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왜 선거는 '19禁' 인가요?"

일취월장7 2016. 3. 29. 13:06

선거만 되면 '구원자' 행세하는 그들? 사실은...

[4.13 총선 인권올리고 가이드] 인권으로 정치를 이야기하자!


사랑하는 친구 Y에게.


우리는 자주 통화하고, 만나고,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데 이렇게 편지 같은 걸 쓰려니 어색하고, 오글거리는 느낌이야. 그래도 뭔가, 긴 글로 쓰는 건 조금 다른 느낌이랄까?

처음 만나 친구가 되었을 때부터 최근까지 우리 대화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잘사는 법'이었던 것 같아. 이제 와 생각하니 '꿈'에 대해선 많은 얘길 하지 못했어. 항상 현실의 벽에 부딪혔지. 그리고 은연중에 나도 모르게, 꿈은 꿈일 뿐 절대 이뤄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너와 난 그저 어떻게 하면, 이 더러운 사회에서 잘 살아남아 버틸 수 있을까, 세상은 변하지 않을 거야, 냉소하면서 소주병을 없애며 숱한 밤을 보냈어. 10년이 지났는데도 이 절망은 여전히 유효해. 우리가 술 마실 때마다 하는 절망 레퍼토리는 그대로인데, 난 인권 활동가가 되었고 넌 여러 직업을 거쳐 로펌에 사무직으로 취직했지. 

넌 집에서 대학 등록금을 내줄 기대를 할 수 없는 자식 셋 중 둘째. 언니는 첫 번째 자식이라서, 동생은 남자라서, 가운데 자식인 너는 어느새 보살핌 받는 게 너무 어색한 사람이 되었지. 대학은 우기고 우겨서 겨우 입학했고, 입학한 뒤로는 내내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바빴어. 학교를 졸업하고 분명 알바로 취직한 학원에서는 전임 강사처럼 일은 일대로 부려먹고,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겠다 뭐다 하면서 어떤 달은 기본급 100만 원을 겨우 받기도 했잖아. 그 월급 받던 날. 우린 또 열심히 소주를 마셨지.

나는 또 나대로, 부모님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정말 열심히 일하시는데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리 집 형편이 날 더욱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어.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가난보다 우리 부모님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였어. 일은 죽어라 시키고, 월급을 줄 때는 오히려 일한 사람이 애걸복걸해야 했지. 또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 라고 하면 군말 없이 그렇게 해야 했어. 왜 그렇게 바보같이 가만히만 있냐고 답답해하는 나에게 부모님은 "다른 사람 돈 받아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씀하셨지. 한때 정말이지 내 소원이 어떻게든 돈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우리 집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었다는 걸 너도 잘 알 거야. 그래…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바보 같은지.

그러던 어느 날. 아마도 내가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그 날은 휴일이었고, 난 나가 놀다가 밤에 들어왔어. 자려는데 엄마가 그러는 거야. 오늘 아빠랑 한강에 놀러 갔는데, 자전거를 빌렸다. 1시간당 5000원인가 했는데, 아빠는 그게 하루종일인 줄 아셨다. 그래서 자전거 대여점 사장한테 그렇게 우기니까 사장이 대뜸 아빠에게 "그렇게 귀도 안 들리고 돈도 없으면 집에나 있지. 왜 나와서 사람 짜증나게 하냐"고 했다며 속상하다고 말씀하셨어. 

우리 아빤 한쪽 귀가 안 들리고, 지금은 나머지 한쪽도 거의 안 들리잖아. 그 날 한숨도 못 잤어. 너무너무 억울해서, 화가 나서, 엄마 아빠가 불쌍해서, 창피해하는 내가 싫어서.


▲ 지난달 18일 오후 노원구 서울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발달 장애 유권자 대상 모의 체험 투표에서 참가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너랑 내가 만나 하는 얘기가 술을 부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였을지도 모르겠다. 가끔 생각해. 난 왜 인권 활동가가 되었을까? 한 번, 딱 한 번, 그런 생각을 한 적 있었어. 엄마, 아빠를 맘대로 자르기도 하고 못살게도 구는, 제대로 사업장 신고도 하지 않고 기계를 돌리는 영세 옷 공장들. 천주교인권위원회 명함이 나왔을 때 그걸 들고 찾아가 이런 식으로 맘대로 자르면 안 되고, 밀린 월급도 다 주라며 안 그러면 이 공장 문 닫게 해버리겠다고 해버릴까 하고. 그게 '위협'이 되면 참 좋겠다, 하고. 생각도 방법도 옳지 않지만, 그냥 '인권'은 그런 힘이 있다고 믿고 싶었어. 

