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을 버리면 어찌할 것인가?
2016.06.23 09:31:32
[현안진단] 제재만으로 해결? 평면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남중국해의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안보
북한은 4차례의 핵 실험으로 핵무기의 실전 배치가 가능한 실질적 핵 능력 국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에게 실질적 위협이 되는 것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보다 이미 실전 배치한 사거리 300~1300킬로미터에 달하는 스커드 및 노동 미사일이다. 1000여 기에 달하는 이들 미사일 대부분에 남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 이미 우리는 북핵의 실질적 위협 아래 놓여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사거리 4000킬로미터 내외의 무수단 미사일이 최근 4차례나 발사에 실패한 데서 보듯이 북한이 단기적으로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단을 개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strategic patience)은 사실상 북한의 핵 능력이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북한의 핵 문제 이면에는 아시아에서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국면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A2AD(Anti Access Area Denial)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A2AD 전략은 사실상 미 항모 전단이 중국이 설정한 제1도련선 내에 진입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모토로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을 구체화 하고 있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미 해군 전력의 60%를 아시아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중국이다. 미국은 미-일 동맹을 근간으로 아시아 국가들과의 양자 동맹을 강화하여 중국을 포위하는 '안보 그물망'의 형성을 지향하고 있다.
이같은 미-중의 대전략이 일차적으로 충돌하는 곳이 남중국해이며, 동중국해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남중국해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중요한 해상 보급로(Sea Lane)이며, 재배치될 미 해군력이 활동할 주요 공간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남중국해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구상 추진의 핵심 공간이자 앞마당이며, 동중국해는 태평양으로 나가기 위한 출구에 해당한다.
시사군도, 난사군도, 중사군도의 영토 분쟁을 중심으로 하는 남중국해의 갈등은 직접적인 관련국들뿐만 아니라 미-중 간 패권 경쟁의 판세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휘발성을 지니고 있다.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釣魚島)/센카쿠열도(尖角列島) 역시 미-중 대립의 주요 무대가 되고 있으며, '전수 방위' 원칙을 수정한 일본의 안보법제의 궁극적 목표도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군사 활동 강화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의 분쟁 지역이 모두 중국의 영향권에 편입되고, 중국이 이를 군사 기지화 할 경우 역내에서 미 항모 전단은 심각하게 제약을 받게 된다. 반대로 중국의 시도가 실패할 경우 중국은 아시아에 집중 재배치될 미국의 해군력에 의해 심각한 압박을 받게 된다.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의 분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과 핵 문제에만 집중하는 사이 거대한 체스 게임이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역내 군사적 긴장의 파고를 높이고 있다. 여러 조사 결과들은 아시아에서 군사 분쟁이 일어날 1순위 지역이 남중국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6월 3일 싱가포르에서 개막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도 미-중은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충돌했다.
마치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지는 탄도 미사일 요격 체제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 논의가 춤을 추고 있는 것은 남중국해의 군사적 긴장과 맞물려 있다. 이는 한반도의 핵 문제가 한국의 안보라는 관점이 아니라 남중국해의 미-중간 패권 경쟁 여부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의 안보 전략 중점이 한반도에 있지 않고 남중국해에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다.
도널드 트럼프 발언의 교훈
사드 레이더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중국의 A2AD 전략의 움직임을 사전 탐지함으로써 미 항모는 자유로이 중국 주변 해역을 드나들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다.
사드는 탄도 미사일 방어에 도움이 되지만 완벽한 방어망을 제공하지 않는다. 한국에 배치 예정인 1개 포대의 사드 요격 미사일은 48발에 불과하며, 예비탄을 고려해도 1000여 기에 달하는 북한의 핵탄두 탑재 가능 탄도 미사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매달리는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방장관은 올해 6월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이 강력히 반대하는 사드에 대해 '배치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한미 간에 이견이 없다고도 했다. 이미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미 대선 공화당 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한국이 미군의 주둔비를 100% 부담해야 하며, 주한 미군 철수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일회성이 아니며,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 국민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오랫동안 미국은 한국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였으며, 한미 동맹을 혈맹으로 인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왜 우리가 그 비용을 내느냐? 우리가 그들(동맹)을 방어해 주고 있다"고 외치고 있다. 트럼프의 인식은 미국이 한국에 방위력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음은 물론 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다는 취지이다. 트럼프는 한미 동맹은 영원한 혈맹이 아니며 이해관계가 맞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파기될 수 있는 계약 관계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인정해 준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당사자도 미국이었으며, 빈약한 신생 한국군을 중무장한 북한의 군사력 앞에 방기한 것도 미국이었다. 1969년의 닉슨 독트린은 "향후 미국은 베트남 전쟁 같은 군사적 개입을 피할 것이며, 아시아 각국은 내란이나 침략에 대하여 스스로 대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한 미군 철수를 거론한 미국의 유력 정치인은 트럼프만이 아니었다. 미군은 미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며, 미국 국익에 따라 행동한다. 주한 미군 역시 미국의 국익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트럼프가 알려주는 평범한 상식을 우리는 언제까지 애써 외면할 것인가?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한국 주도의 북핵 해법
북한은 7차 당 대회를 통해 핵 보유국을 선언하고 기존의 핵 전략을 항구적 전략 노선으로 천명했다. 경제-핵 병진 노선은 사실상 '선 핵보유, 후 협상론'인 셈이다. 이란과 달리 핵을 체제 수호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북한이 순순히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기에 강력한 압박과 국제 공조는 북핵 문제의 해결에 유효한 수단이기는 하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유엔(UN) 차원에서 현재 수준 이상의 획기적인 대북 제재 국면을 조성하는 것은 난제이다. 이미 현 상황에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독자적인 추가 제재에 반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간다와 쿠바 같은 북한의 우호국에 대한 협력 강화의 효과에 기대를 거는 것은 난센스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중견국인 한국이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사적인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북핵의 가장 실질적이고도 직접적 위협 대상이라는 점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 미·중의 패권 경쟁 구도를 벗어나 북핵 문제의 해법 모색에 있어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수단은 남북 관계 이외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핵 개발은 위기에 처한 북한의 체제 내구력으로부터 기반하며, 핵을 체제 생존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4차례의 핵 실험으로 핵무기의 실전 배치가 가능한 실질적 핵 능력 국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에게 실질적 위협이 되는 것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보다 이미 실전 배치한 사거리 300~1300킬로미터에 달하는 스커드 및 노동 미사일이다. 1000여 기에 달하는 이들 미사일 대부분에 남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 이미 우리는 북핵의 실질적 위협 아래 놓여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사거리 4000킬로미터 내외의 무수단 미사일이 최근 4차례나 발사에 실패한 데서 보듯이 북한이 단기적으로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단을 개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strategic patience)은 사실상 북한의 핵 능력이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북한의 핵 문제 이면에는 아시아에서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국면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A2AD(Anti Access Area Denial)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A2AD 전략은 사실상 미 항모 전단이 중국이 설정한 제1도련선 내에 진입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모토로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을 구체화 하고 있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미 해군 전력의 60%를 아시아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중국이다. 미국은 미-일 동맹을 근간으로 아시아 국가들과의 양자 동맹을 강화하여 중국을 포위하는 '안보 그물망'의 형성을 지향하고 있다.
