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드로 지옥문을 열었다
[정욱식 칼럼] 기습적이고 불투명하고 국민 우롱한 결정
남남 갈등, 남북 갈등, 동북아 갈등 등 세 차원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국은 그야말로 '헬조선'의 문턱에 서게 됐다.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또다시 고조되고 중국의 경제 보복론까지 가세하면서 경제적 피해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미 당국 발표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기습적'이다. 양국 정부는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주말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둘째, 이보다 더 '불투명 할' 수가 없다. 최소한의 정보 공개와 공론화의 과정도 없었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는 프랭크 로즈 국무부 차관의 방한이 사드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보면 그의 일본-한국-중국 순방은 사드 공식 발표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 가서 '공조'를 다짐받고 한국에선 '최종 결정'을 내렸으며 중국에 가서 이를 '통보'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사드' 美 고위 관료, 사흘간의 비밀 행적)
셋째, 정부는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는 사드 배치 후보지를 수시로 언론에 흘리면서 여론을 떠보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면 "정해진 바가 없다"고 해놓고선 사드 배치를 공식 결정했다. 과연 가장 중요한 부지 선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드 배치를 결정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넷째, 너무나도 '무책임'하다. 책임 있는 정책 결정자라면 그 결정이 국민 생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숙고를 거듭하고 소통을 강화해야 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 그 결과 사드 배치 결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말 것이다.
사드 배치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경제적 불확실성과 안보 불안이 고착화되면서 국민 생활 전반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이다. 책임성을 상실한 권력 집단과 대표성을 억압받은 국민들 사이의 불일치가 커지면서 헬조선이 기우가 아니라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주한 미군의 사드(THAAD)를 남한 내 배치하는 것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이러한 정책 결정 과정뿐만 아니라 사드 배치 자체에도 중대한 문제들이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 오히려 북한의 핵미사일 증강을 부채질해 군비 경쟁과 안보 딜레마를 격화시킬 우려가 크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는 한국을 '지정학의 감옥'으로 인도하는 길이 될 것이다.
특히 중국은 한미 양국의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 다양한 압력과 보복 수단을 동원할 공산이 크다. 한중 간의 외교관계뿐만 경제 관계까지 위기에 처할 것이며, 그래도 번복되지 않으면 중국의 군사적 위협까지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를 튼튼히 해주는 미국의 '선물'이 아니라 한국의 국익을 총체적으로 위협하는 '트로이의 목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는 즉각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고 원점에서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펜타곤과 록히드마틴이 준 자료만 보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순 없지 않은가?
사드, 한국 아닌 미국 본토 방어가 목적!
[서리풀 논평] 사드 : '제국'의 포로가 된 '민중'의 삶과 건강
우리 연구소가 주업으로 삼고 있는 건강 문제는 부차적이다. 강력한 전자파가 주변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하니, 보건 이슈가 포함되어 있고 그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어느 특정 영역에 속한 것이 아니라 이 땅 모든 사람의 삶을 전면적으로 위협하는 '보편'의 문제다.
그리하여 우선 강력하게 요구한다. 모든 문제를 민주적으로, 그리고 투명하게 결정하라. 안보와 군사 기밀이 어떻다는 말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용어와 개념으로, 숨기고 얼버무리지 말라. '민주공화국'이 헌정의 기본 원리라면, 나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가 아닌가.
어느 지역에 배치하는 것이 알맞다고, 주민에게 묻는 정도가 아니다. 텔레비전의 사이비 토론은 더구나 아니다. 북한의 군사 위협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국제 관계에 이르기까지, 이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이 알고, 생각하며, 토론한 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드 또한 더 많고 깊은 민주주의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아니, 이런 중요한 일일수록 더욱 민주적이어야 한다.
민주적으로 토론하자고 요구했지만, 어떻게 토론하든 우리는 사드 배치가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를 것으로 확신한다. 한 가지 명확한 기준, 적어도 한반도의 평화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안위와는 무관한 것이 분명하다.
국방부의 설명부터 앞뒤가 맞지 않으니, 사드의 유용성 시비는 (논란거리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풀려진 것이다. 우선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는 이유를 아무리 뜯어봐도 이해할 수 없다. 칠곡에 배치하면 수도권은 제외되고, 수도권에 배치하면 북한의 공격에 무력하다? '고각도'니 'SLBM'이니 온갖 어려운 말을 동원하지만, 어디를 어떻게 방어하겠다는 데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북한이 1000기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단거리 미사일은 아예 방어 대상도 아니라니(단거리 미사일은 사드가 작동하는 40킬로미터 이상 상공으로는 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가 막힌다. 제2의 이승만도 아니고, 수도권 방어는 어디로 갔는가? 국방부의 공식 블로그는 이런 비판에 어떤 답도 하지 않는다. (☞관련 자료 : [주한 미군 사드 배치 Q&A] 주한 미군 사드 배치가 왜 필요한가)
결국, 사드의 뛰어나다는 능력(?)을 다 인정하고 '방어용'이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하더라도 목적 또는 목적 대상을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무엇을 방어하고 누구를 지키려는 것인가? 한반도의 99% '민중'(어떤 교육부 고위 관리는 개, 돼지라고 했다지만)인가, 주한 미군인가, 그도 아니면 미국 본토와 그 주민인가?
