지였던 동아일보를 읽던 아버지에게 영향받아 사회 비판 의식도 키웠다. 고3 때는 술, 담배를 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 상징하는 단어 ‘저항’ 

 

경희대 법대 재학 시절 그의 의식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인물은 고(故) 리영희 선생이었다. 리영희의 책 《전환시대의 논리》는 문재인의 뇌를 강하게 충격했다. 3학년 가을, 경희대의 유신 반대 시위를 이끌었다. 1975년 4월에는 직선제 총학생회를 출범시키고 총무부장을 맡았다. 1975년 8월 강제징집되어 입대했는데 특전사령부 예하 제1공수 특전여단 제3대대에 배치됐다. 여단장은 전두환, 대대장은 장세동이었다. 주특기는 폭파였는데 6주간의 특수전 훈련을 마칠 때 최우수 표창을 받았다.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는 화생방 최우수 표창을 받았다.

 

 

변호사 시절 상징하는 단어 ‘노무현’

 

1980년 5월17일 신군부가 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문재인은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체포돼 청량리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문재인은 유치장에서 사법시험 합격 소식을 들었다. 1980년 8월 대학을 졸업했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마치면서 법무부장관상을 받고 판사를 희망했으나, 시위 전력으로 판사로 임용되지 못했다. 검사를 할 수도 있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았다. “사람을 처벌하는 일이 내 성격에 맞지 않다고 느꼈다. 사람을 처벌하는 일은 늘 부담스럽고, 마음이 불편했다. 내 무른 성격 때문에 검사는 안 맞겠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1980년대 변호사 시절 © 문재인 제공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1980년대 변호사 시절 © 문재인 제공


문재인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소개로 부산에서 활동하던 노무현 변호사(노무현)를 만났다. 운명적 만남이었다. 문재인은 그 첫 만남을 “소탈했고 솔직했고 친근했다. 나와 같은 세계에 속한 사람이라는 느낌 같은 게 있었다”고 기억했다. 두 사람은 사건을 다루는 자세와 태도 같은 게 잘 맞았다. 기질은 달랐다. 문재인이 조사에 응하면서 정당성을 주장하는 식이었다면, 노무현은 아예 진술과 서명 날인을 거부하는 식이었다. 

 

 

정치인 문재인의 상징어 ‘친노’

 

1988년 4월 노무현은 13대 국회의원이 됐다. 부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던 문재인은 2001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노무현을 도와 부산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은 문재인에게 민정수석비서관을 맡긴다. 문재인은 ‘민정수석으로 끝낸다’ ‘정치하라고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민정수석을 맡았다. 그러나 문재인은 이후 시민사회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고 노무현 서거 이후 친노 세력의 상징이 되면서 운명처럼 대통령에 도전하는 길을 걷게 됐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부인 김정숙 여사 © 문재인 제공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부인 김정숙 여사 © 문재인 제공


정무 능력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에 맞는 메시지를 던지는 정무적 능력과 관련해서 문재인은 후한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다. ‘노무현’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때로 감정의 격랑이 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가 2013년 4월9일 발표한 ‘대선 패배 원인과 민주당의 진로’라는 보고서는 문재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문재인 전 후보는 당 지도부의 전면퇴진론이나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과 같은 중요한 국면에서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다. 참모진 운영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문재인 후보는 본인의 이미지와 캐릭터를 명확하게 정립하지 못했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문재인에 비판적인 인사들이 작성한 보고서라는 점을 감안해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2016년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 발간 당시 논란도 주목된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사를 타진해 보자고 문재인이 결정했느냐 여부가 쟁점이 됐을 때 문재인은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2016년 4월8일 총선을 앞두고 광주를 방문해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둔다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문재인의 리더십과 관련해 제기되는 물음의 상당 부분은 정무 능력과 관련한 그의 상황 판단력과 결단력, 메시지 능력에 대한 의문이다. 대선 재수를 거치면서 현장에서 과거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달라진 변화다.

 

 

소통 능력

안민석 의원의 말이 주목된다. 안 의원은 2015년 11월, 교통방송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는 친노-비노 대립이 심할 때로 비노(非盧)인 이종걸 원내대표와 문재인의 갈등이 불거졌던 시기였다. “문재인 대표께서는 책을 그만 사랑하셔야 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으시거든요. 정치라는 게 책을 만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거거든요. 그래서 우선적으로 이종걸 원내대표하고 두 분이 더 자주 소통을 하셔야 합니다. 서로 바쁘셔서 그런지 몰라도 식사를 하신 적이 거의 없거든요. 저는 문재인 대표님이 사람을 더 많이 만나시면 본인에게 더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만나 직접 소통하는 게 약하다는 지적이다. 그와 일하거나 대화해 본 많은 정치인들이 “문재인에게 답답함을 느낀다”고 토로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김종인, 안철수, 박영선, 박지원 등 그와 이런저런 관계가 있던 이들이 멀어진 것도 그의 소통·공감 능력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 보고서는 ‘특히 (문재인) 후보 비서실은 사적 인맥이 공조직을 통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평가했다. 패권주의, 특정 인맥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비판하는 말로 해석된다. 박영선 의원도 자신의 책 《누가 지도자인가》에서 2012년 대선 때와 관련해 “외부적으로는 문재인 후보의 고집스러운 면과 오랜 측근들의 인의 장막이 비판의 대상이었다”고 썼다.

 

2005년 10월30일 노무현 대통령이 북악산에 올라 문재인 민정수석(오른쪽 두 번째)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2005년 10월30일 노무현 대통령이 북악산에 올라 문재인 민정수석(오른쪽 두 번째)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정책 능력

문재인은 2016년 10월6일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출범시켰다. 1000여 명의 각 분야 교수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국민성장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권력기관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재벌개혁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등에 대한 정책 심포지엄을 열었다. 2012년과 비교해 훨씬 정책에 대한 구상이 가다듬어져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포퓰리즘적인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정책적인 면에서 다른 대선 주자들에 비해 준비된 모습, 앞서가는 모습,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판을 깔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는 흐름 속에서 이런 부분은 문재인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집권할 경우 분야별 정책을 즉시 현실화할 수 있는 바탕을 어느 정도 다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정 조달 방안과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거질 사회 갈등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 등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방안들이 보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비전 제시 능력

문재인은 가슴을 뛰게 하는 인물은 아니다. 그가 그리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메시지가 명료하지 못하다. 확실히 노무현과는 다르다. 인간적으로 신뢰감을 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무언가 유약한 이미지,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같은 것을 던져준다. 리더라기보다는 참모가 맞을 것 같다는 문제 제기다. 이것은 일부 분석가들이 얘기했던 ‘문재인은 친노의 대표 선수일 뿐 리더는 아니다. 문재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세력이 아니라 세력이 문재인을 만들어낸 것’이라는 분석과도 맞닿아 있다.

 

문재인은 최근 펴낸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노무현’보다 ‘국민’에 방점을 찍었다. 노무현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원칙주의자입니다”라고 문재인을 평했던 것처럼, 문재인의 후광에는 노무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이 ‘노무현 시즌2’를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대선 재수를 계기로 문재인은 ‘문재인의 정치’를 선보이고자 하는 권력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가 노무현이라는 벽을 뛰어넘는 통합적 비전과 가치를 현실화할 수 있는가가 그의 정치적 비전과 운명을 가를 것이다. 



문재인 "내가 대세 맞다…패권 가져본 적 없다"

"反文연대·제3지대는 정권교체 반대, 정권 연장 연대에 불과"
곽재훈 기자       
2017.01.31 15:40:57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레이스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른바 제3지대론이나 '빅 텐트' 논의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권 연장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일축했다.

문 전 대표는 31일 일부 언론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 문재인이 대세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정말 실제로 확인해 보니까 제가 대세 맞다"고 말해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끌어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저 개인의 대세라기보다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 대세이고, 그 다음에 정권교체를 해낼 사람으로 저 문재인을 지목하는 것이 민심"이라며 "그런 민심은 호남에서도 영남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정말 사상 최초로 광주에서도 지지받고, 부산에서도 지지받고, 영호남과 충청 모두에서 지지받는 '국민통합 대통령'의 시대를 열고 싶다"며 "그것이 저의 (설 연휴 기간 마련한) 양산 구상이라면 구상이겠다"고 말했다.  

당내 대선 주자들인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고는 "당 내 경쟁자들이 외부의 경쟁자들보다 더 강력하고 위협적"이라며 "당내 경선에서 이긴 후보 누가 되든 정권교체를 해 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덕담을 하면서도, "앞으로 이 분들은 기회가 많을 것이다. 제가 첫 차가 되어서, 그 분들이 신나게 달릴 수 있는 길을 잘 닦아 주겠다"고 자신감을 이어갔다.  

그는 각각의 주자들에 대해서는 "이재명 시장은 아주 선명하고, 순발력도 있고, 국민들에게 시원시원한 그런 면모를 보여주고 있고, 성남 시정에서도 특히 복지 면에서 훌륭한 면모를 보여줬다", "안희정 지사는 아주 스케일이 크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 가는 통합적 비전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고, 충남지사로서도 특히 농정을 비롯해서 많은 성취를 보여줬다", "김부겸 의원은 정말 바보처럼 지역 구도에 도전해서 끝내 성공을 이루어낸 우직함, 돌파력(을 갖췄고) 게다가 아주 소통 능력이 좋고 통합적인 마인드도 있다"고 평가했다.

설 연휴 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그는 "사실은 저로서는 가장 버거운 상대였다"며 "지지율과는 무관하게 가장 잘 준비된 분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국정을 맡아도 서울 시정 하듯 문제 없이 수행할 만한 분"이라고 상찬을 보냈다. 그는 "그 분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도 국민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양보를 통해서 협력해 나가는 것도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박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우리 당의 정권교체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기자들이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을 들어 봤느냐고 묻자 "이런 표현들은 우리 지지자들이 대세를 만들어가기 위한 슬로건이고 SNS에 있는 표현들"이라며 "더 겸허하게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설에도 압도적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고, 덕분에 분위기가 좋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분위기는 허공에 떠 있는 분위기가 좋은 것이지 확고하게 우리 당이나 저 개인에 대한 지지로 결집돼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런 자세를 보였다.

제3지대론 겨냥 "정권 연장 연대" 공격 

문 전 대표는 이른바 '제3지대론'이나 '빅 텐트' 논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제3지대를 향한 원심력이 야권 전체는 물론 민주당 내에도 존재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는 "원심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경쟁하는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당내 원심력'의 하나로 언급되는 김종인 의원에 대해 그는 "지금 우리 당의 비례대표 의원이시다. 정권교체에 함께 당연히 힘을 모으시리라 본다"며 "저는 김종인 전 대표께서 다른 선택을 하실 거라고 전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저와) 김종인 전 대표는 우리 당 내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 함께 노력하는 그런 관계"라며 "그러나 각각 정권교체를 위해 바라보는 강조점이나 주안점들이 다른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 전 대표는 강력한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는 것이고, 우리 당내 후보들이 경제민주화에 대해서 확고한 철학이나 소신을 갖길 바라는 것"이라면서 "정권교체를 위해서 함께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너무 염려하지 마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빅 텐트'라든지, '제3지대'라든지, '반문 연대'라든지 하는 것은, 아까 말씀드린 것과 같이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것이 국민들의 대세이고 또 정권교체를 해낼 사람으로 문재인을 지목하는 것이 국민들의 마음인데, 만약 반문 연대 또는 제3지대 등의 움직임은 결국 정권교체를 반대하는 연대, 정권 연장을 하는 연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오히려 "정권교체에 찬성하는 그런 정당, 그런 세력, 그런 분들과는 언제든지 함께해 나갈 것"이라며 "여러 당이 함께 바다를 향해서 흘러가는데, 흘러가면서 그 강물들이 서로 모이게 되고 드디어 바다에 닿아서는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역으로 '야권 통합론'을 설파했다.

