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00명 중 95명 “권력자의 연애 제안 OK”
[ 권력과 섹스의 관계-上] 왜 권력은 강렬한 성적 동기와 성적 욕망을 만들어내는 걸까?
나비 성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27(일) 13:00:28 | 1414호
<편집자 주>
시사저널은 그동안 격주로 연재하던 ‘강장묵 교수의 테크로깅’에 이어, 새 연재 ‘나비의 섹슈얼리티’를 독자 여러분들에게 선보입니다. 필자 나비(필명)는 심리학과 인류학을 전공했고, 현재 교육·투자법인 대표와 미국계 글로벌회사 부사장이란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성 담론 관련 강의와 집필 활동을 활발히 병행하고 있습니다. 2014년 ‘국내 최초 여성 픽업아티스트 나비가 전하는 현명한 유혹의 기술’이란 부제(副題)의 《내가 선택한 남자와 사랑하라》가 서점가에 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시사적인 이슈와 섹스 심리학을 접목하는 새로운 성 칼럼을 격주로 연재할 것입니다.
“나는 부자이고 유명 인사이니 여자의 XX을 간단히 더듬을 수 있다.” 이번 미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의 2005년 발언 녹음테이프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큰 이슈가 됐다. 실로 오랜만에 해외 주요 정치 기사에 섹스라는 적나라한 단어가 난무했다. 그 단어는 국제무역이나 이민정책이라는 말보단 확실히 더 자극적이어서 유독 이번 미 대선은 지구촌에 화제를 몰고 왔다. 실제 우리는 트럼프의 섹스 비디오 언급이라던가, 조부가 운영했다던 사창가 등의 뉴스를 수차례 목격했다. 뿐만 아니라 상대 후보였던 힐러리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과거 백악관 섹스 스캔들도 재차 수면 위로 올라오며, 다시금 권력과 섹스의 상관관계를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2010 미스유니버스대회’에서 이 대회의 공동 주최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각국 미스 유니버스들에 둘러싸인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
사실, 미국의 정치적 이슈가 섹스로 야단법석이었던 것은 이번 대선 후보들만이 아니다. 역대 43명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 자신의 이름과 섹스가 연관되어 알려진 대통령은 존 F 케네디를 포함해 최소 15명이다(최소라고 쓴 이유는 아마도 알려지지 않은 것도 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결혼 전날 절친한 친구의 아내인 샐리 패어팩스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으며, 독립선언문을 만들고 종교의 자유를 최초로 문서화한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흑인 노예 샐리 허밍스와 36년간 정사를 나누었다. 더군다나 샐리는 28년 연하였고, 제퍼슨이 처음 샐리와 관계를 가질 때 그녀의 나이는 불과 14세였다. 뉴프런티어를 선도한 멋쟁이 케네디는 어마어마했는데, 상·하원 의원과 대통령 재임 시절을 막론하고 아주 적극적인 성생활을 즐겼다. 재클린과 결혼한 1953년 전후 케네디의 여인으로 거론된 이는 실로 다양하다. 마릴린 먼로, 앤지 디킨슨, 제인 맨스필드 등 다수의 유명 여배우와 프리실라 웨이어, 질 코완 같은 백악관 스태프들을 비롯해 스트립 댄서 블레이즈 스테어, 악명 높은 마피아 샘 지아카나의 정부(情婦) 주디스 엑스너 켐벨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답게 모든 계층의 여성들을 다 소화해 낸 케네디는 백악관에 입성한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의 바람둥이로 손꼽히고 있다.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윌슨 대통령 또한 신혼여행 와중에 바람을 피웠고, 그 뒤로 두 번째 부인 이디스를 맞이해서도 유부녀 메리 헐버트 팩과 혼외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루스벨트 대통령의 경우는 소아마비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집권 기간 동안 여러 여성들과 섹스 스캔들을 일으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아내의 비서부터 자신의 비서, 백악관의 사무요원들은 물론, 2차 세계대전 당시 백악관에서 기거했던 노르웨이 왕세자비까지 섭렵할 정도로 왕성한 정력을 자랑했다. 아이젠하워는 자신의 여성 운전사와 뜨거운 사랑을 나눴다.
역대 美 대통령 중 3분의 1 섹스 스캔들 연루
‘자본주의의 귀족들’이라 불리는 부자들의 성생활도 정치 권력자들과 다르지 않다. 트럼프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컨설팅 회사 ‘프린스 앤 어소시에이츠’는 2007년에 재미있는 결과를 내놓았다. 평균 9000만 달러(약 100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갖고 있는 미국 억만장자의 약 70%가 자극적이고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많은 돈과 힘은 대부분의 세계에서 권력을 상징한다. 그리고 권력자들, 그 이름엔 생각보다 자주 섹스라는 단어가 오르내린다. 권력은 자주 섹스와 무언가 관계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唐) 현종, 존 F 케네디, 예카테리나 여제 등 권력을 이용해 섹스를 취해 온 이들이 있기도 하고, 또 반대로 클레오파트라나 에바 페론, 양귀비처럼 섹스를 이용해 권력을 취해 온 이들도 있다. 권력과 섹스는 왜 자꾸 만나는 것일까? 정말로 권력은 강렬한 성적 동기와 성적 욕망을 만들어내는 걸까? 평범한 여성들은 권력자들과의 연애를 어떻게 생각할까?
필자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필자 주변의 전문직이나 커리어우먼, 대학생 등 여성 404명(대부분이 20대와 30대 미혼여성이며, 일부 40·50대 및 기혼여성도 포함)에게 아래와 같이 물었다. ‘대단한 권력자(부자)가 다가와 나에게 연애를 하자고 하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그리고 네 가지의 보기를 제시했다. 1번 절대 안 된다, 2번 결혼을 전제로 응해 준다, 3번 한 번쯤 응해 줄 수 있다, 4번 기간에 상관없이 연애로 사귀어보고 싶다.
