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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는 MD가 아니다? 괴담의 화룡점정" - 김제동 사드 집회 발언 화제

일취월장7 2016. 8. 15. 13:48

"사드는 MD가 아니다? 괴담의 화룡점정"

2016.08.15 07:42:09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사드의 국제정치와 대한민국 국익

주한미군의 사드배치 수용결정 이후 한국의 2016년 여름은 매우 혼란스럽다. 사드배치 찬성과 비판론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현 상항의 혼란스러움은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드의 국제정치학적 이해와 함께 사드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현 상황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 구성요소이다. 따라서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배치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의 확장이라고 인식하고 이를 격렬히 반대한다. 그러한 이유가 무엇인지 본 글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결국, 대한민국의 포괄적 이익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성적 접근이 필요한 시기이다. 사드만 대한민국의 국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본 글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필자) 

사드와 국제정치  

2016년 여름, 덥다. 이 여름이 더 고단한 사람들이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배치가 경상북도 성주로 결정된 이후, 전통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지지했던 성주군 주민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 거리와 광장에서 정부의 결정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은 외부세력이 개입하여 사드의 안보적 목적을 호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 사이 북한은 노동미사일을 서쪽 끝에서 동해로 발사했다. 지난 봄에 유엔안보리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대북제재 2270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라고 하였지만, 북한의 불량 행동은 계속되었다.  

대북제재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단호함을 보여주기 위해 정부는 개성공단마저 폐쇄 시켰다 그리고 전 세계를 상대로 전방위 대북제재 협력 외교를 펼쳤다. 그러나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7월 8일에 확정하고 13일에 성주로 배치지역을 발표 한 이후, 중국과 러시아는 박근혜 정부의 결정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대북제재 보다 중국의 대남제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한중관계는 어려워졌다. 국내적으로 사드배치 찬성론과 반대론은 각각의 진영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드 배치 이후, 대북제재의 집중력도 사라졌다. 북한의 비핵화 방안도 주변국 공조에 대한 시원한 논의를 어렵게 한다. 이 뜨거운 2016년 여름, 우리는 오직 사드만 이야기하는 아이러니에 빠져 있다.  

사드 찬성론자들은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됨으로써 북한의 미사일을 더 높은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현재 우리 영토에 배치되어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는 사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고도인 25~60km에서만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현재 우리군은 패트리엇 2(PAC2)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드가 배치되면 50~150km의 높은 고도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먼저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 강화가 이러한 주장의 구실이 되었다. 지난 6월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도로 발사하여 인위적으로 사정거리를 400km로 줄인 실험발사가 있었는데,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한국을 공격하는데도 사용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고각도로 발사한 이후로 저도고 패트리엇 미사일만으로는 대북한 방어 능력이 매우 부족하며, 사드의 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즉, 사드 도입의 정당성은 한국이 북한의 다양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군사적 논리에 기인한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논리 또한 매우 강력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반대 주장은 주한미군의 사드배치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표면적인 이유로 삼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이 한국으로 확장되어 동북아의 안보 불안정성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의 MD에 대한 기초적 학습과 함께 국제정치적 설명이 필수적이다.  

▲ 사드 미사일 발사 실험. ⓒ록히드마틴


미사일 방어란 무엇인가  

미사일 방어(MD)란 적국이 발사한 미사일을 공중에서 탐지한 후 추적하여 아군의 영토에 낙하기 전에 방어용 미사일로 요격하는 방어체계다. 날아오는 총알을 나의 총알로 맞추는 방어체계란 뜻이다. 따라서 MD의 핵심은 내 미사일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히 발사해 적의 미사일을 명중시킬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 수많은 촉수인 레이더가 적국 주변부터 나의 영토 그리고 우주공간까지 배치돼 상시적으로 적의 미사일 동향을 감시한다. 미사일 방어의 성공은 바로 이 촉수, 즉 레이더 배치가 가장 중요한 전제다. 지상 40~150㎞ 상공에서 요격하면 고고도 방어, 40㎞ 이하는 저고도 방어다.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단계를 고고도 종말 단계라고 한다. 이때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게 사드다.  

미국의 MD 체계는 적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복합 네트워크다. 탐지부터 요격, 반격까지 지상과 해상 그리고 해저와 우주에서 입체적으로 구성된 미국 패권의 아이콘이다. MD는 '적의 미사일을 요격해야 한다'는 신념체계를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진화하고 확대되는 유기체다. 그 속도가 더딜망정 일단 구축된 MD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해야 한다'는 신념체계를 실현하기 위해 실시간 발전하는 유기체다. 이 유기체는 인공위성과 각종 레이더로 구성된 탐지체계라는 촉수가 촘촘한 그물로 구성되고 끊임없이 진화한다. 사드는 패트리엇 PAC3, 이지스 미사일방어체계, 전방센서,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과 연동되는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 요소다. 즉, 사드는 MD의 구성요소이지, 독립된 무기체계가 아니다. 즉 사드는 MD의 핵심이다. MD는 진화한다. 

사드의 국제정치 : 왜 러시아와 중국은 분노하는가? 

이 방어용 미사일방어체계가 핵보유 국가들 간의 전략 균형을 깨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과 러시아는 주한미군의 사드배치가 "중국과 러시아 각각의 전략적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행위를 구실로 지역 내 군사력을 증강하고, 특히 미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위험성을 확인 했다"고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공통적으로 주한미군의 사드배치가 "이미 불이 붙어 긴장된 (한반도) 상황에 기름을 끼얹어 반도의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확인했다고 하는 '사드 배치의 위험성'은 무엇일까? 그리고 왜 한국의 사드 배치가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기름을 끼얹는 행위'라고 인식할까? '핵무기의 국제정치'는 핵보유 국가들 사이에서 그 양상이 매우 특이하다. 핵보유 국가들은 상대방이 핵으로 먼저 공격하지 못하게 은밀하게 보복공격 능력을 강화한다. 이를 핵 억제력이라 하며, 핵 억제력은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는 2차 공격능력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핵보유 국가들끼리는 이 보복능력이 상대방의 선제공격 의도를 꺾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계산은 핵보유 국가들끼리 공유하는 중요한 신념체계이다. 내가 아무리 선제공격을 하고 싶어도 상대방의 은밀한 2차 공격능력 때문에 핵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를 유지한다. 이것이 바로 그들만의 핵게임의 법칙이다.  

그러나 MD는 핵게임을 변화시킨다. MD의 목적은 상대방의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파괴하는 것이다. 이는 선제공격을 받은 국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국의 보복능력이 무력화되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선제공격이 더욱 수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핵게임의 법칙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은 방어기술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으며,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조약을 통해 상호방어 능력을 제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이 핵무장 국가라는 것이다. 이들의 전략적 이익은 우리의 이익구조를 초월한다. 우리가 아무리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 때문에 미국의 사드를 배치한다고 주장하여도, 이 두 국가에 한국의 사드 배치는 미국의 미사일망 확산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사드 배치로 인해 동북아 및 극동 지역에 세밀하게 배치되어 있는 이 두 국가의 2차 공격능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사드는 단순한 무기 자체가 아닌 전략적 네트워크이다. 중국과 러시아엔 한국의 사드 배치가 동북아의 작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출현으로 인식될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사드 배치로 인해 한·미·일 동맹의 상호운영성과 호환성이 미사일방어 중심으로 강화되고 이는 중·러의 핵능력을 약화시킨다. 미사일망에 놓여 있는 국가로서 이 방어망을 뚫기 위해 더 많은 미사일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미-중·러 간에 놓인 전략적 긴장 상황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인 동북아 군비 경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엠디)망이 자국의 제한적인 핵보복능력을 저하시킨다며 위협으로 인식했다. 중·러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한국의 안보수요를 넘어설 뿐만 아니라 북한을 빌미로 미국 MD가 한반도로 확장되어 미·중·러 간 전략균형을 깨는 행위라고 본다. 

▲ 성주 시내 곳곳에 사드 배치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사드는 MD다  

우리 정부는 사드가 미국 MD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20일 사드 관련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사드 체계는 한국의 방어를 위한 미사일 체계로 미국의 MD 체계와 정보공유를 하지 않도록 돼 있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중국도 러시아도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일종의 글로벌 MD에 참여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고 있다"며 중·러의 반발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교안 총리 또한 "사드와 MD는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미국 엠디의 확장이라고 말하는 건 중국과 러시아만이 아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한국의 사드 배치가 곧 "미·일 MD에 한·미 방어망이 가세함으로써 요격 태세가 강화된다"고 7월 8일 논평하였다. <아사히신문>은 성주에 배치될 엑스밴드 레이더가 "기존 일본에 있는 엑스밴드 레이더와 복합적인 운용이 가능해져 SM-3의 요격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한국은 "6월 말 한·미·일 첫 미사일방어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사드 배치도 결정하는 등 사실상 한·미·일 미사일방어체계로 점차 기울고 있다"고 일본 군사 소식통을 인용하였다. 일본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환영하는 중심 논리에는 바로 미국 MD의 확장이 있다. 

미국 또한 사드 배치 결정 보름 전인 6월 22일에 애슈턴 카터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통해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는) 우리의 동맹인 한국, 한반도의 미군, 일본, 미국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사거리의 MD 체계를 구축하는, 그동안 해왔던 작업을 계속할 필요를 보여 준다"며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미국 MD의 연속선상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미국 의회의 회계감사국 자료와 2017년 정부예산안 그리고 미사일 방어청의 공보자료 등을 보면, 사드가 MD의 구성요소이며 이 구성요소들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통합되는 중이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이를 찬성하는 미국과 일본 모두 사드가 미국 MD 확장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정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이상한 형국이다.

을지훈련 기간 중 방한한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은 "주한미군의 미사일 방어체계와 한국 미사일 방어체계의 완벽한 상호운영성을 확보하는 것이 미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사드 배치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 문제를 연계해 다음 달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결정지어야 한다고 공공연히 발언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의 '사드 행보'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이미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3월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군사협력 핵심은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한·미·일 3국 간 미사일 방어체계의 전도사인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 마크 리퍼트가 주한 미국대사로 활동하였다.  

올해 2014년 봄 미 의회를 통과한 국방수권법은 동북아에 배치된 미군과 미 본토의 방위를 위해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이 필요하다고 명시하였다. 이 법안의 1234항은 '국방장관은 한국과 미사일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평가작업을 실시하고 이를 6개월 이내에 하원 군사위에 보고하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2014년 겨울 한미일 정보공유 양해각서가 체결되었다. 제임스 윈펠드 미 합참차장은 "미국 정부는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에 미사일 방어 협력을 강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2014년 6월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사드의 한국 배치를 미 국방부에 요청했다고 공개했으며, 지난 달 한민국 국방장관은 사드관련 대정부 긴급현안 질문에서 이를 재확인하였다. 사실상 북한의 대남 미사일 위협은 "울고 싶은 아이 뺨 맞은 것"처럼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위해 사드배치는 활용되고 있는 측면이 분명이 있다. 

성주에 배치될 사드가 미국 MD가 아니라면 이는 마치 통신사에 가입되지 않은 최신형 스마트폰이라는 뜻이다. 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은 스마트폰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듯이 미국의 MD망에 연결되지 않은 성주의 사드는 무용지물이다. 말이 안 된다. 사드는 오로지 미국의 MD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예산으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이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고 미군이 운영·통제한다. 원활한 운영·통제는 미국 MD망에 연결되어야 가능하다. 사드가 MD다. 

우리가 아무리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대북용이라 해도 한반도로 확장된 미국의 MD 체계는 한·중 관계를 냉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북제재 공조를 와해시킬 것이며, 한국의 미·일 편중 외교를 심화시킬 것이고, 북한의 평화적 비핵화를 애잔한 꿈으로 만들 것이다. 사드가 MD가 아니라면 이것이야말로 사드 괴담의 화룡점정이다. 사드가 북한만 겨냥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공학과 안보학 그리고 국제정치학적 사실이다. 그 사드는 중국도 겨냥할 것이다. 

동맹의 이익과 대한민국의 국익  

대한민국의 첫 번째 국익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일차적 책임은 우리 정부에게 있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사드배치를 허용한 정부의 결정이 이성적인 결정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최선의 결정이었는지 여러 의문이 든다.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중국의 군사시설이 미국의 감시망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자국의 제한적인 공격능력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안보학의 교과서적 예측이다. 따라서 미국의 사드 배치는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이 대북 억지 동맹이 아닌 대중 군사봉쇄 동맹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대중 군사견제를 위한 최전방기지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한·중관계의 마지노선이라며 반대하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를 교란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이미 개발 중이며 그 무기를 한국에 조준할 것이다. 결국 한국은 미·중 안보 딜레마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놓인다. 연간 600억 달러의 대중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한국이 왜 중국을 적화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국익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미동맹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한국의 국익과 존립의 이유 그 자체는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는 핵 강대국의 국제정치에 말려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반도의 안정적인 정세 유지를 위해서는 주변국 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미·일 3국 공조를 통해 대북 압박을 강조한다. 그런데 미·일은 사드 배치 이후 한·미·일 군사협력에 더욱 관심이 있다. 한·미·일은 제재만 강조했지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에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며 6자회담 재개와 사드 반대를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가 원하는 북한의 행동 변화는 대북 제재가 성공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대북제재의 성공은 중국에 달려 있다. 중국의 협력 없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제재와 압박 정책은 성공하지 못하고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에게 중국과의 협조는 한·미·일 공조만큼 중요하다. 사드 배치로 미·중 관계가 경색되고, 한중관계가 사실상 '중국의 대남제재'를 걱정해야 할 만큼 파탄의 지경에 들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한·미·일 군사협력과 사드 배치를 추진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국익은 최선을 향한 방법을 선택하였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반드시 사드에 대응할 것이다”
남문희 기자  |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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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호] 승인 2016.08.17  01:36:45

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반도는 전무후무한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냉전 해체 후 짧은 평화 시대가 끝나고 말로만 떠돌던 신냉전의 문턱에 갑자기 다가서게 된 것이다. <시사IN>은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가 새롭게 진입하고 있는 미래를 예측하고 해법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그 첫 순서로 김흥규 아주대 정외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의 진단과 처방을 소개한다.

사드 배치 선언 이후 나온 중국의 반응을 어떻게 보고 있나.

아직까지 특별히 큰 반응을 보인 것 같지는 않다. 국내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응 수단도 마땅치 않고 의지도 크지 않을 것이라 한다. 또 사전 연구 결과 보복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정책 결정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각 부처가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당사자 의견도 취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응이 미흡하다고 해서, 중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리라거나 대응 수단이 적을 거라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또한 중국은 사드를, 미국이 세계전략 차원에서 추진하는 재균형 정책과 대중국 압박정책의 일환으로 파악한다. (사드를) 미·중 간 전략 경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대응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도자가 된 이후 한국에 대한 정책을 ‘친선혜용(親善惠容)’이라는 우호적 주변 외교정책 차원에서 추진했다. 전통적 사고를 고수하는 부류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 편향 외교에서 한국에 우호적인 외교로 방향을 전환했는데, 중대한 좌절을 맞보게 됐다. 시 주석 차원의 대응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조남진</font></div>김흥규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미국 미시간 대학 박사(국제정치학). 현 아주대 정외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청와대 국가안보실·외교부 등 정책 자문위원. 저서로 <시진핑 시기 중국 외교안보> 외 다수. 
ⓒ시사IN 조남진
김흥규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미국 미시간 대학 박사(국제정치학). 현 아주대 정외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청와대 국가안보실·외교부 등 정책 자문위원. 저서로 <시진핑 시기 중국 외교안보> 외 다수.

종합적 대응 방안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미 대구의 ‘치맥 행사’나 한류 스타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인적·문화적 교류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제재가 시작된 것 아닌가?

이번에 베이징 갔을 때 한반도 분야에서 상당히 고위급 정책 결정 라인에 있는 분으로부터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종합적 대응 리스트가 완성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와 조치에 대한 점검이 끝났다는 얘기다. 아직 한국 측의 구체적 행동이 다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봐가면서 리스트대로 차근차근 대응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 전에 이미 한국 방문객 규모를 축소하거나 자제시키는 조치는 취해지고 있다. 중국 여행사들에 한국 여행 자제 통지가 내려간 걸로 알고 있다. 중국 단체나 지방정부의 준자발적인 여행 자제 조치들도 산발적으로 있다고 한다. 한국인 입국자에 대한 검증도 강화하고 있다. 행정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도록 하는 조치들이 이미 취해졌다. 한편 중국 측 비중 있는 인사들의 한국 방문을 자제시키거나 절차를 엄격하게 만드는 조치들도 취해지는 걸로 안다.

종합 리스트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나?

추후 중국이 고려할 수 있는 조치로는 인적 교류와 문화 교류에 대한 제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관세 장벽 따위로, 스탠더드(기준)를 바꾸고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에 대한 조치도 있을 것이고, 특히 사드 제작사인 록히드마틴과 방산 협력으로 연결된 기업들이 집중 타깃이 될 것이다. 서해의 해상경계선과 관련해 그동안 한·중 어업협정에서 합의한 중간선을 묵시적으로 인정해온 관행도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관련된 방공식별구역을 재설정하고, 가거초와 이어도의 해양과학기지를 폐쇄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어도 해상에 대한 점유 시도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군사적인 조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 배치될 사드가 미일의 MD(미사일 방어) 체계의 일부라고 중국이 확신한다면 (유사시) 제1차 타격 대상이 될 것은 확실하다. MD 체계를 무력화하려는 또 다른 군비경쟁, 즉 중국의 또 다른 MD라든가 공격무기 배치, 이와 동시에 북한 카드의 활용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이다. 현재 유엔 수준의 대북 제재는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중국에 의한) 제재 효과는 크게 약화될 것이다. 북·중 관계 개선으로 우리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중국 진출 대기업까지 타깃이 된다면 우리 경제에 혼란이 초래되지 않을까?

