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중원 장악'으로 집권할 수 있을까?
[주간 프레시안 뷰] "'왜 싸우는지'부터 고민해야"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2015.03.12 18:39:48
새정치민주연합의 집권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중원 장악'에서 그 답을 찾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 2017위원회는 3월9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원장악보고서': 지역·이념·계층·세대의 중원 장악을 위하여>(이하 <중원장악>)라는 문건을 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원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 <중원장악>의 요지입니다. 이념적 중도, 중산층, 지리적 중원(수도권 및 충청권), (전통적) 중년(40-60 연령층)을 확고한 지지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념적으로는 '포용적 성장'과 '유연한 복지' 전략을 하고,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에서 국민적 통합 수준에서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계급·계층적으로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어 지지를 획득하고,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및 충천권의 지지를 획득해야 하며, 연령대별로는 2030보다는 40-60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중원장악> 전략은 10개의 핵심 의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의제1> '새정치민주연합?' 하면 국민 모두에게 '안정과 믿음'을 주는 '신뢰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상하도록 환골탈태할 것.
의제2> "새정치민주연합은 누구를 대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포괄정당이라고 대답할 것.
의제3> 문재인 당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의 이미지를 철저히 개선하여 포용성 있고 안정된 신뢰의 리더십으로 각인시킬 것.
의제4> 문재인 당 대표의 안정감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능력 있는 경제정당의 큰 그림과 비전, 그리고 대안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 집중할 것.
의제5> 한국사회의 보수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념적 공간의 좌우측으로 넓게 쓸 것.
의제6> 한국사회의 지역적 인구구조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를 넘어서 유권자 60%에 달하는) 지리적 중원(수도권 및 충청권)을 장악할 것.
의제7> 새정치민주연합은 한국사회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적극 대처하면서, '386세대'아 유신세대를 중심으로 40-60세대를 지지층으로 삼아 외연을 확대할 것.
의제8> 새정치민주연합은 반대를 위한 정당, 반대'만' 하는 반대 정당, 후보단일화로 선거에 이기려 하는 정당이기보다는 유능한 경제정당으로서 정책과 대안 및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
의제9> 새 지도부는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계파 해체가 불가능하다면 계파 사이의 감정싸움이 아니라 정책과 대안을 중심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관계로 정립시킬 것.
의제10> 새정치민주연합과 새 지도부는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새로운 당 문화를 창출할 것.
<중원장악>은 10개 의제의 실천방으로 'high TECH(Trust, Economy, Change, and Honor)'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승리의 관건은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정권을 맡기는게 훨씬 더 낫겠다는 국민들로부터의 '높은 신뢰(high Trust)'를 얻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그 방법이 바로 ① 경제를 크게 성장(high Economic performance)시키고, ② 스스로 크게 변화하며(highly Changed), ③ 서로를 많이 존중(high Honor)하고 품격을 갖춤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능력과 미래 혁신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필자 역시 <중원장악>에 공감, 동의하는 바 큽니다. 필자가 <프레시안 뷰>를 포함한 이런저런 지면과 자리를 통해 주장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근거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변혁 세대의 중년화와 고령사회라는 인구구조의 변화, 사회경제적 위기라는 국민 다수의 삶의 환경과 조건의 변화, 정치적 명분보다는 경제적 실리를 중시하는 다수 국민의 선호, 소모적인 이념갈등과 양보 없는 이해갈등으로 분열된 사회, 강자의 이해와 요구만이 관철되면서 신분사회의 성격마저 보이는 '갑질 사회'의 조짐,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할 신뢰집단의 부재, 현 집권세력의 보수중도화 전략 등.
필자의 평소 주장도 그렇고, <중원전략>의 주장도 그렇고, 사실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5년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당내 역학구도에서 자유로운)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속적으로 나왔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점차 공감과 동의의 폭이 커져왔던 터이기도 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제1야당이 '수권 가능성'을 획득해 집권여당을 견제하는 대항세력으로 존재하고 역할하기 위해서, 또 '정권교체'의 실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전략이라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원장악> 문건을 접하면서 몇 가지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겠다 싶습니다.
첫째,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중원장악>이 제시하는 전략이 없어서 중원을 장악하지 못했냐는 것입니다. 필자가 보기엔 전략의 부재보다는 그 전략을 실행하는 주체와 프로그램 그리고 정책적 대안의 부재가 더 컸던 것 같기에 하는 말입니다.