결과는 놀라웠다. 설문에 응한 197명 가운데, ‘결혼을 전제로 응해 준다’고 답한 여성은 단 5명에 불과했다. 흔히 여성들은 권력자(부자)와의 결혼을 원할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다르게 나타난 결과였다, ‘절대 안 된다’고 한 이도 5명이었다. 그보다 10배 많은 54명이 ‘한 번쯤 응해 줄 수 있다’고 했고, 27배나 많은 133명은 ‘기간에 상관없이 연애로 사귀어보고 싶다’고 답했다. 그녀들에게 권력자와의 관계란 신분 상승을 꾀하는 신데렐라적 꿈이라기보다는 의외로 ‘호기심’과 ‘로맨스’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권력과 섹스의 만남은 여성들에게 신분 상승의 수단처럼 여겨지지만, 그것은 사실 의식적 ‘수단’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 ‘인력(引力)’에 가깝다. ‘번식’이라는 날것의 동기가 그 원인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적으로, 영적(靈的)으로, 사회적으로 아무리 발전했어도 번식은 중요하다. 우리가 더 이상 번식할 수 없다면 문화와 경제, 예술, 정치, 가족, 혹은 그 어떠한 영적인 가치든 우리가 추구하고 아끼는 것들 또한 곧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것을 알고 있어, 우리 본성의 감춰진 의도가 쉽게 드러나는 전(全) 지구적 암실인 ‘인터넷’상에 성과 관련이 깊은 주요 산업을 발전시켰다. 포르노 산업, 사회적 네트워킹, 그리고 만남 주선 등인데, 그 산업들 모두가 수조원의 지속적인 캐시카우가 되어 온 것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의 본성이다.
[나비의 섹슈얼리티] 여성은 권력 가진 남성이 아닌, 권력 그 자체를 사랑한다
[ 권력과 섹스의 관계-下] ‘아름답지 않으면 여성 권력자와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남성과 대비
나비 성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08(목) 17:09:01 | 1416호
“선과 악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사람은 매력적이거나 지루하거나 둘 중 하나다.”(오스카 와일드) 권력과 섹스, 그 둘은 매력적이다. 그리고 본질부터 이야기하면 그것은 ‘생의 기초’다. 나의 생존을 위해 우위를 확보하고 생을 영속적으로 이어가려는 욕망이 모든 동물에게 있으니까. 우리 모두는 그 누구도 스스로의 의도로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일단 태어난 이상 어떤 식으로든 생(Eros)을 갈구하고 죽음(Thanatos)에 저항하고 있다. 우리의 모세혈관 속에는 성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은 금기로 체화되어 있는 데다, 물질만능주의를 경계하라 배웠기에 그들을 향한 이끌림은 혹자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하지만, 권력에 끌리는 것도, 섹슈얼리티에 끌리는 것도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 대부분에게는 당연한 인력(引力)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그의 부인 멜라니아. 차기 백악관 여주인이 될 멜라니아는 유명한 패션모델 출신이다. © AFP연합
남자가 여자의 고운 머릿결에 끌리는 이유
더 나아가 자가생식이 불가능한 우리 남성과 여성은 권력과 섹스의 결합을 통해 더 나은 유전적 미래를 만들려 했다. 여성은 자신의 유전자를 양육하고 지키는 데 유리한 힘을 많이 가진 ‘환경 보존적 가치(Survival Value)’에 끌려왔다. 한 아이를 남기는 데 1~2년 이상이 소요되는 한계 때문에 ‘뿌리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 했으므로. 반대로 남성은 시간의 한계가 없으므로 자신의 유전자를 곧바로 훌륭하게 발현할 수 있는 젊음과 건강함의 가치인 ‘유전적 복제 가치(Replication Value)’에 끌려왔다. 이를 각각 ‘S가치’와 ‘R가치’라고도 하는데, S가치는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면 돈이 많은 것, 좋은 직업, 고학력, 유머 등이다. 곧 권력이다. R가치는 좋은 유전자로 번식하는 데 도움을 주는 능력이다. 예를 들면 외모가 아름다운 것, 즉 섹시함을 말한다. S가치와 R가치는 완전히 분리된 개념은 아니다. 예를 들어 원시시대에는 강하고 탄탄한 근육이 S가치에 가까웠지만, 현대사회에서는 R가치로 옮겨오고 있다. 또 빼어난 외모는 기본적인 R가치에 해당했지만, 현대로 오면서 뛰어난 S가치가 될 수 있다.
남자는 여자의 고운 머릿결에 끌린다. 그것은 최근 3~4년간 질병에 걸리지 않았으며, 영양 공급이 우수했고, 출산하지 않은 개체란 오랜 신호였으므로. 여자는 남자의 유머러스함에 곧잘 끌린다. 유머란 좋은 두뇌와, 유리한 인간관계를 보장하는 신호니까.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남성 코미디언은 미녀와의 결혼에 성공했으나, 애석하게도 그 반대의 결합은 적다. 이는 S가치와 R가치가 서로 다른 것에 곧잘 끌렸기 때문이다.