그것만이 아니다. 내년 만료되는 64조원(3600억 위안) 규모의 한·중 통화 스왑을 중국이 연장해주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 같다. 지금 우리 경제는 어느 순간이라도 외환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위험성이 훨씬 높아지게 될 것이다. 중국은 이처럼 카드가 많다. 일본도 견뎌냈는데 한국은 왜 못 견디느냐는 말도 있는데 일본은 세계 3위 경제 규모에 이미 동남아 등지로 위험을 분산하는 등 대비해왔다. 일본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약 20%라 하지만 GDP 중 무역 비중이 낮아서 중국으로부터 받는 영향이 GDP의 4% 미만이다. 그런데 한국은 대중 무역 의존도가 25%(홍콩까지 치면 30%)다. 더욱이 GDP 가운데 무역에 의존하는 비중 역시 80%에서 110%(실질 GDP 기준으로 추산한 듯-편집자)에 달한다. GDP의 30% 가까이 중국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거의 90%라고 하지만, GDP 내 무역 비중은 20%밖에 안 된다. 중국이 북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들을 하는데, 중국에 대한 취약성이나 민감도는 한국이 훨씬 높다.

서해의 해상 경계와 관련해 기존의 중간선이 아니라면 중국이 제시할 새로운 기준선은 뭔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중국은 역사적 연원이나 대륙의 크기, 대륙붕의 사이즈를 고려해 경계선 설정을 주장해왔다. 북한과 중국의 경우를 보면 신의주에서 직선으로 내려오는 선이 해상 경계의 기점이다. 우리에게도 그런 식으로 할 경우 대륙붕이 거의 목포 앞바다까지 오게 된다. 중국이 자신들 뜻을 관철하고자 한다면 충남이나 목포 앞바다에 수시로 중국 군함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서로 자신이 주장하는 영해선을 관철하기 위해서인 만큼 힘이 있으면 밀어낼 수 있지만 주권 문제로 다루기가 쉽지 않다.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다.

어느 정도나 더 중국 쪽으로 가게 되나.

기존 중간선에서 우리 쪽으로 절반 정도 더 들어오고, 서해 전체로는 3분의 2 정도가 될 거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8월4일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 앞에 비자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상용 복수비자를 받는 것이 전보다 어려워졌다. 
ⓒ연합뉴스
8월4일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 앞에 비자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상용 복수비자를 받는 것이 전보다 어려워졌다.

국내 일부 논자는 한·중 간 경제관계가 부품 공급 등으로 얽혀 있고,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제사법재판소 판결 때문에 중국이 한국까지 적으로 삼기는 부담스러울 거라고 주장한다.

일견 타당성이 있다. 중국은 한·중 간의 상호 의존 관계를 통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나름 상징성도 가진다. 따라서 한국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조치를 취해나가고 싶어 할 것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그런 걸 과신하고 한국이 앞장서서 한·미 동맹을 중국을 억제하는 지역동맹으로 전환시키려 한다는 인상을 중국이 받는다면 반드시 반응할 것이다. 또 한·중 경제 관계에서 과거엔 중국이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며, 심지어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대체재가 있지만 한국은 중국 시장 외에 없다. 이미 중국은 한국이나 북한과의 관계를 동일하게 ‘강대국 대 약소국’ 관계로 보고 있다. 약소국이 강대국에 맞서면 대가를 치르게 해준다는 게 시진핑 주변의 전략적 사고이다.

지난 1월6일 북한 핵실험 이후 박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통화가 불발된 것이 사드 배치 선언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대북 제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바로 그 시점에 왜 하필 사드 문제를 이슈화한 건지,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국 내 사드 배치 추진 그룹에게는 몇 가지 다른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첫 번째, 미국 내에서 한·미 동맹의 전략적 가치가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대선 국면의 신고립주의가 그렇고, 최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동북아 군사력을 재편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의 역량은 강화되는데 우리는 마땅한 대응 수단도 없고, 미국이 동맹에 대해 어떤 신뢰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버림받기 싫은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아직 미국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자이고 또 공세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제1강자 편에서 우리 생존과 안위를 추구하는 게 낫다는 외교안보 라인 일부 주류의 사고가 반영됐을 것이다. 두 번째, 일부 민족주의자 그룹에서는 추후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들여오기 위한 사전 신뢰 구축 차원에서 사고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현 상황을 역전시키거나 우리 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 조치는 결국 한·미 동맹의 강화라는 것에 여러 그룹의 생각이 일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정작 오바마 대통령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가운데 사드로 인한 대북 외교 실종에 비판적인 사람도 있다고 한다.

국무부나 특히 오바마 자신도 미·중 관계를 협력적으로 운영하면서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2015년 말부터 미·중 관계가 협력보다는 경쟁 쪽으로 바뀐 것 같다. 중국이 급격히 떠오르자 미국 내 초조감이 강화되면서 지금이 중국을 밀어붙여야 할 시기라고 미국 주류들이 판단한 것 같다. 한반도 정책이나 북핵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재조명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과 협력해 북핵 문제를 관리하는 등 협력적 미·중 관계로 가야 한다는 국무부 측 목소리가 약해지는 듯하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환구망 갈무리</font></div>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왼쪽)는 한반도 사드 배치를 비난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인터넷판인 <환구망>(위)에서는 배우 박보검이 중국을 모욕하는 광고를 찍었다며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환구망 갈무리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왼쪽)는 한반도 사드 배치를 비난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인터넷판인 <환구망>(위)에서는 배우 박보검이 중국을 모욕하는 광고를 찍었다며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이어 ‘제3의 전선’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전략과 지정학을 놓고 보면 한·미 동맹을 북한의 핵 위협뿐 아니라 더욱 당면한 미국의 국가 이익인 대중국 관계에도 투입하고 싶어 할 것이다. 당연히 한·미 동맹을 지역동맹화하면서 반중국 동맹으로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사드는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중국은 그 함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지금 막 랜드 연구소에서 미국의 새로운 전쟁 계획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다. 상대방의 목표를 순식간에 타격하는 전쟁 방식은 미·중 간에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대신 오래 지속되면서 간헐적으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방식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중국의 ‘반접근·영역거부(A2AD:Anti-Access and Area Denial) 전략’에 대한 대비를 해상뿐 아니라 육상에서도 해야 한다는 것인데, 바로 육상에서의 충돌과 사드 배치가 관련돼 있다고 본다. 즉 사드를 육상의 A2AD 견제용으로 만들어가려는 것 같다. 한국은 사드를 북한 대비용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앞으로 진행될 미·중 전략 경쟁에서 한국이 과연 독립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다.

성주는 시작에 불과한 것 아닌가?

7월8일 발표 내용은 미국 전략가 시각에서는 불만스러울 것이다. 대북용으로 사드 한 포대를 미국 돈으로 배치하고 종말단계 레이더만 도입해 한 방향으로 고정시킨다고 합의했다. 미국이 결코 원치 않는 합의였을 것이다. 따라서 일단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앞으로는 기능과 운용 측면에서 유연성을 확보하려 노력하면서 추가 배치를 추진할 것이다. 기존 미·일 MD에 통합시키려는 노력과 함께, 비용도 한국이 대도록 할 것이다. 이번 합의는 시작에 불과하다.

그래도 내년 말 배치하는 것은 미국이 비용을 댄다는 것인데, 아직 예산 책정도 안 됐다고 한다.

미국도 곤혹스러울 거다. 원래는 올해 말쯤 사드 논의를 시작해 내년 초쯤 결정하고 내년 말에 한국으로 들여오는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국내 안보 전문가들도 9월4일 대통령의 방중 스케줄이 있고 그때 시진핑 주석도 만나게 돼 있어서, 그 후에나 (사드 관련 결정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훨씬 앞당겨졌다. 그 배경엔,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는 바람에 당초 시나리오대로 갈 경우 사드 배치가 물 건너갈지 모른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내년은 대선 국면과 맞물려 더욱 어려워지리라고 봤을 것이다. 그래서 사드 배치 추진파들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마침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성공이 명분을 만들어줬다. 미국도 총선 결과를 보면서 한국 측이 주장하는 ‘사드의 한반도화’에 일단 타협했지만,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노력은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할 것이다. 이 지점이 한·중 관계를 푸는 접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주는 너무 남쪽이어서 수도권은 물론이고 평택 미군기지조차 방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레이더 기능이 사실 더 중요하다. 백두산 뒤쪽 중국 퉁화 시에 둥펑(DF) 계열 미사일 기지가 있다. 사드의 레이더 탐지거리가 600㎞이지만 조정하기에 따라서는 (퉁화 시 미사일 기지까지)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더욱 우려하는 점은 성주에 배치될 사드보다 앞으로 미국이 중국의 A2AD를 차단하는 전략의 일부분으로 사드를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다. 또한 한·미 연합군의 전쟁 계획에 따르면, 유사시 미군을 어떤 형태로든 보호해서 다시 반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주 이남의 기지들은 유사시 증원 물자나 인원을 관리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성주 외 다른 미군기지들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앞으로 사드를 더 들여올 명분이 된다. 이 경우 한국의 안전을 위한 것이므로 한국이 비용을 대라고 할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조남진</font></div>7월13일 저녁 성주군청 광장에 군민 300여 명이 모여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7월13일 저녁 성주군청 광장에 군민 300여 명이 모여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 정찰위성이 이미 중국을 샅샅이 보고 있는데 중국이 사드에 이토록 민감한 이유는?

정찰위성으로 보고 있지만 만에 하나 놓치거나, 훨씬 가까이서 볼 수 있다면 더욱 정확성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핸드폰 기지국이 많을수록 잘 터지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리고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사드의 기능 확대와 추가 배치로 베이징 뒤에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지가 노출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파격적인 친한(親韓) 행보를 보였던 시진핑 주석이 사드 배치로 타격을 받아 어려운 처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런 점이 중국의 대응에 영향을 미칠까?

분명 그런 측면이 있다. 중국 권력 구도가 대단히 미묘하고 민감하다. 시진핑 주석이 공청단 계열을 교체하고 세력 약화 조치를 취하는 중에 사드 문제가 터졌다. 그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타격을 주고 권위와 정당성에 흠집을 낼 수 있어 국내 정치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치를 취하고자 할 것이다. 시진핑 자신이 이 문제에 너무 깊이 들어왔던 점도 그냥 넘어가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수차례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설득하려 했는데, 한국 정부가 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정면으로 거부하는 조치를 취한 셈이 돼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성주 군민의 저항, 중국의 반발 등으로 배치를 철회할 가능성은 없을까? 아니면 닥쳐올 재앙을 최소화할 방안은 뭐가 있을까?

철회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이다. 두 번째로 추진 그룹들은 이 시기를 놓치면 한·미 동맹이 중요한 타격을 입고 또다시 붙들 기회도 많지 않다고 우려할 것이다. 현재의 정부 정책 결정 과정과 권력 구조 아래서는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현재 합의한 것은 사드의 한반도화라는 점이다. 이것을 어떻게 잘 유지할 수 있는가, 그것을 변경하려는 시도에 대해 제도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사드 추가 배치의 경우, 비용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절차를 제도적으로 합의하고 지킬 수 있는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면, 중국이나 러시아에도 사드가 대(對)북한 용도라고 주장할 명분이 된다. 또 미국에 대해서도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 성의를 보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접점이 될 것이다.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기초는 경제적 협력의 굳건함에 있다. 그것이 약해지면 중국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한국 경제가 약화되면 미국이 필요로 하는 시설이나 무기들을 사줄 수 없기 때문에 한·미 동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는 게 한·미 동맹에도 좋고, 한·중 관계에도 도움이 된다.

녹취 도움·김연희 기자


미국·러시아 전문가가 본 한국 사드 배치

사드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까? 수도권을 방어할 수 있을까? 미국이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 이유가 무엇일까? 중국이 사드에 반발하는 까닭은 무얼까? 러시아와 미국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조회수 : 8,846  |  남문희·신한슬 기자  |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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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호] 승인 2016.08.05  01:37:33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한국을 넘어 동북아 차원의 이슈가 되었다. 한국을 방위하기 위해 사드 도입이 필요하다는 한·미 양국의 주장에 중국과 러시아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좀 더 다각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각국의 전문가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러시아에서는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게오르기 톨로라야 아시아전략센터 소장이 답장을 보내왔다. 미국에서는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전 국무부 정보분석국 분석관이자 동북아팀장을 지내다 2년 전 은퇴한 존 메릴 박사, 그리고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현재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브루스 클링너 씨가 답변을 보내왔다. 전문가에 따라 의견은 갈렸다. 이들의 의견을 가급적 답변 원문 그대로 싣는다.

 

사드가 배치될 경상북도 성주는 한국 남부 내륙지역이다. 서울 및 수도권 방어와 무관한 이곳에 사드를 배치하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톨로라야:사드 시스템이 현재를 위한 방어체계라는 것은 위장이고, 실제로는 미래 시점을 위한 전략적 무기라는 의심이 있다. 사드 위치는 이런 의심을 부추긴다.

페퍼:북한의 가장 큰 위협은 비무장지대(DMZ) 북쪽에서 서울을 겨냥한 포격(방사포)이다. 사드는 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사드가 한반도 동남쪽에 위치한다는 것은 대다수의 한국 인구보다는 인근 지역의 미군 기지를 지키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REUTER</font></div>미국 국방부가 공개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시험 발사 장면. 
ⓒREUTER
미국 국방부가 공개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시험 발사 장면.

메릴:나는 성주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선택됐다고 생각한다. 성주는 DMZ에서 멀기 때문에 북한이 새로 설치한 정확도 높은 다연장 로켓포(MRLs)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드 배치의 목적은 전시 비상사태에 미군 증강이 필요할 때 부산과 한반도 끝부분의 군사기지를 보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불행하게도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서울을 보호할 방법은 전혀 없다. 지리적으로 그렇다.

클링너:여러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다수는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기를 원한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국과 한국을 지키기로 약속한 미군이 더 취약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사드의 요격 능력을 어떻게 보는가?

톨로라야:북한이 기만체(decoy:유도무기를 속이기 위한 가짜 미사일)를 쓴다면 사드 미사일을 대규모로 사용해도 진짜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 사드가 기만체에 속을 수 있다.

페퍼:펜타곤(미국 국방부)은 모든 사드 성능 시험이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사드의 능력을 측정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펜타곤이 성공했다고 발표했던 지난해 11월의 시험을 보자. 웨이크 섬에 설치된 사드는 C17 수송기가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노렸다. 동시에 구축함에 장착된 사드는 C17 수송기가 발사한 또 다른 중거리 미사일을 노렸다. 웨이크 섬에서 발사된 요격 미사일은 목표물에 명중했지만, 구축함에서 발사된 요격 미사일은 중거리 미사일을 놓쳤다. 이 실험에는 돌발 요소가 전혀 없었다. 타깃은 겨우 두 개뿐이었다. 실제 미사일과 가짜 미사일조차 구별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 실험에 2억3000만 달러(약 2612억원)가 들었다. 사드는 애초에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설계됐다. 그러나 중급 범위 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의 작전 능력을 진지하게 시험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 시험은 2015년에 할 예정이었으나 최소 2017년 또는 2018년으로 연기됐다.

클링너:사드는 한국이 가지고 있거나 앞으로 가지게 될 어떤 시스템보다 유능하다. 사드는 현재의 패트리엇 미사일(PAC-2나 PAC-3),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보다 더 높은 고도와 더 먼 거리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다중의 탄도미사일 방위 시스템을 갖고 있으면 훨씬 광범위한 방어가 가능하며, 북한 미사일이 날아올 때 여러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괌과 일본에 사드 레이더를 설치했다. 그런데도 한국에 또 하나의 사드가 필요한 이유는?

톨로라야:한국이 중국에 훨씬 가깝기 때문이다.

페퍼:미국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수록 사드는 더욱 강력해진다. 또한 이는 미국이 한국에 안보적으로 헌신하고 있다는 상징이자, 오바마 정부의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메릴:나는 그 모든 사드 레이더들이 한국 방어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사드가 얼마나 잘 작동할지에 대해 많은 질문이 있다. 사드는 기만체에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나? 미군이 한국에 계속 주둔하는 한, 우리는 한국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나는 사드가 그것을 위한 최선 또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클링너:한국을 북한 미사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사드 레이더는 한반도에 배치돼야 한다. 사드 레이더 범위와 방위각 제한 때문에 괌이나 일본의 레이더는 한국을 노린 미사일을 감지할 수 없을 것이다.

 

사드 배치는 내년 말 이전에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년도 미국의 국방 예산에 사드 관련 예산이 책정돼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국이 서두르는 까닭이 뭔가?

톨로라야: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전에 한국에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페퍼:그건 안보에 대한 결정이라기보다 정치적 결정이다.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받아들이라고 꽤 오랫동안 압박해왔다. 박근혜 정부가 마침내 사드 배치를 승인하자, 미국은 이제 와서 “저기, 그런데 사실 우리가 비용을 확정하려면 몇 년 더 기다려야 해”라고 말할 수는 없게 됐다. 또한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를 들먹이고 싶을 것이다. 이 점은 한국과의 동맹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다가오는 미국 대선의 유권자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메릴:오바마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과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북한이 무너질 거라는 희망을 버린 뒤, 겁을 먹은 거다. 사드 배치 발표는 미국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고 뭔가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홍보 연기’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연기일 뿐 사실은 아니다. 오바마 정부의 정책은 항상 그랬다. 문제를 무시하면서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북한은 무너지지 않았고, 그럴 것 같지도 않고, 계속해서 군사력을 쌓아나가고 있다.

