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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박근혜는 북한 식당을 무서워하나? 또 '청년 창업'에 집착하는가?

일취월장7 2016. 7. 5. 09:49

왜 박근혜는 북한 식당을 무서워하나?

2016.07.05 06:57:23


[강주원의 '국경 읽기'] 북한 식당의 오해와 진실


북한 식당, 남북 만남의 공간

나는 2000년부터 중-조 국경 지역을 다니면서 수없이 북한 식당에 갔고, 그곳에서 다양한 남북 만남을 목격하였다.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일화는 남북 젊은이 사이의 전화 통화이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2013년 나는 '압록강에 발 담그고 과일을 먹자'라는 모토로 지인과 함께 중-조 국경을 여행했다. 마지막 날, 다롄(대련) 공항에서 일행 가운데 한사람이 북한식 냉면을 먹으면서 북한 여성 종업원과 함께 손잡고 합창을 했던 중국 단둥의 북한 식당에 전화를 했다.

"그냥 궁금했습니다. 북한 식당에 전화를 하면 너무나 노래를 잘하던 그 여성 종업원과 통화가 가능한지. 그런데 너무나 쉽게 바꾸어 주더군요. 그녀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프지도 말고 늙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고! 그래서 저도 그러자고 대답했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의 행동이었다. 하지만 전화 내용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 다음해 그는 단둥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 눈인사를 나누었지만 거기까지였다. 1년 뒤, 나는 그에게 그녀가 북한으로 돌아가자마자 시집을 갔고 딸을 낳았다고 전해주었다.

이와 같이 북한 식당에서의 남북의 만남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중국을 여행하는 한국 사람은 남북의 특별한 만남에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긴장한 마음으로 북한 식당에 간다.

어떤 손님은 처음 기대와는 다른 차가운 여종업원의 태도에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넉살 좋은 한국 사람은 그곳에서 대접을 받기도 한다. 가이드의 상술에 메뉴판보다 비싸게 음식을 먹기도 하고, 한국 소주 가격에 익숙한 그들은 "술값이 비싸다"고 말한다. "원래 중국에서 음식 값보다 술값이 더 많이 나온다"는 현지인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냥 기대했던 냉면이 "생각했던 그 맛이 아니다"라고 이구동성 이야기하면, 나는 "사실 대부분 북한 식당 요리사는 중국 사람이다"라는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한다. 북한 여종업원의 공연을 보고 나서도, 한국 사람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린다.

▲ 단둥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북한 식당. 북한 식당의 규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2015년). ⓒ강주원


북한 종업원이 일하는 식당은 북한 식당이자 중국 식당 

이처럼 중국의 북한 식당은 한국 사람에게 그 동안 민간 차원의 남북 만남을 통해서 애증을 확인하는 역할을 하였다. 

한국 정부는 2016년 대북 제재의 연장선상에서 이런 북한 식당을 주목했고, 한국 언론은 대북 제재 효과가 어떻게 북한 식당의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개성공단에 이어 북한 식당도 또 하나의 휴전선이 되기를 희망하는 모양새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해외 식당 130여 개를 운영해 연 평균 1000만 달러(약 135억 원) 정도를 상납받고 있다며 현재 절반 이상의 식당이 상납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2016년 4월 10일) 

"정부가 해외 북한 식당의 이용 자제를 권고한 후, 북한 식당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중국 동북 3성의 북한 식당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10곳 중 1곳이 폐업했고 다른 식당들도 손님들이 급감했다고 합니다. (…) 단둥의 북한 식당 15곳 중 이곳을 포함해 3곳이 폐업했습니다. (…) 강력한 대북 압박과 제재 국면 속에 현지인과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9> 2016년 4월 7일자) 

2016년 대북 제재 이후, 나는 단둥에 네 번 다녀왔다. 북한 식당과 관련된 한국 정부의 발표와 언론의 보도를 접할 때마다, 내가 알고 있는 단둥의 북한 식당 현황과 너무나 다름에 당황스럽다. 북한 식당과 관련되어 한국 정부의 발표와 언론의 보도가 모르고 있고 놓치고 있는 것이 여러 가지 있다. 

▲ 중국 호텔과 식당에도 북한 여성 종업들이 근무를 한다(2016년). ⓒ강주원

한국 사회에 폐업을 했다고 알려진 북한 식당은 건물을 옮겨서 영업하고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차로 10분이 넘게 가야하는 건물로 장소 이전을 했지만, 다른 하나는 이전 식당 자리에서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똑같은 식당 이름을 내걸고 있었다.

