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대 독문과, 1992년과 2014년 졸업생 비교하니…"
[미래정치센터 블로그 기자단] 대한민국은 신분사회
김민재 미래정치센터 블로그 기자단 | 2016.02.29 11:49:32
'지옥의 조선, 우리 집은 흙수저라 노력해도 안 돼,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가진 청년들'. 그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1992년과 2014년 현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2년, 상황은 급변했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지만, 보다 높은 학점과 자격증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실업자가 됐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노오오력'이 부족해서 취업을 못한다고 한다. 청년들은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구나'라며 불평등한 사회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

- 본인이 느끼기에 지금 대한민국은 청년들이 살기 좋은 세상인지 아닌지 이유와 함께 답변해주십시오.
A(21세, 서울지역 대학생) : 대한민국은 지금 늪에 빠져 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해 정해진 길만 가는 늪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청년들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지가 제일 의문이다. 청년들은 경험이라는 명목으로 무급 인턴을 해야한다. 주변을 보면, 생활고에 시달린 채 최저임금도 못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최근 워킹홀리데이에 관한 기사를 봤는데 먼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문득 '여기(헬조선)을 떠나 보다 정의로운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B(21세, 전주지역 대학생) : 대한민국은 청년들에게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다. 청년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하면, 거부감이나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무엇이 됐든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는 게 너무 어렵다. 때문에 대학생 때부터 성적, 스펙 등을 관리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C(21세, 서울지역 대학생) : 힘들다. 너무 힘들다. "대학에 가서 실컷 놀아라"라는 어른들의 말은 옛말이다. 초중고 12년이라는 시간, 즉 청년이 되기까지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학원과 학교, 도서관 등에서 대부분 보냈다. 주위를 둘러보면 1학년 때부터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제는 '고(高) 스펙'이라는 이유로 취직에 실패하기도 한다. '고 스펙'일수록 임금을 많이 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 스펙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기업이 지금은 스펙이 너무 많아 떨어트린다. 사회 초년생이 되기 위한 관문이 너무 높다.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두렵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 두렵다.

- 2015년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등의 새로운 단어가 등장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 '대한민국은 불평등한 사회다'를 대변해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이 그냥 조선도 아닌 '지옥과 같은 나라'가 됐다. 신분사회로의 회귀를 넘어 정의가 결여된 사회를 나타낸다.
B : 현재 우리 사회의 행태를 유머로 표현한 단어다. 빈부의 격차를 그대로 이어받은 세대지만, 딱딱하게 표현하기보다 흙수저, 금수저 등으로 보다 쉽게 인식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신조어의 배경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C : '포기 세대'라는 말과 함께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들어지니, 지옥이지 무엇이겠는가. 덧붙여 이 시대는 돈이 모든 걸 지배하는 것 같다. 금수저와 흙수저는 일단 시작점부터 차이가 있다. 흔히 명문대라고 불리는 곳은 갈수록 해외파와 금수저가 많다. 이들은 돈 걱정 없이 언제든 자기가 원하는 일에 도전할 수 있다. 흙수저들은 이 점을 가장 부러워한다.

- 지금 청년 문제에 있어 가장 심각한 것은?
A : 대학 입학과 동시에 기숙사 문제로 홍역을 치른다. 일자리 문제와 더불어 주거 문제 등 다양한 청년 문제에 정치가 나서야 한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청년이라고 해도 정치가 막상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B :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아지고 있다. 먹고살기 어렵다 보니, 취업 준비만으로도 벅차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 연애와 결혼, 출산 등 개인과 사회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조차 '포기'라는 이름으로 버려지고 있다.
C : 너무 빨리 변한다. 대학 입학과 졸업의 상황이 너무 달라서 갈팡질팡하기 쉽다. 한 사람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진로를 설정하는 데 있어, 빠른 시대 전환은 큰 혼란을 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미래 유망 사업과 직업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와 연구비를 늘려야 한다. 청넌들의 멘토 역할을 할 길잡이가 늘었으면 좋겠다.



