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인 최씨와 대학동기들과의 술자리. 화제는 늘 그렇듯 학교 이야기로 시작해 부동산 으로 옮겨가고 결국 돈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다. 동기들의 11년 경제성적표는 같은 출발을 했음에도 제각각이었다. 특히 세 친구의 자산이 자신보다 1억원 이상씩 많다는 것에 최씨는 마음이 철렁했다.
최씨는 똑같이 근무하고 거의 비슷하게 월급을 받았는데,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당황스러웠다. 분명 과소비나 하고 쓸데없는 데 돈을 쓰는 것도 아니다. 자식들한테 옷 한 벌 시원하게 사준 기억도 없이 아껴 쓴다고 썼는데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 초라한 현재 상태가 이해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최씨는 다음날 재무상담을 받았다. 이제 자신도 무언가 특별한 돈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란 조급함이 들었던 것이다.
부자가 되는 비법? 작은 실천들의 차이!
사례의 최씨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11년간 모아 놓은 자산이 적은 이유는 대단한 차이 때문이 아니다. 아주 작은 차이들이 시간의 힘으로 커다란 결과 차이를 만들었다.
1) 얼마를 버는지도, 얼마를 쓰는지도 모른다.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불규칙한 급여 때문에 자신의 실제 소득이 얼마인지 모른다. 하지만 소득을 모르는 원인은 소득이 불규칙해서가 아니다. 월급이 들어올 때 월급통장 잔액조회나 통장정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뱅킹 한 번만 들어가도 얼마가 들어왔는지 금방 알 수 있지만 매달 빠져나가는 돈이 많다보니 들어온 금액보다는 나가는 금액에 신경 쓰기 바쁘다.
버는 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돈을 쓰기 때문에 지출 관리가 제대로 될리 없다. 빚이 늘어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실제로 아껴쓴다고 이야기하는 직장인들을 상담해보면 기록을 해보지 않은데서 오는 오류일 때가 많다. 최씨 역시 본인이 생각하고 있던 지출과 실제로 상담 과정에서 파악해본 지출액의 차이가 월 100만원 가까이 됐다. 매주 습관적으로 이용하는 마트와 외식으로 인한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아이들을 핑계로 배달음식도 자주 시켜먹고 있었다. 사소한 통화도 귀찮 다고 핸드폰을 이용하다보니 집 전화는 쓰지도 않으면서 매달 기본 요금만 꼬박꼬박 빠져나간다. 가전제품의 수가 많다보니 남들보다 관리비도 더 나온다. 사치를 안 한다고 해서 돈을 아껴쓰는 것이 아니다. 매달 푼돈으로 새나가는 잡동사니 소비가 결국은 평생 푼돈만 쓰면서 돈을 모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돈 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소득과 지출에 대한 기록은 필수다.
2) 빚내서 갚는 악순환의 반복
최씨는 자식들에게 옷 한 벌 시원하게 사준 적 없이 아껴썼다고 말하고 있지만 늘 신용카드와 마이 너스 통장을 사용해왔다. 웬만큼 목돈이 들어가는 물건은 늘 할부를 이용해왔다. 일상적으로 2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다보니 11년간 마이너스통장 이자로만 1000만원 넘는 돈이 새나갔다. 그동안의 할부이자와 이사 때마다 받아서 쓴 약관대출이나 담보대출 등의 이자까지 포함하면 금융비용만 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저금리라고 이자를 쉽게 생각했지만 이 돈만 해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 달 한 달로 따지면 10만원 안 되는 돈이지만 11년이란 시간은 푼돈도 충분히 목돈으로 만들고도 남는다.
만약 하나 하나의 소비를 계획해서 대출이나 할부가 아닌 저축을 통해서 했다면 이자까지 받아가면서 돈을 썼을 것이다. 즉 저축에 대한 기회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최씨가 금융비용으로 인해 손해본 금액은 2500만원을 넘게 된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보면 일반 자영업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다. 자연스레 최씨처럼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대출을 쉽게 이용하게 된다. 신용이 좋아서 대출문턱이 낮은 것이 좋아 보이지만 대출문턱이 낮기 때문에 안 써도 되는 부채를 많이 쓴다. 월급 통장 만들러 가면 창구에서 마이너스통장부터 권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보니 매달 적지 않은 월급을 받으면 서도 은행에 늘 대출이자를 내고 있다. 보험에 가입하고 불입한 돈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는다. 학자금을 낮은 금리로 대출 해준다는 얘기에 자녀 학자금은 무조건 대출을 받지만 그 돈은 정작 다른 데 쓰고 상환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결국 장기간 근무하고도 퇴직할 때 돈이 없다. 심지어 퇴직하고 나서도 대출이 남아있어 연금으로 빚 갚느라 생활이 궁핍해진다.
