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인출하는 연습
먼저 새로운 것을 인출하는 연습(retrieval practice)을 해야 한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아는 것은 다르다.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았다고 아는 것은 아니다. 그건 들은 것에 불과하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제 아는 것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배운 것을 인출해봐야 한다. 인출하면 배운 것을 기억에 통합하고 특정 단계에서 배운 개념을 다른 것과 연결할 수 있다. 쪽지 시험, 동료가 동료를 가르치는 교수법, 협동학습은 그런 면에서 중요하다.
유능한 외과의사가 있는데 그는 인출을 통해 유능한 의사가 됐다. 그의 고백이다. “어려운 수술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예를 들면 봉합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바늘땀을 좀 더 작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봉합을 더 촘촘히 해야 할까?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다음날에는 생각했던 것을 실행해보고 효과가 있는지 지켜봅니다.” 그는 반추를 통해 실력을 탄탄히 쌓았다. 공부의 핵심은 인출이다. 반추이다. 되씹어보고 곱씹어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실제 아는 것으로 나갈 수 있다. 안다는 건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는 걸 의미한다. 실제 다급한 상황이 닥치면 생각하기 앞서 자동으로 몸이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한 중학교에서 학습방법 효과를 위한 실험을 했다. 한번은 수업이 끝난 후 일정 범위 안에서 간단한 시험을 세 차례 실시했다. 다른 한번은 시험 대신 그 범위를 세 번씩 복습하게 했다. 한 달 후 시험을 치렀다. 학생들이 어느 범위의 내용을 더 잘 기억했을까? 시험을 보았던 범위의 평균 점수는 A-였고 시험을 보지 않고 복습만 시킨 범위의 평균 점수는 C+였다. 이게 인출의 힘이다. 시험은 인출을 위한 최선의 방법 중 하나다. 배운 후 그 사실이나 개념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이 반복해서 읽는 복습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이는 학교에서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보통 대학은 한 학기에 두 번 큰 시험을 본다. 중간고사와 학기말 고사이다. 이 보다는 수업이 끝날 때마다 간단한 쪽지시험을 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인출 연습은 배운 것을 주기적으로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핵심내용이 무언가? 생소한 내용은? 그것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수업이 끝날 때마다 간단한 퀴즈를 보는 것이 좋은 인출 방법이다. 뭔가를 배웠는지를 그때그때 물어보고 답을 하게끔 하는 것도 방법이다. 교재 마지막에 나오는 탐구문제는 인출을 위한 연습이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답을 적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반복해서 외우는 것보다 인출이 훨씬 강력한 방법이다. 반복 읽기를 하면 안다고 착각할 수 있다. 이보다는 주요 내용과 주요 용어의 의미를 스스로 물어보고 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언가를 배우고 주기적으로 복습을 하는 것이 밤샘 공부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시간간격을 두고 연습하라(space out practice)
외과수련의 38명을 대상으로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혈관 잇는 수술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한 팀은 하루 네 번 수업을 듣게 하고, 또 다른 팀은 일주일 사이를 두고 네 번 수업을 듣게 했다. 하루에 모든 수업을 듣게 한 팀이 훨씬 나쁜 평가를 받았다. 집중연습보다는 시간 차를 둔 연습이 효과적이다. 새로운 지식은 내 지식이 아니다. 이를 장기기억 속에 넣으려면 통합과정이 필요하다. 이 연결과정에는 몇 시간 내지 며칠이 걸린다. 벼락치기 공부는 벼락처럼 빠져나간다. 이는 팀장 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다. 16시간 과정을 설계할 때 이를 한꺼번에 1박 2일 동안 하는 것과 4시간씩 네 번을 하는 것과 어느 것이 효과적일까? 말할 것도 없다. 근데 왜 그렇게 안 하는 걸까? 담당자들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효과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대학은
한 학기에 두 번 큰 시험을 본다.
중간고사와 학기말 고사이다.