지금으로써는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오로지 미국 본토용이라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관련 기사 : 기괴한 사드 한국 배치 논의, 왜?) 사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할 때, 그 대상은 한반도와 한국민이 아니라 미국과 미국민인 셈이다.
여기에 이르면, (특히 한국에게) 미국은 '제국'이라는 말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말로 고상하게 표현해도, '일극 체제'라고 무미건조하게 나타내도, '중심'으로서의 미국은 마찬가지다. 작고 약한 나라를 침략한다는 의미가 강한 제국주의라는 말조차, '주의'를 떼어놓으니 오히려 '제국'의 힘과 범위가 축소되는 느낌이다.
제국은 그 본질로 전면적이며, 따라서 사드 배치를 관철하는 제국의 힘은 단지 군사에 그치지 않는다. 언뜻 보면 가장 비정치적이고 비군사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보건에서도 제국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정도니. 우리는 최근 몇 년간, 특히 에볼라 유행 이후 더욱 관심이 커진 '국제 보건 안보(Global Health Security)'를 주목한다.
바로 미국이 국제 보건 안보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고 2014년에는 50개 나라 이상을 모아 '국제 보건 안보 어젠다'라는 것을 만들었다. (☞바로 가기 : Global Health Security Agenda) 한국도 (당연히) 회원 국가다. 멀쩡하게 움직이는 세계보건기구(WHO)나 유엔(UN)이 아니라 미국이 직접 나섰다는 것, 그리고 9.11 테러가 직접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심상치 않다.
배경 설명은 그럴싸하다. 에볼라와 메르스, 지카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감염병, 또는 항생제 저항 문제에 여러 나라의 협력과 공조가 필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과학과 기술의 측면에서 미국이 지도적 역할을 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데, 이것을 '안보'로 접근한다! 그것도(또는 그러므로) 세계보건기구나 유엔이 아닌 미국이 주도해서.
미국 보건부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국제 보건 안보 어젠다'의 설명문, 그 첫 문장은 의미심장하다.
"지금 국제 보건 안보는 미국과 미국 국민의 웰빙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관련 자료 : Global Health Security Agenda)
9.11 테러가 직접 계기가 된 것도 그렇지만, 인류의 건강과 공동 번영이 아니라 자국(민)의 이해관계 때문에 국제 보건 안보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해석해야 한다.

'제국'으로 연결해 함께 생각하면, 사드 배치와 국제 보건 안보의 공통점 몇 가지가 스스로 드러난다.
첫째, 제국의 개입은 국가적이고 체제적이다. 사드가 군사, 안보용이라고 하지만, 군수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또한 경제와 국내 정치에도 걸쳐 있다. (☞관련 기사 : '사드' 한반도 배치 꿈틀꿈틀…미 군수 업체에겐 '황금알') 이와 마찬가지로, 국제 보건 안보도 한두 분야나 부처를 넘는다. 미국 보건부가 작성한 <2015~2018년 국가 보건 안보 전략과 실행 계획>을 보자.
"국제 보건 안보 어젠다에 속한 질병통제국, 국무부, 국방부는 다른 정부 부처나 국가와 협력하여 응급센터 설치, 정보 체계 구축, 실험실 역량 강화, 생물학적 대처 능력 향상 등을 수행한다." (☞관련 자료 : [National Health Security Strategy and Implementation Plan : 2015-2018], 30쪽)
두 번째 특징은 철저하게 이해관계에 봉사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공정하고 균형 잡힌 것이 아니라 기울어진 권력관계에 종속된다. 미국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사드 배치는 이미 말했으니, 한국의 평화 체제는 두 번째 관심사일 것이다.
