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달리 봐야 할 중국의 내륙시장

일취월장7 2011. 5. 25. 15:36

달리 봐야 할 중국의 내륙시장
썬쟈 | 2011.05.23

지역균형 발전 정책을 힘입어 최근 중국 중서부 내륙 지역이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내륙지역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은 아직 내륙을 ‘시골동네’로 인식하는 등의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내륙의 인건비가 무조건 연해보다 싸다고 보는 시각이다. 따라서 내륙을 고임금 시대의 ‘피난처’로 보고 진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중서부 9개 성시의 경우 상하이 베이징 등 3개 직할시를 제외한 나머지 연해지역 평균 임금수준과의 차이가 미미한 데다 임금상승률은 훨씬 높다. 노동비용 절감효과는 미미하고 그나마 곧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노동력의 안정적 확보가 더 주목할 만한 내륙진출의 이점이다.


내륙이라고 하면 흔히 소비자의 구매력이 낮아 시장규모 확대가 어렵고 외국기업이 가격경쟁력을 갖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다. 내륙지역의 평균 구매력은 아직 낮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거점 대도시의 경우 1인당 GDP와 1인당 소매금액이 대부분 연해평균수준을 상회하며, 신흥부자의 증가로 사치품 시장도 호황을 맞고 있다.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로 간주되고 있는 물류여건도 정부의 인프라 확충 노력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각 지역마다 전통적인 비교우위산업의 경우 오래 전부터 산업 클러스터가 잘 형성되어 있고 중국 정부도 지역발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내륙지역의 첨단산업 클러스터 육성에 매우 적극적이어서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내륙지역 소비자들도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연해보다 더 높은 소비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외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도 연해 못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경제의 구조변화가 본격화되면서 내륙의 역할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 등 단기적인 요인보다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시장잠재력과 지역발전 전망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내륙지역내에서도 발전수준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평균만 보고 판단하기 보다 지역의 소비문화와 지역민 특성을 고려한 세분화된 접근이 요구된다. 연해지역의 경영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이 덜 치열하면서도 왕성한 소비경향을 보이고 있는 내륙 대도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 목 차 >

 

1. 중국 내륙시장의 부상
2. 한국기업의 중국 내륙에 대한 고정관념
3. 시사점

 

 

1. 중국 내륙시장의 부상

 


급속한 생산원가 상승으로 중국 연해지역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상하이의 생산직 임금이 월 평균 300달러로 자카르타, 하노이 등 동남아 대표도시의 수준을 월등히 넘어섰으며, 지금의 상승 속도대로라면 2015년에 그 격차가 3배 이상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더군다나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인 연해시장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서진(西進)’이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정부의 지역균형 발전 정책과 내륙에 집중된 인프라 투자 등으로 중서부의 성장률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서고동저(西高東低)’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내륙이 중국 비즈니스의 ‘새로운 무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외국기업의 대(對)중서부 지역 투자가 전체 중국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의 19.7%에서 2009년 21%로 상승했고, 특히 충칭시의 FDI (실제투자금액 기준)가 같은 기간 12.2배나 급증하는 등 일부 중핵도시에 대한 투자열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그림 1> 참조). HAIER, 京東方 등 대표 전자로컬 업체들은 물론, HP, 폭스콘등 글로벌 거물들도 잇따라 중서부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표 1> 참조).


그러나 이에 비해 한국기업들의 행보는 다소 더뎌 보인다. 서부투자 비중은 최근 7년 동안 전체 대중투자의 1.5% 안팎으로 저조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이후 대(對)중부투자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났지만 한국과 인접한 지린(吉林)성과 헤이룽강(黑龍江)성을 제외할 경우 2010년의 투자비중은 여전히 3%대에 머물렀다(지린, 헤이룽강은 지리적으로 동부에 위치하지만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므로 중국정부가 이를 중부지역으로 분류)(<그림 2> 참조). 최근 내륙에 대한 관심이 싹트기 시작했으나 아직도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과 과거에 머문 인식 등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중국 내륙지역, 특히 핵심도시들이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고 있지만 이를 낙후된 시골동네로 간주하거나 값싼 노동력의 무한공급처로 여기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시각을 가진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 연해지역의 경영환경 악화가 중국 경제발전 단계에 따른 필연적인 추세인 만큼 그 대안이 될 수도 있는 내륙시장을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중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고에서는 생산지 관점과 시장 관점에서 흔히 ‘상식’으로 생각하는 중국내륙에 대한 ‘고정관념’을 살펴보고자 한다. 중서부지역도 省市간 격차가 매우 크므로 분석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로 외자투자가 집중되고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 중부 6개성(안훼이, 후난, 후베이, 장시, 허난, 산시)과 서부의 거점지역인 쓰촨성, 산시(陝西)성, 충칭시를 중심으로 투자환경을 알아보고자 한다.

