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롯데는 '일본에 뿌리둔 가족'이 지배하는 일본기업?

일취월장7 2015. 8. 1. 11:30

롯데는 '일본에 뿌리둔 가족'이 지배하는 일본기업?

'골육상쟁' 내분, 일본어로 대국민 호소하는 모습 충격
이승선 기자2015.07.31 09:45:36
 

후계자리를 두고 막장 드라마 수준의 ‘형제의 난’이 벌어지고 있는 롯데그룹 사태로 인해 롯데그룹이 한국기업이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앞세워 '형제의 난'을 일으킨 장남 신동주 씨가 30일 KBS와 가진 단독 인터뷰가 방송되자, 시청자들 대부분은 방송 내용보다 신동주 씨가 일본어로 말하고 일본어로 된 문서를 제시하며 국민에게 호소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있다.

국민을 향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데 공중파를 통한 인터뷰조차 일본어로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한국어 구사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차남 신동빈 씨도 원래 한국어를 거의 못했으나 한국롯데의 경영진으로 오래 있으면서 한국어 구사능력이 늘었으나 현재 일반적인 한국인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이다. 


▲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 28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롯데는 일본이 지배한다

 


삼부자 모두 국적은 한국이지만, 두 형제는 이중국적이었다가 90년대에 일본 국적을 포기하면서 한국 국적을 가진 것이다. 모친이 일본인 시게미쓰 하스코(重光初子)이며 최근 영화 <암살>의 마지막 장면에 삽입된 기록영상에 나오는 A급전범인 일본 외무대신 시게미쓰 마모루(重光葵)의 조카이며,신격호 총괄회장이 마모루의 조카사위로 알려졌으나, 31일 롯데그룹 측은 "하스코 여사의 성은 원래 다케모리였으며, 결혼하면서 신격호 회장의 일본식 성인 시게미쓰로 바꾸었을 뿐"이라면서 "시게미쓰 마모루 가문과는 아무 상관 없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가문이 일본 보수 본류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 2001년 1월호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신격호 회장은  "기시 노부스케, 나카소네, 다케시타, 후쿠다, 오부치 등 일본의 보수 본류에 속하는 정치인들과 절친한 것으로 유명한데 어떻게 그런 인맥을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내가 원래 보수본류의 거두인 기시 선생과 친했다. 그러니 그 후배 되는 분들과도 잘 알게 되었다"고 답변했다.


또한 지금도 장남 신동주 씨는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시게미쓰 히로유키(重光宏之)라는 일본식 이름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차남 신동빈 씨도 역시 시게미쓰 아키오(重光昭夫)라는 일본식 이름이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도 일본에서는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란 이름을 쓰고 있다. 


두 형제 모두 개인적인 삶의 뿌리는 일본에 있다. 신동주 씨는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영학부를 졸업한 뒤 1978년 미쓰비시상사에 평사원으로 들어가 10년을 근무하고 일본 롯데상사 미국 지사장을 거쳤고, 재미동포 사업가의 딸 조은주 씨와 결혼했다. 신동빈 씨도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를 마친 후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일하다가 1985년 일본인 부인과 결혼했다. 일본 대형 건설사인 다이세이(大成) 건설 부회장의 차녀인 오고 마나미(大鄕眞奈美) 씨다. 신동주 씨의 아들과 신동빈 씨의 두 딸은 현재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더 큰 논란은 한국롯데는 일본롯데의 소유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롯데그룹 지배 구조를 보면 확실히 일본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19.07%)다. 나머지 주주들도 대부분 일본 회사로 호텔롯데의 일본 측 지분율은 99%를 넘는다.

롯데그룹의 모태도 1948년 일본에서 설립된 ㈜롯데다. 한국롯데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직후인 1967년 자본금 3000만 원으로 만들어진 롯데제과부터 시작한다.

매출이 주로 한국롯데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한국기업이라는 주장도 있다. 2013년 기준 한국롯데의 매출은 83조 원인 반면 일본 롯데는 5조7000억 원에 그쳤다.