세상은 여전히 너나 나 같은 사람, 우리 엄마, 아빠 같은 사람이 살기에 불공평하고 억울한 일 투성이야. 이번 총선에도 우리의 삶을 더 힘들게 할 사람들이 마치 삶을 구원해줄 것처럼 떠들고 다니겠지.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기도 하는 선거는 때로 정치의 장을 확 좁혀버리기도 하는 것 같아. 누군가는 나이 때문에, 장애인이거나 이주민이기 때문에, 홈리스(Homeless)라 주소가 없어서 선거에 참여할 수 없지. 또, 국민들의 안전을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안과 두려움을 매개로 오히려 국민들을 감시하려고 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약은 말만 번지르르하고 잘사는 사람만 계속 잘 살게 하지. 또 누군가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말들은 화살이 되어 날아다녀. 

인권 운동은 차별을, 배제되고 쫓겨나는 사람들을, 언제나 이야기하지만 총선을 앞둔 지금은 또 다른 방식으로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 같아. 선거에는 나오지 않는 진짜 이야기 말이야. 노동이 그저 '남의 돈 얻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는 그런 거.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그런 정치.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4.13 총선 인권 올리고 가이드'를 만들었어. 내가 가진 표 하나가 어떻게 이 모든 걸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이건 어떤 시작이야. 표 하나로 누군가에게 맡겨버린 정치가 내 삶을 뒤흔들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는 답을 알려주지 않지만 답을 함께 찾아가자고 말하고 있어. 선거가 끝난 후 느껴왔던 허망함 대신 인권을 가지고 정치를 이야기하자고 말이야. 이 가이드가 너희 동네 후보자와 각 정당을 판단하는 소중한 기준이 되기를 바라. 그리고 너의 경험이 여기에 덧붙여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야. 

물론 이번에도 총선이 지나고 나면 너와 진탕 술을 마시게 될 것 같지만, 그래도 하나 다른 게 있다면 내가 5년인가 6년쯤 전에 인권이 '힘'이 있다고 믿고 싶었던 그 때, 그 마음을 떠올리고 싶어. 

어떻게 끝을 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들은 곧 만나서 하자!

여름이 시작되는 6월쯤 눈치 안 보고, 연차 써서 놀러가려는 우리 계획이 꼭 성공하기를 바라며. 

너의 친구 E가. 

4.13 총선 인권 올리고 가이드 발표 기자회견이 3월 22일(화) 오전 11시, 광화문에서 있을 예정이다. 인권올리고 가이드는 1부 그들이 말하지 않는 투표 이야기와 5개의 영역에서 제안하는 2부 차별 내리고 인권 올리고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네?"

[4.13 총선 인권올리고 가이드 ②] 남자가 남자를 사랑할 때
글 쓰는 게이 | 2016.03.24 15:53:16
     
        

열차의 문이 닫힌다. 유리창 너머 그가 내게 윙크를 보내고 있다. 나는 손을 흔들어 보인다. 열차가 앞을 향해 속력을 내며 달려간다. 그의 모습이 잔영을 남기며 사라진다. 나는 뒤돌아서 집에 간다. 매일 이별 연습을 하는 것 같다.

그가 내게 사준 염주가 있다. 처음으로 커플로 맞춘 물건이다. 염주에는 캡슐이 있고, 캡슐을 열면 작은 금부처가 들어있다. 그것을 차고 다니면서, 힘들 때마다,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때마다 캡슐을 열어 그 작은 금부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그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꽉 막혔던 가슴이 조금이나마 풀어졌다. 나는 아무것도 믿은 적이 없었다. 그런 내게 신앙이 생겼다. 

지키고 싶은 것, 지켜야 할 것이 생기게 되었다. 

나와 그의 그림자가 살짝 포개어진다. 살과 살이 닿는 순간들. 그와 만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 그 순간들은 짜릿하기만 하다. 특히나 공공장소에서의 스킨십. 우리는 공공장소에서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거나, 어깨동무를 한다. 그는 알고 있을까? 그는 나를 그저 왈가닥, 주변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다니는 철없는 어린 애로 보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는 따뜻한 그의 품에 안길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했다. 공공장소에서의 스킨십은 내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남자와 남자의 스킨십은 쉽게 여러 사람의 눈총을 살 법한 일인 것이다. 그와 공공장소에서 스킨십을 할 때마다 짜릿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은 죄를 저지른 뒤의 짜릿함과 가까웠다. 마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연애를 하기 전부터 그러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벽장에서 나와 얼굴을 드러내기로 했다.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여야만 미래의 애인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와 사귄 뒤로는 지킬 것이 생긴 것이었기에 숨으면 안 되었다. 나는 좀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나는 나 자신, 내 진짜 욕망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그것을 전면에 드러내기로 했다. 