클링너:북한의 노동 미사일은 핵 탑재가 가능하다. 이는 일본과 한국이 핵 공격의 위협에 처했음을 뜻한다. 박근혜 정권은 중국의 압박 때문에 점차 커지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를 미뤄왔다. 사드가 배치될 때까지, 미국과 동맹국은 북한 미사일의 더 큰 위협을 감수해야 한다. 이 취약성은 박근혜 정부가 좀 더 빨리 행동했다면 감소했을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EPA</font></div>러시아와 중국은 사드 배치의 목적이 자신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한다. 
ⓒEPA
러시아와 중국은 사드 배치의 목적이 자신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한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 남부 지역에 종말단계 요격용 레이더 모드(TM)를 설치할 경우 사드 레이더의 범위가 한반도 내로 국한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사드 레이더의 탐지 범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반발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톨로라야:한번 장치가 마련되면 그것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사드의 사용 목적은 미래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페퍼:중국이 가장 걱정하는 바는 사드 레이더가 데이터를 수집해 미국이 주도한 미사일방어 체계 전체와 공유하는 것이다. 중국은 핵미사일이 많지 않다. 그런 데이터가 쌓여서 중국의 미사일이 쉽게 추적당하고 파괴되면, 중국의 억지 능력은 상당히 감소된다. 이는 중국이 선제공격에 매우 취약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강력한 보복 능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메릴:추측일 뿐이지만, 몇 가지 가능성 있는 이유가 떠오른다. 첫째, 사드 레이더를 전방배치 모드(FBM)로 변환하는 것은 정말 어려울까?(성주에 설치될 레이더는 종말단계 요격용 레이더 모드(TM)다. 전문가들은 성주에 설치될 TM을 FBM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레이더의 탐지 목표는 중국과 러시아까지 포함된다고 본다). 둘째, 동북아시아 지역에 배치된 사드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지 않을까? 베이징 시각에서는 한국의 사드가 미국의 지역 동맹을 굳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동맹은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초조해할 수 있다. 동북아 지역의 방어 체계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보면서, 중국 스스로 보복 공격을 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전략 체계를 갖췄는지 우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가 한반도 긴장만 키울 뿐이고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생각해 반대할 수 있다.

클링너:사드는 방어적이라서 누구에게도 위협적이지 않다. 사드의 목적은 한국과 주한 미군을, 현존하는 그리고 성장하는 북한의 핵·생화학·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더 잘 방어하는 데 있다. 사드 레이더·요격장치의 능력 측정치와 중국 미사일 위치를 보면, 사드로는 미국을 공격하는 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나 한국을 공격하는 중국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없다. 사드는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한 것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잘못되었고 솔직하지도 못하다.

 

러시아 또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우려를 표했다.

톨로라야:러시아는 사드 배치를 ‘글로벌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한 구성 요소로 보고 두려워한다. 러시아는 이미 유럽의 MD를 통해 같은 경험을 했다.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유일한 목적이 북한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러시아를 설득한다. 유럽 MD 확대 당시에도 ‘이란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러시아를 설득한 바 있다. 만약 유럽에서의 선례가 없었다면 러시아는 한국의 사드가 대북용이라는 말을 신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드 배치는 새로운 무기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이에 반응할 수밖에 없고, 일본도 반응할 것이고, 러시아도 반응해야 하고…. 한국의 사드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진보된 군사 무기’를 방어하는 것 이외에도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사드로 인해 러시아는 극동 군사기지 건설의 속도를 앞당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한국에 배치된 사드의 위치는 러시아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다.

페퍼:러시아는 사드의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서서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충분히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좀 더 일반적으로는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가 러시아 국경과 한층 더 가까운 곳에 설치되는 것을 우려한다. 러시아 봉쇄 전략으로 보는 것이다.

메릴:그런 우려가 많을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경우 ‘포위’를 두려워한다. 러시아는 이미 자신들의 핵심 안보이익이 위험에 빠질 경우 선제 핵 사용을 불사하는 새로운 핵전략 독트린을 채택했다. 지난번 북한의 선언과 근본적으로 똑같지 않나?

클링너:사드로는 러시아 미사일 능력을 억제할 수 없다. 러시아는 중국과 비슷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고, 한국이 북한의 위협에 좀 더 취약한 상태로 남아 있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 같다.

 

일부에서는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통합되면서 결국 한·미·일 사이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데?

톨로라야:가능성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안보에 관한 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페퍼:미사일방어를 위해서는 한·미·일 군사력의 확장된 조직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곧 ‘아시아판 나토’의 기초 작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일 관계는 역사적으로나 영토적으로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너무 많다.

메릴:그것은 상황을 약간 단순화하고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동맹국이 반드시 미국에게 휘둘리는 것은 아니다. 즉, ‘작은 나라들도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문헌은 굉장히 많다.

클링너:한국 정권은 보다 유능한 탄도미사일방어 네트워크 동맹에 편입되는 것을 거절했다. 이것은 한국과 일본 간에 남아 있는 역사 문제의 영향이 가장 크다. 한·미·일 3국의 육·해·공 정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면 북한 공격에 더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권은 과거의 불만(한·일 관계)으로 인해 현재의 위협에 대한 방어시스템 구축을 거절했다. 한국의 거절을 스포츠에 비유해보겠다. 마치 야구 코치가 외야수 세 명에게 상대 팀이 친 공이 날아오는데 서로 이야기하지 말고 잡으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다. 소통이 성공률을 더 높일 텐데도 말이다. 미사일 요격 실패의 결과는 공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과 달리 한국인 수십만명의 사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지렛대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페퍼:궁극적으로 사드는 미·중 관계나 미·러 관계의 결정적 요소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중 관계나 미·러 관계에서는 경제 문제나 다른 안보 문제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중·러 3국의 힘의 관계에서는 사드가 주요 난제는 아니다. 다만, 한국 처지에서 한·중 관계나 한·러 관계를 보면 사드 배치가 큰 문제로 보일 수 있고, 실제로 그럴 것이다.

메릴:나는 미국이 그렇게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은 악화되었고 우리는 어쩔 줄 모르며 다른 대안을 찾고 있었고, ‘뭐라도’ 해야 한다고 느꼈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북한을 포기한 그 순간,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해 대화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함의의 선언을 몇 차례나 했다는 점이다.



"사드의 후과, 中 경제 보복-北 핵실험 우려"

2016.08.03 17:27:41

 

[정세현의 정세토크] "미, 트럼프 당선되면 사드 배치 번복 가능"

박근혜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은 공공연히 경제 분야를 비롯한 사회‧문화적인 부문에서 한국에 보복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실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2일 "사드 배치의 후과(後果, 나쁜 결과)가 매우 엄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중국의 이런 반응은 사드 배치를 공식적으로 결정하기 전부터 예고됐던 일"이라며 "이렇게까지 나온 것을 보면, 중국이 국제 상사 중재 위원회 같은 곳에 제소도 못 하도록 자국의 국내법을 절묘하게 이용해서 한국을 골탕 먹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우려했다.  

중국이 사실상 대놓고 경제 분야에 대한 경고성 발언들을 하고 있지만, 정작 사드 배치를 주도한 박근혜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당장 국민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뚜렷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정 전 장관은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반대론자들이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는 식으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몰아세우고 있다"면서 "종북 또는 괴담 프레임을 씌워 사드 반대론자들에게 책임을 넘기고 현 국면을 뚫고 나가려는 고도의 계산된 행위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권력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지, 문제를 어떻게 풀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현재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책이 안 나오고 자꾸 꼬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중국의 경제 보복뿐만 아니라 북한의 5차 핵실험 가능성도 우려해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실험은 남한 내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키워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북한도 사드 배치가 사실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즉,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손잡고 북한을 통제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이러한 국제 정세를 이용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제에 협조하지 않는 틈새 시간을 이용해서 핵 강국의 위상을 굳혀보자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만약 북한이 5차, 6차 핵실험까지 진행하면 움직일 수 없는 핵 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렇게 되면 남한은 북한의 핵 멱살에 잡혀 끌려다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최소한 사드 배치를 지연시키는 카드를 써서 북한에 핵 실험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뷰는 지난 2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편집인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올해 초 개성공단 전면 중단, 그리고 최근의 사드 배치 결정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안보 환경이 질적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안보가 사드 배치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당장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2일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게재된 쑤야오후이(蘇曉暉) 중국국제문제연구원 국제전략연구소 부소장의 칼럼을 통해 사드 배치의 후과가 엄중할 것이라고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정세현 : 중국의 이같은 반응은 사실 사드 배치를 공식적으로 결정하기 전부터 예고됐던 일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나온 것을 보면, 중국이 국제 상사 중재 위원회 같은 곳에 제소도 못하도록 자국의 국내법을 절묘하게 이용해서 한국을 골탕 먹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 중국의 경제 제재나 경제 보복이 시작되면 그 파급효과는 결국 서민 경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경기 침체에 중국의 보복성 조치까지 겹친다면 우리 경제가 정말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만약 경제적인 문제가 더 불거지게 되면 결과적으로는 안보를 위해 경제를 포기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안보라는 것도 '부국(富國)'이 되어야 합니다. 미국 무기를 사더라도 돈이 있어야 구매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사드만 해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공짜로 가져다 놓을 수 있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방어하기 위한 무기이니,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중국이 우리한테 아무리 보복성 조치를 이야기한다고 해도 군사적인 행동은 취하지 못할 것입니다. 군사적 조치를 취하면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비난이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국 입장에서 가능한 것은 경제적인 부문에서 '엄중한 후과'를 한국에 안겨주는 것이고, 실제 중국은 이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안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을 예측한 뒤 여기에서 일정 비율을 예산 규모로 책정합니다. 여기서 국방비를 비롯한 정부 예산이 결정되는 겁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위축돼서 GDP가 줄어들면 국방비 예산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안보가 위태롭다는 이유로 사드를 배치했지만 오히려 그 결정이 국방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국가 운영에서는 안보와 경제적 번영이 같이 가야 합니다.

프레시안 : 중국이 경제 보복 의지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나 다름 없는데, 지금 여기에 대해 책임있는 정치인들은 사태의 엄중함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세현 : 이런 사태를 몰라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겁니다. 비겁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겁니다. 사드 배치가 어떤 문제들을 야기할 것인지를 전망하고 그런 입장에서 문제가 더 불거지기 전에 여기서 멈추든지 되돌아가든지 하는 정도의 판단과 의견 개진은 능히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위기를 위기라고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사드 반대론자들이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는 식으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 외에도 국내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종북 또는 괴담 프레임을 씌워 사드 반대론자들에게 책임을 넘기고 현 국면을 뚫고 나가려는 고도의 계산된 행위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프레시안 : 정부가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 것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대외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우리가 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역량과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오로지 '북한 붕괴'만 주문처럼 외우고 있는데요. 

정세현 : 권력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지, 문제를 어떻게 풀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책이 안 나오고 자꾸 꼬이는 겁니다. 부모를 끌고 들어와서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도대체 사드 배치랑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일부에서는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겉으로는 엄청나게 반발하지만, 속으로는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만주와 동북 3성, 연해주 지역, 북한을 묶어서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건데요. 북중 경제 관계를 가로막았던 일종의 걸림돌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세현 :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문제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중국은 정치적‧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북핵을 막아야 한다는 '역할론'을 부여받았습니다. 물론 이는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책임을 중국에 전가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제3자에게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었는데 사드를 배치하면서 중국 역할론이 면제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중국과 북한이 더 가까워지는 상황을 초래한 겁니다.

▲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과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 25일(현지 시각)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려는 동북아 질서에 이대로 끌려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전략적인 측면에서 북한과 경제적인 부문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보조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긴장은 더 높아지겠죠.  

북한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중국은 이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북한과 눈에 띄는 공동 행보를 보였습니다. 심지어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호텔에 묵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것이 북중 간 친밀함을 드러내려는 '유치한' 과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본래 외교라는 것이 좀 유치합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친한 친구들끼리 어울리고 다른 사람은 따돌리고 그러다가도 다음날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있는데, 외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아이들처럼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정중한 말투를 쓴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프레시안 : 한편으로는 중국의 경제가 어려워져서 북한을 안고 갈만한 여유가 있을 것이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정세현 : 그건 그야말로 '희망적 관측'에 불과하다고 보입니다. '세계 경제가 어렵고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도 예전과 다른데 무슨 북한까지 도와주냐'는 이야기인데, 중국은 기본적으로 덩치가 큰 국가입니다. 참깨가 100번 굴려봐야 늙은 호박 한 번 뒹구는 것보다 못하지 않습니까? 한국의 수준에서 중국의 경제 잠재력과 북중 간 발생할 수 있는 경제 협력 범위를 전망하는 것은 너무 자국 중심적인 사고입니다.  

미국이 자국에 돈이 남아돌아서 해외에 개입하고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남의 돈으로 하는 겁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정도 국력이 되면 주변 국가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북한과 중국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는데요.  

정세현 :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신중히 봐야 합니다. 일단 필요성이 있을까 싶습니다. 한미일의 공조가 강화되면서 중국이 지금은 북한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북한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을 겁니다. 중국은 자신들이 북한을 도와준다고 해서 이들이 고분고분하게 구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으로 관리하는 수준의 입장을 취할 겁니다.  

프레시안 : 미국은 올해, 한국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선거 결과에 따라 사드 배치가 번복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정세현 :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드 배치가 불가역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처음에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할 때는 국회 비준도 필요 없는 행정 사항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냥 SCM(한미 연례안보협의회) 같은 곳에서 합의하면 되는 문제라는 겁니다. 즉, 실무단이 준비해서 한미 양국 장관이 합의하고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끝나는 문제라는 것이죠. 그러면서 정부는 사드 배치가 국회에 비준 동의를 받을 정도로 큰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그런데 이건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만큼 뒤집는 결정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거창한 조약도 협정도 아닌데, 그만두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렵겠습니까?

결국 의지의 문제인데, 남북한 문제와 한반도 문제를 자기중심적인 관점에 서서 풀려는 뜻이 있는 정부가 들어선다면 사드 배치는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습니다.

그간 한미 간에는 북한 문제를 두고 엇박자를 내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잘해보려는 것을 우리가 막기도 했고, 우리가 잘해보려고 하면 미국이 막아서기도 했죠. 그런데 남한에 정권이 교체돼서 '인게이지먼트(Emgagement)', 즉 개입과 관여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미국도 대외 개입을 줄이려고 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사드 배치 번복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선거 결과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남한이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음 정권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집단들이 이 문제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북한, 5차 핵실험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프레시안 : 9월까지 북한과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겠다면서 북한의 굴복을 기다리겠다던 정부의 시한이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손 들고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정세현 : 정말 9월에 북한이 손 들고나오게 하고 싶었으면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2270호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유지해줬어야 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로 그 명분을 스스로 훼손시켰습니다. 9월 항복설은 물 건너 간 셈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되면 머지않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실험은 남한 내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키워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도 사드 배치가 사실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즉,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손잡고 북한을 통제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간파하고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다음 단계 협상을 위해서라도 핵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계속 핵 군축 협상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드 국면이 북한에게는 핵 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게 된 셈입니다.  

프레시안 :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3년의 기간을 두고 핵실험을 이어왔습니다. 올해 초에 4차 핵실험이 있었구요. 그런데 또다시 핵실험을 감행할까요?

정세현 : 4번의 실험으로 기술이 축적돼있기 때문에 간격을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기간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북한이 핵 탄두를 소형화‧경량화‧다종화했다고 주장했는데, 이게 완전 거짓말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기술 진척의 속도가 느릴 수 있지만, 한 번 궤도에 올라서면 그다음부터 기술을 추가하는 것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게 걸리지 않습니까?  

▲ 지난 7월 19일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하며 기뻐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물론 북한의 5차 핵실험이 한미일의 대북 압박이나 견제 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미국과 일본은 어차피 북한에 영향력이 없습니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받아서 북한을 압박하고 이들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려고 했는데, 사드 배치로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상 손을 놓아버리지 않았습니까?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사드 배치로 미국의 속셈이 드러난 셈이 돼버렸기 때문에 미국에 '너희들이 알아서 북한을 관리해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국제 정세를 이용할 겁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제에 협조하지 않는 틈새 시간을 이용해서 핵 강국의 위상을 굳혀보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정말 5차 핵실험까지 감행한다면 사드 배치를 중단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가면 움직일 수 없는 핵 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남한은 북한의 핵 멱살에 잡혀 끌려다니게 될 겁니다. 최소한 사드 배치를 지연시키는 카드를 써서 북한에 핵 실험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이나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북한의 행태가 미국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정세현 : 일단 북한은 굳이 ICBM까지 가지 않고 지난 6월에 발사한 중거리 탄도 미사일인 '화성 10'의 사거리를 늘리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본토가 아니라 미군기지가 있는 괌이나 하와이 같은 곳까지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결심을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SLBM을 두려워 하기 때문에 미사일 개발의 중심을 이쪽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사드 배치에 대한 대응으로, '적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SLBM이더라. 굳이 ICBM 만들지 말고 SLBM만 잘 만들면 얼마든지 적들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봤다면 군사 과학 기술자들이 그쪽으로 집중할 수 있죠.

사실 북한 핵 문제는 핵뿐만 아니라 미사일도 중요합니다. 핵 탄두가 아니라 그냥 일반 폭탄을 달아도 본토에 도달한다면 그 자체가 위력적이지 않습니까? 북한은 지금 이런 식으로 자신들이 상대방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미지만 고착시키면 됩니다. 그래도 남는 장사입니다.  

