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출신만 적혀 있나
인사를 보면 정부의 성격, 국정 운영의 방향과 성패를 가늠할 수 있다. <시사IN>이 100대 요직을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 3기 인사를 분석한 결과, 주요 보직을 영남권 출신 인사들이 독식하고 있었다. 관료와 법조 출신 인사의 편중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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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호] 승인 2015.03.30 08:56:04 |
박근혜 정부 3기 진용이 갖춰졌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조각을 1기, 세월호 참사 뒤 단행된 개각을 2기라고 하면 이번 개각은 3기에 해당한다. 내년 4월 총선이 있어서 올해가 중요하다. 청와대와 여당 내 친박 그룹에서는 “올해가 일할 수 있는 마지막 해”라는 말도 나온다. 절박함을 반영하듯 ‘시한부 장관’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유일호(국토교통부), 유기준(해양수산부) 등 현역 의원을 내각에 전진 배치했다.
권력은 총구가 아닌 인사에서 나온다. 인사가 만사라고도 한다. 인사를 보면 정부의 성격, 국정 운영의 방향과 성패, 내각의 역동성을 가늠할 수 있다. 집권 중반기를 이끌 박근혜 정부 3기 100대 요직을 분석한 이유다(3월10일을 조사 시점으로 삼아 3월13일 재보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정승 식품의약처장까지 포함했다). <시사IN>은 이명박·노무현 정부 때도 정기적으로 100대 요직을 분석한 바 있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3년차에 해당하는 이명박 정부(2010년, 제154호 커버스토리 참조), 노무현 정부(2005년)의 100대 요직과 이번 정부를 비교해보았다. 100대 요직은 언론의 범례와 이전 분석을 참고해 정했다.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 등 세월호 참사 이후 변화된 직제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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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12년 10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전북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토론자들의 의견을 수첩에 적고 있다. |
먼저, 100대 요직을 차지한 인사들의 지연을 분석해보니 영남권 출신이 37명으로 가장 많았다(16~17쪽 표 참조). 다음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출신 30명이고, 충청권은 15명, 호남권은 13명, 강원 4명, 제주 1명이었다. 이명박 정부 집권 3년차였던 2010년 100대 요직과 분포가 비슷하다. 2010년 100대 요직 분석 때 영남은 40명, 충청 18명, 수도권 23명, 호남 출신이 13명이었다. 2005년 노무현 정부와 비교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호남 출신 인사들의 쇠퇴가 뚜렷하다. 2005년에도 영남권 출신이 35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호남 출신이 24명으로 지역 균등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 수도권은 20명, 충청권은 14명이었다.
관료 사회의 영남 쏠림 현상은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3공화국 때부터 시작되었다. 영남 가운데 특히 대구·경북 인사를 일컫는 ‘TK’는 공직 사회의 ‘성골’로 통했다. TK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김영삼 정부 때는 부산·경남을 뜻하는 PK 세력이 TK와 요직을 양분했다. 지역등권론을 내세운 DJP 연합으로 집권한 김대중 정부, 그 뒤를 이은 노무현 정부 때는 지역 균등 인사, 지역 안배 인사, 지역 탕평 인사가 화두였다. 노무현 정부 3년차 때 인사 수석을 맡았던 김완기 전 수석은 “해방 이후의 지역별 인구 비율과 공직 사회 내 비율 등을 따진 계수를 만들어 지역 안배 인사를 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영남향우회’가 ‘태평성대’하는 정권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려는 듯 모든 것을 원위치시켰다. 다시 영남 쏠림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100대 요직 가운데 호남 출신 장관급 인사는 2명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다.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 등 권력기관 내 요직에서 호남권 인사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20~21쪽 기사 참조). 광주 지역의 한 중견 기자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호남, 특히 광주·전남 인사는 구색 맞추기용이었다. 호남 쪽 민심이 싸늘하다”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발표한 ‘박근혜 정부 인사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의전 서열 상위 10위까지 11명(국회 부의장 2명) 가운데 8명(73%)이 영남 출신이다. 