1992년과 2014년 현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2년, 상황은 급변했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지만, 보다 높은 학점과 자격증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실업자가 됐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노오오력'이 부족해서 취업을 못한다고 한다. 청년들은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구나'라며 불평등한 사회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

ⓒ미래정치센터 블로그 기자단(김민재)
- 본인이 느끼기에 지금 대한민국은 청년들이 살기 좋은 세상인지 아닌지 이유와 함께 답변해주십시오.
A(21세, 서울지역 대학생) : 대한민국은 지금 늪에 빠져 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해 정해진 길만 가는 늪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청년들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지가 제일 의문이다. 청년들은 경험이라는 명목으로 무급 인턴을 해야한다. 주변을 보면, 생활고에 시달린 채 최저임금도 못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최근 워킹홀리데이에 관한 기사를 봤는데 먼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문득 '여기(헬조선)을 떠나 보다 정의로운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B(21세, 전주지역 대학생) : 대한민국은 청년들에게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다. 청년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하면, 거부감이나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무엇이 됐든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는 게 너무 어렵다. 때문에 대학생 때부터 성적, 스펙 등을 관리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C(21세, 서울지역 대학생) : 힘들다. 너무 힘들다. "대학에 가서 실컷 놀아라"라는 어른들의 말은 옛말이다. 초중고 12년이라는 시간, 즉 청년이 되기까지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학원과 학교, 도서관 등에서 대부분 보냈다. 주위를 둘러보면 1학년 때부터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제는 '고(高) 스펙'이라는 이유로 취직에 실패하기도 한다. '고 스펙'일수록 임금을 많이 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 스펙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기업이 지금은 스펙이 너무 많아 떨어트린다. 사회 초년생이 되기 위한 관문이 너무 높다.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두렵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 두렵다.

▲ SNS에서 떠도는 수저계급론.
- 2015년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등의 새로운 단어가 등장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 '대한민국은 불평등한 사회다'를 대변해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이 그냥 조선도 아닌 '지옥과 같은 나라'가 됐다. 신분사회로의 회귀를 넘어 정의가 결여된 사회를 나타낸다.
B : 현재 우리 사회의 행태를 유머로 표현한 단어다. 빈부의 격차를 그대로 이어받은 세대지만, 딱딱하게 표현하기보다 흙수저, 금수저 등으로 보다 쉽게 인식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신조어의 배경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C : '포기 세대'라는 말과 함께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들어지니, 지옥이지 무엇이겠는가. 덧붙여 이 시대는 돈이 모든 걸 지배하는 것 같다. 금수저와 흙수저는 일단 시작점부터 차이가 있다. 흔히 명문대라고 불리는 곳은 갈수록 해외파와 금수저가 많다. 이들은 돈 걱정 없이 언제든 자기가 원하는 일에 도전할 수 있다. 흙수저들은 이 점을 가장 부러워한다.

▲ 인터넷에서 유행한 '흙수저 빙고게임'.
- 지금 청년 문제에 있어 가장 심각한 것은?
A : 대학 입학과 동시에 기숙사 문제로 홍역을 치른다. 일자리 문제와 더불어 주거 문제 등 다양한 청년 문제에 정치가 나서야 한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청년이라고 해도 정치가 막상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B :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아지고 있다. 먹고살기 어렵다 보니, 취업 준비만으로도 벅차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 연애와 결혼, 출산 등 개인과 사회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조차 '포기'라는 이름으로 버려지고 있다.
C : 너무 빨리 변한다. 대학 입학과 졸업의 상황이 너무 달라서 갈팡질팡하기 쉽다. 한 사람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진로를 설정하는 데 있어, 빠른 시대 전환은 큰 혼란을 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미래 유망 사업과 직업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와 연구비를 늘려야 한다. 청넌들의 멘토 역할을 할 길잡이가 늘었으면 좋겠다.