북한뿐만 아니라 이슬람 국가(IS)를 비롯해서 외부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미국 시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도 미국의 입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 관여하는 사안마다 상대의 과격한 행동을 불러왔다고 판단되면, 이런 식으로 대외 개입을 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의 대외 개입으로 재정이 어려워지니까 반전운동도 힘을 받았습니다. 닉슨이 베트남 철수와 대외 개입 축소를 약속하고 대통령이 되기도 했죠. 미국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지면 미국의 헤게모니를 협상과 외교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김제동 사드 집회 발언 화제 "내가 종북? 난 경북이야"

2016.08.07 11:18:40


"대통령이 우리 버려도, 우리는 대통령 버리지 말자"

       
방송인 김제동 씨가 지난 5일 저녁 8시 경북 성주군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에서 한 발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 씨는 대한민국 헌법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성주 군민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김 씨는 "제 말투를 들어보니까 외부사람은 아닌거 같죠"라고 운을 떼며 "사회 보신 분은 달성고 5년 선배다. 저는 고향이 경북 영천이고 여서 차타고 45분 간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관련기사 : '김제동 발언' 팩트티비 동영상 보러 가기) 

김 씨는 "헌법 제1장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공화국의 뜻은 함께 쌀을 나누어 먹는 나라를 말한다. 이것이 민주공화국의 원래 뜻이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쌀을 나누어 먹지 못하고, 밥을 나누어 먹지 못하고 아스팔트 위에 앉아 있도록 만들어 놓는다면 헌법 제1조 1항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외부세력은 어떤 것이 외부세력이냐, 여기 주민등록이 성주로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모두 외부세력이다라고 이야기하면, 대통령도 여기 성주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고, 국무총리도 주민등록이 여기 성주로 되어있지 않고, 국방부 장관도 여기 주민등록증이 성주로 되어있지 않다면, 그들이 성주의 일에 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주민등록이 대한민국으로 되어있는 대한민국 주권자들은 누구든지 한반도에 배치되는 무기체계에 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 그런데 진짜 외부세력은 무엇이냐. 사드는 주민등록증이 대한민국으로 되어있지 않다"라며 "그래서 지금 현재 성주에서 외부세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사드 하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헌법 제21조,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 즉, 여러분들이 하는 모든 행위는 대한민국 헌법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빨갱이라고 하거나, 여러분에게 종북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반헙법적"이라며 "그래서 여러분들은 쫄 필요 없고, 기죽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8월 5일, 성주 촛불집회에서 발언하는 김제동 씨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 씨는 "뻑하면 종북이랍니다. 여러분들도 이제 종북소리 듣는다. 하도 종북이라고 그래서 '나는 경북이다' 그랬다"라며 "그래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여러분들은 경북"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돈 많은 놈들 자식들 전부 다 군대 빼고, 지들 군대 다 안 갈 때, 여러분들 자식들 군대 다 보내서 이 나라 지켜내지 않았나. 여기 바로 영천, 다부동 전투, 영천, 성주 낙동강 전선에서 북한군의 침략을 가장 열심히 막아냈던 곳이 경북"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여러분들 평생을 1번을 찍었고, 평생을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고, 평생을 보수 대통령을 뽑았는데, 만약에 여러분들이 종북이라면 여러분들 손으로 뽑힌 자기들이 종북이라는 거 아니냐. 말이 앞뒤가 맞아야 될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런데 제가 이말을 외교부 사람이나 학자들 만나서 이야기하면 뭐라고 그러는지 아느냐. 전문대 나온 놈이 뭘 아냐 그런다. 그래서 제가 그런다. '전문대 나온 나도 안다, 이 OO야' 그러면 언론에 뭐라고 나오는지 아느냐. '김제동 성주시민들과 이야기하다 욕설, OO야' 이런 것만 편집해서 내보낸다. 그런 것에 쫄지 말라"고 말했다. 

김 씨는 "지금 21세기에 있어서 안보는 군사안보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경제안보, 외교안보, 군사안보까지 모두 합쳐서 하는 안보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야기해놓고 나는 겁 안 나는 줄 압니까. 내 억수로 겁납니다"라며 "어디서 세금으로 털지, 여자로 털지, 억수로 겁난다. 그래도 죽을 때 이런 이야기 안 하면 쪽팔릴까봐 그런다. 아니 어떻게 주인이 4만5000명이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주인이 선임한 공무원이 듣지 않을 수가 있냐 이다. 희한한 일 아니냐. 그것도 여러분들이 뽑았으니 최소한도로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씨는 "경로당에 붙어있는 대통령 달력 떼지 말고. 내일부터 싹 다 다시 붙여놓으라. 국가는 우리를 버려도 우리는 국가를 버리지 않는다라고 밑에다 하나 더 써넣으라. 대통령은 우리를 버려도 우리는 대통령을 버리지 않는다. 그렇게 하라. 괜찮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씨 발언 전문. 
반갑습니다. 날이 억수로 덥지요. 더운데 다들 고생 많습니다. 제 말투를 들어보니까 외부사람은 아닌거 같죠. 사회보신 분은 달성고 5년 선배입니다. 저는 고향이 경북 영천이고 여서 차타고 45분 갑니다.

오늘 여러분들 진짜 많이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5년 선배, 고등학교 6년 선배 만났고, 뒤에 보니까 결혼식 피로연 때 내가 사회 본 분들도 있대. 억수로 많이 만났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선 첫째, 여기 계신 어머니, 아버지들이 애들이 날 더운데 아스팔트 바닥에 나와 있도록, 나와있도록 한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첫 번째 국가안보라는 것은 무엇인가. 헌법 제1장 1조를 보면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네 공화국의 뜻이 뭘까요. 함께 쌀을 나누어 먹는 나라이다. 이것이 민주공화국의 원래 뜻입니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쌀을 나누어 먹지 못하고, 밥을 나누어 먹지 못하고 아스팔트 위에 앉아 있도록 만들어 놓는다면 헌법 제1조 1항 위반입니다.

그 다음 헌법 제1조 2항에 보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1조 2항입니다 그 말은 무슨 말이냐. 헌법 전체를 통틀어서 권력이라는 단어는 제1조 2항에 국민에게 있다 딱 한 번만 나오고, 나머지 권력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전부 다 대통령의 권한, 국회의 권한, 행정부의 권한, 사법부의 권한 이렇습니다. 그래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오로지 국민에게만 있고, 나머지는 모두 권한, 즉 국민이 가진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다시한번 애기하면 대한민국에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한다.’ 즉, 다시말해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에서 살고 있는 국민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에서 일어나는 일, 즉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서 말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므로 성주의 문제에 관해서 외부인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헌법을 기반으로 모두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조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 즉 다시 말해서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법률로 대한민국 국민이다. 1조 1항에 의거해서 법률에 의해서 대한민국의 모든 결정되는 사항에 권력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헌법 2조, 헌법 3조에 나타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너희들은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면 1948년에 제정되어서, 좌우,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제정해놓은 헌법 정신 자체를 근본적으로, 정면으로 반대하는 겁니다. 그럼 헌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뭐라고 하느냐. 우린 빨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기죽을 필요가 없다. 왜? 여러분들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은 성주 시민과 함께 마음을 합칠 수 있다.

그리고 외부세력은 어떤 것이 외부세력이냐, 여기 주민등록이 성주로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모두 외부세력이다라고 이야기하면, 대통령도 여기 성주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고, 국무총리도 주민등록이 여기 성주로 되어있지 않고, 국방부 장관도 여기 주민등록증이 성주로 되어있지 않다면, 그들이 성주의 일에 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외부세력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만약에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진짜 외부세력이 어딘지 살펴봐야 합니다. 진짜 외부세력이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됩니다. 여기에서 주민등록이 대한민국으로 되어있는 대한민국 주권자들은 누구든지 한반도에 배치되는 무기체계에 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 그런데 진짜 외부세력은 무엇이냐. 사드는 주민등록증이 대한민국으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성주에서 외부세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사드 하나밖에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외부세력을 배격하고 있는 것이지, 그런 논리로 따지면 조선에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모든 의병장들이 경북 성주에서, 경북 영천에서, 전라도에서 경상도에서 충청도에서 그럼 충청도에서 일어난 의병이 경북 땅을 지키러 오면 그것을 외부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때 당시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외부세력은 누구였느냐. 백성들 전부 버려두고 강가에 가서 죽더라도 천자의 나라 명나라에서 죽겠다고 얘기했던 임금과 신하들이 외부세력인 것이지. 그때 일어났던 의병들은 단 한 번도 외부세력이었던 적이 없다 이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입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고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지닌다. 헌법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대한민국에서 어떠한 특수계급의 창설도 인정되지 아니하고 그 창설된 특수계급은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 헌법 제11조입니다. 헌법 제12조,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그래서 그런 정당한 헌법적 권한을 주장하는 것을 주권을 가진 국민의 가장 당연한 권리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입니다. 여기 성주에서 참외를 키우고, 농사를 짓고, 여기 성주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권리. 헌법 제21조,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 즉, 여러분들이 하는 모든 행위는 대한민국 헌법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빨갱이라고 하거나, 여러분에게 종북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반헙법적인, 그들이 말하는 프레임에 그들이 갇히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똑똑히 알아두시면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쫄 필요 없고, 기죽을 필요가 없다.

왜? 여러분들은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회의장이던 시절에 보수의 핵심이던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회의장 시절에 제정한, 그 헌법정신에 기반을 둔, 즉 대한민국 헌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기죽을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얼마든지 이야기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래서 헌법 제11조, 12조, 13조, 14조, 15조, 헌법 제16조 주거의 자유, 대한민국은 국민은 모두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다. 환경권이다. 여러분들은 헌법에 기반해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니 쫄지 마시라. 그리고 헌법 제37조 1항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즉, 헌법에 열거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는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 없다.

헌법 제37조 2항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국가안전 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하는 경우에도 국민의 본질적 자유와 권리의 내용은 침해되지 아니한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저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무엇이냐. 국가 안전 보장을 위해서 여러분들이 양보해야 되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국가안전보장은 무엇이냐. 국가란 무엇이냐. 헌법 전문에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유구한 전통과 역사에 빛나는 우리 대한 국민은, 즉 대한민국은 아니고 대한 국민은 바로 여러분이 주인이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의 주인입니다. 그리고 우리 헌법 전문에 어떻게 되어 있느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정신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그리고 그 목표가 무엇이냐.

헌법 제일 마지막에. 우리와 우리 자손의 안전과 행복을 영구히 확보하는 것이 우리 헌법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한 명의 국민이든, 4만 명의 군민이든, 5만 명의 국민이든, 50만의 국민이든, 4천500만의 국민이든, 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이고, 정부의 책무이고, 국가의 책무입니다.

그래서 우리 대통령 선서에 보면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대통령 선서 제일 첫 구절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헌법을 준수한다는 것은 어떤것이냐. 헌법 정신에 투철하겠다, 그런 것입니다. 국가를 보위하겠다는 것은 무엇이냐. 국가 안에 있는 단 한 사람의 생명도 경시하지 않겠다. 4만5000의 생명도 경시하지 않겠다. 3백 명이 배에 탔든, 5천 명이 배에 탔든, 그 배에 탄 국민들을 버리지 않겠다. 그리고 4만5000 명의 국민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은 4500만의 국민도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지켜내는 것, 단 한 명의 아이를 지키는 것이 국가를 지키는 것이고, 4만5000의 성주를 지켜내는 것이 국가를 지키는 것의 지름길이고, 그리고 여러분들이 지금 현재 지키고자 하는 이 평화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날갯짓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주에 사드 배치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손들의 안정과 안녕을 보장하려면 우리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여기 앉아 있는 중학생, 고등학생 아이들은 한반도에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는, 대통령께서, 국무총리께서, 국방부 장관께서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이야기부터 짚어 드리겠습니다. 사드가 배치되면 그 앞에 서 있겠다고 했습니다. 국방부 장관이 서 있어야 할 곳은 사드 앞이 아니고, 북한군 앞에 서 있어야 합니다. 북한군, 인민군 무력부장 앞에 서 있어야지. 백번 양보해도 우리 무기인 사드 앞에 서서 자기가 레이더를 가리면 설치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 다음 대통령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는 게 아니면 대안을 제시해라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안을 제시해라. 지금부터 대안을 제시해드리겠습니다. 근데 그 전에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런 대안 제시하라고 공무원들한테 월급 주는 겁니다. 그런 대안 제시하라고 대통령한테 월급 주는 것이고, 공군 1호기 태워주는 것이고, 해외 순방할 때 우리 세금 주는 거고, 그런 대안 제시하라고 국민들을 불안에 떨지 않게 하라고, 사드 배치 없어도 2014년 전 세계 기준으로 무기수입 1위인 우리나라는 충분히 북한 정도되는 나라는 막아낼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것이 국가의 목표 아닙니까. 그런데 뭐만 하면 미사일은 북한이 쐈는데, 나쁜 짓은 북한 놈이 했는데 왜 피해는 우리가 봐야 되나 이 말입니다.

뻑하면 종북이랍니다. 여러분들도 이제 종북소리 듣잖아요. 하도 종북이라고 그래서 ‘나는 경북이다 이 새끼들아’ 그랬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여러분들은 경북. 저는 경북 영천 고경면에서 태어나서 육군 제3사관학교를 눈앞에 두고, 어렸을 때 꿈이 군인이었고, 제가 가장 즐겨 불렀던 노래가 ‘멸공의 횃불’, 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 멸공이 제 인생의 목표였던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 부터. 그런데 이런 사람한테 종북이라고 하면 곤란합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평생을 1번을 찍었고, 평생을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고, 평생을 보수 대통령을 뽑았는데, 만약에 여러분들이 종북이라면 여러분들 손으로 뽑힌 자기들이 종북이라는 거 아닙니까. 말이 앞뒤가 맞아야 될 것 아닙니까. 여러분들이 김일성 뽑았습니까. 여러분들이 김정일 뽑았습니까. 여러분들이 김정은 뽑았습니까. 여러분들 박근혜 대통령 뽑았죠. (네) 대한민국 대통령 뽑았죠. (네) 그런데 어떻게 종북이 될 수 있냐 이 말입니다. 이렇게 질문 4번만 왔다 가도 알 수 있는데. 제가 박근혜 대통령 찍은 게 잘못됐다는 이야기 하는 게 아닙니다. 더 사랑해 주셔야 됩니다. 어떻게. 여러분들이 원래 사랑했던 대통령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제가 드리는 말씀은 그런 말씀입니다.

그다음 대안을 제시하라. 대안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대안 제시할 수 있죠. 왜 못하겠습니까. 지금 북한보다 국방비 수십 배씩 쓴 지가 수십년이 넘었습니다. 여러분들 참외 팔아서 낸 돈으로, 여러분들 소주 팔아서 낸 돈으로, 여러분들 애들 학교 다닐 때 낸 교육세로, 지방세로, 부가가치세로, 여러분들이 나라에 전부 갖다 준 돈으로 헌법에 나와 있는 조세법률주의에 근거해서 여러분들 돈 다 냈지 않습니까.

그 돈으로 국방 하라고 돈 다 냈는데, 어떻게 했느냐. 여러분들 자식들 전부 군대 보내고, 여러분 아들들 군대 보내고, 돈 많은 놈들 자식들 전부 다 군대 빼고, 지들 군대 다 안 갈 때, 여러분들 자식들 군대 다 보내서 이 나라 지켜내지 않았습니까. 여기 바로 영천, 다부동 전투, 영천, 성주 낙동강 전선에서 북한군의 침략을 가장 열심히 막아냈던 곳이 경북입니다.

그런 사람들한테 이렇게 이야기하면 모욕이다, 이 말입니다. 여러분들 그런 모욕 받을 필요가 없다. 여러분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격이 있고, 자유가 있으니 절대로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 대법원에서 이렇게 판단을 내렸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내가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인간적 존엄과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라고 생각되어질 정도로 절박한 양심의 소리, 그런 자유를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으니, 여러분들은 그런 양심의 소리를 내셔도 된다하는 이야기입니다.

대안은 이렇게 제시해야 합니다. 대안은 외교입니다. 사드를 배치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했어야 했느냐. 중국한테 가서는 이렇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지금 북한이 핵 쏘고, 미사일 쏘고 자꾸 지랄하려고 하니, 현실적으로 외교적으로 지금 북한한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들은 중국 니들 아니냐. 니들이 계속 북한한테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북한 편을 들면 우리 사드 배치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니들 우리 생각 잘 해봐라. 니들 하는 거 보고 배치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

미국 가서는 그렇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중국이 지금 북한한테, 북한 미사일과 핵을 감축시킬 정도로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하니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점점 사드 배치를 할지 말지 결정하자. 그래야 우리도 국민들하고 이야기할 시간이 있을 것 아니냐. 배치할지 말지 패를 우리가 들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하고 중국에게 그러면 너희들 어떻게 할래, 그러면 우리는 국민들한테 상의할 수 있고, 만약에 하게 되더라도 최대한 우리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할 수 있게 되는 외교적 공간이 충분히 확보가 되어 있었다 이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말을 외교부 사람이나 학자들 만나서 이야기하면 뭐라고 그러는지 아십니까. 전문대 나온 놈이 뭘 아냐 그럽니다. 그래서 제가 그럽니다. “전문대 나온 나도 안다, 이 새끼야” 그러면 언론에 뭐라고 나오는지 아십니까. ‘김제동 성주시민들과 이야기하다 욕설, 새끼야’ 이런 것만 편집해서 내보냅니다. 그런 것에 쫄지 마시고, 그런 외교적 역량 발휘하고, 지금 21세기에 있어서 안보는 군사안보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경제안보, 외교안보, 군사안보까지 모두 합쳐서 하는 안보를 해야 합니다.

하다못해 고스톱을 치더라도 상대방이 고할지, 스톱할지 상대방이 겁을 내면은 내 패를 안 보여줍니다. 고스톱 쳐봐서 알지 않습니까. 근데 고하겠다고 그러고, 패 다 까뒤집어 놓으면 거기서 두꺼비가 뭔 소용 있습니까. 패를 다 봤는데. 그렇게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 거 고민하라고 외교부 장관한테 월급 주는데 외교부 장관 사드 배치 발표 난 날 어디가 있었습니까. 백화점에 옷 사러 가 있었습니다. 옷 사러 갔는지, 수선하러 갔는지 모르겠지만. 하다못해 우리집에 선풍기 설치하러 온다고 해도, 에어컨 설치하러 온다고 해도, 집안에 누구 한 명은 남아 있습니다. 월급 받았으면 월급 값을 해야 될 거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언론에서 하는 이야기, 성주시민들을 고립시키는 이야기들 크게 믿지 않으셔도 된다. 바로 여기 온 제가 그 증거라고 받아들이셔도 좋다. 절대로 고립되어있지 않다.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응원보내고 있다는 말씀을 여러분들께 꼭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 여러분들 듣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 그랬더니, 이재동 선배님, 고등학교 선배님인데. 고등학교 선배들, 대학교 선배들, 대학교 후배들, 심지어 우리 사돈 여기 삽니다. 우리 사돈 여기 살아서, 우리 집에까지 전화가 와서 한 번만 내려와라 한 번만 내려와라 그래서 끝까지 못 내려오는 척하다가 오늘 아무 소리도 안 하고 지금 왔습니다. 그래서 제일 듣고 싶은 이야기가 여러분들한테 가장 억울한 것이 애들 엄마들, 아빠들, 여기 전부다 가가지고 두들겨 맞고 하는 거 보셨죠. 그런 애들하고 그런 애들 엄마들, 아빠들 지키라고 공무원들이 있습니다. 우리 헌법 제7조에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해 봉사한다. 그리고 공무원은 국민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진다. 우리 헌법 제7조에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끝까지 자기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그다음 지역이기주의다. 님비, 뜻이 뭡니까. Not My In Back Yard입니다.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 그런데 이게 어디서 왔느냐. 미국에서 쓰레기를 버릴려고, 온 배를 타고 돌아다녀봐도 이 쓰레기는 못 받겠다. 그래서 쓰레기는 지들이 버려놓고, 받겠다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걸 지역이기주의라고 합니다. 자기들이 버렸는데 적어도 받지는 못하겠다. 그런 거는 지역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버린걸 여러분들이 받지 않겠다고 그러면.