이같은 미-중의 대전략이 일차적으로 충돌하는 곳이 남중국해이며, 동중국해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남중국해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중요한 해상 보급로(Sea Lane)이며, 재배치될 미 해군력이 활동할 주요 공간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남중국해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구상 추진의 핵심 공간이자 앞마당이며, 동중국해는 태평양으로 나가기 위한 출구에 해당한다.
시사군도, 난사군도, 중사군도의 영토 분쟁을 중심으로 하는 남중국해의 갈등은 직접적인 관련국들뿐만 아니라 미-중 간 패권 경쟁의 판세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휘발성을 지니고 있다.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釣魚島)/센카쿠열도(尖角列島) 역시 미-중 대립의 주요 무대가 되고 있으며, '전수 방위' 원칙을 수정한 일본의 안보법제의 궁극적 목표도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군사 활동 강화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의 분쟁 지역이 모두 중국의 영향권에 편입되고, 중국이 이를 군사 기지화 할 경우 역내에서 미 항모 전단은 심각하게 제약을 받게 된다. 반대로 중국의 시도가 실패할 경우 중국은 아시아에 집중 재배치될 미국의 해군력에 의해 심각한 압박을 받게 된다.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의 분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과 핵 문제에만 집중하는 사이 거대한 체스 게임이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역내 군사적 긴장의 파고를 높이고 있다. 여러 조사 결과들은 아시아에서 군사 분쟁이 일어날 1순위 지역이 남중국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6월 3일 싱가포르에서 개막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도 미-중은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충돌했다.
마치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지는 탄도 미사일 요격 체제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 논의가 춤을 추고 있는 것은 남중국해의 군사적 긴장과 맞물려 있다. 이는 한반도의 핵 문제가 한국의 안보라는 관점이 아니라 남중국해의 미-중간 패권 경쟁 여부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의 안보 전략 중점이 한반도에 있지 않고 남중국해에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다.
도널드 트럼프 발언의 교훈
사드 레이더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중국의 A2AD 전략의 움직임을 사전 탐지함으로써 미 항모는 자유로이 중국 주변 해역을 드나들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다.
사드는 탄도 미사일 방어에 도움이 되지만 완벽한 방어망을 제공하지 않는다. 한국에 배치 예정인 1개 포대의 사드 요격 미사일은 48발에 불과하며, 예비탄을 고려해도 1000여 기에 달하는 북한의 핵탄두 탑재 가능 탄도 미사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매달리는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방장관은 올해 6월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이 강력히 반대하는 사드에 대해 '배치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한미 간에 이견이 없다고도 했다. 이미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미 대선 공화당 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한국이 미군의 주둔비를 100% 부담해야 하며, 주한 미군 철수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일회성이 아니며,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 국민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오랫동안 미국은 한국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였으며, 한미 동맹을 혈맹으로 인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왜 우리가 그 비용을 내느냐? 우리가 그들(동맹)을 방어해 주고 있다"고 외치고 있다. 트럼프의 인식은 미국이 한국에 방위력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음은 물론 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다는 취지이다. 트럼프는 한미 동맹은 영원한 혈맹이 아니며 이해관계가 맞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파기될 수 있는 계약 관계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인정해 준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당사자도 미국이었으며, 빈약한 신생 한국군을 중무장한 북한의 군사력 앞에 방기한 것도 미국이었다. 1969년의 닉슨 독트린은 "향후 미국은 베트남 전쟁 같은 군사적 개입을 피할 것이며, 아시아 각국은 내란이나 침략에 대하여 스스로 대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한 미군 철수를 거론한 미국의 유력 정치인은 트럼프만이 아니었다. 미군은 미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며, 미국 국익에 따라 행동한다. 주한 미군 역시 미국의 국익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트럼프가 알려주는 평범한 상식을 우리는 언제까지 애써 외면할 것인가?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한국 주도의 북핵 해법
북한은 7차 당 대회를 통해 핵 보유국을 선언하고 기존의 핵 전략을 항구적 전략 노선으로 천명했다. 경제-핵 병진 노선은 사실상 '선 핵보유, 후 협상론'인 셈이다. 이란과 달리 핵을 체제 수호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북한이 순순히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기에 강력한 압박과 국제 공조는 북핵 문제의 해결에 유효한 수단이기는 하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유엔(UN) 차원에서 현재 수준 이상의 획기적인 대북 제재 국면을 조성하는 것은 난제이다. 이미 현 상황에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독자적인 추가 제재에 반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간다와 쿠바 같은 북한의 우호국에 대한 협력 강화의 효과에 기대를 거는 것은 난센스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중견국인 한국이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사적인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북핵의 가장 실질적이고도 직접적 위협 대상이라는 점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 미·중의 패권 경쟁 구도를 벗어나 북핵 문제의 해법 모색에 있어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수단은 남북 관계 이외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핵 개발은 위기에 처한 북한의 체제 내구력으로부터 기반하며, 핵을 체제 생존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청와대(좌)/연합뉴스(우)
남북한 간 적대 구조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 체제가 구축될 경우 북한이 대북 제재를 감수하고 핵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진다. 한국 주도로 북한의 비핵화를 지향하는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 구상을 구체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내 북한과 실질적인 관계 개선의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북한의 지속적 도발과 핵 개발이 남북 관계를 악화시킨 주요 원인임을 부정할 수 없으나, 일방적인 강력한 통일 드라이브를 전개한 현 정부의 전략과 협상력 부재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엄연히 상대를 전제로 한 통일 문제에 있어서 우리만의 일방적인 정책이 가져온 결과가 북핵 위기의 심화와 남북 관계의 전면교착이라는 점에 대해 엄중하게 성찰할 때다.