 


2. 한국기업의 중국 내륙에 대한 고정관념

 


저렴한 인건비가 진출의 가장 큰 매리트다?


‘임금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막연하게 내륙행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다. 임금수준이 생산지 선정의 결정적 요인인 만큼 제조기업들이 내륙을 고임금 시대의 ‘도피처’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2010년 충칭의 평균임금은 베이징의 53.8%, 중서부 9개 성시의 평균임금은 연해지역 3개 직할시(베이징, 상하이, 텐진)의 51.3%밖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비교 대상의 적합성에 있다. 중국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연해 직할시의 경우 내륙지역은 물론 대부분 연해 성시의 임금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제조업 생산기지로서의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3개 직할시를 제외한 다른 연해지역으로 시야를 넓히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서부지역의 임금수준은 연해지역의 92%로 그 차이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3> 참조). 연해지역인 산둥성(3.37만 위안), 푸젠성(3.26만 위안)보다 오히려 내륙지역인 안훼이성(3.43만 위안), 충칭시(3.53만 위안)의 임금이 더 높다는 점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갈수록 좁혀진 임금격차가 연해 농민공들의 ‘귀향’으로 이어져 연해지역 공장 ‘인력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특히 중서부에 진출한 많은 외자기업들은 임금수준이 낮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09년 충칭시 외자기업 사무직 직원의 평균임금은 4.5만 위안으로 같은 기간 상하이 평균임금인 4.2만 위안보다 높았다.


한편, 연해지역보다 높은 임금상승 속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중서부 2006년~2010년 평균임금의 연간 증가율(CAGR)은 17.1%로 연해 직할시 (16.1%)와 기타 연해지역(14.6%)보다 높다. 이런 추세는 지역간 소득수준을 조정하려는 중국정부의 취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2015년까지 내륙과 베이징, 상하이와의 임금격차는 여전히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베이징, 상하이 등을 제외한 나머지 연해지역의 평균수준에는 거의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의 변화추세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연해 대도시의 임금 견인효과가 내륙으로 파급되면서 내륙기업들의 어깨도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표 2> 참조).


또 하나의 변수가 바로 노동생산성이다. 명목임금이 상승하더라도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이를 상회한다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단위노동비용이 올라가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 내륙지역의 경우 노동생산성 증가율보다 임금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져 단위노동비용은 오히려 연해지역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2007년 이후 연해지역보다 다소 하회했지만 상승세는 유지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그림 4> 참조). 즉, 내륙지역의 명목임금이 낮아 보여도 노동생산성을 감안할 때 과연 그런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현지 직원의 숙련도가 낮아 교육예산을 따로 마련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직원을 스카우트하는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기업들이 내지로 몰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대부분 이들은 단순한 비용절감 효과보다는 내지시장 개척, 연해지역 리스크 회피 등 다목적 포석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고객사인 HP, Dell 등이 청두에서 공장을 설립하자 이들과 동반진출을 결정한 인텔의 전략을 내지고객 대응형이라고 한다면, 에어컨 공장을 광둥성에서 내륙 물류중심지인 우한으로 이전한 TCL은 2,3선 도시에서 급증하고 있는 에어컨 수요, 즉 내륙 소비시장의 잠재력에 착안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대규모 내지 이전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폭스콘의 경우, 내륙은 두 가지 전략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 기존 생산거점을 분산시켜 노무관리 리스크를 줄이고. 둘째, 이전을 통해 지방정부의 지원을 얻어 신규 유통사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폭스콘은 올해까지 내륙지역에 1천 개의 소규모 유통매장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내지에 생산거점을 구축할 경우 유통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노동비용절감 효과도 없진 않지만 노동력의 안정적인 확보가 더 주목할 만한 내륙진출의 이점이다. 연해 공장에서 일하는 농민공들은 대부분 중서부 지역 출신이다. 그들에게 광둥이든 산둥이든 모두 객지이기 때문에 적은 임금차이로 쉽게 직장을 옮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기의 고향에서 일자리를 구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례로 2010년 쓰촨성 청두의 지역민들은 안이함을 좋아하고 모험을 꺼리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이직률은 5%로 전국 평균인 20%보다 훨씬 낮다. 영향력 있는 대기업의 경우 지방정부가 직접 발벗고 나서 인력을 구해주는 일도 허다하다.