S와 R, 즉 권력과 섹스는 각기 생의 본질인 동시에 서로에게 끌리는 무의식적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왔다. 그렇다면 둘 중 우위는 어느 쪽일까?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의 한 장면을 그린 ‘파리스의 심판’이라는 그림이 있다.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되는 그 사건에는 권력과 섹스가 객관식으로 등장한다. 트로이의 버려진 둘째 왕자 파리스에게 올림푸스로부터 내려온 삼미신(三美神)은 자신을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선정해 달라고 하며 조건을 건다. 헤라 여신은 넓은 영토와 권력을 가진 ‘왕’이 되게 해 주겠다고 했고, 아테네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며 언제나 승리할 수 있는 ‘승리자’를 약속했으며, 아프로디테는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주겠다는 ‘최고의 미인’을 약속했다.
이 고전은 남성이 원하는 것들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파리스에게는 3가지 옵션이 주어진 것이다. ‘지위’와 ‘승리’와 ‘섹스’, 3가지 문항이다. 파리스는 권력과 섹슈얼리티 중 후자를 선택했다. 그는 아름다운 헬레네를 택하였고, 하필이면 그 여인이 유부녀, 그것도 스파르타 왕의 왕비였다는 문제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다. 과연 현대 남성에게 다시 한 번 권력과 섹슈얼리티의 옵션이 주어진다면 현대의 파리스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모든 남성의 궁극에 섹슈얼리티가 있다’
필자는 전편에 이은 또 하나의 질문을 주변의 다양한 남성들 34명에게 던져보았다. ‘여성 권력자(부자)가 나에게 다가와 연애를 하자고 하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표본이 적은 만큼 다양한 직업군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평범한 직장인, 젊은 연예인(가수), 자수성가한 벤처기업가, 대기업 과장, 대학생, 재벌가 3세, 현직 변호사, 부유한 개업의 등등. 질문을 받은 남성들의 절반 정도가 ‘노(No)’라고 대답했다. ‘아름다울 경우’에 한해서만 연애한다는 조건을 많이 붙였다.
‘아름답지 않으면 여성 권력자와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남성들의 선택은 ‘모든 남성의 궁극에 섹슈얼리티가 있다’는 명제를 이끌어 오기도 한다. 본 연재 1회(시사저널 1414호 ‘권력과 섹스의 관계(上)’ 기사 참조)에서는 여성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5%가 남성 권력자의 연애 제안에 ‘OK’라는 답을 내놨다. 필자와 가까운 몇몇 대기업 비서들은 곧잘 이런 이야기를 건넨다. 모임 자리에 권력자나 부자가 있으면 여성들은 노골적이진 않지만 일반적 호의 이상의 관심을 본능적으로 보인다고. 남성 권력자에게 여성이 느끼는 그런 ‘무의식적’인 끌림과는 달리, 여성 권력자와의 만남에서 남자들은 권력과 섹슈얼리티를 분명히 구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권력과 섹스, 그 본질적 매력, 그리고 서로 간의 끌림, 또 둘 간의 우위를 2회에 걸쳐 정리하면서 말미에 하나의 반전(反轉)적 문장을 남기고 싶다. 혹자에게는 충격이, 혹자에게는 질문이, 혹자에게는 답변이 될 수도 있겠다. ‘사실 권력을 더욱 사랑하는 것은 여성이다. 그것도 훨씬.’ 표면적으로는 남성이 본질적으로 권력을 추구하고, 여성은 남성이 획득한 권력을 따른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여성이 본질적으로 더 권력을 사랑한다.
사실 이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기억할 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고, 수많은 여자와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은 한 남자 배우가 한참의 논의 끝에 필자에게 남긴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자들이 권력을 놓고 표면적 다툼이 더 치열하잖아? 권력자는 거의 남자들이고”라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이런 답을 내놓았다. “여자들이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진출하고 활동하기 시작한 게 오래된 건 아니잖아? (어쩔 수 없이) 생물학적으로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것(섹슈얼리티)에 집중하고 진화한 거 아닐까.”
[나비의 섹슈얼리티] ‘젊은 남성’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다
젊은 남성을 대하는 중년 여성의 심리, 헌금도 호스트바도 ‘가치 있는 것’에 지갑 연다
나비 성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23(금) 14:00:24 | 1418호
강남구 청담동의 금요일 밤은 뜨겁다. 지하, 혹은 빌딩 최고층 스카이라운지를 차지한 많은 유흥업소들의 방마다 값비싼 양주를 둘러싸고 각자 자신의 돈과 지위를 뽐내는 자들이 앉아 있다. 그 자그마한 방에서 필요한 몇 백의 화대를 통 크게 지불하고, 한잔 술까지 걸쳐 의기양양해진 그들의 으스대는 모습은 그 자리에서만은 ‘밤의 대통령’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얘기를 괜히 꺼낸 것이 아니다. 2016년 겨울,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자신의 돈과 지위를 뽐내며 으스댔던 기록들을 온 국민이 보고 있다. 이에 대한 기사들이 천지를 도배해, 지금 우리들은 좋든 싫든 ‘최순실’이란 이름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있다.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이름도 가물가물한 판에, 내 소중한 기억력이 자꾸 최씨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름을 반강제적으로 외우도록 낭비되고 있으니 화가 날 만도 하다. 최씨와 함께 등장하는 이가 고영태씨다. 올해 육십의 최씨와 마흔의 고씨. 둘의 관계를 놓고 이런저런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나돌았다. 급기야 12월7일 국회 청문회에서조차 둘 간의 관계에 대해 “남녀관계가 맞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이에 대해 고씨는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고씨 옆자리에는 또 다른 ‘최씨의 남자’로 알려진 마흔여덟 살의 차은택씨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왼쪽)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 시사저널 박은숙·최준필
국내 6쌍 중 1쌍은 연상녀·연하남 부부