한국 언론이 겨울철에 문 닫은 모습을 취재하면서 폐업을 했다고 보도하던 K 식당은 단둥이 여행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H 식당은 중국 손님으로 가득했고, 어림잡아 1000여 명의 손님이 식사를 하면서 북한 여종업의 공연을 보고 있었다.

단둥 북한 식당의 규모는 한국 언론이 보도하는 약 15개가 아니다. 북한 여성 종업원이 일하는 약 25개의 식당이 있고, 손님의 대부분은 한국 사람이 아니고 중국 사람이다. 주 요리는 중국 요리이고 북한 요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그들은 보통 한국 사람보다 몇 배의 요리와 술을 주문한다. 때문에 매출에서 한국 손님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사회가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다. 최소한 단둥에서 한국 손님이 가지 않으면 북한 식당이 망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수다.

북한 여성 종업원이 근무하고 1000여 명의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두 개의 식당 가운데 하나는 북한 식당이 아닌 북한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 식당으로 명성이 높다. A 호텔은 중국 사람이 사장이지만 식당과 조식 서빙은 북한 여성 종업원이 담당한다. 이처럼 북한 식당은 중국 자본과 북한 노동력이 결합된 형태가 주를 이룬다. 단둥 사람은 "북한 식당에 가지 말라는 이야기는 중국 식당에 가지 말라는 이야기와 똑같다"라는 말을 한다.

▲ 한국 언론은 대북 제재의 효과로 단둥의 북한식당들이 폐업을 하였다고 보도한다(2016년). ⓒ강주원


▲ 폐업을 했다는 북한 식당은 불과 100여 미터 장소 이전을 한 뒤 영업을 하고 있다(2016년). ⓒ강주원


남북 만남의 공간을 하나 더 잃는다는 의미는? 

2016년 단둥 북한 식당의 현주소는 대북 제재의 효과가 미치지 않고 있고, 미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북한 식당을 만남의 공간에서 또 하나의 휴전선으로 만들면서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자문을 하게 된다. 나는 간판이 사라진 식당을 찍은 뒤, 100여 미터를 걸어서 똑같은 식당 이름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 식당 앞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북한 식당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는 나에게 조선족 A는 한마디 한다. 

"단둥과 신의주 사람들은 압록강의 물을 함께 마시고 살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중국과 거의 붙어있는 황금평의 북한 주민과는 서로 농사철 품앗이도 하였다. 그러니까 이웃 동네가 아닌 한 동네 사람처럼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20년 전부터는 단둥의 한국 사람도 이런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왔는데, 2010년 5.24 조치와 이번 2016년 대북 제재 조치 때문에 그들만 힘드네! 한국 사람이 북한 식당에 가지 않는다고 변하는 것은 없을 것 같은데!" 

그에게 할 말이 없는 나 자신이 답답했다. 나는 휴전선이 아닌 공유의 성격이 강한 중-조 국경 지역, 압록강에서 또 하나의 국경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살고 있다. 떠나기 전, 나는 단둥역에 위치한 2016년 초 개업한 선물 가게 안의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한국 맛"을 강조하는 찰떡은 "NORTH KOREA TASTE"와 "朝鮮(조선)"의 글자가 선명한 쇼핑백에 담겨 있었다. 

단순 실수라고 치부하기에는 국경을 구분하지 않는 단둥의 문화가 그대로 녹아있다. "과연 이 지역에서의 국경은 무슨 의미일까?"를 고민하면서 고개를 돌리자, 주변은 평양행 국제 열차를 타기 위한 북한 사람, 북한 화교, 조선족으로 붐비고 있다. 그 중에는 서양의 젊은이도 보였다. 한국 국적인 나만 평양행 국제 열차를 탈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 단둥역 내부의 선물가게,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은 한국과 조선 맛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국경을 구분하지 않는 단둥의 문화가 그대로 녹아있다(2016년). ⓒ강주원



왜 박근혜는 '청년 창업'에 집착하는가?

2016.07.05 10:56:40

[복지국가SOCIETY] 벼랑 끝에 선 청년을 떠미는 '청년 창업'
바야흐로 창업의 시대다. 중앙과 지방 정부 모두 가릴 것 없이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장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에서는 성공한 20대 최고 경영자(CEO)의 인터뷰가 돌아다니고, 일부 언론에서는 아예 지면의 한 페이지를 '창업' 관련 기사로 도배한다. 대학에서도 창업 관련 과목이 대거 신설했다. 심지어 '이공계 연구 중심 대학'의 본보기를 제시한다는 카이스트조차 창업 맞춤형 학, 석사 통합 과정을 개설하여 논문을 쓰지 않고 창업만으로도 졸업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왜 창업이 대세가 되었나? 