이를 두고 야당은 ‘영남정권’ ‘영남향우회 정부’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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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100대 요직 가운데 주요 TK 인사를 살펴보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임환수 국세청장, 김연근 서울지방국세청장, 조현천 기무사령관 등이 눈에 띈다. PK로 확장하면 김진태 검찰총장, 강신명 경찰청장, 황찬현 감사원장이 포함된다. 검찰·경찰·감사원·국세청·기무사 등 사정기관의 수장을 영남권 출신이 싹쓸이한 것이다. 수장뿐 아니라 주요 보직도 영남권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국세청장의 별동대로 통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임경구), 대검 중수부가 사라지면서 특수 수사를 관할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최윤수), 대북 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 3차장(김규석) 등이 TK 인사들이다. 정보 담당 경찰 3만3000여 명을 지휘하는 경찰청 정보국장(조현배), 검찰 인사를 좌우해 검찰 내 빅4 요직으로 통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안태근), 역시 검찰 내 빅4 요직에 드는 대검 공안부장(정점식), 감사원 넘버 2인 사무총장(김영호), 국정원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기조실장(이헌수)은 PK 출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어느 한 지역이 아니라 모든 지역에 해당하는 100% 대한민국 정부를 만들겠다”라며 지역 탕평 인사를 강조했다. 하지만 100대 요직 분석 결과 이 말은 허언으로 그쳤다. 지역 안배를 하지 않으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등 학연까지 겹쳐 ‘끼리끼리 문화’가 형성된다. 정보와 인사에서 ‘독점’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런 폐해는 안대희 총리 후보자 낙마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안 후보자는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내정 소식을 듣고 두 번이나 거절했다. 고액 수임료 문제도 알렸다.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기춘 실장은 한두 시간 만에 “문제 될 것 없다”라고 통보했다. 김 실장과 안 후보자는 경남·서울대·검찰 등 지연·학연·직업군까지 같은 선후배 사이였다. ‘왕실장’의 정무 감각을 무디게 할 만큼 끼리끼리 문화가 강고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특정 지역 출신이 요직을 독차지하면 상호 견제가 안 된다. 학연과 지연이 얽혀 선후배끼리 이끌어주고 밀어주는 과정에서 정보가 필터링되면서 늘 문제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호남권 쇠퇴와 달리 충청권 출신 인사들의 중용은 눈에 띈다. 이완구 국무총리·한민구 국방부 장관·김종덕 문화체육부 장관·윤성규 환경부 장관·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등 충청권 인사들의 약진은 3년차 박근혜 정부에서도 두드러졌다.
100대 요직 가운데 학연을 따져보면, 단연 서울대 출신 비중이 높다. 행정고시·사법고시 등 고시를 통과한 관료 비중이 높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대 출신이 43명, 연세대 12명, 성균관대 9명, 육사 8명, 한양대 5명, 고려대 5명, 경찰대 출신 3명이다. 역대 정부와 비교해보면 ‘성균관대·한양대 약진’ ‘고려대 몰락’이 뚜렷하다. 이명박 정부 3년차에 고려대 출신은 100대 요직 가운데 17명을 차지하면서 서울대 다음으로 높았으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성균관대에 밀린 모양새다. 이완구 국무총리·황교안 법무부 장관·김연근 서울지방국세청장·안종범 경제수석·김수민 국정원 2차장·윤갑근 대검 반부패부장·이근면 인사혁신처장 등이 성대 출신이다. 삼성그룹 출신인 이근면 인사혁신처장과 정재철 청와대 인사수석이 성대 선후배 사이다. 성대가 인사 라인을 장악한 만큼 당분간 성대 출신들이 중용되는 ‘태평성대’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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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이명익 세칭 ‘문고리 3인방’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왼쪽부터)은 강한 사퇴 여론에도 자리를 지켰다. |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맏형 격인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같은 한양대 출신도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약진했다. 한양대 출신은 노무현 정부 100대 요직 때 2명, 이명박 정부 때는 1명에 그쳤다. 이재만 비서관 외에 김상률 교육문화수석·황규연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윤성규 환경부 장관·김낙회 관세청장이 한양대 동문이다.
6년 만에 부활한 인사수석실 ‘있으나 마나’?