국제 보건도 마찬가지다. 제국 중심부가 일차 관심이라면, 인도주의 관점에서 다른 나라의 건강과 보건 문제를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어떤 나라에서 에볼라 같은 감염병이 유행해도 관심은 그 나라 밖으로 나오지 않고 '우리' (미국)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본질이 이런 것이면, 국제 보건 안보는 인도주의적 협력과 도움보다는 자칫 긴장과 갈등의 원천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관련 자료 : Hidden Dangers : The Implications of the Global Health Security Agenda). 제국주의적이 된다면, 또는 군사와 공격을 포함되면 더 말할 것도 없다(안보에서 '방어용'이라는 말은 얼마나 위선적인가).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제국의 질서가 초래하는 결과가 파괴적이다. 제국에 종속되는 한 '주변부'의 불행은 분명하다. 작은 나라, 약소국의 자존심이나 자결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운명적으로 그런 국민국가에 속한 보통 사람들이 겪어야 할 '현실'의 고통은 제국의 이해관계 바깥에 있다.
칠곡의 사드 부대나 평택의 탄저균 실험실 사고가 워싱턴에 위해를 줄 까닭이 없다. 전쟁의 위협, 전자파의 피해, 탄저균 사고에 의한 감염병 유행, 또는 중국발 경제 피해, 그 무엇이든 피해는 주변부와 변경에 속한다. 그것도 1%는 어떻게든 면제되고 그저 평범한 99%로 집중될 것이 뻔하다.
일이 이런 지경인데도, 아직 무슨 방법이 남았을까. 우선, 비관과 냉소를 이겨야 할 것 같다.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지만, 불가역이 아니다. 힘이 모든 것을 말하는 냉엄한 국제 관계를 고려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압도적인 '제국'조차 수많은 틈을 가지고 있는 것도 기회다.
또 전쟁 중에도 협상을 계속하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강대국도 모든 것을 관철할 수 없는 것, 그것이 국제 정치의 본질이 아닌가. 북한과 미국이 대화 창구를 닫지 않는 것, 또는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과 러시아가 힘을 겨루겠다고 나서는 것, 그 모두가 어떤 경우에도 낙관적이어야 할 근거다. 더구나 (말뿐이라 하더라도) 평화와 공존, 자결이 그나마 모든 국가가 동의하는 국제 질서의 규범이라면.
스스로 제국의 주변부 처지를 굳힐 이유가 없으니, 그 모든 것의 이유가 되는 것은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 관계다. 사드 배치가 아니라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더 급박하고 중요하다.
"사드 결정, 국방부 아닌 청와대에서 내렸다"
김종대 "美 MD 편입으로 가는 수순…사드 결정 철회해야"
김 의원은 8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사드 배치 발표 전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국회에서 만나 '사흘 전 대정부 질문 때는 결정된 바 없다더니 얘기가 다르다'고 강력히 항의했는데, 한 장관이 '국방부 결정이 아니고 어제(7일) NSC 상임위를 열어 거기서 긴급히 결정됐다'고 저에게 털어놨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방부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원래 국방부 입장은 그것(대정부 질문에서 한 답변)이 맞는데 청와대가 NSC를 열어 국방부에 압력을 가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 차원에서 직접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김 의원은 "국방부조차도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에 따라가기 급급할 정도"라며 "청와대 차원에서의 전격적 결정에서 이번 발표가 나왔다는 게 확실시된다"라고도 했다.
그는 "청와대 안보실과 주한 미군이 국방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접촉하는 대화 통로에 의해 결정을 하면, 국방부는 사후 수습하고 처리하기 바쁘다"며 "전문가와 전문 기관의 폭넓은 공론에 의해 진행되는 게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미국가 '직거래'를 하는 위험한 논의 구조"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사드 배치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제에 편입되는 첫 걸음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사드는 한-미-일 3국의 미사일 방어 자산을 통합하는 접착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다음 수순이 예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드로 배치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미-일 3국 간의 관계가 바뀔 것"이라며 "3국 간 공동 군사 작전을 할 수 있는 '동북아 미사일 방어 사령부' 같은 게 갖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방부가 '한-미-일 군사 정보 공유 양해 각서(MOU)'가 사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 '관계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사드에 이어 이지스함에 탑재할 요격 미사일을 도입한다면 그 역시 MD 체제로 가는 단계적 수순일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지금 국방부는 '사드가 들어와도 한미 간 미사일 방어를 위한 공동 사령관(지휘 체제)이 없으니 MD가 아니다'라고 하지만, 이번에 사드를 들여오면서 '운용 절차는 추후 논의한다'고 했으니 나중에 가서는 생길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앞서 한 기자회견에서도 "사드는 장차 미국의 동북아판 MD를 구축하는 교두보로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와 한반도가 동북아 분쟁의 열점이 될 가능성을 급격히 증대시킨다"며 "미국은 이미 사드 배치를 통해 한-미-일 미사일 방어 자산을 통합 운용하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혀 왔고, 지금의 사드 배치가 다음 정부에서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 공동 작전 체계로 이어져 중국·러시아와 전략적 충돌을 불사하게 되는 지정학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회견에서 "사드 배치는 국민과 국회를 기만하고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졸속적 결정"이라며 "정의당은 사드 배치 결정 전면 재검토와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7월 임시국회를 조속히 소집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북한의 핵무장 동기 자체를 제거하는 외교적 노력이 더 시급하다"며 "문제는 사드가 아니라 주변 우방국과 함께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노력과 의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과거 노무현 정부 청와대 NSC 행정관 출신으로, 군사 전문지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용을 요약하고 재정리한 것이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자료 사진). ⓒ프레시안(최형락)
- 사드가 한반도 전구(戰區)에서 군사적 효용성이 있나?