표면적인 원인은 높은 청년 실업률이다. 지난 4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10.9%로 매달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으며, 체감 실업률은 34%에까지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숫자를 떠나 20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인문계의 90%는 논다는 '인구론' 등의 말이 회자될 정도로 지금의 청년 세대는 사상 최악의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다. 

졸업 후 생계를 꾸리기 위한 소득 확보가 불안정해지면서 청년층의 일상이 위태로워졌다.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다는 '칠포 세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가정을 꾸리기도, 아이를 낳기도 힘들어졌다. 그 결과 사회 전반적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져 2019년에는 '인구 절벽' 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층이 변변한 소비력을 갖추지 못하자 경제의 활력도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빈곤 청년이 늘어나면서 생계형 범죄에서 차지하는 청년층의 비중도 늘어났다. 청년 세대의 구직난이 사회 전반의 불안정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이다.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거나 민간(시장)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선택한 것은 후자였고, 그것이 바로 기획재정부, 중소기업청, 교육부, 고용노동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여러 부처가 수천억 원의 예산으로 대거 참여하는 '청년 창업 지원' 정책으로 표출되었다. 혁신적 사고를 가진 청년들이 창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내용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상 구직의 책임을 '사회적' 주체인 정부에게서 '개인'인 청년에게 전환하는 것이다. 즉, 정부는 더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으니 당사자인 청년들이 스스로 나서서 직업을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 실업 대책의 초점은 대출 위주의 초기 자금 지원으로 청년들이 하루라도 빨리 출발선을 벗어날 수 있도록 밀어주는 역할에 그친다. 

동일한 정책적 기조를 가지고 있던 이명박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청년들이 위험한 도전을 피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며 청년 실업을 당사자의 문제로 돌렸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라"는 창업 지원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지금의 청년들이 단지 실패가 두려워 몸을 사리는 나약함 때문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결국 지금의 실업난을 개인의 책임을 돌려 공공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보수 정권의 정책적 기조의 연장선이다. 

▲ 2014년 12월 18일 청와대에서 제6차 청년위원회 회의를 연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그러나 지금의 청년 실업은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및 고용 환경의 심각한 격차, 비정규직의 만연 등 노동 시장의 왜곡이 심각하다. 게다가 직장에서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안정적인 소득이 확보되지 않는 한, 사회 안전망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 고용 안정성과 적당한 수준의 월급, 그리고 안정적인 고용 환경이 제공되는 '좋은 일자리'를 갖기 위해 오랜 취업 준비기간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는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반짝 효과를 낼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은 청년 창업자들을 대거 육성하였지만 동시에 우리 경제의 불안정성을 더 높이고 있다. 

창업 지원 정책의 문제 

① 생계형 창업자 양산 

지금의 상황에서 청년들은 창업을 '권유'받지 않고 '강요'당한다. 매년 비좁아지고 있는 '좋은 일자리'의 취업문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느니 다양한 지원 방안이 있는 창업에 도전해보는 것이 막막한 생계에 도움이 될 것 같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유독 '생계형 창업자'가 '혁신형 창업자'보다 많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20대가 대표자로 등록된 사업체 수가 1년 새 24%나 급증하여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는데, 대부분이 음식점, 카페, 옷가게 등 생계형 창업에 집중되었다고 한다. 

급격히 늘어난 만큼 폐업률도 높다. 청년 창업자의 5년 생존율은 16%로 일반 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94% 정도가 폐업한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청년 기업의 폐업률이 높은 것도 생계형 창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평균 재창업 횟수가 0.8회에 불과해 한번 실패할 경우 다시 일어서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높은 폐업률은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이 실업률을 반짝 낮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청년 실업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② 단기적 성과 중심의 무리한 창업 확대 

정부가 노동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지금 이 순간 높은 실업률을 낮추는 데 급급하면서 창업 지원 정책 역시 단기적 성과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대학과 연계한 사업인 창업 선도 대학의 예산이 2016년 기준 752억 원인데, 이 창업 지원 예산을 받기 위한 대학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금만 받고 자체 예산은 투입하지 않는 대학이 약 40%에 이르고 있으며, 창업 지원을 전담하는 인력도 1~2명에 그치거나 전혀 없는 곳도 태반이다. 심지어 창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학생들에게 개인 사업자 등록을 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문제들은 성과 측정 지표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고, 양적 성과 중심으로 창업 선도 대학을 선정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또한, 예산이 투입되는 데도 정부의 제대로 된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아 수백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눈먼 돈'이 되어 대학 배불리기에 사용되고 있다. 예산을 따내려는 대학과 빨리 성과를 내려는 정부 사이에서 정작 당사자인 청년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창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③ 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화 