100대 요직에는 국방부 장관·합동참모본부 의장·육군참모총장·기무사령관이 항상 포함된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 때도 육사 출신이 4명으로 집계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육사 출신이 더 늘어 군 라인 외에도 임용됐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김관진)·경호실장(박흥렬)·주중 대사(김장수) 등 외교안보 라인을 ‘별’들이 차지하면서 육사 출신이 8명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 1기 때부터 김장수·김관진·남재준 등 군 출신 강경파들이 대북 외교 라인을 장악해 남북관계가 뒷걸음쳤다는 평가가 많았다.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퇴임 전 사석에서 “통일부 장관은 아무나 와도 되는 자리 같다” “외교 라인에서 민간인은 나 혼자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역할이 주목된다. 신임 홍 장관은 인수위 때 낙마한 최대석 사단에 속한다. 홍 장관은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의 대학(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후배다. 둘 다 대화파로 통한다. 최 교수는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유력했다. 국정원이 최 교수가 부적절한 대북 접촉에 연루되었다는 보고를 하면서 인수위에서 낙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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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등 충청권 출신 인사들의 중용이 눈에 띈다. |
100대 요직 가운데 직업군으로는 관료가 가장 많다. 관료 출신이 48명, 법조인 13명, 군 10명, 정치인 10명, 학계 10명 순이다. 관료 출신이 많은 건 이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정부 때는 관료(50명) 출신에 이어 학자 출신이 18명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박형준·박재완·이주호 등 학자 그룹과 정치인 출신이 각각 9명으로 많았다. 관료 사회를 움직이기 위한 추동력을 외부 수혈에서 찾은 것이다. 이들의 활약 덕인지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는 집권 3년차에 국정을 이끌어갈 대형 어젠다를 던졌다. 이명박 정부 3년차에 던진 국정 화두가 ‘공정 사회’였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실체도 모호한 창조경제 외에는 이렇다 할 어젠다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어젠다 대신 박근혜 정부가 3년차에 꺼내든 것은 사정 칼날이다. 이는 인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법조 출신이 관료에 이어 13명으로 많았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 외에도 감사원장(황찬현), 방통위원장(최성준), 국정원 2차장(김수민) 등에 법조인 출신을 앉혔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역시 공안몰이에 능숙했지, 어젠다 제시에는 미숙했다. 전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만기친람 스타일과 주군을 깍듯이 모시는 김기춘 실장의 스타일이 ‘적자생존(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분위기를 만들었다. 적자생존 분위기에선 뭔가를 해보자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낼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박근혜 정부 초기에 비해 3기 땐 정치권과 학계 출신을 각각 10명으로 늘렸다. 이완구·황우여·최경환·유정복·유기준·유일호 등 현직 의원을 주요 포스트에 앉혔다. 의원 겸직 장관들은 20대 총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인 내년 1월에는 장관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10개월 시한부 장관 운명이지만 내각에 전진 배치한 것이다.
100대 요직 분석은 지연·학연·직업 등 데이터에 기초한 분석이다. 데이터 분석을 하면 파워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문고리 3인방’ 같은 측근 그룹이다.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은 여당 안에서까지 사퇴 의견이 나왔지만 자리를 지켰다. 이들의 건재가 공직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심복·실세라는 것이다. 이병기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이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관가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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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국정원장에서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이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관가의 관심사다. |
인사 참사가 이어지며 국정을 발목 잡자, 청와대는 지난해 인사수석을 다시 살렸다. 참여정부 때 설치했다가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된 인사수석실이 6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15일 정진철 인사수석을 내정했다. 정 수석은 중앙인사위원회 인사국장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박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정찬용·김완기·박남춘 인사수석과 비교하면, 직언하는 참모로는 한계가 있으리라는 평가가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 일찌감치 내려졌다.
정통 관료 출신인 정 수석과 함께 김동극 인사비서관도 임명되었다. 수석을 보좌하는 또 다른 자리인 인사혁신비서관은 무려 7개월 동안 공석이었다. 지난 1월26일 김승호 인사혁신처 차장이 인사혁신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국민안전처와 함께 신설된 조직이다. 신생 조직의 차장에 오른 그가 2개월 만에 청와대 인사수석실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수첩 인사, 늑장 인사, 돌려막기(회전문) 인사 등 박근혜 정부의 인사 병폐가 인사수석실 인사에서마저 그대로 반복되었다. 박근혜표 수첩 인사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칼자루 독점하고 ‘가이드라인’ 기다리나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 등 4대 권력기관의 수장 모두 영남 인사가 독식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없던 현상이다. 상피제뿐 아니라 지역 안배 자체가 무너졌다. 검찰발 사정 국면의 중심에 이들이 있다.
검찰발 사정 한파가 거세다. 재계, 자원외교, 방위산업체 수사 등 세 갈래로 펼쳐지고 있다. 검찰 수사에 앞서 경찰·감사원도 물밑에서 움직였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은 검찰에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도 조사했다. 감사원도 자원외교 감사를 벌여 강유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국세청은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권력기관이 총동원된 이번 사정 국면에 ‘김기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한 사정 국면을 ‘세팅’하고 퇴임했다는 것이다.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주요 인사를 분석해보면 이 같은 해석이 나올 만하다. 박근혜 정부 권력기관을 따로 분석했다. 검찰·경찰·감사원 국세청 주요 요직 50개 자리를 선정했다. 50개 요직 가운데 공석이 1곳(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 있어서 분석 대상은 49명이다. 100대 요직 분석처럼 이명박·노무현 정부 3년차 때 권력기관 요직 분석과도 비교했다. 권력기관 요직에는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선정된 서울남부지검장 등 새롭게 떠오른 자리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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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3월11일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무기 중개업체 일광공영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
분석 결과 김진태 검찰총장(경남)·강신명 경찰청장(경남)·임환수 국세청장(경북)·황찬연 감사원장(경남) 등 4대 권력기관장이 모두 영남권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없던 현상이다. 이명박 정부 3년차인 2010년에는 김준규 검찰총장(서울)·강희락 경찰청장(경북)·백용호 국세청장(충남)·김황식 감사원장(전남) 등 비교적 지역 안배가 이뤄졌다. 2005년 노무현 정부 3년차 때도 김종빈 검찰총장(전남)·허준영 경찰청장(대구)·이주성 국세청장(경남)·전윤철 감사원장(전남)으로 지역을 고려했다.