“20살 차이 나는데 가끔 서로 반말 비슷하게 하기도 하고, 말다툼을 하기도 하는데 가깝게 지내었다.” “재단의 임원으로 앉혀 국정에 관여하게 하였으며, 그의 입을 통해 주로 재단의 주요 업무들이 전달되었다.” 최순실씨와, 그리고 한때 그녀와 가까웠던 남성들에 대한 얘기는 이 지면에 다 언급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숱하다. 도대체 어떤 관계이기에 부모 자식 간에도 쉽게 나눠주지 않는다는 권력을 나눠가진 사이가 되었을까?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일반 대중들 사이에 연상의 중년 여성과 연하 남성의 장밋빛 사정을 상상케 했다. 중년 여성이 비호하는 젊은 남성이 그녀의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는 이야기. 그것은 마치 자극적 재미만을 위해 고도로 작화된 3류 성인만화를 방불케 한다. 그 만화들에는 가난한 출신의 인물이 돈 많은 여성의 도움을 받아 권력의 상층부로 올라가는 내용이 우리의 상상력을 시험하며 곧잘 줄거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밀회》와 《마녀의 연애》에서는 연상연하 커플의 ‘사랑’이 등장했었다. 한두 살 차이로 나이에 대한 기시감이 전혀 없는 그런 연상연하가 아니라, 무려 19살의 나이 차를 극복한 커플로 말이다. 잘하면 엄마뻘이 될 수 있는 여인이지만, 잘 가꾼 피부와 몸매, 그리고 매력을 겸비한 그녀에게 빠져드는 연하남들의 모습은 《밀회》를 종편 드라마의 벽이라고 일컫는 시청률 3%를 두 배 이상 뛰어넘게 만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축구 국가대표 기성용 선수와 배우 한혜진의 결혼이 관심을 끌었던 것도, 유명 스타끼리의 결혼뿐만이 아닌, 8살의 나이 차를 극복한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여자가 남자보다 나이가 많은 쌍은 증가했다. 젊은 층에서는 연상녀·연하남 커플에 대한 거부감은 이미 없는 듯하며, 결혼에서도 이젠 동갑내기 부부의 수를 앞질러 6쌍 중 1쌍은 연상연하 부부이다. 많게는 10년 이상 차이 나는 쌍까지 다양하며, 미국에서는 연하 남성과 만나는 연상녀를 가리켜 ‘쿠거족(cougars)’이라는 속어가 유행할 정도다.
이렇듯 젊은 남성들이 연상녀를 사랑하는 추세의 증가는 그동안 성결합과 섹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설명해 왔던 진화심리학을 위배한다. 그에 따르면, 남성은 평균적으로 3.5세 어린 여성을 선호하고, 40대 이상의 남자는 10세가량 어린 여성을 선호한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된 사회의 두 번째 부인은 남편과 평균 14.2세 차이가 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남녀들은 이제 6명 중 1명 정도가 기존의 성결합 구도를 선택하지 않고, ‘연하남의 애교와 활력이 좋다’ ‘연상녀의 배려심과 편안함이 좋으며, 경제적 부담을 덜 느끼게 한다’는 매력을 손꼽으며 서로 결합하고 있다. ‘남성은 자식을 많이 낳을 젊은 여성을 선호한다’는 진화심리학의 학설은 이제 현대에 맞게 옷을 조금 고쳐 입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이제 방송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아름답고 섹시한 남성들이 표를 얻는다. 남성들의 화장품 개수가 많아지다, 급기야 남자 아이돌은 눈화장을 한다. 양지에서뿐만 아니라 음지에서도 연상녀와 연하남의 성결합 코드가 역시 존재한다. 바로 강남 일대의 ‘호스트바’들이다. 한국인의 성문화와 술문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을 한국의 룸살롱으로 본다면, 호스트바는 밀폐된 방 안에서 남녀의 성역할만 바뀌는 것뿐, 서로 같은 풍경이다. 그 속에서 이뤄지는 남녀 간의 성역할과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심리에 대해 혹자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그에 따른 여성 지위 향상의 표출이라고도 하고, 여성들의 남자에 대한 스트레스 분출구라 하기도 하며, 혹은 돈 많고 할 일 없는 심심한 여성들의 놀이터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이상이다. (호스트바를 찾는 여성들의 심리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
애초에 인간은 결핍을 추구하며, 결핍을 채워주는 것들을 곁에 두고 살아간다. 자본주의 안에서 개개인의 인간은 모두 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간주하는 것들에 지갑을 열어왔다. 헌금도, 기부활동도 스스로가 ‘그것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곳에 지갑을 연 결과들이다. 헌금과 호스트바는 감정적으로는 지구 반대편 정도의 거리에 존재하지만 그 본질은 같다. ‘그것이 가치 있다’고 여겨져 지갑을 연 행위다. 인류 역사에서 ‘젊은 여성’은 늘 가치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현대는 ‘젊은 남성’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생계를 책임지고, 물질적 지원을 보장하며, 여성을 보호하던 전통적인 이상적 남성상의 모습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사랑받기 시작한 ‘젊은 남성’들. 중년 여성들이 기꺼이 돈과 시간을 바칠 만큼 가치 있다 여겨지는 그들의 매력. 모든 것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가져오기 마련이므로 이다음에 무슨 이슈가 또 일어날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의 현실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현대는 젊은 남성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배정원의 섹슈얼리티] 여성 권력자에 몰려드는 젊은 미남자들
변화하는 사회, 남성 못지않게 강하고 능력 있는 여성들 많아져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byavis@naver.com ㅣ | 승인 2017.02.21(화) 16:21:59 | 1427호
기존 연재됐던 ‘나비의 섹슈얼리티’가 이번 호부터 필자를 교체해서 ‘배정원의 섹슈얼리티’로 새롭게 격주 연재됩니다. 필자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는 성(性) 전문가이자 보건학 박사, 애정생활코치로서 국내 여러 언론 매체에 성 칼럼을 써 오고 있습니다. 제주도 ‘건강과 성 박물관’ 초대관장을 지냈고, 현재 세종대 겸임교수·한국양성평등진흥원 초빙교수 등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가 섹스를 하는 이유는 수백 가지가 있지만, 권력과 지위, 그리고 부(富)를 가진 사람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지위·돈, 그리고 미모는 모두 힘(power)이다. 결국 섹스는 힘을 따라다니는 셈이다. 특히 아름답고 매력 있는 젊은 여성과 높은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가진 나이 든 부호의 결합은 이제 그리 눈에 띄는 뉴스도 아니다.