둘째, 새로운 전략을 담은 문건을 당 내부만이 아닌 외부에까지 '유포'하는 행위가 어떤 의미가 있냐는 것입니다. <중원장악>의 길로 '끌고 가려는' 전략적 수일지도 모릅니다. 외부의 압박을 통해 중원장악 전략에 대한 내부 동의와 지지를 구하려는 의도 말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전략이 지금껏 성공한 적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중원전략>에 동의하고 그것을 따른 실천을 수행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내부의 핵심을 먼저 세워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비판자 혹은 반대자들이 <중원전략>의 성과를 보고 따라오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셋째, 상대적 비중의 부여와 우선순위의 설정은 불가피한 것입니다만, 한국 사회의 중장기적 미래를 고려할 때, 2030보다 40~60의 이해와 선호를 중시하는 것이 진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냐는 것입니다. 40~60 세대가 2030의 부모 세대들인 점을 고려할 때, 청년실업과 교육 문제, 일자리, 소득 문제 등 '2030 세대 문제'를 해결할 대안의 제시를 통해 40~60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도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때 당연히 2030 세대의 지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말입니다. 따라서 '세대를 관통하는 지지집단의 조직'이 더 필요한 것이지, 특정 연령대를 중심으로 지지집단을 조직하자는 것을 강조할 것은 아니지 않냐는 것입니다. 유권자 구조에 대한 너무 '평면적인 조망'이 아닌가 싶어 하는 말입니다.
넷째, 너무 현상유지 혹은 현상추수적인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지지를 구하고자 하는 연령과 세대 문제를 포함해, 미래의 길을 열어준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신뢰받고 있지 못한 기성 제1야당의 집권만 염원하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정치의 지평과 활로를 열어준다는,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전략을 따라가면 '새로운 미래 세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럴 수 있습니다. 또 지향하는 미래가 집권을 통해서 열릴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런 것이었다면 내부에서만 회람했어야 했습니다. 외부자의 관점에서 아직 실력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집권에만 열을 올리는 정당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중원전략>은 서민보다 중산층의 정당임을, 또 계급·계층정당보다는 포괄정당을 표방하고 그 길을 가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언명이 지금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시대에 부응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몰락한 중산층의 재건이라면 몰라도, 또 중도와 균형과 합리성을 대안적 가치로 내세우는 방식이라면 몰라도, 그저 중산층과 포괄정당을 내세우는 것이 정말 맞는 것인지, 또 효과적인 것인지 의문입니다. 진보정당에게 서민정당과 계급·계층정당의 공간을 내어주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즉 <중원장악>의 필자들은 '보수-중도-진보'의 삼분구도를 전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서민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고통은 보수-중보-진보를 가릴 것 없이 자신의 것으로 삼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생계 문제로 생명을 끊고, 자산 수준에 따라 선거 참여마저 저조한 '정치적 불평등' 문제의 성격을 고려할 때, 제1야당은 서민에게 우선적으로 복지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 그것에 바탕해 정치참여의 기회를 창출해주는 것, 그래서 서민이 스스로를, 또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넉넉함과 역량을 누리고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집권이라는 목표는 있으나 왜 새정치민주연합이 집권하려 하는지, 왜 집권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제시해주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문건의 성격상 그것을 담을 수는 없다 해도 암시는 주어야 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신뢰와 경제성장을 위한 실력, 변화와 존중을 강조할 때 그랬어야 합니다. 'high TECH'가 집권만이 아닌 어떤 사회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제를 담고 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신뢰와 실력, 변화와 존중을 강조하는 문건이 오히려 불신과 실력 없음, 그리고 현상유지와 배제의 위험성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상대가 있는 실천을 함에 있어서, 특히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정치에 있어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누구와 싸우는 것인지'보다는 '왜 싸우는 것인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정치를 위한 말과 글은 그 내용과 방식과 순서에 있어 늘 '왜 싸우는지'를 중심에 두고 앞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싸움의 결과를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중원장악의 길도 그리해야만 들어설 수 있고, 보다 많은 사람과 함께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독도 문제로 한 기자회견…3년 후를 어떻게 예상하겠나"
우상호 : 우리 세력은 1980년대 20대의 나이로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들이 정치권으로 오면 정치가 달라지지 않겠나'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우리가 집단으로서 정치를 바꾸는 데 기여한 것인지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본다.
우상호 "종북숙주론, 4.29 재보선 노린 공격"
[인터뷰] "김기종 후원했다는 W가 나인데…"
곽재훈 기자, 최하얀 기자(정리) 2015.03.13 07:10:16
지난 1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심재철 의원이 입을 열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 테러범 김기종은 바로 얼마 전까지 김경협, 이종걸, 우상호, 문병호 의원의 도움으로 국회를 드나들며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거나 기자회견을 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도 공식 논평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종북숙주'에 대한 참회록을 쓸 때"라고 주장했었다.