그는 "저는 아마 야권들은 전부 정권교체를 바라는 데에서는 다들 한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경쟁의 과정 동안은 자기 당이 주역이 되고 싶고, 자기 자신이 주역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라며 "경쟁이 끝나고 나면 다시 하나로 힘을 모으게 될 것"이라고 재강조했다.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만약에 끝내 통합이 되지 않으면 저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께서 이른바 '유권자 단일화', '유권자 통합'을 해 주실 거라 믿는다"고 답했다.  

한편 노무현 정부 당시의 대북송검 특검 문제 등으로 호남 민심이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어쨌든 참여정부(노무현 정부)가 했던 일에 대해서 찬반이 있을 수 있다. 공과가 있을 수 있고, 사안별로 잘했다는 의견과 잘못했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크게 보면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를 계승한 정부"라며 "지금 국민들 누구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구분하지 않는다. 두 정부를 합쳐서 '민주정부 10년'이라고 부르고 있고, 정권교체를 통해서 세 번째 민주정부가 출범하기를 국민들은 갈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친노(친문) 패권주의'라는 말에 대해서는 "패권주의라는 말은 저를 가두고 더 확장되지 못하게끔 저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퍼트리는 하나의 프레임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패권주의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우선 (내가) 폭넓게 지지받고 있지 않느냐"라며 "제가 당내에서 강력한 패권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친문'에게 고언함…문재인은 아직 대통령이 아니다

[사회 책임 혁명] 억울해 말고 '패권 비용' 인정하는 게 중요
안치용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집행위원장     
2017.01.31 10:44:22

'벚꽃 대선'이 가시화하는 듯하다. 설을 전후하여 대선 후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선 출마 포기 선언 또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런 움직임의 하나이겠다. 술자리나 밥상머리에서 대선이 화젯거리로 등장하는 빈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자주 듣는 질문은 "문재인이 될 것 같아?"이다. 내가 그걸 알 리가 없지 않은가 하는 표정으로 머뭇거리면, 누군가 주변에서 "글쎄, 어쩐지 안 될 것 같아"라고 대답한다. "그럼 누가 되나?"엔 "…." 

사교 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주변에 열렬한 '친문(親文)'이 많지 않아서 가능한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친문'진영은, 막연한 느낌이지만, 문재인의 집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딱히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기는 힘들다. 당장 내일 투표한다면, 문재인이 대한민국의 19대 대통령이 될 듯도 하다. 

그럼에도 소위 '문재인 대세론'을 선뜻 수긍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친문'도 아니지만, '반문(反文)'도 아니다. 확고하게 지지하는 후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저런 이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정도의 느낌만 있다. 말하자면, 강한 정치 의식을 지녔지만 현실 정치엔 거리를 두는 태생적 비평가 집단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그날'이 오면 제일 먼저 숙청당할 집단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유권자가 선택할 일이기에 나 같은 사람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듯이 만일 문재인 대세론이 좌절된다면, 무엇 때문일까?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동안 가장 자주 반복해서 등장하였고 앞으로도 자주 등장할 단어, 즉 '패권주의'가 패인(敗因)으로 지적될 것이다. 문재인과 '친문'이 현재로썬 가장 듣기 싫어하고 근거 없는 비방으로 간주하는 패권주의. 

우선 분명히 할 게 패권과 패권주의가 다르다는 점이다. 정치 집단이나 세력이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우위를 점한 어떤 집단이나 세력이 우위를 기득권화하고 경쟁 구도를 무력화하여 종국적으로 배제를 구조화하는 걸 아마도 패권주의라고 부르지 싶다. 또한 패권을 장악한 후 장악한 패권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패권에 대한 도전을 체계적이고 배제적인 방식으로 차단하는 행태도 패권주의로 정의될 수 있다. 패권을 장악한 집단이 패권주의를 행사하는 적나라한 모습을 우리는 '친박(親朴)'을 통해 충분히 목격했다. '친문'은 '친박'과는 다르기에 비교하지 말라고 경기를 일으킬지 모르지만, 알게 모르게 패권주의는 '친박'과 '친문'을 아우르는 용어로 유통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일 광주 무등산을 등반한 뒤, 문빈정사 앞에 설치된 '무등산 노무현 길' 표지석을 바라보고 있다. 이 표지석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무등산에 오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은 패권 세력이다. 분명 현재의 정국에서 대선에서 승리할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한 셈이다. 그러나 만일 대선에서 진다면, '친문'은 패권과 패권주의를 구분하지 못한, 오히려 패권주의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구분을 외면한 데서 그 원인이 찾아질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걱정스럽게도 자주 발견된다. 문재인은 지난 9일 자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친문 패권주의를 말하기에는 친문이 너무 많지 않나"라고 말했다. 패권과 패권주의를 혼동하였거나 외면한 발언이다. 패권주의는 숫자와 관련이 없다.

대표적 '친문'인 정청래의 인식에서도 문재인의 생각이 반복된다. 정청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패권'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결국 국민이 만들어 준 것"이라며 "아무리 부럽고 배 아파도 국민을 공격하지 말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글의 제목은 '친문 패권주의를 공격하는 그대들에게'이다. 그의 말대로 현재의 "'문재인 패권'은 국민이 만들어 준 것"임에 동의하지만, 문제시된 건 '문재인 패권'이 아니라, '문재인 패권주의'였다. 정청래는 패권주의에 관하여 해명하는 척하면서 패권을 설명했다. 왜일까. 

노무현은 대선 후보로 결정되기 전까지 당내 패권을 가진 적이 없고, 당연히 패권주의를 행사한 적이 없다. 반대로 패권주의로부터 핍박을 받았다. 문재인은 노무현과 달리 당내 패권을 가졌고, 지금은 패권주의를 행사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친노(親盧)'를 계승한 '친문'이 180도 다른 상황에 처했다고 하여, '친노'와 '친문'이 단절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친노'와 '친문'은 단절되어서는 안 되며, 응당 '친문'이 '친노'를 발전적으로 계승하여야 한다.

그러나 대중에게 보이는, 또는 '반문'이 형성하는 프레임에서 '친문'은 '친노'와 달라 보인다. 오히려 '친박'이 '친문'의 데자뷔로 전개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더불어 문재인 대세론에선 과거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이 만들어낸 드라마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대선 재수 및 대세론과 맞물린 민주당 내 패권은 문재인에게 구태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다. 노무현의 계승자는 철학이나 정신은 논외로 하고, 위상에서 노무현의 대척점에 서게 된 것이다.

'친문'은 나의 분석에 대해 악의적인 누명이라고 길길이 화를 낼 법하다. 그러나 대선에 승리하려면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해야 한다. 노무현과 같은 감동의 역정이 부재한 문재인이, 패권주의에 맞서 싸운 노무현과 달리 패권으로 노무현을 계승하려고 한다면, 그 패권이 패권주의가 아님을, 경쟁하는 다른 정치세력에겐 아니어도 적어도 유권자에게 정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패권주의가 존재하는지 아닌지를 설명해야 할 주체는 패권을 가진 세력이다. 패권을 가진 측이 패권을 갖지 못한 측으로부터 패권주의라고 공격당하는 건 일종의 '패권 비용'이다.



패권주의의 실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패권주의라는 낙인의 고착이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만일 치열한 반성 끝에 패권주의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면 당연히 전면적이고 전격적인 패권주의의 청산에 돌입해야 하고, 만일 아무리 고민해도 패권주의를 인정할 수 없다면 그때도 없는 패권주의라도 청산해야 한다. 

국민들 중에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소망이 단지 '친박'이 차지한 장관·수석·기관장 자리를 '친문'이 차지하는 광경을 보려는 데 있지 않다. 촛불 민심이 바라는 건 '친국민'·'친역사' 정권의 창출과 개혁과제의 실천이지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의 패권이나 패권주의가 아니다. 문재인과 '친문'은 알아야 한다. 문재인은 아직 대통령이 아니다.


문재인의 최대 변수는 문재인이다

정권심판론이 치솟고, 보수의 지지 기반이 쪼그라들고, ‘반기문 현상’이 주춤하면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지율이 30%대로 올라섰다. 문 전 대표의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2017년 02월 01일 수요일 제489호


2017년 1월 현재, 다음 대통령에 단연 가까운 사람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의 대선 후보 지지율은 30%대로 올라섰다. 모든 대선 후보군이 등장하는 다자 대결에서 30% 지지율은 중요한 분기점으로 간주된다. 비(非)민주당 계열 후보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지지율을 합쳐도 30%를 밑돈다. 반(反)문재인 단일화 등을 가정하더라도 문 전 대표가 앞서나가는, 대세론에 막 진입하는 국면이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정례조사(1월15~ 16일)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다자 대결에서 31.4%를 얻었다. 잠재적 범여권 후보로 경쟁자인 반기문 전 총장은 20%로 뒤처졌다. 그 뒤로 이재명 성남시장 9.5%, 안철수 전 대표 4.8%, 안희정 충남지사 3.9% 순서였다. 3자 가상대결에서도 문 전 대표는 47%를 얻어 반 전 총장 29.4%, 안 전 대표 12.1%를 멀찍이 따돌렸다.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문재인 54.1% 반기문 33.2%였다(위 <표 1> 참조). 여러 조사들이 대체로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연합뉴스
1월17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간기념회에서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은 새로운 현상이다. 지난해까지도 문 전 대표를 묘사하는 말로 더 흔하게 들을 수 있던 표현은 ‘약한 이회창’이었다. ‘예선 전승, 본선 전패’를 기록한 이회창의 길을 따라간다는 평가였다. 문 전 대표는 이회창 후보만큼 공고한 대세였던 적도 없으며, 대체로 반기문 전 총장에 뒤지는 2위였다. 그러나 불과 한 달도 못 되어 상황은 급변했다. 2016년 겨울의 촛불집회와 12월9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하더니 올해 1월부터 대세론을 형성했다. 본선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쏙 들어갔다.

반기문 귀국하자 문재인 결집 성향 강해져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정치권과 여론조사 분석가들은 크게 세 가지 원인을 지목한다. 첫째, 정권심판론이 거의 국민적 합의에 가깝게 치솟았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로도 박근혜 대통령은 버티기로 일관했다. 정권 심판을 요구하는 여론이 식을 계기가 없었다. 정권교체를 이루기에 가장 앞서 있는 야당 후보가 문 전 대표였다. 2017년 대선 레이스는 유례없이 짧고 불확실하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고도의 불확실성 속에 여론은 가장 앞서 있는 정권교체 카드인 문재인 지지로 결집하고 있다.