구매력이 낮아서 시장으로 활용할 가치가 낮다?


내륙이라고 하면 아직 구매력을 갖추지 못한 낙후지역이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륙에서도 지역간 불균형이 심각하기 때문에 평균의 함정에 빠지면 착시현상이 생기기 쉽다. 중서부 평균소득 수준은 연해지역과 격차가 있으나 지방정부의 지원이 집중되는 성도(성의 수도)의 경우 대부분 전체 성 GDP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양호한 시장여건을 가지고 있다.


서부대개발의 중핵지역인 청두(成都)의 번화가에 가보면 대형 백화점, 전문 브랜드숍이 즐비하다.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치장한 야경은 깊숙한 내륙도시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중부의 중심축인 우한(武漢) 시내에서도 마천루 사이에 백화점마다 인파가 가득하여 연해도시 못지 않게 소비시장의 활력이 넘쳐 보인다. 실제로 그들 거점도시의 구매력도 흔히 생각하는 만큼 낮지 않다. 2009년에 내륙 9개 성시의 1인당 GDP와 1인당 소비액이 연해 11개 성시의 수준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내륙 9개 거점도시는 대부분 연해평균 수준을 추월했다(<그림 5> 참조). 특히 1인당 GDP의 경우 내륙거점도시의 평균치가 이미 2005년의 베이징 수준에 근접했고 전국평균의 1.7배에 이르렀다. 성장세도 연해지역을 넘어서고 있어 향후 연해도시와의 격차가 갈수록 좁혀질 것이다(<그림 6> 참조).


지역의 소비수요와 시장 활성화 정도를 반영할 수 있는 지표로서 도시별 인구당 유통매점의 수를 비교해보았다. 가전유통매점, 대형마트의 경우 상하이대비 60% 수준 이상인 도시가 몇몇 눈에 띈다. 산재해 있는 KFC 매점은 서구식 라이프스타일이 내륙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곳곳에 분포되어 있는 대표적인 사치재인 BMW의 매장을 통해 내륙 고소득층들의 구매력을 엿볼 수 있다 (<표 3> 참조).


중국이 ‘사치품 대국’이라는 것을 신흥부유층들이 몰리는 내륙 핵심도시에서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다. 9개 도시 중 6개가 LV가방 전문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두 1개 이상의 Lancome 화장품 전문매장을 가지고 있다. 80%의 해외명품 브랜드가 이미 입주한 성도는 중국의 ‘제3의 사치품 소비도시’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1인당 자가용 보유대수를 따져봐도 청두, 타이위안(太原) 등이 연해지역평균보다 앞서고 있다(<그림 7> 참조). 시세이도, 이토요카 백화점 등 외자기업들이 ‘부자마케팅’, ‘프리미엄 전략’을 적극 펼치는 것도 고소득층의 소비파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문조사기관인 후런(胡潤)에 따르면 중국 내륙 9개 성시에서 1천만 위안(약 17억 원)이상의 재산을 가진 부자가 약 12만4천 명에 이른다. 그 중 쓰촨과 허난(河南)의 부자 수가 연해지역인 텐진과 허베이(河北)보다 많고, 쓰촨에서만 1억 위안(약 170억원)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 1700명 가량 있다(<표 4> 참조).