북한의 비핵화는 단기적으로 달성되기 어려운 과제라는 점에서 대화의 시작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북핵 협상 구도의 기약 없는 장기화와 북한의 과거 핵에 대한 암묵적 동의 역시 용인될 수 없다. 남북 정상 회담은 위기로 치닫는 북핵 문제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남북 정상 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하고 남북한 간 적대 구도의 완화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의 붕괴나 흡수 통일이 아닌 공존형 점진적 평화 통일을 지향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비핵화와 병행하는 북미 간 평화 협정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북미 간 대립 심화가 한반도 긴장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무기가 실전 배치되는 상황은 모든 수단을 다해 방지해야 한다. 북핵의 실전 배치는 감당하기 어려운 안보 고비용 구조의 형성과 아울러 통일 환경에도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심화되는 북핵 위기 국면에서 임기 말로 접어든 현 정부가 남북 정상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시기는 올해 하반기밖에는 없다.
보다 구체적으로 올해 8.15 경축사를 통해 북핵 위기를 해소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한반도 신평화 구상'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핵 문제 및 한반도 평화 체제 형성을 내용으로 하는 남북 정상 회담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직 보국안민의 각오로 특단의 조치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북 제재의 강화만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평면적 사고에서 벗어나 압박 국면에서도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의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새로운 남북 관계의 형성을 통해 북핵 해법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의 환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미국-이스라엘 동맹 체제에서 국면을 주도해 온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이스라엘이었다.
[프레시안 books] <말과 칼>
정욱식은 한미 동맹과 북핵 문제를 연구하면서 한반도의 '평화 군축' 운동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아온 이 분야의 전문 지식인이다. 여담이지만 나는 언젠가, 지금은 정의당 의원이 된 김종대 전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과 그를 묶어 '우리시대의 병가(兵家)'라고 일컬은 적도 있다. 그런 그가 <말과 칼>(유리창 펴냄)이라는 새로운 책을 냈다.
'두 가지 한국에 관한 정치적 상상력'이라는 부제를 가진 <말과 칼>은 책의 내용과 구성 양면에서 독특한 시험을 했다. 300쪽 남짓한 이 책의 반쪽은 '헬조선편'이고, 또 다른 반쪽은 '웰조선편'으로 편집되었다. 그래서 앞 뒤 표지가 다르다. 이 면에서 볼 때 다른 면은 책이 거꾸로 되어 있다. 땅콩집(duplex home)처럼 한 권의 책 속에 내용이 상반된 두 권의 책이 합본된 이유는, 두 가지 사고 실험을 통해 한반도의 미래를 명료히 보여주려는 의도에서다.
원래 사고 실험은 과학소설(SF) 작가들의 전유물로, SF는 과학이나 과학 기술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어떤 가설 내지는 개념(idea)을 미래 사회에 투사함으로서 현실을 되비쳐보거나 현실 세계가 나아갈 방향과 교훈을 얻고자 한다. 이와 같은 사고 실험에서 출발했기에 <말과 칼>은 일종의 허구(픽션)를 품게 된다. 지은이가 쓴 '저자의 말'을 보자.
단체 활동을 하면서 써온 책이 벌써 10권을 훌쩍 넘었다. 분류하자면 모두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이다. 대부분 존재감이 별로 없는 책들이다. 사람들이 좀 더 재밌고 알기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쓸 수는 없을까? 소설이 떠올랐지만, 이건 내 능력 밖이었다. 그래서 독특한 방식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소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논픽션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것 말이다. '세미 픽션(semi fiction)'이라는 말과 '소셜 픽션(social fiction)'이라는 말을 떠올려 봤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소셜 픽션은 외국에서는 하나의 장르가 되고 있다는 한 출판인의 말을 듣고는 써보기로 했다. 뒤집어 읽으면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었다. 이 책의 '형식'이다.
다음(DAUM) 백과사전은 소셜 픽션을 "특정한 사회 이슈 또는 공간을 주제로 제약과 조건 없이 이상적인 미래를 그리는 사회 혁신 기획"을 담은 소설이라고 밝히면서, 소셜 픽션이 갖추어야 할 네 가지 가치 또는 조건을 이렇게 명시한다.
첫째, 소셜 픽션의 가치는 제약 조건 없이 먼 미래를 상상한다는 데서 나오는 것으로 이 방법은 어려운 사회 문제의 해결을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둘째, 소셜 픽션은 비전과 목표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데, 이 방법은 일이 방향을 잃지 않고 오래갈 수 있게 해준다. 셋째, 긍정적 상상이다. 사회나 조직에 대해 긍정적 상상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미래가 적극적 구성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키우게 되어 사회 구성원들의 비전에 대한 관여도를 높이고 변화를 향한 행동도 더 많아지게 한다. 넷째, 소셜 픽션은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상상하도록 함으로써 공공 정책에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 류제승(오른쪽) 국방부 정책실장과 토머스 밴달 미8군 사령관이 지난 3월 4일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방부에서 사드 배치 협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 구성 협약 약정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2017년 12월 20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말과 칼>은 내년에 있을 이 선거에서 야권 연대(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후보가 당선된 경우와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경우, 남한의 사드(THAAD) 배치 결정이 부르게 될 한반도와 동북아의 운명을 사고 실험에 부치고 있다.