이 보다는 수업이 끝날 때마다
간단한 쪽지시험을 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다양한 문제를 섞어서 공부하기
체육 시간에 여덟 살짜리 아이들이 바구니에 콩 주머니 던져 넣기 연습을 했다. 절반은 바구니에서 90㎝ 떨어진 곳에서 주머니를 던졌고 나머지 절반은 60㎝와 120㎝ 떨어진 곳에서 번갈아 주머니를 던졌다. 최종적으로 모두가 90㎝ 떨어진 곳에서 콩주머니 던지기 시험을 보았다.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60㎝와 120㎝를 오가며 연습한 아이들이다. 이들은 90㎝ 떨어진 곳에서는 한번도 연습하지 않았지만 학습효과가 좋았다. 이처럼 시간 간격을 두고 다양한 형태를 뒤섞어서 연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학 교과서는 단원별 내용을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그 단원에 해당하는 연습문제들을 풀어본 후 다음 단원으로 넘어간다. 기말고사는 모두 뒤섞여 출제된다. 단원별로 공부한 학생은 기말고사 문제가 어느 단원에 나오는지, 어떤 공식을 적용해야 할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 수학의 도형 문제에서 여러 유형을 뒤섞어 공부한 학생이 배울 때에는 애를 먹지만 이후 테스트에서는 훨씬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
교육 담당자로서 10가지 복잡한 내용을 가르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하나를 완벽히 끝낸 후 다른 과목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이것저것을 왔다갔다 하면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방법을 선호하지 않는다. 집중방식보다 느리게 학습한다는 느낌 때문이다. 지지부진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중연습보다 교차연습을 할 때 숙련도와 장기적 기억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공부 계획을 세울 때 다양한 문제 유형을 교차해서 풀도록 배치하라. 보통은 한 가지를 완전정복한 후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다. 그보다는 문제유형과 예시를 섞어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새로운 지식을 기존 지식과 연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로운 내용을 들으면서 거기서 다른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연관 짓는 것, 자기만의 표현으로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것, 배운 것을 토대로 요약표를 만들어 한 장의 종이에 다양한 생물학적 체계를, 그리고 그 체계들이 어떻게 서로 관련이 있는지를 나타내보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책을 읽을 때 뇌 속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독서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복습하는 과정인 경우가 많다. 정답을 보기 전 미리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학문제를 풀다 안 되면 바로 답안지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문제를 풀기도 전에 답안부터 확인하는 사람도 있다. 효과적이지 않다. 정답을 보기 전 질문에 답하거나 문제를 풀려고 시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빠진 단어 채우기가 대표적이다. 완성된 문장을 볼 때보다 글의 내용을 더 잘 배우고 기억할 수 있다. 왜 경험이 중요할까?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깨지고 실수하면서 계속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관련 책을 보거나 해법을 들으면 눈앞이 환해진다. 그렇게 배운 것은 평생 잊지 못한다. 배운 것을 검토하고 스스로 질문하는 반추 프로세스를 가져야 한다. 반추는 최근 수업이나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돌이켜보는 것이다. 어떤 부분이 잘됐는지? 그 일로 어떤 일이 연상됐는지?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은 무언지? 더 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등등.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측정할 수 있으면 개선할 수 있다. 공부도 그러하다. 주기적으로 자신의 현재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엄청 어려운 과목에서 늘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학생이 있었다. 교수는 그에게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물었다. 그 학생은 다음과 같이 고백을 했는데 이 안에 효과적인 공부법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전 항상 수업 전 배울 내용을 읽어갑니다. 수업자료를 읽으면서 시험문제를 예상하고 답을 합니다. 읽은 것이 기억에 남아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지요. 기억나지 않는 용어를 찾아보고 다시 공부합니다. 굵은 글씨로 쓴 용어와 정의를 옮겨 적고 확실히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교수가 내 준 연습시험을 보면서 이를 통해 모르는 개념을 발견하고 확실히 공부합니다. 강의 내용을 나만의 방법으로 정리해봅니다. 중요내용을 머리맡에 붙인 다음 가끔 혼자 테스트해봅니다. 복습하는 시간 사이사이 간격을 둡니다.”
웨스트포인트의 초대 교장은 실베너스 테이어(Sylvanus Thayer)다. 그는 오늘날 웨스트포인트만의 독특한 학습방법을 만들었다. 그래서 테이어 방식이라 부른다. 핵심은 이러하다. 강좌마다 구체적인 학습목표를 제공한다. 목표달성 책임은 학생들에게 있다. 수업시간마다 퀴즈와 암송이 있다. 주어진 시간에 비해 훈련의 부담이 엄청나다. 일부러 과부하를 거는 것이다. 그럼 생도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역시 훈련의 한 방식이다. 교관은 이렇게 말한다. “교재를 다 읽었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대충 보라는 것이 아니다. 질문으로 시작하고 답을 찾기 위해 읽으라는 것이다.” 강의는 아주 적거나 거의 없다. 이들은 학습목표와 관련한 퀴즈를 보면서 수업을 시작한다. 수업 전 읽어야 할 과제에 포함돼 있다. 시작은 칠판으로 걸어가 각자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이 문제풀이 과정이 인출연습이다. 문제를 풀고 나면 집단마다 한 학생을 뽑아 답을 구한 과정을 설명하고 다른 학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동료를 가르치는 것,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것 등 학습의 주요 내용이 모두 들어 있다. 아주 효과적인 학습방법이다. 시장에서 웨스트포인트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학교와 기업에서 하는 교육에 대해 생각해봤다. 우선 수강생들은 별다른 니즈가 없다. 특별한 고민도 없다. 선생은 파워포인트를 멋지게 만들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선생은 수업준비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별다른 고민도, 노력도 하지 않는다. 학습의 핵심인 고통이 전혀 없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교실에 들어와 선생이 가르치는 것을 멍하니 듣는 것이다. 학습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기존 직업이 사라지고 있다는 건 새로운 직업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누가 누구를 끼고 앉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기는 어렵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스스로 주제를 정해 공부하는 것이다. 이럴 때 효과적인 공부법은 필수적이다. 이 책이 그런 우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kthan@assist.ac.kr
필자는 서울대 섬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론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핀란드 헬싱키경제경영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받았다. 대우자동차 이사, IBS컨설팅그룹 상무, 한국리더십센터 소장 등을 지냈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겸임 교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