그런데 사드는 여러분들이 버린 게 아닙니다. 그걸 경상도 말로 하면 저들이 부라놨는 거지. 그래서 물어볼 자유가 있습니다. 이거 왜 우리 집 앞에 부라놨노. 그러면서 대화할 시간을 가져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아무리 물어봐도 진짜 필요한 이유는 대답 안 해주고, 무조건 필요하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다입니다.

그다음에 이렇게 이야기해놓고 나는 겁 안 나는 줄 압니까. 내 억수로 겁납니다. 내 어디서 세금으로 털지, 여자로 털지, 억수로 겁납니다. 그래도 죽을 때 이런 이야기 안 하면 쪽팔릴까봐 그럽니다. 아니 어떻게 주인이 4만 5000 명이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주인이 선임한 공무원이 듣지 않을 수가 있냐 이겁니다. 희한한 일 아닙니까. 그것도 여러분들이 뽑았으니 최소한도로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집에 달력 붙어 있는 거 떼지 마세요. 경로당에 붙어있는 대통령 달력 떼지 말고. 내일부터 싹 다 다시 붙여놓으세요. 여기 있잖아요. 국가는 우리를 버려도 우리는 국가를 버리지 않는다. 저기 밑에다가 하나 더 써넣으세요. 대통령은 우리를 버려도 우리는 대통령을 버리지 않는다. 그렇게 하세요. 괜찮습니다. 그렇게 미워하는 마음으로는 오래 잘 못 갑니다. 그래서 저 놈들 저 죽일 놈들, 우예 우리를 이리 무시할 수가 있노 이 분노의 힘을 바탕으로 3살 된 아이들, 4살 된 아이들 고등학생들 중학생들 눈빛 보면서... 할머니 꿀 두 개 주면서... 아까 지나가면서 할매한테 날 더운데 우예 나왔습니까 물어보니, ‘아이고. 우리 손주 생각하면 집에 있을 수가 없다’ 여러분 아이들 눈빛 보면서, 아이들 사랑하는 눈빛 보면서 끝까지 가면, 성주의 아이들이 전쟁의 피해나 분단의 피해를 보면 안 되듯이,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이 전쟁의 피해와 분단의 피해를 보면 안 되겠다고 하는 것이 여러분들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어떻게 해서도 여러분들이 누구를 찍으시든, 어떤 분을 지지하시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겠다하는 사람이 여러분의 대표가 되도록 해주어서, 적어도 여기 3살, 4살 된 남자아이들은 군대 안 가는 나라 만들어서 좀 물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기 중고등학생들, 여기 4살, 5살 된 아이들은 자라서 맨날 휴전선 근처에 가는 게 아니고, 통일 대한민국을 물려주어서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러시아를 바라보고 적어도 KTX를 대구에서 타든, 성주에서 타든 거기서 기차 타고 평양 거쳐서, 러시아 거쳐서 유럽으로 수학여행 갈 수 있는 나라를 애들한테 만들어줘야 할 것 아닙니까.

그래서 미사일 만들고, 탱크 만든 돈으로 얘들 편하게 학교 다닐 수 있고, 밥 편하게 만들 수 있고, 그런 나라 만들어줘야, 그런 운동이 평화 운동이 성주에서부터 시작돼서 전국으로 뻗어 나가면 우리나라가 사상 최초로 분단을 극복하고, 모두 분열되고 있는 세계질서와 경제 질서 속에서 최초로 다시금 통합하는 나라를 만들어 내어서, 통일신라 이후 가장 강력하고 넓은 영토를 가진 최초의 민주주의 통일국가를 만들어서 이 아이들이 세계시민으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나라를 물려주는 것을 성주에서부터 시작하자 이 말입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것이 사드 배치를 막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길게 사랑으로 가는 방법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다음,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되고 통일이 되면 여러분들 인생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부부싸움 끝나고 나서 맨날 집 앞에 맥주집에 가서 먹는 게 아니고. ‘에이씨, 대동강가서 맥주나 한잔 먹고 오자’ 이렇게 할 수 있는 나라 한 번 만들어 보고, 저도 백두산에서 토크콘서트 한번 하고, 한라산에서 토크콘서트 한번 하는 나라를 만들어주자 이런 이야기.

저 북한이 좋아서 통일하자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강력한 힘이 이미 북한을 압도하고도 남으니 저들을 구슬리기도 하고, 뒤에서 따귀 때리기라도 해서 저 미친놈들이 우리 아이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한반도의 완벽한 평화체제를 구축해 놓자. 대한민국의 굳건한 안보와 경제를 바탕으로 거기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헌법 제3조에 명시되어 있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하는 통일 대한민국을 여러분들이 지금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하는 것입니다. 충분히 가능하다.


정세현 전 장관의 '사드 배치와 한반도의 미래' 강연

2016.08.08 13:21:28

[알림] 남북의 평화 공존은 불가능한가?

             

외교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고들 합니다. 1950년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였던 미국과 중국은 20여 년 후 극적인 화해를 합니다. 대소련 견제라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지난 2009년부터 미-중은 대립으로 돌아섰습니다. 팽창하는 중국을 포위하려는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가 낳은 결과입니다.

건국 이후 미국에게 최초의 치욕적 패배를 안겨준 베트남의 경우는 더욱 극적입니다. 1995년 미국과 베트남은 국교를 정상화했고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올해 오바마 대통령은 베트남에 대한 미제 첨단 무기의 수출을 승인했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소련 해군이 이용했던 캄란만 군항을 미 해군이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베트남이 대중국 견제에 뜻을 같이 했기 때문입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바뀌었습니다. 

중국, 베트남의 대미 관계의 역사는 '나' 이외에는 모두 '남'이라는 국제 관계의 철칙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오로지 국익을 위해 외교의 '자기 중심성'을 발휘한 결과입니다. 따지고 보면 1990년대 이후 20여 년간 한국의 경제 번영도 북방 외교 덕택이었습니다. '어제의 적'이었던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한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의 대중국 교역액은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을 합친 것보다도 많습니다. 우리도 한때는 외교의 '자기 중심성'을 일정 부분 발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이후 한국의 보수 정부는 '이상한 믿음'에 빠져 있습니다. 미국을 '영원한 동지'로 추앙하고 맹종하는 반면, 북한은 '영원한 적'으로 상정하고 붕괴시키려 합니다. 전시 작전권 환수 무기 연기로 외교 주권의 핵심 중 핵심인 군사 주권을 스스로 포기한 채, '북한 붕괴'라는 헛된 꿈을 무작정 좇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벽두 '통일 대박론'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굴욕적 위안부 협상 타결, 올 2월 개성공단 폐쇄, 그리고 7월 사드 배치를 전격 확정지으면서 한반도발 중-미 군사 대립 구도를 완성시켰습니다.

이로써 한국 외교의 '자기 중심성'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한국 외교의 '미국 중심성'만 도드라집니다. 1894년 청일 전쟁 이후 러일 전쟁(1904~5년), 한국 전쟁에 이르기까지 지난 100여년간 동북아의 주요 전쟁은 모두 한반도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남과 북이 대립한 때문입니다. 한민족 내부의 대립과 갈등이 미-중-일-러 등 외부 강대국의 군사 개입을 불러왔고, 그 참혹한 전쟁의 피해를 오롯이 우리가 뒤집어썼습니다.

지난 120년 한반도의 역사는 한민족 스스로 갈라지고 대립하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 최강 군사 대국들의 개입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한민족 내부의 화합이야말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출발점이라는 점도 일깨워줍니다. 보통 사람들도 쉽게 알 수 있는 상식입니다. 사드 배치 등 박근혜 정부의 외교 행보는 제4차 조선 전쟁을 도래를 예고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자명한 역사의 교훈을 우리가 외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정치인과 관료, 종교계, 학계와 언론계 등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 더욱 심합니다. 그 외면의 결과 새로운 전쟁 위기가 커져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헬조선이라 불릴 만큼 사회 경제적 곤경이 심화되고 있는 이때, 전쟁 위기마저 고조된다면 지난 70여 년간 피땀 흘려 이루어온 평화와 번영은 일거에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통일 대박이 아니라 전쟁 쪽박을 차게 될 것입니다. 

민족적 차원의 각성과 대토론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에 (사)다른백년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모시고 '남북의 평화 공존은 불가능한가? : 사드 배치와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8월 백년포럼을 열려 합니다. 

2000년 역사적인 남북 정상 회담 이후 곧 다가올 것만 같았던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의 꿈이 어찌하여 불과 15년 만에 전쟁 위기의 악몽으로, 남과 북의 극단적 대결로, 남한 대부의 극심한 분열과 반목을 낳게 되었던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그 배경과 원인은 무엇인가? 하나하나 따져가고 물어가며 한반도 평화의 길은 무엇인가를 모색하려 합니다. 뜻 있는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위험천만 박근혜, 중국을 적으로 돌리나

2016.08.09 14:33:13

[기자의 눈] 최근 대통령이 처한 '상황'에 대한 고찰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과 대결 구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최근 사드 배치로 사실과 다른 얘기들이 국내외적으로 많이 나오고 있어서 우려스럽습니다. 누차 밝힌 바 있듯이 사드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북한은 올해만도 스커드와 무수단, 노동 미사일 등을 수십 발 발사했고, 지난 3일에도 노동 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비를 하는 것은 국가라면 당연히 해야 하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자위권적 조치인 것입니다. 

이렇게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가치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이런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황당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는가 하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이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한다면서 중국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지금 정부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고, 외교적으로도 북한의 핵 포기와 우리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아무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을 방문해서 얽힌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하고, 정부를 신뢰하고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 분열을 가중시키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서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일같이 거친 항의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저를 대통령으로 선택해 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비난도 달게 받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부디 정치권에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일에는 함께 협조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세 가지 키워드다. 첫째, "누차 밝힌 바 있듯이 사드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 둘째,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이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도)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한다면서 중국을 방문"한 행위에 대한 비판,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치권 일부에서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이런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황당한 주장"에 대한 비판이다. 

"중국 입장"을 사실상 배격하라는 박 대통령… 중국과 '대결주의' 간다는 건가

박 대통령의 첫번째, 그리고 두번째 발언은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특히 그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야당 의원들의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사실상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이를 불허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고, 풀어서 설명하면 사드 배치 관련 중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배격하겠다는 의미로 읽히게 된다. 외교적 유연성 균형 감각을 버리고 결국 중국과 대결 구도로 가겠다는 전략을 말 틈 속에서 내비친 셈이다. 

마침 한 언론이 중국 입장을 자세히 소개하는 기사를 냈다. 9일자 <중앙일보>는 1면 톱기사로 "중국, 둥펑3 추적당할까봐 사드 반대"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 기사를 작성한 인사는 최근까지 국방부 대변인을 지냈던 김민석 기자다. 

▲ <중앙일보> 9일자 1면.


이 기사는 중국이 왜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는지, 중국의 입장을 충실히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이 지린성 퉁화, 랴오닝성 덩사허 및 산둥성 라이우 등에 배치한 탄도 미사일은 각각 둥펑3, 둥펑21, 둥펑15인데, 사정거리로 봤을 때 타격 대상은 각각 괌의 미군 부대(둥펑3), 오키나와의 주일 미군(둥펑21), 한국군과 주한 미군(둥펑15)이다. 미국과 일본, 한국을 사정 거리로 둔 미사일이 미군의 사드 배치로, 사드 레이더에 의한 탐지 대상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은 북한 미사일 방어 여부는 물론, 결국 중국의 미사일 견제용으로 사드를 배치하는 게 된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의미다.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누차 밝힌 바 있듯이 사드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조치"라는 발언은 그 의미를 잃게 된다. 사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가 중국의 미사일 기지까지 미친다는 객관적 사실을 서술한 것이니까. 

그렇다면, 이 기사는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기사인가? 아니면, 한-미-일 3국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부각시키는 목적의 기사인가? 확실한 것은 둘 다 사드 배치가 한반도 방어 목적을 넘어서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한 기사임엔 분명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 '중국을 이해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가치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야당 의원들이 방중 후 이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사드 배치가 한중 대결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국민 앞에서 브리핑한다면, 박 대통령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중국에 동조했다며 비판을 쏟아낼까? 박 대통령이 언급한 "중국의 입장에 동조"라는 발언은, 가치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동조로, 어떤 측면에서는 이해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부쩍 '판관'을 자처하기에 하는 말인데, 내친 김에 <중앙일보> 기사가 중국에 동조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 멀리 나갔다. 중국 입장을 배격하겠다고 시사한 것은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을 만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자극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모르겠는데, 아직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정부가 아무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을 방문해서 얽힌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이야기"라고 지적한 것 역시 중국과 '대결 구도'를 택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측근 정치인 출신인 김장수 주중 한국 대사를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에게 보내 "중국은 사드를 문제삼기 전에 북한의 핵, 미사일에 대해 더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연일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는데, 주지하다시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오히려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중국 역할론'은 올 초부터 정부가 계속 주장한 내용이 아닌가. 

시계를 7개월 전으로 돌려보자.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지난 1월 핵 실험을 한 이후 중국과 대북 제재를 위한 공조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자화자찬을 한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박 대통령의 '망루 외교'가 일몫을 했다는 말도 나왔었다. 그런데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박근혜 정부는 급변침을 했다. 지난달 17일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이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미-일-중-러 5개 국가의 공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모든 국가들이 흔들림 없다"고 말하면서도 "(사드 배치로 인해) 당연히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는 모순된 상황 진단을 내놓았다. 관료들이 혼란에 빠진 셈이다.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도대체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 

우리 정부는 그간 "중국과 공조" 입장이었는데, 갑자기 "대중국 압박"으로 읽히는 전략을 편다. 대통령의 언급한 "그동안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다. 지금 정부는 중국과 공조하는 것인가, 아니면 중국을 압박하는 것인가? 여기에 대한 답을 먼저 내는 것이 우선 순위다. 사드 배치 문제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박근혜 정부 대중국 외교의 어지러운 단면(斷面)이다. 

▲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오히려 중국에 '한국 지도자가 흔들린다'는 잘못된 신호 준 것은 아닌가?

박 대통령은 중국과 '대결주의'를 드러내면서 입지를 스스로 좁혀버렸다. 관련해 "저는 매일같이 거친 항의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저를 대통령으로 선택해 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비난도 달게 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밝힌 부분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에 대한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지점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노출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던 지역인 성주에서 4만5000 군민들이 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해가 간다. 이같은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1일 박 대통령은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저항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고 했었다. 

국내에 정치적 저항에 부딛힌 상황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는 것인데, 이는 역으로 박 대통령이 '조급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드러내 준다. 실제 사드 배치 예상 시기는 내년 말이다. 2017년 대선 즈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국제 정세는 급변할 것이다. 올해 말 미국 유권자는 새 대통령을 선출한다. 내년 초 미중 관계는 재조정을 겪게 된다. '신냉전'을 이어갈지 '해빙무드'로 들어설지 여부와 별개로, 재조정 자체는 필연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 시기에 집권 5년차를 바라본다. 급격히 힘이 빠지게 된다. 차기 대권 주자에게 힘이 쏠리는 시기다. 임기 1년도 채 안 남은 박 대통령을 중국은 어떻게 생각할까? 중국은 1당 독재 체제다. 정권은 변하지 않는다. <한국일보>는 이날자 "靑 직접 나서 반격中, 회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기사에서 정부의 한 관계자를 인용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중국이 사드 배치 결정 번복까지 기대해 보지 않겠냐"며 "사태가 점점 꼬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태도가 오히려 중국에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만 준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지점이다.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심리, 그리고 주변 상황을 둘러보았다. 세 번째, 키워드다. 야당에 대한 '갈라치기'다. 박 대통령이 야당 초선 의원들을 겨냥, "정치권 일부에서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이런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황당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했다는 비판은, 현재 박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해 준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정치권 일부"는 더불어민주당 초선인 김한정 의원의 발언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김 의원 발언의 앞뒤 맥락을 잘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원래 발언은 이렇다. 

"이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의 목을 졸라서 항복을 받아서 미사일도 막고 핵을 포기시키겠다라는 이야기를 국민들에게 해왔지 않았습니까? 시진핑 주석을 작년에 만나서 협조 요청을 해왔는데 지금 갑자기 중국도 필요 없다는 식이 되어버렸습니다. 북한은 오늘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습니다. 이 문제는 북한으로 하여금 추가 도발을 해도 우리가 할 말이 없게 만들었습니다." 

즉 중국과 대북 공조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를 표현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발언의 앞뒤 맥락을 자르고 "북한에 동조한다"는 식으로 규정한 후, 사실상 '색깔론'을 덧씌웠다. 그간 수세에 몰려 있던 박 대통령은 20대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 의원을 '북한 동조 세력'으로 꾸며 위기를 탈출하려 하고 있다. 격도 맞지 않는다. "중국 입장에 동조"하는 6인의 더민주 초선의원들에 대한 비난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목적을 마저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적극 나서줘야 한다. 더민주 초선의원들의 입장을 대대적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그래야 이들을 '매국' 세력으로 비판할 빌미가 생긴다. "중국 입장에 동조"하는 것을 배격하는 박 대통령의 발언 의도 역시 단순해진다. '사드 배치=애국', '사드 배치 반대=매국'의 프레임을 짜기 위한 목적 외에 달리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데 의외로, 중국의 대처는 상당히 침착하다. 더민주 의원 6명의 중국 입국장에 중국 매체 기자들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의 매체가 대부분 관영이고, 민영을 표방해도 사실상 관의 입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떠올리면, 중국 측의 이같은 반응은 예측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중국 언론에 더민주 초선 의원들이 이용될 것"이라는 '매국의 예언'이 실현되길 원했지만, 지금 상황만 보면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용 추가 공세가 차단됐다. 보수 결집을 노리는 여권 입장에서는 맥이 빠지는 일일 것이다.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매체들도 부쩍 대응 수위를 낮추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여유롭다. 사실 조급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중국과 관계는 지금,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야당은 북한에 동조하는 적으로 돌렸다. 남남갈등은 물론, 한중 갈등은 누가 만들어내고 있는가? 주변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 앞에서, 박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이제 무엇인가?