민주당 후발 주자들은 정석대로 ‘선두주자 때리기’를 시도했다가 줄줄이 낭패를 봤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반(反)문재인 연대론’으로 해석될 제안을 꺼냈다가 역풍을 맞았다. 지지율 18%로 ‘빅3’까지 형성했던 돌풍이 이후 꺾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략적으로 ‘문재인 때리기’를 선택했지만 지금까지는 실패에 가깝다. 정권교체 여론이 하도 강고한 데다 대선 일정의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어서, 유력한 카드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어김없이 강경하게 응징했다. 야권의 비(非)문 대선 주자들을 주로 컨설팅해온 한 전략통은 “특히 촛불 정국을 주도했던 30~40대 고학력층이 문재인 지지로 강력하게 결집했다. 이 결집이 유지되는 한 민주당 경선은 해보나 마나인데, 앞으로도 깨질 이유가 안 보인다”라고 말했다.

둘째, 보수의 지지 기반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았던 이명박 정부 말기에도 새누리당 지지 기반은 비교적 공고했고, 이것이 박근혜 후보 당선에 일조했다.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게이트 이후 10%대 정당으로 추락했다.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바른정당을 합쳐도 20% 안팎이다. 기존 보수 여당 지지 기반이 반토막 났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어지는 일련의 격변이 결정적이었지만, 부산·울산·경남과 50대가 보수 지지 기반에서 이탈하는 현상은 지난해 총선에서부터 뚜렷이 감지되었다. 여론 분석가들은 50대와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이탈이 일시적이라기보다는 심상치 않은 방향 전환이라고 본다. 이명박·박근혜 두 차례 보수 정권에 대한 민심의 평가가 나왔다는 의미다.


직접적인 결과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극적인 추락이었다. 최순실 쇼크 이전까지 여러 조사의 다자 대결과 가상대결에서 반 전 총장은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여권의 지지 기반 붕괴와 분열은 반기문 지지층을 함께 쪼그라뜨렸다. 대선 주자별로 호감도·비호감도를 조사한 지난해 9월20~21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에게 “호감이 있다”는 응답은 59.7%로 단연 높았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지나고 난 12월28~29일 조사에서는 반기문 호감도가 38.9%로 폭락했다. 반 전 총장의 새누리당 주자 이미지가 탄핵 정국 이후 부메랑으로 작용한 모습이다(15쪽 <표 2> 참조).

셋째, 1월12일 귀국 직후부터 ‘반기문 현상’이 불어 닥칠 것이라는 범여권의 기대가 빗나갔다. 여론의 이목이 집중된 귀국 이후 행보에서 반 전 총장은 이렇다 할 미래 비전이나 희망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보여주기식 행보와 한국 물정에 어두운 실언으로 여론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1월16일에는 정당에 들어가겠다고 하면서 “홀로 하려니 금전적인 부분부터 빡빡하다”라며 돈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이후로도 반 전 총장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를 두고 “나쁜 놈들”이라 부르는 등, 가는 곳마다 구설에 오를 언행을 되풀이해 ‘1일 1사고’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명박 캠프에서 대선 승리를 진두지휘했던 정두언 전 의원은 1월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반기문 대통령’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죄송하지만 종 쳤다”라고 잘라 말했다. “반기문의 최대 장점은 신비로움인데, 구름 속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땅바닥으로 뛰어내린 거다. 돈이 없어서 정당에 간다? 정말 추한 거다. 그 한마디가 모든 것을 망쳤다.”

정권교체 여론은 결집할 대로 결집해 선두주자 문재인으로 모여들었다. 보수는 지지 기반이 와해되다시피 했다. 사실상 유일한 대항마는 가장 주목도가 높은 첫 등장 시기에 함량 미달을 노출했다. 이렇게 해서 독특한 ‘일야무여(一野無與)’ 구도가 형성되었다. 문 전 대표로서는 이보다 좋은 환경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다.

ⓒ시사IN 이명익
지난해 12월3일 ‘제6차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집회’의 촛불 파도 퍼포먼스.


그런데 <시사IN>이 만난 정치권의 전략통들과 여론 분석 전문가들은 “문재인이 가장 유리하다”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문재인이 다음 대통령이다”라고 단언하기를 주저했다. 여론 분석 전문가인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다. “문재인을 선두로 끌어올린 요소들은 외부 변수다. 후보 본인으로부터 나온 게 아니다. <중앙일보> 조사(15쪽 <표 2> 참조)를 보면, 지난해 9월에서 연말 사이에 문 전 대표 호감도는 사실상 변화가 없다. 호감도가 불변인데도 지지도가 올랐다는 것은, 후보 요인이라기보다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의 전략적 판단이 작동했다는 징후다.”

외부 변수가 대세론을 만들었다는 가설이 옳다면, 외부 환경이 다시 바뀔 가능성이야말로 문재인 대세론의 최대 위협 요소가 된다. 정권 심판 여론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을까?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한 직후 박근혜 동정 여론이 일 거라는 예측도 있지만 다수 의견은 아니다. 대통령 동정론의 주축이 될 60세 이상 고령층과 대구·경북 여론은 이미 상당 정도 보수 지지 기반으로 복원된 상태다. 헌재 판결 이후에 반등의 추가 동력이 넉넉지 않을 수 있다.

“문재인의 최대 변수는 문재인”


두 번째 외부 변수였던 보수의 기반 붕괴는 어떨까. 이건 복원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례를 보여준 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에 치러진 2004년 총선에서 거대한 역풍을 만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박근혜 당 대표를 앞세워 천막당사 등 처절한 반성 행보를 폈다. 참패할 거라던 총선도 예상보다는 선전했다.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단지 숨길 뿐인 경우가 많다. 반기문 전 총장이 지금과 같은 혼란스러운 행보에서 벗어나 차라리 보수의 적자를 선언하고 대신 매를 맞으며 상처를 어루만질 경우, 원상복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보수 복원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있다. 이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시사IN 이명익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찬성 234표로 가결되었다.


정한울 연구교수는 “문재인의 최대 변수는 문재인이다”라고 말했다. “후보 요인이 뚜렷이 안 잡히는 상황에서, 구도 요인에 따라 정권교체를 원하는 전략적 지지가 문재인 전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호남의 문재인 쏠림이 대표적 현상이다. 만에 하나 보수 기반이 얼추 복원되거나 해서 구도가 바뀌는 날에는 다시 팽팽한 대결로 갈지 모른다. 문 전 대표는 ‘후보가 좋아서 찍는 지지층’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들은 어떤 가치를 대변하는지가 즉각 떠오르는 정치가였다. 그것이 옳건 그르건, 그에 찬성하건 반대하건 유권자 다수가 동일한 가치를 떠올렸다. 김대중 하면 민주화와 남북 평화, 노무현 하면 특권과 지역주의 타파, 이명박 하면 경제와 추진력, 박근혜 하면 원칙과 신뢰가 있었다. 이런 가치는 기획으로 만들어지기보다는 이 정치가들의 신념과 삶의 궤적을 따라 오래 묵혀가며 형성되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어떨까. 문재인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우리도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좋은 사람이다, 사익을 탐하지 않을 것 같다 정도의 이미지는 유권자들 사이에 공유되어 있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처럼 뚜렷한 자기 색깔을 만들기까지는 정치 입문 이후 시간이 좀 짧았던 것 같다.” 문재인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비서실장도 하고 대선을 한 번 치러본 만큼 ‘준비되어 있다’라는 인상이 강하다. 초유의 탄핵 사태로 다음 정부는 인수위도 없이 출발해야 한다. ‘준비된 대통령’을 강조한다면 유권자의 마음을 살 수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뭔지 물어보면 ‘친노’라는 경우가 많다. 유권자의 10~15%로 추산되는 강고한 친노무현 블록은 문재인이 상징하는 가치를 아주 쉽게 이해한다. 문 전 대표가 참여정부의 핵심 가치를 계승하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런 이해가 친노무현 블록을 넘어서까지 공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가치를 ‘박정희’라고 믿었던 핵심 지지 블록이 있었지만, 한국 보수의 적통 박정희의 딸조차도 그것만으로 선거를 치르지는 않았다. 2012년 박근혜에게 ‘원칙과 신뢰’를 보았던 당파성 약한 유권자들이 2017년 문재인에게서 ‘친노’만을 보게 된다면 대세론이 끝까지 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시사IN 신선영
1월17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팽목항을 방문했다.


문 전 대표의 정치관은 ‘선악 구도’가 뚜렷하다. 1월에 내놓은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문 전 대표는 ‘친노’를 ‘기득권에 도전했다 핍박받은 세력’으로 놓고, 친노에 대한 공격을 기득권의 반격으로 규정한다. “기득권은 여권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야권에도 있습니다. 기득권에 도전하고 허물고자 했기 때문에 기득권을 지닌 모든 세력이 노무현 대통령을 불온한 사람으로 본 거죠. 그래서 그렇게 핍박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고, 지금도 친노, 친노 하면서 저주하듯 합니다(232쪽).” “우리가 권력을 갖는다면 기존 권력과 기반 자체가 다릅니다. 기득권자의 권력은 그들 간의 공고한 카르텔 같은 거지요. 그에 맞서는 우리 권력의 기반은 도덕성과 역사적 소명의식입니다(249쪽).”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정치권에 나온 문 전 대표의 궤적을 생각하면 정치를 보는 강한 선악 구도는 이해할 만한 태도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다른 세력, 특히 같은 야권 내 기득권으로 지목당한 세력의 눈에 독단과 대결주의로 비치는 것도 이해할 만한 결과다. 선명한 선악 구도는 핵심 지지층에 통쾌함을 안겨다주지만 해당 세력을 고립시킬 위험도 따라서 올라간다. 문 전 대표와 같이 친노에 뿌리를 둔 안희정 충남지사는 강한 선악 구도를 의식적으로 자제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친노 패권주의’는 대선 레이스 마지막까지 문 전 대표를 괴롭힐 키워드다. 친노 패권주의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가부터 시작해서 숱한 논란이 정치권을 달궈왔지만, 한번 각인된 이미지는 실체 여부와 무관하게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정치에서는 진실이 무엇인가보다 다수가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비문 계열로 분류되는 한 전략통은 이렇게 말했다. “문 전 대표에게는 오랫동안 세 가지 질문이 따라다녔다. 될까? 잘할까? 함께하려 할까? 정권교체 여론이 워낙 확고해서 앞의 둘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고, 마지막이 문제다. 자기들만으로 대선을 이길 수 있는 세력은 대한민국에 없다. 세 번째 질문에 답이 불투명하다면 잠재적 아군들이 뒷짐을 질 수 있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그림은 문재인 캠프가 잠재적 아군들을 밀어내어 반문재인 연대를 성사시켜주는 것이다. 지금 자력으로 반문재인 연대를 만들어낼 힘은 외부에 없다. 문재인 팀이 이 리스크만 잘 관리하면 이긴다고 본다. 겸손한 연대 기조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세론이 유지될 때는 이런 위험 요인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대세론이 흔들릴 때다. 대선 출마설과 제3지대 합류설이 잊을 만하면 나오는 김종인 의원을 다시 끌어안고, 국민의당에 연대 고리를 끊임없이 걸어두라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그것도 대세론이 유지될 때, 힘이 가장 강할 때 최대한 변수를 제거해두라는 조언이 많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시사IN>과 대담(20~23쪽 기사)에서 “안철수부터 김종인까지, 문 전 대표는 길지 않은 정치 인생에서 함께했던 주요 세력 거의 모두와 결별했다. 반복되면 나쁜 이미지가 남는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상대방 책임이 크다고 할 수는 있어도,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결국 문재인이지 않나. 선거란 게 묘해서 뭔가 풀어야 할 숙제를 안 하고 미뤄두면 어느 시점인가 그게 꼭 장벽으로 돌출된다”라고 말했다.