최근 지역균형 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고속철도와 도로망이 구축되면서 거점도시들이 주변지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고, 수천만 명의 소비자를 거느린 거대한 상권으로 형성되고 있다. 주말에 후난(湖南)성 성도인 창사(長沙) 시내로 쇼핑하러 가는 주변 지역 주민들로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는다. 철도의 종착역과 교차지로서 우한, 정저우(鄭州)의 시장잠재력도 커지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도 내륙지역의 소비확대 기폭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외자기업들의 중국 연해시장 진출은 대략 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지금의 국제대도시인 베이징, 상하이는 그 당시만해도 현재의 내륙 거점도시처럼 온갖 불확실성이 도처에 깔려 있는 ‘미숙아’ 시장이었다. 그 때의 베이징, 상하이보다 지금의 내륙 주요 도시들의 경제위상과 소비수준이 모두 더 높은 수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청두, 우한, 창사는 1인당 GDP가 높고 경제규모가 비교적 큰 것으로 나타났고, 충칭은 3천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로 높은 시장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그림 8> 참조). 그 당시의 중국정부는 연해지역 발전을 최우선으로 하였으나 지금은 내륙개발을 강조하면서 내수중심의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물류여건이 매우 열악하고, 산업 클러스터가 전무하다?


기업들이 내륙 투자를 꺼리는 이유 1순위가 바로 ‘물류여건’일 것이다. 전국 동서 거리가 5,200km에 달하는데다 운송망이 낙후돼 있어 연해시장 판매 혹은 수출기업들은 운송속도와 물류비용 부담으로 내륙생산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특성에 따라 지역적 이점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물류운송이 가능할 수 있다. 충칭시가 2010년에 마련한 ‘철도-수로 국제 대통로’의 경우, 먼저 철도 컨테이너로 화물을 남부연해 도시 선전(深玔)으로 이송한 뒤 선전 항구를 통해 유럽 등의 지역으로 보낸다. 이 복합운송 방법으로 유럽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27일로, 상하이에서 해운으로 직접 가는 것보다 평균 2~3일 빠르다고 한다. 올 4월부터 신장(新疆)성을 경유해 러시아, 폴란드, 독일 등을 연결하는 국제철도가 개통된 후 유럽까지의 시간이 12일로 더욱 단축되었다. 최근 중국정부가 중서부 내륙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중앙아시아, 인도 및 동남아를 연결하는 복합운송 네트워크 구축을 가속화함에 따라 내륙의 새로운 국제물류체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대상국이 동남아, 유럽 등지라면 연해보다 내륙 운송이 더 비교우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내륙의 물류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교통운송 인프라 확충이 서부대개발의 중심이 되는 것은 물론, 거의 모든 내륙지방의 발전계획에서 중점 추진 과제로 올라와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륙 인프라 건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온 결과 중서부의 인구당 철도 및 도로 연장이 모두 동부를 크게 앞질렀고, 9개 내륙 성시의 경우 1인당 물동량 등 여러 지표에서 전국 평균수준에 근접하거나 추월하고 있다(<표5> 참조). 매년 수천km의 철도와 도로가 새로 개통되고 있고, 2012년 이후 전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고속철도망이 점차 완공됨에 따라 전국 어디든 베이징, 상하이까지 8시간 내 도달하게 된다. 2020년까지 한국 철도 총영장거리의 10배와 맞먹는 4만 km의 철도를 신설한다는 계획이 현실화되면 중서부 물류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각 지방정부도 내륙 물류허브의 자리를 놓고 앞다퉈 야심 찬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안(西安)은 연해항구에 가지 않아도 수출입 수속이 가능한 ‘내륙항’을 건설하고, 우한은 장강을 따라 연해(상하이)와 내륙을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라는 점을 앞세워 전국 4시간 생활권을 구축하고 있다.