이 책에서 새누리당 당선자는 사드 배치에 적극적이고, 야권 연대의 당선자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새누리당 당선자가 '헬조선편'의 주역을 맡았고, 야권 연대의 당선자가 '웰조선편'의 주역을 맡았다. 하지만 두 편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분기하기 이전인 선거 국면에서 새누리당이 사드 배치에 다걸기를 한 것과 달리, 야권 연대는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정론을 확실히 정하지 못했다. 야권 연대는 사드 배치 '찬성․반대․신중론'으로 나뉘어 우왕좌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사드 배치 반대를 정해야 한다는 일부 의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국민의당 역시 마찬가지다. 정의당만이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태였다." (웰조선편, 10쪽)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사드 배치 반대를 정해야 한다는 일부 의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국민의당 역시 마찬가지다. 정의당만이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태였다." (웰조선편, 10쪽)
2017년 선거는 새누리당이 장기 집권으로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분수령이지만, "경제가 개판"(헬조선편, 8쪽)이 되어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곤경을 "안보 문제, 북한 문제로 돌파"(헬조선편, 15쪽)하고자 새누리당이 꺼내든 것이 2016년 초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한미 양국이 '암묵적'으로 합의를 본 사드 배치 결정이다. 미국은 한미가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에 합의한 것처럼 말을 흘리고, 한국은 그때마다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노(NO)'로 일관하지만, 이면에서는 공식 합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사드 배치를 선거 쟁점으로 내세우는 속셈에는 안보 프레임으로 결집될 50대 이상의 보수층이 2030 세대보다 350만 명이나 많을 뿐 아니라, '신냉전 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2030 세대의 북한 혐오가 강하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누가 승리를 차지하든 차기 정권은 박근혜 정권이 암묵적으로 미국과 합의한, 사드 배치 여부라는 중대한 시험을 마주하게 된다. 작중의 새누리당 대통령 당선자 손시열은 당선자의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통해서도, 제재를 통해서도 북핵 문제 해결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사드 배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습니다."(헬조선편, 24쪽)라고 말하며, 사드 배치를 강행한다. 손시열은 사드 배치 뿐 아니라 한국의 핵무장 추진 가능성을 을러대며, 1991년 남한에서 철수한 전술핵을 재배치 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한다.
'헬조선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남한에 사드를 배치해야만 하는 미국의 강한 필요와 새누리당의 대북 강경책이 결합하면서 끝내 사드 배치를 강행하게 된다. 그 결과 한국은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휘청거리게 되고, 미국 또한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라는 원치 않는 전략적 손실을 얻게 된다. 북한의 주판알은 남한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을 반길 리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인 손해라고 판단하지도 않는다.
사드가 남조선에 들어가면 보시다시피 남조선과 중국과의 관계, 중미 관계 모두 악화됩니다. 러시아도 계속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게 우리 공화국에는 큰 전략적 이익입니다. 그리고 조중 간의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 관계도 강화될 것입니다. 실제로 남조선이 사드 배치를 발표한 직후부터 단둥에서 세관 및 겸역 절차가 눈에 띄게 약화되면서 교역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만난 진창이도 조중 수뇌 회담을 비롯한 양국 간 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헬조선편, 89쪽)
한편, '웰조선편'에서는 야권 연대의 당선자인 최서희가 남한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힐러리 클린턴 정부 안의 매파(국방성․CIA)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물리친다. 사드를 남한에 배치하려는 미국의 공세를 거부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설득할 논리가 있어야 한다. 최서희는 1999년 10월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대북정책조정관 윌리엄 페리가 작성했던 '페리 프로세스'를 다시 가동하자고 제안한다. "포괄적인 관계 정상화 및 평화협정을 체결을 단계적으로 추진"(웰조선편, 54쪽)하고자 했던 페리 프로세스는 북한이 '새로운 제안'으로 받아들이면서 본격화 되었으나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이 되면서 백지화 된 바 있다.
최서희는 상호 군축과 한미 군사 훈련 축소․참관 등의 구체적인 유인책으로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가장 큰 이유인 '체제(안보) 위협'을 해소해주고, 대신 북한으로 하여금 지그프리트 해커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의 '3개의 노(NO)' 원칙을 수용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한다. '3개의 노'란 ① 북한이 핵무기를 더는 추가하지 않고 ② 핵무기 성능을 개선하지 않으며 ③ 외국에 핵무기 판매와 기술 이전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북한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노력한다는, 세 가지 원칙으로 되어 있다.
지은이는 현재 한국의 위기가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가 맞물"려 있는 형국이라면서, "이 복합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살길은 제2의 북방 정책"(이상 웰조선편, 141쪽)밖에 없다고 말한다. 미국이 주도했던 냉전 시대의 '지정학적 감옥'에서, 중국이 부상하는 반전(反轉) 시대의 '지경학적 허브'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으로 반전의 시대가 가져올 천금 같은 기회를 박찬다면, 우리는 김정은이 이렇게 장담하는 것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제도(체제) 경쟁은 이제부터야. 남조선 경제는 저렇게 엉망이지, 젊은이들은 무슨 헬조선이니 흙수저니 하고 있지. 난 처음에 남조선 애들이 헬조선이니 뭐니 해서 우리 공화국을 모독하는 얘긴 줄 알았어.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남조선은 저렇게 꼴아 박고 있고 우리는 다시 일어서고 있으니 이제 한 번 해볼 만한 거 아냐." (헬조선편, 91쪽)

▲ <말과 칼>(정욱식 지음, 유리창 펴냄). ⓒ유리창
첫째, 이 책은 한국에서 '소셜 픽션'을 표방한 선구적인 작품이다. 앞으로 이 장르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향후 소셜 픽션을 이야길 할 때, 첫 머리에 거론될 책이다. 둘째, 이 책은 내년에 있을 선거전의 일면을 미리 보여준다. 야권 후보는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사드 배치를 쟁점화할 경우를 염두에 두고 정밀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N포 세대 청년들의 경제적․심리적 '박탈 담론'으로 전유된 헬조선 담론에 근본적인 분석틀과 극복 방향을 제공한다. 헬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이 '신냉전 세대'와 겹치는 한, N포 세대가 헬조선에서 헤어날 길은 없다.
이 책 '헬조선편'과 '웰조선편'의 결론은 한반도의 군축과 평화 운동이 헬조선의 출구라는 것을 한 방향으로 가리키고 있다. 헬조선은 분단 70년을 훌쩍 넘기고 답보된 통일 운동, 70년 넘게 극한 대결을 유지해온 한반도의 전시 상태가 누적되어 나타난 결과다. 평화 운동 없는 분단 상태가 헬조선이 되어 한국의 미래 세대를 억누르게 되리라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사고 실험이 아니고서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도, 우리는 이 중대한 암묵지를 오랫동안 모른 체 외면해 왔다.