퀴어문화축제에 기획단으로 참여했고, 성 소수자 관련 여러 행사에 얼굴을 내밀었다. 최근에는 '평등을 위한 한 표 레인보우 보트'에 함께 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결국 내가 내 민낯을 드러내며 활동하는 이유들 중 가장 큰 이유는 단지 애인과의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위해서였다. 공공장소에서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거나, 어깨동무를 할 때 죄책감이 들지 않도록,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도록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싶어서 시작한 일들이었다. 

날이 갈수록 욕심이 늘어난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수록, 그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진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그를 내 애인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해주고 싶다. 그와 한 세월 오랫동안 같이 살며 가정을 이루고 싶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그것들은 불가능한 일들이다. 법은 닫힌 문처럼 굳건히 우리 앞에 서 있다. 우리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서류에 우리의 이름을 같이 올릴 수 없을 것이다. 남자와 남자가 그랬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구차한 변명 같은 이유 때문에. 닫힌 문 앞에서, 나는 다시금 죄책감의 구렁텅이로 떨어진다. 

법을 다루는 정치인들은 우리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정치인들은 여전히 성 소수자들을 무시하고 짓밟고 있다. 성 소수자들을 위한 법은 구겨지고 버려졌으며, 성 소수자들을 혐오하는 종교의 지지를 받기 위해 그들은 허리를 굽실거린다. 약자의 자리에 있기에 성 소수자들은 대의 민주주의에서 소외당한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분명히 성 소수자들에게 친절하게 변하고 있다. 언젠가 성 소수자들은 대의 민주주의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성 소수자들을 외면한 정치인들에게는 차가운 분노로 답하고, 성 소수자들에게 화답한 정치인들에게는 한 표를 던질 것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현실에 대항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런 그가 자랑스럽다. 어떤 때에는 한 사람을 이렇게 사랑할 수 있나, 싶다. 그렇다. 우리도 서로 사랑하고 있다. 우리도 커플이다. 더 이상 공공장소에서 눈치를 보며 스킨십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다.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나를 위해서, 그를 위해서, 성 소수자들을 위해서. 레인보우 보트에선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 성 소수자들의 전 재산인 몸으로써, 성 소수자들을 외면하는 정치인들에게 대항하려 한다.

사람들 앞에 우리의 몸을 전시한다. 가장 아름다운 포즈를 하고서.



인권올리고 가이드는 1부 '그들이 말하지 않는 투표 이야기'와 5개의 영역에서 제안하는 2부 '차별 내리고 인권 올리고'로 구성되어 있다. 



"왜 선거는 '19禁' 인가요?"

[4.13 총선 인권올리고 가이드 ③] 참정권을 박탈당한 사람들, 청소년
쥬리 | 2016.03.29 11:20:06










중학생인 A 씨는 정치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청소년 당원을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정당 중 하나에 당원으로 가입해 정당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대의민주주의 정치체계의 한계를 느끼지만 그래도 제도 정치를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A 씨는 선거권이 없습니다.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헌법에도 나와 있는 참정권은 A 씨가 만 19세 이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정당합니다. A 씨를 비롯한 청소년들은 참정권을 가지기에 '미성숙하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하지만 A 씨는 알고 있습니다, 참정권을 비롯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는 '성숙함'이라는 '자격'이 있어야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공평하게 누려야 하는 종류의 권리라는 것을요. 게다가 그 '성숙함'이라는 것의 기준은 얼마나 모호한지요. 화가 나면 학생들을 때리는 교사,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정치인, 자식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자식을 존중하지 않고 불행하게 만드는 부모 등 이른바 '미성숙한' 어른들을 A 씨는 너무 많이 보아 왔습니다. A 씨가 주장하는 바는 '성숙'과 '미성숙'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사람을 구별하고, 기본적인 권리에서 차별을 두는 행태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A 씨가 청소년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활동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청소년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면서, A 씨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청소년이 투표를 하게 되면 공부를 해야 할 학교에서 정치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일어나지 않겠느냐. 교실이 정치화될까 우려된다." A 씨는 정치란 우리 공동체의 일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고,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 논쟁하며 설득하는 일이 많이 일어날수록 좋은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지금은 청소년이 정치적으로 무력화되어 있기 때문에 선거철이 되어도 교실은 잠잠하지만, 청소년의 참정권이 보장된다면 청소년들도 자신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고려하여 가치 판단을 내리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논쟁하고 정치 문제를 놓고 소통할 것입니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해지도록 만드는 정치는 나쁜 정치입니다. 청소년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해지도록, 무력해지도록 만드는 정치 또한 나쁜 정치이지요. 