또한,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기업과의 공동 보조이다. 470억 원 수준의 중소기업청 창업 프로그램인 팁스의 운영사를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SK 등의 대기업들로 지정하였고, 실제 팁스를 통한 창업자의 31%가 대기업 출신이다. 이밖에도 KT 등 몇몇 대기업들과 공동 자금을 조성하여 청년 창업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를 통해 대기업들의 경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멘토링, 판로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팁스 운영사 선정 과정에서 벤처 창업계가 우려했다시피, 정부의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을 이익 추구 단체인 대기업이 좌지우지하는 것은 신생 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공익성도 보장되지 않는다.

게다가 창업 프로그램의 공동 운영을 통해 대기업은 청년 창업자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디어를 별도의 위험부담 없이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기업 간 관계에서 대기업 위주로 부와 자산이 편중되어 있는 양극화 구조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청년들을 낭떠러지에서 구할 방법 

이처럼 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이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지금의 청년 실업이 노동 시장, 더 나아가 사회 구조적으로 발생한 복합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이슈가 되고 있는 청년 실업률을 낮추려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동시에 기존 보수 정권의 정책적 기조에 따라 공공의 역할보다는 개인의 책임에 맡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이 모든 원인은 실제로 실업 상태에 놓인 청년 당사자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실제 청년 당사자들은 창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15년 현대경제원의 '창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창업에 관심 있다'라고 응답하는 20대와 30대는 각각 38.4%, 28.6%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이 실시되는 전후를 비교했을 때 창업을 구체적으로 고려해본 적 없다는 비율은 2015년 69.3%로 2년 전에 비해 오히려 1.2%포인트 상승했다. 정부는 청년들에게 창업을 하라고 등을 떠미는데, 정작 청년들은 창업을 필요로하지 않았다. 

지금의 이 불안한 사회에서 우리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의 마크 저커버그가 될 수도 있다는 허황된 기대를 심어주는 창업이 아니다. 단지 지금 이 순간 일상을 살아가고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안정된 소득이 보장되는 괜찮은 일자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패하면 신용 불량자가 될 가능성에 대한 대책보다 일단 창업자가 되어 실업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초기 자금 지원에 급급한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은 고용 절벽에 직면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잘 체감되지 않는다. 오히려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일자리가 없어 암울한 청년 세대의 입장에서 청년 실업 정책을 재편해야 한다. 물론, 저성장을 겪고 있는 경제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매우 힘든 일이기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창업을 장려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단지 청년 실업률을 빠른 시일 안에 낮추기 위한 정책으로 제대로 된 안전망도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혁신형 창업'이 활성화 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의 방향을 대출 위주의 단기 성과주의 정책보다는 실패에 대한 공포가 발목을 잡지 않을 수 있도록 안전망 확충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 창업 지원 정책에 쏟아 붓고 있는 막대한 예산을 돌려 노동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축소, 최저임금의 현실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 축소, 노동권 보장을 위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탈바꿈하면 청년들을 노동 시장으로 진입시킬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아직 경험이 미숙한 청년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길 기대하기보다는 기존 일자리의 질을 바꾸는 것이 정책적 차원에서 더 쉬울 수도 있다.

청년 실업 문제는 노동 시장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를 떠나 사회 전체적인 책임의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은 낭떠러지에 홀로 서 있는 청년들에게 저 멀리 보이는 세상이 훨씬 더 좋다고 어서 날아보라고 강요하고 있다. 창의력을 길러주지 못하는 획일적 교육 속에서 튼튼한 날개를 가진 청년들이 몇 명이나 될지 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게다가 덜컥 날아올랐다가 힘이 없어 바닥으로 떨어질 경우,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대책은 너무 빈약하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그래도 혼자의 힘으로 날아보라고 청년들을 떠미는 것이 정부와 사회의 역할인지, 아니면 손을 잡아끌어 안전한 사회적 울타리 안에서 튼튼한 날개를 가질 때까지 보듬어주고 혹시 떨어지더라도 금방 다시 올라올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맞는지,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