내륙의 산업클러스터가 전반적으로 연해보다 취약하지만 각 지역마다 전통적 비교우위 산업분야가 있고 오래 전부터 산업클러스터가 잘 형성되어 있는 특화분야도 적지 않다. 후베이(湖北)성 우한의 철강, 쓰촨의 전자산업, 충칭시의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바로 이에 해당된다. 2010년 기준으로 장안기차를 비롯한 충칭 자동차기업들의 부품 현지조달 비율이 평균 70%에 달하고, 시내에 위치한 오토바이 부품업체만 천 개 이상으로 산업기반이 양호하다. 중국정부도 지역발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내륙지역의 첨단산업 클러스터 육성에 매우 적극적이다. 시안의 바이오산업, 우한의 ‘中國光谷(광전자 벨리)’, 그리고 2005년 충칭의 시용(西永) 마이크로 전자 클러스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진출 시 해당지역의 중점산업 및 산업체인 발전상황을 확인하고, 대기업의 경우 원자재 비용절감 및 정부지원 확보에 유리한 산업체인 전체의 이전 방안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표 6> 참조)


연해지역보다 소비성향이 낮고 자국 브랜드를 선호한다?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 가기도 전에 알뜰하면서 자국 브랜드를 고집하는 보수적인 중국 내륙 소비자의 가상 이미지를 머리 속에 한번쯤 그려봤을지 모른다. 외부와의 접촉이 상대적으로 적고, 소득이 낮은데다 연해보다 취약한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소비심리가 억제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쓰촨성 청두 시내의 ‘차 없는 거리’인 춘시루(春熙路)를 한번 거닐어 보면 일본 백화점 이세탄(ISETAN), 스페인 ‘Zara’ 매점, 미국 하겐다즈 샵 등 도로 양쪽에 즐비한 글로벌 유통점, 그리고 상점을 가득 매운 인파 속에 2, 30만원대의 블라우스와 가방을 열심히 뒤지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그들이 생각했던 이미지와 거리가 먼 것을 알 수 있다. 적어도 “내륙=낮은 소비성향”라는 공식이 중서부 거점도시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지역별 소비성향 통계를 보면 내륙 거점도시의 평균 소비성향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중에도 다른 지역과는 달리 안정한 추세를 보였다(<그림 9> 참조). 소비성향은 소득에서 차지하는 소비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보통 소득이 낮을수록 기초생활지출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반대로 소득이 높으면 소비성향이 낮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내륙거점도시의 평균 가처분소득이 1만9,488위안(2010년)으로 직할시를 제외한 연해지역(2만686위안)과 차이가 미미한데도 불구하고 소비성향이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여 그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더군다나 내륙거점도시는 소득수준과 소비성향 측면에서 모두 전국평균(1만 9109위안)을 상회했다.


내륙 거점도시의 소비성향이 높은 이유는 먼저 역사문화로 인해 형성된 가치관과 행동방식을 꼽을 수 있다. 중부지역은 역사적으로 중국 정치, 경제의 중심이자 중화문화의 발상지였다. 중원(中原)으로 알려진 이 지역의 많은 도시들은 곡창지대이면서 역대왕조의 수도로서 번영을 누렸다. ‘천부지국(天府之國)’이라고 불리는 쓰촨성도 한나라때부터 서남지역 최대의 상업중심지이며 ‘남부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자리잡은 풍요로운 곳이다. 비교적 안락하고 넉넉한 삶은 현지 도시주민들의 적극적인 소비태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이 분명하다. 또한 내륙 소비자들의 강한 과시적 소비성향, 지역별 성격성향, 소비문화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일례로 충칭사람들은 과감하고 시원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돈만 있으면 써버려야 직성이 풀린다’는 성향이 강하다. 구매력이상의 소비를 하는 일도 허다하고 자동차를 구매할 때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특징이 뚜렷하다.


