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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연설문, 정말 최순실 개입 없었나? - 朴 대통령, 청와대 주도 미르·K재단 설립 시인

일취월장7 2016. 10. 20. 17:56

박근혜 연설문, 정말 최순실 개입 없었나?

2016.10.20 14:18:41


[기자의 눈] 2013년과 2016년 광복절 연설문 속 실수, 왜 생겼나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는 과연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쳤나. 청와대는 아니라고 하지만, 미덥지 않다. 박 대통령의 연설문은, 그동안 확실히 이상했다.


2016년 광복절 연설문의 착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연설문에서 황당한 실수를 했다.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장소를, 뤼순이 아닌 하얼빈이라고 했다.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이 하얼빈이다. 하얼빈은 지금은 중국 땅이지만, 당시엔 러시아 조차지였다. 안 의사는 저격 직후 러시아 헌병에게 체포됐다. 이후 뤼순 감옥으로 이송됐다. 거기서 일본인에게 재판을 받았다.  

뤼순은 원래 청나라 북양함대가 주둔하던 전략적 요충지다.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점령했다. 그러나 주변 열강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러시아, 독일, 프랑스의 삼국간섭의 결과로, 뤼순은 러시아 조차지가 된다. 그리고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했다. 자신이 점령한 땅을 강대국의 간섭으로 도로 토해냈던 일본은 악에 받쳤다. 뤼순은 처절한 전쟁터가 된다. 결국 뤼순은 일본 점령지가 된다. 이 전투를 계기로, 일본은 군국주의로 폭주한다. 뤼순 공방전이 20세기 역사를 바꿨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안 의사가 수감 생활을 한 뤼순은 제국주의 열강이 무력으로 서로 빼앗던 곳이다. 안 의사는 거기서 <동양평화론>을 저술하다 사형 당했다. 전쟁의 땅에서 평화를 구상한 것이다. 법정에서, 그리고 <동양평화론>에서 '만국공법의 준수'를 주장했던 안 의사는 이런 상징성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뤼순의 역사를 조금 길게 적었다. 다시 박 대통령의 연설문으로 돌아가자. 뤼순과 하얼빈을 헷갈린 건, 가벼운 숫자 착오 또는 오탈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20세기 역사에게 관심이 있다면, 쉽게 잡아낼 수 있는 실수다. 실제로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연설문이 발표되자마자, 누리꾼들이 착오를 지적했다.  

"연설 직전에 문구 집어 넣은 듯" 

이런 실수가 왜 나왔을까.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연설문을 담당했던 강원국 전 청와대 비서관은 당시 <한겨레>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 직전에 다급하게 그 문구를 집어넣은 경우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선) 광복절 경축사 같은 중요한 연설의 경우,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독회가 10여 차례 열렸다. 그런 독회에는 모든 수석비서관이 참석한다. 독회 전에 수석비서관에게 연설문 초안이 돌고 수석비서관은 다시 같이 일하는 비서관들에게 내려 보내 연설문의 문제점이나 개선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한다. 각 수석비서관이 그걸 취합해서 독회에 나와 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연설문을 미리 보는 사람이 수십 명이고 그걸 10여 차례 거듭하니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어긋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써준 대로 읽는 느낌"외부 개입 가능성 


정권이 바뀌었지만, 업무 방식은 비슷할 게다. 따라서 뤼순과 하얼빈을 헷갈린 문구가 연설문 초안에 있었다면, 수십 명이 읽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교정됐을 게다. 그러니까 연설 직전에 다급하게 문구를 넣었다는 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직접 원고를 손질했을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개입한 걸까.  

<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인 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문에 대해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그냥 써준 대로 읽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라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를 참고하면, 전자(前者)는 가능성이 낮다. 그렇다면, 청와대 외부 인사가 연설문을 손질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013년 광복절 연설문, '위서' 인용 

수상쩍은 구석은 계속 나온다. 이번엔 박 대통령 취임 첫 해인 지난 2013년 광복절 연설문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고려 말의 대학자 이암 선생은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고 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환단고기>의 한 대목이다. 우리 민족이 인류 문명사의 새벽을 열었으며, 유라시아를 사실상 지배했었다는 내용을 담은 상고사 서적이 <환단고기>다. 역사학자들은 이 책이 20세기에 쓰여진 '위서(僞書)'라고 본다. '남녀평권(男女平權)' 등 근대적인 용어가 책 안에 있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취임 첫 해의 광복절 연설문. 당연히 전문가의 검토를 거쳤을 게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위서'로 규정한 책에 있는 문구를 그대로 옮긴 대목이 있다. 왜 그랬을까. 역시 외부 인사 개입을 의심하게 된다. 연설문 발표 직전에, 누군가가 연설문을 손질했을 가능성이다.

