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한국 배치는 일본만 좋은 일이다!
나는 앞선 글에서 (☞관련 기사 : 사드가 신냉전 초래? 경제·안보 엉망 된다)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냉전 시대보다 못한 처지에 내몰릴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엄청난 경제적, 안보적, 외교적 리스크를 감수할 정도로 사드 배치는 한국 방어에 효과적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드는 한국 방어에 '무용지물'에 가깝다. 반면 일본 방어에는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고, 미국 방어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수 있다. 왜 그런지 하나하나씩 따져보자.
박근혜 정부와 대다수 언론은 미국 펜타곤과 사드 제조업체인 록히드마틴사의 홍보 자료를 충실하게 베껴 쓰고 있다. "사드 요격 실험 성공률이 100%에 육박한다"거나, "사드 1개 포대가 배치되면 한국 영토의 1/2에서 2/3가 보호될 수 있다"는 것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심지어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요격도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드는 한국 방어에 실효성은 거의 없다고 여겨진다.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세 가지를 기본적인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드의 최대 사거리는 200km이고 요격 고도는 40~150km이다. 그런데 사거리와 요격 고도는 '반비례' 관계에 있게 된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령 사드가 고도 100km에서 요격을 시도하면 지표상의 최대 사거리는 200km가 아니라 160km 정도로 줄어든다. 또한 사드 요격미사일의 최대 속도는 초속 2.5km이기 때문에 사드 포대를 넘어간 낙하 단계의 탄두를 잡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대개 낙하 단계의 탄두 속도는 초속 3km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거리 200km와 초속 2.5km는 '최대치'이다. 이에 따라 '유효치'는 이보다 짧고 느릴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한국 내 사드 배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사드 배치 후보지의 방어적 실효성 따져보니
이를 기초로 사드가 한국 방어에 왜 무용지물인지를 분석해보자. 먼저 한반도의 지형상의 문제이다. 한반도는 종심이 대단히 짧아 북한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남한에 도달하는 데에는 3~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탄도미사일 '발사 탐지-추적-표적 확인-요격'으로 이어지는 사드 작전 시간이 대단히 촉박하다. 더구나 북한에는 산악 지형이 많고 수천 개의 지하터널 들이 있어 이들 지역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의 조기 탐지 및 추적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방어적 실효성은 사드가 어디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드를 평택에 배치할 경우, 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 및 오산공군기지가 우선적인 방어 대상이 될 것이다. 평택 기지로부터 후방으로 약 70km 떨어진 계룡대도 방어 대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40~150km 사이로 날아오고 미사일 탄두가 사드 포대를 지나가지 않았을 때에 성립할 수 있는 얘기이다.
평택에서 약 70km 이상 떨어진 수도권을 방어하는 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사드 요격미사일의 최대 사거리가 200km이지만, 요격 고도는 최소 40km이다. 그런데 수도권으로 향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수도권에 진입할 때 포물선을 그리면서 하강 단계에 있기 때문에, 40km 이상의 고도로 비행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더구나 북한은 스커드와 KN-02와 같은 저고도 미사일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저고도로 날아오는 북한의 미사일은 패트리엇으로 요격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방어 범위가 불과 2~4km에 불과한 패트리엇으로 수도권을 방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그런데 사드의 평택 배치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평택은 북한의 신형 방사포 사정거리 안에 있어 유사시 사드 포대는 이들 무기 공격에 취약해진다. 신형 방사포를 요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가 현존하지 않는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유사시 미 공군 전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유사시 오산공군기지에는 오키나와, 괌, 하와이, 미국 본토 등에서 추가적인 전투기가 투입될 수 있는데 사드용 레이더는 5.5km 이내의 전투기 진입 금지를 전제로 운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 심장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서남부의 군산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까지는 약 180km 떨어져 있어 수도권 방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캠프 험프리 및 오산공군기지와도 120km 안팎으로 거리가 있어 방어적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왜 군산이 거론되는 것일까? 일단 이곳에는 미군 공군기지가 있다. 또한 AN/TPY-2 레이더가 이곳에 배치되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미사일 및 전투기의 움직임을 보다 많이 탐지할 수 있다.