"미사일을 고각(高角)으로 발사해서 노동이나 무수단 미사일로 한국을 타격한다? 그렇게 수직으로 쏴서 수직으로 떨어지면 미사일이 아니라 박격포다. 그런 황당한 가정에 입각해서 사드 효용을 억지로 갖다 붙이나. 그런 면에서 사드가 효용이 아주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무기는 없으니. 전쟁 때면 돌 하나, 막대기 하나도 쓸모가 있다. 그러니 어떤 식의 효용이든 있기야 하겠지만, 비합리적 가정을 전제로 주장한다면 그건 군사 정책이 아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미사일을 박격포처럼 수직으로 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부분은 국방부도 인정하고 있는 게 밝혀졌다. 언론이 이상한 가정을 유포시키는 것 같다, 그런 불세출의 천재나 가능한 군사 교범을 새로 창안해 낸 것은 저는 정말 탄복을 금할 수 없다." (냉소)
- 사드 도입이 청와대와 미국의 '직거래'라면, 이 거래에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최근 미국 관리들의 잦은 방한이 있었다. 행선지를 보면 한-중-일을 넘나든다. 미국으로부터 '한국이 갖고 있는 중국의 압박에 대한 두려움을 우리가 대신 관리해 주겠다'는 메시지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미국 말 믿고 일단 일을 저지른 것 같다. 철저히 미국 쪽 정보에 의존해 판단했다는 게 첫 번째 (문제이고), 두 번째는 북핵과 미사일 공포에 정권 핵심부가 포로가 돼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 공격 태세는 아직 완성이 안 돼 있다. 아직 언제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지 모르고, 이제 겨우 재진입 시험 중인 단계다. 그러면 방어 태세는 저쪽의 공격 태세가 준비되는 것을 보고 해도 안 늦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핵미사일로 한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임박한 파국에 대한 공포의 노예가 돼 있다. 사드 같은 문제는 사실 3~4년 후 검토해도 충분하다. 저쪽의 핵 무장 속도를 보고 우리 방어를 설계하는 게 더 합리적이고 신중하고 올바르다. 공격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전에 방어 체계 갖춘다? 이건 감정적인 것이지 군사적 합리성으로 해석할 수 없다. 북한 군사 교리를 연구해서 공격 의도를 파악해서 대응 체계를 짜도 되는데, (대기권) 재진입 단계에 있는 것에 맞춰 방어 체계를 깔겠다는 것은 무모하고 비합리적이다."
- 사드 도입이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MD 체제와 연동되는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다음 수순이 예정돼 있다고 본다. 사드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 자산을 통합하는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 무수히 자기 입으로 얘기하는데, 우리 정부만 모른다고 한다. 사드가 있고, 이지스함이 있고,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있고, 군사 위성이 있다. 이것을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것이 MD의 본질이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사드로 끝나는 게 아니라, 3국 간의 관계가 바뀌는 것이다. 3국 간 공동 군사 작전을 할 수 있는 동북아 미사일 방어 사령부가 갖춰질 것으로 저는 본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주한 미군 사령관이 요격할지, 주일 미군 사령관이 할지, 미 7공군 사령관이 할지 회의를 해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4~5분 내에 끝내야 한다. 따로 의사 결정 과정이 없이 즉각 대응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미리 공동 작전 수행 체제가 하나의 지휘 체제로 통합돼 있어야 한다. 그러면 이번 정부에서 사드를 배치하고, 다음 정부에서 한-미-일 공동 사령부, '원-커맨드 시스템'까지 나아갈 수 있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그대로 가게 돼 있는 거다."
- 한-미-일 군사 정보 공유 양해 각서(MOU)도 사드와 연관돼 있다고 보는지?
"그 부분도 국방부가 사드가 MOU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 '관계 있다'고 했다."
- 이후에 SM-3나 추가적인, 엠디 체계로 심화될거다?