역사학자들은 이 문제가 단순한 실수라고 보지 않는다. 현 정부 들어, 이른바 '유사 역사학' 진영의 목소리가 유독 높아졌다. 정부 정책에 영향을 준다. 사실(史實, 역사적인 사실(事實))로 입증할 수 없는 주장을 담은 걸 '유사 역사학'이라고 한다. <환단고기> 류의 책이 대표적이다.  

"<환단고기> 식 역사관, 권력과 연결되는 조짐" 

고고학계와 고대사학계가 최근 공동으로 '고고학·역사학협의회 제1차 학술대회'를 개최한 것도 그래서다. 지난 8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하일식 연세대학교 교수는 "'위대한 상고사' 주장 등 유사 역사학이 권력과 연결되는 조짐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연구비 지원,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 특위'의 활동 등에서도 이런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유사 역사학에 공적 지위를 부여해 왔다는 게다. 또 2008년부터 45억여 원을 들여 추진한 동북아역사지도 편찬 사업이 최근 무산된 배경에도 유사 역사학 진영의 활동이 있다고 했다.  

하 교수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지적을 했었다. '위대한 상고사' 등을 강조하는 논리는, 그저 '사실(史實)'과 다르다는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과거 군사정부는 <환단고기> 유행 등을 종종 악용했다. 하 교수는 1990년대에 활발히 활동했던 다물민족연구소를 예로 들었다. 이 연구소는 대기업 사원 연수를 종종 진행했는데, 애국주의 선동으로 일체감을 조성하곤 했다. 과거의 영광을 찬양할 뿐, 현실의 모순에는 눈을 감게 하는 효과가 있다. 게르만 민족의 영광을 강조했던 독일 나치의 행태와도 닮았다. 과거의 영광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넓은 영토 및 강한 군사력을 내세우는 논리는, '강자 숭배'와도 통한다. 기득권 세력에게 복무하는 입장이다.  

< 환단고기>를 인용한 박 대통령의 2013년 광복절 연설문이 중요한 징후였다는 게 하 교수의 지적이다.  

누가 대통령 연설문에 개입했을까 

대통령은 생각하고 말하는 게 일이다. 아무도 대통령에게 농사를 지으라거나 기계를 고치라고 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오로지 말로 설득하고, 위로하고, 논박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이, 하필 가장 상징성 깊은 광복절 연설문이 연거푸 이상했다.

왜 그럴까. 누가 대통령의 연설문에 개입하는 걸까. 근현대사에는 무지하고, 고대사에 대해선 '유사 역사학' 논리를 신봉하는 개인 또는 세력일 수 있다. 2013년과 2016년 광복절 연설문을 보면, 이런 그림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문에도 흔적을 남긴 '유사 역사학'은 나름의 뿌리가 있다. 초대 문교부 장관을 지냈던 안호상 박사의 활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 박사는 독일에서 철학을 전공했는데, 나치 파시즘의 영향을 받았다. 그가 제안한 '일민주의', '학도 호국단' 등에도 그 흔적이 있다. 그는 기존 역사학자들을 비난하면서 '한민족의 영광'을 강조했다.

유신, 역사 교과서 국정화, 역사 파시즘 

<역사비평> 2016년 봄호에서 기경량 강원대학교 강사는 "안호상이 왜 1974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을 선포한 게 1972년이다. 이듬해인 1973년, 박정희 정부는 검인정 방식이던 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에도 역사학자들이 격렬히 반대했었다. 그러나 박정희 정부는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듬해인 1974년, 안호상 박사가 활발한 활동을 벌인다. 기존 역사학자들을 격렬히 비판했다. 예컨대 당시 출간된 국정 국사 교과서에는 "단군 왕검은 제정일치 시대의 족장"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이에 대해 안 박사는 "단군은 한민족의 시조이자 숭배해야 할 존재"라면서 교과서를 저술한 역사학자들을 비난했다.  


기 강사가 보기에, '국적 있는 교육'을 강조하면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 박정희 정부의 조치는 안 박사에게 일종의 신호가 됐다. 파시스트의 세계관을 전달해도 된다는 신호 말이다.

5.16 쿠데타 주역과 <환단고기> 

이런 흐름은 다양하게 변주됐고, 1980년대 들어 폭발적인 유행을 낳는다. <환단고기>가 처음 세상에 소개된 게 1979년이다. 이후 일본의 극우 저술가인 가지마 노보루가 일본어로 번역해서 출간했다. 임승국 씨 등이 그걸 다시 한국어로 옮겨서 출간했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전두환 정부도 힘을 보탰다. 당시 육군사관학교 교재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겼다. <일만 년 새 역사, 웅비하는 한민족>이라는 제목이다. 다물민족연구소를 설립한 강기준 씨도 전두환 정부 시절 보안사령부 정보처에서 근무했었다. <환단고기>와 일본 극우 저술가가 관련이 있다는 게 얼핏 이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만들어진 한국사> 저자인 이문영 씨는 대동아공영권 논리의 연장선으로 설명했다. 