"9월이면 북한 굴복? MB도 그랬다"
2016.06.22 16:29:21
[정세현의 정세토크] "北 무수단 발사, 핵군축 협상 노린 것"
북한이 여섯 번 만에 중거리 탄도 미사일인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 로켓 발사로 조성된 대북 제재 국면에서 북한이 무수단 발사에 이렇게 집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를 두고 "핵 군축 회담을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상당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실제 무수단이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 핵 폭탄을 실어나를 수 있는 운송 수단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핵이 무기로써 상당한 위력을 갖게 된다"며 "북한은 이번에 무수단 발사 시험에 성공한다면 미국이나 중국 등 국제사회가 자신들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북한은 이를 기반으로 핵 보유국인 자신들과 핵 군축 회담을 해야지, 6자회담은 의미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유용한 근거로 무수단 발사를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의 이번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위반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이 말을 증명하기 위해 모든 외교적 역량을 북한 고립에 쏟아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최근 북한의 우방국들이라고 할 수 있는 우간다, 쿠바, 러시아 등을 방문해 북한 '왕따 만들기'에 매달리고 있다.
특히 외교부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예전에는 북한 이야기도 못 꺼내게 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다면서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거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최근 러시아의 군함이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예고 없이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 포위망을 좁혀오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자기들도 이들의 포위 전략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을 것"이라며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일 동맹이 중국과 함께 자국을 포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 중국과 협력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제와 압박에 동참할까? 이런 큰 판을 보고 외교를 해야 하는데 그저 대북 제재와 압박만 생각하는 외골수 정부이다 보니 상대 국가가 처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의 해석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간다, 불가리아, 쿠바 등등 북한의 우방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북한과 관계를 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건 도랑을 막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중국과 러시아에서 댐의 수문이 열리고 있는데, 이런 도랑 몇 개 막았다고 해서 대북 제재와 압박에 효과가 있다? 이건 '위시풀 띵킹'(wishful thinking) 정도가 아니라 오판 중의 오판"이라고 일갈했다.
정 전 장관의 인터뷰는 지난 21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편집인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프레시안 : 북한이 4번이나 실패한 무수단 미사일 발사 카드를 또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표현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엄중한 대북제재 국면이 조성된 이 시기에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시도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세현 : 이번 발사가 예전에 4번 실패한 것을 만회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한국 정부의 대북 압박을 위한 외교 행보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 차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8월에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시작됩니다. 그 때 미군의 함정이 들어오는데 사전에 견제하기 위해 무수단 발사에 성공해서 사정거리가 확보되면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훈련의 강도를 좀 낮추기 위해서 사전 경고적인 행동을 보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프레시안 :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6회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세미나와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요?
이 자리에는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북한사무특별대표와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미국국 부국장을 비롯해서 미국 국무부 성김 대북정책 특별대표, 한국 외교부의 김건 북핵외교기획단장, 일본 외무성 가나스기 겐지 아시아대양주국장, 러시아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북핵담당 특임대사 등 6자회담 참여 국가들의 정부 인사들이 모두 모이는데요. 그래서 사실상 '미니 6자회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를 염두에 두고 무수단 시험 발사를 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세현 : 6자회담보다는 핵 군축 회담을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상당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하는 의도는 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탄두가 소형화‧경량화 됐다고 판단하고, 이를 미사일에 실어서 보냄으로써 자신들이 핵 보유국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핵 보유국인 자신들과 핵 군축 회담을 해야지, 6자회담은 의미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유용한 근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미 북한은 핵 보유국끼리 핵 군축을 위한 회담을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최선희 부국장도 6자회담에 나오겠다는 이야기보다는 자신들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지향할 것이고 앞으로 핵 가진 나라들끼리 군축회담을 하자고 이야기할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핵 무기를 일방적으로 없애거나 폐기시키려는 것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할 겁니다.
실제 무수단이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 핵 폭탄을 실어나를 수 있는 운송 수단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핵이 무기로써 상당한 위력을 갖게 됩니다. 북한은 만약 무수단 시험 발사에 성공한다면 미국이나 중국 등 국제사회가 자신들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 : 북핵 능력은 올라가고 있는데 북핵 문제는 꽉 막혀 있는 답답한 형국인데요.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우선 핵 동결 조치부터 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물밑접촉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정세현 : 그런데 북한이 핵을 동결하려면 그들이 내건 조건처럼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돼야 합니다. 이 반대급부가 없으면 북한은 핵을 동결하지 않을 겁니다. 박근혜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서 이 훈련을 중단하고 협상에 나설 동력이 있습니까? 북한이 9월이면 굴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한테는 이는 의미 없는 조치에 불과합니다.
프레시안 : 어쨌든 현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디선가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북한의 책임도 있지 않습니까? 북한의 대응이 달랐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정세현 : 애초에 핵 문제를 가지고 미국과 '건곤일척'의 거래를 하려고 했던 것부터가, 이런 셈법 자체가 틀린 겁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일종의 오판을 한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 시기에 북한이 재미를 봐서 그런 건데, 당시 북한이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덤비니까 미국은 김영삼 대통령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미 비밀 접촉을 했고 결국 제네바 기본 합의까지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닙니다. 2005년 9.19 공동 성명 당시 합의가 채택된 직후에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있는 북한 자금을 동결시키기 위한 금융제재에 돌입했습니다. 이는 9.19 성명이 이행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프레시안 :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에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 연설을 했는데 그 때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고 또 2012년 미국과 2.29 합의를 마련했지만 두 달도 되지 않아 또다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도했습니다. 이것 역시 북한의 오판 아닌가요?
정세현 : 북한의 이른바 압박 전술인데 착오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이러면 미국이나 남한의 협상파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무수단도 성공하면 북한은 더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된 선택으로 남북관계를 이렇게까지 망쳐놓았듯이, 북한도 그런 실수가 많습니다. 상대가 있는 외교 문제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어떻게 파악하느냐,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대책이 달라지는 건데, 이런 측면에서 잘못 인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계속되면서 결국 지금과 같은 막다른 골목에까지 몰리게 된 겁니다.
