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의 개발 확대가 경상수지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 자원이 견인하는 에너지 생산 확대는 에너지 가격 안정과 저렴한 원료 대체 등을 통해 미국 철강·화학 등의 산업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에너지 생산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2년간 미국의 에너지 생산이 연평균 3.7% 증가했는데, 이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의 증가율(연평균 0.3%)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그림 1> 참조). 에너지 순수입국인 미국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2015년에는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 2017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고 2035년경에는 에너지 독립국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이 에너지 생산 확대 주도
에너지 생산 확대 속도가 높아진 배경에는 셰일가스(Shale Gas)와 타이트 오일(Tight Oil) 등 비전통 화석 에너지의 역할이 매우 크다.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은 진흙이 굳어져 단단해진 혈암(Shale) 층에 흩어져 있는 천연가스와 원유를 말한다. 중동과 러시아 지역에 집중된 천연가스전과 유전과는 달리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은 물리적인 모습이나 매장 형태가 다르다. 때문에 채굴하기 위해서는 전통 유전과 천연가스전에 비해 더 많은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액체를 고압 분사하는 수압파쇄법과 수평정시추법 등의 채굴 기술이 발전하면서 셰일가스의 생산단가가 낮아졌다. 타이트 오일 개발에는 셰일가스 개발 공법이 적용되고 있다. 게다가 개도국 수요가 급증하면서 나타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은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 생산의 채산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미국에서의 셰일가스 생산단가는 평균적으로 백만Btu당 4~6달러, 타이트 오일은 배럴당 50~60 달러인 반면 지난해 미국의 LNG 수입 단가 평균은 백만Btu당 5.6달러, WTI는 배럴당 95.1달러이다.
이로 인해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의 생산량이 최근 2년 동안 각각 135%, 120%씩 늘어났다. 덕분에 미국에서 전통 유전과 천연가스전의 생산이 감소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의 생산에 힘입어 전체 원유와 천연가스의 생산이 증가했다(<그림 2>, <그림 3> 참조). 미국 에너지 생산이 활발히 증가한 최근 2년간을 살펴보면, 전체 에너지 생산량 확대분에 차지하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기여율이 총 61.7%에 이른다. 특히 셰일가스는 미국 에너지 생산 확대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 에너지 생산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에너지 생산 확대는 미국의 경상수지 개선에 도움
에너지 생산이 확대되는 반면 미국의 에너지 소비는 감소하고 있다. 경제성장 둔화의 영향과 지속적인 에너지 소비 효율성 개선 때문이다(<그림 4> 참조). 에너지 소비 감소와 에너지 생산 증가가 맞물리면서 미국의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대외 의존도(순수입/수요)는 2005년 30.1%를 기록한 이후 2011년에는 18.7%로 크게 하락했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대외 의존도는 44.9%(2011년 기준)와 8%로 줄었다. 최근 3년간 미국의 석유 순수입량은 23%, 천연가스 순수입량은 35% 감소했다(<그림 5> 참조).
이와 함께 경유와 휘발유 등 일부 석유제품과 석탄 등에서는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해에 194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경유와 휘발유 순수출량이 올해 세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석탄 수출량은 연료탄을 중심으로 급증하면서 역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발전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연료탄은 천연가스 발전 확대로 인해 미국내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에너지 대외 의존도 감소와 일부 에너지 수출 증가는 미국의 경상수지를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적이라면 에너지 수입 감소로 인한 경상수지 개선이 뚜렷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 개발로 지역 경제 활성화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 개발 확대가 노동수요 확대, 재정 수입 증가 등을 통해 해당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비전통 화석 에너지의 개발을 위한 투자가 전통유전과 천연가스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소요됨에 따라 개발 투자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전통 화석 에너지에 비해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셰일가스전 한 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투자금이 3백만~1천만 달러가 필요한 반면 한 개의 전통 천연가스전 개발에는 5십만~1백만 달러가 필요하다.
비전통 화석 에너지가 매장된 지역에서 자원개발 관련 서비스와 노동 수요가 늘어나고 의식주나 장비 등 자원개발 활동에 관련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확대로 인한 직접적인 노동수요가 최근 5년간 53% 증가하면서 19만 5천여 명 규모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간접효과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고용효과가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North Dakota주와 대규모 셰일가스 매장지인 Eagle Ford 광구가 있는 Texas주의 실업률은 3%(2012년 9월 기준)와 6.8%로서 전국 평균(7.8%)보다 낮은 수준이다(<그림 6> 참조).
정부의 조세수입 확대도 나타나고 있다.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이 매장된 지방정부들은 자원개발 활성화를 조세수입 확대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는데, Ohio주는 천연가스 개발과 관련한 새로운 채굴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Global Insight는 비전통 화석 에너지 개발로 인한 지방정부의 조세수입이 올해에 약 3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 제조업 부활의 밑거름
미국에서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 생산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제조업 성장 기반이 강화될 전망이다.
비록 채굴과정에서 지하수가 오염되는 등 환경문제가 논란이 되고는 있지만 친환경 비용 부담이 셰일가스의 경우 생산단가를 7% 정도 상승시키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리고 개도국의 에너지 수요 증가 추세에 따라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서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 개발의 수익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미국의 석유생산이 타이트 오일을 발판으로 늘어날 것으로,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셰일가스를 발판으로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 확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그림 7> 참조).
이러한 에너지 생산의 확대는 에너지 가격 안정과 저렴한 원료 대체 등을 통해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WTI 가격이 국내원유 수급 개선으로 인해 브렌트유가 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천연가스 공급 확대는 미국 전기요금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등 유럽 기업들은 미국 에너지집약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우려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 에너지 가격 현실화 등으로 생산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중국 제조업에 대해서도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화학, 철강 회사들은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에탄 등의 부산물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Dow가 셰일가스 대량 매장지인 Eagle Ford에 연산 150만톤 규모의 에틸렌 공장을 2017년까지 완공할 목표를 세우는 등 미국 화학기업들은 에틸렌 생산설비의 재가동 및 증설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US Steel과 Nucor 등 철강회사들은 셰일가스를 활용하기 위해 설비를 교체하거나 신설할 예정이다.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의 개발이 경상수지 개선, 지역경제의 내수 확대, 제조업 강화 등을 통해 미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Global Insight는 2010년 기준으로 셰일가스 개발 및 생산이 미국 GDP의 0.5% 정도인 765억 달러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했다고 추산한 바 있다. 향후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 개발이 지속적으로 탄력을 받는다면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석유화학 및 철강 기업들의 경쟁력 확대가 우리 기업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비용이 큰 산업의 경우 안정적인 에너지 가격이 예상되는 미국의 생산입지 여건을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남미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비전통 화석 에너지 개발 확대의 영향과 사업 참여 가능성 및 타당성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