< 환단고기> 유행에 불을 지핀 또 다른 인물이 박창암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인 1943년, 만주국 군대인 간도특설대에 입대했다. 간도특설대의 활동 가운데 하나는 조선인 독립군 토벌이었다. 박창암은 해방 이후 육군 장교가 됐고, 한국전쟁 당시엔 대북 심리전에 참가했다.

역시 만주국 장교 출신인 박정희가 주도한 5.16 쿠데타에 박창암은 적극 가담했다. 쿠데타 직후엔 혁명 검찰부장을 맡았다. 이후 그는 쿠데타 세력 내부 갈등으로 권력에서 밀려난다. 그 뒤, 유사 역사학에 관심을 뒀다. <신동아> 2007년 10월호에 따르면, <환단고기>를 가지마 노보루에게 소개한 사람도 박창암이다. 이후 그는 <자유> 등을 발행하면서 극단적인 국수주의 논리를 전파한다.  

아울러 이런 유사 역사학 논리는 1970~80년대에 생겨난 신흥 종교 및 정신 수련 단체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이런 단체에 가면, <환단고기>와 비슷한 주장을 듣는다. 

최태민의 딸은 대통령의 말에 어떤 영향 미쳤나 

2013년 광복절 연설문은, 이런 흐름이 박 대통령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리고 최태민 목사의 딸인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유사 역사학 논리와 대통령을 잇는 고리가 최 씨였던 걸까. 그가 대통령의 생각과 말에 남긴 흔적은 어떤 것이었을까.  



朴 대통령, 청와대 주도 미르·K재단 설립 시인

2016.10.20 15:50:58
靑 개입설 부인하고 '자발적 설립'이라 설명했던 전경련은 왜?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두 재단의 설립에 관여했다고 인정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는 그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설명과 다소 배치된다. 다만 박 대통령은 두 재단이 오히려 여러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불법 행위가 있으면 처벌하겠다는 말을 덧붙였으나, 기본적으로 두 재단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보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2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두 재단과 관련해 "요즘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 심지어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재단 설립 배경에 대해 직접 설명을 했다. 그는 "저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두 축으로 설정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그것은 전 세계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과거 산업화시대처럼 관 주도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제는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축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들도 문화가 가지고 있는 세계시장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했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과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것이 곧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되며 기업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보았다"고 재단 설립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외국순방 때마다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한 여러 기업들과 그동안 창조경제를 함께 추진해온 기업들이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높여나가고자 뜻을 같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기업 간 공감대가 있었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물론 이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때까지 기업인들과 소통하면서 논의 과정을 거쳤다. 예를 들면 지난(해) 2월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들을 모신 자리에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실현을 통한 우리 경제의 대도약을 위해 기업인들의 문화 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부탁드린 바가 있고, 또한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기업 대표를 초청한 행사에서도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이 바로 문화콘텐츠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융복합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에 문화체육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우리 문화를 알리며 어려운 체육 인재들을 키움으로써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 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 두 재단의 성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에도 많은 재단들이 기업의 후원으로 이런 사회적 역할을 해 왔는데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제가 알고 있는 재단 설립의 경과"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전경련의 설명과 다소 다르다. 지난달 23일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미르와 K스포츠는 기업들이 한류 덕을 보면서 문화 사업에 기여한 게 없다는 지적에 따라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안종범 청와대 수석에게는 출연 규모나 방법 등이 거의 결정됐을 시점에 알려줬을 뿐 사전 지시를 받지 않았다며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2월과 7월에 박 대통령이 전경련 등에 투자를 요청했다. 해당 재단은 지난해 10월(미르재단), 올해 1월(K스포츠재단)에 설립됐다.  

지난해 2월 최초 건의를 해 놓고, 이후 청와대가 상황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외국순방 때마다" 기업과 뜻을 주고받았다는 설명도, 해당 재단과 관련된 아이디어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추측하게 한다. 

"이런 의미 있는 사업에 인신공격성 논란이 이어지다니"

박 대통령은 "재계 주도로 설립된 재단들은 당초 취지에 맞게 해외순방 과정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소위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 세계에 퍼트리는 성과도 거뒀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또 "태권도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전통 품새 태권도 공연을 통해 대한민국이 바로 태권도의 본산이라는 인식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 위한 노력도 진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는 K스포츠재단이 만든 태권도시범 'K스피릿'에 대한 설명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스피릿은 창단을 하기도 전에 박 대통령 이란 순방 행사에 동행해 구설에 올랐던 단체다.  