하지만 재일동포로 유명한 일본 국적의 손정의 씨가 한국국적으로 바꾼다고 해도 그가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한국소프트뱅크를 설립해 한국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린다고 해서 이 업체가 한국기업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이제 롯데그룹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골육상쟁' 수준으로 악화되면서, 어떤 형식으로 결론이 나든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재계 서열 순위 5위의 대기업이 몇 %의 지분에 불과한 총수 일가의 사유재산처럼 휘둘리고, 이번 사태로 롯데그룹이 사실상 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지분싸움 끝에 쪼개지거나, 계열사마다 어느 한 쪽에 줄 선 인사들이 제거되는 등 내부 혼란에 빠지고, 경영 역량이 분산되면서 제2롯데월드 등 그룹의 현안들이 삐걱거리는 사태가 닥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사태가 엄중한 것을 알고 있는 롯데그룹 총수 일가들은 30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씨까지 입국하는 등 모두 서울에 모여 가족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회의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조정되지 못하면 결국 한국롯데를 지배하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에서 표대결로 갈 것으로 보인다. 두 형제는 서로의 우호지분이 더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家 이전투구, 신격호가 자초했다"

[비즈니스 프리즘] '캐스팅보트' 집착이 부른 갈등
성현석 기자2015.07.31 07:45:11
 

'원 롯데, 원 리더(One Lotte, one Leader. 하나의 롯데, 하나의 지도자)'.


지난 3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롯데그룹 식품 사업 글로벌 전략회의. 당시 연단에 서 있던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이런 문구를 화면에 띄웠다. 그리고 연단에서 내려왔다. 맨 앞줄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있었다.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이 거기서 멈췄다. 고개를 깍듯이 숙였다.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은 신 회장의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사람이다. 이런 그가 신동빈 회장에게 충성 맹세를 했다.


4개월 뒤, 두 사람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서 '해임' 통보를 받았다. 그 다음 날엔 신 총괄회장이 해임당했다. 이런 사태를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게다. 그러나 갈등의 씨앗은 진작에 뿌려져 있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스스로 불러들인 갈등이다.

'원 롯데, 원 리더'창업 이후 최초로 한일 롯데 연결재무제표 작성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1948년 일본에서 창업했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한국에 진출했다. 1967년 설립된 롯데제과가 한국 롯데의 출발점이다.

이후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는 같은 뿌리를 둔 다른 가지처럼 운영됐다. 양쪽 사이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기업 문화도 달랐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후계자 자리를 놓고 두 아들을 경쟁시켰던 것도 한몫 했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일본 롯데를 맡았다. 차남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를 맡았다. 두 아들의 경쟁은 대단했다고 한다.

당시엔 그래서 '투 롯데, 원 리더(Two Lotte, one Leader. 두 개의 롯데, 하나의 지도자)' 체제였다. 한국과 일본, 두 개의 롯데를 아우르는 지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그룹 내 주요 보직에서 잇따라 밀려났다.


그리고 나온 '원 롯데, 원 리더' 선언. 그건 단지 구호가 아니었다. 지난 15일,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을 3인 공동 대표이사 가운데 한 명으로 선임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맡았던 자리다. 그리고 이날,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아우르는 연결재무제표를 발표했다. 롯데그룹 역사 상 최초였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는 그동안 별도 회계로 운영돼 왔다.


"아버지의 지시, 동생이 무시" vs. "형이 늙은 아버지를 이용했다" 

지난 15일 결정은 '신동빈 체제' 출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당시엔 누구도 '원 롯데, 원 리더'를 의심하지 않았다. '투 롯데, 원 리더' 시대의 지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었다. '원 롯데, 원 리더' 시대의 지도자는 신동빈 회장이라고들 봤다.

하지만 반전이 생겼다. 12일 뒤인 지난 27일 신 총괄회장이 기습적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그리고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에게 해임 통보를 했다. 앞서 '원 롯데, 원 리더' 구호와 함께 신동빈 회장에게 고개를 숙였던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도 해임 통보를 받았다.