먼저 야권 내에서라도 함께할 수 있는 세력을 빠짐없이 잡으라는 요구에 문 전 대표는 어떻게 응답할까.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그는 2012년 대선 막판에 안철수 후보를 왜 제대로 붙잡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제가 안철수 의원이 아니니까 그 이유는 알 수 없죠. 그건 그분의 몫 아니겠습니까(250쪽).” 또 지난해 12월 <시사IN> 인터뷰 쇼에서 김종인 의원에 대한 질문을 받은 문 전 대표는 이렇게 답한다. “총선 때 그분 영입은 아주 잘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끝까지 함께 가면서 다음 대선 때도 힘을 모으길 바라는데 근래 말씀하시는 걸 보면 우리 당 입장과는 좀 다른 말씀을 하셔서 걱정하고 있다.”

대선 레이스 마지막 과제는 ‘외연 확장’


다른 정치인의 선택을 자신이 구속할 수는 없다는 예의 바른 태도로 읽히기도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문 전 대표가 단연 강자다.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정치인이 동행 여부를 ‘상대의 선택’에 내맡기는 태도가 외연 확장을 위한 최선의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단호한 선악 구도가 더해지면, 심지어 반대파들도 인정하는 ‘좋은 사람 문재인’이 왜 함께했던 정치세력과 번번이 사이가 나빠질까라는 질문에 답할 단서가 된다. 문 전 대표의 대선 전략도 여기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보수의 궤멸과 대선 일정의 불확실성이라는 돌발변수가 2017년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주자 문재인에게 초과수익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초과수익은 현금화하기 전까지는 데이터일 뿐이다. 내 지갑에 든 현금이 아니다. 지지율을 표로 번역하는 과정은 험난하고 예상 못할 변수로 가득 차 있다. 문재인은 단지 그 길에 가장 먼저 들어섰을 뿐, 가장 먼저 도착한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



“문재인, 김종인 껴안아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비(非)문재인계인 강훈식(왼쪽)·이철희(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장성을 키우고 비전을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반(反)박근혜’만으로 대선을 치를 수 없다며 참여정부를 넘어설 비전을 보이라는 것이다.

천관율·김동인 기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2월 01일 수요일 제489호


좀 악취미다. <시사IN>은 어떤 기준으로도 ‘친문’으로 분류되지는 않는 두 국회의원에게 ‘문재인 대선 컨설팅’을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전략통으로 꼽히고 선거 기획 경험이 풍부한 초선 강훈식(충남 아산을), 이철희(비례대표) 의원이다. 민 정치컨설팅 전략기획팀장 출신인 강 의원은 2006년 당시 손학규 경기도지사 보좌관으로 발탁되면서 이후 손학규계 핵심 참모로 활동했다. JTBC <썰전>으로 유명해진 이철희 의원 역시 이름난 전략가다. 계파를 불문하고 당 지도부가 기획 파트에 그를 불렀다. 두 의원은 2011년 손학규 전 대표의 경기 성남분당을 보궐선거에서 합을 맞춰 야당에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이곳을 뚫어냈다.

캠프 참모의 관점으로, 비(非)문재인계가 보는 ‘문재인의 필승법’을 컨설팅해달라고 했다. 이 의원은 “나는 비문 아니고 반문, 하프(Half·절반)문이다”, 강 의원은 “나는 안희정 지사 선거 기획도 한 사람이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곤란할 법한 질문에 치열하게 답했다.



ⓒ시사IN 윤무영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전략통으로 꼽히고 선거 기획 경험이 풍부한 초선 강훈식(충남 아산을), 이철희(비례대표) 의원


선거 컨설팅에서 가장 중요한 게 후보 파악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어떤 후보인가?


강훈식(강):선거의 출발은 후보이지만, 사실 후보 이야기는 컨설팅할 때 제일 마지막에 하는 거다. 먼저 구도, 투표율, 표밭 분석부터 들어간다. 왜 그런지는 좀 있다가(웃음).

한때 ‘약한 이회창’이라고도 불렸던 문재인 전 대표가 뚜렷한 상승세다.

이철희(이):나도 썼던 표현인데, 이제 문 후보를 ‘약한 이회창’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다자구도에서 30%가 넘는다. 당시 이회창 후보에 거의 근접했다고 판단한다. 탄핵 이후 정권교체 찬성 비율이 많이 올라 80% 이상이다. 정권교체론이 힘을 받을 경우 정권교체 대표선수에게 표가 쏠린다. 이게 지지율 상승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반기문 전 총장을 두고 “정권교체가 아니다”라고 한 건 정확한 곳을 때린 거다.

:다자구도에서 지지율 30%는 굉장한 거다. 하지만 앞으로 야당이 놓일 지형이 지금보다 더 좋은 여건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예컨대 탄핵이 다 끝나고 대통령이 구속됐다고 치자.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 동정론이 확대되고 결집할 경우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에게 어떤 컨설팅을 하겠나?

:이대로 가면 대통령은 문재인이라고 생각하기 딱 좋은 시기에 딱 좋은 여론 추이다. 그런데 그런 선거는 없다. 어떤 선거든 처음부터 끝까지 원사이드하게 끝나지는 않는다. 우리가 약점을 보일 수 있는 영역이 외교·안보와 경제다. 송민순 회고록 논란 당시 문 전 대표가 “기억이 없다”라고 말했다. 솔직하긴 하지만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볼 때, 대통령 될 사람이 그런 것도 기억 못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경제, ‘유능한 경제 정당’ 콘셉트를 내밀었지만 이것도 크게 대국민 이미지를 바꾸진 못했다.

:연합·연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다. 확장성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이 약점을 보완하는 ‘승리방정식’이 총선 때 나왔다고 본다. 김종인 전 대표를 영입해 전권을 다 주고 관리하면서 총선 승리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그 승리의 최대 수혜자는 문재인이었다. 이렇게 이질적인 연합을 구성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기존 지지세력과 지지층으로만 선거를 치를 것인지가 중요한 갈림길이다. 우리가 집권하더라도 121석이다. 5년 중 3년은 그 의석으로 버텨야 하는데, 그걸로는 국정 운영이 안 된다. 선거 과정에서 연대해야 국정 운영도 잘 된다. 연대는 그 자체로 표를 모으는 과정인 동시에 국정을 맡겨도 되겠다고 유권자를 안심시키는 효과를 낸다.


ⓒ연합뉴스
이철희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안철수 의원(왼쪽)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ABC가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반대표(Antivote)를 극복해야 한다. 다음은 노무현을 넘어서야(Beyond) 한다. 마지막으로 연합해야(Coalition) 한다. 단일화는 좀 아닌 것 같고 연합, 승자독식하지 않고 나누겠다가 중요하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도 혼자 맘대로 했다는 것 아닌가? 나누면 보는 눈이 많아서 비선 실세가 작동할 수가 없다. 그런 시대적 요구를 ABC에 맞춰 잘 풀면 넉넉하게 이길 것 같다.

누구와 연대해야 파괴력이 크다고 제안하겠나?

:딱 잘라 말하면 김종인 전 대표다. 관계를 복원하는 게 맞다. 총선 때 영입해서 전권을 줬지 않나. 그런데 그 사람과 등진다면 유권자가 문 전 대표를 볼 때 자기부정으로 본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 대선 때 단일화한 안철수와도 등졌다. 정치적 파트너로 같이 손잡은 사람들과 어느 시점 이후 절연하는 관계가 반복되면 나쁜 이미지가 남는다. 뭔가 풀어야 할 숙제를 안 하면, 선거란 게 묘해서 어느 시점엔가 그게 장벽으로 툭 돌출된다.

:동의한다. 당 밖은 관두더라도 당내에 있는 김종인부터다. 문 전 대표는 5년간 정치를 해오면서 거의 매년 파트너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하나하나 다 사연이야 있다. 그런데 그게 모이면 ‘아, 문재인은 함께한 사람과 소원해지는구나’ 이런 스토리가 쌓인다. 이런 게 모이면 어느 순간 치명타가 된다. 이번 대선에는 인수위원회(인수위)가 없다. 그러면 당이 사실상 인수위처럼 움직여줘야 한다. 그런데 당이 삐걱대면 인수위가 삐걱대는 것 같은 불안감을 준다.

:지금 시대정신 중의 하나가 통합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 분열을 시켜놓아서 그렇다. 그런데 대선 후보가 같은 세력 내의 파트너와도 손을 못 잡으면서 국민 통합을 외친다고 하면, 그거 그림이 이상하지 않겠나?

왜 그런 사례가 반복된다고 보나?

:모든 이별은 쌍방 과실이지(웃음). 그런데 지금은 문 전 대표가 절대 강자가 됐으니 포용할 때다. 강자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맞다. 대통령 되려는 사람은 문재인 아닌가. 컨설팅은 희한한 상황도 다 염두에 둬야 하니까 아예 소설을 써보자. 반기문 후보 중도포기, 가능하다. 새누리당 계열은 아예 후보가 없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가 나왔고, 새누리당 계열들이 문재인을 막겠다면서 안철수 후보를 지원한다. 자, 안철수의 승리는 누가 봐도 정권교체니까 정권교체 여론에 휩쓸리지 않을 거 아닌가. 이런 식의 1대1 구도를 가정해보면, 문 전 대표도 지금 자기가 강할 때 최대한 외연을 넓혀놓는 게 맞다. 이대로 가면 이긴다고 선거할 때 항상 문제가 생긴다.

컨설턴트 관점에서 외연 확장이 답이라고 해도, 정작 캠프는 그 길로 가지 않을 수 있다. 캠프가 승리 이후를 생각해 공신을 최소화하려 들 수도 있고 후보가 고집을 부릴 수도 있고.

:선거는 결국 후보다. “밖에서 내가 들었는데 이거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참모와 후보의 관계는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 문 전 대표가 자기 결단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강훈식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전 대표(왼쪽)와의 관계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주당 여성위원회와 청년위원회까지 친문 후보가 싹쓸이한 지난 전당대회 이후 “친노는 독식한다”라는 인상이 당내에서 강화됐다.


:만약 그런 장면에서 이렇게 되는 게 당의 건강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섰다면, 그럴 때는 대장이 나서서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안을 추구하는 인사나 후보로 나서는 분들한테도 “제 고민은 이렇습니다. 당이 좀 다양하게 섞여야 합니다. 나 자신 있으니 내 걱정은 하지 마쇼.” 이렇게 좀 질러주어야 한다. 나는 개입하지 않았고 각자가 자율적 판단으로 했다, 이렇게 말할 문제는 아니다.

:권력이 갖는 마력이 있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함께 있는 사람도 마취시킨다. 데이터상으로 적신호가 없는 마당에 굳이 나쁜 시나리오를 꺼내는 건 부담스럽다. 그 사람은 미운 오리 새끼가 되고 캠프에서도 밀린다. 내 말대로 하면 된다는 확신도 없는데 어떻게 반대 의견을 내나. 그냥 내부 분위기를 따라가게 된다. 모든 캠프, 특히 1등 후보가 조심해야 할 게 이런 경우다. 그러니까 모든 캠프의 최고 전략가는 후보여야 한다. 후보만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위치니까.

:선거의 출발은 후보이지만, 컨설턴트는 후보에 대해 제일 마지막에 말한다는 게 이런 거다. “후보가 이런저런 결정을 하셔야 합니다.” 그런 말을 하기도 어렵고, 해도 후보 본인이 체감하기 전에는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거는 결국 후보 역량이다.