내륙소비자라고 해서 외자제품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거나 로컬 제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아니다. 중국신문에서 발표되는 2010년 지역별 브랜드 선호도 조사결과를 보면 청두시의 LCD TV 인기 브랜드 1위, 2위의 영광이 소니와 샤프에 돌아가고 로컬브랜드인 하이신(海信)와 Skyworth는 3위권 밖이었다. 허베이성 우한시의 인기 컴퓨터 브랜드 순위 Top10에는 로컬 브랜드가 3개 밖에 들어가지 못했다. 또한 후난성 창사시의 자동차 판매 1위가 혼다이며, 올 1/4분기 중국에서 폭스바겐 자동차 판매량 1위인 도시가 다름이 아닌 쓰촨성 청두였다. 의류, 가방, 식품 등 일반소비재의 경우에도 상황이 연해도시와 별반 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색가전 및 일반 생활용품 분야에서는 로컬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외자기업의 주 타깃 고객인 중산층들은 외국계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가격대비 성능이 괜찮고 실용적인 로컬제품도 많지만 글로벌 브랜드와 비교하면 아직 차원이 다르다는 게 이들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특히 내륙 중산층 소비자들에게 외국계 브랜드는 높은 품질을 보장해주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품위 있는 라이프스타일과 사회신분을 대변하는 ‘무형 가치’를 크게 제공한다. 이것은 ‘체면의식’이 유난히 강한 이들이 비싼 가격표를 보고서도 선뜻 지갑을 여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전제로 내륙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가져가는 게 많은 외자업체의 선택이다. 내륙 도시에서 아직도 한류에 대해 호감도가 높다는 점도 활용할 만하다.

 


3. 시사점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의 경제구조 전환은 지속가능성장을 도모하는 중국으로서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그 동안 연해지역에 편중된 대외의존형 경제발전 전략으로 내외 불균형을 비롯한 수많은 문제가 초래되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외부충격이 더해지면서 내수확대를 통한 새로운 성장기반 마련은 더욱 절실해졌다.


이러한 내수중심의 성장방식 전환은 중국의 지역균형발전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위기 이후 세계경기 침체의 영향을 적게 받은 내륙지역이 미래의 유망시장과 제 2의 성장 축으로 부각되고, ‘중부굴기’ 등 내륙 발전 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성장엔진 교체와 균형발전이 중국정부의 장기적인 정책방향인 만큼 중국 진출기업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연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악화될 우려가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내수시장 외연확대와 내륙경제 급성장에 따라 수많은 새로운 기회도 생겨날 것이다.


연해지역 성장동력이 내륙으로 ‘기러기식’으로 파급되고 있지만 내륙은 발전모델에 있어 연해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표 7> 참조). 연해가 경제특구를 시작으로 확장된 것과 달리 내륙은 ‘성도(省都)의 견인효과’가 강조되면서 기반이 양호한 주변 도시를 한데 묶은 도시군을 중심으로 발전한다. 또한 내륙지역은 내수용 투자재/소비재를 성장엔진으로 삼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연해지역의 사업이전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내륙시장의 이러한 특징을 잘 파악하고, 중국 구조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90년대 초의 연해지역처럼 현재의 내륙은 외자투자를 환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투자규모가 크고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회사의 경우 파격적인 지원책을 받기도 한다. 세금 감면, 토지 제공은 물론 연해지역 항구까지의 물류비 지원, 인력확보 지원 등 많은 측면에서 협상할 여지가 있다. 최근 HP가 충칭에 공장을 지은 후 HP노트북에 대한 정부구매 실행으로 공무원 사무실에서 HP컴퓨터 일색일 정도다.


그러나 현 지점에서는 저렴한 인건비와 내륙지역의 세금혜택 등 변동성이 높은 단기요인만 보고 생산지 확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연해 도시평균과의 인건비 차이가 크지 않으며 상승률을 감안할 때 머지 않아 그나마의 비교우위도 소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보다는 지역의 시장 잠재력, 산업 육성 계획, 향후 물류환경 변화 추세 등을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검토하는 것이 환경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내륙에서도 지역마다 특화된 중점유치 산업분야가 있다. 자사의 사업분야와 가장 부합하고, 산업기반이 견실한 지역특화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고, 물류환경의 변화 추세를 예의주시하면서 투자자금을 점차 늘리는 단계적인 진출전략이 안전할 수 있다.


또한 내륙지역에서도 발전수준 차이가 크기 때문에 ‘평균’만보고 판단하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 성 전체 GDP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거점도시들은 보통 산업 인프라와 시장환경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므로 투자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지역마다 소비문화와 지역민 특성이 상이하기 때문에 세분화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물론 아직 내륙은 민간기업의 활력보다 정책에 의해 발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도 있지만 이에 너무 연연하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환경이 좋아질 것이다’라는 수주대토(守株待兎)식의 전략을 고수한다면 시장선점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연해지역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이 덜 치열하면서도 왕성한 소비의욕을 가진 내륙 대도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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