▲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은 지난 1월 7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2015년을 강타했던 단어 중의 하나가 헬조선, 지옥같은 조선이다. 능력사회가 아니라 신분사회로 바뀌는 것 같다. 앞으로는 헬조선이 아닌 쿨코리아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JTBC
위 기사는 미래정치센터 블로그 기자단 김민재 학생(전북대 정치외교학과) 취재로 작성됐습니다.
미래정치센터는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특히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와 이해에 부응하는 정책개발과 연구, 시민교육을 수행하는 전문 연구기관으로 2012년 12월 창립됐습니다.
연구소는 청년·학생들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지나쳐버린, 혹은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초 블로그기자단을 구성했습니다. 블로그기자단은 청년 문제를 비롯한 정치 및 생활 의제에 대한 고민을 양질의 콘텐츠로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정의당과 청년 간 직접적·지속적 소통의 장이 됐으면 합니다. (☞미래정치센터 바로가기)
"상위 10% 위한 학교서 시간 허비해야 하나요"
[다산칼럼] 학교 밖의 학교
강명관 부산대학교 교수 | 2016.02.29 12:15:25
지난 1월 남인도를 다녀왔다. 코친에서 바르깔라로 가는 길이었다. 인도 기차답지 않게 5분 늦게 아침 7시 5분에 출발했다. 운수대통한 날이라고 속으로 실컷 웃었다. 건너편 좌석에 앉은 초로의 인도인 부부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흘끔흘끔 바라보든지 말든지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인도 여행길에서 만난 젊은 자매
기차에 오른 지 5분도 되지 않아 좌석 건너편에 젊은 아가씨 둘이 자리를 잡는다. 입성만 보고도 한눈에 한국인인 줄 알겠다. 일본인·중국인은 같은 동아시아 사람이고 옷차림도 거의 같지만, 어딘가 생김새가 다르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솔직히 사심을 털어놓자면, 내 눈에는 한국 사람이 훨씬 잘 생겨 보인다.
금방 이야기를 시작했다. 둘은 친자매다. 인도에 온 지 한 달이 넘었단다. 뭄바이에 내려 고아와 마르가오, 함삐를 거쳐 코친으로 왔고 이제 바르깔라로 가는 길이란다. 바르깔라에 도착하면 좀 쉬었다가 인도 남동부를 돌아 다시 뭄바이로 가서 네팔 가는 비행기를 탈 생각이란다. 네팔에서는, 언니는 직장 때문에 일주일 뒤 귀국하고 동생은 남아서 보름 동안 트레킹을 한 뒤 돌아간다고 한다. 대단한 자매가 아닐 수 없다.
언니는 스물여섯, 동생은 열여덟이다. 동생이 고등학교 2학년 나이라 아무리 방학이지만, 석 달을 외국에 나와 있는 것이 좀 이상했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눈치를 챘는지 동생이 자신은 고등학생 나이지만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는 자신을 옥죄는 감옥 같았고, 그 속에 갇혀 입시공부를 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여겨졌단다. 그래서 늘 우울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하지 못하고 다닐 바에야 그만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부모를 설득해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동생의 말은 이랬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여행비용을 만들었지요. 부모님도 약간 도움을 주셨구요. 나는 내가 번 돈으로 세상을 배운다고 생각해요. 학교를 그만두고 나니, 얼굴도 폈고 생활이 활기차게 되었어요. 얼굴이 환해진 것을 보고 학교 그만두는 것을 반대하던 엄마도 이제는 좋아하세요. 학교에서 지내는 것보다 더 보람찬 삶을 사는 것 같아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계발을 해야 하구요. 봉사, 운동 등으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있어요. 사실 우리나라 고등학교란 것이 상위 10%를 제외하면 별 의미 없는 곳이 아닌가요? 그 10% 외에는 학교는 쓸데없는 곳이라 생각해요."
"10%를 위한 학교에서 시간을 허비할 순 없어요"
"꿈도 많은데 학교에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어요. 나는 언니가 내 세계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어요. 언니가 여행 다니는 것을 보고 나도 언니처럼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학교가 나를 가로막았지요. 학교 그만두고 언니를 따라 다니기 시작했지요. 여행을 하다 보니,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에 좀 더 능숙해지면 아프리카로 가서 트럭을 타고 여행을 하고 싶어요."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도리어 내가 앞으로 무얼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취미로 좋아하는 것과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문제는 앞으로 계속 고민하기로 하고, 귀국해서 4월에 있는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스킨스쿠버부터 배워둘 예정이에요. 또 앞으로 학교를 그만둔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내고 싶어요. 대학은 꼭 갈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전공을 택해서 가고 싶어요."