:이번에 반기문 전 총장 귀국 후 행보를 보면 딱 컨설턴트 기획이라는 느낌이 온다. 그런데 그게 반기문 브랜드하고 영 안 어울린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이러저러합니다 그래봐야, 결정적인 순간에 후보가 딱 지르면 그게 맞을 때가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이 후보가 되고 지도자가 되고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건 미지의 영역, 마술적 영역으로 남겨놔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위험 요소가 되나? 지지층이란 사실 불특정 다수 대중인데, 이걸 통제하라는 요구가 제대로 작동할까?

:미국 대선 때 민주당 전당대회에 가서 버니 샌더스 지지층을 봤다. “샌더스가 아니라면, 힐러리는 찍지 않겠다”라는 이들이다. 전당대회장에서도 집회하고 불 지르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갈등을 결국 누가 풀어내느냐면, 샌더스가 푼다. 지지 연설을 하고, 지지층에게 최선을 다해서 설명하고, 그러고 나서 여론조사를 하니 샌더스 지지층이 결국 힐러리 클린턴으로 80% 넘게 넘어가더라. 지지층에 대해서도 리더가 해줘야 하는 역할이 있다. 그게 자신의 정치에도 중요하다. 당내에서 서로 싸울 수도 있지만 경쟁이 끝나면 전체 의사를 함께 담아낼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EPA
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가운데)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자 지지율 격차가 그대로 얼어붙은 느낌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굳히기를 하려면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할까?


:헌재의 탄핵소추안 결정 이후 아마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일어도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박근혜 게이트에 화가 난 것도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보수 정당 10년 실정에 불만이 쌓였다. 결국 문재인의 적은 문재인이다. 반(反)박근혜 기조만으로 끝까지 승부를 보겠다면 유권자에게 실망감을 안길 것이다. 문재인이 그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상을 잘 제시하면 대선은 문재인한테 간다고 본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정책 시리즈를 발표한다고 미래 이미지가 생기는 건 아니다. 노무현 하면 특권 타파 이렇게 메시지와 메신저가 일치해야 하는데, 문재인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면 잘 안 맞는다. 공정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면 잘 맞는 것 같다.

:탄핵 국면이 끝나면 박근혜는 사라진다. 노무현으로부터 얼마나 더 나아갔느냐는 질문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문제다. 문재인만의 가치가 확실했다면 사실 연대·연합이 약해도 괜찮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연대와 확장성으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내는 것도 방법이다.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는 성공한 정부’라는 자부심이 강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보수 정부와 참여정부 비교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참여정부가 실패한 정부는 아니다. 그 말이 틀렸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 말이 옳으나, 지금 대선 주자에게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닌 것이다. 지난 시대에 대해 옳으니 그르니 다툼을 벌이면 그게 시간 낭비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단순히 ‘참여정부 시즌 2’를 바라는 게 아니다. 부정하라는 게 아니다. 넘어서라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계속 노무현 정부 시절을 얘기하며 승부를 보려 할 것이다. 벌써 그러고들 있다. 거기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경선 주자들이 그리는 새로운 정부에 대한 경쟁을 통해 최대치를 찾아내는 게 우리 역할이다.

즉석에서 문재인의 메인 슬로건을 뽑는다면?

:이게 돈이 얼마짜리인데(웃음). 예전에 손학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올 때 슬로건이 “잃어버린 600만 표를 찾아오겠다”였다. 확장성이 있는 내가 대선 참패를 만회하겠다는 의미인데, 그 전당대회에서 그걸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문재인이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걸 찾아서 거기에 가치와 지향을 담아야 한다. 그렇게 치면 많지가 않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키워드는 아무래도 정권교체다.

:표현이야 연구해봐야겠지만, ‘같이 살자, 더불어 살자’ 콘셉트는 어떨까. 지금은 몇 사람만의, 잘사는 소수만의 승자독식을 넘어 강자독식 아닌가? 이제 좀 나눠서 더불어 같이 살자. 문재인과 맞을 것 같다. 문 전 대표가 원칙을 지키고 독식할 것 같지 않은 이미지가 있잖나.

:그건 잘 안 오는데(웃음). 엄밀히 말하면 문재인 이미지는 ‘굿맨’이다. 착한 사람, 좋은 사람. 너무 굿맨이라 주변에 별난 분들을 통제하는 게 좀 서툴다.

이:나는 문재인 이미지를 ‘쿨가이’라 생각한다(웃음).



문재인의 일자리 정책을 정밀 분석한다

[민미연 포럼] 정치인의 일자리 공약, 이상과 현실 사이
강철구 전 이화여대 교수     
2017.02.08 09:40:42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는 대선 주자들

헌재의 탄핵 심판이 멀지 않은 것 같이 보이자, 한국 사회는 빠르게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탄핵 인용이 되면 두 달 안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므로, 빠르면 4~5월에 대선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비 후보자들이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이며 지지세를 확산시키려 애쓰고 있고, 지지자들 사이에서 과열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반기문 씨가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자마자 귀국하여 대선 행보를 시작했으나, 국내 실정에 너무 어두운 데다 정치 감각도 떨어져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자 정책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대선 출마를 포기했는데, 온실 속에서만 살아온 관료 출신의 한계라고 할 것이다. 범(凡) 새누리당 쪽에서는 보수에서 유일하게 기댈 언덕으로 믿었을 텐데, 실망이 컸을 것이다.  

여당 쪽에 이제 다른 마땅한 대항마가 없으므로, 판은 야당을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야당 유력 예비후보자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하면 50%가 넘으나 여당 쪽은 여러 명을 합쳐봐야 10여%이니, <조선일보>가 그 사설에서 한숨을 쉬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야당 쪽에서도 문재인 씨의 지지율이 30%를 넘어 많아 봐야 고작 10% 정도인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으므로, 서너 달 내에 선거가 치러진다면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래서 지금은 그가 당선될 경우 내각이나 요직에 들어갈 인물들까지도 추측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나는 현재로써는 유력 예비 후보자들인 민주당의 문재인 씨나 이재명 씨, 또는 국민의 당의 안철수 씨가 당선된다고 하여 민생이 별로 나아질 것 같은 근거를 찾지 못한다. 지금까지는 내세우는 정책적 주장들이 핵심을 잡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말한 것도 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겠지만, 현재 한국이 사회경제적인 면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의 큰 부족과 지나친 임금 격차의 해소다. 국민들의 고통이 주로 그 문제들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또 두 문제는 서로 얽혀 있다. 따라서 이 두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괜찮은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대선주자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감이지만, 이들은 그럴듯한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도 잘 파악한 것 같지 않고 정책의 구체성도 상당히 떨어진다. 대개혁이 필요함에도 그 절실함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지난 1월 18일에 '일자리 정책구상'을 발표한 문재인 씨의 주장에 대해 주로 언급하겠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일자리 문제에 대해 가장 상세한 견해를 밝혔기 때문이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제4차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의 미적지근한 일자리 정책  

그가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은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선 점수를 주고 싶다. 일자리가 성장이고 일자리가 복지이며, 지금이 국가비상사태인 상황에서 일자리 문제의 해결을 위해 비상경제 조치 수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하는 걸까? 그가 내 세우는 것은 다섯 가지이다. 하나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 개 만들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50만 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52시간 법정노동시간 준수를 통해 약 20만 개,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를 다 쓰게 하여 30만 개, 합계 약 50만 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 합하면 131만 개가 된다.  

세 번째로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의 보고(寶庫)라며 전기차,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신재생에너지, 빅데이터, 산업로봇 산업 등 미래산업을 발전시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한다.

네 번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공정한 경제생태계를 조성하여 현재 대기업 대비 60%인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80% 수준으로 올림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크게 늘리겠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비정규직 대책인데 먼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는 법으로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정하고, 정부와 지자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점차 정규직화하고, 동일기업 내에서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강제하고,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원청기업이 사내하청에 대해 공동고용주의 책임을 지도록 하고, 최저임금을 점차 높여 노동자들에게 빈곤의 벽을 넘어갈 희망의 사다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이나,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필요하고 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소방관, 경찰, 교사, 복지공무원 숫자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며 예산을 얼마나 투입해야 할 것인지는 따져보아야 하겠으나 어느 정도는 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공부문 개혁과 관련된 부분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무원이나 공기업 정규직의 처우가 지나치게 높고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다 알려져 있고 비판을 받는 사실 아닌가. 그런데 또다시 100만 공무원의 80%에 해당하는 숫자를 늘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가 불분명하다. 지금 처우 수준으로 뽑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만약 지금 처우 수준으로 그만큼 인원을 늘린다면 기존의 공무원 임금도 상당한 수준으로 깎아야 하는 것 아닌가. 임금제도도 연공서열제에서 직무급제도로 바꿔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공무원 수의 대폭확대는 한국사회의 소득 불평등을 강화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 예산에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주 52시간 노동시간을 준수하고 연차휴가를 다 쓰게 해서 50만 개를 확보한다는 주장은 그럴 수는 있으나, 문제의 핵심을 꿰뚫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너무 소극적인 정책이다. 우리나라의 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이고, 주 52시간은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한 시간이다. 따라서 일자리를 대폭 확대하려면 52시간이 아니고 40시간이거나 그에 근접한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노동시간을 왜 더 줄이지 않나. 또 최대 4~5배까지 차이가 나는 상층 노동자와 하층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는 왜 줄이려 하지 않나. 그래야 훨씬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고려는 전혀 없다. 그까짓 50만 개 정도의 일자리를 만들 생각이면서 이것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에게 '비상경제 조치 수준의 특단의 대책'이라고 설명할 수 있나. 어이없는 태도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이야기는 하나 마나 한 이야기이다. 4차 산업혁명 산업은 미래 산업이고 우리가 잘할지 잘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산업이다. 미리 이야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경제를 통해 중소기업 임금을 높인다든가 동일노동·동일임금 같은 주장들은 국민들이 지난 선거에서도 귀에 못이 박이게 들은 소리이다. 그래서 어떤 결과가 있었나. 아니면 문재인 씨와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 그런 방향으로 과연 혼신의 노력을 해 왔는가. 공허한 소리에 불과하다.  

안이한 현실의식, 기득권과의 야합  

왜 문재인 씨의 일자리 정책이 이렇게 시원치 않을까? 나는 그것은 문재인 씨가 한국 현실에 대한 깊이 있고 철저한 사고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려는 강렬한 의지도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자리 대책을 제대로 세우려면 여러 가지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그 장벽은 바로 지금까지 한국을 지배해 왔고, 한국을 헬조선으로 만든 기득권의 장벽들이다.

그 하나는 재벌이다. 이들이 신자유주의하에서 외국 자본과 손잡고 한국을 저임금체제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한국 사회에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이들이 생존에도 힘겨운 저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들 때문이다. 이들이 정경유착을 통해 한국 사회를 기형적인 방향으로 몰아왔다. 따라서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임금 격차를 줄이려면 재벌의 경제적,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문재인의 '일자리 정책구상'에는 재벌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다른 하나의 장벽은 조직노동이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상층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조직노동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지 대부분의 저임노동자들은 안중에도 없다. 특히 민노총은 87년 이후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진보를 위해 다대한 기여를 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이미 그 진보적인 성격을 거의 다 잃었다. 그럼에도 진보를 참칭하며 한국사회의 진정한 진보를 가로막고 있다.  