"사드가 도입이 결정되니 벌써 그 얘기가 나온다. 우리 해군 이지스함에는 지금 (탄도 미사일) 요격 미사일이 없다. 그럼 마냥 비워놓겠느냐. SM-2 블록Ⅳ, 또는 SM-3. 또는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SM-6 등이 물망에 오르게 될 것이다. 일본의 이지스함 8척이 MD에 들어오고, 한일 간 준 군사 동맹 체제, 통합 체제로 가는 게 목표이지 사드 하나가 문제가 아니다. 이건 시작이고 첫 걸음에 불과하다."
- 사드가 MD라는 것에 대해 국방부는 부인하고 있다.
"국방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게 MD려면 한미 간 미사일 방어를 위한 공동 사령관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없다. 그래서 MD가 아니다'라는 것인데, 함정이 있다. 사드를 들여오고 운용 절차는 그때 가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럼 그때 가서는 (공동 지휘 체계가)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사드가 MD이냐 아니냐 하지만, 지금 순간에서는 MD가 아니죠. 공동 작전 시스템이 없으니. 하지만 추후 협의할 운용 절차에서 공동 작전 체제로 통합되면 누구도 부인할수 없는 미국의 MD다."
-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 반발이 심각한 수준일까?
"중국은 이미 김장수 대사를 초치했다. 어제 이미 성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준비된 수순대로 가리라 본다. 사실 중국보다 러시아가 더 걱정이다. 중국은 추상적으로 표현하지만, 러시아는 구체적, 공세적이다. 유럽에서 비슷한 문제가 있었을 때 러시아는 '핵미사일로 타격하겠다'는 식으로 직접 얘기하가도 했다. (미하일 바닌 주덴마크 러시아 대사는 지난해 3월 "덴마크가 나토의 MD 체계에 동참한다면 덴마크 전함들은 러시아 핵미사일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다."
- 한민구 장관 접견에서, 배치 지역 이야기는 없었나?
"기자들이 제일 관심 많은 게 부지가 어디냐, 언제 결정되냐 두 가지 같은데, 어느 특정 지역이란 것은 확인된 바 없다. 이달 중 결정된다는 보도도 확인된 바 없다. 실제 사드 배치는 목표 시점이 내년 말이라는 원래 계획에서 변함이 없다고 한다. 부지는 단수 후보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1안, 2안, 3안을 놓고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하나 놓고 검토하고, (그 곳이) 아니면 바꿀 수 있는 형태로 검토가 진행되는 것으로 한다. 부지는 최종 단계에서 밝혀질 것으로 예상한다."
- 야권에서 공동 대응할 계획은 있나? 더불어민주당은 '도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지난번 더민주 원내대표와 한 의원이 사드를 강한 어조로 반대했는데 하루 만에 그게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국민의당은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한 것은 맞지만 국방위 소집에는 결단을 못 내리고 머뭇거리고 있다. 정의당은 사드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해왔기 때문에, 야권이 공조할 수 있다면 언제든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중-러 설득? 미션 임파서블!
[정욱식 칼럼] 사드 배치 결정은 '자해 조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 결정으로 초래될 위기와 불안이 결코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있다. 우리가 숱한 위기를 겪어왔다고 하지만, 이번 위기는 질적으로 다른 속성이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먼저 한국의 적대국이 1개국에서 3개국으로 늘어날 위기에 처했다. 현존 위협이라는 북한과의 적대성은 더욱 강해지고 냉전 시대의 적대국이었다가 우호 협력 관계로 바뀐 중국과 러시아와는 거의 30년 만에 다시 적대 관계로 돌아설 위기에 처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결정에 대해 외교적 항의는 물론이고 군사적 대응까지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더구나 북핵을 상대하겠다는 사드의 방어적 실효성은 거의 없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더 크다. 최소한 한국에게는 이렇다. 또한 세계 2, 3위의 군사 대국인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 회복도 특단의 조치, 즉 사드 배치 발표 철회가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사드로 북핵이라는 혹을 떼려다 그 혹은 더 커지고 이보다 더 큰 혹을 여러 개 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가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실은 "가장 치명적인 자해 조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9일(현지 시각)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왕이 부장의 사드 배치 결정에 관한 발언'에서 "그 어떤 변명도 무력하다"며 사드 배치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AP=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상당수 언론과 정치인들도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이를 주문한다. 그런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다. 사드 배치가 공론화된 지 3년 가까이 지났다. 이 사이에 한미 양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납득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오히려 이들 나라의 반발 수위는 더 강해져 왔다. 과연 배치 결정을 내리기 전에도 실패했던 설득 외교가 결정 후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는 무시당했다고 분개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최고 지도자들까지 나서서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었다. 그런데 한미 동맹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배치 결정을 발표하자 즉각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로 인해 한국이 이들 나라를 설득하기는커녕 문전박대 받게 될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한국 친구들, 어떤 변명도 안 통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기류의 반영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위기와 불안이 사드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면 장기화되고 고착화될 우려가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1차적인 고비는 사드 발표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실제 배치까지의 1년여의 시간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 양국의 결정을 번복시키기 위해 다양하고도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다.
