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가 선전하고 뭇사람이 받아들이듯이, 이들 ‘몸짱’의 신체 사이즈는 정말 건강한 몸의 표본일까? 키와 몸무게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 육체를 가를 때 가장 널리 쓰이는 지표인 BMI(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를 적용해보자. 대한비만학회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따르면 BMI가 18.5~22.9㎏/㎡에 속하는 신체만이 정상이다. 그 이하는 저체중, 23㎏/㎡ 이상은 과체중, 25㎏/㎡는 비만이다(미국 등 서구 국가는 25 이상을 과체중, 30 이상을 비만으로 간주해 우리나라보다는 관대하다). 이에 따르면 16.7㎏/㎡의 BMI 수치를 갖춘 김사랑과 신민아, 17.4㎏/㎡을 기록한 유이 모두 저체중이다. 이효리만이 19.7㎏/㎡로 간신히 정상 범위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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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
하지만 이들 연예인의 사이즈를 선망하는 여성들이 생각하는 ‘정상’의 범위는 다르다. 지난해 대한비만학회가 종합병원 방문객 1061명을 대상으로 비만 인식도 조사를 벌인 결과 정상 체중(BMI 18.5~25)에 속하는 여성들 가운데 26%가 자신이 비만이라고 답했다. 정상 체중 여성의 52%가 최근 1년간 다이어트를 시도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젊을수록 정도는 심하다. 2006년 영국 연구진이 전 세계 22개국 남녀 대학생 1만8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여대생의 평균 BMI는 22개국 중 가장 낮았지만 다이어트를 시도해봤다는 응답률은 22개국 중 가장 높았다.
이미 빼빼 마른 사람조차 다이어트에 뛰어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4월 시장조사 전문기관 트렌드모니터가 1050명에게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은 사람(39.3%)이 ‘건강관리 때문’이라고 답했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라는 명제에 따른 것이다. 대한비만학회 자료에 따르면 비만은 당뇨병·고지혈증·담낭질환·수면무호흡증·관상동맥 질환·고혈압·골관절염·대장암·유방암·난소암 따위의 발생 빈도를 증가시킨다. 살을 빼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정말 뚱뚱한 사람일수록 건강이 위협받을까?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 또한 많다. 10년간 180만명을 추적 조사해 1984년 노르웨이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장 높은 기대 수명은 BMI 26~28㎏/㎡에서, 가장 낮은 기대 수명은 BMI 18㎏/㎡ 미만에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비만으로 간주되는 범위의 사람들이 가장 건강하고, (정상에 가까운) 저체중에 속하는 사람들이 가장 건강하지 않게 나타난 것이다.
1998년 미국에서 발표된 인종·성별 사망률과 BMI 관계 연구에서도, 2000년 발표된 유럽 7개국 8000명을 대상으로 40년간 추적 조사해 기대 수명을 평가한 연구에서도, 2007년 한국인 여성 33만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사망률과 BMI 간의 관계를 추적한 연구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BMI 기준상 과체중에 속한 사람이 가장 오래 살거나 질병 발병률이 낮았고, 저체중·비만에 속한 이들이 가장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 저체중과 비만 중에서도 마른 사람이 뚱뚱한 사람보다 더 위험했다.
‘비만 경고’가 돈 되기 때문
이런 숱한 연구 결과에도 불과하고 사회는 왜 저체중의 위험은 간과하면서 과체중·비만의 위험만 강조하는 것일까? 비만이라는 개념의 허구에 대해 문제 제기한 책 <비만 히스테릭>(지성사 펴냄)이라는 책을 쓴 국민대 체육학과 이대택 교수는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비만’을 하나의 상품으로 잡은 의료·보건·영양·체육학계와 미디어가 최대한 많은 이들을 비만 환자 범위에 집어놓고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돈을 쓰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사망·유병률을 토대로 잡아야 할 BMI 정상 기준을 각 나라 학계에서 실제 나타나는 연구 결과에 상관없이 무조건 낮고 좁게 잡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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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우혜 |
진정 건강한 몸이란 어떤 것일까? 이 교수는 “건강은 체중과 BMI로 대표되는 수치만 갖고서는 절대로 판단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 수치들은 몸의 상태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는 될 수 있겠지만 특정 범위를 설정해놓고 쫓아갈 목표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체형도 마찬가지다. “선호의 문제일 뿐인 몸매와 체형을 건강과 결부시켜 ‘마른 몸=건강한 몸’이라는 인식이 확고해질수록 고유의 체질과 유전 특질을 지닌 개인들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건강한 몸이란 김사랑·유이·이효리·신민아의 몸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배출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몸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그 무게와 구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건강해지려면 살을 빼라’라는 사회 통념을 다음과 같은 캐치프레이즈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에게 알맞은 체중을 찾아라.’
※참고한 책:<사상 최고의 다이어트>(지나 콜라타, 사이언스북스) <비만 히스테릭>(이대택, 지성사) <다이어트의 성정치>(한서설아, 책세상) <몸에 갇힌 사람들>(수지 오바크,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