문재인 씨가 공무원이나 상층 노동자의 임금감축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의 반발이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상층 노동자들의 과다한 임금을 줄이지 않고 어떻게 하층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릴 수 있나. 조직 노동이 항상 주장하는 대로 대기업에서 뺏어서 하층노 동자들의 임금을 상층 노동자들만큼 올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한국은 현실의 국가가 아니라 천상의 국가일 것이다.  

세 번째는 '노사민정(勞使民政)의 대타협'을 통한 윈윈 모델을 말하나,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는 전연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나 '정'은 당장 그 타협에 참여할 수 있으나, '노'는 노조 조직화율이 10% 정도인데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 지금같이 해온 대로 대표성이 없는 조직 노동이 그 자리를 독점해도 될까? 이 문제는 기득권과 관련된 것은 아니나 또한 반드시 넘어서야 할 장벽이다.  

문재인 씨도 이런 일을 전연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실 인식이 안이하고 선거에서 표를 얻지 못하는 것이 두려워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이 그의 선언에서 규정하듯 '국가의 근간이 무너지는' '비상사태'라면, 당연히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이런 장벽들을 넘어설 수 있는 담대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씨만 비판했지만, 나는 이 점에서 이재명 씨나 안철수 씨도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고 본다. 지금은 세계 경제가 공황 국면으로 진입하며, 자유무역주의에서 보호무역주의 흐름으로 바뀌는 전환기이다. 서민 대중들의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고식적이고 불철저한 태도로 집권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썰전 문재인 출현으로 그간 약점말끔히 씻어내

썰전 문재인 “북한 간다고? 국익 도움되면 어디든 가야지!”

박귀성 기자l승인2017.02.10l수정2017.02.10 06:41


썰전 문재인 편이 화제다. 썰전 문재인 편이 최대 이슈가 된 이유는, 썰전 문재인 편은 썰전의 독사(?)같은 3명의 패널과 함께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토론을 나눠 그간 썰전 출연 이전에 문재인 전 대표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약점’이 어느 정도 해소된 시간이었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보여준 문재인 대표의 화통한 발언들은 그야말로 ‘청산유수’였다.

썰전 문재인 편을 통해 문재인 전 대표는 그간 정치권 일각과 다른 대선 주자들이 주장했던 ‘문재인은 토론회에 나와라!’ ‘문재인은 뭐가 무서워서 토론회를 기피하느냐’ ‘문재인이 말을 잘 못하고 머리에 든 정책이 없으니 토론회를 하지 않는다’ 등의 주장을 썰전 문재인 편으로 가볍게 종식시켰다.

▲ 썰전 문재인 편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출연해 대통령 후보로서 준비된 문재인을 한껏 과시했다. 9일 썰전 문재인 편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해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지지율을 반증하기도 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 문재인 편을 갈무리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종합편성채녈 JTBC ‘썰전’에 출연했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나열하면서 소신과 경력, 자신에 찬 모습을 직접 보여줬다. 그야말로 9일날 썰전 문재인 편은 말로만 문재인이 아니었다.

9일 오후 방송된 ‘썰전’에는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출연했다. 이날 썰전 문재인 편의 시청률은 폭발적이었다. 이날 썰전 문재인 시청률은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도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는 썰전에서 자신의 정책 및 논란 등과 관련해 ‘썰전’ MC 김구라 및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 등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출연 손님 일발필살 저격으로 이름난 3명의 독사(?)들은 문제인 썰전 출연에 단단히 벼르고 나온 모양새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방송 말미에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썰전 문재인 편을 시청한 시청자들은 이런 문재인 전 대표의 주장에 어느 정도 동감의 의사를 10일 오전 인터넷과 SNS에 직접 올리기도 했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저는 검증이 끝났다”라며 부정부패 척결 등에 적임자라고 자신하면서 “국정경험 있다”라고 자신있게 주장해서 자신이 경험과 검증을 충분히 거친 준비된 대통령 후보임을 분명히 했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문재인 전대표는 이에 더 나아가 “모든 지역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다”라며 지역 패권주의에 대해서도 쐐기를 단단히 박았다. 즉, 썰전 문재인 편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이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영호남과 타 지역을 모두 걸쳐도 지지율이 고루 최고에 이른 통합 후보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참고로 문재인 전 대표는 썰전 문재인 편에서 혼자만의 주장이 아닌 최근 각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전국 고른 분포를 보이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수주째 고수하고 있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전원책 독사(?)가 그간 문재인 전 대표에게 여권과 보수층에서 공격 무기로 삼았던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북한을 제일 먼저 가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는 설을 들고 문재인 전 대표를 찔러댔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그런 주장에 대해 멍에를 벗을 수도 있고, 크게 내상을 입을 수도 있는 예리한 공격이었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그간 ‘말을 잘 못한다’는 일부의 지적도 말끔히 씻어냈다. 전원책 썰절 독사의 이같은 공격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는 “일부 언론에서 앞뒤 다 빼고 그 부분만 부각한 결과”라고 받아치면서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중국 러시아 미국인들 못 가겠느냐? 국익에 도움이 되면 어디라도 가야하는 것”이라고 전원책 독사의 날카로운 창을 촌철살인으로 무기력하게 만들어 놨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전원책 독사는 전원책과 문재인과의 인연을 언급하면서 “학창 시절 문재인의 존재를 알았다. 강삼재 당시 총학생회장과 오랜 벗이었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위대한 좌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문재인 전 대표는 학생운동으로 인해 구속됐던 전력을 얘기하면서 “제가 재수에 강하다”면서 “대학도 재수, 사법시험도 재수, 지금도 재수”라고 재치로서 이날 썰전 문재인 편에서 비수를 들고 나온 전원책을 극복했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또 지난 대선과 비교해 어떻냐는 MC 김구라의 질문엔 “지금 훨씬 절박해졌다. 지금 국민들의 고통, 정권교체가 되지 않으면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나라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에 절박하다”고 위기감을 가감없이 표명했다.

이에 전원책은 다시 “정권교체는 어느 선까지냐”면서 “저도 지난 4년간 대통령을 굉장히 싫어했다. 제가 쓴 칼럼들을 보시라”고 하자, 문재인 전 대표는 “그럼 저와 함께 하십시다”라고 말해 박장대호를 이끌어내는 여유를 발산했다.

전원책은 이날 썰전 문재인 편을 위해 사전에 준비한 듯 “국가통합보다는 청소를 하려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반대편을 배척하려한다는데”라고 물었고 문재인 전 대표는 “적폐 청산이 사람에 대한 보복을 말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의 부패 권력을 사유물로 여겼던 권위주의적인 행태들을 씻어내고, 정상의 나라로 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유시민은 “제 주위에는 사람도 좀 청산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농담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거듭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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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 문재인 편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그간 ‘말을 잘 못한다’ ‘소통 이미지가 없다’ ‘정책에 대해 아는 게 뭐냐’ 등의 지적을 이날 썰전 문재인 편 한번의 출연으로 모두 불식시켰다.

문재인 전 대표가 이날 방송된 JTBC ‘썰전’ ‘2017 대선주자 릴레이’ 특집에 출연함으로써 썰전 문재인 편을 방영한 JTBC는 전국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얻게 됐다. 이날 문재인 전 대표가 출연해 대선 주자로 나서는 각오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써 의문화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재인 때리기에 혈안이 됐던 세력과 언론에 대해 썰전 문재인 편으로 정문일침을 놨다. 시청자들은 이날 압도적인 시청률로 이를 반증했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전원책 변호사가 “국가통합보다는 청소를 하려 한다는 말이 있다. 반대편을 배척하려한다는데”라 묻자 “적폐 청산이 사람에 대한 보복을 말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의 부패 권력을 사유물로 여겼던 권위주의적인 행태들을 씻어내고, 정상의 나라로 가자는 것”이라고 밝혀, 국민대통합에 대한 의미도 밝혔다. 그야말로 썰전 문재인 편에서 내놓은 문재인 전 대표의 생각이야말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루어보려 갈망했던 지역 패권과 패거리 권력 문화를 청산하고 국민대통합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유시민 작가도 한몫 거들었다. 유시민 작가는 “제 주위에는 사람도 좀 청산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가볍게 물음을 건네자 문재인 전 대표는 거듭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인적 청산과 과거 부패와의 단절을 위해선 법과 원칙, 합리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풀이된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꺼릴만한 질문도 나왔다. 문재인 전 대표는 안희정 전 지사의 상승세를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다소 즉답을 피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도 썰전 문재인 편에 출연한 만큼 피할 구석은 없다.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는 “좋은 일이다. 저랑 안 지사의 지지율이 합쳐서 50%가 넘는다며 정권교체가 가능하겠구나 하고 생각한다”고 말해, 안희정 지사에 대한 이낌없는 사랑을 표출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유시민 작가가 이날 썰전 문재인 편에서 가장 예리하게 “난 문재인이 되든 안희정이 되든 상관 없어요!” 하고 큰 소리로 말하자 다소 머쓱해했다. 이에 더 나아가 유시민 작가는 회심의 한수를 “서운합니까?”라고 던지기도 했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또한 매우 예민한 문제인 ‘반문연대 등 움직임’에 대해 “기분 나쁘지는 않다. 제가 1등이고, 대세라는 뜻 아니냐”면서 “저는 국민을 보고 정치하고, 그분들은 절 보고 정치하니 승부는 뻔한 것 아닌가 싶다”고 반박과 함께 극복에 있어 자신감을 한껏 드러내 보였다. 반문연대 정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로 보인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는 또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보수표 결집으로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쫓아오고 있는 데 대해 “(황교안 권한대행이 출마한다면 염치없는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게이트에 대해 공동책임이 있지 않냐. 사실 황교안 총리(권한대행)도 함께 탄핵돼야 마땅한 분”이라고 황교안 권한대행의 입지에 대해 ‘공범’의 낙인을 분명하게 찍어놓았다.

이날 썰전 문재인 편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황교안 대행이 향후 새누리당 후보로 대선에 나올 것 같다고 전망한 뒤 “정당의 생리는 패배가 설령 예상된다 하더라도 후보를 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새누리당이 꼭 후보를 낼 것이라고 보고, 그렇다면 낼 사람이 황 총리밖에 더 있겠나”라고 보고 있었다.

썰전 문재인 편에서 시청자들이 눈여겨 본 것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대선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화법과 준비된 자신감, 태도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날 썰전 문재인 편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청산유수 같은 정책과 논리가 시청자들의 많은 호감을 끌기도 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문재인, '전인범 영입' 실패에는 이유가 있다

[분석] '진보 대 보수' 틀에 갇힌 결과...수성전은 이제 그만
임경구 기자       
2017.02.10 18:23:35


'안희정 현상'이란 말이 언론에 등장했다. 보수언론이 오히려 더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띄운다. 행간에 역설이 읽힌다. 아무리 지지율이 뛰어도 안희정은 본선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진짜 목적은 안 지사의 보수 행보를 칭찬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념을 공격하는 데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때까지,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었다.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대통령, 막돼먹은 정부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해를 넘기자 '벚꽃 대선'이란 말이 공공연히 쓰였다. 탄핵 정국과 대선 정국이 병렬로 진행됐다. 성급한 대선 정국에 여야 불문, 시간은 없고 마음은 급해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한 지 20여 일 만에 하차했다. 진공상태에 빠진 여권이 더 급해졌다. 