한마디로 대출에 대한 유혹이 많다보니 불필요한 금융지출을 늘리게 되고 이로 인해 쓸 돈이 없어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3) 막연한 저축으로 새는 돈
최씨는 그동안 꾸준히 저축을 해왔다. 소비에 문제가 있으니 저축액 자체도 많지 않았지만 저축 방법 에도 문제가 있었다. 돈 쓸 계획과 상관 없이 막연히 하나의 통장에만 저축을 하다보니 만기 까지 유지가 되는 일도 별로 없을뿐더러 만기가 되더라도 불필요하게 쓰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최씨는 결혼 초에는 3년 만기 적금을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 초에는 자녀 출산이나 육아 등으로 인해서 목돈 들어갈 일이 생각보다 자주 생기게 된다. 그 때마다 붓던 적금을 깨서 사용하다 보니 열심히 저축을 해놓고도 이자를 챙기지 못 했다.
펀드가 유행한 이후에는 펀드에만 올인하다보니 오를 때는 더 오를까봐 아까워서 펀드를 깨지 못 해서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다보니 수익실현은 못 하고 금융비용만 발생시켰다. 금융위기 때는 수익률이 하락해서 펀드를 못 깨서 썼다. 요즘에는 간신히 원금 회복이 되었지만 계속 오르는 주가를 보면서 깨야할지 말아야할지 계속 고민만 하고 있다. 저축이란 돈을 쓰기 위해서 돈을 모으는 것인데 돈 쓸 계획과 돈을 모으는 계획이 따로놀다보니 돈은 돈대로 안 모이고 쓰는 건 몽땅 빚으로 쓰게 된 것이다.
만약 최씨가 돈 쓸 일을 하나 하나 예측해서 통장을 여러개로 나눠서 운용을 했다면 지금보다 이자 수익도 더 많이 챙겼을 것이고 돈을 꺼내쓰지 못 해 발생하는 금융비용도 줄였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적금 만기 때 갑자기 냉장고에서 소리가 나거나 에어콘이 구형으로 보이거나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저축계획에 따른 통장 나누기가 중요하다.
흔히 돈 생기면 돈 쓸 일 생긴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적금 만기 되면 가족 중 누가 아프거나 부모님 관련 목돈 지출할 일이 생겨 만기금을 고스란히 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잘 돌이켜 보면 불가피하게 나갔던 지출이 적금 만기금을 다 없앤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목돈이 생기면 가구를 바꾼다거나 가전제품을 교체하는 등 밀린 지출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서 저축 만기가 되면 무조건 돈 쓸 것부터 생각을 한다. 만기가 되면 기분좋게 돈을 쓰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최씨의 경우에는 늘 만기 때 충동적으로 저질러왔다는 것이다. 더구나 장기계획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로지 당장 필요해보이는 것들만 생각하다보니 본인의 노후자금이나 자녀의 대학등록금 같은 것은 하나도 준비가 되 있지가 않다. 체계적인 계획이 없다보니 자녀 등록금 낼 돈으로 가전제품 바꾸고 노후자금으로 쓸 돈으로 자동차를 바꾼다. 중요하게 돈을 써야할 때는 항상 돈이 없어 돈을 안 쓸 수는 없고 빌리기는 쉬우니 계속 빚이 늘어나게 된다
평범한 직장인이 로또와 같은 대박이 터지거나 물려받은 재산이 있지 않고는 단기간에 자산을 형성 할 수 없다. 따라서 항상 소비통제를 하는 동시에 저축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돈 쓸 계획에 맞춰 서 통장을 따로 가져가야 한다. 그래야 단기 목돈 지출용 통장과 장기목적자금용 통장이 구분이 되어 자산으로 형성이 된다.
따라서 저축을 할 때는 목적을 갖고 통장 하나 하나에 계획에 맞는 이름표를 붙여야 한다. 그래야 대학등록금으로 써야할 돈을 가지고 오늘 냉장고를 바꾸거나 하는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 용도가 처음부터 정해져있으니 불필요한데 충동적으로 돈 쓰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설사 예측못한 지출이 생기더라도 통장이 용도별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다. 급하지 않은 돈부터 꺼내쓸 수 있는 것이다.
저축을 계획할 때 주의할 것은 반드시 단기에 지출할 돈을 계산함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소득이 감소하거나 일시 중단될 것도 대비해 놓아야 한다. 그런 다음 소득에서 저축할 돈을 먼저 빼놓고 남은 돈을 중심으로 소비예산이 도출되면 늘 그 예산만큼 지출하는 습관을 강제해야 한다.
어렵고 복잡한 재테크를 계획하기에 앞서 저축계획을 통해 통장을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10년 후가 달라질 수 있다. 저축통장을 구분해서 가져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쉽고 확실한 재테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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