선거철 정당과 후보자가 내놓는 공약이나 정책을 보면, 진정으로 청소년을 '위하는' 공약이나 정책은 거의 없습니다. 청소년 관련 내용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교육' 분야의 일부로 사교육비를 줄여주겠다거나 동네 학교 시설을 보수해주겠다거나 하는, (사실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의 표심을 의식하는) 피상적이고 시혜적인 내용이 많지요. 청소년을 권리의 주체로 상정하고 이 사회에서 청소년의 권리를 어떻게 확대해나가겠다, 청소년의 삶의 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높이겠다는 공약이나 정책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정당과 정치인들이 국민의 요구와 삶에 신경을 쓰도록 선거라는 장치가 있는 법인데, 청소년은 선거에 참여할 수가 없으니까요.

A 씨는 한국의 높은 청소년 자살률, 법적으로 금지되어도 근절되지 않는 체벌과 열악한 학생 인권 실태,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문제의 원인에는 청소년을 정치의 장에서 배제하는 행태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A 씨는 정말로 궁금합니다. "여성 참정권은 20세기부터 보장되기 시작했는데, 청소년의 참정권은 과연 21세기에 보장될 수 있을까요?"


ⓒ청소년운동 총선대응 네트워크


위 글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선거에서 누군가를 배제하는 제도와 문화의 문제를 인식하자는 취지로 '4.13 총선 인권올리고 가이드'에 실은 글 일부이다. 선거를 비롯한 제도 정치의 장에서 청소년은 '제도적으로' 배제된다. 제도적으로는 유권자이지만 선거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사회 문화적 지원이 거의 부재하여 실질적으로 배제되는 사람들도 있다. 장애인, 비정규직·임시직·아르바이트 노동자, 홈리스 등이다. 한국은 법적으로 '국민'이라면, 그리고 만 19세 이상이라면 누구에게나 선거 참여, 정당 가입, 선거 운동 등 참정권을 행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피선거권은 연령 기준이 더 높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때 근거로 등장하는 보통선거의 원칙이 위 내용이다. 그 민주주의는 청소년은 원천적으로 제도 정치의 장에서 배제하며 유지되고 있는 불완전한 민주주의다. 

청소년은 제도 정치의 장에서 배제되어 왔지만, 모든 정치의 장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세의 나이로 사망한 유관순 열사를 비롯하여 독립운동의 장에 청소년 주체들이 있었다. 이후 민주화운동의 장에도 중고등학생 운동은 역할을 했으며, 1991년 고등학생운동가 김철수 열사는 노태우 정권 퇴진과 참교육 실현을 외치며 분신하였다. 2008년 촛불집회, 세월호 집회,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 등 여느 굵직한 집회시위의 장에도 청소년들이 함께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그들은 종종 '같은 편'인 비청소년들에 의해 '기특한 청소년'으로 취급되고 '교복 입은 청소년들마저 나왔다'며 선전의 도구로 활용되었다. 반대파들에 의해서는 '전교조에 의해 선동된 청소년' 취급을 받았고 '저들이 청소년들마저 이용한다'는 선전의 도구로 활용되었다. 청소년 주체들이 한국의 독립과 민주화, 이후 사회운동에서 한 역할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청소년이 해온 정치적 참여와 기여들은 몽땅 잊어버리고 “청소년은 정치적 주체여선 안 된다”며 선거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것이 한국의 현주소다.

청소년이 박탈당한 참정권의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선거권, △피선거권, △정당 가입권, △선거 운동권이다. 정당 가입에 대한 권리의 경우, 정당 가입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유권자로 한정한 법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데 당원의 신상 정보를 국가에 공개하고 당원 자격의 승인을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 당원 지위를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실질적으로는 각 정당의 결의이자 결정인 측면도 있다. 현재는 녹색당과 노동당만이 청소년 당원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으며, 정의당 등에서는 청소년 당원 지위 인정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선거 운동을 할 권리에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는 2012년 대선 때 한 청소년이 트위터에 이정희 후보 지지 글을 게시했다가 선관위 경고를 받은 사례이다. 선관위 경고의 근거는 '미성년자는 선거 운동을 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선거 운동이라고 하면 정당에 소속되어 길거리 유세라도 해야 선거 운동일 것 같지만,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것을 비롯하여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표하는 모든 행위들이 선거 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말로 청소년은 '말'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서는 청소년 선거 운동 금지에 대한 '불복종 행동'을 하려고 한다. 행동의 내용은 간단하다. 온라인과 거리에서 청소년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의견을 표현하면 그것이 곧 불복종이다. 4월 초에 불복종 행동을 하는 청소년들이 모여 불복종하는 우리의 모습을 드러내고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SNS에서 해시태그'#청소년선거 운동금지에대한불복종행동', '#청소년_선거법불복종'을 주시해 주시라. 