그런데 이때만 참는다고 곧 지나갈 문제도 아니다. 기어코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중국과 러시아는 외교적·경제적 압박에 더해 군사적·전략적 대응에도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사드 부대를 겨냥한 미사일 부대 배치, 중러 간의 전략 무기 협력 본격화, 동아시아 세력 균형 유지 차원에서 북한 핵 보유 사실상 묵인 및 북-중-러 군사 협력 관계 복원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우리를 '지정학적 감옥'으로 인도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온 까닭이기도 하다.
위기의 장기화, 고착화는 사드의 무서운 '증식' 능력에서도 비롯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세이의 법칙'처럼 사드를 비롯한 MD는 끊임없이 수요를 창출하고 그래서 강화·확대된다. 가령 이번에 배치키로 한 사드 포대가 수도권을 방어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면, 한미 군 당국과 일부 언론은 제2의 사드 포대 도입이나 패트리어트의 증강, 심지어는 이지스함에 장착하는 SM-3 미사일의 도입 필요성을 제기할 것이다. 펜타곤과 록히드마틴은 기존 사드보다 빠르고 멀리 날아가는 확장형 사드(THAAD-ER) 개발에도 착수한 상황이다.
또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은 사드를 비롯한 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투발 수단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아울러 사드가 배치되면 전략적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고 간주하는 중국과 러시아도 한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다. 이는 곧 MD 확대·강화의 군사적 빌미가 되고 만다. 한마디로 한국은 'MD의 늪'으로 계속 빠져들 공산이 크다.
정리하자면 사드 배치 발표로 초래되는 위기는 전면적이고도 총체적이며 장기적일 수밖에 없다. 남남 갈등-남북 갈등-동북아 갈등의 악순환적 확대 재생산, 경제 불안과 안보 불안의 상시화, 중앙 정부와 사드 부지 주민 사이의 갈등, 추진론-신중론-반대론이 맞서면서 초래될 정치의 기능 부전 등 한국이 입게 될 유무형의 손실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가 될 것이다.
이를 초래하는 당사자가 박근혜 정부라는 점에서 '망진자(亡秦者)는 호야(胡也)'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이 고사는 진시황이 진(秦)나라를 망하게 할 자가 호(胡, 오랑캐)라는 예언을 듣고 변방을 막으려 만리장성을 쌓았지만, 진나라를 망하게 한 자는 호가 아니라 그의 자식인 호해(胡亥)였다는 뜻이다. 외부의 위협에만 주목하다가 내부의 문제를 소홀히 하면 망국(亡國)의 길로 빠져들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고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정부가 사드 배치 발표를 철회하거나 최소한 배치 추진을 유보하는 것이다. 이것밖에는 답이 없다.
사드 배치, 北 김정은에게 축복이다!
[박홍서의 중미 관계 돋보기] 미-중의 한반도 '분할 지배' 성큼
"사드 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중국 외교부의 성명은 이를 암시한다. <인민일보>를 비롯한 관영 언론은 좀 더 노골적으로 이제 북핵 문제를 재고할 시간이 되었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중국에게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김정은 정권에 '축복'이 되어버린 사드 배치 결정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4차 핵 실험 이후 전개된 대북 제재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시진핑 집권기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복원하고 강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당연히 이 모든 상황은 김정은 정권에게는 '축복'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또 다른 도발을 통해 사드 배치를 아예 '불가역적'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이때다 하고 SLBM 시험 발사에 나선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중국이 '사악'해서 남한 내 사드 배치를 북-중 동맹 강화로 맞받아치려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국제 정치의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 논리에 충실히 따르고 있을 뿐이다. 작용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반작용이 있는 게 자연의 섭리다. 현실주의 시각에서 충분히 '합리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사드 배치 결정에 관여한 이들은 불 보듯 뻔한 이러한 전망을 과연 하지 못했을까? 두 가지 중 하나다. 못했다면, 그것은 세력 균형 논리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외교 정책 결정자로서 심각한 자격 미달이다. 반대로 알고도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그 기저에 깔린 정치적 꼼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2015년 현재 한국은 1년 54조 원을 대중국 무역 흑자로 벌어들이고 있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벌써 대중국 수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경제 위기를 말하면서 왜 박근혜 정권 스스로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주려 하는가? 결국 국가 이익이 아닌 정권 이익에 편승한 결정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사드 문제를 정치 쟁점화해 총선 이후 불리한 국내 정치를 반전시키고 대선까지 몰고 가겠다는 포석인지도 모른다.