또 다른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대구와 경북 칠곡은 어떨까? 일단 이들 지역에서 수도권까지는 200km 안팎에 달하기 때문에 수도권 방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캠프 험프리 및 오산공군기지와도 160km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들 기지를 방어하는 것 또한 불가능해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드의 최대 사거리는 200km 이지만 이들 미군기지로 떨어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이미 고도 40km 미만으로 진입하거나 아예 저고도로 날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대구․경북권 및 이들 지역으로부터 80km 안팎 떨어진 부산․경남권은 방어 대상이 될 수 있다. 부산과 진해는 유사시 미 해군의 증원전력이 전개되는 지역이어서 미국이 이를 고려해 대구와 칠곡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북한의 신형 방사포 사정거리 밖에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강원도 원주도 거론되고 있다. 이곳에서 수도권까지는 약 90km, 캠프 험프리 및 오산공군기지까지는 100km 정도 떨어져 있다. 또한 이곳에 사드를 배치하면 수도권이나 평택 미군기지로 향하는 탄도미사일을 측면에서 요격을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주는 평택보다 수도권 방어의 실효성이 더욱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원주는 휴전선에서 불과 110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북한의 다양한 재래식 무기 공격에 취약하다. 그렇다면 원주가 왜 거론되는 것일까? 이건 미국이 대구나 칠곡 배치와 유사한 전략적 이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드를 무력화할 수 있는 북한의 다양한 수단
사드의 실효성은 북한의 다양한 회피 수단을 살펴보면 더욱 반감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방어적 실효성은 북한이 노동과 같은 중고도 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할 때를 가정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스커드와 같은 저고도 미사일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굳이 스커드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수량도 적으며 탄두 중량도 가벼운 노동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드는 한국에겐 '등잔 밑이 어두운' 존재가 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과 관련해 주목을 끄는 것들이 몇 가지 있기 때문이다. 우선 300mm 신형 방사포와 KN-08 지대지 미사일이다. 신형 방사포와 지대지 미사일은 계룡대까지 사정거리에 두고 있으면서도 스커드보다도 저고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사드로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고체 연료와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하는 미사일도 늘어나고 있다. 고체 연료를 주입한 미사일은 즉각적인 발사가 가능하고, 은폐 및 기동이 용이한 이동식을 사용할 경우에는 조기 탐지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한국 군 당국이 2~3년 내에 전력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북한의 SLBM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2015년 5월과 12월 세 차례에 걸쳐 SLBM 사출 시험을 했다. 이게 전력화되면 북한은 남한 후방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사드에겐 '암수'가 되는 셈이다.
북한의 사드 교란 능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MD 전문가인 시어도어 포스톨 MIT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2월 7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을 주목했다. 1단 추진체가 폭파되면서 수백개의 조각으로 흩어진 바 있는데, 이게 탄도미사일에 적용될 경우 사드를 비롯한 MD를 무력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는 "미사일이 동력 비행을 마친 뒤 아주 높은 고도에 이르게 되면 공기 저항이 거의 없어 무거운 물체와 비교해 가벼운 물체의 낙하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다"며 "따라서 미사일 몸체의 파편들은 탄두와 똑같은 궤적을 그리며 떠다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여러 파편은 많은 잘못된 목표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원거리에 있는 자외선 자동추적 요격미사일은 이를 상세하게 구분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때 보여준) 자폭 기술은 핵탄두를 장착한 노동미사일 본체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사드를 비롯한 MD가 북한의 탄두를 맞추는 데에는 성공하더라도 탄두를 파괴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MD는 직격탄(hit-to-kill)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운동 에너지를 이용한 요격체(kill vehicle)가 탄두와 직접 충돌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 요격 대상인 탄두의 특성을 살펴보면 사드가 ‘찢어진 우산’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탄두의 낙하 속도는 초속 3km 안팎에 달하고, 탄피도 초고온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하기 대단히 두껍게 만들어져 있다. 또한 앞이 뾰족한 꼬깔 모양인 데다가, 떨어질 때 빙글빙글 돌게 된다.