9월이면 붕괴? 이명박 때도 그랬다
프레시안 : 북핵 문제가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 고위관계자가 오는 8~9월 까지는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고립시키고 압박해서 붕괴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닌가요?
정세현 :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의 북한의 우방국들을 돌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외교를 펼친 것을 두고 "전략적 로드맵"에 따라 움직인 거라고 자평을 하더군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외교였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착각입니다. 국제사회에 북한의 우방이 없어지면 손 들고나올 거라는 착각인 거죠. 지난 정부에서도 이런 착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비핵-개방-3000, 즉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 개방의 길로 나온다면 10년 안에 북한 주민 1인당 소득을 3000달러까지 만들어주겠다면서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 전에는 일체의 남북 교류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렇게 하면 북한이 고통을 느끼고 굴복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집권 초기에 이명박 정부는 반팔 셔츠를 입기 전에 북한이 항복하고 나올 거라고 했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와 비슷하게 몇 달 지나면 북한이 결국은 굴복할 거라는 계산입니다.
그런데 반팔을 입은 시기가 지나도 북한은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이명박 정부는 말을 바꿨습니다. 이번에는 '첫눈'을 꺼내 들었습니다. 첫눈이 내리기 전까지는 북한이 굴복할 거라고 호언장담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 자리에서 통일이 가까워 오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이 잘 산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스스로 공언했던 반팔 셔츠, 첫눈 모두 근거 없는 예측으로 끝났는데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한 것일까요?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믿음, 이른바 '북한 붕괴론'에 대한 확신 없이는 이런 말은 나오기 힘듭니다. 붕괴론적인 시각에서 보면 8년 전의 대북 압박이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의 이행이 북한의 변화를 위해 매우 효과적이고 유효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8년 전에도 북한이 손 들고 나오지 않은 겁니다.
최근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주최한 학술회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서 제재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는데 현재 북한 시장에서 물가 변동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임을출 교수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쌀 가격이나 유가, 달러 환율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가 채택되면서 시작된 제재 국면에도 북한과 중국 교역에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중국이 지난주 북한 수출이 제한되는 품목을 추가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 품목들은 자세히 살펴보면 민생과 관련한 것들이라기 보다는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물자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규격이나 물질과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수출이 금지된다는 단서도 달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제재의 뒷문을 열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고통을 느끼고 굴복하고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또 유엔 회원국이 대북제재를 실제 어떻게 이행했는지를 안보리에 보고하는 보고서가 있는데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의 대북제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유엔 회원국의 50% 정도가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한국을 비롯해서 미국과 일본 등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소극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프레시안 :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말씀하신 대로 북한의 우방들을 찾아다니면서 북한과 이들을 떼어 놓아 북한을 고립시킬 수 있다고 선전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면서 외교적 성과라고 자평하고 있는데요.
정세현 :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예전에는 북한 이야기도 못 꺼내게 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다면서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거라는 전망을 했던데, 이걸 우리 맘대로 이렇게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과거에 영국과 일본이 동맹을 맺고 러시아의 남하를 막은 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러시아 입장에서는 최근 돌아가는 형세를 보니 현재의 미일 동맹이 그 때와 영일 동맹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겁니다. 지금의 미일 동맹 역시 과거의 영일 동맹처럼 대륙 국가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일 동맹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시작되는 것이라고도 분석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중러 양국이 대북 제재와 압박에 동참할까요? 이런 큰 판을 보고 외교를 해야 하는데 그저 대북 제재와 압박만 생각하는 외골수 정부이다보니 상대 국가가 처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의 해석이 나오는 겁니다. 상대국에서야 외교적인 언사로 유엔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말하는 건데,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있는 셈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뿐만 아니라 우간다, 불가리아, 쿠바 등등 북한의 우방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북한과 관계를 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건 도랑을 막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댐의 수문이 열리고 있는데, 이런 도랑 몇 개 막았다고 해서 대북 제재와 압박에 효과가 있다구요? 이건 '위시풀 띵킹'(wishful thinking)정도가 아니라 오판 중의 오판이라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에 탑재된 '북한 붕괴론'
프레시안 : 이런 오판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뿌리 깊게 박혀있는 북한 붕괴론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대북 압박에 의한 시나리오가 2014년 3월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때부터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은 이 사건과 관련한 성명 비슷한 것을 내면서 북한의 핵실험으로 조성된 엄중한 국면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정작 그해에는 핵실험을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또 김민석 당시 국방부 대변인 역시 북한이 조만간 큰 것 한 방을 터뜨릴 거라고 말하기도 했구요. 같은해 석가탄신일에 박근혜 대통령 역시 4차 핵실험 국면으로 조성된 위기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때부터 '북한의 도발 → 제재와 압박 → 북한 붕괴' 시나리오가 내장돼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세현 : 내년에라도 통일이 될지 모른다면서 준비하라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 3년 주기로 핵실험을 했다는 과거의 행태를 고려해 2016년이면 핵실험이 일어날 것이고, 그러면 벌떼처럼 일어나서 북한을 에워싸서 손들고 나오게 한다는 전략을 갖추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핵실험하면 중국도 대북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으니까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헀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북한 제재와 압박에 온 몸을 던졌습니다. 개성공단까지 폐쇄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를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프레시안 : 북한을 압박한다는 이유로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했고, 이 때문에 남북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NLL 어선의 60%가 중국 어선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세현 : 중국 어선들이 소위 '인해전술'을 쓰고 있는데 여기에 당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단속해도 말을 들을까 말까인데, 다른 나라 정부에서 뭐라고 하는 걸 듣겠습니까?
한중 관계를 생각해서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단속해주면 상황은 조금 개선될 수 있겠지만, 지금 중국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한국이 완전히 미국 편에 서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상황인데요.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가 공언한 대로 9월이 됐는데도 북한이 굴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정세현 : 그러면 이명박 정부가 했던 것처럼 '첫눈이 내릴 때'까지로 바꾸지 않겠습니까?(웃음) 지금 미국에서 이란과 이라크 문제를 주로 다뤘던 공작원들이 북한 파트로 옮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을 끌어내리고 이란 핵 협상 과정에서 이란을 압박했던 전문가들이 일이 끝나니까 일감인 북한 파트로 몰리고 있다는데요.