© 일러스트 임성구
권력 가진 사람일수록 성욕도 더 높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적(性的) 욕망을 채우기 쉬운 이유는 그만큼 자신감이 높고, 그 자신감이 성적 프러포즈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 성공한 사람들은 다소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주 자신의 기준을 높여서 더욱 상승하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높은 지위에 오른 남성들은 남성호르몬의 대표 격인 테스토스테론과 세로토닌의 수치가 높다. 테스토스테론은 높은 지위를 지향하고, 뭔가를 성취하고자 하고, 성욕을 부추기는 남성성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으면 공격성과 모험성이 강하고, 성욕도 높아 이들이 섹스를 더 많이 추구할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이들 주변에는 여성들이 모인다. 1998년 클린턴 대통령을 유혹했던 르윈스키처럼 그 교제의 끝이 설령 결혼이라는 안정된 지위가 아니어도, 많은 여성들은 능력 있고 유명한 남성과 자고 싶어 한다.
성공한 남성들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주변의 여성들을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가? 성공을 지향하는 남성들 몸속의 테스토스테론은 끊임없이 모험을 감행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사랑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인가. 우리는 권력을 가진 남성들이 성(性) 스캔들로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본다. 하지만 이제는 비단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엔 폐경기가 지나 에스트로겐보다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높아진 여성 권력자들의 출현도 많은데, 그녀들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일반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이성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분명히 다르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이 남성은 ‘외모’이고, 여성은 ‘능력’이다. 필자가 교육의 현장에서 남성들에게 ‘이상형의 외모를 알려 달라’고 질문을 하면 ‘눈망울이 커다랗고 촉촉하며, 피부는 맑고 윤기가 나고, 입술은 빨간 여성’이라고 답한다. 흥미롭게도 이는 10대에서 70대의 남성들이 모두 똑같다. 여기에 숨은 속뜻은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는 생식력이 좋은 예쁜 여성을 원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를 이야기하지만, 돈 못 벌고 사회적 지위가 없는 남성은 아무리 잘생긴 사람이어도 여성들의 관심을 오래 끌지 못함을 이내 알 수 있다. 얼마 전 한 방송국에서 여성들도 남성의 외모를 본다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적이 있다. 한 남성에게 한 번은 허름한 셔츠와 헐렁한 청바지를 입혀 서 있게 하고, 또 한 번은 아주 말쑥한 정장을 입혀 내세운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정장을 입고 있는 남성에게 배가 넘는 호감을 표했고, 허름한 셔츠일 때보다 훨씬 매력적이며 지적일 것 같다고 대답했다. 물론 연봉도 훨씬 높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여성들의 호감의 대상은 남성의 외모가 아니라, 차림새에 대한 것이라고 해야 옳다. 얼굴 생김새보다는 좋은 옷과 말끔한 차림에서 그 남성에게 호감을 표시한 것이다. 특히 고급승용차를 가진 사람에게 여성들은 쉽게 마음을 연다. 더욱 재미있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성은 부자랑 섹스할 때 성만족도도 더 높아진다는 거다. 영국의 뉴캐슬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남성 파트너의 수입이 증가할수록 여성이 오르가즘을 느끼는 빈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능력 있는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닌, ‘삶의 즐거움’
그러나 사회는 변하고 있다. 이제는 남성 못지않게 강하고 능력 있는 여성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연상녀·연하남 커플도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 그 나이 차가 10~20년은 물론, 그 이상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의 가수 마돈나와 28세 어린 헤수스 루즈, 최근에 헤어지긴 했지만 데미 무어와 15세 차이 나는 에쉬튼 컬처가 그 좋은 예다. 현재 프랑스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은 자신의 고교 선생님이었던 25세 연상의 브리짓 트로뉴와 결혼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최근 한창 ‘게이트’ 주인공으로 매일같이 등장하는 한 60세 여성을 두고, 그 여성 권력자 주변의 젊은 남성들 이름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높아짐에 따라 자신감을 갖게 된 여성들의 매력에 젊은 남성들이 빠져들기 시작했거나, 또는 그 힘을 무시할 수 없는 데서 오는 현상과 다름 아니다. 이런 능력 있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돈을 벌어다 줄 남성이 아니라, 삶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줄 젊은 남성이다. 즉 연하남은 ‘성적 매력’을, 연상녀는 ‘어머니’와 같은 포용력과 푸근함, 그리고 경제력을 서로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성숙한 여성들은 젊은 남성을 안내하고 지켜줄 수 있다는 지혜로운 정신적 지주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젊은 남성들이 이들에게 빠져든다. 실제로 소년들이 남성이 될 때 자기보다 나이 든 여성에게 동정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럽의 나이 든 부유한 여성들은 젊은 남성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튀니지·모로코·잠비아 등을 찾기도 한다.