이러한 탄두의 특성을 고려하면, 사드 요격체가 탄두를 맞추더라도 탄두의 낙하지점이 조금 바뀔 뿐 탄두가 파괴되지 않은 채로 떨어질 수 있다. 골키퍼가 공에 손을 대더라도 골망을 흔든 경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드가 한국 방어에 효율성이 극히 떨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이러한 맥락에서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남북한 사이에는 광활한 사막이나 바다가 없고, 휴전선 이남은 대부분이 인구 밀집 지역이다. 이에 따라 사드가 탄두를 맞추더라도 탄두가 각도를 달리해 떨어지면 한국은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일본이나 태평양으로 사이에 두고 있는 미국과는 사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보면, 사드는 한국 방어에는 아무런 효용이 없고, 한국의 국익을 총체적으로 위협할 '트로이의 목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일본 방어에는 획기적으로, 미국 방어에는 적지 않게 기여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상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의 사드 배치, 아베 신조가 웃는다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가장 좋아할 사람이 누구일까? 아마도 미국의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사 회장을 제외하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각축을 벌이지 않을까 한다. 한국의 사드 배치 시 최대 수혜자는 김정은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나를 포함해 여러 전문가들이 해왔던 얘기이다. 그런데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왜 웃게 될까? 그건 사드가 일본 방어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두 가지로 나눠 분석해볼 수 있다. 먼저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일본으로 향하는 북한이나 중국의 탄도미사일의 '요격'을 시도하는 경우이다. 이들 나라의 탄도미사일이 고도 150km 이내로 한국 및 그 인근 상공을 지내 일본으로 향할 경우 사드 요격권 안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대구, 칠곡, 원주 등 한국의 동부권은 이러한 시나리오에 더 적합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 펜타곤과 록히드마틴은 현존 사드 요격미사일보다 더 빠르고 더 멀리 날아가는 '확장형 사드'(THAAD-ER)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다. THAAD-ER 개발의 핵심적인 취지는 상대의 탄도미사일을 초기 및 비행 중간 단계에 요격하겠다는 데에 있다. 만약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고 THAAD-ER 개발·생산에 성공한다면, 요격미사일 일부를 THAAD-ER로 '업그레이드'하려고 할 것이다.
일본 방어에 아주 중요한 장점들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일본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요격을 시도할 경우 아주 중요한 장점들이 있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일본은 '한국에 배치된 사드-동해 및 남해의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일본에 배치된 패트리엇-3'로 이어지는 3중 방어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일본으로서는 미사일방어체제(MD)의 핵심 개념인 '다층 방어'를 구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에 일본이 부담할 비용은 없다.
둘째, 탄두만 요격할 때에 비해 요격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으로 향하는 중국이나 (특히)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한국 및 그 인근 상공을 지날 때, 추진체와 탄두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그만큼 사드의 표적이 크고 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탄두만 요격할 때에 비해 성공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참고로 10여 차례에 걸친 사드의 요격 실험은 대부분이 추진체와 탄두가 분리되지 않은 미사일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셋째는 사드가 미사일을 '맞추기만' 하더라도 일본에게는 방어 효율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나는 앞선 글에서 사드가 탄두를 맞추더라도 탄두가 파괴되지 않은 상태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맞춰서 파괴한다는 'hit-to-kill'이 아니라 맞으면 방향이 바뀌는 'hit-to-change'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및 그 인근을 지나 일본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이 중간에 요격당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파괴되지 않은 탄두나 파괴 시 그 파편이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나 바다로 떨어질 것이다. 종심이 길고 중간에 한국과 바다가 있는 일본에게 사드가 선물이 되는 까닭이다.
150km 위로 날아가면?
그럼 유사시 북한이나 중국이 한국에 배치된 사드를 회피하기 위해 높은 고도로 일본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일본에게도 무용지물이 될까? 아니다. 이래도 일본에게는 방어 효율성이 존재한다.
사드 포대에 포함된 AN/TPY-2 레이더는 사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이 한국 및 일본과 연동시킨 정보 공유 시스템인 '데이터 링크-16'에 의해 이지스함과 패트리엇-3, 그리고 일본에 배치된 AN/TPY-2 레이더와 미국 본토 방어용인 지상배치방어체제(GMD)에 실시간으로 탄도미사일 탐지·식별·추적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일본과 미국은 해상 요격체제인 ABMD와 지상 요격체제인 PAC-3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미사일 방어의 핵심적인 관건은 적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빠르고 정확하게 포착하는 데에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및 중국에 가장 가까운 한국에 AN/TPY-2가 배치되면, 일본과 미국은 조기 경보 레이더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최근 사드 실험은 '단독'이 아니라 이지스함 및 PAC-3와 '통합'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우리에겐 '트로이의 목마'가 되겠지만 일본에게는 공짜이면서도 엄청난 선물이 될 것이다. 이래도 사드 배치를 강행해야 하는 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미국은 어떨까? 미국도 여러 가지 군사적 장점이 생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사드 배치, 북한이 아니라 중국 노림수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 시 통제권을 갖게 될 미국은 어떨까? 주한미군 기지를 포함한 한국 방어에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분석이 타당성을 지닌다면, 왜 미국은 사드 배치를 희망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23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드 배치를 협의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 때문이다. 북한은 공개적으로 미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사드는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한국과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케리는 한국 내 사드 배치가 한국 방어뿐만 아니라 미국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사드는 한국 방어용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더구나 정부는 사드 배치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사드가 미국 방어와는 관계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케리는 사드가 미국 방어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왜 미국 방어용이 될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 존 케리(오른쪽) 미국 국무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3일(현지 시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을 상대할 때에는