신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30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인터뷰에서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아버지의 옛 측근이 이제 동생 편에 섰다. 그리고 그가 동생과 함께 아버지에게 자신을 모함했다는 게다. 쓰쿠다 사장이 오랫 동안 근무한 임원들을 내보낸 데 대해 신 총괄회장이 화를 냈다는 말도 했다. 그래서 신 총괄회장이 지난 3일 쓰쿠다 사장의 해임을 지시했지만, 쓰쿠다 사장이 이를 무시하고 계속 출근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이 인터뷰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 15일 결정을 안 건 언론 보도 이후였다. 사흘 뒤인 지난 18일,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에게 일본 롯데 그룹 관련 직책 해임을 통보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쓰쿠다 사장과 마찬가지로 신 총괄회장을 무시했다. 만나려 하지도 않았고, 지시대로 사퇴하지도 않았다. 결국 신 총괄회장은 직접 일본을 찾아가 신 회장을 만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방에 틀어박힌 채, 지팡이 짚고 찾아온 아버지를 만나주지 않았다. 그게 지난 27일 사태다. 신동주 전 부회장에 따르면, 그렇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일부 친족들이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운 총괄회장님을 임의로 모시고 가 구두로 해임 발표를 유도한 것"이라는 종전 입장을 반복했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998년 울산 둔기리에서 가족과 찍은 사진. 왼쪽부터 시게미츠 하츠코(신 총괄회장의 두 번째 부인), 신 총괄회장, 신정훈(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아들), 신영자 롯데장학 복지재단 이사장(신 총괄회장이 첫 번째 부인에게서 낳은 딸), 신동주 전 부회장(신 총괄회장이 두 번째 부인에게서 낳은 큰 아들), 조은주(신 전 회장의 부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신 총괄회장이 두 번째 부인에게서 낳은 둘째 아들), 신규미(신동빈 회장의 큰 딸), 시게미츠 마나미(신동빈 회장의 부인), 신유열(신동빈 회장의 아들), 신승은(신동빈 회장의 딸). 신동주 전 부회장 가족과 신동빈 회장 가족이 살짝 떨어져 앉았다. ⓒ롯데그룹


 

신격호가 자초한 갈등


이제 남은 것은 표 대결 가능성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이사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분의 2가 우호 세력이라고 말했다. 반면, 롯데그룹 측은 신동빈 회장이 과반수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표 대결을 하면 누가 이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투 롯데'에서 '원 롯데'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두 아들 가운데 한 명은 반드시 탈락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갈등 역시 필연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초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원 리더' 자리를 내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두 아들에게 늘 엇비슷한 지분을 나눠줬다. '캐스팅보트'는 자신이 쥐고 있어야 했다. 이런 구조에서 두 아들 가운데 한 명이 탈락한다면, 곱게 물러날 리가 없다. 어차피 지분 비율은 비슷하다. '아버지의 마음'을 잡기만 하면, 판을 뒤집을 수 있다. 그걸 뻔히 아는데, 왜 싸움을 포기하겠는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해임하는 이번 사태는, 지난 3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원 롯데, 원 리더'로 향하는 길은, 온통 자갈밭이다.

 