문제는 나이 든 남성과 젊은 여성 커플에 비해 나이 든 여성과 젊은 남성 커플의 미래가 아직은 좀 더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특히 연하남이 연상녀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경우, 연하남은 자신의 능력이 위축됨을 느끼고, 또 기본적으로 남자의 성은 ‘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결국 성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 연하남이 노골적으로 경제적인 목적으로 연상녀를 찾을 때, 그것은 ‘착취’가 되기도 하고 결국 관계의 불균형을 초래해 길게 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남자들의 그루밍(외모 가꾸기)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사회가 계속 변한다면 강력하고 부유한 여성에 기대어 그녀와 사랑을 나누며 일생을 편안하게 살고 싶어 하는 젊은 미남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사랑’에 사람들은 왜 빠져들까?
[배정원의 섹슈얼리티]불륜의 치명적 유혹…성공한 중년 남성에게 젊고 아름다운 여성은 트로피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11(토) 18:41:12 | 1429호
최근 국내 유명 영화감독과 여배우 간의 불륜이 다시 화제에 올랐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홍상수 감독은 유부남으로, 그들의 불륜 소식은 남편을 빼앗긴 아내의 측근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와 배신감에 찬 감독의 아내 측은 그들 간에 일어나는 불유쾌한(?) 이야기들을 중계하듯 노출함으로써 세간의 동정과 유감의 시선을 동시에 받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배신당한 아내를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일각에서는 지극히 사생활인 이야기가 노출되며 마치 여론전을 조성하는 듯한 모양새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없지 않았다.
‘사람들이 부정을 저지르는 이유’
이렇듯 조금 잠잠해지는가 싶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지난 2월18일 여배우 김민희가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화제에 올랐다. 더욱이 그 영화는 불륜의 당사자인 영화감독과 함께한 작업이었다. 두 사람은 보란 듯이 시상식장에 다정하게 팔짱을 끼거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나타나고, 시종일관 뜨거운 시선으로 여배우를 에스코트한 감독과의 사진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다시 화제에 올랐다. 특히 김민희는 기자회견장에서 홍 감독의 양복 슈트를 입은 채 사진촬영에 응하고, 소감을 말하는 자리를 연출해 둘의 관계가 아주 밀접하고 견고함을 과시하기까지 했다. 결혼 밖의 부정을 처벌하는 ‘간통죄’가 살아 있던 때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이다.

이미 결혼해 배우자와 가정이 있는 사람과의 사랑을 우리는 ‘불륜’이라고 부른다. 흥미롭게도 불륜의 주인공이 된 홍상수 감독은 오래전 인터뷰를 통해 “불륜이란 가장 첨예하게, 우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우리 속에 있는 욕망과 우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이미 기존에 있는 제도 사이의 충돌을 가장 첨예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정의를 내놓은 바 있다. 그렇게 통찰력이 있는 대답을 한 걸 보면, 아마도 이미 그때 그는 어려운 사랑을 시작하고 있었거나, 그 치명적인 유혹을 여러 번 맞닥뜨려서 현실과 욕망이 대립하는 갈등을 경험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쨌든 이렇게 불륜은 인간 역사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온 위험한(?) 사랑의 형태로서, 특별하게 일부일처제가 정립되고 결혼 제도가 확립된 사회에서 ‘잘못된 사랑’이라는 뜻으로 불려왔다. 또한 당사자들은 꿀맛인 사랑을 얻는 대신, 평생 문신처럼 따라다니는 불명예와 타인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위태롭게 하고, 어쩌면 명예와 재산과 인간관계를 다 잃을 수도 있는 이 위험한 사랑에 왜 사람들은 모든 것을 걸면서 빠져드는 것일까?
매력적인 문화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사람들이 부정을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사람들은 ‘결혼 생활의 부족한 면을 메우려고, 배우자와 헤어질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 배우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원해서, 자신이 특별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란 느낌을 받고 싶어서, 남자답다거나 여자답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단순히 섹스를 하고 싶어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친밀하게 지낼 사람이 필요해서, 극적 상황이나 스릴을 즐기기 위해서, 완전한 사랑을 찾기 위해서, 배우자에 대한 복수로, 자신이 아직 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부정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도 트로이의 파리스 왕자가 스파르타 아가멤논의 아내 헬렌 왕비를 데려온 데서 비롯되었지만, 인간의 현실사회에서 불륜은 더욱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스웨덴이 할리우드에 준 보물’이라는 평을 받았던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은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로셀리니와 사랑에 빠져 남편과 딸을 버렸고, 우디 앨런과 순이 프레빈은 부부가 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불륜으로 시작된 커플’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사랑과 섹스는 다르다’고 위로해야 할지도
나이 들었으나 능력 있는 결혼한 남성과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사랑은 불륜의 대표주자라고 할 만큼 흔한 이야기다. 사회적·경제적으로 높은 자리를 차지한 능력 있는 남성들은 젊은 여성들에게 꽤 매력 있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반백머리를 ‘솔트 앤 페퍼’(하얀 소금과 까만 후추를 반반씩 섞은 듯한 머리)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이 중년의 신사들은 젊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왜냐하면 성공한 중년 남성은 삶의 연륜으로 얻은 사회적·경제적 안정감과 함께 젊은 남성에게선 얻기 어려운 포용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높은 성취로 인한 테스토스테론의 왕성한 분비는 그를 더욱 매력적인 수컷으로 젊은 여성에게 성적(性的)으로 어필할 수 있게 한다. 성적 매력은 명확하게 매혹의 원인이 되곤 하는데, 남성에겐 사회적·경제적 능력이며, 여성에겐 외모다. 나이 든 성공한 남성에게 젊고 아름다운 여성은 트로피 같은 존재다. 