박 대통령은 또 "'코리아 에이드'는 K팝 등의 문화, 수준 높은 보건의료, 쌀 가공식품 및 한식이 삼위일체로 복합된 새로운 형태의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이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속가능한 개발 협력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대한 우호적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코리아 에이드 사업은 현지 언론에서도 매우 탁월한 발상의 사업이라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뿐만 아니라 재단들은 자체적으로도 사업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세계 최정상의 프랑스 명문 요리 학교인 '에꼴뻬랑디'는 외국 음식으로는 처음으로 한식 과정을 정규 과정에 도입하고 한국에 에꼴뻬랑디 요리 학교를 설립하기로 해서 한식의 세계화와 위상 제고의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처럼 의미 있는 사업에 대해 의혹이 확산되고, 도를 지나치게 인신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 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기업들도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한류 문화 확산과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두 재단을 옹호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두 재단이 시작을 할 때 미비했던 부분들을 다듬고 숙고해서 문화와 어려운 체육인들을 위한 재단으로 거듭나서 더 이상의 의혹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감독 기관이 감사를 철저히 하고 모든 것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지도·감독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업인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출연해준 재단이 오직 우리 문화가 세계에 확산돼 사랑을 받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체육 인재들을 발굴해서 그들에 용기와 희망을 주는 재단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재단 비리'로 축소
2016.10.20 18:19:34
핵심은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대통령은 자금 유용만 언급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박 대통령이 두 재단 설립 과정에 청와대가 관여했음을 시인한 점은 특히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또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며 두 재단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의 해명으로 몇 가지 궁금증이 발생했다. 먼저 '기업의 자율적 설립'이라는 청와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그간 설명들에 관한 것이다. 전경련 이승철 상근부회장 등은 재단 설립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는 주장을 사실상 배척하면서 "기업의 자발적 모금"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날 박 대통령이 직접 재단 설립 배경에 청와대가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왜 그간 전경련이 청와대 관련설을 극구 부인해왔는지 그 이유에 대한 의혹은 증폭될 수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현재 진행 중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검찰 수사, 즉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의혹과 관련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형사 8부(부장검사 한웅재)에 배당,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사태의 핵심 인사인 최순실 씨의 행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두 재단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요즘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 심지어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핵심은 '최순실 농단' 의혹인데, 대통령은 '공금 유용'만 '가이드라인'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향후 검찰 수사는 두 재단의 탄생 과정이나, 비선 실세의 개입 의혹보다는, 현재 운영 과정에서의 자금 유용 여부 등에 포커스가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용은 재단의 자금을 목적에 맞지 않게 불법적으로 용처를 변경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K스포츠재단의 '특정인'을 위한 지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 씨 등이 개입된 미르재단의 일련의 문화 사업 지원 등이 재단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두 재단에 대한 의혹은 이른바 '면죄부'를 받고 마무리될 수 있다. 

"법을 위반한 게 없지 않느냐", "불법으로 이익을 본 사람이 없지 않느냐"는 식의 반응은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 때부터 되풀이 돼 왔던 청와대의 도덕적 인식 수준이다. 

지금 문제의 핵심은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에 대거 운영진으로 참여한 '최순실의 지인들'이다. 유권자들의 시선은 자금 유용의 문제보다는 '국정 농단'의 의혹에 쏠려 있다. 두 재단이 자금을 적법하게 사용했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그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다. 만약 자금 유용이 있었다면 대통령이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관리 감독 과정에서나 수사기관의 수사 등을 통해서 불이익을 받거나 처벌받는 게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최순실 게이트'를 '재단 비리' 의혹 수준으로 축소시키고 있다. 

정작 핵심 의혹은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에 강제 모금을 지시했는지 여부 △두 재단과 관련해 어떤 직책도 맡지 않고 있는 최순실 씨가 두 재단의 인사와 운영에 불법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 △나아가 최순실 씨의 광범위한 공직 인사 개입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발언의 포커스는 오히려 두 재단의 활동을 칭찬하는 데 맞춰져 있다. 

심지어 '최순실 게이트'를 제기하는 야당을 향해 "이처럼 의미 있는 사업에 대해 의혹이 확산되고, 도를 지나치게 인신 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 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 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기업들도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한류 문화 확산과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박 대통령은 "저는 오로지 국민들께서 저를 믿고 선택해 주신대로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지키는 소임을 다하고 제가 머물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어떠한 사심도 없다"고 강조했다.  

"朴 대통령, 논란을 중단하라고? 논란은 해소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재단 설립 배경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했는데 대통령께서 두 재단의 설립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며 "어떻게 민간재단 설립에 대해 대통령이 이렇게 자세히 파악하게 된 것인지 의문스럽다. 더욱이 설립배경에 대해서 왜 대통령이 그렇게 상세히 설명해야하는지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 대변인은 "대통령은 '더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논란은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해소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수적"이라며 "두 재단에 불법행위가 있는지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히길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