새정치연합 우상호 의원은 이에 대해 12일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2012년 8월에 '김기종은 3년 후에 리퍼트 대사를 칼로 찌를 사람'이라고 예상했어야 한다는 거냐"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우 의원은 김 씨는 새누리당 정치인과도 친분이 있는 사이라며 "4.29 재보선을 위한 새누리당의 의도적 공격이다. (조직적 사건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이참에 이를 선거에 이용해 보자는 취지로 접근하고 있다"고 역으로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자연스레 이야기는 4.29 재보선 판세로 흘렀다. 우 의원은 "이번 선거는 역대 최고의 야당 분열 선거"라며 "1석이면 본전이고 2석이면 승리인데, 2석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인터뷰는 새누리당 안덕수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 결정이 나기 전에 이뤄졌다. 3곳에서 재보선이 치뤄질 것을 예상하고 나온 전망이다. 편집자)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 역시 "박 대통령에게 실망해서 이탈하던 여당 지지층이 재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 대해서는 "원내대표까지 하신 분(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나오는 것을 호남 민심이 곱게 보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했다.
재보선 이후 당 내의 계파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에 대해 그는 "재보궐선거를 치를 때마다 지도부를 바꿔 온 열린우리당 시절의 경험이 실책이었다는 것을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표에게) '물러가라'고 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당 내 계파 구도에서 486그룹의 진로와 관련해서는 "다음 대선에 우리가 대선후보로 나갈 것도 아니잖나. 다음 대선까지도 우리는 누군가를 도울 것"이라며 '더미래연구소' 활동(☞관련기사 : '더좋은미래' 연구소 창립식, 野 '잠룡' 한자리에) 등을 통해 "야권의 집권이 왜 중요한지 정리해 주는 일"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다음은 우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全文). <편집자>

▲새정치연합 우상호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독도 문제로 한 기자회견…3년 후를 어떻게 예상하겠나"
프레시안 :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김기종 씨가 우 의원의 도움으로 국회를 드나들었다'고 지난 11일 여당 공식 회의석상에서 얘기했다. 또 일부 언론은 '야당 W, M 의원이 김 씨에게 20만 원을 후원했다'고 보도하면서 김 씨의 범행을 야당과 연결시키기도 했다.
우상호 : 그 W가 나네(웃음). 그 사람 사무실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있다. 내 지역구다. 지역구에서 오다 가다 만난 사람인데, 성향이 원래 주사파는 아니고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을 세게 하던 사람이다. 유은혜 원내대변인 말대로 '극단주의자의 돌출행동'이라는 말이 딱 맞다.
내가 소개해 줬다는 회견이 2012년 8월인데, 앞서 그 사람이 뭘 같이 하자는 것을 내가 몇 번 거절했다. 나한테 '독도지킴이'라는 이름으로 이메일을 계속 보냈는데 의원실에도 찾아와 소란을 부리고 욕설을 해서 의원실 직원들이 국회 경위를 부르겠다고 한 적도 있다.
그 때 국회 기자회견은 김 씨 혼자 한 게 아니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장을 지낸 이해학 목사 등 여러 분이 같이 한 거였다. 김 씨 요청이야 거절한다 치지만 이해학 목사를 어떻게 거절하나.
또 당시는 일본이 방위백서를 발표하면서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보수나 여야가 따로 없던 때였는데, 그러면 '김기종은 3년 후에 리퍼트 대사를 칼로 찌를 사람이니 아무리 독도 문제라도 너하고는 안 한다'고 앞일을 예상해서 거절했어야 한다는 거냐.
김 씨랑 기자회견 같이 했다고 그게 나한테 정치적 이득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 기자회견 장소를 소개했다고 나까지 싸잡아 '종북'으로 몰아가는 새누리당의 태도가 정말 정략적이다. 이건 옳지 않다.
프레시안 : 경찰 수사 동향을 보면, 김 씨에 대해 국가보안법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당 일각의 '종북숙주론' 등 색깔론 공격도 거세다.
우상호 : 무엇이 종북인가. 가령 남과 북이 극단적 대립 상태가 됐을 때, 물론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거냐 아니면 북에 동조해 남을 공격할 거냐. 이석기 씨 강연에 대해 수사당국이 발표한 것을 보면 후자 같은 뉘앙스를 준다. 이런 건 종북이라고 봐야 하고, 이런 세력이 발을 못 디디게 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통일을 하기 위해 남과 북이 평화롭게 협력하자는 것조차 종북이라고 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가 언론과 정치권에 있어야 한다. 그러면 김기종은 종북이냐? 물론 미국 대사를 습격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그렇다고 '군사훈련에 반대하면 종북'이라고 할 건 아니라고 본다.