4.13총선 인권올리고 가이드는 

1부 그들이 말하지 않는 투표 이야기 

1. 참정권을 박탈당한 사람들, 청소년 
2. 투표하러 가려면 수많은 방해를 넘어가야 하는 사람들, 장애인
3. 투표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 비정규·임시직·아르바이트 노동자
4. 우리나라, 민주주의 국가 맞나요? 
5. '표의 주인'을 넘어 '정치의 주인'으로 

2부. 차별 내리고 인권 올리고 
1. 혐오 내리고 평등 올리고 
2. 지역개발 내리고 어울림의 공간 올리고 
3. 재벌의 권력 내리고 일하는 사람의 권리 올리고 
4. 부양의무제 내리고 국가 책임 복지 올리고 
5. 싸워 이기려는 가짜 안보 내리고 안전하게 살 권리 진짜 안보 올리고

로 구성되어있다. 

자세한 내용은 '4.13총선 인권올리고 가이드'(☞바로 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청년 문제 '쇼크' 수준인데"…20대 총선엔 '無'

청년네트워크 "청년 실종 깜깜이 선거"
여정민
기자
| 2016.03.28 15:24:57


12.5%. 지난달 청년 실업률이었다. 15~29세 청년 100명 중 12명이 '공식적'인 실업 상태란 얘기다. 같은 기준으로 실업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2030 세대의 가계소득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청년 문제는 지난 20년 동안 늘 심각했지만, 최근 일련의 지표들은 현재 청년 문제가 거의 '쇼크'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말한 이유다. 김 위원장은 "눈에 보이는 수치도 문제지만, 청년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는 것이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의 바람'이 세게 불고 있지만, 청년은 여전히 소외돼 있다는 주장이 28일 제기됐다. 오히려 19대 총선에 비해서도 청년의 자리는 줄어들었다는 것이 당사들의 판단이었다.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등 20여 개 청년단체들이 모여 만든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는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역대 그 어느 선거보다 '청년'과 '정책'이 실종된 '막장 선거'를 마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년 단체들이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윤성진 매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 기획위원장은 "청년 관련 정책을 분석해 보니, 대부분이 과거 공약의 재탕이거나 정부 정책의 반복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윤성진 기획위원장은 "가장 점수가 높았던 정의당의 실업부조 정책도 실현가능성 등을 종합한 점수는 65점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청년 정책만 '깜깜이'인 것이 아니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경쟁적으로 청년들을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웠던 정당들조차, 이번 총선에서는 사실상 청년을 배제했다. 

이들 단체는 "집권여당은 청년의 이름으로 단식과 헌혈 등의 퍼포먼스를 하며 청년들의 삶을 더 어렵게 할 '노동개혁'을 전면에서 외친 사람을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공천했다"고 비판했다.  

야당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20대 총선에서는 제1야당의 청년 국회의원이 한 명도 선출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은혜 전 부대변인을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우긴 했으나, 정 후보가 받은 순번은 16번으로 당선 안정권에서 벗어나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 확정 과정에서 "선거법상 여성 후보에게 배정해야 할 홀수 순번을 남성 후보에게 배정해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청년들을 당선안정권 바깥으로 내쫓는 불법 공천을 자행했다"고 이들은 비판했다. 여성의 몫이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15번 자리에는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 대표가 선정됐다. 

최융선 KYC 대표는 기자 회견에 나와 "우리의 얘기가 오히려 청년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겨 투표율이 떨어질까 두렵지만 최근 공천 과정 등 각 정당의 행태를 보면 이들이 바로 '헬조선'을 만들었구나 실감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도 "청년이 느끼는 정치 혐오감은 이상할 것도 없다"며 "청년 문제 해결이 현수막에서만 울려 퍼지는 구호로 머물러선 안 되며 땅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끝까지 외면하면 우리는 또 다시 '나쁜 정치'와 그것이 낳을 '사회 전체의 위기'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총선청년네트워크'는 각 당의 공천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달 청년 관련 정책에 대한 입장을 분석해 공천 부적격자 18명의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청년들이 선정한 '공천 부적격' 18명은?) 이들 중 대다수는 20대 총선에서 다시 공천장을 받았다. 

'총년청년네트워크'는 오는 31일 각 당의 청년 정책을 분석해 발표하는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