박근혜 정부가 이런 움직임을 감지하고 북한 붕괴론에 좀 더 박차를 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미국이 이렇게 움직이니까 중국이 뒷문을 좀 열어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공작원들의 전문성으로 북한이 손들고 나오게 만들거나 아예 정권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를 두고 "핵 군축 회담을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상당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실제 무수단이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 핵 폭탄을 실어나를 수 있는 운송 수단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핵이 무기로써 상당한 위력을 갖게 된다"며 "북한은 이번에 무수단 발사 시험에 성공한다면 미국이나 중국 등 국제사회가 자신들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북한은 이를 기반으로 핵 보유국인 자신들과 핵 군축 회담을 해야지, 6자회담은 의미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유용한 근거로 무수단 발사를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의 이번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위반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이 말을 증명하기 위해 모든 외교적 역량을 북한 고립에 쏟아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최근 북한의 우방국들이라고 할 수 있는 우간다, 쿠바, 러시아 등을 방문해 북한 '왕따 만들기'에 매달리고 있다.
특히 외교부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예전에는 북한 이야기도 못 꺼내게 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다면서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거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최근 러시아의 군함이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예고 없이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 포위망을 좁혀오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자기들도 이들의 포위 전략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을 것"이라며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일 동맹이 중국과 함께 자국을 포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 중국과 협력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제와 압박에 동참할까? 이런 큰 판을 보고 외교를 해야 하는데 그저 대북 제재와 압박만 생각하는 외골수 정부이다 보니 상대 국가가 처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의 해석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간다, 불가리아, 쿠바 등등 북한의 우방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북한과 관계를 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건 도랑을 막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중국과 러시아에서 댐의 수문이 열리고 있는데, 이런 도랑 몇 개 막았다고 해서 대북 제재와 압박에 효과가 있다? 이건 '위시풀 띵킹'(wishful thinking) 정도가 아니라 오판 중의 오판"이라고 일갈했다.
정 전 장관의 인터뷰는 지난 21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편집인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북한이 4번이나 실패한 무수단 미사일 발사 카드를 또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표현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엄중한 대북제재 국면이 조성된 이 시기에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시도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세현 : 이번 발사가 예전에 4번 실패한 것을 만회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한국 정부의 대북 압박을 위한 외교 행보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 차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8월에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시작됩니다. 그 때 미군의 함정이 들어오는데 사전에 견제하기 위해 무수단 발사에 성공해서 사정거리가 확보되면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훈련의 강도를 좀 낮추기 위해서 사전 경고적인 행동을 보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프레시안 :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6회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세미나와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요?
이 자리에는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북한사무특별대표와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미국국 부국장을 비롯해서 미국 국무부 성김 대북정책 특별대표, 한국 외교부의 김건 북핵외교기획단장, 일본 외무성 가나스기 겐지 아시아대양주국장, 러시아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북핵담당 특임대사 등 6자회담 참여 국가들의 정부 인사들이 모두 모이는데요. 그래서 사실상 '미니 6자회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를 염두에 두고 무수단 시험 발사를 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세현 : 6자회담보다는 핵 군축 회담을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상당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하는 의도는 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탄두가 소형화‧경량화 됐다고 판단하고, 이를 미사일에 실어서 보냄으로써 자신들이 핵 보유국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핵 보유국인 자신들과 핵 군축 회담을 해야지, 6자회담은 의미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유용한 근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미 북한은 핵 보유국끼리 핵 군축을 위한 회담을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최선희 부국장도 6자회담에 나오겠다는 이야기보다는 자신들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지향할 것이고 앞으로 핵 가진 나라들끼리 군축회담을 하자고 이야기할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핵 무기를 일방적으로 없애거나 폐기시키려는 것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할 겁니다.
실제 무수단이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 핵 폭탄을 실어나를 수 있는 운송 수단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핵이 무기로써 상당한 위력을 갖게 됩니다. 북한은 만약 무수단 시험 발사에 성공한다면 미국이나 중국 등 국제사회가 자신들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2010년 10월 10일, 당시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중거리탄도 미사일(IRBMs).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이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북핵 능력은 올라가고 있는데 북핵 문제는 꽉 막혀 있는 답답한 형국인데요.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우선 핵 동결 조치부터 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물밑접촉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정세현 : 그런데 북한이 핵을 동결하려면 그들이 내건 조건처럼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돼야 합니다. 이 반대급부가 없으면 북한은 핵을 동결하지 않을 겁니다. 박근혜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서 이 훈련을 중단하고 협상에 나설 동력이 있습니까? 북한이 9월이면 굴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한테는 이는 의미 없는 조치에 불과합니다.
프레시안 : 어쨌든 현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디선가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북한의 책임도 있지 않습니까? 북한의 대응이 달랐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정세현 : 애초에 핵 문제를 가지고 미국과 '건곤일척'의 거래를 하려고 했던 것부터가, 이런 셈법 자체가 틀린 겁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일종의 오판을 한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 시기에 북한이 재미를 봐서 그런 건데, 당시 북한이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덤비니까 미국은 김영삼 대통령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미 비밀 접촉을 했고 결국 제네바 기본 합의까지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닙니다. 2005년 9.19 공동 성명 당시 합의가 채택된 직후에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있는 북한 자금을 동결시키기 위한 금융제재에 돌입했습니다. 이는 9.19 성명이 이행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프레시안 :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에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 연설을 했는데 그 때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고 또 2012년 미국과 2.29 합의를 마련했지만 두 달도 되지 않아 또다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도했습니다. 이것 역시 북한의 오판 아닌가요?
정세현 : 북한의 이른바 압박 전술인데 착오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이러면 미국이나 남한의 협상파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무수단도 성공하면 북한은 더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된 선택으로 남북관계를 이렇게까지 망쳐놓았듯이, 북한도 그런 실수가 많습니다. 상대가 있는 외교 문제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어떻게 파악하느냐,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대책이 달라지는 건데, 이런 측면에서 잘못 인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계속되면서 결국 지금과 같은 막다른 골목에까지 몰리게 된 겁니다.