신격호 '일제 전범 조카딸'과 중혼, 그 진실은…

롯데는 왜 '신격호 친일 가족사'를 부정하는가?
이승선 기자2015.07.31 17:33:46
 

31일 롯데그룹이 신격호(1922년 생)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88) 씨가 일본 외무상을 지낸 시게미쓰 마모루(重光葵)와 친인척 관계라는 소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 부인하면서 일부 언론들이 이런 보도에 동원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하쓰코 씨의 결혼 전 성은 '다케모리(竹森)'이며 '시게미쓰'라는 성은 신 총괄회장과 결혼한 이후 그의 일본식 성을 따른 것이라고 했다. 롯데 측은 신 총괄회장이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라는 이름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선 "일본식 이름을 지으면서 당시에 흔했던 성을 택했거나 한국 성이 '신씨'(辛氏)임을 고려해 성을 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 측은 "하쓰코 여사님과 시게미쓰 가문은 어떤 친인척 관계도 없다"면서 "일본 현지에 있는 시게미쓰 가문 관련 단체에도 직접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롯데 측은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크로스체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롯데 측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웬만한 언론 수준에서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단 부인하고 본다는 성격이 강하다. 그렇게 판단하게 되는 이유는 <조선일보> 등이 이런 사실을 '팩트'로 보도하고 있는데도, 롯데 측이 정정 보도를 강력하게 요구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몇 년에 걸쳐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제 A급 전범 시게미쓰 마모루의 조카딸과 결혼했다"는 보도는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 롯데그룹의 창업주이자 상징이라고 할 신 총괄회장과 관련한 민감한 보도가 지금까지 정정 보도도 없이 반복되어 온 것을 방치할 롯데그룹인가? 삼성그룹보다 관리가 철저한 것으로 정평이 난 곳이 롯데그룹이다.

 

▲ 지난 30일 김포국제공황을 통해 입국한 시게미쓰 마쓰코 씨.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일본 부인이다. ⓒ연합뉴스


 

보도하기에도 민망한 신격호 회장의 결혼사

 
사실 이런 보도의 출발점은 원로 언론인 정순태 씨가 1998년 출간한 <신격호의 비밀>(지구촌 펴냄)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는 신격호 씨의 일본인 부인의 외삼촌이 시게미쓰 마모루라고 나온다. 또 <매일경제>는 2012년 2월 29일자 재계 혼맥을 분석한 장문의 기사에서 신격호 씨가 한국에서 결혼을 한 상태에서 하쓰코 씨와 '중혼'을 한 과정을 상세하게 전했다.

기사는 신격호 회장이 하쓰코 씨와 결혼하면서 그의 외삼촌의 성 씨를 따 시게미쓰 다케오로 창씨 개명을 했다는 점, 부인은 남편 성을 따른다는 일본의 관습에 따라 시게미쓰로 성 씨를 바꿨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일본에서 기반이 없이 사업을 일으키려는 신격호 씨가 일본 명문가를 후광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느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신격호 씨가 '일제 A급 전범의 조카딸'과 결혼했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일본에서 새로 꾸린 가정 자체가 불법으로 시작했다는 점도 놀랍다. 신격호 회장은 열여덟살의 나이로 한 살 어린 노순화라는 동향 처녀와 결혼했다. 노순화 씨는 신격호 회장의 큰딸 신영자 씨의 어머니다. 그런데 신격호 회장은 임신 중인 아내를 혼자 남겨둔 채 이듬해인 1941년 일본으로 밀항을 감행했다.

신격호 회장이 일본에서 하스코 씨와 결혼한 것은 1950년이었다. 노순화 씨는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 신영자 씨를 낳아 홀로 키우다가 남편이 일본에서 중혼을 한 이듬해 스물아홉의 나이로 요절했다.

지금도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는 신격호 회장의 결혼사는 또 있다. 바로 '세 번째 부인'이라는 서미경 씨다. 일본인 부인이 있는 상황이라 혼인 신고를 할 수 없는 관계다. 한국의 5대 재벌이라는 롯데그룹의 총수의 결혼사로서는 사실 민망한 점이 많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롯데그룹 사태에서 국민의 시각은 결혼사보다는 "롯데그룹이 도대체 한국 기업이 맞냐. 일본 기업 아니냐. 친일 기업 아니냐"는 논란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롯데가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은 이번 '형제의 난'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친일 기업'이라는 정황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바로 지난해인 2014년 7월 11일 일본대사관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일본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식'을 열기 위해 행사장을 예약했다가 취소되는 소동이 있었다.

롯데호텔에 대해 거센 항의가 이어지면서 롯데호텔은 부랴부랴 일본대사관에 장소 예약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결국 이 행사는 일본대사관에서 치러졌다.

롯데그룹의 지배 구조는 매우 불투명하다.한국 롯데 81개 계열사 중 상장사는 8개에 불과하다.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일본롯데홀딩스는 다시 신격호 가문의 개인 회사로 알려진 일본의 '광윤사'가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지분싸움을 하면 누가 이길지 아무도 예측을 못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