권력기관 수장뿐 아니라 각 권력기관의 넘버 2 자리도 영남 출신이 석권했다. 김수남 대검 차장(경북)·김봉래 국세청 차장(경북)·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경남)이 영남이고, 이상원 경찰청 차장만 충북이다. 이 역시 이전 정부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보통 권력기관의 수장과 넘버 2 자리는 ‘상피(相避) 인사’ 원칙이 불문율이다. 한 지역 출신이 모두 차지하면 인사 잡음이 일기 때문에 지역을 달리해 인사를 한다. 노무현 정부 3년차인 2005년, 김종빈 검찰총장(전남)에 정상명 대검 차장(경남) 식으로 지역을 엇갈려 임명했다. 허준영 경찰청장이 대구 출신이면, 전남 출신 최광식 경찰청 차장을 앉혔다. 이주성 국세청장(경남)에 전군표 국세청 차장(강원), 전윤철 감사원장에는 오정희 사무총장(경남)으로 상피제를 지켰다. 상피제는 이명박 정부 때도 깨지지 않았다. 2010년 강희락 경찰청장이 경북 출신이어서, 전남 출신 모강인 경찰청 차장을 앉혔다. 김황식 감사원장이 전남이면 사무총장은 대구 출신(정창영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박근혜 정부는 눈치 보지 않고 상피제를 허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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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권력기관 요직 가운데 TK· PK를 합친 영남권이 28명(57.14%)을 차지했다. 충청권이 10명, 수도권이 8명이었다. 호남은 전남 출신 김희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단 한 명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 호남이 8명, 노무현 정부 때 10명이던 것과 견주어보면 권력기관에서 호남 출신은 아예 사라지다시피 했다. 상피제뿐 아니라 지역 안배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사정 정국 중심에 ‘영남인’ 권력기관장 있다
노무현 정부 때 50개 권력기관 요직을 분석해보니 PK 인사가 중용되면서 영남권이 24명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TK 출신 인사가 많아지면서 똑같이 24명이었다. 그래도 두 정부 모두 호남 쪽 인사들이 숫자는 적지만 핵심 요직에 올랐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검찰만 해도 김종빈 검찰총장(전남)·황희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광주)·구본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전남)·유재만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전북) 등이 검찰 요직을 차지했다.
영남 싹쓸이와 함께 주목할 점은 각 권력기관 안에서 영남권 인사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는 수직 계열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남 인사들의 수직 계열화는 검찰과 국세청에서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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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검찰총장(경남)-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경북)-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경북)이 전부 영남 출신이다. 대검 중수부를 대체하는 서울지검 특수부를 관할하는 직계 지휘 라인이 모두 영남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다. 국세청도 마찬가지다. 임환수 국세청장(경북)-김연근 서울지방국세청장(경북)-임경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경북) 라인은 아예 TK로 수직 계열화되었다. 조사4국은 국세청의 중수부로 통하는 곳이다. 권력기관 요직 분석에서 이렇게 한 지역으로 수직 계열화가 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이명박 정부 때마저 김준규 검찰총장(서울)-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경북)-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충북)으로 지역을 달리했다. 이현동 국세청장(경북)-조홍희 서울지방국세청장(경기)-임환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경북) 식으로 적어도 한 자리라도 다른 지역 출신이 중용됐다.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권력기관의 수직 계열화를 이룬 영남권 인사들은 사정 정국의 중심에 있다.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자원외교 수사를 맡고 있다.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포스코건설 의혹 등 기업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이들을 지휘하는 경북 출신 최윤수 차장은 우병우 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기다. 우 수석이 서울대 3학년 때 사법고시에 합격해 연수원 기수(19기)는 최 차장(23기)보다 빠르다. 사석에서는 둘이 말을 놓는 사이다. 사정 수사가 청와대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사정 한파의 발원지 민정수석실을 살펴보면, 우병우 민정수석에 이어 권정훈 민정비서관(경북), 판사 출신으로 김앤장 소속이었던 곽병훈 법무비서관(대구)도 모두 TK 출신이다. 유일준 공직기강비서관은 서울이다.
사정 한파가 얼마나 더 거셀지는 국세청의 참전 여부에 달렸다. 국세청은 법원의 영장 없이도 계좌 추적이 가능한 기관이다. 그 칼을 수직 계열화를 이룬 TK 인사들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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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특보 및 수석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우병우 민정수석(왼쪽에서 네 번째)은 검찰과 청와대의 고리로 지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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