지금 경찰이 국가보안법 적용을 검토한다는데, 실제로는 적용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국보법 적용도 못 하는 사람이 종북이냐? (국보법 위반이라는 혐의가) 무슨 책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북한 연구나 통일학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북한 서적 많이 갖고 있다. 통일운동 하는 사람들이 다 종북인가. 전형적 정치 공작이다.
특히 야권까지 싸잡아 '종북 숙주'라고 비난하는 것은, 이게 진짜 의심할 만한 일이라면 몰라도 (아닌 것을) 알면서 저러니까 더 문제다. '이참에 이것을 4월 재보궐선거에 이용해 보자' 이런 취지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 당이 새누리당 의원들 5명을 고발 조치한 것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치공세를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그런 거다.
프레시안 : 4.29 재보선을 위한 새누리당의 의도적 공격이라는 건가?
우상호 : 의도적 공격이라 본다. 우리는 '아니다'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하셔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새누리 '종북숙주론'은 4월 재보선 노림수…보수 결집 효과 있을 것"
프레시안 : 4.29 재보선과 관련, 당 내부에서 '1석도 어렵다'는 등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판세를 어떻게 보나?
우상호 : 1석 얻고 '이겼다'고 하면 안 된다. 더구나 호남이 포함돼 있지 않나. 1석이면 본전이고 2석이면 승리인데, 2석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선거가 역대 최고의 '야당 분열 선거'다. 모든 야권 정치세력이 후보를 내지 않나.
선거는 구도로 하는 건데, 원래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 수준이고 인사 잡음에 정윤회 사건, 불황까지 겹쳐 야당이 유리해야 한다. 그러나 재보선의 낮은 투표율과 최악의 야권 분열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더구나 김기종 사건이 투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지만, 현재까지 틀림없는 것은 박 대통령에게 실망해서 이탈하던 여당 지지층이 재결집하는 양상으로 간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문재인 지도부가 이번 재보선 공천을 100% 경선으로 한 것과 관련,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당내 일각에서는 '선거 결과에 책임지기 싫어서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우상호 : 그런 비판이 있을 수는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해 7.30 재보선은 김한길·안철수 지도부가 전략공천을 했는데 실패했지 않나. 전략공천은 '지금 거론되는 후보로는 상대 쪽에 비해 턱도 없이 약하다'고 생각될 때 하는 거다. 아무리 민주적 공천, 상향식 공천이 중요해도 선거 지면서까지 할 건 아니니까. 그러나 지금 보선 대상 3곳에 나온 후보군들이 여당에 비해 경쟁력이 아주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광주서을 선거도 천정배 전 장관의 영향력을 강하게 보지만, 원내대표까지 하신 분이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나오는 것을 호남 민심이 곱게 보지 않을 거라고 본다. 천 전 장관은 경선에 나왔어야 맞지, 지금 탈당하는 것은 경선을 하면 불리하니까 나간 것처럼 보이지 않나. 경선에서 배제된 것도 아니지 않나.
프레시안 : 만약 재보선 결과가 기대와 다를 경우, 문재인 지도부의 리더십에 타격이 오지 않을까?
우상호 : 상처는 좀 나겠지만 '물러가라'고 할 수준은 아닐 것이다. 재보궐선거를 치를 때마다 지도부를 바꿔 온 열린우리당 시절의 경험이 실책이었다는 것을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작은 선거 한 번 진다고 지도부를 바꾸면 큰 선거를 어떻게 준비하겠나.
다만 지난 7.30 때는 지도부가 전략공천을 했으니 그 과정에서의 잡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있었지만, 이번에는 공천 과정에서 패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요소를 (지도부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번 지도부는 4.29 재보선이 아니라 내년 총선에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사실 많은 이들이 보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문재인 대표가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종북 아니다'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 외교·안보 면에서 훨씬 안정적으로 가는 것,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한 것, 이런 것은 문 대표가 2012년보다 성숙한 거라고 평가한다. '히틀러' 발언 등 당 내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우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조문했는데 그게 김정일을 지지해서 조문한 게 아니라 예의니까 한 거잖나. 마찬가지로 이승만·박정희 참배했다고 그 노선을 지지하는 건 아니다.