그의 성공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만큼 확실하게 증명하는 것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두 사람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 작업현장에서 감독은 누구보다 능력 있고 주도적인 권력을 가진 존재로서 어린 여배우의 눈에 존경의 대상으로 새겨졌을 것이다. 어리고 아름다운 그녀의 성적 매력은 나이 든 남성에게 한없는 생동감과 부드러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남성으로서도 젊고 여릿한, 그리고 그를 한없이 존경의 눈길로 바라보는 어린 여성의 눈빛은 너무나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섹스에 있어서도 어린 여성은 능숙한 남성의 리드로 매번 멋진 황홀경을 경험하고, 그것은 또다시 남성에게 ‘인정’과 ‘성취’의 훈장을 달아주기 때문에, 남성은 젊은 여성 앞에서 언제나 지휘관이 된다. 또한 특히 위기에 몰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할 때 두 사람은 섹스 안에서 더욱 간절하게 피난처를 얻고, 서로를 위안하고 한 팀이 되는 최고의 황홀경과 위안을 경험하게 된다. 가정을 지켜주던(?) ‘간통죄’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어쩌면 새로운 전쟁은 시작되었다. 당신의 사랑은 안녕하신가? 아니면 밀란 쿤데라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사랑과 섹스는 다르다’고 자신을 위로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섹스로봇, 쾌락 무기로 인간 지배할 수도
[배정원의 섹슈얼리티] 2009년 시작된 섹스로봇의 개발은 순항 중 변태적 성취향 증폭 등 부작용 우려도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5(토) 17:26:17 | 1431호
“어서 일어나세요. 러브, 오늘 날씨가 아주 맑아요.” K는 아침마다 명랑하고 상냥한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며 일어난다. 식탁에 앉으면 아내는 그가 좋아하는 토마토와 셀러리를 섞어 간 신선한 주스를 가져다준다. 아침식사는 그의 건강을 위해 잘 계산되었으면서도 하나하나 그의 취향에 맞춰 조리된 것들이다. 식사와 샤워를 마치고 K는 서재로 출근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물론 손으로 할 일은 별로 없다. K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컴퓨터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 가끔 확인하는 것으로 그는 업무를 진행한다.
일을 마치면 K는 오늘 예쁜 아내와 섹스를 할 것이다. 아내의 피부는 여전히 탄력이 있고, 그녀의 신음소리는 그를 흥분으로 이끈다. 아내는 말 그대로 요조숙녀. 어떤 때는 처음 경험하는 소녀처럼 수줍어하고 서툴지만, 때로는 모든 잠자리의 기술과 체위를 아는 요부처럼 주도하며 그를 절정으로 이끈다. 어떤 성적 판타지도 아내는 수용한다. K의 아내는 정말 완벽한 여자다. 그녀는 오로지 K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그녀는 SR35-C type의 ‘섹스로봇’이다.
그렇다. K의 파트너는 사람이 아니라, AI(인공지능)가 탑재된 섹스로봇이다. 실제로 2009년 시작된 섹스로봇 개발은 순항 중이며, 올해 안으로 시중에도 발매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에비스 크리에이션(Abyss Creation)의 대표 매트 맥멀린(Matt McMullen)은 ‘리얼돌(Real Doll)’이라는 섹스로봇을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리얼돌은 특수 실리콘 재질로 외부를 제작하고, 내부는 금속 척추·갈비뼈·질·항문을 내장했는데, 1700만원 정도에 시판될 예정이라고 한다. 예쁜 젊은 여자의 멋진 외모에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고, 체온과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는 히터와 사람의 터치에 반응하는 센서가 내장되어 있다. 이 회사 말고도 일본·독일·미국 등의 섹스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이 사업의 유망함을 일찍이 간파하고 기술의 진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간이 인공지능 로봇을 사랑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 《엑스 마키나》의 한 장면 © UPI 코리아
섹스로봇과 동거, 자연스러운 현상 될지도
섹스로봇의 유용함은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성격의 소심함이나, 육체적인 장애, 혹은 나이가 들어서 파트너를 구하기 어려울 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 준다. 자기 자신에게 맞춤형으로 주문제작할 수 있는 섹스로봇은 단순한 섹스 파트너 역할 외에도, 이상성행동·발기부전·오르가슴 각성장애 등 성적 문제에 있어 강사나 코치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파트너의 교체나 중복에 따른 질투와 갈등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매매춘 산업에 이용될지도 모를 일이다.
섹스로봇의 개발에 호의적인 이들은 섹스로봇이 섹스를 더 쉽고 개방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며, 특히 성매매로 인한 인권 박탈 문제의 개선, 건강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정서적인 안정감 등을 선사할 것이라고 호언한다. 이들은 섹스로봇이 육체적·정서적·사회적으로 아주 안전한 섹스 파트너가 될 수 있으며, 로봇과의 관계를 통해 오히려 사람들에게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과 섹스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수동적인 파트너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상대의 취향과 감정을 파악하고 학습하는, 이른바 진화된 인공지능이 탑재된 섹스로봇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실제 일본의 60대 남성 나카지마 센지는 ‘사오리’라는 로봇인형과 동거 중이며,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프랑스의 과학자 릴리는 자신이 만든 로봇 ‘인무바타’와 사랑에 빠져 로봇과 결혼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되면 ‘그녀’와 결혼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성인 콘텐츠전문 ‘속삭닷컴’이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5년 이내에 섹스로봇을 구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40%가 넘었다고 한다. 아마도 50년 안에 섹스로봇과 동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섹스로봇 경험하면 다신 인간과 섹스 못해”
그러나 성상담 전문가인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성관계는 단순히 몸의 감각만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모든 존재가 소통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섹스를 하면 상대와 몸·마음·영혼이 교류하게 되고,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섹스로봇과 꾸준히 관계를 하게 되면 단순히 성행위뿐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도 생기게 되고, 영원한 동반자로서 함께하고자 할 것이고, 심지어 재산상속도 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감정과 외로움, 관계 맺기 욕구 등은 그 취약성으로 인해 섹스로봇에 의해 조종될 것이다.