폭 넓게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공간과 정치적 공간을 팽개친 후 스스로를 계속 고립시킴으로서, 오직 "고난"만을 "벗"으로 삼은 박 대통령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사드, 복지 국가의 싹을 짓밟는 선택

2016.08.10 08:33:59


[복지국가SOCIETY] 목적 없는 사드 배치는 가라!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경북 성주 군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성주군에서 추천하는 새로운 지역이 있다면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사드 배치가 진정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확신으로 바꿔놓았다. 철회 및 재배치 요구에 '타협은 없다'로 일관해 온 것과는 달리, 이 발언은 논란을 원점으로 돌리고 '사드 철회' 주장에 기름을 부었다. 의원들과의 면담으로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사드 배치, 그것의 진짜 목적은 무엇이며, 과연 타당한 결정일까? 

사드 배치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된 작품 

X-밴드 레이더를 포함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의 주요 구성 요소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X-밴드 레이더가 탐지한 정보들은 패트리어트 시스템, 이지스 탄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지상 배치 방어(GMD) 시스템 등과 연동된다. 사실 미국은 일찍부터 우리나라에 자국 중심의 MD에 편입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심지어 이명박 정부까지도 국익 차원에서 참여를 거부했다. 

박근혜 정부도 초기에는 MD 참여를 거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3월 25일 헤이그 한-미-일 정상 회담에서 "저는 외교와 군사 협력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계에 대해 논의하고 싶습니다. 거기에는 합동 훈련과 미사일 방어가 포함될 것입니다"라며 우리나라에 MD 편입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다음 달에 열린 한미 정상 회담에서도 MD 참여를 강조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를 거부했고, 2015년 2월 25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미국 정부가 요청한 바도 없고, 따라서 협의한 바도 없으며 도입할 계획도 없다는 소위 '3NO 입장'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1월 6일 북한의 4차 핵 실험이 도화선이 됐다. 핵 실험 7일 후인 13일에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를 꺼내들며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할 것이고, 기준은 오로지 그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언론들은 주로 이 발언을 중국의 대북 압박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사드 배치에 대한 상당한 진전이 시작됐다. 같은 달 22일에 있었던 국방부의 신년 업무 보고가 이를 증명한다. 국방부 장관은 한-미-일 간에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하면서 우리나라의 MD 참여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알렸다.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2015년 3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2월 7일 북한이 위성(우리나라 정부는 이를 미사일로 불렀음)을 발사한 사건이 이런 흐름에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위성 발사 후 불과 6시간 만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국방부가 미국과 사드 배치를 협의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리고 3일 후인 2월 10일부터 주한 미군과 사드 배치 협의가 개시됐고, 2월16일 대통령 국회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미사일 방어 태세 향상을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며 공식화했다. 그리고 7월 8일 정부는 전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짓고, 한 주가 채 지나기도 전에 경북 성주시를 배치 지역으로 선정했다. 

사드 배치의 가짜 목적 또는 진짜 목적? 

정부가 내놓은 사드 배치의 목적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요격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나 전문 보고서에 따르면, 이 목적 자체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2013년 미 의회의 조사 보고서 <아태 지역 탄도 미사일 방어>에는 남한은 북한과 너무 가까워서 미사일이 낮은 궤도로 날아 몇 분 안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에 사드의 효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의 실사 보고에서도 사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적시됐다. 한반도 배치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사드는 대구나 부산 지역에 배치했을 때 스커드 B/C, 노동 미사일급을 방어하는 데 적합하지, 수도권 위협 탄도탄에 대해서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제시되지 않는다. 결국 사드 자체는 우리나라의 일부만 보호할 뿐 대부분의 지역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은 사드로는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지역이다. 

정부가 제시한 목적과는 달리, 사드 배치가 결정되자마자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사드 배치는 "미국의 전략"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미 일본에 배치된 2개의 사드 R/D만 가지고도 북한 상공은 탐지가 가능한데 굳이 성주에 추가 배치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래 두 그림은 요격 모드/탐지 모드에 상관없이 일본에 배치한 R/D만으로도 북한 상공은 모두 탐지가 가능함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오른쪽 그림만을 놓고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성주 사드 R/D는 탐지 모드 시 중국의 해안가는 물론, 핵미사일 기지가 다수 위치하고 있는 내륙 지방까지 탐지가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즉, 한반도 사드 배치가 북한만 대상이 아니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성주 사드 R/D를 통해 중국 내륙의 모든 정보가 미국과 일본에 공유되기 때문에 중국은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이 미국에 핵 공격을 감행한다면, 성주-일본-태평양의 미군 함정-미 본토로 이어지는 MD 라인이 이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핵 억지력은 크게 손상 받는다. 그렇기에 중국 입장에서는 사드를 강경히 반대하고 있다. 

▲ 왼쪽 사진은 일본에 배치된 사드 R/D의 요격 모드(600킬로미터) 시 탐지 범위, 오른쪽 사진은 탐지 모드(1800킬로미터) 시 탐지 범위(성주 포함).


이런 주변국의 우려를 의식해서일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7월 19일 국회 긴급 현안 질문에서 "사드 레이더는 요격용 표적이기 때문에 자기 담당 지역 적의 미사일을 어디서 요격할지 결심하는 기능을 한다. 정보가 일본으로 가는 것은 없다"며 삼각 MD에 대한 걱정을 불식시키려 했다. 사드는 오롯이 한반도 방어를 위해 설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설득력이 약하다. 왜냐하면 앞서 보았듯이 이미 일본에 배치된 레이더만으로도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준으로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8월 4일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R/D가 탐지한 정보는 한-미-일 정보 공유 약정 범위 안에서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언하면서 정보 공유가 이뤄질 것임을 밝혔다. 이는 정부가 계속해서 부정해온 '미국 MD 체계 편입' 및 '일본과 정보 공유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과 완전히 상충되는 답변이다. 결국, 이번 사드 배치 논란의 핵심은 북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요격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강화에 있는 것으로 강대국들 사이의 '안보 휘말림'이다. 

정부의 '눈 가리고 아웅' : 알 사람은 다 안다 

사실, 현재 사드 배치와 관련된 논의에서 사드 배치의 군사적 실효성이나 미국 MD와 연계에 관련된 것들은 거의 사라졌다. 그동안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쟁이 어찌 보면 현 정부가 원하는 대로 흘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가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사용하던 '작전'들이 보인다. 정부가 이런 작전을 펼칠 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진짜 목적'을 숨기고, 국민들을 분열시켰다는 것이다. 

하나씩 살펴보자면, 먼저 정부는 가장 중요한 사드 배치 여부를 기정사실화한 뒤 논의에서 빼버렸다. 대신, 주된 논의 사항은 전자파 안전성 여부, 부지 선정 등의 부가적인 요소를 핵심 문제인양 꾸며서 논의를 시작했다. '핵심 의제 건너뛰기' 작전이다. 다음은 국가적 차원의 문제를 일개 지역의 문제(님비 현상)로 탈바꿈시켰다. '국소화' 작전이다. 또한 성주 군민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어 국가적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우려하는 사람들을 배척하고 성주를 고립시키는 '외부인 개입 금지' 작전을 사용했다. 그리고 '찬성하는 국민'과 '반대하는 국민'을 나눠 대립시키고 싸움을 붙였다. '갈라치기' 작전이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국민은 애국자지만 반대하는 국민은 졸지에 매국노가 된다. 마지막은 사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몰아 '빨갱이'로 만들었다. '종북 몰이' 작전이다.

정부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런 작전들을 교묘히 섞어 사용하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소모적인 논쟁을 조장했다. 너무 많이, 그리고 자주 그렇게 했다. 이제는 성주 군민은 물론,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도 정부의 저열한 분할 통치에 속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연대하고, '성주 배치 철회'가 아니라 '한반도 배치 철회'를 외치며,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감싸 안았다. 우리 정부가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백악관에 직접 항의 서한을 보내고 서명을 받고 있다. 이렇듯 시민들이 함께 행동하자 정부가 감추려고 했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더 이상 국민을 무시하는 대응을 그만두길 바란다. 

수위를 높여가는 중국의 대응 

사드 배치의 진짜 목적에서 보듯, 이 사안은 중국과 직결된다. 중국은 연일 우리나라에 대한 강도 높은 언급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에서는 2일 박대통령의 "사드 배치는 바뀔 수 없는 문제"라는 언급에 대해 3일 사설에서 "한국의 지도자는 고집스레 자국의 안위를 미국 사드 체계와 함께 묶어놓고는 지역 안정을 파괴하고 공연히 주변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환구시보>에서도 "한국이 사드를 계속 추진하면 중국 당국이 나서지 않아도 중국 네티즌들이 한류에 침 뱉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반면, 중국은 북 미사일에 대해서는 두둔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4일 북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현재 상황 속에서 모든 당사자는 지역의 긴장을 높이거나 서로를 도발하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사드 배치에 대해 적의를 드러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미 사드 배치 추진에 따른 압박감이 원인이며, 북한 입장에서는 국가 안보에 엄중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북의 입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최근 한국인의 상용 비자 관련 업무를 돌연 취소해 파트너 기업이 없는 우리나라 업체에 타격을 주었다. 한류 스타들의 팬 미팅 일정도 갑자기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한국 관광이 취소되는 것은 덤이다. 이런 사태에 대해 김재홍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일 "중국 지방 정부와 기업들이 알아서 눈치를 보면서 한류 수출이 암초에 부딪힌 징후가 느껴졌다"고 발언했다. 그래서일까. 고위 공직자나 시(市) 사이의 협력 사업도 취소되거나 불참하는 등 저강도 보복이 이어지고 있으며, 점차 강도를 높여갈 조짐이다.

▲ 사드 미사일 발사 실험. ⓒ록히드마틴


복지 국가적 입장에서 본 '대안'  

복지 국가란 국가의 구성원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국가이다. 삶의 질의 첫 단계인 '생존'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이후의 단계를 진행할 수 없다. 안보가 불안정한 국가의 국민은 늘 생존의 위협에 시달려야 하고, 그런 국가에서는 삶의 질 향상보다 항상 '생존'을 제1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튼튼하고 건강한 안보는 복지 국가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이다. 따라서 우리는 복지 국가적 입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안'을 제시한다. 대안 없는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라는 정부와 보수 언론의 입장에 대응하여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① 소모뿐인 논쟁은 그만하고, '평화적 대화 체계'를 강화하자

정부는 '사드를 배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건너뛰고, '사드가 배치되는데 어떻게 할 지'만을 이야기한다. 국민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주변국들도 사드 배치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사실, 북핵 도발을 저지하는 것이 우리 안보 정책에 있어서 최우선 과제이고, 동북아 긴장 고조를 막는 것 또한 최우선 과제임에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사드를 배치하지 않는 대신 그 반대 급부로 중국과 러시아에게 북의 무력 도발에 대한 더 효과적인 제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정을 6자 회담의 틀에서 해결하면 된다. 사드 배치의 목적이 북핵 도발에 대한 대응 체계 구축이라면, 이 목적을 다른 수단을 통해 달성하면 되지 반드시 사드 배치여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6자 회담을 재개하고, 그 끝은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평화'로 귀결되어야 한다. 여태껏 사드 배치로 정부가 보여준 것은 '외교적 무능함'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덕분에 한반도는 실질적인 위협 증가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개성공단에 이어, 대(對)중국 무역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 미래는 한.미.일 동맹에 대립하는 북.중.러 연방의 '신냉전' 시대가 될 듯하다. 이것만 기억하자. 모든 분쟁의 해결은 '평화'만이 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② 요격 체계만 배치하고, R/D는 주일 미군의 것을 활용하자

만약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비가 진정한 목적이라면 요격 체계와 정보 수집 체계의 새로운 조합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다. 군비 통제와 핵 군축 전문가인 리빈(李彬) 칭화(淸華)대학교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평화포럼에서 "요격 체계는 한반도 방위를 위해 설치하되, R/D는 주일 미군의 것을 사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일본 내에서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일본 교토 지역과 아오모리 지역에 배치된 R/D로도 북한 영공 전체가 감시 범위에 들어가는 만큼 충분히 설득력 있다. 

해당 지역의 경우 이미 설치가 완료되었고, 전자파 방사 방향도 바다를 향해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 주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 국내적으로는 R/D 추가 설치에 대한 비용 부담도 줄고, 논란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적다. 단순히 요격 미사일 차량과 일본으로부터 받을 정보만 공유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추가로 제공되는 정보도 없으니 중국과 마찰을 일으킬 일도 없다. 또한 현재 중국의 미사일 실험은 동에서 서로 실시해 왔는데, 우리나라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감시 범위를 피해 서에서 동으로 실험하게 된다. 이는 한반도에 새로운 위협이 되는 바, 이를 피할 수 있다. 

③ '대응'이 아닌, '억제'로 나아가야 한다 

사드는 분명히 말해 '수동적' 방어 체계이다. 물론 R/D를 통한 조기 경계 효과는 있지만, 북에서 공격을 감행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인 체계이다. 따라서 R/D 설치보다는 군사 위성이나 첩보 위성 개발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북 역시 '광명성'호를 발사하면서 "우주 개발에 대해서는 어느 국가든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던 만큼, 우주 개발에 대해서는 주변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일도 없다. 군사 위성을 개발하여 북한을 24시간 감시하고 R/D로는 감시할 수 없는 지상 및 해상 세력에 대해 감시 범위를 넓힌다면, 북의 모든 종류의 위협에 대해 조기 경보 체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군사 위성을 보유하고 정보전에서 앞서가면, 북의 항공 전력 및 미사일 기지를 선제적으로 타격하고 무력화시킬 수 있다. 북이 핵미사일을 서울 상공에 발사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PAC-3체계로 방어해도 요격 범위가 너무 좁고 요격고도가 낮아 피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군사 위성을 개발하여 북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위험 징후가 발견될 경우 즉각 타격 가능하도록 군을 정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런 전력들을 모두 우리가 보유하고 관리하게 될 때, 우리의 독자적인 작전 능력으로 미국에 의한 '안보 휘말림' 현상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의 안보는 우리의 선택으로 지켜내자 

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현 정부의 모습에는 우리의 국익을 위한 뚜렷한 목적이 보이지 않는다. 사드 배치를 통한 미국 MD 편입은 역대 정부들이 공을 들여온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 외교 전략'을 무위로 만드는 것이자, 한.미.일 동맹을 북한을 억제하는 동맹에서 중국을 겨냥하는 지역 동맹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는 강대국들 사이의 각축의 장에서 최일선을 담당하는 역할을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청일전쟁과 모문룡 가도(椵島) 주둔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구한말의 상황과 미국과 소련의 대립 구도에서 발생한 한국전쟁의 슬픔을 떠올리게 한다.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대국 간의 경쟁에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그나마 최근 20여 년 동안 슬기로운 균형 외교로 이를 적절하게 돌파해 왔는데, 이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현자는 과거로부터 배우고, 우자는 경험으로부터 배운다고 했다. 사드 배치는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그 파장을 예상할 수 있고, 이미 현실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사드 배치를 위해 몽니를 부리고 조실부모(早失父母)를 들먹이며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제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상식적인 대응을 하길 바란다. 
                  
사드로 추락하는 한국, 날개는 있나
2016.08.10 18:39:14

[다른백년 논평] 되돌아 온 구한말…'방패'와 '창'의 국제정치

소야미사키는 홋카이도의 북쪽 끝이다. 일본 최북단임을 알리는 비석이 있고, 그 인근에 '기원의 탑'이 있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나라가 시끄러운 요즘 그 '기원'을 다시 생각한다.

1983년 9월 미국 앵커리지를 경유해 서울로 오던 대한항공 007편 여객기가 정상 항로를 이탈하여 러시아 상공에서 소련 공군의 공격으로 격추됐다. 이 사건으로 탑승자 269명 전원이 사망하고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기원의 탑은 이들의 명복을 기원하는 탑이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보며 대한항공 007편이 떠오른 이유는 무엇인가? 

미사일 방어는 공격용이다 

창은 상대방을 찌르는 공격 무기이고 방패는 몸을 보호해주는 방어 무기이다. 하지만 방패가 항상 방어 무기로만 쓰이는가? 

만약 두 무사가 창으로 서로를 겨누고 있어 어느 일방도 상대를 찌를 수 없는 상태에서 어느 한 편만 방패를 '득템'하게 된다면? 그 방패는 상대방의 창을 무력화시켜 자신의 창이 상대방을 찌를 수 있게 해준다. 방패는 공격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 공격무기의 한 부분이 된다. 미사일 방어가 공격 수단이라는 역설은 이렇게 쉽게 설명된다.

미국은 이 이유 때문에 소련이 1966년부터 모스크바 주위에 구축하기 시작한 반탄도 미사일 체계(이제는 미사일 방어체계라 불린다)를 우려했다. 미 국무부 역사가 솔직하게 기술한 것처럼 "반탄도미사일 체계는 일방이 선제타격을 가하고 나서 상대방 미사일을 요격하여 상대방의 보복을 불가능하게 한다".  

소련이 선제공격을 하고도 보복을 받지 않는다면 선제적으로 칠 유혹은 커진다. 물론 소련도 미국의 미사일방어에 대해 같은 우려를 갖고 있었다. 상호억제의 상황에서는 방어가 공격이라는 역설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과 소련/러시아는 핵무기라는 '창'을 보유한 이래 미사일 방어라는 '방패'를 확보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제한한 반탄도 미사일(ABM) 조약도 양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개발을 중단시키지 못했다. 튼튼한 '방패'를 구축하여 선제공격 능력을 확보하려는 유혹을 물리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 ABM 조약에 서명하고 있는 닉슨(왼쪽) 미국 대통령과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국 국무부


유럽 미사일 방어(MD)를 둘러싼 미국-러시아 갈등 

1980년대부터는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계 연구와 배치에서 소련을 능가했다.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워드 텔러가 대대적인 미사일 방어구상을 역설했고, 레이건 대통령이 전략방위구상 (통칭 '별들의 전쟁')으로 구체화했다. 수백억 달러를 투자했어도 성과가 없었고, 이 구상을 시작한 원인인 소련이 붕괴했어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 개발은 중단되지 않았다.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아예 공식적으로 반탄도 미사일 조약 탈퇴를 선언하고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도, 오바마 대통령도 이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추진하던 유럽 지상배치 미사일 방어계획 대신 단계적 신축적 접근방법 (EPAA)를 2009년에 채택했다. 