9월이면 붕괴? 이명박 때도 그랬다
프레시안 : 북핵 문제가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 고위관계자가 오는 8~9월 까지는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고립시키고 압박해서 붕괴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닌가요?
정세현 :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의 북한의 우방국들을 돌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외교를 펼친 것을 두고 "전략적 로드맵"에 따라 움직인 거라고 자평을 하더군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외교였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착각입니다. 국제사회에 북한의 우방이 없어지면 손 들고나올 거라는 착각인 거죠. 지난 정부에서도 이런 착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이명박 정부는 이렇게 하면 북한이 고통을 느끼고 굴복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집권 초기에 이명박 정부는 반팔 셔츠를 입기 전에 북한이 항복하고 나올 거라고 했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와 비슷하게 몇 달 지나면 북한이 결국은 굴복할 거라는 계산입니다.
그런데 반팔을 입은 시기가 지나도 북한은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이명박 정부는 말을 바꿨습니다. 이번에는 '첫눈'을 꺼내 들었습니다. 첫눈이 내리기 전까지는 북한이 굴복할 거라고 호언장담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 자리에서 통일이 가까워 오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이 잘 산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스스로 공언했던 반팔 셔츠, 첫눈 모두 근거 없는 예측으로 끝났는데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한 것일까요?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믿음, 이른바 '북한 붕괴론'에 대한 확신 없이는 이런 말은 나오기 힘듭니다. 붕괴론적인 시각에서 보면 8년 전의 대북 압박이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의 이행이 북한의 변화를 위해 매우 효과적이고 유효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8년 전에도 북한이 손 들고 나오지 않은 겁니다.
최근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주최한 학술회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서 제재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는데 현재 북한 시장에서 물가 변동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임을출 교수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쌀 가격이나 유가, 달러 환율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가 채택되면서 시작된 제재 국면에도 북한과 중국 교역에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중국이 지난주 북한 수출이 제한되는 품목을 추가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 품목들은 자세히 살펴보면 민생과 관련한 것들이라기 보다는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물자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규격이나 물질과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수출이 금지된다는 단서도 달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제재의 뒷문을 열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고통을 느끼고 굴복하고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또 유엔 회원국이 대북제재를 실제 어떻게 이행했는지를 안보리에 보고하는 보고서가 있는데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의 대북제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유엔 회원국의 50% 정도가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한국을 비롯해서 미국과 일본 등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소극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프레시안 :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말씀하신 대로 북한의 우방들을 찾아다니면서 북한과 이들을 떼어 놓아 북한을 고립시킬 수 있다고 선전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면서 외교적 성과라고 자평하고 있는데요.
정세현 :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예전에는 북한 이야기도 못 꺼내게 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다면서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거라는 전망을 했던데, 이걸 우리 맘대로 이렇게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러시아도 다른 모든 국가들처럼 국익에 따라 움직입니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문제 때문에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 제재 움직임에 그렇게 쉽게 따라와 줄까요?
최근 러시아의 군함이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예고없이 나타났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미국과 일본이 중국 포위망을 좁혀오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자기들도 이들의 포위 전략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을 겁니다.

최근 러시아의 군함이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예고없이 나타났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미국과 일본이 중국 포위망을 좁혀오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자기들도 이들의 포위 전략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을 겁니다.

▲ 러시아를 방문한 윤병세(왼쪽) 외교부 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13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미일 동맹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시작되는 것이라고도 분석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중러 양국이 대북 제재와 압박에 동참할까요? 이런 큰 판을 보고 외교를 해야 하는데 그저 대북 제재와 압박만 생각하는 외골수 정부이다보니 상대 국가가 처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의 해석이 나오는 겁니다. 상대국에서야 외교적인 언사로 유엔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말하는 건데,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있는 셈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뿐만 아니라 우간다, 불가리아, 쿠바 등등 북한의 우방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북한과 관계를 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건 도랑을 막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댐의 수문이 열리고 있는데, 이런 도랑 몇 개 막았다고 해서 대북 제재와 압박에 효과가 있다구요? 이건 '위시풀 띵킹'(wishful thinking)정도가 아니라 오판 중의 오판이라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에 탑재된 '북한 붕괴론'
프레시안 : 이런 오판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뿌리 깊게 박혀있는 북한 붕괴론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대북 압박에 의한 시나리오가 2014년 3월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때부터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은 이 사건과 관련한 성명 비슷한 것을 내면서 북한의 핵실험으로 조성된 엄중한 국면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정작 그해에는 핵실험을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또 김민석 당시 국방부 대변인 역시 북한이 조만간 큰 것 한 방을 터뜨릴 거라고 말하기도 했구요. 같은해 석가탄신일에 박근혜 대통령 역시 4차 핵실험 국면으로 조성된 위기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때부터 '북한의 도발 → 제재와 압박 → 북한 붕괴' 시나리오가 내장돼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세현 : 내년에라도 통일이 될지 모른다면서 준비하라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북한 제재와 압박에 온 몸을 던졌습니다. 개성공단까지 폐쇄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를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프레시안 : 북한을 압박한다는 이유로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했고, 이 때문에 남북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NLL 어선의 60%가 중국 어선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세현 : 중국 어선들이 소위 '인해전술'을 쓰고 있는데 여기에 당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단속해도 말을 들을까 말까인데, 다른 나라 정부에서 뭐라고 하는 걸 듣겠습니까?
한중 관계를 생각해서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단속해주면 상황은 조금 개선될 수 있겠지만, 지금 중국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한국이 완전히 미국 편에 서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상황인데요.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가 공언한 대로 9월이 됐는데도 북한이 굴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정세현 : 그러면 이명박 정부가 했던 것처럼 '첫눈이 내릴 때'까지로 바꾸지 않겠습니까?(웃음) 지금 미국에서 이란과 이라크 문제를 주로 다뤘던 공작원들이 북한 파트로 옮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을 끌어내리고 이란 핵 협상 과정에서 이란을 압박했던 전문가들이 일이 끝나니까 일감인 북한 파트로 몰리고 있다는데요.
박근혜 정부가 이런 움직임을 감지하고 북한 붕괴론에 좀 더 박차를 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미국이 이렇게 움직이니까 중국이 뒷문을 좀 열어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공작원들의 전문성으로 북한이 손들고 나오게 만들거나 아예 정권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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