캠프 험프리와 오산공군기지가 있는 평택은 군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드 배치의 가장 유력한 후보지라고 할 수 있다. 동북아 허브 기지에 해당하는 이들 기지는 미국의 입장에선 유사시 최우선적인 방어 대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이들 기지를 겨냥해 날아올 경우에 요격을 시도해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편에서 다룬 것처럼 미국의 입장에서도 평택은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 북한의 신형 방사포 사거리 안에 있어 유사시 우선적인 피격 대상이 될 수 있고, 공군 작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구나 칠곡의 경우에는 이들 지역과 함께 부산․경남권도 방어권에 포함될 수 있다. 유사시 미 해군의 증원 전력이 부산항과 진해항에 주로 투입된다는 점에서 미국이 이들 지역을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는 까닭이라고 여겨진다. 원주도 거론되고 있지만, 휴전선에서 불과 100km 정도 떨어져 있어 적실성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미 공군기지가 있는 군산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대구, 칠곡, 원주, 군산 등은 미군의 동북아 허브 기지인 캠프 험프리와 오산공군기지의 방어에는 부적합하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사드는 주한미군 방어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왜 배치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주일미군과 괌, 하와이, 미국 본토 방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및 일본 본토 주둔 미군 방어 가능성은 (중)편에서 이미 분석한 바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군 공군기지가 있는 오키나와, 미국이 아시아 군사 전략의 허브로 삼고 있는 괌, 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그리고 미국 본토 등은 어떨까? 일단 현존하는 사드 요격미사일로는 이들 지역으로 향하는 북한이나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들 지역으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은 중장거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될 것이고, 이들 미사일은 사드의 최대 요격 고도인 150km 위로 날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소개한 '사드 확장형'(THAAD-ER)으로 업그레이들 할 경우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요격 범위 안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이 있다. 사드 배치 시 함께 들어올 AN/TPY-2 레이더가 MD 작전의 '최전방 척후병'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레이더에서 수집된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식별 정보는 '데이터 링크-16'에 의해 실시간으로 이지스함, 다른 사드 포대, 패트리엇, 미국 본토 방어용인 지상기반요격체제(GMD)에 전달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조기 탐지 및 다층 방어에 큰 이점을 얻게 된다. 오키나와로 향하는 탄도미사일은 이지스함에서 1차 요격을, 패트리엇 부대에서 2차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괌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도 이지스함이 1차로, 괌에 배치된 사드 포대가 2차로 시도할 수 있다.
미국 본토도 마찬가지다. 미일 동맹은 최근 ICBM 요격도 가능하다는 신형 SM-3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게 전력화되면 미국은 태평양에서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로 1차 요격을, 미국 서부와 알래스카에 배치된 GMD로 2차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갖춘 미국으로서는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상당한 전략적 이점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명시적, 잠재적 적대국이자 탄도미사일 보유국들인 북한, 중국,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미국의 동맹국이다. 이는 곧 미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를 희망하는 본질적인 이유이자, 중국과 러시아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유이기도 하다.
중국에 초점을 맞춰보면
위에서 분석한 내용은 북한은 물론 중국에게도 해당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중국이 긴장하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다.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유사시 주한미군이 대중국용으로 전환될 경우이다. 중국은 미국이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을 대중국용으로 투입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고, 한국이 이를 막지도 못할 것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중국은 주한미군의 투입을 억제할 군사적 수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중국의 장사정포나 방사포 사정거리 밖에 있다. 해군력과 공군력도 미군에게 밀린다. 이에 따라 중국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핵심적인 억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의 주한미군 억제력은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유사시 주한미군은 '서해 배치 이지스함-사드-패트리엇'으로 이어지는 삼중 방어체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른바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중국의 '둥펑-21D'와의 문제이다. 중국은 동아시아 유사시 미국의 항모 전단이 자신의 근해로 진입하는 것을 억제하는 '반접근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둥펑-21D'는 그 핵심에 해당된다. 그런데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면 '항모 킬러'의 억제력이 반감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미 항모로 향하는 '둥펑-21D'의 요격을 시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AN/TPY-2 레이더로부터 중국의 탄도미사일 정보를 전달받은 이지스함이 요격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본다면,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중국의 대미 억제력은 총체적인 난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물론이고 미국 증원 전력과 미국 본토에 대한 억제력도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대미 억제력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반세기동안 유지해 온 '최소억제전략'을 포기하고 대대적인 전략 무기 증강에 나서기도 힘들다. 이건 바로 레이건의 전략방위구상(SDI)에 맞서 엄청나게 군사비를 늘렸다가 몰락한 소련의 전철을 밟는 길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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