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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책읽히기 노하우

일취월장7 2010. 5. 5. 16:32

아이에게 책 읽히기 노하우
[138호] 2010년 05월 04일 (화) 17:54:23 홍순성 (북 블로거 ‘혜민아빠’)
책을 통한 세상의 경험은 어른·아이 모두에게 좋다. 필자도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얻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쉽지 않아 고생한 적이 많았다. 책을 통한 경험은 자라나는 아이에게 더 필요하다. 아이에게 적합한 책을 권해주려는 노력이 현재진행형이어야 하는 이유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적합한 책이 어떤 건지 몰라 시행착오가 많지만 그러면서 아이한테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부모의 눈을 어지럽히는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아이에게는 책이 멀어지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부모는 아이에게 책 읽는 것을 강요하기보다 책의 즐거움을 찾게 해야 한다. 스스로 경험을 통해 책의 효용을 깨닫게 한다면 그 가치는 더 오래가고 책을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필자가 경험을 통해 터득한, 아이에게 책 읽히기 노하우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매주 1회 정도 아이와 서점에서 만나 책도 읽고 그곳에서 하나 골라오는 습관을 들인 것이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그림이 많은 책을 주로 골랐지만 그때부터 들인 습관이 몸에 배었다. 조금씩 커가면서 책이 아이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힘들 때에는 스승이 되기도 했다.

   
ⓒ홍순성 제공
홍순성씨(위)는 딸이 읽은 책 내용을 발표하게 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는 그렇게 편안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은 아이의 마음과 달리 아이들과 자꾸만 마찰이 생기고 불편해졌다.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았고 엄마 아빠도 밝은 마음을 가질 수 없었다. 아이와 함께 학교를 다녀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이 혼자 감당해내야 했다. 그 해답은 엄마도, 아빠도 다 주지 못했다. 부모로서 아이를 믿고 아이한테 조언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역시 책이었다. 엄마 아빠의 사랑에 책이 양념을 더하자 좀 더 명쾌한 해답을 찾았다고나 할까.

읽은 책을 통해 새 책 선택하게 해야

아이는 근처 병원에서 <마음과 생각이 크는 책>을 읽고 해답을 찾았다. 아이는 이 책에 자신이 고민하던 내용이 다 들어 있다며 한동안 즐겨 읽었다. 엄마 아빠가 사랑으로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가 그걸 받아들이고 생각을 고치기까지는 책의 도움이 절실하다. 어떻게 하면 친구들이 좋아하고, 어떻게 하면 친구들이 싫어하는지, 어떻게 하면 화가 났을 때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지…. 아이는 책과 소통하며 자신을 조금씩 스스로 키웠다. 책이 그런 깊은 마음까지 전달해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그때부터 아이는 책을 통해 자신의 문제점이나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경험하게 되었다.

두 번째 방법은 ‘책을 통한 책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다. 한 번에 책을 여러 권 사주거나 전집보다는 낱권으로 된 책을, 전집 중에서 흥미로운 책을 한두 권씩 사주는 것이 좋다. 한 권의 책에서 아이가 즐거움을 찾고 흥미를 보인다면 아이 스스로 다음 책을 선택한다. 그렇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이후에 책을 읽고 잘 선택했는지 여부도 판단하고 다음에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도 생각하게 된다. 성급하게 책을 사는 것보다 조금씩 여유를 주면서 기대감도 가지게 하는 게 좋다. 필자는 온라인 서점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두세 권 고른 다음 책을 선택하게 하고, 이후에는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을 선택하는 습관을 가지게 했다.

   
혜민이가 책을 읽고 꼼꼼히 기록한 독서 감상문.
세 번째 방법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다. 친구와 만나면 어떤 책을 읽었는지 책 이야기를 하게 하면 좋다. 책 친구를 사귀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만 또래에게 적합하고 흥미로운 책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어서 좋다. 또, 친구에게 좋은 책을 빌려 볼 수 있어서 좋다.

이 방법이 쉽지 않겠지만 아이와 재미있게 놀면서 하면 된다. 이를테면 ‘아이와 함께하는 책 방송’이라고 해서 읽었던 책 중에 흥미로운 것을 골라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어떤 부분이 재미있는지, 몇 학년 정도에 읽으면 좋을지’ 느낀 점을 아이의 입을 통해 말하게 하는 것이다. 그냥 하기보다는 영상 촬영이라는 형식을 빌리면 아이가 더 긴장하고 더 잘 말하려 할 것이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영상 촬영을 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빠와 같이 이야기 형식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아이 혼자 책 소개를 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는데, 아이가 발표력도 좋아지고 독후감도 한결 쉽게 쓰게 되었다. 서론·본론·결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맺어야 하는지 틀을 잡고 쓴다. 정리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늘어나는 걸 보니 단순히 책을 읽는 것보다 동영상 놀이 등을 통해 읽은 내용을 말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적극적 책읽기는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게 만들고 더 많은 것을 얻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