말은 조리 정연했고 거침이 없었다. 표정에는 활기가 흘러넘쳤다. 이 젊은 아가씨는 학교 밖의 학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이 만남에서 피교육자가 대한민국 교육의 본질적 성격을 꿰뚫어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절감했다. 학교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 이 명백한 사실은 어떤 교육학자도, 어떤 학교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젊은 친구가 고등학생 중 10%만 되면 대한민국 교육이 바뀔 것이고 세상이 바뀔 것이다. 3주 동안 인도를 여행하면서 가장 기뻤던 일은 이 용감한 젊은 친구를 만난 것이었다. 몸은 고달팠지만 마음은 도리어 상쾌했다.
인도 여행길에서 만난 젊은 자매
기차에 오른 지 5분도 되지 않아 좌석 건너편에 젊은 아가씨 둘이 자리를 잡는다. 입성만 보고도 한눈에 한국인인 줄 알겠다. 일본인·중국인은 같은 동아시아 사람이고 옷차림도 거의 같지만, 어딘가 생김새가 다르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솔직히 사심을 털어놓자면, 내 눈에는 한국 사람이 훨씬 잘 생겨 보인다.
금방 이야기를 시작했다. 둘은 친자매다. 인도에 온 지 한 달이 넘었단다. 뭄바이에 내려 고아와 마르가오, 함삐를 거쳐 코친으로 왔고 이제 바르깔라로 가는 길이란다. 바르깔라에 도착하면 좀 쉬었다가 인도 남동부를 돌아 다시 뭄바이로 가서 네팔 가는 비행기를 탈 생각이란다. 네팔에서는, 언니는 직장 때문에 일주일 뒤 귀국하고 동생은 남아서 보름 동안 트레킹을 한 뒤 돌아간다고 한다. 대단한 자매가 아닐 수 없다.
언니는 스물여섯, 동생은 열여덟이다. 동생이 고등학교 2학년 나이라 아무리 방학이지만, 석 달을 외국에 나와 있는 것이 좀 이상했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눈치를 챘는지 동생이 자신은 고등학생 나이지만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는 자신을 옥죄는 감옥 같았고, 그 속에 갇혀 입시공부를 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여겨졌단다. 그래서 늘 우울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하지 못하고 다닐 바에야 그만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부모를 설득해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동생의 말은 이랬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여행비용을 만들었지요. 부모님도 약간 도움을 주셨구요. 나는 내가 번 돈으로 세상을 배운다고 생각해요. 학교를 그만두고 나니, 얼굴도 폈고 생활이 활기차게 되었어요. 얼굴이 환해진 것을 보고 학교 그만두는 것을 반대하던 엄마도 이제는 좋아하세요. 학교에서 지내는 것보다 더 보람찬 삶을 사는 것 같아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계발을 해야 하구요. 봉사, 운동 등으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있어요. 사실 우리나라 고등학교란 것이 상위 10%를 제외하면 별 의미 없는 곳이 아닌가요? 그 10% 외에는 학교는 쓸데없는 곳이라 생각해요."
"10%를 위한 학교에서 시간을 허비할 순 없어요"
"꿈도 많은데 학교에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어요. 나는 언니가 내 세계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어요. 언니가 여행 다니는 것을 보고 나도 언니처럼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학교가 나를 가로막았지요. 학교 그만두고 언니를 따라 다니기 시작했지요. 여행을 하다 보니,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에 좀 더 능숙해지면 아프리카로 가서 트럭을 타고 여행을 하고 싶어요."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도리어 내가 앞으로 무얼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취미로 좋아하는 것과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문제는 앞으로 계속 고민하기로 하고, 귀국해서 4월에 있는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스킨스쿠버부터 배워둘 예정이에요. 또 앞으로 학교를 그만둔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내고 싶어요. 대학은 꼭 갈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전공을 택해서 가고 싶어요."
말은 조리 정연했고 거침이 없었다. 표정에는 활기가 흘러넘쳤다. 이 젊은 아가씨는 학교 밖의 학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이 만남에서 피교육자가 대한민국 교육의 본질적 성격을 꿰뚫어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절감했다. 학교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 이 명백한 사실은 어떤 교육학자도, 어떤 학교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젊은 친구가 고등학생 중 10%만 되면 대한민국 교육이 바뀔 것이고 세상이 바뀔 것이다. 3주 동안 인도를 여행하면서 가장 기뻤던 일은 이 용감한 젊은 친구를 만난 것이었다. 몸은 고달팠지만 마음은 도리어 상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