"486에 대한 비판 가혹…우리가 대선후보할 것도 아니고, 집권에 도움 줘야"
프레시안 : 향후 문재인 리더십이 순항할지와 관련해서는, 4.29 재보선 결과뿐 아니라 당 내 계파·의견그룹들과의 관계 문제도 영향이 클 것이다. 이인영 의원의 2.8 전당대회 당권 도전 이후, 이른바 486그룹들의 진로에 대해 생각한 바가 있는지?

ⓒ프레시안(최형락)
2012년까지 활동했던 '진보행동'은 분명히 '486 모임'이었고, 어려운 지방선거에서도 안희재·이광재 지사를 당선시키는 등 성과를 냈다. 하지만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 정치에서 계파성이 강해졌을 때, 이 모임이 하나로서 움직이지 못했다.
사실 우리는 이렇게 완전히 하나로 뭉쳐 움직여 보지도 못했으면서, 우리 중에 누구 하나라도 잘못하면 486 전체가 같이 비판받는다. 그러면 또 '너희는 왜 뭉치지도 못했나'라고 하겠지만…. 또 다른 통합, 또 다른 전진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또 우리는 당 대표가 어떤 분이 되든 주로 당직자로서 활동하도록 강제받았다. 우리 세대가 당직을 제일 많이 맡았고, 그만큼 계파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무그룹으로 일했지만 우리에게 결정권을 준 적은 없다.
이상의 상황을 놓고 보면, 나는 486들을 향해 쏟아진 비판이 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어제 안희정 충남지사도 '더미래연구소' 창립식에서 '우리는 386이다. 자부심이 있지만 부족했던 게 있다. 앞으로 더 잘 하겠다'는 취지로 축사를 하지 않았나.
프레시안 : 이인영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득표한 12.9%라는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우상호 : 이 의원은 당 대표 되려고 나온 게 아니다. 친노 대 비노로 극단적인 대립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 당에도 제3의 노선이 있고 미래 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나온 것이다. 우리가 목표했던 것만큼 득표하지는 못해 아쉽지만 작은 성과는 아니다. 실패했지만 의미 있는 선거였다.
프레시안 : 어제(11일) '더미래연구소' 창립식을 연 당내 의견그룹 '더좋은미래'에 대한 평 중 하나도 '486 모임'이라는 것이다. 더좋은미래와 진보행동의 차이는 뭐냐?
우상호 : 더미래연구소 설립 계기가 된 반성은 이런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모임으로만 남아 있어서는 끊임없는 당내 현안들에 대한 소모적 논쟁에 동원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래서 싱크탱크가 필요하고 새로운 의제 설정과 정책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소를 만들게 된 배경이다. 다만 더좋은미래에도 더미래연구소에도 486만 모인 것은 아니다.
당 내 진보적 블록이 고유의 싱크탱크를 통해 새로운 정책과 네트워크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가 나중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면 이 두 가지를 같이 가져가며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다.
제1과제는 집권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다음 대선에 우리가 대선후보로 나갈 것도 아니잖나. 다음 대선까지도 우리는 누군가를 도울 거라고 본다. 야권의 집권이 매우 중요한데, 그게 왜 중요한지 정리해주는 일을 우리가 해 보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좀전에 '이제껏 486들이 실무자 역할만 했지, 결정권을 쥐고 뜻을 펴본 적은 없다'고 했고, 이인영 의원의 당권 도전에도 이 점에 대한 반성이 작용했었다. 그런데 '다음 대선까지도 우리(486)는 누군가를 돕겠다'고 하는 건 후퇴 아닌가?
우상호 : 이번에는 당 대표로 나온 것이고 '당을 바꿔보자'는 거였다. 우리 세대가 가능성이 있는 세대이지만 우리가 집권에 기여하는 방법이 뭐냐. 첫째, 스스로 후보를 내거나, 둘째, 어떤 후보와 연합하거나, 셋째, 경선에 참여하지 않지만 후보가 확정되면 그 후보가 집권할 수 있게 온힘을 퍼부어 지원하는 3가지 방식이 있다.
어쨌든 정치인은 당대의 평가가 중요한 것 아니냐. 지금 우리 세대에서 그나마 가장 유력한 정치인이 안희정 지사 하나다. 바로 다음 대선에 도전해 보겠다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국민과 당원들이 우리를 2년 후의 대선주자 반열에 넣어 주지 않고 있다.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물론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잘 준비해서 대선주자가 나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그런 정치적 시나리오로 움직이기보다는 연구소를 만들어 능력을 보여주고 국민의 평가를 받아 가는 단계적 접근이 우리가 선택할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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