1단계에서는 이지스급 구축함에 SM-3 1A 요격미사일 배치하고, 터키에 EPAA 레이더를 설치하는 한편, 미국과 유럽의 미사일방어체계를 통합했다. 

2단계에서는 지상 배치 이지스 체계를 루마니아에 설치했고, 3단계로 2018년까지 지상 배치 이지스 체계를 폴란드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3단계에서는 일본과 공동 개발중인 개량형 요격미사일 SM-3 2A를 배치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들이 러시아의 '창'을 무력화시켜 미국의 선제타격을 가능하게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6년 5월 루마니아에 배치된 미국의 지상 기반 이지스 미사일 방어체계가 방어용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 핵 군사력의 일환이라며, "러시아 안보에 대한 점증하는 위협을 무력화시킬 방안을 고려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반발했다.

오바마 정부가 이란 핵미사일 위협을 EPAA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2015년 이란 핵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EPAA를 계획대로 배치하는 것은 그 의도가 러시아 '창'의 무력화에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군부는 지상기반 이지스 체계에 사용되는 MK-41 발사대가 토마호크 유도미사일과 같은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지중해와 북해 등에 유도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가 루마니아나 폴란드에서 유도미사일을 발사하면 러시아를 타격하는데 10분도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재 지상기반 이지스 체계에 배치된 요격미사일은 SM-3 1B이지만 개량형 2A로 교체되면 러시아 ICBM을 요격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에 반발해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킬 미사일들을 배치‧개발하고 있다. 또 일부 러시아 분석가들은 "유럽에 배치된 지상 기반 이지스 체계는 러시아 미사일이 목표물이 될 것이 100% 확실하다"며 최근 시리아에서 사용된 칼리브르급 중거리 유도미사일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수호이 Su-34 전폭기가 사용될 수도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사드를 둔 미·중 대립은 유럽에서 벌어진 미·러 갈등의 재판이다. 

일본, MD 공조 아래 '보통국가화' 추구 

일본은 아시아에서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가장 적극적이다. 섬나라라는 특성상 북한이나 중국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자는 현실적 욕구가 있기 때문이고, 실제 북이 1998년 대포동 시험 발사 이후 일본의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는 빠르게 진행됐다.

내각은 2003년 미사일 방어체계 획득을 결정했고, 주일미군이 2006년 오키나와에 패트리어트 체계를 배치한 데 이어, 일본 방위성도 2010년 패트리어트 체계를 배치하기 시작, 2012년까지 PAC-3를 7곳에, SM-3 요격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급 구축함을 네 척 배치했다. 앞으로 이지스 체계의 성능을 향상하고 이지스급 구축함을 여섯 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도 '방어'만을 위해 미사일 방어체계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미사일 방어를 매개로 미국과의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국가화'를 실현하고 있다.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014년 5월 15일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헌법 해석 변경 의지를 밝히고 있다. 아베 정부는 결국 같은 해 7월 1일 내각에서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결정, 즉 '해석 개헌'을 단행했다. ⓒAP=연합뉴스


우선 미사일 방어체계 미·일 협력을 보면, 일본 정부는 2004년 국가방위프로그램 가이드라인 (NDPG)에서 미사일 방어체계 미·일 공동개발·생산 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2005년에 미국과 공동으로 차세대 미사일 요격체계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일본은 지상 요격미사일 및 이지스 체계를 미국과 합동 시험하는 등 미국과 협력하고 있다. 특히 이지스 체계의 신형요격미사일 SM-3 2A를 미국과 공동개발하고 있다. 심지어 2011년 자위대는 미사일 방어 사령부를 자위대 시설에서 미군 공군기지로 이전하기도 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와 일체화된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민주당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2010년 NDPG이 미사일 방어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자민당은 정권을 재장악한 후 2013년 이를 개정, 미사일 방어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에서 불거진 문제가 '집단 자위권'이었고, 아베 내각은 일본이 미국이나 미군을 겨냥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2014년 헌법 해석을 수정했다. 

또한 미국과 공동개발하고 있는 SM-3 요격미사일의 유럽과 한국(?) 등 배치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등의 명분을 내세워 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온 무기수출 3원칙을 47년 만에 개정, 무기수출을 통한 안전보장 강화와 국제 기여라는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채택했다.

일본은 북의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하여 실질적 미사일 방어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사일 방어를 다시 구실로 하여 무기수출금지를 완화하고 평화헌법의 해석을 수정하여 일본을 '보통국가화'하고 있다. 2015년 말 안보관련 법제를 채택하여 군사력을 해외에서 행사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한데 이어 헌법 개정으로 그 정점을 찍을 태세이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미일 동맹의 틀 안에서 취해지고 있지만, 일본은 이 틀에서 벗어날 준비도 조용히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정보위성 등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독립시킬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일본 의회는 2008년 기본우주법을 통과시켜, 우주를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하겠다는 1969년 의회 결의안을 무력화시켰다. '평화적 목적'을 방어적 군사 작전으로 확대 해석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가, 기본우주법은 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인공위성의 생산, 보유, 작동을 허용한다. 

이에 따라 일본 자위대는 통신위성뿐만 아니라 정찰위성 및 조기경보위성, 추적위성 등을 획득할 계획이다. 2014년 조인된 한미일 정보공유협정이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미사일 방어능력을 향상시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자적 미사일 방어능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MD 반대로 결속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이 치열한 핵 군비 경쟁을 벌이는 동안 중국은 한 발 물러나 있었다.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및 이를 투발할 대륙간 탄도 미사일은 개발했지만 핵 선제 불사용과 최소 억제전략을 견지했다. 

이에 따라 핵탄두 250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실전 배치하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보유 핵탄두 7300기이고 이중 1920기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

물론 중국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냉전 시기부터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인공위성 파괴 미사일 시험 및 외기권 파괴 미사일 시험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아직 미국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가 중국의 핵전력을 상대적으로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전략균형 상태인 것이다. 

한국에 사드 체계가 배치되면 그 레이더로 랴오닝(辽宁)성과 안후이(安徽)성의 ICBM을 감시해서 알래스카의 지상배치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할 수 있다. 윈난(云南)성이나 칭하이(靑海)성의 ICBM을 공격해서 무력화시키면 중국은 무장해제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방패'가 자국의 '창'을 무력화시켜 전략균형을 붕괴시키고 미국에 선제공격 능력을 허용할 수 있다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이다.

이미 양국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운영에 대한 불편함, 미국의 중동 정책에 대한 비판, '민주주의 혁명'이라는 색깔 혁명이 그루지야, 우크라이나에 이어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까지 영향력을 확대되는 데 대한 우려 등을 공유하고 있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으로 나토가 러시아 접경국에 최대 5000명에 달하는 병력을 배치하는 것을 2차대전 시 나치 독일의 러시아 침공작전인 바바로사 작전에 비유하고 있는 러시아는, 오바마 정부의 '재균형 전략'을 대중국 포위 전략으로 의심하는 중국과 전략적 이해를 같이 하고 있는 상태였다. 

6월 하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통의 전략적 이해를 '세계 전략적 안정을 강화할 데 대한 공동성명'으로 표명했다. 이 성명에서 전 세계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일방적으로 배치하는데 우려를 표명하고 구체적으로 "유럽의 지상기반 이지스 미사일 방공망 배치 및 동북아시아의 사드 배치에 강력한 반대"를 밝혔다.

이러한 미사일 방어체계는 세계 전략적 안정을 해칠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안보 이해도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두 정상은 "그들(미국과 동맹)은 공공연하게 각국 안전을 무시하고 타국의 안전을 희생시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6월 23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타슈켄트 선언'에서 중·러를 비롯한 회원국 정상들이 "개별국가나 혹은 일군의 국가들이 다른 국가의 이익을 고려치 않고 일방적이고 무제한적으로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지역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러의 입장은 일시적이거나 국지적인 것이 아니라 일관적이고 전략적이다. 

한편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 직후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강렬한 불만과 견결(堅決)한 반대"를 표명했는데, 주목할 점은 북의 핵시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사용하던 '견결한 반대'라는 표현에 '강렬한 불만'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즉 한국의 사드 배치는 북의 핵 시험 보다도 더 불만스럽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중국 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하던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세 가지에 모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지역 정세를 복잡하게 하는 행동"이고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에 손해를 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6월 25일(현지 시각) 중국 수도 베이징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


대한항공 격추 사건은 미-소 MD 경쟁의 산물 

일찌감치 미사일 방어체계를 개발하기 시작했던 소련은 1970년대에 '다르얄'형 조기경보 레이더를 배치한 것을 시작으로 총 7기의 레이더를 배치하여 소련을 감싸는 레이더망을 구축하려 했다. 이 야심찬 계획은 소련이 붕괴할 때까지 완성되지 못했고, 1980년대에는 오히려 미·소 군비경쟁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크라스노야르스크에 설치하려던 레이더는 ABM조약을 위반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 레이더 건설이 미 정보위성에 포착된 것이 1983년 6월이었고, 우연이었는지 그 3개월 후 대한항공 007호가 사할린 상공을 비행했다. 정체 미상의 비행기가 민감한 극동 영공을 침범하자 소련은 이 지역을 감시할 수 있는 모든 레이더망을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결과 미국 정보망이 소련의 레이더망에 대해 파악한 정보는 디펜스저널의 편집자 어니스트 보크만이 '노다지'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 정보의 '노다지'에 근거해서 소련의 방공 레이더망에 구멍이 있어서 ABM조약을 위반하면서까지 크라스노야르스크에 레이더를 설치하고 있다는 미국의 의심은 더 확실해졌다. 

결국 소련 당국도 이를 인정, 1989년 이 시설을 철거했다. 대한항공 007편은 냉전시기 치열하게 벌어졌던 미사일 방어 체계 경쟁 사이에 걸려든 희생양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새로운 백 년? 돌아온 구한말? 

온 나라가 세월호 비극으로 충격에 빠져있던 2014년 4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정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박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논의하기로 했고, 그 반대급부로 "미사일 방어 체계 상호운용성 강화를 비롯한 동맹 현대화"에 합의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제시했다. 이 합의는 46차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구체화됐다. 한미 국방장관은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행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하여 전작권 한국 인수를 연기하는 동시에, '포괄적 미사일대응작전개념'을 채택하여 "북한의 핵·WMD 및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동맹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2015년 제47차 한미안보협의회의는 "북한의 핵·WMD 및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동맹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합의를 그대로 되풀이했다.

지난 8일 한미 국방 당국은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적 조치라며 이를 정당화했다. 사드 배치 결정의 정치적 근거가 47차 한미안보협의회의 -> 46차 한미안보협의회의 -> 2014년 한미 정상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이는 2014년 정상회담 후인 12월 한미일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3자 간 정보공유약정'에 서명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사일 방어체계를 검토하면서도 드러나듯이 미일러중은 '창'과 '방패'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 불꽃 튀는 경쟁 판에서 전작권을 반납하고 그 대가로 미사일 방어라는 미국의 '방패'를 첨단에서 들어주겠다고 나섰다.

그 덕분에 한반도 전체가 '대한항공 007편'의 운명을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지나친 것일까. 

"소련에 속지말고, 미국놈 믿지말고, 되놈은 되나오고, 일본은 일어나니, 조선사람 조심하세"

해방 직후 한반도에서 불렸던 동요다. 유럽에서 17세기 웨스트팔리아 조약에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근대적 주권국가 개념이 한반도에서는 아직도 요원하다. 국가와 민족은 분단되어, 남쪽은 주권을 스스로 반납하며 그 댓가로 강대국 전략 경쟁 불바다에 섶을 지고 뛰어 들고 있고 북쪽은 주권을 과잉 행사하며 강대국의 전략 경쟁에 빌미를 주고 있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백 년은 근대적 주권 개념을 21세기에 맞게 구현하는 지혜를 요구한다. 그런 지혜야말로 21세기를 다른 백 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출발점은 70여 년 전 불렀던 동요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다른백년' 바로 가기) 


한(恨), 화병, 냄비 근성…진짜 원인은??

2016.08.17 07:31:20

[독서통] <감정 조절>

'한국인의 냄비 근성이 문제다.' '한국인 상당수가 화병에 시달린다.' 이런 이야기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심지어 '화병'은 한국 여성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의 한 종류로 <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냄비 근성, 화병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최근에 나온 책 <감정 조절>(권혜경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은 한국인의 냄비 근성, 화병이 바로 한국인의 집단 트라우마, 즉 "개인이 예측하지 못한 충격적 사건" 탓이라고 주장합니다. 일제 강점기, 분단, 전쟁, 독재 같은 고난의 현대사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받은 트라우마가 반복되고 중첩되어 집단의 트라우마로 굳어졌고, 그 결과가 바로 냄비 근성, 화병 같은 증상으로 나타났다는 얘기입니다. 

이 책의 저자 권혜경 박사가 한국인의 집단 트라우마에 주목한 계기는 2014년의 세월호 참사입니다. 희생자와 그 가족뿐만 아니라 한국인 전체가 이 참사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리적 상처를 입었는데도, 이를 사회 전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대로라면, 세월호 참사 역시 한국인의 마음의 상처를 심화하는 또 다른 비극으로 남을 뿐입니다. 

권혜경 박사는 <감정 조절>에서 트라우마가 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설명하고,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그런 트라우마가 어떻게 집단 트라우마가 되었는지를 분석합니다. 권 박사는 개인과 사회가 이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까지 제시합니다. 

<프레시안>과 <시사통>이 공동 진행하는 '독서통'은 <감정 조절>의 저자 권혜경 박사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서교동 독서통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감정 조절>의 저자 권혜경 박사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우선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합니다." ⓒ프레시안(최형락)




가족과 정치 얘기할 땐 친근하게 

김종배 : 이번 주의 책을 소개해주시죠. 

강양구 : 이번 주에 같이 읽어볼 책은 <감정 조절>입니다. 저자 권혜경 박사의 이력이 특별합니다. 미국 뉴욕에서 심리 치료 클리닉을 운영하십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내의 정신 건강 전문가를 대상으로 트라우마 세미나를 매년 진행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모실 수 있게 된 것도 이 세미나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신 덕분이에요.

김종배 : 권혜경 박사, 이 자리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권혜경 : 안녕하세요. 

김종배 : 대학 다니실 때는 정치학을 전공하셨는데 (심리학으로) 궤도 수정을 하셨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권혜경 : 저는 항상 '어떻게 하면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정치학을 공부할 때는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를 위해 사회의 틀을 바꿔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한 사람만 변해도 모두가 변하는' 걸 봤습니다. 예전과 지향은 같지만, 방법론만 바뀐 거죠. 

강양구 : 이 책에 권혜경 박사의 고민이 묻어납니다. 개인의 고민을 상담하면서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그리고 사회가 바뀌면 어떻게 개인이 행복해지는지에 관해 이야기하셨어요.

김종배 : 이 질문부터 시작해 볼게요. 명절만 되면 오랜만에 만난 식구끼리 갈등이 빚어지곤 합니다. 특히 선거철에는 정치 이야기로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싸우는 경우가 많아요.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권혜경 : 일단 '(부모와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순간, 일종의 틀을 만드는 겁니다. 물론 부모에게도 벽이 있지만, 나까지 벽을 세우면 소통은 더 어려워지죠.

미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일어납니다. 젊은 유권자들이 '어떻게 해야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바마에게 투표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고민을 많이 나눴어요. 이때 정답으로 거론된 방식이 어르신에게 재롱을 떨고, 그분들이 좋아하실 일을 하라는 거였어요. 그런 식으로 마음을 열자는 겁니다. 

수긍이 안 되는 걸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려 해 봤자, 감정을 방어막으로 내세우는 순간 통하지 않습니다. 

강양구 : 오바마가 좋아서가 아니라, 자식이 좋아서, 손자손녀가 좋아서 오바마에게 찍도록 하라는 거군요? 

권혜경 : 그렇죠. 

김종배 : 미국에서도 어르신들이 '네가 뭘 아느냐'고들 하시나 봐요?

권혜경 : 그렇죠. 하지만 계속 손자손녀가 재롱 떨고 어르신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면, 한 번 들으시고 말 것 두 번 들어주시죠. 노력을 한 번 하고 치우지 말고, 관계를 살리려는 노력을 두 번 하고, 세 번 하고, 열 번 하라는 겁니다. 

김종배 : 언제부터인가 세대 간 정치의식의 갈등이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강양구 : 세대 간만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아는 한 50대 교수님은 동창회도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정치 얘기만 나오면, 동창들이 무조건 진보 정치인에게 욕부터 하니까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게 된다고요. 그러다 보니, 동창회도 안 나가게 된다더군요. 이게 개인의 문제로만 끝나면 다행인데,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사람 간 의사소통 단절 현상으로 이어지죠.

어릴 때 혼나며 큰 아이 위험 대처 능력 떨어져 

김종배 : 지금까지의 얘기만으로도 이 책이 어떤 성격의 책인지 대충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고립된 개인 차원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개인의 감정 조절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강양구 : 저는 특히 '안전'이라는 대목과 감정 조절을 연결한 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의의라고 봅니다. 이 책의 부제가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내는 방법'이에요. '안전'이라는 키워드로 개인과 사회가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책 전체에서 고민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김종배 : 안전 이야기가 나오면서 우리는 관용어처럼 시스템 등의 이야기를 함께 하는데, 감정과 함께 이야기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안전'과 '감정'이 어떻게 연결되는 겁니까?

권혜경 : 우리가 진화하면서 가장 생존에 적합한 환경은 안전한 환경입니다. 안전이 위협받으면 어떤 식으로든 안전함을 회복하려고 우리 몸과 마음이 노력을 합니다.

이때 감정이 잘 조절되면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고, 모순된 정보를 골라낼 수 있죠. 그런데 보통은 흑백논리에 빠져들기 쉽습니다. 일단 상대방이 적인지 아닌지를 파악해야 하니까요. 상대방의 정체가 모호할 경우에는 적으로 상정하는 게 더 안전하니, 대개의 사람은 그렇게 마음먹습니다. 