또 집 안에서 미성년 자녀에게 섹스로봇이 노출될 수도 있다. 만약 청소년들이 자신의 첫 경험을 로봇과 치르게 될 경우, 이들의 사랑과 섹스에 대한 가치 및 인간관이 비현실적이 될 가능성도 높다. 섹스로봇의 중고시장이 생길 것이고, 여기에도 인간의 빈부 차이는 적용될 것이다. 자극적인 섹스를 통해 인간의 변태적 성취향은 증폭될 것이고, 결국 사람과의 교감능력은 훼손될 것이다.
더 큰 걱정은 따로 있다. 섹스로봇은 기계이기 때문에 지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셋기능은 신선함을 더해 보다 극단적인 섹스 행태를 실현하게 할 것이다. 쾌락의 끝을 보게 하는 것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리셋기능에 레벨업 기능까지 더할 것이다. 사람이 섹스로봇의 성능을 따를 수 없을 테니, 결국 남자들은 자기 파트너에 맞추어 로봇성기와 같은 또 다른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인간 자체가 사이보그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여성도 마찬가지다. 영화 《AI》에서 섹스로봇 지골로 조가 그의 고객에게 말한 것처럼 “섹스로봇을 경험하면 다시는 인간 남자와 섹스를 하지 못할 것”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회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사람 사이의 성관계는 열종(劣種)의 인간들이 태어나는 통로이고, 인공수정은 우성의 인간들을 만들어내게 된다는 영화처럼, 결국 기계의 진화는 사람을 그들의 하부계층, 혹은 노예화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인간들은 섹스로봇을 만들었지만, 그 섹스로봇은 쾌락을 무기로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오늘날 한국을 포함한 발전된 국가들 몇몇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현상이 있다. 여성혐오와 차별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고 외치는 페미니즘의 전 세계적 창발과, 사회적 주류인 (백인)남성들의 반여성적이고 반민주주의적인 흐름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날 민주주의가 맞이하고 있는 위협의 중요한 한 축을 ‘남자 문제’라고 명명해도 될 것 같다.
사실 ‘남자’가 발견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가령 남자다움은 그저 모두에게 권장할 만한 미덕을 모아놓은 것이지, 남자라는 성별의 특성을 일컫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반대에 있는 악덕은 언제나 여자다운 속성으로 여겨져왔다. 그뿐 아니라 특별히 성별을 명시하고 있지 않은 거의 모든 것들의 숨은 주인공은 남자였다. 페미니즘이 등장한 이후에야 보편성에 숨어 있던 남자를 하나의 특정한 성별이자 정체성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시대의 남자는 그 시대의 사회·경제·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다. 오늘날 남자 문제는 남자들이 맞이한 위기에 대한 퇴행적 대응으로부터 연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위기는 남자뿐만 아니라 사람들 대부분이 똑같이 겪고 있다. 삶의 조건이 팍팍해지고, 사회적 신뢰는 바닥났으며,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맹렬한 기세로 사그라들고 있는 2017년의 세계 말이다.
남자들에 의하면 세계는 페미니스트에게 장악되어 있다. 정·재계는 물론이고 언론과 사법기관에서 암약하고 있는 페미니스트는 음모를 꾸며서 ‘강간 반대’ ‘동일노동·동일임금’ ‘차별 금지’ 같은 무서운 일들을 관철하려고 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남자들은 ‘역차별’을 당하며, 아무 말과 아무 행동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억압당하고 있다. 그래서 남자들은 온라인에서 페미니스트들에게 성추행을 하고 욕을 퍼붓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상을 날조하거나, 눈에 보이는 모든 여자들에게 ‘페미나치’ 같은 근본 없는 딱지를 붙이는 투쟁을 이어간다.
사랑받는 남자들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한다
이 삼류 음모론에 덧붙은 레지스탕스의 서사는 기존 소수자 운동의 요소들을 조야하게 모방한 것이다. 이 서사를 통해 남자들은 자신이 ‘정당한 피해자’ 위치에 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들이 이런 일련의 행위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 누구도 명시적으로 성폭력의 자유, 여성에 대한 사회경제적 차별 같은 것을 주장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근본부터 잘못된 논리 구조에 그럴싸해 보이는 단어를 아무리 들이부어도 명분은 쌓이지 않는다. 남은 것은 오로지 정당성의 앙상한 형식과 그것을 통한 정신승리의 길뿐이다.
우리 시대의 남성성은 분열적이다. 젠더 권력은 여전히 남자를 유리한 위치에 두지만 과거만큼 압도적이지는 않다. 여자들은 점점 대등한 경쟁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젠더 권력을 휘두르는 것 말고 자신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사수할 방법이 없는 남자들은, 온갖 비열하고 폭력적인 추태를 벌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자들은 자신이 젠더 권력을 통해 짓밟은 여자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한다. 게다가 남자들 간의 연대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남자들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한다. 그들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는 다른 남자들은 그래서 모든 것을 비난한다. 이 뒤틀린 게임을 지속할수록 깊어지는 것은 상황을 타개할 필수 요소인 상호 신뢰의 상실이다.
결국 남자 문제의 핵심은 좋은 남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같은 남자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남성 가장’은 조만간 사용되지 않는 말이 될 것이다. 불합리를 참지 않기로 한 여성들을 과거로 돌려보낼 방법도 없다. 하루빨리 남자가 아니라 인간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기껏해야 세계 멸망의 도우미가 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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