반 전 총장의 퇴장을 전후해 보수후보 단일화론이 부상했다. 과거 야권 후보 단일화를 '권력에 눈이 먼 담합'이라고 공격하던 보수의 모순이다. 이 역시 실체는 반(反)문재인 연합이다. 안철수, 유승민, 손학규 등 "문재인 아닌 것"은 모두 보수 단일화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지금 박 대통령 탄핵으로 흔들리는 보수층은 박 대통령이 밉더라도 그가 추진하고자 했던 안보 노선, 반북 노선은 승계하겠다는 용기 있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문 씨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치는 범보수 후보들의 단일화다."(1월 31일 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진보 대 보수', '촛불 대 태극기'라는 틀은 교란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은폐하는 거짓이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이 정점을 찍었을 뿐, 이 정부의 국정은 이미 실패했다. 사드 배치, 개성공단 폐쇄, 위안부 합의는 국익을 해쳤다. 외교와 안보를 진창에 빠뜨려 경제 보복 위험까지 노출시켰다. 보수 정부라도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다. 

대선의 중심 맥락은 그래서 정권교체다. 실패한 정부 교체 여론이 어느 대선 때보다 높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 나타난 대로 70~80%에 달한다. 후보별 지지율까지 대입하면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같다. 하지만 탄핵 정국 이래 문재인 스스로 얻은 점수는 거의 없다. 높은 지지율, 문재인 대세론은 사실 정권교체론 위에 얹혀있을 뿐이다.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어대문'일지는 알 수 없다. 어떤 정권교체냐를 고민하게 된다. 두 달에 불과한 초단타 대선에서 먼저 보이는 건 사람이다. 문재인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시점이 오게 된다. 안희정 전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의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밖에서 그 길목을 지킨다.  

문재인 전 대표의 경쟁자들의 눈에 띄는 보수화는 쫓는 후보들의 필연적인 전략이다. 야권 후보인 안희정 지사, 안철수 전 대표는 야권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을 노린다. 절대적 비토층이 있는 문 전 대표와 대비되는, 보수와 중도로의 확장 가능성이 이들의 무기다. 안 지사는 벌써 20%에 근접했고 안 전 대표는 대선 완주를 공언했다. 따라서 문재인과의 차별화를 통한 지지율 올리기가 목적인 이들에게 보수 행보와 그 내용을 비판해봐야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문재인 전 대표도 '진보 대 보수'라는 거짓 틀에 갇혀있다. 사드 배치에 관한 모호함이 증거다. 개성공단 폐쇄, 위안부 합의 문제와 달리 사드 배치는 찬성 여론이 더 높다. 재검토를 주장하면 표가 깎인다. 문 전 대표는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옳다"고 한 말이 사드 재검토 의지로 해석되자 "사드 배치 결정을 취소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다음 정부로 넘기라는 것이 아니다.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움츠렸다. 

사드는 누가 집권하더라도 가장 처음 마주하게 될 국가적 현안이다. 보수냐 진보냐를 뛰어넘는 문제다. 첫 단추를 잘못 맞추면 집권 5년 내내 대외환경에 종속된다. 이런 문제에 머뭇거리면서 '준비된 대통령'을 말하는 건 모순이다. 돌파해야 할 문제를 우회하려고만 든다. 남북문제, 대외관계 전문가들에겐 철학의 빈곤으로 비친다. 

어설프게 보수 표심을 쫓다가는 탈이 난다. 문 전 대표가 안보관 논란을 불식하려 영입했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이 각종 논란만 일으키고 물러난 사례가 그걸 보여줬다. 보수는 물론 진보층도 혀를 찼다. 

문 전 대표는 팬덤 현상을 보이는 몇 안 되는 후보다. 하지만 그의 지지 기반은 결코 다수가 아니다. 보수 대 진보라는 틀에 갇혀, 쏟아지는 이념 공세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면 잘 해봐야 계가 싸움이다. 

정치인에게 이념보다 더 강력하게 대중을 움직이는 힘은 진정성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시대를 이끈 비전으로 '빨갱이' 딱지를 돌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순교자적인 모습으로 전인미답의 길을 걸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정권 붕괴로 열린 대선 정국이다. 작은 싸움으로 판을 짜고 수성전만 벌이다간 또 실패할 수 있다. 적폐 청산, 사회 대개혁은 구호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대선 승리는 늘 능동적인 사람의 몫이었다. 


'개혁 대상' 경찰에 '대통령 경호' 맡긴다고?
[기자의 눈] 이철성 같은 사람의 '경찰공화국'을 보고 싶지 않다
박세열 기자          
2017.02.14 15:14:01
유력 대권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5일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 직속 경호실을 폐지하고 청와대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바꾸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귀를 의심했다. '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의 발언이었다. 

문 전 대표는 권력적폐 중 하나로 대통령 경호실을 지목하고, 이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경호실을 대체할 기관이다. 문 전 대표는 행정자치부 외청인 경찰청의 수장(경찰청장)을 사실상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두겠다고 공언을 한 셈이 됐다. 경찰청장이 대통령 경호실장을 사실상 겸하게 된다고? 

이른바 4대 권력기관(국정원,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중 하나인 경찰청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돌아보면 네 개 기관 중 단 한 개의 기관도 정상적으로 기능한 기관은 없었다. 노련하고 야비한 권력자들은 이들 네 개 기관을 적재적소에 유기적으로 활용, 비판자들을 제거하고 처단해왔다. 그 과정에서 법치는 무시되었다.   

지난 10년만 돌아보자. 이명박 정권은 국세청 권력을 남용해 노무현 정권 인물들에 대한 보복에 나섰다. 그 결과는? 문 전 대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다음 검찰. 국세청의 세무조사 정보를 바탕으로 노무현 정권에 보복 수사를 감행했고, 국정원의 전횡을 비호했으며 심지어 적극 가담해 '공범'이 되었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 정치인을 무차별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했다. 그리고 국정원. 권력에 줄을 선 이들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해 헌정을 유린했고, 선출 권력인 통합진보당에 낡은 국가보안법의 잣대를 들이대 해체의 빌미를 제공했다. 증거를 조작해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었다. (검찰은 국정원의 매우 훌륭한 파트너였다.) 그리고 경찰은 이 모든 권력 기관의 전횡에 항의하는 무고한 시민들의 팔을 사정없이 비틀어댔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에 항의하던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은 책임 회피를 위해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부검하려고 엄청난 병력을 투입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캡사이신을 뿌려댔다. 용산 철거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따지고 보면, 경찰은 정권이 저지른 권력 남용의 '설거지'를 도맡아 해 왔다. 경찰 조직의 존재 목적과도 거리가 먼 것이었다. 검찰과 국정원 개혁을 부르짖은 문 전 대표가 유독 경찰에 '포상'을 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4대 기관'은 모두 개혁 대상이고, 그들을 서로 견제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외부 기관으로 하여금 감시토록 해야 한다.   

그런데 문 전 대표는 경찰에 만인지상 권력자의 신변을 보호하는 '최측근'의 역할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경찰청장을 상관으로 하는 대통령 경호국장(만약 문 전 대표의 뜻대로 만들어진다면)은 대통령 경호 정보는 누구에게 보고될까? 대통령의 신변을 책임지는 경찰청장의 권력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설까? 그가 제대로 된 '경찰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까? 

경찰 개혁은 시대적 과제가 돼야 한다. 경찰에 대한 시민 통제를 강화하고, 경찰 기능을 지자체에 분산시켜 최고 권력자의 '푸들'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 경찰 개혁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 다행히 문 전 대표가 경찰 개혁의 방향은 큰 틀에서 공감될만 하다. '분권형'이 핵심이다. 

▲ 지난해 8월 이철성 신임 경찰청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경찰은 국가경찰이다. 독일, 영국, 미국 등과 비교하면 기능과 조직의 차이가 크다. 핵심은 분권화와 다원화다. 분권화는 경찰력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 되는 것을, 다원화는 수사, 정보 등 각 기능이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연방국가들은 수사권 등 경찰력의 핵심 권한이 지방정부에 이양되어 있다. 연방정부는 기능별로 경찰력을 분산시킨다. 경찰 조직의 다원화다.  

독일의 경우, 경찰은 연방경찰청, 연방범죄수사청, 연방경찰국, 연방헌법보호청 등으로 기능이 분산되어 있다. 미국도 우리가 잘하는 연방범죄수사국(FBI), 마약단속국, 연방보안관실, 이민귀화국, 형사국 등 60여개로 국가경찰 권한이 다원화돼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로스엔젤레스 경찰(LAPD), 뉴욕경찰(NYPD) 등 자치경찰로 경찰력이 완벽하게 분권화되어 있다. 모든 경찰조직을 통틀어 경찰기구(기관) 또는 법 집행기구(law enforcement)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경찰처럼 수사, 정보, 경비, 외사, 방첩, 보안(공안) 등 경찰 작용의 모든 기능이 하나의 기관으로 경찰에 집중되어 있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여기에 심지어 대통령 경호 기능까지 경찰이 갖게 된다는 말은 지극히 한국적 발상이다.  

게다가 '권력기관'으로서 지금까지 경찰이 보여왔던 면면을 보자. 역시 지극히 한국적인 '보은 관계'에 의해 경찰 조직이 좌우된다. 현직인 이철성 경찰청장은 음주운전 경력을 숨기고 경찰청장이 됐다. 음주단속 주무 기관의 수장의 음주운전 경력은 어떤 것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모순' 그 자체다. 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자. 이철성 청장이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으로 재직하던 시점에 우병우 민정수석의 아들은 이상철 서울경찰청 차장의 운전병으로 배치됐다. '코너링'이 좋았다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특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와대와 경찰은 이미 얽히고설켜 있었다. 그래서일까? 청와대는 결정적 결격 사유가 드러났음에도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을 밀어붙였다. 무리하다 싶을 정도였다. 이후 이철성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을 시도한다. 정권에 누가 될 만한 일들을 골라 '아수라장'을 조성했다. 매우 공교롭다. 

그간 역대 대통령은 경찰청장과 같은 권력기관장의 줄 세우기를 통해 정권을 유지해왔다. 그렇다면 이를 해소하는 게 '권력 적폐' 해소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경찰 개혁'을 외치는 것은 공허하다.  

'대통령 경호실 해체 및 경찰 경호국 대체' 방안을 거론한 이유로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의 시간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재"라며 "24시간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을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간'이 대통령 경호실에 의해 가려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고리 3인방, 비밀주의를 즐긴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그 휘하 수석비서관들, 여기에 대통령 '방탄복' 역할을 한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들이 주역이다. 권력자를 맹목적으로 비호하고 추종해왔던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도 빼놓을 수 없다. '대통령의 시간'을 가린 것은 이들이다. 

대통령의 시간을 국민에 공개하든 공개하지 않든, 그것은 문 전 대표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대통령 경호실이 존재하더라도 운용의 묘를 발휘하면 되는 일이다. 다만 개혁 대상 경찰을 대통령 신변 경호원으로 만드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을 '경찰공화국'으로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문재인의 '공공 일자리 81만개 창출'에 반박한다

[민미연 포럼] 비정규직이어도 살만한 세상 만들어야…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2017.02.15 16:45:00

근거도 모호한 수치 하나가 대한민국을 파탄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이 유령 같은 수치는 2013년 기준 공공부문 고용비중이 7.6%로 OECD 국가 평균(21.3%)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를 근거로 공공부문 고용을 3%p 올려 OECD 평균의 절반 수준(10.6%)에 맞추면, 총 고용이 2700만 명은 상황에서 공공부문에서 총 8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문재인의 일자리 공약을 뒷받침하는 OECD 통계는 'Government at a glance OECD 2015'다. 이 통계(2013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부문(Public sector) 고용 비중은 총 고용(total employment) 대비 7.6%, 임금노동자(labour force) 대비 7.4%다. OECD 평균은 문재인이 말한 대로 각각 21.3%, 19.3%다. 미국을 제외한 G7(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일본) 평균은 각각 17.8%, 16.4%다. 이웃 일본은 우리와 엇비슷한 7.9%, 7.6%다.