미국으로서도 사드 배치는 여러모로 쓸모 있다. 표면적으로는 대중국 견제라는 측면이 부각되지만, 동북아 동맹 구조를 강화하는 '집토끼' 관리 전략으로서도 효과적이다. 이도 아니면,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거대 군산 복합체를 배불리는 데도 그만이다.

▲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사드(THAAD) 배치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중국으로서도 장기적으로 대북 영향력을 확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큰 손해는 아니다. 한미 동맹 강화에 맞서 북-중 동맹을 강화한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동맹 이론이 설명하듯, 강대국-약소국 간 비대칭 동맹 관계가 밀접해 질수록 약소국은 강대국에게 자신의 자율성을 내줄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 미-중의 한반도 '분할 지배' 공고화로 이어질 것
결국 사드 배치로 향후 한반도에 대한 미-중 양국의 '분할 지배'가 보다 공고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중 양국은 상호 간 충돌을 극도로 회피하려 하고 있다. 고도의 핵무기와 경제적 상호 의존이 심화될 대로 심화된 상황에서 전쟁은 곧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중 관계가 공고한 '협조 체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원만한' 남북 관계를 토대로 한 안정된 한반도는 미-중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각각 남북한과 동맹으로 연결된 미국과 중국에게 한반도 분쟁은 곧 상호 간 무력 충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남북 관계가 갈등 상태에 빠져 있고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하다면, 미-중 양국은 그 차선책으로 한반도에 대한 기득권 강화에 골몰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남한이라는, 중국은 북한이라는 각자의 세력권에 대한 확실한 유지 관리가 그것이다. 냉전시기 미-소 양국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에게 한반도는 그들 사이의 거대한 완충 지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강대국들은 한반도를 전장 삼아 충돌하기도 하고, 또한 언제 그랬느냐며 타협하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한반도 주민들이 다치고 죽어나갔다.
강대국에 빌미 제공해온 한반도 통치 권력들
이러한 비극의 역사를 강대국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강대국들이 무턱대고 '한반도 문제'에 개입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빌미는 결국 한반도의 통치 권력들이 제공했다. 1894년 청일 전쟁도, 신탁 통치가 무산돼 1950년 전쟁으로 비화된 것도 모두 한반도 정치 권력들의 편협한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비롯되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세력 경쟁이 어떻든 권력 강화에만 몰두했던 19세기 고종이나, 신탁이네 반탁이네 극한의 권력 투쟁을 벌였던 해방 정국의 정치 세력들은 한반도 문제를 산출한 장본인들이었다. 고종이 전향적인 국가 개혁에 나섰다면, 일제가 '조선 내정 개혁안'을 명분으로 어떻게 청일 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겠는가? 해방 정국의 그 아귀다툼이 없었다면 어떻게 피비린내 나는 한국 전쟁이 발발할 수 있었겠는가?
2016년 한반도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남북한 통치 권력은 여전히 반목하며 한반도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미-중 양국으로서는 한반도 문제를 활용해 자신들의 기득권만 챙기면 그만이다. 사드는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남북한 권력은 언제까지 강대국들을 한반도 문제에 끌어들일 것인가? 그 과정에서 언제까지 한반도 주민들의 권익을 훼손할 것인가? 소설 <동물 농장> 속 상황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를 한반도 북부와, 경제는 성장했을지 모르나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피보호국임을 자처하는 한반도 남부의 통치 권력들은 이제 답해야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고 있는지.
더불어민주당, 정신차려라!
[정욱식 칼럼] 먹고사는 문제? 사드는 죽고 사는 문제
"문제는 커졌는데 실력 쌓기에 소홀해 온 10년, 이 사이에 먹고사는 문제는 죽고 사는 문제와 유착되었다. 정권이 바뀌면 달라질까? 이 책이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픽션 <웰조선>이 실현되길 기원하면서."
졸저 <말과 칼> '웰조선' 편의 자서(自序)이다. 여기서 "문제"는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일컫고, "실력 쌓기에 소홀했던" 당사자는 야권을 의미한다. "먹고사는 문제와 죽고 사는 문제가 유착되었다"는 건 주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염두에 둔 표현이었다.
야권이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 그 기량과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 동맹이 사드 배치를 기습적으로 발표하면서 말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사드는 단순히 하나의 무기 체계가 아니다. 한국의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 외교, 통일 등 국가 전략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제2, 제3야당인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국회 동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알쏭달쏭한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사드 발표 직후 "사드 배치에 반대하지 않는다. 단 국민에게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보실은 "더불어민주당은 실익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까지 내놓았다.