김종배 : 위협 상황에서 벗어나 안전한 상황을 확보하려는 노력 자체가 감정이라는 거죠?

권혜경 : 노력 가운데 하나죠. 희로애락이 다 감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주로 분노 조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요. 주의해야 할 게 있어요. 감정 조절이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은 억압하고, 늘 긍정적 생각만 하도록 하자는 게 아니에요. 슬프고, 기쁘고, 화나고, 부끄러운 모든 감정을 잘 느끼되, 특정 감정에 압도되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참을 만하게 슬프고, 참을 만하게 화내라는 겁니다. 

강양구 : 감정 과잉, 감정 결핍이 아닌 중용을 유지하는 게 바로 감정 조절이죠. 그런데 이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감정 조절에 실패함으로써 여러 문제가 생긴다는 거군요.

김종배 : 책을 보면, 우리가 위협에 대처하며 크게 싸우기, 도망가기, 얼어붙기의 세 가지 패턴의 방어 기제를 작동한다는 설명이 나와요. 싸운다는 건 위협에 맞선다는 거겠죠?

권혜경 : 그렇죠. 일단 위협이 닥치면 가장 먼저 작동하는 방어 기제가 싸움이죠. 그런데 상대방이 너무 강하다면 도망가기를 선택하죠. 싸우지도, 도망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얼어붙고요. 

강양구 : 심각한 위협이 닥칠 때, 우리가 얼어붙어서 더 큰 위기에 내몰리기도 합니다. 교통사고가 그렇죠. 문만 열고 나가면 화마를 피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죽는 경우가 있어요.

권혜경 :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방어 기제는 특정 사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작동합니다. 

어릴 때부터 어떤 방어 기제를 써 왔느냐가 우리 머리에 저장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항상 야단치는 무서운 분이었어요. 아이가 야단치는 아버지에게서 도망가기가 쉽지 않죠. 그 경우 아이는 얼어붙는 방어 기제를 습득하죠. 이런 사람은 커서도 위협 상황이 닥치면 싸우거나 도망가기를 잘 쓰지 못합니다. 늘 얼어붙어버리죠. 

건강한 사람이라면 상황에 따라 세 가지 방어 기제가 잘 작동합니다. 맞서야 할 때 맞서고, 도망쳐야 할 때 도망치고, 가만히 있는 게 도움이 될 때 가만히 있어요. 얼어붙기는 완전히 죽을 만큼 위협적인 상황이 닥칠 때, 우리의 시스템이 '셧 다운' 되는 겁니다. 어릴 때 지속적으로 위협에 노출되었던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얼어붙는 경우가 많아요. 

▲ 세월호 참사는 사람들 가슴 깊숙한 곳에 상처를 남겼다. 이 상처를 무시할 때, 트라우마는 회복하지 못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화병, 냄비 근성은 집단 트라우마 증세 

강양구 : 한국인 특유의 감정 조절 실패 사례를 얘기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한국인이 앓는 병으로 화병이 있습니다. 한국 여성이 앓는 우울증의 한 증상으로 정신 질환 명칭으로 아예 등록된 병입니다. 또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한국인 특유의 성격으로 냄비 근성을 이야기하는 분도 많습니다. 

김종배 : 화병, 냄비 근성, 또 한(恨)도 있죠. 우선 화병부터 이야기해 보죠. 화병이 우울증의 일종이라고요? 

권혜경 : 화병은 특히 한국 중년 여성에게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입니다. 이 병은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증세가 약간 다릅니다. 

화병을 자세히 보면 분노와 무기력감이 동시에 나타납니다. 보통 분노가 일어나면 행동이 따라오는데, 화병 환자는 그렇지 않아요.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상태죠. 속으로는 울화통이 터지지만, 겉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죠. 이렇게 되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진합니다. 

김종배 : 이건 한의 정서와도 연결되는 것 같은데요. 

권혜경 : 한의 정서는 슬픔이죠. 슬픔인데,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뭔가 행동을 하기 보다는 슬픔을 참거나, 슬픔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상태죠. 

강양구 : 화병이 분노하면서도 무기력감을 느끼는 것처럼, 한은 슬프지만 체념한다는 것에서 공통된 정서가 있네요. 

권혜경 : 네. 둘 모두 아픈 상태지만, 그 아픔을 당연시하는 대응 자세죠.

강양구 : 반면 냄비 근성은 아주 적극적으로 성격을 표출하는 행위잖아요?

김종배 : 그 대목은 아예 책의 해당 부분을 읽어드릴게요.

"상처가 조금만 건드려져도 이전에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기에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고, 더 많이 아프지만 노력해도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음을 경험으로 알기에 빨리 정신 차리고 생업에 집중하는, 따라서 변화를 위한 노력에 절망하고 무감각해지는 현상이다."

냄비 근성을 이렇게 규정하셨어요. 

강양구 : 놀라운 분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밑줄 두 번 긋고 읽었습니다.

김종배 : 권 박사께서는 화병, 한, 냄비 근성을 역사적, 사회적 경험으로 인해 한국 사람이 겪은 집단 트라우마의 결과로 나타나는 보편적 정서로 보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분단, 한국 전쟁, 또 군부 독재의 경험이 바로 이런 트라우마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죠?

권혜경 : 제가 이런 문제에 관심 가진 이유가 트라우마를 공부하면서부터입니다. 트라우마에 관한 연구를 둘러싼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부분 유대인입니다. 중요한 연구 문헌의 저자, 교수(교사), 학생 등이 모두 유대인입니다. 트라우마를 공부하면서 유대인 동료에게 부러움을 표한 적도 여러 번 있어요. '너희는 전 세계 사람이 너희 아픔을 알고, 이를 증언하게 만들었구나.' 이렇게요. 

한국인의 아픔은 어떻습니까? 아무도 모릅니다. 외국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이런 아픔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죠. 분단의 아픔, 전쟁의 아픔, 독재 치하의 아픔을 드러내려고 하면 곧바로 (빨갱이라는 식의) 색깔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그 결과 피해자는 대중으로부터 고립되고 말았죠. 

유대인은 피해자가 미처 해소하지 못하는 아픔을 사회가 함께 짊어지도록 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런 노력이 부족했죠. 

피해자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강양구 :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트라우마 치유 작업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나요?

권혜경 : 우선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있는 그대로 증언하도록 사회가 배려야 줘야 해요. 제가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전후 사정은 모릅니다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피해자 가족이 가장 크게 분노한 이유가 자신의 경험, 자신의 증언이 매체를 통해서 그대로 외부인에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하게 하고, 울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울도록 해야 합니다. 절대로 "하지 마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그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려는 노력이 사회적 차원에서 필요합니다. 

강양구 : 유대인 사례와 한국 사례가 비교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대인 사례의 경우, 수용소에서 그들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증언하는 작업부터 광범위하게 이어졌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현대사의 상처를 겪은 이들의 증언을 듣지 않으려 했죠. 대신 '우리는 고난을 극복한 국가'라는 식으로 모두 묻고 넘어가려고만 했던 것 같습니다.

김종배 : 사회가 강제로 상처 입은 사람의 입을 틀어막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무력감을 느끼는 일이 반복되었고, 결국 그 상처가 일종의 집단 정서가 되어버렸다고 봐야겠군요.

권혜경 : 네. 그나마 세월호 참사의 경우 소셜 미디어가 발달했으니 많은 사람이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일어난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의 사례는 철저히 대중과 분리되었고, 오랫동안 광주 시민이 고스란히 상처를 떠안고 살아야만 했죠. 그러면서 그들이 감당해야 할 트라우마가 엄청났죠.  

김종배 : 세월호의 경우도 참사 직후 거의 모든 국민이 공분하고 슬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그만해라'고 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권혜경 : 그만할지 여부는 피해자가 결정하는 겁니다. 외부인이 할 이야기가 아니죠.

▲ '저들의 일'은 언제고 나의 일이 될 수 있다. 성주군민의 싸움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성주군민뿐이다. ⓒ프레시안(최형락)


교육하고, 관심 가져라 

강양구 :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개인의 아픔이 이처럼 사회적 문제로 연결되는 고리를 정확히 짚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체념이 쌓이면서 변화할 사회적 동력 자체가 소진되어 간다고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 이야기는 그만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일종의 냄비 근성일 텐데, 이 역시 무력감에서 나타나는 정서겠네요. 어차피 안 된다. 이런 식의…. 

김종배 : 이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요? 

권혜경 : 교육과 사랑, 즉 관심입니다. 왜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느냐를 알려줘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피해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사회도 더 건강해진다는 걸 알려야죠. 나치 치하 시인이었던 마르틴 니묄러의 유명한 시가 있습니다. '그들이 처음 왔을 때'라는 시를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처음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가 아니었기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유대인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내게 왔을 때, 
그때는 더 이상 나를 위해 
말해줄 이가 아무도 없었다. 

똑같습니다. 정치적 지형으로는 보수적인 성주군민이 지금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십니다. 그분들이 자신들이 피해자가 되리라고 꿈에나 생각했겠어요? 하지만 이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나도 이런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김종배 : 사드 국면에서 가장 놀랐던 게, 성주군민의 초기 불만 가운데 하나가 언론이었습니다. 왜 우리 목소리를 왜곡해서 전달하느냐는 거였죠.  

강양구 : 세월호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죠. 한국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매우 비슷한 것 같습니다. 

김종배 : 실제로 성주군민 가운데 한 분이 '이제야 세월호 유족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언론에 얘기하기도 하셨습니다. 

트라우마는 내리물림 된다 

강양구 : 트라우마가 세대 사이에 대물림되는 메커니즘을 책에서 설명하신 부분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권혜경 : '세대 간의 저주'라는 말도 있죠. 제대로 된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서는 삼대를 치료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제대로 된 변화를 위해서는 100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한국 환자를 치료할 때의 경험이 영화 <국제시장>을 보며 받은 인상과 매우 비슷했습니다. 

▲ "잘못한 사람이 진실하게 사과하고, 이를 다시 회복하려는 노력은 아주 중요합니다." ⓒ프레시안(최형락)

한 내담자 사례입니다. 내담자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상당히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저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였죠. 내담자가 다섯 살 때 한국 전쟁이 터져 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이후 어린 나이에 내담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됐죠. 역시 도덕관념이고 뭐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베트남 전쟁에도 참전했죠. 이후 미군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오셨습니다. 미국에서도 힘들게 살았죠. 오직 돈을 모으는 걸 목표로 힘든 삶을 버텼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는 한 번도 보호받는다는 경험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그러니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을 무척 사랑함에도, 어떻게 사랑을 줘야 할지 몰랐습니다. 계속해서 아이를 비난하기만 했죠. 왜 너는 먹을 게 풍부하고, 내가 학교도 보내주는데도 불만이냐고. 아이가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극심한 분노를 표출했죠. '너는 배가 불렀다'는 식으로요. 

그러다 보니, 아들이 심각하게 우울증과 불안 증세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예전 세대가 정신 질환을 잘 모르잖아요. 아들이 이러니 '꾀병 부린다'며 더 강하게 윽박질렀죠.

아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동 복지가 잘 된 미국에서 평생을 자랐으니, 주위 친구와 늘 비교가 되는 겁니다. 나의 가정과 친구의 가정이 너무 다른 거예요. 이 격차에서 아들은 아버지를 일깨우기 위한 효과적인 나름의 방법을 찾았어요. 어떻게? 자기 삶을 파괴하는 식으로요. 내 삶을 파괴하면 아버지가 손가락질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물론 의식적인 건 아니고, 무의식적인 선택이었지만요.  

김종배 : 개인의 삶이 결국 역사와 사회의 씨줄과 날줄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니, 영향을 자연히 받겠죠. 문제는 이런 경험이 대물림되는 과정에서 악영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거군요.

우리가 처음 명절 때 가족 간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다투다 결국 벽을 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결국은 원초적 경험이 다른 데서 이런 문제가 오는 거겠죠.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남북한 군사력을 비교하면 누가 봐도 상대가 안 되는데, 어르신은 절대 믿지 않는다고. 왜? 한국 전쟁을 겪은 분에게 가장 무서운 건 탱크인데, 일단 북한에 탱크가 많으니…. (웃음)

권혜경 : 일단 감정이 자극되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정치 기술에도 공포 정치라는 게 있습니다. 사회가 공포를 가하면, 개인은 생각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뇌는 감정이라는 필터를 거쳐 사실을 받아들이고 판단하는데, 위협을 받으면 (판단하는 영역인) 인간의 뇌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오직 생존을 위한 파충류 뇌만 작동하게 되죠.

김종배 : 똑같은 뉴스를 두고도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고요. 

권혜경 : 네. 정치인 가운데도 보수적 정치인은 보통 감정을 선동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죠. 반면 진보적 정치는 논리를 펴는데 집중하고요. 그런데, 사실을 논리적으로 아무리 얘기해봤자 대중에겐 먹히지 않습니다. 

김종배 : 이명박 정부 시절 자주 나온 이야기인데, 자수성가한 사람과는 함께 일하지 마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모든 일에서 자기중심적이고, 내가 옳다는 신념이 너무 강하다는 거죠.

권혜경 : 임상적으로 보면, 이 역시 상처입니다. 내가 고생해서 성공하는 동안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경험을 이런 분들이 갖고 계시죠.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진실한 사과의 위력 

강양구 : 앞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교육과 사랑이라고 하셨습니다. 가해자의 책임 묻기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권혜경 : 필요합니다. 잘못한 사람이 진실하게 사과하고, 이를 다시 회복하려는 노력은 아주 중요합니다. 

김종배 : 우리가 뉴스에서 가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나는 딴 것 바라지 않으니, 영혼이 담긴 사과 한 마디만 해라"고 외치는 장면을 봅니다. 이게 정말 그런가요?

권혜경 : 네. 절실한 요구입니다. 책에 의료 사고 피해자 사례를 담았습니다. 아주 간단한 수술이었는데, 의사의 실수로 인해 죽을 뻔한 피해자가 있어요. 이 분이 의사를 만나려 했는데, 의사는 피해자를 만나주지도 않고, 관련 기록도 숨기려 했죠. 이에 너무 분노한 피해자가 소송까지 가서 이기셨어요. 이 분이 늘 하시던 말씀이 "와서 미안하다고 한 마디만 해 달라"는 거였습니다. 사고는 일어날 수 있거든요. 의사가 고의로 그러지 않은 건 이분도 당연히 아십니다. 

강양구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도 진심어린 사과를 못 받았기에 더 큰 상처를 입으셨죠. 옥시와 같은 기업이 계속 '돈을 얼마 주겠다'는 식으로만 접근하는데 크게 분노하시더군요. 그런데, 이런 장면을 보고 많은 사람은 '돈 받을 만큼 받았으면 됐지, 뭘 더 달라는 거냐'는 식으로 생각들 하시더라고요. 

권혜경 : 제3자로서 자기는 나름대로 이성적으로 생각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죠. 감정의 메커니즘을 모르는 거죠. 상대방의 감정만 제대로 알아준다면, 사회적 기회비용도 크게 줄어듭니다. 진실한 사과 한 마디만 해결될 일이, 법적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빈번하니까요.

잘 후회하면 분노를 다스릴 수 있다 

김종배 : 여기서부터 서평단 질문을 잠시 받겠습니다. 

서평자 : 우리가 방어 기제로서 싸우기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싸우다가 실패하는 결과가 두려워서 피하곤 하잖아요. 세월호 집회 현장에 싸우러 나갈 수 있지만, 그 과정이 너무 불편하고, 결과도 두렵거든요. 

권혜경 :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할 겁니다. 싸우려고 했는데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도망가기를 선택합니다. 싸우기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뭐냐? 안전하면 싸우게 됩니다. 싸우는 게 안전하다는 걸 알게 되면, 우리는 분노할 때 마땅히 분노를 표출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를 사회가 인위적으로 막으면, 오히려 내부적으로 점점 불만이 커지죠.

그럼, 보다 안전하게 싸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연대죠. 여럿이 모이면 싸움이 더 쉬워지죠. 

서평단 :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개인 차원의 방법이 있을까요?

권혜경 : 내가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했던 상황을 다시 한 번 복기해보는 게 좋습니다. 그때 내가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았을까 상상하는 게 치유에 도움 됩니다. 우리 뇌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과, 상상의 일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분노를 많이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럼 나중에 비슷한 일이 닥쳤을 때 감정 조절하는 게 쉬워지죠.

우선 감정 조절을 잘 하기 위해 내가 어떤 방어 기제를 자주 쓰느냐를 알아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화를 버럭 내실 테고, 또 어떤 분은 뭔가 때리거나 마구 달리시는 등의 행동을 취하십니다. 이런 분은 화가 나면 특정 행동을 하도록 교감 신경(액셀러레이터)이 발달하신 거예요. 

그런데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브레이크)이 균형을 갖춰주는 게 우리에게 좋거든요. 따라서 활동적인 분은 부교감 신경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죠. 심호흡이나 명상으로 감정 조절을 하는 훈련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일상에서 생각나실 때마다 심호흡 훈련을 하시면 몸이 기억해서, 화날 때도 적절히 반응하게 됩니다. 

▲ <감정 조절>(권혜경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을유문화사

반대로 화날 때 잠을 자거나, 일단 문제를 회피하려는 분이 계시죠. 이분들은 습관적으로 화나면 부교감 신경이 작동하는 경우예요. 이런 분은 교감 신경을 활성화하도록 달리기 같은 운동에 습관을 들이시는 게 좋습니다.

강양구 : 살다 보면,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많은 갈등을 일으키는 이들이 부부 사이잖아요. 책에 보면 부부 관계를 위한 부분도 있더군요. 원만한 부부관계를 위한 팁을 주신다면요? 

권혜경 : 상대방의 유형을 이해하면 원만한 관계를 꾸려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대체로 아내는 집착형이고, 남편은 회피형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남편은 집착형이 원하는 걸 주면 됩니다.

보통 부부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이 원하는 걸 주지 않고, 내가 원하는 걸 주고는 '나는 상대에게 이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데서 발생합니다. 그러니까 선물은 늘 오가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선물을 받지 않았죠.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는 게 중요합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