2013년 기준 연평균 취업자는 2506만 6000명, 임금근로자는 1819만 5000명인데, 이를 기준으로 고용 인원을 계산하면 공공부문 총 취업자는 190만 5000명(총고용의 7.6%), 총 임금근로자는 134만 6000명(임금근로자의 7.4%)이다. 그런데 공공부문 종사자(190만5000명)는 거의 임금근로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수치(임금근로자의 7.4%)는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수치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자신의 일자리 정책과 관련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중소기업을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


공공부문을 분류하는 국제 기준은 여러 차례 바뀌었는데, 가장 최근 것은 '2008 SNA'(System of National Accounts, 국민계정체계)이다. 이 기준에 따라 작성된 통계는 2014년부터 발표되고 있다. 2008 SNA의 공공부문 정의는 "정부단위와 정부단위에 의해 소유되거나 지배(통제)되는 모든 제도단위"다. 공공부문은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와 공공법인기업(Public corporations)으로 구분되는데, 일반정부는 수많은 기금, 특별회계, 공공비영리단체(위탁집행기관 등)을 거느린 중앙 및 지방정부와 사회보장기금(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등)이다. 공공법인기업은 금융공기업(한국은행, 산업은행 등)과 비금융공기업(한국전력공사, 가스공사, 토지주택공사 등)이다. 

2008 SNA에 따라 작성된 통계청의 '2015년 기준 일자리행정 통계'와 한국은행의 '2015년 공공부문 계정(잠정)'에 따르면, 일반정부의 일자리는 총 189만 개고, 피용자보수는 109조2542 억 원이다. 공공법인기업(정부산하기관) 일자리는 총 35만 개고, 피용자보수는 20조 2973억 원(비금융공기업 18조 원+금융공기업 2조3000억 원)이다.

요컨대, 2015년 통계청 고용통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공공부문 고용(224만 명) 비중은 총 취업자 2593만 6000명의 8.6%, 총 임금근로자 1923만 명의 11.6%고, 공공부문 총 피용자보수(129조5915억 원) 비중은 전체 피용자 보수(6933조 원)의 18.7%다. 물론 고용인원에는 임시 일용근로자와 단시간 근로자도 포함되어 있고, 피용자보수에는 향후 70년간 연평균 10조 원씩 나간다는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금 등이 빠져있다. 

문재인이 인용한 OECD 통계 'Government at a glance OECD 2015'에 따르면 공공부문 임금근로자 비중은 7.4%(2013년)인데, 피용자보수 비중은 적게 잡아 18.7%(2015년)니 공공부문의 근로조건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거칠게 조망하면, 한국의 공공부문은 유럽 같으면 400만 명이 먹을 몫을 200만 명이 먹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주요 통계를 조합해도 알 수 있고, 공공부문에 취업한 지인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고, 엄청난 공공부문 취업 경쟁률로도 알 수 있다. 

공공부문의 중핵은 공무원이고, 임금 기준과 체계는 일반직 공무원의 호봉이다. 2016년 일반직 공무원 호봉표에 따르면 9급 1호봉의 기본급은 월 134만6400원이고, 연 1615만7000원이다. 그런데 무조건 지급되는 몇 가지 수당을 합치면 1980만 원이다. 실제 받는 세전 임금 평균은 2500~2600만 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이는 공무원 연금 등은 뺀 수치다.

한국 공무원 보수 체계의 매력이자 특이성은 초임 대비 30년 근속자의 임금이 3배 이상 상승하는 가파른 호봉제와 평균 수명 70대에 연이율 7%에 공무원 임금이 진짜 박봉이던 시절 만든 후불 임금 성격의 후한 공무원연금이다. 

5년마다 실시하는 '공무원 총조사'(2013년)에 따르면 2013년 6월 기준 평균공무원은 연령은 42.2세(여성3 7.6세), 16.1년(여성 12.2년) 재직에 호봉은 남성 7급 18호봉이다. 2016년 기준 공무원 일반직 평균인 7급 18호봉은 월 298만9700원, 연 3587만6000원인데, 2016년 평균 기준소득월액은 491만 원, 연 5892만 원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1인당 평균 100만 원가량의 복지 포인트와 130만 원가량의 직급보조비가 빠져있다. 

2014년 기준소득 월액 평균이 447만 원(연 5,364만 원)이던 시절 나라살림연구소(소장 정창수)의 '2015년 서울시 자치구예산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공무원 2만9047명의 1인당 현금성 지원 금액(각종 수당, 직급보조비, 복지포인트, 사용자 측 연금부담분 포함)은 7700만 원이었다. 2016년에는 8000만 원이 넘었을 것이다. 여기에 연금 적자 보전금 연 평균 10조 원(1인당 1000만 원)을 얹으면 9000만 원고, 사무공간, PC, 전기, 수도 등 인력운영에 따른 경상비를 포함하면 1인당 1억 원 소요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한국 고교생들의 로망이 공무원이고, 고시공시 경쟁률이 100대 1인 이유도, 공공부문이 청년 인재와 기업가 정신의 블랙홀이자, 수많은 고시공시 낭인 제조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공공부문 고용이 매우 낮게 나오는 이유는 공공부문의 고용임금이 매우 높고, 경직적이고, 과도한 신분 보장으로 근로 윤리까지 저렴하다 보니, 필요한 공공서비스(중고교 교육, 영유아 보육. 기타 복지서비스 등)를 민간기관(사립학교, 민간어린이집, 민간복지서비스 기관 등)으로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번 채용하면 정년 보장하고, 퇴직 시에는 초임 대비 3배의 임금을 줘야 하고, 퇴직 후에는 8~10억 원 가치의 연금도 죽을 때까지 줘야 하니 필요한 만큼 늘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공법인기업 종사자는 국민연금 가입자지만, 명목 임금은 공무원보다 높고, 정년 보장이 확실하기에, 생애 임금은 공무원보다 조금 낮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직장' 소리를 듣는다. 

문재인은 사회복지 공무원 수가 크게 부족하다고 하였다. OECD국가들의 평균 복지 공무원 수는 인구 1000명당 12명인데, 한국은 0.4명이기에,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늘리기만 해도, 사회복지공무원 25만 명을 늘릴 수 있단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2014년)은 한국 10.4%, OECD 평균 21.0%다. 거칠게 계산하면 사회복지 공무원이 OECD 평균의 절반(10.4/21.0)은 되어야 할 것 같다. 공공부문 고용이 한국 7.6%, OECD 평균이 21%라면 사회복지공무원도 대충 1/3(7.6/21)쯤은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왜 1/30(0.4/12)에 불과할까? 그것도 ICT기술과 전자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사람이 하던 일을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체하여 엄청나게 많은 인력을 사회복지부문으로 배치전환할 수 있을 것 같은 나라에서! 

이유는 뻔하다. 정부(공무원)나 공공기관이 할 일을 민간복지기관(종사자)이 하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에서 운영비와 인건비가 나가는 민간 어린이집과 사립중고등학교 교원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겠지만, 방과후 교사·예체능교사·급식조리원·학교사회복지사·사서·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보조인·아이돌보미·간병인 등 다양한 돌봄노동 종사자들도 있다. 이들은 유럽 같으면, 당연히 공공부문에 정규직으로 직고용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공공부문 정규직의 임금은 너무 높고, 경직되어 있다 보니 민간고용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단적으로 유럽 같으면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 군이 다니던 은성PSD는 공기업인 서울메트로의 한 부서로 존재했을 것이다. 당연히 김 군도 공공부문 정규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메트로의 고용임금이 너무 높고, 안정적이고, 힘들고, (스크린도어 유지 관리 업무 같은) 위험하고 힘든 업무를 기존의 조직과 인력이 수행하기를 꺼리니, 민간업체로 외주 하청화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업들을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이 장악하다 보니, 실제 업무를 하는 김 군과 같은 청년들은 너무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지극히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처럼 공공부문의 임금 수준과 고용 안정성이 민간과 별 차이가 없는 유럽이라면 당연히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 형태로 존재해야 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민간부문 종사자로 되어있다. 

문재인이 말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의 대부분은 새로이 창출할 일자리가 아니다. 단지 민간에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던 인력을 공무원이나 준공무원으로 전환하는 것일 뿐이다. 당사자들로서는 엄청난 행운이지만, 나머지는 세금을 더 내거나 다른 데 쓸 세금을 줄여서 이들의 행운아들의 고용임금과 연금을 보장해 줘야 한다. 물론 경찰·소방 공무원은 몇만 명 늘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화, 교통수단과 통신 수단의 발달, 컴퓨터의 도입(전자 정부) 등으로 인해 공공부문의 다른 분야에서는 그 몇 배수를 줄일 여지가 있을 것이다. 이런 배치전환, 구조조정 작업을 잘 못 하니, 공공부문을 함부로 못 늘리는 것이다.

지금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은 고용임금의 유연화, 공정화(공평화)다. 늘릴 곳은 늘리고, 줄일 곳은 줄이고, 올릴 곳은 올리고, 내릴 곳은 내리는 것이다. 그러면 인건비를 몇십조 원씩 추가로 투입하지 않아도, 민간어린이집 교사나 은성SD 김 군과 같은 사람들이 공공부문에 직고용되면서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쑥 올라간다. 인력이 남아넘치는 곳과 인력이 태부족인 곳의 불균형도 해소된다. 

한국의 낮은 공공부문 고용 비중은 신자유주의 담론이 동반한 '작은 정부 이데올로기'가 만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양반 관료가 백성 위에 군림하면서 백성을 약탈하던 조선의 유산이다. 한국의 공공부문은 유럽처럼 민간고용 가뭄이면 대량 흡수(채용)하고, 민간고용 풍년이면 대량 방출(해고)하는 고용 저수지가 아니다. 600년 이상 백성 위에 군림하면서 백성을 계도해 온 관리다. 헌법 제7조에 신분 보장이 되어 있는 대단한 존재다. 그래서 노량진 학원가에 현대판 과거 시험인 고시공시 준비하느라 수십만 명의 청춘들이, 떨어지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공부를 죽자사자 하고 있는 것이다. 

연 30조 원으로 공공부문 직고용 인력을 늘리면, 30년 평균 연봉을 아주 적게 잡아 4000만 원으로 잡아도 각종 부대비용이 들기에 연 6000만 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50만 명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를 근로장려세제 형태로 지급하면, 500만 명에게 월 50만 원(연 600만 원)의 월급을 올려줄 수 있다. 월 120~170만 원 받는 은성PSD 김 군과 같은 근로자의 월급을 월 170~220만 원으로 올려 줄 수 있다. 무엇이 정의롭고, 무엇이 내수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는가.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청년 인재의 블랙홀이자, 기업가 정신의 블랙홀이자, 수백만 고시공시 낭인의 양산 공장인 공공부문의 말도 안 되는 고용임금 체계를 깨부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과 안정성을 가진 공공부문 일자리를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 종사자가 아니어도 비정규직이어도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