그러다가 야권 지지자 사이에서 비판이 빗발치자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절차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면서 '국회와의 협의' 및 '국민적 합의'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조차도 애매모호하다. 국회와의 협의가 국민의당 및 정의당이 요구하는 '국회 비준 동의'를 의미하는 것인지, 국민적 합의의 방식이 여론 조사를 하자는 것인지, 국민 투표를 하자는 것인지 말이다. 또 개별 의원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좋게 말하면 '당내 민주주의'겠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자중지란'에 가깝다.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연합뉴스
기실 이런 모습은 예견된 것이었다. 여권과 보수 언론의 종북 공세를 의식해 통일 외교 안보 문제에 관한 더민주당의 '우클릭'이 지난 수년 동안 이뤄져 왔다. 공천 과정에선 통일 외교 안보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은 찬밥 신세였고, 상임위에선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가 가장 기피하는 위원회로 전락했다.
사드 대응 과정도 한심했다. 사드 발표는 기습적이었지만, 그 사전 징후는 충분히 있었다. 이 문제가 공론화된 지 3년 가까이 지났고, 이 시간이면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당론을 정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 외면했었다. 더민주당의 우왕좌왕은 정부의 기습 발표 탓도 있지만, 그만큼 준비도 안했고 실력도 부족한 탓도 크다.
그 결정판은 "실익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그 실익이 무엇인지 밝히고 지지자들을 설득했어야 했다. 그런데 더민주당의 눈에도 실익이 잘 안 보였다. 북한의 사드 회피 수단은 얼마든지 있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생각보다 컸으며, 지지자들의 비판도 매서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충분히 알려져 있었고 그래서 예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더민주당의 심기일전을 위해 몇 가지 주문하고 싶다. 첫째, '사드 대란'은 일시적으로 끝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언론에선 '후폭풍'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지만, 내가 보기엔 '빙하기'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사드 결정이 철회되지 않으면, 그래서 기어코 이 땅에 사드가 들어오면 '해빙기'도 불가능해진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중-러 설득? 미션 임파서블!)
둘째, 더민주당은 '전략적 모호성'을 지키고 싶겠지만, 이미 그 단계는 지났다는 것도 깨달아야 한다.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어정쩡한 입장은 보수 언론에겐 '좋은 먹잇감'이 되고 상당수 지지자들에겐 '실망의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그리고 사드 배치가 임박해질수록, 그리고 더민주당의 우왕좌왕이 지속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셋째, 사드 문제 해결 없는 '경제 민주화'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와 안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지정학적 위기와 지경학적 기회가 공존하는 한국의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또한 '경제는 진보로, 안보는 보수로'라는 식으로 퉁치고 넘어갈 문제도 아니다. 이건 '이념'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제와 안보를 통합해 민생과 국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국가 전략을 만들어내고 실행할 수 있느냐는 '실력'의 문제이다. 더민주당은 사드 발표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끝으로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리고 국민의당 및 정의당과 함께 야권 연대에 나서야 한다. 제1야당이 입장을 정해지 못하면, 국회 동의는 더욱 어려워지고 설사 이뤄지더라도 찬성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정부 여당이 끝내 국회 동의 없이 밀어붙이면, 야권 대선 공약으로 사드 배치 철회를 내걸어야 한다. 사드는 야권 분열이 아니라 야권 연대의 근거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마디만 첨언하자. '사드 반대하면 대안이 뭐냐'는 반문에 대해. 대안은 이미 있다.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갖춘 한미 연합 전력이 바로 그것이다. <말과 칼>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대통령이 된 최서희는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50여 년 전 미국의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핵무기를 다모클레스의 칼에 비유하면서 그 칼이 인류를 죽이기 전에 인류가 그 칼을 없애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북핵이 전략화, 실전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우리에겐 존재론적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미 동맹은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우산과 우리 군대의 단호한 의지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떨어지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오판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 정부는 다모클레스의 칼이라는 존재가 흔들리지 않도록 그 칼을 잡고 있는 말총을 안전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건 바로 관계입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남북관계의 현안을 하나하나 풀어서 말총이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핵 협상의 문을 활짝 열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단호하고도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말입니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가 최근 신작 <말과 칼 : 헬조선편, 두 가지 한국에 관한 정치적 상상력>을 펴냈습니다.)
'정치, 국제정세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근혜를 잡으려면, 이런 리더가 필요하다! (0) | 2016.07.12 |
---|---|
안철수는 베버를 잘못 읽었다 (0) | 2016.07.12 |
"우리의 민주주의는 신혼입니다" (0) | 2016.07.09 |
왜 미국과 중국은 전쟁을 할 수 없나? (0) | 2016.07.07 |
박근혜는 바지사장, 헬조선 진짜 주인은.. - "미국은 정말 북한 쿠데타를 바랄까?" (0) | 2016.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